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발전의 핵심은 기업가정신과 투자다.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추구하며 이는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부나 정책이 시장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누가, 언제, 어떤 혁신을 성공시킬지 알 수 없으므로 정부가 개입해 특정 집단을 유리하게 만들거나 불리하게 제한하면 기업가정신의 실험을 저해하고 부의 창출 기회를 잃게 된다. 그렇다면 역동적인 시장경제를 작동하게 하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의 역할과 기업가의 역할은 다르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가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자유롭게 밤낮으로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찾아 경제발전의 역동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권력과 결탁한 이익 추구가 아니라 누구든지 혁신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기영합적 자원 재분배를 억제하고 정부 간섭을 줄이며 공무원의 책임감과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당한 기업 이윤과 부정부패에 의한 부의 축적이 다르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특권층이 승패를 결정하는 시장에서는 혁신도, 공정한 경쟁도, 지속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산업정책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보 비대칭성이 큰 현실에서 정부는 특정 산업을 지정하기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은 중요하지만 어느 분야가 주도할지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정부는 특정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모든 신산업의 출발점이 될 전체 생태계에 필요한 기반 시설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공급, 인력 확보, 교육 등 기반 시설의 확충과 정비다. 인력양성, 전력망의 스마트 그리드화, 안정적·친환경적 에너지 확보, 전력저장기술 개발, 송배전망 개선 등은 단순한 에너지 문제를 넘어 모든 신산업의 기반이다. 새 정부는 산업 기반 현대화를 국정 과제로 삼아 민간이 마음껏 혁신할 수 있는 제도와 기반 시설을 마련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기업가정신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규제 혁신도 기업가정신 회복의 핵심 과제다.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많은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중심으로 재설계해 정보와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제도화하면 참여자들은 동등한 정보 획득 기회의 기반에서 공정하게 경쟁해 기업들이 예측할 수 있는 환경에서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성과에 따른 차별적 동기 부여 기능을 통해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도록 경쟁하게 만드는 생태계이지만 동기 부여 기능이 취약하다. 동기 부여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경기의 명확한 법과 제도로 전 국민이 규칙을 잘 지키면서 활기차게 뛰어 경제를 활력 있게 만들도록 관리해야 한다. 성공의 보상은 강화하고 실패는 함께 감내하는 제도를 마련해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 환경 속에서 누구나 혁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의로운 경쟁과 창의적 파괴가 일상화되고 잠재된 기업가정신이 깨어날 때 우리 경제는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살아 있는 나라는 혁신과 포용이 균형 잡힌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
뽕나무의 꽃말은 ‘지혜’, ‘봉사’다. 뽕나무는 누에를 키우는 사람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식물이다. 옛날에 뽕나무는 누에의 먹이로만 알았는데 최근에는 동충하초, 상황버섯 등 뽕나무로부터 유래된 각종 기능성 산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뽕나무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처진뽕나무는 정원이나 공원에 관상용으로 종종 쓰인다. 뽕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처진뽕나무는 정원에 심을 때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 심는 것이 좋다. 꽃은 6월에 피고 꽃이 진 뒤 바로 검은 열매(오디)가 열린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햇살이 잎새 위로 물들어 오는 유월 바람은 연초록 옷을 입고 빛바래 가는 장미 곁을 지난다 라일락 향이 머무는 골목 끝에 여름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아파트 벽들이 뜨거운 숨을 내쉬고 아스팔트 위로 열기가 두껍게 내려앉는다 그림자처럼 몸을 눕히는 유월의 끝, 세월은 또 한걸음 여름으로 간다 김도희 시인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2023년 ‘시인마을 문학상’ 수상 시집 ‘나의 현주소’
전쟁 소식이 끊임없이 들린다. 지난 수년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 소식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니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에 미국이 무력으로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 세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갔다. 다행히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하면서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다시 시선을 가자지구로 돌려 하마스 해체를 명분 삼아 지난 24일에도 구호물자 배급을 기다리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총을 난사해 40여명이 숨졌다. 전쟁을 일으키고 또 거기에 개입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종교적, 인종적, 민족적, 이념적, 정치적인 갖가지 이유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 명분은 대부분 자기중심적 편견과 우월의식에 젖은 차별의 논리에 기초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 명분의 이면에는 침략자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이 그렇다. 네타냐후는 자신의 정치적 권력 유지와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인의 민족적, 종교적 편견을 십분 활용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집단학살(Genocide)마저 정당화하려 한다. 세상의 암담함은 이런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우리 사회를 비롯한 주류 세계가 보이는 무감각한 반응이다. 국제뉴스의 한구석을 장식할 뿐인 이런 소식을 사람들은 대부분 한 귀로 흘려넘긴다. 한국의 경우 우리에게서 너무도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우리는 우리 이웃의 억울한 죽음에도 무심할 때가 많지 않은가.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의 생존이 우선이니 다른 이의 어려움을 돌아볼 겨를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한, 이런 학살에 대한 사람들의 무심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 사회가 냉혹할수록 사람들은 생명의 가치를 그저 수량으로 헤아릴 뿐이다. 예컨대 사람들의 쌀이나 소에 대한 관심은 그저 쌀값이나 소고기 가격이며 사람도 재산이 얼마나 많고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그 가치를 평가한다. 이런 가치 기준은 급기야 인명(人命)의 가치를 헤아리는 데까지 적용된다. 어떤 전쟁으로 몇만 명이, 어떤 사고로 몇백 명이 사망했다고 하면서 그 일로 인해 우리에게 어떤 경제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하는 헤아림이 그것이다. 물론 인명 피해는 수치로 헤아릴 수 있다. 하지만 생명의 가치가 그렇게 수치로만 파악될 수 있는 것일까. ‘쌀 한 톨의 무게’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부른 홍순관은 쌀 한 톨 안에는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 그리고 농부의 새벽 등 우주의 무게가 담겨 있다고 읊조린다. 쌀 한 톨이 응축한 무수히 많은 자연의 자연력과 인간 노동력의 가치는 쌀값으로 결코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 인간의 생명도 마찬가지다. 인간 생명의 ‘무게’를 그 사람의 키나 체중, 시험점수, 재산 등으로는 전혀 헤아릴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저 쌀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무게’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개개의 ‘우주’를 함부로 살상하거나 그 살상을 방관하는 이들은 모두 생명의 ‘무게’를 자각하지 못한 자들이다. 이 세상에는 어떤 이유로든 함부로 죽여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존귀한 우주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들어 넘기기에 편한 표현은 아니다. 그 상대가 한국은행 총재라서 더 그렇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했다. “할 말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흔히 본 적 없는 여당 지도부의 한국은행 총재 직격이다. 23일 있었던 이창용 총재 발언을 지목했다. 18개 시중은행장들과의 만찬에서 나왔다. “주택 시장 및 가계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이다. 5월 말 대비 3조9천937억원 증가했다. 일평균 대출 잔액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 총재가 말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시중은행장들과의 회동 자리니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위원은 ‘오지랖’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이 위원 지적의 근거는 한국은행 총재 발언의 중량감이다. “시장 구두개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목받을 만한 이 총재의 발언이 몇 개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 관련이다. 추경에 포함될 민생 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말했다. 알다시피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새 정부 출범 첫 주부터 당정이 밀었다. 균등 지원, 선별 지원, 선택 지원 등이 토론됐다. 그 와중에 18일 보도된 이 총재의 견해다. “재정 효율성 면에서 볼 때 선택적인 지원이 보편적인 지원보다 어려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다.” 물가안정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 결정에 대한 주제 넘는 관여’로 비쳤나. 어느 것이든 딱히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당부할 수 있다. 18일 발언도 기자 질문에 낸 답변이다. 대통령의 결정도 그 뒤 ‘선택 지원’으로 갔다. 그럼에도 이 위원에겐 ‘경고해둬야 할 행위’로 보인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낮설다. 그 어색한 모습을 이언주 최고위원이 연결시켜 줬다. 이 위원 개인의 일회성 의견 표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당의 방향성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국회(입법)·정부(행정)를 장악한 이재명 정부다. 가장 큰 정책 방향이 통화를 통한 국정 운영이다. 이 통화 정책의 수장이 한국은행 총재다. ‘관리’가 필요했다고 여겼을 수 있다. ‘오지랖’의 당사자격인 한국은행에는 더욱 그렇게 해석됐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했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했다.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경제 정책을 다짐했다. SOC 조기 투자와 부동산 PF 시장 지원을 통한 경기 활성화 방안도 밝혔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민생지원 배경도 설명했다. 재정 정상화를 위한 과감한 세입 경정 구상도 밝혔다. 특히 각종 지원 정책의 배경으로 위기 경제에서의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끈 것은 야당을 대하는 모습이다. 연설 내내 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구했다. 야당이 원하는 예산도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가 추경에 담지 못한 내용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견을 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한 별도의 부탁과 약속을 남겼다.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기 부탁드린다.” 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연설 전 환담장에서도 목격됐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환담했다. ‘정치는 공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며 여야 협치를 당부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위원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또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회의장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12차례 박수가 있었지만 야당의 박수는 없었다. 그러자 “이러면 쑥스럽다”며 웃어 넘겼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비교적 차분했다. 이 대통령 입장 때는 모두 일어섰다. 연설 도중에 야유나 고성은 없었다. 이 대통령이 ‘예산에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달라’는 부분에서 웃음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은 연설 뒤에 야당 의원석을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권선동 의원이 ‘김 총리 후보자는 안 된다’고 두 번 말하자 팔을 툭 치기도 했다. 김종민 의원과는 사진도 찍었다. 대표적인 비명계 무소속 의원이다. 정치적으로 계산된 모습일 수 있다. 막 취임한 대통령의 도리이기도 하다. 의미를 부여하는 데 과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비교되는 현실은 있다. 여야 대치가 극에 달했던 최근 몇 년이다. 시정 연설은 야유와 푯말로 채워쳤다. 연설을 하지 않는 초유의 일도 있었잖나. 대통령도 야당도 그저 대립만 했다. 그런 3~4년이 계속되던 터였다. 정치적 셈법이 있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어제 모습을 편안히 본 국민이 많다.
“평지에 지여두 절은 절인디, 대복이라구 보는 것보덤 허는 게 낫은 줄 모를 거여. 준배 아버지는 대복이 역성을 들고픈 눈치였다. 보리밥풀루 잉어를 낚자는 심뽀지, 금개구리는 어떻고. 츤헌 짐승일수록 새끼버텀 깐다더니 되다 만 것이 인저 사람 도둑질루 들어섰단 말여.” 고(故) 이문구 작가의 연작소설 ‘관촌수필(冠村隨筆)’의 첫 구절이다. 이 대목에서 눈에 띄는 생물이 있다. 금개구리다. 좀 더 들여다보자. 길이는 6㎝ 남짓하다. 등에 금줄이 있다. 고막과 등의 옆줄에 있는 융기선은 연한 갈색이다. 배 쪽은 누런빛을 머금은 붉은색이다. 색의 스펙트럼이 넓다. 주둥이는 앞 끝이 둥글다. 콧구멍은 타원형이다. 여간해선 잘 울지 않는다. 울음주머니가 없어서다. 다른 개구리들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녀석들이 많이 사는 곳에 가도 고요하다. 여름 밤에도 말이다. 고양이나 광명 등지의 저지대 습지에서 서식하지만 도로 건설 및 농지 감소, 수질 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 어렸을 적에는 논이나 웅덩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참개구리한테도 밀리면서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됐다. 최근 금개구리 복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성과(경기일보 23일자 2면)를 내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금개구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수생식물원 일대에 준성체 금개구리 600마리를 방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 결과다. 최근까지 920여마리가 안정적으로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복원사업은 금개구리를 과거 서식지에 재도입해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다. 생물다양성 증진 및 서식지 복원을 위한 생태학적 연구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수생식물원 일대는 국립생태원이 설립되기 전에 논으로 쓰였던 습지였고 금개구리가 발견된 곳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복원 성과를 바탕으로 복원 성공 본보기를 확대할 계획이다.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 곁에서 계속 있길 기대한다. 그게 공존의 가치다.
중국 내몽골 ‘엘렌하오터’를 출발해 남쪽으로 460㎞ 떨어진 산시성 ‘다퉁(大同)’으로 향한다. 시베리아와 몽골고원 통과까지 약 5천500㎞를 달려왔다. 오늘부터 중국 영토의 실크로드 시안, 난저우, 둔황, 투루판, 쿠차, 타클라마칸사막, 카슈가르, 파미르고원을 지나갈 것이다. 오늘 중국 내몽골 자치성 고비사막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7월 고비사막의 한낮 기온은 매우 높다. 광대한 사막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우리나라 봄철 황사(黃砂) 발원지를 지나고 있다. 놀라운 것은 460㎞에 이르는 고비사막의 고속도로 양옆으로 무성한 ‘가로수 숲’이 조성돼 있다. 한 그루씩 심은 가로수가 아니라 넓은 폭으로 ‘가로수 숲’을 조성해 놨다. 소나무, 포플러나무, 백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도로 옆에 넓게 숲처럼 조성돼 있다. 멀리서 물을 끌어와 매일 물을 줘야 나무가 자라는데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다. 사방 지평선이 펼쳐져 있는 넓은 사막의 텅 빈 하늘에 새 한 마리 안 보인다. 몽골고원, 고비사막의 원시적 자연의 기(氣)를 흠뻑 받으며 달린다. 황량한 사막의 단순함과 광대함은 세속의 마음을 비우게 만들고 우리 마음도 자연의 일부로 순화되는 것 같다. 몇 시간씩 텅 빈 광야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내몽골 고비사막을 400㎞ 이상 지나 산시성 다퉁 가까이 왔다. ■ 뉴욕타임스 선정 세계 10대 위험한 건물, ‘현공사’ 숙소로 가기 전 다퉁시 외곽에 있는 타이항산맥 헝산의 ‘현공사’로 향한다. 오늘은 토요일 오후다. 현공사 입구부터 중국인 관람객이 인산인해다. 뉴욕타임스가 2010년 ‘세계에서 가장 기이하고 위험한 건물 10선’을 선정했다. 헝산 현공사는 피사의 사탑,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 등과 함께 선정돼 유명해졌다. 1400년 전 선비족이 북위 시절에 세운 오래된 사찰이다. 토요일이라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절 목조건물까지 못 올라가고 계곡 건너편에서 바라만 봤다. 당시 이곳 다퉁은 흉노족 이후 몽골고원의 강자인 선비족이 세운 북위의 수도였다. 중국이 오랑캐라고 부르던 선비족이 세운 북위는 불교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현공사는 유불선(儒佛仙) 세 종교의 성인인 공자, 부처, 노자 세 분을 모시고 있다. 세 사람 성인을 한곳에 모시고 기원하면 복을 세 배 받을 것이라는 유목민의 단순한 생각이 엿보인다. 절을 지탱하고 있는 현공사 나무 기둥은 30m의 가느다란 나무를 오랫동안 기름에 절여 만들었다. 기둥이 낡으면 수시로 교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바위 절벽 하단의 빨간색 ‘장관(壯觀)’ 글자는 당나라의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태백(李太白)이 이곳에 와서 쓴 글씨라고 한다.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을 음미해 본다.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타이항산은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전설이 깃든 산이다. 아주 먼 옛날 태행산과 왕옥산 산속에 사는 90세 노인이 높은 산을 넘어 다니는 것이 불편해 산을 평평하게 깎아 길을 내기로 결심했다. 모든 사람이 노인을 우공(愚公), 즉 어리석은 사람이라 불렀다. 노인은 동네 사람의 비웃음에 굴하지 않고 내가 못 하면 아들, 손자, 손자의 손자 등 계속하면 언젠가 길을 낼 수 있다고 말하며 산을 깎기 시작했다. 태행산 산신령이 우공의 우직함에 감동해 산을 옮겨 주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라 한다. ■ 비단이 ‘로마’로 가게 된 역사적 사연 로마의 명장 ‘카이사르(율리우스 시저)’의 비단 사랑은 대단했다고 한다. 카이사르는 당시 최고급 사치품인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위신을 과시했다. 당시 로마의 귀족 여인 사이에 비단옷이 대유행이었다. 속이 비치는 비단옷을 많이 입어 보수적인 원로원 의원은 풍기문란을 걱정하며 여성의 비단옷 착용을 금지했으나 소용 없었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비단이 어디서 오는지, 누에가 뽕잎을 먹고 만드는지를 몰랐다. 어떻게 비단이 험난한 대륙을 지나 로마제국 수도로 팔려 갈 수 있었을까. 역사적 사건은 한나라 건국자 유방의 평성의 치욕을 뜻하는 ‘평성지치(平城之恥)’다. 한 고조 유방은 항우를 토벌하고 한나라를 건국한 영웅이다. 기원전 200년 한 고조 유방은 30만 대군을 이끌고 흉노족을 정벌하러 ‘평성’(현재의 다퉁)에 왔다. 당시 흉노족 선우(왕) ‘묵특’은 4만 군사로 맞선다.묵특의 유인계에 빠진 유방은 포로가 될 위기에 처했다. 유방은 묵특선우의 부인에게 뇌물을 바치고 간신히 탈출에 성공해 목숨을 부지했다. 패배한 유방은 흉노족과 형제지간(한나라가 형, 흉노가 아우) 화친을 맺는다. 유방은 공주를 흉노왕에게 시집(‘화번공주’의 시초)보내고 매년 엄청난 양의 비단, 은화, 곡식 등 공물을 바치기로 약속한다. 흉노족이 받은 비단은 초원의 길을 오가는 상인들을 통해 로마제국까지 간 것이다. 한나라에서 흉노족에 시집간 화번공주 중 중국 4대 미녀로 꼽히는 ‘왕소군’이 있다. ‘왕소군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왕소군의 아름다움에 취해 날갯짓을 멈추고 땅에 떨어졌다’는 비유가 유명하다. 화공이 뇌물을 안 준 왕소군 초상을 추하게 그려 흉노왕에게 시집가도록 선발된 것인데 떠나는 날 임금이 절세미인임을 알고 초상화를 잘못 그린 화공을 처벌한 일화로 유명하다. 2천여년 전 흉노족의 비단 역사를 생각하며 다퉁에 도착했다.
어느 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그날, 빗물은 반지하에 살던 우리 이웃의 삶을 앗아갔다. 그날 도심의 배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홍수 같은 물이 저지대로 몰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인재였지만 누구도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같은 비를 맞았음에도 누구는 잠깐 불편했고 누구는 목숨을 잃은 것처럼 기후 위기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지구 온난화 관련 각종 과학적 수치가 쏟아지지만 기후 위기의 실체는 그 수치 뒤에 있다. 도심 외곽의 노후 주택, 에어컨이 없는 쪽방,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 등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깊은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기후 위기는 생태 문제이기 전에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한 불평등의 문제인 것이다. 폭염도 폭우와 다르지 않다. 냉방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 종일 창문만 열어 놓고 열기를 참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상당수가 65세 이상의 홀몸노인이다. 냉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에도 그것을 뒷받침할 공적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 에너지바우처제도나 폭염 쉼터 정책은 있지만 수혜 범위는 제한적이고 접근성이 낮다. 이러한 기후 위기의 불평등은 도시와 농촌, 계층, 주거환경, 국적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다.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가 컨테이너에 살며 폭염과 폭우로 인한 위험에 노출된다. 고온에서 농작업을 이어가는 노령층은 탈진과 열사병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닥칠 피해가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일상이 되고 있고 그 위험 또한 구조화돼 간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은 보다 명확히 기후 불평등에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 차원에서 기후 취약 계층의 정의 등 기후 행정 시스템을 확립하고 이들을 우선 보호하는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폭염이나 한파 등 기후 재난 상황에서 단순한 대피소 제공을 넘어 주거환경 개선, 냉난방비 지원, 방문 돌봄 서비스 확대 등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후 재난 대응 시스템을 지역 실정에 맞게 세분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전국 단위 경보만으로는 각 지역의 취약한 상황을 반영할 수 없다. 예컨대 저지대에 위치한 동네나 노후 주택 밀집 지역, 하천 인근 비주택 거주지를 우선 기후 행정 시스템 관리 구역으로 지정하고 사전 점검과 긴급 대응을 체계화해야 한다.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지정하고 훈련까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교육과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기후 정의라는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단순히 지구를 위한 실천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누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어떻게 사회가 이를 막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흔히 기후 위기는 모두의 문제라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실이다. 그것은 모두의 문제가 맞지만 그 재앙은 항상 약한 이들에게 먼저 닿고 지금까지 대응은 그 불균형을 바로잡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시대의 정의란 단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누가 가장 아픈가를 먼저 살피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 질문에 응답하고 있는가. 혹시 못 본 척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