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된 보험사기 예방책 “보험업 관계자 처벌 강화” [보험사기의 재구성 完]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다음 달 1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고도화·지능화되는 보험사기를 단속·예방하기 위해 보험업 관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 관계자는 보험사 임직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손해사정사·의료기관종사자·자동차정비업소 등을 말한다. 28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을 통해 특별법엔 ▲보험사기 행위의 알선·유인·권유·광고 금지 ▲금융위원회의 자료제공 요청권 ▲보험사기죄에 대한 징역형과 벌금형 병과 ▲입원적정성 심사 기준 마련 의무 ▲자동차보험사기 피해사실 고지의무에 관한 조항이 새롭게 포함됐다. 하지만 개정안 원안에 있던 보험업 관계자에 대한 가중 처벌과 관련된 내용은 제외됐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중처벌 형평성과 과잉 입법 등의 문제를 제기해 끝내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정안 원안은 보험업 관계자들이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일반인보다 가중처벌하고 명단도 공개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고도화·지능화된 보험사기는 보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보험 관련 전문 직업군의 참여가 필수이며 최근 들어 병원·보험·정비업소 종사자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례가 많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3년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병원·보험·정비업소 종사자는 2020년 3천490명, 2021년 4천334명, 2022년 4천428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해 왔다. 업계에선 적발되지 않은 보험업 관계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직업상 전문성을 이용해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면허 취소 등 행정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불이익과 심리적 경감심 고취 등이 범죄 예방 효과가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 조사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기 알선·유인·권유·광고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증거 수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조사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험사별 보험사기조사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 단계에서 전문성 등 강화를 위해 보험사기 부문에도 특별사법경찰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습한 장마철 감전될라… 건설 현장 ‘電電긍긍’

#1. 지난 2022년 8월8일 시흥시 신천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그라인더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외국인 노동자 A씨가 사망했다. 그의 사망 원인은 감전. 당시 A씨는 비가 내리는 1층 야외에서 절단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발생한 날에는 수도권 전역에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현장에는 누전차단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 지난해 8월5일에는 부천의 한 외벽 방수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B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닥 청소를 하던 중 B씨의 몸에 누전된 실외기가 닿게 됐고 감전 사고를 당한 것. 당시 실외기엔 접지 조치가 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날 비가 예보돼 있었던 만큼, 이날은 습도와 온도 모두 높은 상황이었다. 경기도내 곳곳이 폭우로 침수된 가운데 공사장 등 건설 현장에서 감전에 의한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달 말까지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노동자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년~2022년) 전국 건설 현장 등에서 발생한 감전 사고 건수는 2019년 508건, 2020년 408건, 2021년 412건, 2022년 405건 등 총 1천733건이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감전 사고 건수는 총 364건(21%)이며 사고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은 13명이다. 평균적으로 매년 90건 이상의 감전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건설 현장 이외에도 도내 전기 사고 건수는 2020년 97건, 2021년 98건, 2022년 106건, 2023년 11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로 인한 감전 사고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쉽게 발생한다. 여름철 내린 비로 습한 환경이 만들어지면 인체의 저항 값이 낮아지고 전기가 흐르기 쉬운 조건이 형성된다. 특히 건설 현장의 특성상 높은 전압의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감전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 올해 7월 말까지 장마가 예정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습도로 인한 누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폭우로 인해 현장이 침수돼 사고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 현장에선 임시 분전함을 사용하는데, 접지가 안돼 있거나 누전 차단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또 노후화된 전기 기계를 사용하면서 피복이 닳은 것에 신경을 못써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선 오래된 기계에 대한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관계당국은 여름철 감전 사고에 대한 안전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만평] 정권 바뀔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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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혈세 쓰는 청년소득이 청년 담뱃값은 아니잖나

경기도에는 청년기본소득이 있다. 2019년부터 시행됐으니 5년 됐다. 도에 3년 이상 거주, 거주 일수 도합 10년 이상, 만 24세 청년이 대상이다. 분기별로 25만원, 연간 100만원을 준다. 실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했다. 이제 와서 새삼 찬반을 논할 것은 아니다. 다만, 효율성에 대한 고찰은 필요한 시점이 됐다. 검토의 핵심이 지급된 돈의 사용처다. 술 먹고, 노래방 가고, 담배 사 피우라고 주는 것 아니잖나. 이 제도의 구멍이 크다. 사업 초기 복지부가 사용처 제한을 제시했다. 사업의 목적과 맞추라는 취지였다. 유흥, 주류, 위생업종, 사행업종, 귀금속류 등을 예시로 들었다. 이 의견에 대한 별다른 토론은 없었다. 사업에 내재된 연계요소로 자리한 듯했다. 현실적 실천 방안은 카드 사용 규제다. 경기도 또는 지자체가 정해야 할 규제다. 현재 31개 경기도 시· 군 가운데 성남시와 의정부시를 제외한 29개 시•군이 청년기본소득을 주고 있다. 규제는 어디에도 없다. 경기지역화폐의 가맹점 사용처와 같다. 총 41만8천751곳이다. 앞서 복지부가 밝혔던 사용 제한 대상 업종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모텔, 노래방, 술집, 귀금속 집, PC방, 마사지 가게, 전자담배 판매점 등이다. 이런 업체에서 청년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청년들의 경제활동 제재를 일컫는 게 아니다. 모텔·노래방·PC방 갈 수 있고, 담배 사 피울 수 있다. 다만 그 비용을 혈세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막을 기능이 없다. 경기도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청년기본소득만 사용처를 축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반적 지역 화폐 사용처와 연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힌다. 돌아보면 민선 7기 경기도의 기본소득 자체가 그랬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 명분을 갖고 있다. 청년기본소득도 그랬다. 하지만 민선 8기에서 이 설명을 듣는 것은 개운치 않다. 바로 김동연 지사가 주창한 기회소득 정신이다. 이를테면 농민 지원에서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정면 충돌한다. 기본소득은 농민 일반을 대상으로 한다. 기회소득은 농민의 미래 가치를 지원한다. 기회소득에 긍정적 평가가 내려진 것도 이 부분이다. 또 있다. 성남시의 ‘청년 취업 올패스 정책’이다.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각종 지원을 하는 제도다. 역시 포괄적인 퍼주기 지원과는 구분된다. 청년에 대한 담뱃값 지원은 경기도 기회소득과도, 성남시 청년 올패스와도 맞지 않는다. 한번 시작한 퍼주기 복지가 뒤로 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 예산의 적정성만은 계속 검토돼 가야 한다. 그게 중앙·지방정부가 곳간을 지키는 길이다.

[사설] 협치는커녕 개원식도 못한 국회,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벌써 60일이 됐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직까지 정식 개원식도 하지 못한 채, 연일 여야 간 싸움만 하고 있어 국민들은 상당히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국회가 과연 국민을 위한 국회인지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익을 위한 권력 투쟁의 장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된 것이 오늘날 한국 국회의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4월 선거 때 자신이 당선되면 최우선으로 여야 간 협치를 통해 어려운 민생을 챙기겠다고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공약을 쏟아 냈지만, 지난 5월30일부터 임기가 개시된 제22대 국회는 겨우 원 구성만 했을 뿐 지금까지 계속 싸움만 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기력을 넘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고 비판만 하면서 걸핏하면 국회 보이콧만 했지, 특별한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또한 정치력도 부족해 야당에 끌려다니고 있다. 한편 절대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연일 탄핵, 특검법, 청문회 운운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당의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전 대표를 옹호하는 차원을 넘어 1인 정당체제가 돼 민주정당에서 입에 담기도 낯뜨거운 충성 경쟁이 자행되고 있는가 하면 거대 의석을 무기로 입법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과거와 같이 여야가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몸싸움을 하는 ‘동물국회’라는 오명은 벗어났을지 모르겠지만, 임기 개시 이후 사실상 제22대 국회가 처리한 입법이 거의 없으며 여야 갈등으로 개원식조차 열지 못해 이른바 ‘식물국회’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기금이 곧 고갈될 위기에 있음에도 국회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6만여 판매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는 이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국회는 ‘탄핵’, ‘청문회’라는 용어 자체가 거대 야당에 의해 일상화됐는가 하면 여당은 걸핏하면 ‘필리버스터’, ‘재의요구권’으로 대응하고 있어 여야 간 무한정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22대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언제 정립할 수 있을지.

[이슈&경제] 수년 내 물이 부족해질 수 있다

수년 안에 물 부족이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 부족은 인구 증가, 기후 변화 및 물 수요 증가와 같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앞으로 수년 안에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급한 문제다. 이러한 예측의 주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인구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다. 전 세계 인구는 2050년까지 약 97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물 수요를 증가시킨다. 이에 따른 도시화는 도시에서 더 많은 물 소비를 초래해 지역 물 공급에 부담을 준다. 기후 변화는 강수 패턴에 영향을 미쳐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길어지고 다른 지역에서는 강우량이 과도하게 증가한다. 아울러 기온 상승은 증발률을 높이고 강, 호수의 물 가용성을 낮춘다. 생명산업인 농업은 전 세계 담수 사용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인구 증가로 식량 수요가 늘면서 농업용 물 사용량도 증가한다. 산업 공정은 상당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하며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산업화는 물 수요를 더욱 증가시킨다.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산업폐기물, 농업 유출수 및 처리되지 않은 하수에 의한 수원 오염은 깨끗한 물의 가용성을 감소시킨다. 오염된 수원은 고가의 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비효율적인 물 사용, 특히 비효율적인 관개 방법 및 물관리 관행으로 인해 상당한 양의 물이 낭비된다. 인프라 부족 및 유지 관리 부족으로 누수 및 비효율적인 분배 시스템을 통해 물이 손실된다. 물 부족 심화의 잠재적 영향으로는 식량 안보가 있다. 물 가용성 감소는 농업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식량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농업과 다른 부문 간의 물 경쟁이 증가한다. 물 부족은 산업 공정과 에너지 생산을 방해해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물 조달 및 처리와 관련된 높은 비용이 문제가 된다.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 수인성 질병이 확산할 수 있으며 물 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위생 상태가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제한된 물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지역사회, 지역 및 국가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한 이주가 수용 지역에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 부족 완화 전략으로 물 효율성 향상을 위해 점적 관개와 같은 효율적인 관개 기술 채택과 누수를 줄이고 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인프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다양한 부문의 요구를 균형 있게 관리하기 위한 통합 물 자원 관리를 구현하고 재활용수 및 재생수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 물관리 정책 및 규제를 강화하고 물 자원의 공평한 분배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술 혁신으로 물 절약과 담수화 기술 개발 및 배치와 가뭄 저항성 작물 및 물 효율적 산업 공정에 관한 연구 투자가 필요하다. 물 절약의 중요성에 대한 대중 및 이해관계자 교육과 물 낭비, 특히 가정과 공공 용수의 낭비를 줄이는 관행을 촉진해야 한다. 이러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국가 및 글로벌 수준에서 조정된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관행을 구현하고, 기술에 투자하며, 물관리 정책을 개선함으로써 물 부족 영향을 완화하고 다가올 수십년 동안 더 안전한 물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의 아침] 서구 이름 바꾸기

인천시 서구(西區)가 새로운 구(區) 이름을 찾기로 했다. 동서남북 방향에 따라 붙인 이름이 지역의 역사나 정체성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침 인천시의 행정구역 통합·조정 계획에 따라 2026년 7월이면 지금 서구의 일부인 검단지역이 ‘검단구’로 독립해 나간다. 이에 서구는 이름을 바꾸는 시점을 그때로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2018년 인천의 남구(南區)가 미추홀구로 이름을 잘 바꾼 선례가 있으니 그를 따라 하면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남은 문제는 ‘새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인데, 무엇이 좋을까. 오래전 이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를 했을 때 ‘서곶구(西串區)’와 ‘연희구(連喜區)’, ‘청라구(靑蘿區)’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이 중 ‘서곶’은 조선시대에 석곶면과 모월곶면으로 나뉘어 있던 지금의 서구 지역을 1914년 일제(日帝)가 하나로 합치면서 ‘서곶면’이라 붙여 생긴 이름이다. 그 뒤로 이는 인천 사람들이 서구 일대를 가리켜 흔히 부르던 이름이 됐고, 1988년 서구가 북구에서 독립할 때 ‘서구’가 아니라 ‘서곶구’로 부르자는 의견도 꽤 많았다고 한다. 지금도 나이 든 인천 사람들 중에는 중·동구 등 원도심 사람들이 옛 서구 일대를 부르던 이름 ‘개건너’와 함께 ‘서곶’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희’는 조선시대부터 불리던 동네 이름인데, ‘늘어진 땅’이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본다. 우리말 땅 이름을 한자로 쓸 때 ‘늘어졌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흔히 ‘於(늘 어)’나 ‘連(늘일 연•련)’, ‘延(늘일 연)’ 등을 썼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자를 이용해 우리말을 나타내던 방식을 ‘한자 차용(借用) 표현’이라 하며, 뒷글자 ‘喜(희)’는 별다른 뜻은 없이 발음의 편리함을 위해 붙인 것으로 해석한다. 연희동은 근처에 있는 철마산(천마산)과 승학산이 아래로 늘어진 땅에 생긴 동네이기에 이런 표현을 쓴 것이다. ‘청라’는 예전에 서구 앞에 있었던 섬 청라도에서 비롯한 이름으로, ‘파랗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섬은 넝쿨이 많은 푸른 색깔의 나무들이 많아 멀리서 보면 파랗게 보였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이 섬을 ‘파랗다’는 뜻에서 ‘파렴’이라 불렀다고 하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巴羅(파라)’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다. 이는 ‘파랗다’는 우리말 이름과 발음이 같은 한자를 끌어다 쓴 한자 차용 표현이다. 이 밖에도 서구의 새 이름으로 여러 다른 이름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결정은 물론 주민들의 의견을 따를 일이고, 서구도 공모(公募)를 통해 그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지지대] ‘올림픽 패션’ 경쟁

세계 패션 중심지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패션’이다.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단복과 경기복도 볼거리다. 올림픽 개막식은 각국의 역사, 문화, 스포츠맨십을 담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 패션 올림픽이 펼쳐지는 런웨이다. 메달을 두고 다투는 올림픽 경기 이면에서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엔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등 숱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 그룹이 처음 후원사로 나섰다.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파리 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했고, 루이비통은 시상식에서 메달을 담는 가죽 트레이를 만들었다. LVMH는 515명의 메달 시상 자원봉사자 의상도 만들었다. 남성복 브랜드 벨루티는 프랑스 선수단의 개막식 단복을 제작했다. 턱시도, 셔츠, 벨트, 스카프 또는 포켓 스퀘어, 슈즈를 세트로 디자인했는데 ‘진정한 프랑스식 우아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선수단 단복은 랄프로렌이 2008년부터 제작하고 있다. 이탈리아 선수단의 단복은 아르마니가 디자인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단복을 제작하는 나라가 많지만 한국은 젊은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선택했다. 선수단 단복은 청색의 ‘벨티드 슈트 셋업’이다. 무신사는 동쪽을 상징하며 젊음의 기상과 진취적 정신을 담은 벽청(碧靑)색으로 표현했다. 블레이저 안감에는 청화백자 도안을 새겨넣어 한국의 전통미를 더했다. 벨트는 전통 관복의 각대를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블레이저 칼라 안쪽과 티셔츠, 슬랙스, 스니커즈에는 ‘팀 코리아(Team Korea)’를 새겼다. 한국 선수단 단복이 IOC가 선정한 ‘단복 톱10’에 선정됐다. ‘스포츠와 스타일이 만난 상위 10위 올림픽 유니폼’으로 한국과 몽골, 캐나다, 아이티, 미국, 프랑스, 체코, 이집트, 튀르키예, 시에라리온을 선정했다. 정치 혼란과 빈곤으로 고난을 겪어온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와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의 선정이 눈길을 끈다.

[천자춘추] 문화와 기업의 ‘아름다운 만남’

세상에는 여러 만남이 있다.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때로는 비즈니스 관계로 만날 수도 있다. 어느 만남이든 서로를 잘 이해하고 돕는 관계가 돼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문화와 기업의 만남도 같다. 인간의 정서적 미학을 추구하는 예술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활동은 추구하는 목표가 전혀 다르지만 오늘날 기업과 예술의 만남은 ‘창조적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상호 보완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은 조건 없는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사회에 공헌하고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함으로써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준다. 즉, 문화예술에 기울이는 관심과 지원은 기업에도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 후원회, 문화재단, 협회 등을 통해 창작, 공연, 전시 등 문화 활동 전반에 걸쳐 지원하는 것을 ‘메세나(Mecenat)’라고 한다. 메세나에 참여하는 기업은 사회적 기부로 인정돼 소득세, 법인세가 감면되고 문화와 기업이 상생 발전할 수 있다. 기업이 앞장서 ‘하우스 콘서트’나 ‘초청 공연’, ‘사내갤러리’ 또는 ‘청소년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금호그룹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한다. KT&G는 ‘상상 마당’이라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과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 확산도 메세나 운동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업이 문화와 만나면 지역 문화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전문 공연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이벤트보다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고 자연스럽게 모이는 장소를 택해 ‘작은 음악회’나 ‘테마 전시회’를 열면 시민들로부터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기업체 사옥이나 마트, 전철역 어디든 좋다. 거리나 공원을 중심으로 즉흥 연주를 통해 시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버스킹(거리공연)에 기업이 동참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문화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투자수단이다. 문화예술인과 기업인의 ‘아름다운 만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