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담수화 실패… 반성도 책임도 실종 [시화호 30년, 긴급점검①]

죽음의 호수에서 다시 태어난 시화호는 어느덧 생태계의 보고로 새로이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시화호에는 풀지 못한 숙제들이 아직 남겨져 있다. 또 지난날의 교훈을 잊는다면 애써 되살려 놓은 시화호가 과거의 오명을 다시 뒤집어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일보는 시화호 조성 30주년을 맞아 과거가 남긴 숙제와 교훈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시화호의 내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① 졸속 행정 ‘시화호 사업’ ‘죽음의 호수’로 불리며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인식됐던 시화호는 각계각층의 노력 끝에 수질 정화에 성공, 환경오염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자리 잡았다. 조성 30주년을 맞이한 현재의 시화호에는 이처럼 수많은 우여곡절이 담겨있다. 하지만 30년 동안 정작 시화호 본래의 목적이었던 ‘담수호’ 실패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994년 조성된 시화호는 간척사업을 위한 시화방조제 건설로 탄생했다. 당초 시화호는 화성, 안산, 시흥 일대에 공업·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담수호가 목표였지만 시화호와 맞닿아 있는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인근 산업단지와 축산농가의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급속도로 오염됐다. 오염수준은 심각했다. 수질오염수준을 나타내는 COD(화학적산소요구량)는 17.4mg/L까지 치솟았다. 통상 서해안의 COD는 1mg/L 중반에서 2mg/L 초반 사이의 농도를 나타낸다. 시화호의 극심한 오염으로 시화방조제 기준 외해와 시화호 수질의 서로 다른 색깔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경이었다. 결국 정부는 1999년 시화호 내의 오염수를 방류하고 외해의 해수를 유통하기로 결정, 담수호 사업을 포기한다. 당시 오염수 방류를 두고서 이를 방류하고자 하는 정부 측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대치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해수유통은 유일한 대안이었고 그 결과 시화호의 오염도를 낮추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담수호로써 시화호는 실패한 것이다. 시화호 담수화 사업은 대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공공사업임에도 예측에 실패했고 이에 따라 극심한 환경오염이 발생했다. 이후 환경오염을 정화하기 위해 약 1조원의 예산과 10여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담수호 사업 실패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고 일부 중하위급 공무원에게 전가 됐을 뿐이다. 1996년 감사원은 건설교통부, 수자원공사, 안산시, 환경부 산하 한강환경관리청 직원 14명에게 징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2001년에는 인근 지역 환경단체들이 책임자 처벌을 위한 소송을 진행했지만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유야무야 됐다. 결국 ‘담수호 실패’에 대한 책임은 해수유통과 함께 슬그머니 흩어져 버린 셈이다. 이후 왜 사업이 실패했는지 대한 분석도 없었고, 교훈과 반성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언제든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 시화호 관련 민간단체들의 목소리다. 류홍번 시화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위원장은 “담수호로써 시화호 실패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졸속적인 행정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그 당시에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고 실패를 분석한 보고서나 반성은 정부 차원에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부 장기정책 부재가… 시화호 담수화 실패 불러” [시화호 30년, 긴급점검①]

“시화호 담수화 실패는 정부주도 사업의 장기적 대비책 부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시화호 환경개선을 위해 수십년간 노력해 온 최종인 환경운동가는 시화호 담수화 실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4년 1월 조성된 시화호 담수화는 준공 이후부터 수질오염 등 문제가 발생하며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만을 얻은 채 실패했다. 최 운동가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환경정책 부재가 시화호 담수화 실패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방조제 완공 이후 인근 공단의 오·폐수와 도심지의 생활하수가 유입되면서 수질오염을 일으켰으나,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 등 소하천에서 유입되는 담수량이 자체 정화를 기대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오·폐수 유입과 시화호 내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지며 내부 갯벌에 서식하던 조개 등 어패류 등이 집단 폐사했고, 사체들로 인한 악취 등 오염은 가속화됐다. 정부 등은 뒤늦게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질개선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욱이 수질개선을 위해 초기에 조성했던 갈대습지의 경우에는 시화호에서 살 수 없는 갈대를 마구잡이로 심어 결국 고사했고, 추가 수질오염이 발생했다는 것이 최 운동가의 증언이다. 특히 상류지역에 정화를 위해 조성된 갈대습지는 자연순환이 이뤄져야 함에도 수면보다 6m가량 높게 만들어진 탓에 펌프 등 기구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질개선이 이뤄지지 못하자 결국 정부는 해수 유입을 실시했고, 그제야 수질개선이 이뤄졌다. 이에 최 운동가는 “시화방조제 조성 당시 담수화 실패가 예상됐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개발 논리만 내세워 사업을 강행했다”라면서 “결국 해수 유입 이후 자연적 개선 외에 정부의 노력으로 효과를 본 것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담수호 조성을 위해 투입된 시간과 예산, 주민 피해 등을 감안하면 누군가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처벌 없이 송산그린시티 등 관련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과 더불어 장기적 환경대책이 없는 한 시화호의 오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경기만평] 희망사항...

[사설] 정작 출퇴근 때 못 오는 돌보미가 복지인가

아이돌봄서비스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복지증진이 목적이다. 보호자의 일·가정 양립도 지원한다. 양육친화적인 사회 환경도 조성한다. 아이돌봄지원법 제1조에 명시돼 있다. 지원 대상은 12세 이하 아동이다. 구체적으로 생후 3개월~만 12세다. 12세 이하 아동은 시간제 서비스, 36개월 이하 영아는 영아종일제 서비스로 구분된다. 취지가 좋은 사업인데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돌보미 기다리다가 아이 다 큰다’는 볼멘소리다. 과한 소리도, 괜한 소리도 아니다. 돌보미를 배정받는 게 그만큼 어렵다.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려 6개월~1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신청 아동이 10세 또는 11세라면 어떻게 될까. 대기하다가 자격 연령 초과하는 셈이 된다. 경기도내 돌보미 수급 상황을 보자. 7월 기준 경기도 아이돌보미는 5천409명이다. 실제 이용 아이들은 1만2천54명이다. 돌보미 1명에 아이들 1.44명꼴이다. 수치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돌봄서비스 수요의 집중이다. 신청이 주로 몰리는 시간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출퇴근 시간이다. 수요 병목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도 관계자가 ‘낮 시간대에는 (공급이) 남아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마나 한 소리다. 제도 목적이 ‘직장 생활 지원’이다. 직장은 출퇴근을 전제로 한다. 이 기본 취지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요 분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출퇴근 시간을 달리해야 하는데, 그건 산업계 전반의 영역이다. 결국 현 상태에서 생각해 볼 대안은 하나, 돌보미 공급 확대다. 현재 돌보미는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한다. 80시간의 양성 교육과 현장 실습이다. 주로 은퇴 연령대 여성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기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많은 돌보미를 양성하는 것이 대안이다. 현장에서는 낮은 보수 개선도 과제로 든다. 현재 보수는 최저 시급을 겨우 웃돈다. 무작정 봉사정신만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산이 없을 테니 돌보미 증원부터라도 해야 한다. 안 한다면 모를까, 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복지마다 소비자에 이르는 공급망이 있다. 아동 복지의 아동돌보미, 노인 복지의 노인돌봄생활지원사 등이 예다. 그 자체로 일자리다. 복지가 창출하는 고용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공급망이다. 이마저 예산 없어 외면할 것인가. ‘돌보미 대기’ 원성을 계속 방치할 건가. 이런 복지는 복지가 아니다. 아이돌봄지원법 1조에 대상 아이들을 특정해 놨다. 그 애들 100%에 대한 공급은 법의 약속이다.

[사설] 미성년자 무면허 렌터카 사고, 안전대책 강화해야

렌터카 이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렌터카 사고도 매년 1만여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28일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국회의원(인천 남동갑)이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의 분석에 따르면 렌터카 사고는 2020년 1만223건, 2021년 1만228건, 2022년 9천779건, 지난해 9천496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 수는 연평균 약 1만5천588명수준에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렌터카 사고는 9월부터 12월까지 발생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석과 같은 연휴가 있는 9월과 개천절 등이 있는 10월에는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철과 겹쳐 렌터카 수요 증가와 더불어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또 겨울철에는 짧아진 일교시간과 날씨로 인한 도로 상황 등으로 렌터카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는 렌터카 사업의 활성화와 휴대폰 이용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자동차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무면허 렌터카 사고가 매년 수백 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29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52명이 다쳤다. 2022년에는 258건, 2021년 320건, 2020년 399건이 각각 발생했다. 무면허 렌터카 사고에서 더욱 큰 문제는 미성년자의 무면허 렌터카 운전으로 인한 사고다. 무면허 렌터카 사고를 나이대별로 분류한 결과 운전자가 20세 이하인 경우가 최근 5년간 발생 건수의 약 36.69%인 580건으로 가장 크다. 이들 중 상당수는 휴대전화 앱을 통한 회원 가입을 타인 명의를 도용해 비대면 인증을 받아 쉽게 렌터카를 이용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심지어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면허자를 대상으로 차를 빌려준다는 게시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X(옛 트위터)에 ‘무면허 렌트’를 검색하면 인증 계정을 판매한다는 글 등이 있어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SNS 게시물은 불법을 조장하는 행위이므로 조사해 엄벌해야 한다. 미성년자를 비롯한 무면허 렌터카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확실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렌터카 업체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차량 대여 및 운행 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토부 등은 렌터카 이용을 시작할 때 얼굴 또는 지문인식을 의무화하는 등 관계 규정을 강화해 더 이상 미성년자가 무면허 렌터카 사고로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슈&경제] 홍익인간의 현대적 이념

이념의 사전적 정의는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로 무엇을 최고의 것으로 여기는지에 대한 정신적 지주요 철학이다. 홍익인간 이념과 의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홍익인간은 홍도익중주인간(弘道益衆主人間)의 줄임말로 ‘널리 인간 세상에 도(道)를 넘치게 해 널리 골고루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건국·통치·정치·교육·윤리 이념의 근간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前文)에 홍익인간 정신이 행간에 깔려 있고 교육법(1949년)과 교육에 관한 기본법률(1997년)에 교육 이념으로 명시돼 있다. 둘째, 신시개천(神市開天) 자체가 기업가정신이다. 셋째, 인간의 행복을 중시하고 봉사하는 보편적 인본주의와 인류 공영의 박애주의를 추구하므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거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이기주의와 향락주의를 거부한다. 넷째, 자유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나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를 우선한다. 인간은 물론이고 사회와 공동체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남을 배려하는 공감과 이타심을 가진 유기적인 공동체를 의미한다. 다섯째, 만물 병육의 상생 사회를 지향하므로 자유주의, 평화주의, 공동체주의를 추구한다. 여섯째, 소통과 통합의 사회를 의미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식, 정신, 인정, 의사, 정보, 일자리, 물자 등이 물처럼 넘쳐흐른다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와 갑과 을의 대립이 없는 지식, 인정, 물자, 정보 등이 막힘이 없는 원활한 소통과 통합을 의미한다. 일곱째, 천지인 삼재(三才)의 조화를 기조로 한다. 일월무사조(日月無私照·해와 달은 사사로이 비추지 아니함)의 재세이화를 통해 이룬다. 이는 통치자나 지도자들이 국민 행복을 위해 실천해야 할 정치 기능이나 역할 또는 국가권력이 추구해야 할 부국강병과 국민 안전 같은 목표 가치나 사명일 뿐만 아니라 준법, 질서, 근검절약, 정직 같은 이웃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한 소극적 덕을 넘어 협동, 관용, 참여, 봉사, 이타심 같은 적극적 윤리와 덕성을 제시한다. 여덟째,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선공후사의 윤리 규범을 제시한다. 아홉째, 널리 인간 세상에 도를 넘치게 해 널리 골고루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적어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열 번째, 도와 자연의 흐름처럼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생산과 교역 활동을 할 것을 주장한다. 따라서 홍익인간은 한국적 인문학의 출발점으로서의 의의뿐만 아니라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과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 통합이나 경제발전 같은 실천적 과제와 관련해 홍익인간이 주는 지혜도 크다. 홍익인간이 지향하는 이념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 할 수 있으며 공동선과 정의를 확립하고, 인간 소외를 극복하고, 평화롭고 창의적인 인류 공동의 과제와 관련해 재해석되고 천명될 가치가 있다. 우리의 국가와 공동체를 다듬고 개개인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꿔 가는 과제에 적용할 기준 가치로서의 의의 또한 중요하다. 홍익인간이 우리의 교육이념으로 제정됐다는 것은 첫째, 교육을 통해 양성해야 할 인간상이 홍익인간 하는 덕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둘째, 교육사업 자체가 홍익인간 하는 최고의 활동임을 규정한 것이다. 교육이 권력, 자본 및 교육 종사자의 이해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 계발과 행복 증진에 봉사하는 것을 명기한 것이다.

[아침을 열면서] 바람을 맛나게 맞으며

오늘 바람은 맛있다. 잠을 깨는 순간 반갑게 닿는 바람의 촉감. 창을 열고 오늘의 온도를 재듯 바람을 흠뻑 마신다. 맑아진 바람의 결이 한층 상큼하게 밀려온다. 며칠 새로 삽상하다는 어감에 딱 맞게 바람의 감촉이 달라졌다. 바람을 한껏 들이며 드디어 가을이라고, 가을이 오긴 왔다고 뇐다. 폭염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쓸어주는 바람의 위무를 받으니 살맛도 살짝 솟는다. 늘 같은 아침도 바람에 따라 색다른 기분이 된다. 새롭게 차려오는 바람의 걸음새에 마음이 움직이고 몸도 일으켜지는 것이다. 그렇듯 때에 따라, 곳에 따라 바람이 사람살이에 끼쳐온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해마다 새 잎과 꽃을 피우고 과일이며 곡식을 익히는 등등 세상을 경영해온 바람의 힘이 새삼 짚인다. 물론 태양과 비와 구름과 더불어 하는 일이라지만. 아무튼 태풍 같은 게 아니면 대부분의 바람은 우리네 삶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일로 지구를 분주히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처서 바람은 더 각별하게 맞는다. 그때부터 시원해지는 바람이 예를 갖춰 맞이할 만큼 고마운 까닭이다. 예의란 다름 아니라 바람의 위무를 크게 맞이하는 번개 치기다. 세상 불쾌하게 끈적대던 폭염 습도를 확 내리고, 선도는 상큼하게 올리는 가을바람을 애타게 기다려온 우리의 소소한 마중이다. 동네 골목 어디서든 만나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면서 여름 내 고생했다고 위무하는 바람의 맛과 깔을 더 높이 즐기는 것이다. 행복에는 즐거움의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지 않는가. 그러고 나면 더 기운 내서 가을을 맞이하고, 할 일도 챙겨 보게 된다. 시큰둥하던 일상이 축제 후에 새삼 소중해지고 조금 더 열심히 살려는 마음을 새기는 것처럼. 사실 바람은 ‘두 장소 사이에 존재하는 기압차에 따라 일어나는 공기의 움직임’이니 지구에 오래 존재해온 대기의 순환이다. 그런 특성에 이름도 많고 역할도 많고 관련되는 비유며 함의도 넓은 게 바람이다. 이름도 미풍, 순풍, 돌풍, 솔바람, 산들바람, 명지바람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바람의 신, 바람의 딸, 바람의 계곡 등등 예술적 차용과 활용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이즈음의 바람을 두 팔 벌려 맞이하는 것은 기나긴 무더위를 물리치며 오기 때문이다. 점점 숨쉬기도 힘든 찜통 폭염을 떨쳐주는 특유의 처서바람이라 다른 때보다 대접을 더 받는 셈이다. 올해는 그토록 기다리던 처서도 며칠은 더 지나서야 선선해져 가을바람맞이 번개를 하고 넘었지만. 구월 아침을 설레게 하더니 바람이 무슨 말인지 천변에도 전하고 다닌다. 무성히 벋기만 하던 풀들도 조금씩 초록을 줄이며 마무리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아직 덜 익은 사과들은 바람의 말을 귀담으며 더 달게 익을 테고 콩깍지 속의 콩알들은 튀어 나갈 태세로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게 바람을 맞이하는 세상의 고샅마다 제 앞에 주어진 시간을 마저 익히는 가을의 마음으로 그윽이 깊어갈 것이다. 이런저런 전언을 둘러보며 맞으니 오늘의 바람이 더 맛있다.

[천자춘추] ‘얼운님’을 기다리는 마음

아이들이 예쁘다.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나이가 든 모양이다. 뭘 바라는 건 없다. 우리보다는 더 자유롭게, 더 평화롭게, 더 풍요로워지길 바랄 뿐이다. 우리 부모 세대가 그랬다. 전쟁과 빈곤 속에서도 늘 미래의 아이만을 생각했다. 항상 어른은 아이의 후견이었고 아이는 어른의 희망이었다. 부끄럽지만 받을 땐 소중함을 잘 몰랐다. 어수룩한 깨달음조차 늘 뒷북이었다. 갈수록 어른이 없다. 어른을 찾는 애절함은 더 커지는데 정작 어른 싸움에 아이들 멍은 더 짙어만 간다. 전통의 배구 명가인 화성의 송산고 배구부만 해도 그렇다. 학교 측과 지도자 간에 각자의 주장이 있고, 시각차도 있었겠지만 마지막 해법이 ‘배구부 해체’라는 건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른 싸움에 아이 등 터지는 꼴이다. 아이들의 꿈, 아이들이 선택할 기회를 원천 박탈하는 이유가 ‘어른들’ 싸움이라니 당최 어른스럽지 않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도 어른을 기다린다 했다. 그는 “누군가와 전쟁하듯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 번은 고민해 주시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 본다”고 말했다. 어른들의 대답은 달랐다. 같이 살자고 얘기하는데 함께 죽자고 싸움을 키우는 형국이다. 비록 서투른 직접화법이지만 안세영의 고언을 어른들이 정치적으로 소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 다음 올림픽에서는 안세영이 감사와 보은의 마음이 분노보다 더 큰 힘이었다는 금메달 인터뷰에 나서길 기대한다. 어른의 본뜻은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어른은 ‘얼우다’에서 유래한다. 예전에는 ‘사랑을 나누다’의 뜻으로 ‘얼운님’을 기다리는 황진이의 마음으로 쓰였다. 어른은 어우를 수 있는 사람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지혜로 동이불화(同而不和)를 이겨야 한다. 진정 공멸의 길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얼운님’을 기다리는 모두의 마음을 정부도, 협회도, 체육회도 헤아리길 바란다. 어차피 같은 시대 지구의 한 모퉁이를 함께 여행하는 동반자이지 않은가.

[지지대] 주 4.5일 근무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민선 8기 후반기 중점 과제는 ‘사람중심 경제’, 이른바 휴머노믹스다. 그 중 직장인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주 4.5일 근무제’다. 김 지사는 내년부터 일부 산하 공공기관과 도내 50개 민간기업에 시범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임금 삭감은 없다. 주 4.5일제는 격주로 주 4일 근무,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등 방식이 다양하다. 경기도는 10월부터 이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근로시간 단축분에 대해선 경기도에서 임금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소요 사업비는 1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도는 주 4.5일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긍정적 성과를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다. 주 4.5일 근무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7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가·공공기관 최초로 이른바 ‘13시의 금요일’을 도입한 것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 외 4시간 이상을 추가로 근무하고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주 40시간 근무를 유지하면서 금요일 오후 휴식을 보장하는 4.5일제다. 경기도와 제주도 모두 주 4.5일제를 시행하지만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주 40시간이 아닌 ‘주 35시간 근무’라는 게 파격적이다. 그것도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주 4.5일제가 낯선 것은 아니다. 2~3년 전부터 몇몇 기업에서 주 4일제 또는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치권과 노동계도 거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주 4일(4.5일) 근무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주 4일제를 22대 국회 우선 입법과제로 두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들도 주 4일제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시범 적용·도입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4일 또는 4.5일 근무제로 바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의 주 4.5일제 시범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오늘의 운세] 9월 2일 월요일 (음력 7월 30일 /己巳) 띠별 / 생년월일 운세

쥐띠 丙子 36년생 자손고민 해결 친척도움 직업문제 해결 길(吉) 戊子 48년생 재물지출 많으나 문서차량 가택문제 길(吉) 庚子 60년생 뜻하는 소식 시험 원만하나 시비쟁투 조심 壬子 72년생 인기상승 재물성사 연인 생기고 매사무난 甲子 84년생 재수원만 데이트 성공 능력발휘 만사무난 丙子 96년생 일진평범 연인은 불화 친구와 경쟁 마음답답 소띠 丁丑 37년생 집안고민 해결 자손기쁨 직업안정 만사 길(吉) 己丑 49년생 문서해결 가능 귀인도움 직장해결 만사 길(吉) 辛丑 61년생 승진가능 소원성취 부부화합 행운의 날 길(吉) 癸丑 73년생 컨디션 나쁘고 술로 망신조심 방황 탈선수 乙丑 85년생 운기왕성 재수왕성 오락탈선 내기는 조심 丁丑 97년생 친구모임 술 음식잔치 모임중심 고민도 해결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투자재물 불리 한발양보 가족문서 돈지출 庚寅 50년생 때를 기다리면 문서 해결되나 가정은 불화 壬寅 62년생 인기 상승하나 실속없고 우연한 만남 오락조심 甲寅 74년생 연인만나 데이트 구직성사 술 음식 생기고 丙寅 86년생 모임성사 실속은 없고 분주하고 의견개진 戊寅 98년생 일진불리 재물손해 가족고민 술 및 차량조심 토끼띠 己卯 39년생 친척문제 재물지출 문서나 차량은 원만 辛卯 51년생 인기상승 승진가능 행운오고 귀인조력 길(吉) 癸卯 63년생 일진불리 심신피로 과음과로 재물지출 흉(凶) 乙卯 75년생 몸은 고달프나 재물은 성사 연인 데이트운 丁卯 87년생 술 음식 생기고 경쟁치열 분주하고 평범원만 己卯 99년생 친구동료 화합 가족모임 여행출행도 원만해 용띠 庚辰 40년생 문서해결 직장 해결되나 자손문제는 걱정 壬辰 52년생 명예상승 재물 원만하나 심신피로 할 때 甲辰 64년생 재수원만 연인소식 오고 가족외식 자손 길(吉) 丙辰 76년생 직업 생기고 재물성사 친구도움 만사해결 戊辰 88년생 상사나 부모와 불화 독선으로 언쟁 말조심 庚辰 00년생 문서변화 시험안정 가족화합 상사조언 무난 뱀띠 辛巳 41년생 계획성취 출행여행 명예상승 만사 길(吉) 癸巳 53년생 일진불길 출행 도난 생기고 시비 오락조심 乙巳 65년생 투자재물 불리 여행하고 싶을 때 정신방황 丁巳 77년생 칭찬받고 선물 생기고 직업학업 모두 원만 己巳 89년생 운기상승 인기상승 데이트 성공 선물 생기고 辛巳 01년생 일진평범 가족모임 여행출행 공부는 열심히 말띠 壬午 42년생 명예 생기나 재물지출 자식효도 가족모임 甲午 54년생 투자이득 재수대길 직업변화 해결만사 길(吉) 丙午 66년생 직장갈등 생기나 친구 및 귀인 도움으로 길(吉) 戊午 78년생 친구와 불화 시기받고 기분손상 말을조심 庚午 90년생 시험 학업대길 부모도움 칭찬듣고 만사 길(吉) 壬午 02년생 대우받고 위상건재 술 음식 즐기고 돈은 지출 양띠 癸未 43년생 일진불리 건강주의 직업갈등 재물손해 흉(凶) 乙未 55년생 연인문제 고민 금전복잡 직장 스트레스 운 丁未 67년생 운수왕성 직업해결 승진가능 매사원만 길(吉) 己未 79년생 능력발휘 친척모임 칭찬받고 부모도움 길(吉) 辛未 91년생 일진왕성 상사도움 시험대길 칭찬받고 길(吉)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투자사업 이득 고민해결 승진가능 만사 길(吉) 丙申 56년생 직장원만 자손기쁨 음식대접 귀인도움 길(吉) 戊申 68년생 재물지출 많으나 사회 활동하고 베풀어야 길(吉) 庚申 80년생 인간화합 칭찬받고 소원성취 연인 데이트 壬申 92년생 인기상승 칭찬받고 모임성사 식사 대접받고 닭띠 乙酉 45년생 동료나 상사의 의견을 존중해야 만사무난 丁酉 57년생 직업해결 운수완성 투자이익 자손경사 길(吉) 己酉 69년생 친구형제 도움 문서차량 시험문제 해결 길(吉) 辛酉 81년생 집안변화 시험원만 만사해결 봉사활동 길(吉) 癸酉 93년생 컨디션 불리 언쟁주의 오후는 모임성사 길(吉) 개띠 丙戌 46년생 자손 및 직업고민 생기나 운수는 왕성하고 戊戌 58년생 투자재물 손해 일찍 귀가해서 서비스나 해야 庚戌 70년생 부모님 상사와 상담결정 시험 합격하고 길(吉) 壬戌 82년생 인기 생기고 이성 화합하나 지물지출 과다 甲戌 94년생 인기상승 이성화합 즐거우나 재물지출 과다 돼지띠 丁亥 47년생 변동변화가 생길 때 마음을 진정시켜야 함 己亥 59년생 출행 여행하면 사고 친구동료와 쟁투조심 辛亥 71년생 직장변동 가택변동수 때를 기다리면 해결 癸亥 83년생 여행 출행하다 음주과식 분주다사 언쟁조심 乙亥 95년생 분주다사 여행출행 음주오락 우연한 만남 탈선 청년철학관 작명연구소 서일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