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9시27분께 남양주 진건읍의 농산물 보관창고에서 불이 나 약 1시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창고 건물 1개 동과 지게차, 포장용 기계 등이 불타 1억5천9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소방서 추산)가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남양주=이대현기자
카카오 전산망 사태가 터진지 한달여 만에 케이뱅크, IBK기업은행, 우체국은행 등도 전산 장애를 겪으면서 온 나라가 멈춰섰다. 지갑 없이 가벼운 호주머니로 다니는 시대의 치명적 맹점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온라인 거래·결제 방식이 확대됨에 따라 현금 사용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폐·동전 같은 ‘화폐’는 취약계층의 경제활동을 돕는 점에서 공적거래의 주축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익명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하경제의 원흉으로 꼽히기도 한다. 오늘날 경기도 안의 화폐는 어디로 향하고 어디에 숨었을까. 현금 없는 사회에서 화폐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편집자주 버스를 탈 때도, 커피를 살 때도 현금이 거부 당한다. 신용·체크카드나 계좌이체 등 비현금지급수단을 통한 지출이 날로 증가하면서 경기도에서도 바야흐로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했다. 21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전국 가계 및 기업이 상품 및 서비스 구입 등을 위해 지출한 현금의 규모는 꾸준히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3년마다 현금사용행태 조사를 정례 실시하는데, 가장 최근인 2021년 기준 국내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원으로 2018년(64만원)에 비해 13만원(△25.4%) 감소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신용·체크카드(58.3%)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기도내 현금지출액 역시 전국 통계와 동일한 수준이다. 기업 역시 원재료 구입 등을 위한 현금 지출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기업의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2018년에서 2021년까지 2천906만원에서 912만원으로 감소(△1천990만원 △68.5%)했다. 기업의 지급수단은 계좌이체 부분에서 큰 상승세(86.0%)를 보였다.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이처럼 현금 사용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결제방식이 간소화된 영향도 있고,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안전자산 확보를 위해 현금을 쓰지 않고 보유하려는 심리도 있다. 실제 가계(23.3%⟶31.4%)와 기업(222만원⟶470만원) 모두 비상시에 대비해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는 비중 및 규모가 증가했다. 이와 함께 현금을 ‘쓰고 싶어도’ 쓸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현금은 1만원권의 경우 재화 및 서비스 구입, 사적이전지출, 종교기부금·친목회비로 쓰이고, 5만원권의 경우 경조금으로 쓰이는 편이다. 10·50·100·500원화는 방치 장수가 많아(약 40%) 말 그대로 ‘잠들어’ 있는 상태다. 교통수단도, 프랜차이즈 음식점 및 미용실도, 편의시설도 무인(無人)화와 함께 현금을 거부하는 곳이 늘면서 대부분의 현금이 ‘시장’에 나타나질 않는다. 비단 경기도 내 은행점포만 봐도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227개가 줄어들었을 정도다. 상당수가 이용률 저하로 출장소 전환했거나 공동점포로 운영하거나 철거됐다. 이에 따른 나비효과로, 경기도 내 화폐발행액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19년까지 1조1천950억2천만원(3분기 기준)이었던 금액이 3년 만에 1조13억4천700만원(2020년 3분기)까지 16.2%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과거엔 없던 ‘현금결제 거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은 거래내역의 회계처리 누락 위험과 현금의 분실·도난 위험, 입출금 등 관리비용 부담을 이유로 현금결제를 제한하는 분위기”라며 “고(高)금리 시대에서 현금이 ‘안전자산’으로의 수요가 늘면서 비현금지급수단 이용이 증가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화폐는 포용적 금융… 현금 가치·영역 지켜져야” 현금 사용 감소는 화폐 시장 축소와도 연결된다. 경기도 안에서 ‘현금’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고 지역 내에 ‘화폐’는 왜 유통돼야만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화폐는 *포용적 금융, 개인정보 보호 등 공적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비현금지급수단으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질 경우 추가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서라도 ‘현금’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금 안 쓰니 전국 화폐 발행액도 ‘뚝’…경기도는 선방 실제로 현금 지출이 줄어듦에 따라 화폐발행액 역시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통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3분기’를 기준으로 화폐발행실태를 분석해봤다. 첫해(2017년) 전국 ‘화폐발행액’은 14조1천104억5천100만원에서 최근(2022년) 7조9천58억9천200만원으로 44% 감소했다. 화폐발행액이 줄어든다는 건 순유입 인구 감소와 같은 ‘경제규모 축소’를 의미한다. 한은 경기본부가 발행한 화폐 액수도 같은 기간 1조4천465억2천800만원에서 1조13억4천700만원까지 31% 떨어졌다. 전북본부 발행액이 12%, 경남본부 발행액이 11% 증가한 것과 비교했을 땐 다소 감소 폭이 큰 수준이지만, 부산본부(△59%)나 울산본부(△54%) 등 여타 12개 지역본부들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한 성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전국적으로 화폐발행액수가 낮아지며 경제규모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16개 지역권 중 경기도는 3~4위 수준의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 경기도 內 화폐, 시장에 돌기보단 가계·기업의 ‘안전자산화’ 이어 ‘화폐환수액’을 봤다. 화폐환수액은 훼손, 오염 등으로 재발행하기 부적합한 화폐를 의미한다.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탈수록 환수액이 커지는 식이다. 2017년 3분기부터 2022년 3분기까지 전국의 화폐환수액은 4조7천억원 수준에서 4조4천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거래보다 온라인 거래가 주축을 이룬 영향이다. 현금을 만지는 이가 적은 만큼 손상된 화폐도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화폐발행액 대비 화폐환수액 비중(화폐환수율)이 낮았던 곳은 ▲경남(6년 평균 10.5%) ▲경기(15.3%) ▲강원(16.1%) 순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높았던 곳은 ▲제주(128.16%) ▲포항(101.5%) ▲목포(100%) 등이다. 시중에 공급된 화폐량에 비해 다시 돌아온 양이 낮다는 건 화폐가 어딘가에 묶여 있거나 외국 등으로 유출되고 있음을 뜻하며, 돌아온 양이 많다는 건 활발하게 유통 중임을 뜻한다. 즉 경기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경제규모 축소 폭이 덜한 상황에서, 그 돈이 시장 안에 돌지 않고 가계·기업 내에 ‘안전자산’으로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된다. ■ 한은·은행권·유통계 등 ‘화폐 수급 동향’ 머리 모아 한국은행도 같은 궤의 인식을 품고 있다. 지난 10월엔 한국조폐공사,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신세계·이마트 등 유통업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를 발족하고 최근 화폐 수급 동향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코로나19가 국내 화폐유통시스템에 미친 영향과 화폐유통시스템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때 협의회에선 “금융기관 점포 및 ATM 수의 감소폭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현금결제 거부 사례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현금접근성 및 현금사용선택권이 저하된다”며 “고령층, 저소득층 등 디지털 지급수단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의 경제활동 제약 가능성이 증대됐다”는 의견이 오갔다. 아울러 국민의 일상적인 현금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권당국인 한국은행을 비롯한 화폐유통시스템 참가기관들의 각별한 관심과 대응 노력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 화폐 유통, 양음 있지만 가치는 지키자…“경기북부 현금 접근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얼어붙은 현금 사회’의 장단이 있다고 본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현금도 결국엔 수요에 따라 발행된다. 현재 현금에 대한 수요가 현저히 감소하고 있어 발행액도 줄고, 필요성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물 현금이 사라질 때의 이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돈의 흐름이나 거래가 기록이 되기 때문에 회계가 투명해질 수 있고 불법적인 문제가 사라질 수 있다”면서 “반면 지불 수단이 모두 스마트화될 때도 단점은 있다. 해킹 및 도용 문제는 물론 지난번 카카오 사태 당시 우리가 먹통이 됐듯이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여전히 ‘현금만 쓸 수 있는’ 계층이 존재하고, 비현금지급수단이 확대되는 데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지역 안에서 현금이 갖는 현금만의 가치는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자나 고령자 등의 계층이 현금의 주요 사용층이긴 하나 이 외에도 현금은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된다”며 “사회 모든 부분을 현금으로 처리하기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온라인 결재 과정에서도 처리 비용이 드는 건 마찬가지다. 취약계층에겐 비현금지급수단 역시 ‘체감 비용’이 존재하는 만큼 현금만의 가치와 영역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경우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과 연계한 현금 인프라를 개선·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정환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병원이나 약국 등 생활 속 필수적인 공간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다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며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를 보면 전자금융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통신망 장애가 생기면 현금 외엔 결제수단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ATM 축소 등 ‘현금 없는 사회’가 실현되면 현금유통망이 무너질 수 있는데, 기본적인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면서 현금이 꾸준히 중요한 지급수단으로 유지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교수는 “군사지역과 농촌 위주로 구성된 경기북부는 특히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노년층 등의 금융 지원을 위한 수도권 차원의 연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이연우·이은진기자 *포용적 금융: 금융 소외계층에게 금융 접근성을 높여 취약 가구 및 기업에 대한 기회를 확장하는 것
조합 투표율 1위는 안양원예농협 95.9% 조합장선거는 독특하다.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않는 것 같지만 선거 과정에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각 조합중앙회 등 굵직한 유관기관들이 함께하고 있고, 대선 및 총선에 비하면 규모는 작은 편인데도 5선 이상의 다선 조합장을 여럿 배출해내는 등 특유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리고 조합장선거는 어렵다. 선거인명부만 봐도 주민등록표에 의해 작성되는 공직선거와 달리 조합원명부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무자격자’를 걸러내는 데에만 수차례 품이 들 뿐더러, ‘단체’의 의지로 투표하는 게 아닌 ‘개인’의 의견으로 투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특이하고 복잡한 조합장선거. 그 안에서도 경기도 지역에 맞춰 선거 현황을 한층 쉽게 볼 수 있도록 숫자로 풀어봤다. 먼저 투표율이다. 제1~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경기지역 투표율은 73.6%에서 76.8%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투표율(각각 80.2%, 80.7%)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올해도 무난하게 70%대는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확대되고 유권자(조합원)의 알 권리 요구가 커진 영향이다. 제2회 선거를 기준으로 조합별 투표율을 보면 1위는 안양원예농협(95.9%)으로 분석됐다. 이어 ▲양주축협(95.8%) ▲양주장흥축협(95.4%) ▲부천지구축협(95.2%) ▲용인축협(94.8%) 순이다. 반대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고양 한국화훼농협(53.6%)이었다. 다음으로 양주산림조합(57.6%), 고양 지도농협(58.1%), 신김포농협(58.6%), 시흥농협(58.7%) 등이 하위 2~5위를 차지했다. 투표가 진행되지 않은 곳도 있다. 단독 출마해 무투표로 조합장이 정해진 곳들이다. 2019년 기준 농·축협 18명, 산림조합 10명 등 28명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농협의 변화’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질수록 ‘현직 조합장’이 교체되는 수가 많아지고, ‘무투표 당선’이 결정되는 수가 적어진다. 올해도 고물가·고금리 등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현직 조합장 당선 유지자 및 무투표 당선자 수가 직전 선거와 달라질지 눈길이 모인다. 이연우기자 ‘한편의 드라마’ 초박빙·명승부 조합들 ‘시선 집중’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다가오며 최소 득표차나 최고 경쟁률 등 각종 ‘스토리’를 쏟아냈던 조합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득표수 차이가 적어 ‘불꽃’이 격렬히 튀었던 조합들에 이목이 쏠린다.지난 2015년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당시 연천농협 선거에선 임철진씨(66)와 김유훈씨(67)가 똑같이 545표씩을 얻었다. 또 임진농협 선거에서도 이일구씨(68)와 김인산씨(61)가 304표씩을 얻었다. 두 조합은 재검표를 거친 끝에 나이가 많은 김유훈 후보와 이일구 후보가 조합장이 됐다. 화성의 마도농협에선 단 1표차로 당락이 갈렸다. 또 4년 뒤 제2회 선거에서는 이천의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이 단 4표 차이를 보여 최소 표차를 기록했다. 출마자 숫자가 가장 많아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조합은 어딜까.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선 안양농협·금사농협·임진농협 등 무려 3개 조합에서 후보자가 각각 8명씩 나와 가장 많았다. 당시 선거에선 박선호씨(66)·이칠구씨(60)·이일구씨(68)가 8대1의 가장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됐다. 또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선 광주 초월농협 1곳에서 8명이 출마, 문태철 전 초월농협이사가 치열한 경쟁 끝에 조합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지난 선거 때 단수 후보가 출마해 비교적 쉽게(?) ‘왕좌’를 차지할 수 있던 조합의 경우 내년 조합장 선거에서 ‘대항마’가 등장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 제1회 선거 땐 부천농협·벽제농협·와부농협 등 29개 조합에서 단수 후보가 나왔고, 제2회 선거에선 다소 줄어 파주농협·가평축협·평택산림조합 등 27개 조합에서 단수 후보가 출마했다. 이 중 와부농협 등 6개 조합에선 1회와 2회 선거 모두 동일 후보가 단수 후보로 출마했다. 이 때문에 이곳에 어떤 후보가 나와 이들의 ‘꽃길’에 제동을 걸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2번 연속 같은 후보들이 맞붙었던 조합도 주목해 볼만 하다. 경기지역 180개 조합 중 성남농협·양주농협 등 66개 조합에선 지난 두 선거 모두 동일한 후보들이 나와 자웅을 겨뤘다. 아울러 화성의 팔탄농협도 특별히 관심이 집중되는 조합 중 하나인데, 6선으로 경기도에서 최다선을 했던 나종석 팔탄농협 조합장(76)이 내년 선거에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팔탄농협에선 ‘뉴 페이스’들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한 지역 농협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역별로 어떤 후보들이 나올 지 확정되진 않았지만, 물밑에선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조합별로 후보자에 대한 윤곽도 차츰 드러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의 이번 유럽 출장길은 여러모로 묵직한 느낌을 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항만재생 사업은 ‘제물포 르네상스’ 공약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줬다.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현장에서는 백척간두의 대한민국을 기사회생시킨 인천상륙작전의 가치를 되새겼다. 그중에서도 유럽한인총연합회와 함께할 인천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 사업은 꽤 기대되는 성과라 할 만하다. 구상대로라면 유럽한인문화타운은 단순히 재외동포의 모국 귀환을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주거시설 외에 비즈니스와 문화 인프라를 더해 유럽과 한국을 잇는 문화·교역의 거점으로 키워 낸다는 구상이 돋보인다. 인천시는 지난 주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럽한인문화타운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정복 시장과 유제헌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유럽한인문화타운 조성을 위한 상호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사업 예정지는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성과를 내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내에서 양자가 협의해 정한다. 인천경제청은 이 타운에 1층은 상가, 2~4층은 상가·주거·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는 상가 주택단지를 짓는다는 구상이다. 이들 건물은 유럽 고유 스타일로 건축해 타운 전체가 문화관광 접객 시설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먼저 유럽 한인들의 모국 귀환을 지원한다. 나아가 유럽에서 작은 규모 제조업을 영위하는 개인·기업 등의 ‘명품 소공인(小工人)’ 산업과 중소기업을 유치하는 터전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는 또한 유럽 한인들의 비즈니스와 국내 관련 기업들 간의 제휴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인천경제청은 또 유럽이민역사박물관 등의 문화 집회시설도 타운에 포함할 계획이다. 또 하나 인천에 고무적인 것은, 이날 유럽한인총연합회가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지지 선언문’을 발표한 점이다. 26개 유럽국가, 30만 회원의 총연합회는 인천이 한인 이민의 출발지이며 이민사박물관과 국가관문 공항·항구가 있어 재외동포청의 최적지라고 밝혔다. 그간에도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들은 있었다. 경남 남해군의 독일마을이나 인천 송도의 아메리칸타운 등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모국 귀환 지원에 그쳤다고 볼 수 있다. 남해 독일마을은 관광명소이기는 하나 입지상 교역·문화 거점과는 거리가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유럽한인문화타운은 유럽 한인사회와 한국을 실시간으로 잇는 쌍방향 교류거점으로 콘셉트를 짜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들에게 꿈에서도 그리는 고국 고향의 정취를 선사하는, 인천의 큰 문화자산으로 키워 가야 할 것이다.
‘푸닥거리.’ 음식을 차려 놓고 부정이나 살을 푸는 굿의 일종이다.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때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한다. 지금 경기도 상황에 딱 맞는 말일 것 같다. 도 또는 산하기관 소속원들의 비위가 끊임없이 나온다. 비위 내용 하나하나가 어처구니없다. 여자 화장실 들어가 몰래 찍다가 걸리고, 마약 밀거래 하다가 해외에서 체포됐다. 비위 당사자의 직위도 구분이 없다. 산하기관 간부, 8급·7급 공무원에 3급 부이사관까지 구분이 없다. 김동연 지사가 사과했다. 소식을 접했을 도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표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해 죄송하다’고 했다. 즉시 격리나 가해자 직무 배제, 직위 해제, 수사협조 등의 ‘엄중한 조치’도 밝혔다. 비위 엄단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기강을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다. 실국장 회의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이다. 그런데, 그 발표 직후 또 다른 산하기관 팀장 A씨의 성 비위 논란이 이어졌다. 큰 조직에서 개인의 일탈은 간혹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비위의 내용이다. 순간 일탈이냐 그 범위 밖이냐가 중요하다. 최근 경기도 공직 비위는 모든 면에서 중하고 심각하다. 엊그제 불거진 A팀장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에 2차 술자리를 요구하며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한다. 기관 관계자가 자체적으로 조사반을 꾸려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뿐이 아니라고 한다. 2019년부터 비슷한 신고가 계속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어떻게 처리한 건가. 호주에서 체포된 7급 공무원은 마약 범죄다. 공무원 사회에서 들어 본 바 없는 전대미문의 마약 사건이다. 범죄 기간인 한 달 동안 무단 결근도 했다. 공직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정부 기관 파견 중 성 비위에 휩싸인 공무원은 경기도 소속 3급 부이사관이다. 경기도에서 관련 비위 사건 중 최고위직이다. 비서실 공무원의 몰래 카메라 사건도 듣는 이 처음이다. 논평에 필설로 옮기기도 민망하다. 작금의 비위 사건 모두가 이해 못할 구석투성이다. 사과는 그만하면 됐다. 책임자로서의 본인의 과오를 인정했다. 도지사의 무과실 무한 책임이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다수 공직자에도 사과했다. 지휘관으로서 보여준 배려다. 주관적 영역인 ‘진정성’에 대한 이견은 있겠지만 이만하면 됐다. 지금부터 우리가 지켜볼 것은 당사자들에 대한 추상같은 엄벌이다. 솜방망이가 아닌 불방망이임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조직에 대한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 비위에 이른 구조적 문제를 찾아 근본부터 고쳐 놔야 한다. 많은 도민을 실망시키고 걱정시켰다. 뒤처리는 당연히 그 도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 처리 결과가 공개돼야 하고, 재발방지책이 설명돼야 한다.
아랍 국가에서 최초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21일(한국시간) 개막했다. 개막식 후 A조의 카타르와 에콰도르가 첫 경기를 펼쳤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즈음, 에콰도르 축구 팬들은 “우리는 맥주를 원한다”고 소리쳤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음주는 물론 주류 판매도 할 수 없다. 축구 팬들은 경기장 주변에서 맥주를 구할 수도, 마실 수도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 당국은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 입장권 소지자에게 경기장 외부 지정 구역에서 맥주 판매를 허용했다.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는 없어도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정해진 장소에서 마시고 들어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개막 이틀을 앞둔 지난 18일 이를 철회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3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지 않아도 사람은 살 수 있다”며 판매금지 결정이 문제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스페인, 포르투갈 경기장에서도 맥주 판매가 금지되고 있다”고 했다. FIFA의 이번 조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와는 정반대다. 당시 브라질은 FIFA의 압력으로 경기장에서 술을 팔 수 없다는 법령을 수정해야 했다. 제롬 발크 당시 사무총장이 “술은 월드컵의 일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FIFA가 개최국의 눈치를 봤다. FIFA와 카타르 당국의 경기장 맥주 판매 금지 결정에 불만이 쏟아졌다. 판매 금지 날벼락을 맞은 월드컵 후원사 버드와이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어, 이러면 곤란한데(Well, this is awkward)”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다음 날에는 캔이 쌓여있는 창고 사진을 올리면서 “우승하는 나라가 버드와이저를 갖는다. 누가 갖게 될까?”라고 썼다. 남은 맥주를 우승국에 주겠다는 것이다. 월드컵 기간 중 맥주는 카타르 도하 시내 ‘팬 구역’과 일부 외국인 대상 호텔에서만 음주가 가능하다. 팬 구역에서 500㎖ 맥주 한 잔에 50리얄(약 1만8천원)에 팔고 있다. 축구 볼 때 맥주 한잔 없으면 서운하긴 하다. 집에서 ‘치맥’ 하면서 월드컵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다. 월드컵과 맥주를 즐기되 과음은 금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다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종일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곤 한다. 내 앞에 놓인 많은 선택지는 누가 만들고 결정한 것일까? 또 이 선택지들의 배열은 누가 결정했을까? 누군가가 결정했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했을까? 오늘 아침은 갑자기 날씨도 쌀쌀해졌으니 운동을 한 번 거를까? 내가 앉아 있는 시립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어 이용하기 참 편리한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같은 일을 하는데도 왜 회사마다 사람마다 처우가 다를까? 사람들은 왜 직업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을까? 길은 왜 이 방향으로 놓았으며, 어떤 시간 때 어떤 요일에만 꽉꽉 막히고 어떤 때는 한가할까? 아주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부터 직장, 도시, 사회 문제까지. ‘선택’은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일까? 법률과 제도, 정책, 시스템, 거기에 종교와 윤리, 도덕까지, 시민들이 크게 영향을 받고 살거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사회의 구조는 누가 결정할까? 건물과 도로와 철도, 도시의 혈관 같은 상하수도, 전기통신망과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들이 복잡하게 얽힌 도시에서 우리는 어떻게 관계하면서 생활하는가? 물리적 공간에도 민주주의와 인권, 배려와 공존, 생명 존중과 평화라는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이 선택들에 위계질서는 있는가? 물질적 풍요와 자원 고갈, 개발과 환경보전, 이윤과 생명안전, 이 불편한 이분법들에 언제까지 시달려야 하는가? 매 순간 자신과 타인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발전시켜온 정치시스템 ‘민주주의’는 어떻게 답할까? 민주공화국의 시민인 ‘나’는 어떤 선택권을 갖고 있는가? 전쟁이나 재난도 아닌 일상생활에서 젊은이들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충분히 예상했고 과거에도 잘 관리해 왔던 상황들, 재난대응시스템도 아닌 일상의 공공행정이 갑자기 무너졌다. 이것을 개인적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고도화된 사회 시스템에 의존해 살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서로 선택지가 돼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활한다는 자신의 현실도 부정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도시를 사바나로 착각하는 사람들. 죽음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반지하 안타까운 죽음을 사건 현장처럼 내려다보던 대통령은, 어리석은 왕과 간신들이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최전선의 사령관을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는 과거 왕권시대 역사의 한 장면처럼, 참사의 책임을 아래로 아래로 내려보낸다. 위와 아래로부터 동시에 무너지는 사회적 신뢰와 일상의 공공행정, 무엇이 신호고 방아쇠였을까. 민주주의의 취약성인가. ‘권력’ 자체가 목적인 사람, 민생을 자율과 책임에 적당히 두면 알아서 돌아가는 것쯤으로 여기는, 나라 경제와 기업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았다. 되돌릴 수 없다면 다음 선택지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 10월 국가보훈부 승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확정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의전은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국내외 행사 시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우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중앙행정부처 의전을 순위를 살펴보면 1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3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4위 외교부 장관, 5위 통일부 장관, 6위 법무부 장관, 7위 국방부 장관, 8위 행정안전부 장관, 9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10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1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2위 환경부 장관, 13위 고용노동부 장관, 14위 여성가족부 장관, 15위 국토교통부 장관, 16위 해양수산부 장관, 17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순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국가보훈부 승격 시 의전이 매우 중요한데 국가보훈부 승격 시 합당한 의전은 우리나라와 역사적 정치적 환경이 비슷한 대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교해 국가유공자 수가 비슷하고 인구의 절반, 국토 면적의 3분의 1밖에 안 되지만 국가보훈처에 해당하는 보훈조직인 제대군인위원회를 부총리급으로 극진히 예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은혜에 보답한다는 국가 책무적 의미가 주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만의 경우 국가유공자 호칭부터 최고 예우를 받고 있다. 예를 들면 국가유공자를 영민이라고 칭하는데, 그 의미는 영예로운 국민이란 뜻으로 특별 우대하며 보훈병원을 영민병원이라 칭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만은 보훈공무원 수가 2만명으로 국가보훈처 공무원 1천500명보다 무려 13배, 보훈예산 역시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보훈조직 위상, 예산 등이 월등히 앞서는 세계적으로 초일류 보훈정책을 수립·운영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과의 극한 대치 상황이라는 환경적인 요인과 보훈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영민에 대한 은혜에 보답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게 작용하는 것이 주 요인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가 위기 때마다 국민 통합과 투철한 애국심으로 발전시키고 국가를 지탱해주는 정신적 지주이자 주요 원동력이 됐다. 보훈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국가유공자의 존경심과 예우는 국가보훈조직 격상과 의전 서열에 정비례하고 이로 인한 파급 효과는 실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과의 극한 대치 상황 속에서 국민 통합, 애국심,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심, 투철한 안보관 등을 고려할 때 국회나 대통령실에서는 국가보훈부 승격 시 의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현재 현충일, 광복절 등 행사와 같이 대통령 옆에 3부 요인 대신 보훈단체장을 우선 자리 배치해 의전에 최선을 다하듯 국가보훈부로 격상되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시 국무위원 의전 배치와 모든 국내외 행사 시 대만과 같은 의전으로 은혜에 보답한다는 실천적 관점에서 국가보훈부를 부총리격으로 정중히 예우해야 한다. 김태열 한국보훈포럼회장·영남이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