[세계는 지금] 사우디-이란 베이징 합의와 중동의 역학구도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는 혼란했던 중동 정세의 안정이라는 희망적 서사를 가져옴과 함께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오랫동안 중동의 앙숙으로 갈등과 견제의 대상이 돼왔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 이념을 주변국으로 확산시키려는 이란의 움직임을 사우디 등 수니파 왕정 국가들이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간주했고, 2016년 사우디가 반정부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니므르 바크르 알-니므르를 비롯한 4명의 시아파 주요 인사를 테러혐의로 처형한 뒤, 분노한 이란 시위대가 주이란 사우디 대사관을 습격한 직후 사우디는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이후 최근까지 양국은 서로를 중동 지역 내에서 가장 위협적인 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렇다면 급작스러운 사우디-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의 배경은 무엇일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개혁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2030’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외 위협요소의 제거가 전제돼야 한다. 빈 살만의 확고한 영향력 안에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는 사우디 국내 상황과는 달리 가장 큰 외부적 위협의 핵심인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는 ‘사우디비전2030’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한편 2018년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 이후 더욱 악화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란의 입장에서는 이슬람 혁명 확산을 통한 중동지역 패권 확보 전략을 잠시 유보하고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실질적 경제이익을 택한 것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는 중동 지역과 미-중 관계의 역학구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 합의 이후 사우디는 10년 넘게 단절했던 시아파인 알라위파가 통치하고 있는 시리아와의 관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랍 국가들 간에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고 있는 점이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을 앞당긴 요인이다. 베이징 합의로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 베이징 합의로 중동 인프라 투자와 개발 진출의 확대와 함께 중동 석유와 가스의 안정적 구매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중동 관여를 줄이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자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에 큰 충격과 부담을 안겨줌으로써 중동지역 내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가 갖는 함의를 통해 복잡하게 얽힌 중동지역 내 역학구도의 변화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인천시론] 정당 현수막, 프리패스?

길거리를 걷다 보면 자주 보이는 게 있다. 바로 각 정당이 내건 현수막들이다. 현수막의 내용은 단순명료하다. 상대 정당이나 인물을 비하하거나, 특정 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루하루 생계에 쫓겨사는 국민들의 시선을 어떻게든 끌어보고자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은 기본이다. 여기에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얼굴과 이름까지 붙여 홍보에 열을 올리는 건 덤이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게 있다. 보통의 현수막은 지정게시대에 부착되는데, 정당 현수막은 사람이나 차량이 자주 오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지난 2022년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전만 해도 정당 현수막은 지자체장의 허가하에 정해진 기간 동안 오직 지정게시대에만 내걸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게시 기간이 지나거나,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내건 정당현수막은 지자체에서 일괄수거해 폐기처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국회는 정당활동의 자유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반발했고, 급기야 지자체장 허가 없이 어디든 정당 현수막을 내걸수 있도록 법 자체를 바꿔 버렸다. 국회의 역린을 건드린 대가는 이토록 가혹하다. 뒤늦게 행안부에서 시행령을 통해 게시 기간을 15일로 제한하긴 했지만 정치권은 15일마다 새로운 현수막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사실상 무제한 권리를 행사 중이다. 문득 정치권의 현수막만큼이나 길거리에 차고 넘치는 게 떠오른다. 유흥가 길바닥에 흩뿌려진 각종 불법업소 홍보전단이 그것이다. 굳이 둘의 차이를 찾자면 전자는 합법이고 후자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을 상대로 일방적 주장이나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강요하고, 거리의 미관을 해치며, 때론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더 많아 보인다. 소상공인들은 식당 오픈을 홍보하기 위한 현수막 하나 내거는 것도 쉽지 않다. 각종 규제에 치이면서도 그래도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이를 감내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소위 나랏일 한다는 정치인들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현수막 프리패스’의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생계와 정치인들의 표현의 자유, 굳이 이 둘을 비교형량한다면 무엇이 더 중요할까? 민초들의 생계를 돌보는 건 정치인들의 가장 큰 덕목임에도 왠지 그들의 정치에는 국민은 없고 오로지 정쟁(政爭)만 있는 듯하다. 환영받지 못하는 그들의 현수막, 과연 그 운명은 어찌 될지,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수원매교동-서흥여인숙

수원시 매교동에 있는 서흥 여인숙이다. 여관보다 한 단계 낮은 게 여인숙이었다. 모텔이나 호텔보다도 그야말로 여행자가 피곤한 짐을 풀고 하룻밤 묵어 가는 순수 숙소의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술만 판다면 옛날의 주막과 비슷한 영역 같은. ‘월세방 있음’ ‘특실완비’라는 간판과 알림 스티커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모습이 사뭇 정겹다. 40년 전 교동으로 처음 이주했을 때부터 봐 왔던 것 같다. 행랑채 안쪽으로 들어가니 하회마을이나 무섬의 고택에서나 볼 수 있는 ㅁ자형 구조의 방이 다닥다닥 마주하고 있었다. 이곳의 특실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의외로 방은 남아 있지 않다고 했는데 주로 중국인 노동자들이 월세살이를 하기 때문이었다. 방문 앞에 신발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이 서정적인 풍경을 오늘은 수강생 한이수씨가 그렸다. 정면 구도로 회화적이면서도 어반스케치적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그녀는 미대를 가지는 못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많이 받아 왔다고 한다. 필력과 색채 운용이 보통이 아니다. 늦지 않은 발걸음은 그녀가 즐겁고 행복하게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그 옛날 청춘의 색을, 하얀 도화지 위에 한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대] ‘유전자 변형’ 주키니호박 소동

보통 이맘때부터 씨를 뿌린다. 그리고 여름부터 수확한다. 미국 남부와 멕시코 북부가 친정이다. 줄기는 대부분 노란색이지만 가끔 분홍색도 있다. 수수께끼 같지만 조금만 더 설명해보자. 줄기의 위와 아래 끝이 제법 싱싱하다. 겉모양은 오이와 비슷하다. 껍질째 가열해 요리하는데 쓴맛이 은근하다. 씹는 질감은 가지 맛이다. 당질과 비타민A 등이 많다. 우리말로는 돼지호박, 외국어로는 주키니(Zucchini)호박이라고 불리는 작물의 이력서다. 애호박보다 크고 통통하다. 개화한 뒤 5~7일 지난 미숙한 열매를 먹는다. 무게가 150~200g 됐을 때 수확한다. 오이보다 조금 큰 정도다. 현재 전국 농가 3천500여곳에서 재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내에서 승인을 받지 않은 유전자 변형 주키니호박이 유통된 것으로 밝혀져 작은 소동이 일었다. 국립종자원은 국내에서 생산된 해당 호박 종자 일부가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종자 판매를 금지하고 수거·폐기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와 유통업체가 보유 중인 물량에 대해서도 판매를 중단하고 다음 달 2일까지 전량 수거·매입하기로 했다. 국립종자원은 앞서 올해부터 국내에서 신품종 등록을 위해 출원하는 해당 호박 종자에 대해 LMO 검사를 실시해 왔다. 검사를 통해 국내 한 기업이 새로 개발해 출원한 종자가 LMO로 판명됐다. 해당 종자는 다른 기업이 판매한 종자를 사용해 육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스럽게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은 해당 LMO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일반 호박과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작은 소동이었지만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유전자 변형에 따른 재앙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다. 자연 그대로를 임의로 바꾸려는 발상은 인류의 존립을 위협한다. 지구의 서사가 주는 준엄한 경고다.

더 빨라진 ‘기후재앙’ 시계… 산업계 ‘지각변동’ [미래 위협하는 ‘기후재난’ 공포]

“지난해 ㎾h당 32.3원이었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h당 51.6원으로 2.7배나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오르면 제조업체들은 다 문닫습니다.” 화성시에서 대기업 공기청정기나 정수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을 사출 성형하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성훈 대표(가명)는 인상된 전기요금에 울상이다.  김 대표의 회사처럼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양품(합격품)을 생산하기 위해 365일 24시간 공장 설비를 가동해 늘 일정한 온도와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폭염과 폭우, 혹한 등 해마다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위기로 인해 제조업체들의 전력 사용량과 설비 유지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최소 1대당 3억원가량인 설비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부품 교체 시기를 단축시켰다. 김 대표는 “여름철 사용량은 7만3천569㎾h, 난방 기구 사용량이 많은 겨울철엔 14만5천418㎾h로 2배를 사용하는데, 전기요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제조업체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화성에서 20년간 활성탄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양금덕 대표(가명)는 지난해 12월 폐업했다. 양 대표는 “활성탄은 재료들을 건조, 열처리 하기까지 200도에서 300도 사이 온도를 유지해야해 전력비가 만만치 않다”면서 “매출이 줄어든 상태에서 지출만 늘면 적자인데 더이상 사업을 이어갈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서 스테이플러 등 문구용품을 금형하는 오솔길 대표(39) 역시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난 불량품이 가장 큰 걱정이다.  오 대표는 “날이 너무 춥거나, 더워지면 제품 자체가 불량품이 생길 우려가 크다”며 “불량품이 다 손해로 잡히기 때문에 공장 수입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료 상승에 따른 어려움도 마찬가지였다. 오 대표는 “지난 달 전기료가 700만~800만원에 달한다”며 “경기가 어려워서 부분 라인 가동을 하는 데도 30%나 뛴 전기료에 놀랐다”고 했다. 이어 오 대표는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주물·열처리·금형 등 뿌리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탄소중립으로 인한 물가상승 문제는 전력요금을 통해 이미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과 탄소감축 의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단가가 충분히 안정화되기 전에는 전력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경기·인천의 광업·제조업분야는 전국(7만81곳)의 41.90%인 2만9천365곳으로 집계된 가운데 지난 2019년 인천에서 8곳의 업체가 사라지고 경기도는 132곳이 늘었다. 또 2020년에는 인천 27곳, 경기 68곳의 업체가 사라졌다. 특히 경기·인천지역 광업·제조업체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이 90%에 달한다. 이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에너지원 전환, 산업구조 변화 등 대응에 취약해 경제·사회적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도처럼 제조업 집약도가 높으면, 탈탄소를 목표로 산업을 바꾸는 과정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기후 심각성 알지만… 아직 갈 길 먼 ‘탄소중립’ [미래 위협하는 ‘기후재난’ 공포]

■ 아직도 갈 길 먼 경기·인천‘탄소중립’ 기후 위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탄소중립의 핵심요소는 재생에너지다. 하지만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저탄소 청정에너지원으로 전환하게 되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광업·제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가 확실히 자리매김한 듯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새로운 시스템의 중추로 안착하는데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산적해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절삭공구 제조업을 운영하는 이태성(가명)씨는 2년전 회사 주차장 한켠에 40㎾짜리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정부지원금을 준다는 말에 설치를 알아봤지만 제조업체 부지가 생활근린시설로 구분돼있어 혜택을 볼 수 없었다. 결국 5천만원 대출을 받아 설치했지만 생각보다 적은 수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씨는 “지구 온도가 이미 많이 올라갔다는 거 잘 알고 있다. 태양광이라던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50평 규모의 주차장 한켠에 설치했는데, 오히려 대출금 이자보다도 수익이 나지 않아 설치를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내에는 탄소중립 참여를 거부하는 문제와 다르게 참여 자체는 동의하지만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필요한 자금 및 정보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 제조업이 상당수다. 지난해 12월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특성 및 탄소중립 대응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지역 제조업체의 89.7%는 기후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체의 단 80%는 ‘탄소중립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인천지역 중소제조업체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온실가스 배출 관리제 등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 중소 제조기업은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여건 등으로 인해 탄소중립 실천이 어려운 셈이다. ■ 뒤늦은 대책들 쏟아내고 있지만 최근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정부에 발맞춰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민선 8기 공약 과제로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 추진’을 담았다.  하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도내 정책을 보면 아직까지 시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 지난 2021년 발족한 ‘경기도 기후대응 산업전환 특별위원회’의 논의를 토대로 발표한 경기도형 탄소중립 사업의 녹색전환 대책을 제시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 탄소중립펀드 1호’를 조성했고 이후 ‘경기도 ESG경영 활성화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경기도는 올해 기후대응기금을 만들기 위해 용역 중이고, 이것을 활용해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된 부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인천시 역시 총 9억5천만원으로 제조업 중소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 녹색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벤처기업 등에 국한돼 있다.  노후화와 영세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영세 뿌리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 정의로운 전환, 공공성 기반 에너지 전환 바탕돼야 다양한 현장 목소리와 산업계 현실을 반영한 좀 더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목표 수립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책 일관성에 대한 우려와 형평성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중소 제조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과 로드맵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 지역차원의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 시스템도 내놓았다. 이는 지자체가 나서서 중소기업 탄소중립 대응 지원체계를 꾸리고, 중소기업의 저탄소 전환이나 탄소중립 경영 확산을 위한 목표와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경기연구원이 발행한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경제산업분야의 쟁점과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생산공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생산공정을 전환하는 등의 참여가 필요하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소 및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업종인 고탄소 업종을 중점관리 업종으로 선정해 우선적으로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정책 시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래 새로운 먹거리나 성장 동력을 찾도록 해주는 것이 경기도형 정의로운 전환인데 충남도처럼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따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한준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나서서 중소 제조기업의 탄소중립에 대한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대기업이 RE100을 선언하면서 중소기업 협력사들도 따라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테크노파크를 토대로 실태조사부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새빛수원] 설렘 가득, 봄꽃 마중... 수원 봄꽃 명소 10선

벚꽃은 완연한 봄을 체감시켜 주는 전령이다. 춥고 덥기를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나뭇가지에서 분홍빛 꽃잎이 팝콘처럼 열리기 시작하면 ‘아, 진짜 봄이구나!’ 하고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꽃구경을 서둘러야 하는 시민들을 위해 수원특례시가 선정한 봄철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 북수원 대표 벚꽃 명소, 만석공원 계절마다 아름다운 정취를 자랑하며 사계절 명소 리스트에 매번 이름을 올리는 만석공원의 백미는 봄이다. 만석거(저수지) 둘레를 따라 자리 잡은 왕벚나무들이 꽃을 피우면 사방이 화사해지고,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장관이 펼쳐진다. 탁 트인 공간 덕분에 벚꽃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은 카메라로 담지 못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한다. 지난해 공원 일부 구간이 정비돼 새로운 공원 풍경을 찾아 즐기는 재미도 있다. 특히 다음 달 7, 8일에는 장안구가 주최하는 ‘2023 만석거 벚꽃축제’가 열린다. 음악회, 버스킹,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돼 5년 만에 생동감 넘치는 봄 축제를 즐길 수 있다. ■ 근경도 원경도 모두 분홍길, 광교마루길 광교산 초입에 자리 잡은 광교저수지 둘레를 따라 조성된 광교마루길은 말 그대로 ‘꽃길’이다. 1.5㎞가량 이어진 덱길 위로 왕벚나무 가지들이 팔을 뻗고 있어 마치 꽃으로 만든 양산을 쓰고 있는 듯하다. 광교마루길에서는 한 편에 저수지, 한 편에 꽃나무를 두고 걷는 동안 시야가 닿는 어디든 벚꽃이 가득한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 도로마다 화사한 꽃길, 금곡로 일대 서수원권역 호매실지구는 이맘때면 ‘벚꽃신도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벚나무가 많다. 개발되기 전에도 가로수가 벚나무였고, 개발 당시 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벚나무를 가로수로 식재해 인도와 중앙분리대 등 곳곳이 벚나무 천지다. 덕분에 봄이면 호매실지구는 하얀 꽃으로 장식된 길이 계속 이어진다. 특히 칠보산 방면 대규모 공동주택단지 외곽쪽에는 오래된 왕벚나무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인근 주민들이 사랑하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 생태하천의 화려한 변신, 황구지천 황구지천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수원의 벚꽃 명소다. 수원델타플렉스 뒤편에 자리 잡고 있어 평소에는 주변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적한 제방이지만, 봄이면 화려하게 변신한다. 오목천교 부근부터 고색뉴지엄을 지나 솔대공원까지 2㎞가량 꽤 긴 구간을 오래된 벚나무들이 벚꽃 터널로 만들어준다. ■ 꽃비를 맞으며 즐기는 소풍, 서호천 더함파크부터 여기산 공원을 지나 화산교와 동남보건대까지 이어지는 서호천 일대도 벚꽃으로 봄을 만끽할 명소다. 3㎞가량 서호천을 따라 왕벚나무가 줄지어 있어 산책을 해도 좋고, 도로에서 내려다보기에도 좋다. 시작점으로 추천하는 옛 농촌진흥청 내부도로는 왕벚나무 규모가 커서 특히 아름답다. 또 키가 큰 왕벚나무와 그보다 작은 자두나무가 교차하고 있어 분홍빛 꽃과 하얀 꽃이 조화를 이룬다. ■ 출퇴근길도 지루하지 않게, 권선로 일대 수원역에서 호매실IC를 연결하는 권선로 서쪽 방면 양쪽은 벚나무가 즐비하다. 서수원권역에서 수원 도심 쪽을 지나는 길목에는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차량이 몰려 평소 잦은 체증이 빚어지는 곳이지만, 봄에는 도로변 벚꽃이 짜증을 완화시켜 준다. 특별한 봄꽃놀이를 계획하지 않아도 쭉 뻗은 도로를 따라 만개한 벚꽃을 보면 봄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진달래와 개나리도 함께, 수원월드컵경기장 뒷길 ‘빅버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 뒷길도 봄을 즐길 수 있는 좋은 벚꽃길이다. 경기장 앞쪽에서는 언덕만 보이지만 뒤쪽으로 돌아가면 보조경기장 사잇길 양쪽으로 모두 왕벚나무가 잘 자라 있다.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 벚꽃이 더욱 화사하게 보이고, 적당한 구간(편도 약 700m)에 관리도 잘된 편이어서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 수원지역 대표 벚꽃놀이 장소, 팔달산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명소로 손꼽히는 팔달산은 올해도 화사한 꽃놀이로 기대를 모은다. 경기도청은 이전했지만 청사 인근 팔달산 회주도로와 나무들은 남아 옛 모습 그대로 만개한 벚꽃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팔달산 둘레를 따라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가 가득한 봄꽃 천지다. 특히 세계유산 수원화성 성벽을 배경으로 벚꽃잎이 흩날려 어우러지는 장면은 다른 벚꽃 명소들과 비교할 수 없는 팔달산만의 특별함으로 꼽힌다. 내달 7~9일에는 벚꽃축제가 예정돼 있다. ■ 일상을 특별하게 물들이는 매력, 매탄로 일대 영통구청 근처에 위치한 매탄로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벚꽃길이다. 영통구청 주변 매탄4지구는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소나무 등 밝고 화려한 꽃과는 거리가 먼 푸른 가로수가 주를 이루는데, 매탄로만큼은 왕벚나무가 식재돼 봄에 유독 화려하다. ■ 신상 명소 꿈꾸는 철쭉동산, 광교호수공원 수원의 신흥 명소인 광교호수공원에는 ‘신상 명소’가 준비됐다. 신대호수 쪽에 새로 조성된 철쭉동산이다. 부채꼴 철쭉동산의 전체적인 모습을 즐기려면 호수 반대편에서 조망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