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파기환송심에서 판결을 선고받자 한동안 깊은 침묵을 지켰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한 뒤 이 부회장을 일으켜 세워 “징역 2년6개월 실형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특검 측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2017년부터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씨를 지원한 것이라고 보고 2017년 1월12일 첫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 끝에 두 차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고, 이 중 두 번째에 끝내 구속영장을 받아낸다. 수사 기간이 끝나는 2017년 2월28일 특검은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
구속기소돼 구치소에서 재판을 받게 된 이 부회장 측은 재판에서 ‘강압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정경유착’에 해당한다며 89억원 상당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2심은 이 부회장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액을 86억원으로 보고 다시 판결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 역시 대법원 판단과 맥을 같이했다.
특검과 이 부회장이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할 경우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되지만, 이미 1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거친 만큼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에서 구속된 첫 총수라는 타이틀에 이어 2번이나 구속된 총수라는 불명예 기록의 당사자가 됐다. 삼성 총수 일가의 사법 수난은 3대째 수위를 높여가며 이어지고 있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았다가 기소되지는 않았고, 이건희 회장은 재판까지 넘겨졌으나 구속은 면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판결이 ‘삼성 합병ㆍ승계 의혹’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건은 별개인 만큼 선행 사건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나머지 사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앞선 사건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거론돼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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