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소비 심리 ‘꽁꽁’… 상인들 겨울나기 힘겹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장사는 커녕 개미 한마리 보기도 힘드네요” 최저 기온 영하 15도를 기록한 23일 수원 지동시장. 손발이 저릴 만큼 추운 날씨 탓에 이곳에는 외투 옷깃을 꼭 붙잡은 채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만 3∼4명 보일 뿐, 물건을 살펴보거나 구매하는 이들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그래도 상인들은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고 얼어붙은 손을 수시로 녹이며 매대에 물건을 내놓고 정리하는 등 분주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채소가게 대부분은 식료품이 얼어붙을 것을 걱정해 매대를 비운 채 가게 안에만 상품을 진열해 놓았다. 일부 채소가게는 시장을 찾은 손님들을 잡기 위해 매대 위에 채소를 올려놓고 그 옆에 온열기구를 연신 틀어 놓는 등 채소가 얼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인근 못골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찾는 이가 없어 한산한 시장 분위기 탓에 삼삼오오 상인들이 온열기구 앞에 모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늘 열려 있는 가게 문도 이 날은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한파가 이어진 이날 오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소재 한 고물상에서 노인 3명이 각자 유모차나 리어카에 담은 폐지나 고철더미를 내려놓고 있었다. 새벽 4시부터 폐지를 주웠다는 A씨(68)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도 얇은 외투에 여름용 운동화만 신고 있었다. A씨가 이날 수거한 폐지와 고철은 총 48㎏에 달했지만, 손에 쥔 돈은 고작 7천200원 남짓이었다. 이 고물상에는 평소 60∼70명의 노인들이 폐지와 고철을 팔기 위해 찾지만, 이날은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A씨를 포함해 노인 10여 명이 찾아온 게 전부였다. 날씨에 매출영향을 크게 받는 푸드트럭 사장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야외에서 햄버거나 커피 등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의 특성상 점주들은 손님들을 위해 트럭에 온풍기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는 모습이었지만, 손님의 발길을 잡지 못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용인지역의 일부 푸드트럭은 한파가 시작되자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푸드트럭에서 라면을 판매하는 장명훈 사장은 “강추위에는 매출이 40% 이상 떨어지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온열기구도 설치하는데 이 마저도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날씨에 매출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추위가 얼른 물러가고 따뜻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기상청은 오는 26일까지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를 넘나드는 등 경기지역에서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봉기자

‘로봇시대’ 속도 내는 경기도…4차 산업혁명 거점도시 박차

지난 17일 찾은 로봇제작 업체 군포 ㈜한국미래기술. 로봇 1층 작업장 한가운데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IT기업 아마존의 CEO ‘제프 베저스’가 탑승해 화제가 됐던 로봇 ‘메소드-2’ 가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메소드-2’는 높이 4.2m에 전폭 2.6m, 무게는 1.6t에 이르며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합금으로 이뤄진 로봇이다. 사람이 올라타자 메소드-2는 원격조정에 따라 마치 사람처럼 능수능란하게 움직였다. 전ㆍ후방 걸음은 물론 양팔과 손가락 움직임까지 사람과 비슷하게 해냈다. 한국미래기술은 양진호 회장(48)을 비롯해 임직원 200여 명이 지난 2014년께부터 본격적으로 로봇 제작에 돌입, 이듬해 프로토타입 제작을 거쳐 ‘메소드-2’, ‘메소드-3’, ‘메카닉-1’ 등 로봇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로봇들은 일본의 ‘하지메43’이나 ‘사카키바라 랜드워커’ 등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안정적인 걸음걸이를 선보일 정도로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기술력은 원재료를 제외한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할 만큼 이미 정평이 나있다. 부품ㆍ기술 등을 자체생산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없으면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도 없다는 지론으로 회사 내부에 가공센터를 마련했다. 기술, 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ㆍ관리를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해내고 있다. 기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력이 자동차 관련 인력이라는 생각에 경주용 차량 설계ㆍ생산만 20년 이상해 온 인력을 대거 배치했고, 대학교 로봇연구학자들도 가세했다. 한국미래기술은 오는 2월에 공개할 ‘비숍 프로젝트’를 비롯해 9월에 스페인에서 열릴 세계 최대의 로봇 학회에서도 로봇기술에 대한 더욱 새로운 논문ㆍ발표를 선보여 국산 로봇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방침이다. 로봇은 최첨단 기술이 복합적으로 집약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이다. 경기도는 국내 로봇 기업의 40%가 위치한 중심지로 공공ㆍ민관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로봇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일찌감치 나섰다.도는 지난 2016년 ‘경기도 로봇산업 진흥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해 도내 로봇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각종 사업 지원 등을 구축하고 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도 지난 2012년 4월부터 디지털휴먼연구센터를 구축,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 원격제어 시스템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람의 형태를 따른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어 재난구조용으로 쓰이기도 한다.박재흥 디지털휴먼연구센터장(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부교수)연구팀은 모션캡쳐 기술을 통한 로봇 제어기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춤추는 로봇을 개발하는 등, 인간-로봇 간의 상호작용(Human-Robot Interaction)에 주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의 시대는 이제 일상이 됐다. 공상 과학이나 만화에서만 나오는 거대한 로봇이 아니다. 로봇청소기처럼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기계에서 외로운 이들에게 말동무가 되어 주거나, 안전을 책임지는 등 감정과 책임을 입고 무한대로 변신하고 있다. 로봇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는 이제 시작됐다.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미래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큰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을 만들어야 한다”며 “관련 기관 및 업체 등에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대비해 로봇 분야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탁기자

헌정특위, 개헌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 시기 놓고 충돌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헌정특위)가 23일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논의에 나섰지만 국민투표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그쳤다. 당초 헌정특위 전체회의에는 기존 정개특위에서 검토보고됐던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법률안 142건을 비롯, 147개 안건이 상정됐다. 하지만 여야는 국민투표법 개정 문제를 놓고 격돌하는 등 향후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호 의원은 국민투표법의 전면 개정이 시급하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그는 “자칫하면 개헌에 관한 국민 투표가 불가능하거나 국민 투표가 실시되더라고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관련 법률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서 ‘주민등록이 돼 있거나’, ‘국내거소신고가 돼 있는’ 투표권자로 투표인명부를 작성하도록 한정한 것은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2015년 말까지 해당 법안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국회에서 개선입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민투표법 개정 없이 개헌에 대한 국민 투표가 치러질 경우 위헌시비가 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선후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헌법개정을 언제까지 해야 하니 이것을 위해서 빨리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 졸속입법이 될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놓고 김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갑)이 정면충돌했다. 김 의원은 국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회의원 총수를 360명까지 늘리거나 비례대표 의원 수의 비율을 늘리는 안들이 있는데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에 심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세계 각국의 선거제도 가운데 가장 기본 모델 중 하나”라며 “기본 모델에 대해 모르는 분이 헌정특위 위원이라면 중앙선관위에서 보충수업이라도 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다른 당 소속의원에게 평가받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같은 당 주광덕 의원(남양주병)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헌정특위 위원장인 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시·도의원 및 자치구 시의원 선거의 예비후보등록 개시일이 3월 2일인 점을 고려해 선거구획정과 의원정수 조정 부분은 다음 달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조속히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재민·송우일기자

한국당,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은 국민 기만하는 술책”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개헌의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하는 등 ‘문재인식 개헌’ 저지에 당력을 쏟고 있다. 한국당은 23일 개헌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향후 이뤄질 개헌 논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간사인 주광덕 의원(남양주병)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외치다가 여당이 되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면서 “앙꼬(팥소) 없는 맛없는 찐빵을 국민에게 먹이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당이) 대통령 하부기관이라는 오명에 벗어나기 위해선 헌법개정 권력자인 주권자가 진정 원하는 국민 개헌을 담아내는 데 양심과 소신을 담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여당은 영원히 청와대 이중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과 기본권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다”며 “‘문재인 개헌’을 저지하고 권력구조 개편 ‘국민개헌’을 주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 입장은 국민을 기만하는 술책”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에 (개헌 논의의) 초점을 우선으로 맞추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한국당은 오는 29일 의원총회를 한차례 더 개최하고 이 같은 총체적 개헌 방향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한국당의 이 같은 행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을 후 순위로 미루는 ‘최소 개헌’을 언급한 데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대통령 권한 축소 가 빠진 개헌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민·정금민기자

한국당 경기도 재선 3인, 정책-전략-조직 허리 역할 든든

6·13 지방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자유한국당 경기도 재선의원 3인이 정책·전략·조직에서 든든한 허리 역할과 함께 대여 공세 첨병 역할을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한국당에 따르면 정책사령탑을 맡고 있는 함진규 정책위의장(시흥갑)은 산하에 6개 정책혁신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최근 현안과 관련된 최저임금 특위 등 TF를 14개 추가로 만들었다. 특히 지방선거 공약개발단인 중앙공약개발단과 시·도공약개발단을 구성,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정면 정책승부를 벼르고 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현장 애로사항 점검차 오는 26일 당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 위원을 중심으로 시흥 시화공단을 방문할 계획이며, 30일에는 저출산 대책과 관련된 보육문제 논의를 위한 간담회, 31일은 교육정책 관련 간담회. 다음 달 1일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를 방문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잇따른 정책 혼선을 비판할 계획이다. 경기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주광덕 의원(남양주병)은 당 원내전략상황실장으로,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추진하는 원내전략을 밀착 지원하는 중이다.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추진하는 개헌, 사법개혁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주 의원이 당 개헌특위 위원장과 사법개혁추진단장을 맡아 선봉에 서 있다.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 간사도 맡아 당과 국회에서 맹활약하는 중이다. 검찰 출신이면서 청와대 정무비서관 경험이 한국당의 대여 공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당 전략기획부총장인 김명연 의원(안산 단원갑)은 당무감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략과 조직 양쪽에서 노하우가 상당하다. 오랜 기간 조직강화특위(조강특위) 위원으로 조직위원장 선임에 직접 관여했던 그는 최근에는 조강특위 위원은 아니지만 실무간사로 조강특위를 돕고 있다. 또한 지방선거기획단 부위원장도 맡아 큰 틀에서 기획선거를 준비하는 중이다. 최근 도내 의원들이 잇따라 검찰에 기소돼 분위기가 침울한 상황에서 이들 재선의원 3인의 활약은 지역 정치권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당원들을 결집시켜 지방선거를 대비하는데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재민·정금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