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퀴로 가는 세상] 돌고 도는 낭만시대

1890년대 처음 들어온 자전거 자동차 보급후 묻힐뻔한 추억
전용道 생기며 다시 인기몰이 지금은 여가 넘어 생활로 정착

▲ 꽃과 초록빛 나무가 가득한 봄을 만끽하며 몸도 자연도 건강하게 해주는 자전거에 빠져보자. 28일 남양주시 남한강변에 조성된 자전거길을 따라 동호인들이 시원스레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전형민기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자전거가 들어온 것은 1890년대라고 알려져 있다. 

이후 왕진을 가는 의사, 등하교를 하는 학생, 편지를 배달하는 우체부, 막걸리를 판매하는 술도가, 행복을 꽃피우는 연인들까지 자전거는 골목 곳곳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 1980년대를 전후해 네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두바퀴 자전거는 한때 사양길에 접어드는 듯 했다.

 

그렇게 어린시절의 향수로 남을 뻔 했던 자전거가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친환경 녹색도시를 표방하는 곳곳에서 자전거도로가 생겨나고 여가와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길 곳곳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봄꽃이 일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족 또는 자전거 동호회, 연인 등 다양한 이들이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가 인구가 1천만을 육박하며 자전거는 여가를 넘어 생활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교통 문화의 변화까지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다.

 

자전거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전거를 통해 즐거움을 찾았다고 했다. 어떤 이는 건강을, 또 다른 이는 제2의 인생을, 누군가는 가족, 친구 또는 연인까지. 자전거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자전거 수리를 하면서 삶과 인생을 꾸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같은 길을 달렸지만 끝에서는 각기 다른 모양의 행복을 발견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자전거가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어요”

남양주시 팔당역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만난 주부 김영희씨(55)는 자전거로 새로운 인생의 변화를 맞았다고 자랑했다. 남양주 마석에서 남편과 함께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집과 가게를 오가는게 일상이었다. 밤이 늦도록 장사를 했고 오전에 밀린 집안일과 가족들 밥을 차려주면 어느새 출근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김씨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보다가 흥미를 느껴 50대에 평생 처음 자전거 핸들을 잡았다. 이후 김씨의 삶은 달라졌다. 넘어지고 다치면서 자전거를 배운 그는 매주 화요일마다 가족들과 함께 남한강길을 달리고 있다. 

가족과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김씨는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로 연습하며 많이 다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두 바퀴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경기지역 자전거길은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다. 폐철로를 달리며 풍요로운 남한강의 정취를 맘껏 들이마실 수 있는 남한강 자전거길, 천혜의 자연을 보며 분단의 현실과 평화를 되새길 수 있는 DMZ 자전거길,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시흥그린웨이, 서울과 춘천을 잇는 북한강(경춘선) 자전거길, 자전거 입문자들에게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용인 금학천변ㆍ오산천 자전거길, 도심 속 마천루 사이를 달리면서도 들꽃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안양천ㆍ탄천자전거길도 있다.

 

이번 주말엔 잠자고 있는 자전거를 깨워 보는건 어떨까. 먼지를 털어내고 기름을 칠하고 바퀴에 바람을 넣어 힘차게 페달을 밟아 보자. 자전거길 끝에서 지금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지현ㆍ정민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