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核 참사 33년, 이웃나라 덮친 재앙
독일 농산물에 세슘 검출 ‘먹거리 불신’ 팽배
정부, 오염물질 처리 막대한 비용 퍼부어
원전 사고는 인명뿐 아니라 물과 농산물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세계 4위의 경제 대국 독일도 주변국 원전 사고로 인해 총 3억6천400만유로의 직접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지우기 위해 유무형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들었다. 원전 사고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반 시민들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독일의 남부의 대표적인 도시 뮌헨을 찾았다. 전통 시장인 빅투알리엔에서 체르노빌 사고 이후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아직도 하고 있는 상인과 시민들을 인터뷰 했고, 탈핵 관련 전문가인 미란다 슈로이어 뮌헨 공대 교수를 만났다.
■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먹거리 우려… 시민들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를 생생히 기억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1천㎞ 떨어진 독일과 북유럽 등에서도 방사능 피해에 의한 먹거리 안전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200년 넘는 뮌헨 전통시장 ‘빅투알리엔’은 뮌헨의 중심인 마리엔 광장에서 매우 인접한 유서 깊은 시장이다.
7월 8일 오전 9시께 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들 중 일부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를 생생히 기억하거나 가족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30여년간 채소 가게를 운영해온 빅터 발데르씨(58)는 “집안 가업으로 93년도 부터 채소가 가게 일을 도왔는데 당시 시민들의 먹거리 불안은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독일 남부뿐 아니라 동유럽 목축지대에서 온 우유와 고기 등도 불신감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시민 레니 발렌슈타인씨(36)는 “할머니와 어머니에게서 체르노빌과 가장 멀리 떨어진 프랑스와 스페인산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도 동유럽산은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아직도 먹거리 불안은 남아있다. 하지만 33년이 지났고 독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방사능 우려는 많이 희석됐다.
독일은 이런 문제를 반면교사 삼아 주변국의 원전 폐쇄 등 탈핵 운동을 도와 원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1천㎞ 밖에서 날아온 체르노빌 방사능, 독일 숲과 들판에 악영향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1천㎞ 떨어진 독일에 날아온 방사능 낙진은 독일 남부를 포함해 곳곳에 영향을 끼쳤다.
방사능 물질인 세슘 137이 특히 영향을 준 지역은 남서부 잉골슈타트의 도나우습지(Donaumoos), 바이에른주 가르미시-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 그리고 바이에른 숲이다. 여전히 현재 이 지역의 버섯과 야생돼지를 먹는 것은 위험하다.
농업에도 큰 손실이 발생했다.
사고 이후 독일 시민들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야외를 출입하거나 농산물을 섭취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이 같은 먹거리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는 시민들의 불신을 낳았다.
■ 독일, 방사능 오염 제거 등에 막대한 비용 투입
독일은 이를 해결하는데 많은 다른 비용도 지불했다. 얀 베커(Jan Becker)의 원자력 비평 그룹인 ‘아우스게슈라흐트. 데(Ausgestrahlt.de)’가 포스팅한 지난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비용에는 체르노빌 석관 건설에 대한 9천700만 유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2천600만 유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의 방사능 측정에 약 700만 유로, 방사능 오염 제거에 3천400만 유로, 1986년에서 1995년 사이에 농부들에게 보상금으로 약 2억 유로가 투입됐다.
뮌헨 공대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
“獨 원전 단계적 폐쇄… 재생 에너지로 전환”
-독일의 원전 폐쇄 결정은.
원전의 단계적 폐쇄 결정은 2011년 6월 11일 정부 내각 결정에서 이뤄졌다. 그 결정은 먼저 원자로 8기를 폐쇄한 뒤(변압기의 오작동으로 2009년 비상 폐쇄된 가장 오래된 원자로인 Krummel를 포함) 다음 해 나머지 9기의 원자로를 폐쇄하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의회의 양원에 의해 승인됐다. 나머지 9기의 원자로 폐쇄는 다음과 같이 계획됐다.
2015년 그라펜라인펠트(Grafenrheinfeld), 2017년 그룬트레밍(Grundremming B), 2019년 필립스부르크(Philippsburg 2), 2021년 브록도르프(Brokdorf), 그론데(Grohnde) 그룬트레밍(Grundremming C), 2022년 이사르(Isar 2), 네칼베슈테임 운트 엠덴(Neckarwestheim, and Emden) 등 9기다.
-탈원전은 왜 필요한가.
원전을 포기해야하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인재, 자연재해, 테러 위협은 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Three Mile Island, Tokaimura(우라늄 재처리시설),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중대한 사고를 목격했으며, 그 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사고들도 있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핵 연구개발과 원자로 개발에 들어갔다. 이것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개발을 막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원전을 탈피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핵을 개발하지 않거나 폐기하기로 결정한 국가와 지역, 재생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장려하는 곳은 대표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유럽 덴마크,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이 있다.
-원전 안전을 위한 주변국과의 연계는.
유렵 원자력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원자력과 핵융합에 관한 연구를 추진한 유라톰(EURATOM) 조약은 원자력 안전 기준과 감시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독일은 유라톰조약을 통해 원자력 안전 문제와 관련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독일이 유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원전 안전과 탈핵에 대한 유럽의 분위기는 잘 형성돼 있는 상태다.
국가 및 지역 수준의 재해 관리 기관은 수년에 한 번 원전을 중심으로 재해 관리 훈련을 한다. 주변국과의 연합 훈련도 있다. 한국도 주변국과의 소통을 통해 원전 사고 훈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 비용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비용문제에도) 국민의 뜻이었기 때문에 원전 폐쇄는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지난 2016년 독일 헌법 재판소는 에너지 기업(RWE, Vattenfall)이 원전의 조기 폐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다.
실제 지불액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10억 유로 정도로 추산된다.
원전 노동자를 돕는 다양한 정책들도 추진 중이다. 독일 전역에서 폐쇄된 원전 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돕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다. 원전 해체와 핵폐기물 처리에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므로 전업이 가능하다.
- 탈원전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주변국과의 노력은.
2000년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율은 6%, 2010년에는 약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까지 그 비율은 23.5%를 달성했고 2018년 약 37%의 전력량을 생산했다.
수십년 간 소통해온 다른 유럽 국가들도 공동체 정신으로 함께 하고 있다. 스위스는 2034년까지 원자력을 단계적으로 폐기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와 덴마크는 원전 자체가 없다. 이들 국가도 재생가능한 전력 용량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다만 주로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폴란드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미비해, 꾸준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
재생 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원전을 줄여 더 많은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다.
한국 독자적으로만 탈핵을 추진할게 아니라 주변국인 중국·일본과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주재홍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