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에 낙인 찍힌 성소수자… "혐오는 방역의 장벽"

“성 정체성 때문에 전염병이 확산하는 게 아닙니다. 시민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는 행태를 멈춰주세요.”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날마다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파급효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

집단감염 주요인에 ‘게이 클럽’과 ‘블랙 수면방’이 꼽히고 있기 때문인데,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17일)을 앞두고 시민ㆍ인권단체 등은 혐오를 조장하지 말라며 맞서는 중이다.

15일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 온라인 상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내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진정세를 타던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7일 ‘게이 클럽’으로 지칭되는 이태원 클럽을 통해 다시 불이 붙으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악성 글과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모인 사이트에는 “게이 때문에 상권 다 죽었다”는 글이 3일 연속 ‘베스트’로 올라오는가 하면, 여느 커뮤니티에서도 “성소수자라는 방패 뒤에 숨지 마라, 성역이 아니다”라거나 “더러운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못 내게 해달라”는 등의 도를 넘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성소수자 커뮤니티 폐지 및 세무조사 착수’, ‘게이 클럽 공론화 요구’, ‘일반 수면실ㆍ찜질방을 둔갑한 게이 전용 찜방 폐지’ 등 청원 글이 잇따른다.

반면 이 같은 일반화가 반인권적이고, 코로나19 방역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거세다.

앞서 지난 14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역시 성소수자 혐오 확산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중지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산인권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전국의 각종 시민ㆍ사회ㆍ인권단체도 힘을 모은 상황이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발생한 재난문자만 봐도 상호명을 포함해 ‘게이 클럽’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마치 성 정체성 때문에 확산했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졌다”며 “방역을 위한 강제적 조치가 필요할지라도 그 시한과 한계는 명확히 해야 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과도한 혐오와 분노가 사태 해결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아느냐”며 “(성소수자들은) ‘잠깐 나와서 검사받고 가는’ 자체로 인생이 무너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전파한 책임은 성소수자를 차별해 온 우리 사회에도 있으므로 제대로 된 방역을 위해 검사 대상자들의 인권 보호에 좀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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