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알코올성 간질환, 회복 지름길은 ‘금주’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평소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알코올성 간질환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주기적인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알코올 관련 질환의 총 사망자는 5천155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통계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다. 2020년 3천941건으로 전체 알코올에 기인한 사망 원인의 76.4%를 차지했다. 장기간 술을 계속해서 마시게 될 경우 간 기능 장애를 보이는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한 혼술과 홈술이 느는 등 음주 습관의 변화가 많다 보니 앞으로도 알코올성 간질환을 겪는 환자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사랑중앙병원 통계에 따르면 알코올성 간경변을 갖고 있는 입원 환자는 2022년 1~3월 107명, 4~6월 128명, 7~9월 158명으로 집계돼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과도한 음주는 지방간을 초래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뜻한다. 이 질환은 증상이 거의 없고 간혹 상복부의 불편함이나 피로를 느낄 수 있으며 단주 시 4~6주 이내에 정상 간으로 회복 또한 가능하다. 더 나아가 지속된 음주는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 혹은 간암으로 이어져 급기야 생명마저 앗아간다. 이른 나이에 술을 시작하는 경우 간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음주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알코올성 간질환에는 금주가 최선의 예방법이자 대책이다. 간질환은 조기에 증상을 발견하기 어려운 만큼 평소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정신과적인 치료를 받거나 주기적인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전용준 다사랑중앙병원 내과원장

급격히 떨어진 기온,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잊지마세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가운데 올 가을엔 가을·겨울철 인플루엔자(독감)와 코로나19의 동시 유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감유행 전 예방접종을 강조하며 건강 관리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 1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독감은 모두 호흡기 감염병으로 증상이 비슷해 자칫 혼동할 수 있다. 하지만 독감이 유행하기 전 예방접종을 받으면 코로나19와 혼동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독감은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지난 9월 16일 질병관리청은 2022년 9월4일부터 10일까지 독감 의사환자분율이 외래환자 1천명 당 5.1명으로, 유행기준(4.9명)을 초과했다면서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독감 의사환자는 38℃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환자를 뜻한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어 생기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38∼40℃의 고열과 마른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과 두통, 근육통, 피로감, 쇠약감, 식욕부진 등 전신증상을 보인다. 만성기관지염이나 만성호흡기질환, 만성심혈관계질환의 경우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어르신, 소아, 만성질환자 등은 폐렴 등 합병증이 잘 발생하는 만큼 이로 인해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이들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독감 예방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매년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가 다른 만큼 매년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약 2주가 걸리고 6개월 정도 면역 효과가 유지되므로 매년 10~11월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이영순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지부 건강증진의원 전문의는“독감은 해마다 유행이 달라지기 때문에 예측되는 균주를 포함한 독감 백신을 매년 접종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야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으로 독감이 지난해에 비해 기승을 부릴 수 있어 특히 독감 고위험군은 반드시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예방접종은 지난 9월21일부터 독감에 취약한 생후 6개월~만13세 어린이, 임신부,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12일 7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이 시작됐으며 17일 70~74세, 20일에는 65~69세 고령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무료 접종은 지정된 동네 병·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실시하며, 주소지에 관계없이 전국 어느 곳에서 접종할 수 있다. 가까운 예방접종 의료기관은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접종기관을 방문할 때에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정자연기자

[‘이천쌀문화축제’ 내일 개막] 밥내음 ‘모락모락’...행복도 ‘모락모락’

‘이천쌀문화축제’ 내일 개막 우리나라의 주식이며 전국 최고의 미질을 자랑하는 이천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쌀을 주제로 열리는 ‘제21회 이천쌀문화축제’가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방문객을 기다린다. 이천쌀문화축제는 어린 세대에겐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하고 어른들에겐 향수를 자아내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의 한 마당으로 이천쌀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각종 행사가 열린다. ■ 가을 수확기에 열리는 농경문화 축제 한국인 밥상의 핵심 요소는 당연 쌀밥이다. 쌀밥에서 나오는 밥심은 우리 민족의 생활을 지탱하는 주요 근간이기도 하다. 바빠진 일상 속에 밥을 먹는 문화가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가 차려 주시는 따뜻한 쌀밥 한 그릇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이런 쌀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곳이 있다. 제21회 이천쌀문화축제다. ‘모락모락 밥내음~행복은 두둥실~♪’을 슬로건으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이천농업테마공원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쌀밥이 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천은 우리나라 쌀문화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임금님표이천쌀’의 명성은 이미 국내 대표 쌀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천쌀문화축제는 이 같은 이천쌀의 명성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쌀문화와 전통 농경문화를 계승하고자 마련된 축제다. 올해로 21회를 맞는 이천쌀문화축제는 1999년 이천농업인축제로 시작해 2001년 이천햅쌀축제로 명칭을 변경했고 본격적인 지역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2004년 지금의 명칭인 이천쌀문화축제로 개명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7년 연속 대한민국 문화관광 최우수 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지역의 상징적 행사가 된 이천쌀문축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년간 열리지 못하다가 4년 만에 다시 열리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즐길거리로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이천농업테마공원은 쌀문화관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 및 관광시설을 갖춰 시민이 찾는 대표 관광지로 어른들에게는 농촌의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문화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 남녀노소 다함께 즐기는 체험형 축제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한 이천쌀문화축제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최고의 품질과 맛을 자랑하는 이천쌀로 다양한 테마와 스토리를 엮어 먹고, 보며, 모두가 즐기는 체험형 축제로 만든 것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축제도 여느 때와 같이 즐겁고 흥겨운 공연과 체험,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축제장의 배경, 갓 도정한 햅쌀과 신선한 농산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특히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천쌀문화축제 대표 프로그램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2천명 2천원 가마솥밥과 무지개가래떡이 있다. 2천명 2천원 가마솥밥은 초대형 가마솥에 2천인분의 쌀밥을 지어 2천원을 내고 비빔밥을 먹을 수 있는 행사로 대형 가마솥에서 이천쌀밥이 지어지는 모습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없는 장관이다. 전통 방식 그대로 장작으로 불을 때 지은 밥은 고슬고슬 윤기가 돌고 김치,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어 비벼내면 2천원의 만찬이 완성돼 영양과 맛, 그리고 양까지 푸짐한 이천쌀비빔밥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무지개가래떡 만들기는 매일 한 차례 진행되는 이벤트로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된다. 축제장을 찾은 방문객은 길이 약 600m의 무지개가래떡을 뽑아 조금씩 나눠 먹는다. 가래떡이 끊이지 않게 지그재그 모양을 유지하며 탁자 위에 600m를 늘어놓는 게 쉬워 보이지만 많은 사람의 노력과 협동심이 필요하다. 가래떡을 한 조각씩 서로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가을의 풍성함과 농촌의 정겨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 풍년을 기원하는 마당별 프로그램 이천쌀문화축제는 이천쌀로 지은 세계 최고의 밥맛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는 놀이마당, 이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전통 농경문화로 이천의 멋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특히 특화된 14개 테마로 방문객이 보고, 즐기고, 먹고, 마시는 100%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14개 마당은 나락포토존, 풍년마당, 깃발거리, 황금다랭이논, 기원마당, 생태연못, 소원터널, 무지개언덕, 동화마당, 가을마당, 가마솥마당, 문화마당, 먹거리마당, 햅쌀장터로 구성돼 있다. 황금나락 벼 화분으로 꾸며져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나락포토존’, 거북놀이와 엿 만들기 등 이천시의 고유문화를 알리는 ‘풍년마당’, 모내기와 탈곡 체험이 가능한 ‘황금다랭이논’, 풍류와 붓글씨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기원마당’, 농경 사진을 전시하고 우물 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연못’, 무지개가래떡 뽑기와 인절미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무지개언덕’, 어린이 인형극과 쌀문화관을 관람하는 ‘동화마당’, 개막과 폐막놀이, 마당놀이 공연과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가을마당’, 2천명 2천원 가마솥밥, 유명 셰프의 이천쌀 요리가 펼쳐지는 ‘가마솥마당’, 이천나드리 체험과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마당’, 맛깔스러운 음식과 막걸리 등을 먹을 수 있는 ‘먹거리마당’, 이천에서 생산된 각종 농특산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난전’, 이천 햅쌀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햅쌀장터’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쌀문화축제 방문객을 위한 테르메덴 온천 입장권 할인 이벤트와 항작사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 위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이천 헬기 투어’ 행사가 진행된다. 노랗게 익어 가는 황금 들녘에서 벼 베기와 탈곡을 하며 수확의 기쁨이 가득한 이 계절에 개최되는 이천쌀문화축제에 방문해 보고, 느끼고, 즐기면서 모락모락 구수한 밥 내음이 주는 행복을 느껴 보길 바란다. 이천=김정오기자

난소암 치료법 '하이펙' 시술 받은…환자 '재발·사망 위험 낮다'

국내 연구진이 난소암 치료법 중 하나인 하이펙 시술을 받은 환자 재발위험이 이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40% 낮고 사망 위험 역시 70% 낮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주대병원은 부인암센터 장석준 교수,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이정윤·이용재 교수 연구팀이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부인암학회(International Gynecologic Cancer Society, IGCS)에서 대표 발표(plenary session)로 선정돼 이러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난소암은 우리나라에서 부인암 중 사망률 1위인 치명적인 암이다. 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60~80%는 재발을 경험한다. 난소암 치료법 중 하나인 하이펙은 약 42℃로 데운 항암제를 복강 안에서 90분 정도 순환시키는 치료법으로, 수술 후에 복강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이 연구는 3기, 4기의 상피성 난소암 환자 총 196명을 대상으로 선행항암치료 후 간격 종양감축술에 이어 하이펙을 받은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하이펙 시술을 받은 환자 105명의 재발 위험은 대조군에 비해 40% 정도 낮았고, 사망 위험은 대조군에 비해 70% 정도 낮았다. 두 환자군에서 수술 후 부작용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장석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선행항암치료 후 간격 종양감축술에 하이펙을 추가한 치료법으로, 예후가 나쁜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상당히 유망한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양휘모기자

[지지대] 마약과의 전쟁

음식이나 물건을 홍보할 때 ‘마약’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마약 김밥·마약 떡볶이·마약 토스트가 있는가 하면, 마약 베개·마약 매트리스도 있다. 중독성 강한 맛이나 큰 만족감을 마약에 빗댄 듯하다. 마약을 좋게 표현했지만 그렇게 가볍게, 함부로 사용할 단어는 아니다. 마약 중독과 범죄가 급증해 심각한 사회 문제다. 마약에 취한 60대 딸이 80대 노모를 둔기로 살해하려 한 사건, 마약을 투약하고 대낮에 길 한복판에서 지인을 살해한 사건 등 강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10만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2016년 25.2명으로, 이미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지난해엔 인구 10만명당 마약범 수가 32명으로 늘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 백서’를 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6천153명에 이른다. 올해 1~7월 통계는 1만575명으로 전년 동기(9천363명)보다 12.9% 증가했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는 1천295.7㎏에 달한다. 2017년 154.6㎏의 8배다. 마약의 대중화 속에 10대, 20대 젊은층의 마약범죄도 크게 늘었다. 10대의 경우 5년 전보다 4배나 늘었다. 대도시 등 일부에서만 유통되던 마약이 지방과 학생, 회사원, 주부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관물대에 필로폰을 보관해온 병사가 적발되는 등 군부대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SNS를 통한 마약판매, 가상화폐 등을 통한 대금결제 등 마약유통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일반인 마약사범이 급증했다. 피자 한 판 값으로 SNS에서 마약을 살 수 있으니 마구 퍼지는 추세다. 검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별수사팀을 설치, 유통조직을 뿌리 뽑아 마약 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수사와 엄한 처벌 없이는 마약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여러 부처가 공조하는 대응책도 절실하다. 마약류 반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세청에 마약전담국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 텔레그램이나 다크넷 등 온라인 마약 유통을 근절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제프리즘] 금리인상기 부동산투자자 주의사항

코로나가 거의 종식되면서 미국발 금리인상의 여파로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대출 등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든 대출의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적은 돈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계약금 정도의 돈만 수중에 있고, 중도금과 잔금은 없는 사람들이다. 금리가 낮을 때에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나서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내세우고, 잔금은 전세를 놓아 세입자가 보증금을 주면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아파트나 주거형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금리가 이렇게 빨리 가파르게 오를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이 같은 방식으로 계약금만 지급하고 추후 대출과 전세보증금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으로 보인다. 소위 ‘레버리지’라고 하는 투자기법을 활용해 재산을 증식하려고 하다가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세를 들어오려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잔금을 치르지 못하거나, 아예 중도금도 지급할 수 없어 그나마 자신의 종잣돈인 계약금마저 반환받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이 같은 방법을 권유했고, 전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잔금을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을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분명히 알고 있었으므로 잔금 미지급으로 인한 계약해지 및 계약금 몰취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잔금 미지급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므로 만약 전세입자를 구해서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면 그 내용을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잔금지급의무는 수분양자에게 있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 즉 전세보증금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잔금을 치르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잔금 미지급은 명백한 계약위반이고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 따라서 적은 돈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동산 자산을 증식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금리가 낮았던 좋은 시절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과 같이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본인이나 다른 사람(세입자)의 대출이 어려워지는 경우 잔금 미지급으로 인해 오랜 시간 한 푼두 푼 모아 만든 종잣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계약금으로 날릴 수 있으니, 부동산 계약 체결 전에 시행사나 분양대행사가 설명하는 수익성과 장밋빛 미래에 대한 설명에 귀기울이는 정도만이라도 만약 중도금 또는 잔금을 지급하지 못했을 때 어떤 고통이 따르게 될지 신중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

[김종구 칼럼] 道산하기관장 자격요건, 옛날로 돌려라

아주 긍정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장을 공모했다. GH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추천했다. 경기도가 ‘적격자 없음’으로 판단했다. 처음부터 다시 공모에 들어갔다.- 김동연 도지사가 강조했던 인사 약속이 있다. ‘측근을 미리 내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측근이 있었으면 결정되지 않았겠나. 적어도 이번 공모에 내정자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김 지사 약속이 거짓이 아니었음은 믿고 가도 될 듯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벌써 두 번째 인선 불발이다. 원인 분석을 위해 추천됐던 2명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한 명은 항간에 유력설까지 돌았던 인사다. 경기도 국장을 역임했던 공무원 출신이다. 안전기획팀장, 장애인복지과장, 민생특별사법경찰단장을 했다. GH의 핵심 업무는 건축, 토목, 개발 등이다. 도청 조직에도 관련 부서가 있다. 행정직인 그는 이 직렬과 무관하다. 앞서 GH 본부장 갈 때도 말이 많았다. ‘이재명계’라는 얘기가 그때 돌았었다. 다른 한 명은 LH 출신이다. LH 대구경북 본부장을 했고, 스마트시티 본부장을 했다. 업무는 연계되지만 관리자 경험이 부족하다. GH는 매출 규모 2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다. 1천300만 도민을 책임지는 자리다. 역대 GH 사장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LH 부사장, 지방 공기업 사장 등이 왔었다. 적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실 둘에겐 ‘적격자 없음’이 곧 불명예다. 그 불쾌함을 재삼 들출 생각 없다. 다만, 불발의 원인은 따져보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 때 바뀐 기준이 문제다. GH 사장에게 적용된 기준을 보자. ‘지방공기업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자’. 자질과 능력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 나머지 5개 기준이 전부 이런 식이다. ‘능력을 갖춘 자’, ‘소양을 갖춘 자’.... 사실상 조건이 없는 정성평가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최소한의 자격을 요하는 정량평가였다. 매 항목마다 ‘○급 이상’, ‘△년 이상’이 있었다. 이게 ‘자격 무제한’으로 바뀌었다. 결국에 가면 인사권자 맘대로다. 그렇게, 관광에 경력도 없는 이가 관광공사 사장이 됐다. 그렇게, GH 업무와 무관한 변호사가 사장이 됐다. 그렇게, 재무·회계·세무도 모르는 감사들이 막 생겨났다. 공교롭게 그들 대부분이 도지사의 측근들이었다. 이런 인사 난맥이 무탈할 리 있겠나. 상상 못할 사달이 났다.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출신이 감옥에 가 앉아 있다. 근데 죄명이 개발 비리다. 관광공사 사장이 왜 개발 비리로 투옥돼 있을까. 과거에 정량평가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기도만 이렇게 한다. 같은 수도권의 교통공사가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교통공사가 작년에 상임이사를 채용했다. ‘6년 이상 경력’, ‘3급 이상 근무’ 등이 조건이었다. 경기교통공사만 그런 게 없다. ‘능력과 리더십’, ‘자질과 능력’, ‘경험과 능력’.... 애매하다. 최근 경기 광주시가 도시관리공사 상임이사를 공모했다. 여기도 자격이 있다. ‘임원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 ‘국가 또는 지자체가 50% 이상 투자한 기관 근무’.... 막 받는 건 경기도뿐이다. 행정이 널널하면 안된다. ‘대장동’ 업자들이 몇 억 넣어서 몇 천억 먹었다. 그들은 지금도 당당하다. ‘내가 불법이면 성남시장도 불법이다’라며 떳떳이 항변한다. 이러니 국민이 설계자인 성남시장을 탓하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약속했다. ‘내 측근 아닌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겠다.’ 그렇게 가길 기대한다. 그래서 설계를 고쳐 잡기를 권한다. 산하기관장 자격 무한 개방, 이건 시작도 불순했고 결과까지 실패한 적폐다. 主筆

[천자춘추] 당장 멈춰야 한다

서민들의 삶이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금리와 환율의 높은 인상은 우리 사회를 심각한 위기로 치닫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 적자가 30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순수한 의미의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1월(-22억9천만달러)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 상품을 수출해 생기는 흑자로 다른 부문의 적자를 메워 전체 대외 거래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데 수출마저 부진하다면 이제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치가 정쟁에 휩싸여 민생과 나랏일은 뒷전이다. 민주노총을 ‘김정은 기쁨조’로, 야당 의원을 향해서는 수령께 충성한다고 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국정감사장에서 떠들어 대는 자를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임명했으니 이 정부에서 노사정의 협의와 타협을 기대하는 일은 출발부터 이미 틀렸다고 보는 게 맞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엄정 중립의 입장에서 국정을 감시, 감독해야 할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특히 대통령과 집권층 주변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의 일단이다. 총체적 난국의 압권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다. 남북 간 군사적 대결과 전쟁연습은 도를 넘었다. 치킨게임과 같은 남북 간의 ‘강경 대 강경’의 충돌은 지금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대북 ‘선제타격’을 공언했고 취임 후 한미 군사훈련 또는 전쟁연습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가장 빈번하게, 가장 강도 높게, 가장 큰 규모로 실시했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천명한 데 이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이는 재래식 국지전이 곧바로 전면적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결정으로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 최근 반복되는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무력 시위는 지정학적 단층선(Fault Line)인 한반도 안보환경을 극도로 악화시켜 전쟁의 위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칫 방심하거나 어느 한쪽이 오판할 경우 한반도는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멈춰야 한다. 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