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사물들을 재해석하다

황은화 작가의 개인전 가 11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엄뮤지엄에서 열린다. 작가의 19번째 개인전으로 수원 매향교에서 설치 작품 전시를 연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120호 작품 네 점을 포함해 총 1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해와 올해 창작한 작품 중 엄뮤지엄의 엄태정 관장이 특별히 고른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 개인전보다 시간성을 강화하고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소재들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시침과 분침이 없는 시계를 콩으로 표현한 작품은 우리의 시간이 시계 본질이 아니라 시계의 개념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시계에 통제당하는 현대인들이 정서적이고 자연적인 시간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작품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비스듬한 의자는 본질의 기능은 비워져 있을 때 의미 있으며 이미 누군가 앉아 있는 의자는 기능을 다한 것이라는 작가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컵과 쇼핑백 등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들을 재해석해 작품 안에 그려냈다. 작가는 지난 82년부터 수원 여성 미술단체에서 활동하며 전시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창작 활동을 하며 시간, 공간은 물론 우리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런 고민을 표현한 작품들을 내보인다. 다음달 말에는 이번 개인전과 연계해 설치 작품 전시회를 계획 중이다. 황작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것들도 다른 시각이나 방법으로 생각하면 달라 보일 수 있다”며 “묵상이라는 단어처럼 관객들이 여러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한편, 이번 전시의 개막식은 11일 오후 5시다. 손의연기자

“죽으러 왔다” 30대男 경찰서에서 분신 시도

술에 취한 30대 남성이 경찰서에서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112상황실에서 근무하던 베테랑 경찰이 발 빠른 대처를 해, 대형사고로는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남성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 경찰과 해당 남성은 각각 2~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9일 오전 8시46분께 수원남부경찰서 본관 1층 계단에서 Y씨(38)가 분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Y씨는 “죽으러 왔다. 몸에 시너가 뿌려져 있다”며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큰 소리로 현관 관리 직원 등을 상대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해당 소란은 곧바로 상황실에 보고됐고, 직원 3명이 긴급히 내려왔다. 경찰서에 당장 불이 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옹동록 경위(47)는 격앙된 Y씨에게 다가가 “진정하라”고 말하며 설득에 나섰다. 이재홍 경장(31) 등 3명은 주변에서 소화기 등을 들고 대기했다. 5분간 옹 경위와 이야기하던 Y씨는 순간적으로 계단에 오르기 시작했고, 옹 경위는 Y씨 손에 든 라이터를 낚아채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급박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튀겨진 불꽃은 Y씨 몸에 붙어 타올랐고, 옹 경위는 판단할 틈도 없이 불길을 막고자 Y씨를 껴안았다. 그 순간 다른 동료들은 3대의 소화기로 솟아 오른 불길을 순식간에 잡았다. 이 과정에서 옹 경위는 2도 화상을, Y씨는 3도 화상을 입었다. 앞서 옹 경위는 지난해 8월에도 경찰 조사에 불만 품은 민원인이 당직근무 중인 여경에게 화풀이하고자 소리를 지르고, 화분을 바닥에 던지는 등의 큰 소란을 피우자 직접 제지에 나서는 등 평소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것으로 알려졌다.옹 경위의 솔선수범은 장관 표창을 포함, 총 21회 표창을 받은 경력으로도 입증된다. 수원 남부서의 한 동료 경찰은 “평소 의협심이 강한 옹 경위는 서 내에서도 솔선수범하는 모범경찰관으로 정평 나있다”고 전했다. 조철오 송승윤기자

g뮤지엄데이 그들만의 잔치

경기문화재단이 도내 공사립 박물관ㆍ미술관의 상생 발전을 목적으로 개최한 ‘g뮤지엄데이’가 관련 기관조차 외면한 졸속행사로 전락됐다는 지적이다. 9일 경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재단 뮤지엄본부는 지난 7~8일 지뮤지엄파크에서 ‘2016 gMUSEUM DAY 경기도 뮤지엄 문화 축제’를 개최했다. 지뮤지엄파크는 용인시에 위치한 경기도박물관ㆍ백남준아트센터ㆍ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을 지리적, 기능적으로 묶은 명칭이다. 7천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 이번 행사의 대표 프로그램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으로 가는 산책로 중 언덕에 설치한 건축가 예술가 그룹 네임리스의 작품 ‘지뮤지엄 파빌리온-달은 가장 오래된 공간, 2016’ 전시다. 또 7~8일 이틀간 3개 단체별로 40분 가량 각 1회의 공연을 상연하고 앞서 지난 7~8월에는 도내 공사립 박물관ㆍ미술관 방문 프로그램을 4회 진행했다. 그러나 당초 목적과 행사 타이틀에 부합하지 않는 세부 프로그램 계획 및 운영으로 기획력 부족과 예산 낭비지적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평일인 지난 7일 오후 3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주최 측 관계자와 작품 제작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도내 172개에 달하는 공사립박물관 중 단 5개 기관의 관장만 참석하고 지뮤지엄파크 소속 직원 30여 명이 동원되는 등 당초 행사 목적을 무색케 했다. ‘문화 축제’를 지향하며 마련한 행사 개막식 축하 공연은 한낮에 치러지면서 일반인 관람객을 찾기 어려웠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제작한 설치작은 관람객 체험 작품이자 휴게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오는 11월27일 철거 예정이어서 예산 낭비 지적까지 받고 있다. 도내 박물관 미술관 투어 프로그램 역시 지난 7~8월 안산시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에서 4회 진행, 이번 행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개막식에 동원된 한 직원은 “한 개 부서는 남아 있고 모두 왔다”면서 “설치작품을 철거하는 것은 예산이 너무 아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행인 신모씨(56ㆍ여)는 “높은 사람들끼리 공식 행사하는 것 같아서 그냥 피했는데 무슨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와 관련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 관계자는 “토요일보다 금요일에 기관장과 관계자 참석이 부담없을 것 같아 내부 논의 끝에 결정했다”면서 “야외 설치 작품의 경우 관람객 반응을 살펴 연장 전시를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류설아기자

84㎡ 4억8천만원… 민간 뺨치는 LH 공공아파트

하남시 감일지구에 처음 공급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분양 아파트가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장애인ㆍ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분양임에도 분양가가 4억 원 후반대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요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9일 LH 하남사업본부와 지역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LH 하남본부는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추천 특별공급 청약을 받고자 관련 기관에 감일지구 B7블록 공공분양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 안내문에는 B7블록에 들어서는 공공분양 아파트 934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74㎡ 169가구는 사전예약자에게 공급되고 84㎡ 765가구는 특별 및 일반공급으로 분양된다고 적시돼 있다. 이 아파트는 이달께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청약이 진행될 84㎡의 아파트 추정 분양가격은 4억5천만~4억8천만 원으로 안내됐다. 3.3㎡당 1천300만~1천400만 원 수준이다. 이 가격대는 최근 미사강변도시에 공급된 민간분양 아파트 ‘신안인스빌’이나 ‘제일풍경채’와 비슷한 가격대다. 앞서 분양됐던 미사강변도시 공공분양 아파트 가격은 3.3㎡당 900만 원대였다. 안내문을 받은 수요자는 ‘공공분양인데 민간분양과 가격이 다를 게 없다’며 LH 등에 항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사강변도시 공공분양 아파트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며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장애인 A씨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가격이 민간 아파트 가격에 버금간다는 것은 수요자의 경제적 상황을 배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LH는 공공분양 취지에 맞게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LH가 서민 주거안정이 아닌 부채감축과 수익사업을 위해 공공분양가를 높이는 게 아니냐”며 “지금보다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하남본부 관계자는 “추정가격으로 제시한 것일 뿐 확정된 가격은 아니다”며 “현재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으며 시세나 감정평가 등을 근거로 적정한 가격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다만 이 관계자는 “감일지구는 2014년과 지난해 토지보상을 했기 때문에 지난 2009년께 보상이 이뤄진 미사강변도시와 분양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남=강영호기자

[사설] 국회, 133일 동안 단 1건의 법안도 처리 못해

제20대 국회가 개원된 지 벌써 4개월 반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제20대 국회는 4·13총선에서 협치를 하라고 유권자들로부터 엄한 명령을 받았다. 총선 직후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개원이 되면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면책 특권,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일을 하지 않으면 세비까지 반납하겠다고 요란하게 큰소리로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133일 지난 현재 국회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여 이런 국회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고 있다. 지난 4개월 반 동안 국회가 한 일이라고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원구성과 추가경정예산의 통과가 전부이다. 수차례 임시 국회가 개최되었지만 국민들에게 기억되는 의정활동은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 파동, 김재수 장관 해임안 가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국정감사 파행 운영 등과 같은 협치 아닌 여야가 서로 싸움만 하는 난장판 국회만 연상하게 된다. 지난 10월 3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총2천564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의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일부 검토된 법안으로 해당 상임위가 법안 심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통과든 폐기든 처리될 수 있음에도 현재까지 그대로 낮잠을 자고 있다. 제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제19대 국회보다도 법안 처리 실적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19대 국회의 경우, 비슷한 기간, 최소 3건이 법안이 통과된 실적이 있는데, 현재는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약 9%는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으니, 4개월 반 동안 무슨 의정활동을 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정활동은 입후보자 시절 전혀 준비하지 않고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만 몰두했단 말인가. 물론 과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명목으로 건수 채우기 위하여 ‘재탕 삼탕’식으로 적당히 수정하여 보여주기 식의 법안 제출도 상당수 있어 이런 잘못된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가 이번 처음은 아니다. 예로 제13대 국회도 여소야대 국회였지만 당시 4당 원내 총무들이 협치 정신을 발휘, 헌법재판소 설치 같은 중요 쟁점 법안을 처리했는데, 30년이 지난 제20대 국회는 발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니, 국민들로부터 더욱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정감사도 곧 마무리된다. 앞으로 국회는 새해예산심의 등 여러 가지 중요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 불임국회는 안 된다. 내년 대통령 선거만 의식,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쟁만 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협치 정신을 발휘, 오늘부터 밤늦게까지 불을 켜서라도 민생관련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사설] 역사적 행사 뒤에는 위대한 시민이 있었다

위대한 시민이 보여준 역사적 행사였다. 220년 전(1895년) 정조대왕의 화성(華城) 능행차가 감동적으로 재현됐다. 이어진 전체 행사 길이만도 기록적이다.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 연무대에 이르는 총 47.6㎞에서 개최됐다. 한강 위로는 정조대왕 행렬이 건넜던 배다리가 재현했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거의 모든 행사의 단위는 시군이다. 심지어 같은 행사가 시군별로 쪼개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지역과 행정구역을 초월해 이뤄졌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억하려는 건 감동적인 시민 정신이다. 행사 첫날의 주인공은 서울시민이었다. 창덕궁에서 노들섬에 이르는 10.39㎞였다. 연도에 늘어선 수많은 서울시민이 처음 접하는 행렬을 환영했다. 뜻밖에 역사적 행사를 목격하게 된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했다. 시민들은 교통 불편함을 불평 없이 감수했다. 참여 인원 가운데 100여명은 자율적으로 사전 모집에 의해 참여한 시민들이었다. 본 행사가 벌어진 노들섬에는 서울시민들이 직접 마련한 먹거리를 관광객들에게 나눠줬다. 둘째 날 보여준 안양, 의왕시민의 모습도 훌륭했다. 안양역에서는 정조 맞이 국악 한마당, 격쟁 등의 행사가 치러졌다. 만성적 교통체증으로 행사 개최가 쉽지 않은 구간이었다. 하지만, 안양시민들은 행사 내내 성숙한 모습으로 행사를 보호했다. 의왕시 기업은행 사거리에서의 행사도 감명 깊었다. 남사당놀이와 사미의식 등을 통해 역사 교육의 현장 삼으려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두 지역 시민 모두 처음 참여하는 행사였음에도 질서와 참여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구간인 수원에서의 시민의식은 절정에 달했다. 수원 구간 대로변에는 수천개의 등이 설치됐다. 수원시민들이 1만~30만원까지 부담하며 직접 참여한 징표였다. 행사를 따르는 시민 행렬도 장관을 연출했다. 수원 장안문에서 연무대는 행사 행렬을 함께 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부 구간의 교통은 전면 통제됐다. 하지만, 행사 기간중 질서는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수만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행렬을 따르며 연출한 모습은 시민 주도 행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부족한 부분은 있었다. 처음 참여한 서울 구간에서의 준비 부족이 있었다. 배다리의 재현은 현실적 한계로 군(軍) 시설로 대치해야 했다. 무엇보다 화성시가 빠진 점은 크나큰 아쉬움이다. 능행차의 화룡점정이라 할 화성 구간이 빠졌다. 그 원인과 책임은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는 위대한 시민이 만든 역사적 행사라는 기록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행렬을 따르던 시민, 행렬을 격려하던 시민, 교통 불편을 감내하던 시민, 자원 봉사에 희생을 감당하던 시민이 모두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진정한 지역 행사는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행사다. 이 평범하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교훈을 분명히 아로새긴 ‘2016 정조대왕 능행차’였다. 2017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모 다큐멘터리의 제목처럼 ‘지상 최대의 정조대왕 능행차’가 되기 바란다.

[지지대] 정년없는 가사노동

결혼한 여성들에게 여행은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남이 차려주는 밥상은 다 맛있다’며, 밥상을 챙기지 않는 그 자체로 행복해 한다. 추석이나 설 명절에 겪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고된 가사노동이다. 몇박 며칠 명절음식과 설거지, 청소 등 가사노동에 시달리다 보면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황폐해져 부부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이혼으로 치닫기도 한다. 최근까지도 가사노동은 사회학자들에 의해 노동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사회학적 성차별주의 때문이다. 남성 사회학자들에게 있어 가사노동은 노동이 아닌, 그들이 남편으로서 받을 권리가 있는 서비스라고 봤다. 가정주부는 ‘경제적으로 비활동적인 사람’으로 정의됐다. 결혼을 하면 여성은 가정주부가 된다. 결혼과 함께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담분야가 된다. 어떤 남편들은 가끔 ‘협조’도 하지만 이것은 선물로 간주됐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가정’이란 전통적인 성역할이 고정돼 있어서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사노동의 기계화, 가정의 민주화, 가사노동의 사회화 등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가사노동에 드는 노력과 시간이 점차 감소됐다. 가사노동이 재평가되고 가사노동이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고 경제활동이 늘어났어도 가사노동의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직장을 다녀도, 은퇴를 해도 마찬가지다.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정년이 없는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일본의 한 출판사가 설문조사한 결과, ‘아내에게 정년이 있느냐’는 질문에 92%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럼, 아내의 정년은 언제인가라는 것인데 가장 많은 답이 ‘남편이 사망했을 때’였다. 부부는 남편이 퇴직한 후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남성은 은퇴해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정년 이후의 삶을 사는 반면 아내는 여전히 현역이다. 퇴임 후 일터가 없어진 남편이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집에서 먹기도 한다. 매번 밥상을 차려야 하는 아내는 가사 업무량이 더 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는 일 없이 티비 보고 신문 보고 밥 먹는 남편이 미워지기도 한다. 부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가사노동을 나누는 수 밖에 없다. 요리하는 남편이 돼 스스로 밥을 챙겨먹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는 것이다. 여성의 일인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을 ‘함께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의 아침] 서울 어느 대학 총장의 ‘인천 희망론’

며칠 전 서울 유명 대학 총장을 역임한 교수와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분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평생 한국의 발전과 변화의 흐름을 연구한 분인데 마침 중국 여러 곳을 방문하고 귀국한 직후여서 중국의 발전과 변화양상을 비교적 소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분은 ‘중국의 눈부신 변화를 목격하면서 지난 10년간 ‘한국은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되돌아보고 중요한 시기를 허송세월하며 보낸 것은 아닌가 자책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특히, 중국 상해 푸동 지구가 1990년에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한국의 경제자유구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전벽해의 성취를 이룩하고, 불과 4반세기만에 한·중의 경제적 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하였다. 한국의 경쟁력과 경제 하려는 의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도시로 인천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하였다. 인천이 잘돼야 대한민국이 잘 될 수 있다는 분명한 논리를 강조하였다. 유정복 시장은 취임 이후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시정 목표를 설정하고, 인구 300만 시대에 인천이 더 이상 서울의 위성도시, 서울의 관문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중심도시임을 천명하고 ‘인천주권시대’를 선언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참으로 냉철한 현실인식 속에서 도출해낸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300만 인구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상징적,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싱가폴이 인구 300만이 되기 이전에는 스스로의 지속가능 발전능력이 없었으나, 인구 300만이 된 이후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서로 인접하고 있는 동북아시아는 21C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천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있으므로 이는 곧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의 중심에 사는 우리는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인천시민’이라는 자각과 자부심, 정체성을 스스로 일깨워야 한다. 인천의 발전은 물론이고, 한국의 도약이 인천의 발전에 달렸다는 사명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의 지리적인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인천사랑과 정체성을 높이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비록 19세기말의 제물포 개항이 외세의 강압으로 이루어졌으나, 21세기 인천은 시민의 자부심과 인천사랑으로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러한 것들 모두 우리 인천인에게 주어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정조대왕 납시오”… 220년 만에 부활한 孝의 길

220년만에 ‘정조대왕 능행차’의 전구간이 재현됐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수원시가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융릉을 참배했던 1789년 을묘원행(乙卯園幸)을 재현한 것이다. 당시 정조대왕의 능행차는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화성 융릉까지 62.1㎞ 구간 7박8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 행사에 동원된 인원만 약 5천661명, 말이 1천417필이었다. 시가 능행차를 선보인 건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때부터다. 그 후 매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수원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지대고개부터 노송 지역과 장안문을 지나 팔달문까지 능행차를 재현해왔다.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과 ‘2016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맞아 준비한 올해 능행차는 수원시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기획, 문화제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전 구간을 그대로 재현했다. 8일 오전 9시 창덕궁에서 시작된 능행차는 숭례문과 노량행궁을 거쳐 오후 6시 시흥행궁지까지 진행됐고, 둘째날인 9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금천구청을 출발해 만안교, 안양역(안양행궁지), 의왕시(사근행궁지), 지지대고개, 화성행궁에서 연무대 도착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전체 행렬 구간 47.6㎞, 총 참여인원 3천69명, 말 408필이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다. 처음으로 전 구간을 재현하는 만큼 고증을 통해 창덕궁에서의 출궁의식과 배다리, 정조맞이, 격쟁, 반차도, 복식, 음악 등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여기에 온국민이 즐길 수 있는 거리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시민배다리 체험, 조선백성 플래시몹, 범시민 참여 캠페인 등 다채로운 시민참여형 프로그램들도 진행,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써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이번 능행차가 지역을 벗어나 수원시와 서울시, 경기도, 안양시, 의왕시 등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든 축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훈동 수원화성문화제 범시민추진위원장은 “이제껏 수원시내에서만 진행됐었는데, 올해는 지역경계를 허물고 범도시적으로 이어진 실로 뜻깊은 축제”라며 “다만 화성 융릉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