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 생활고의 탈출구 '중고나라 사기'…20대 맏딸 실형

아버지의 폭력에 내몰려 어머니, 동생과 집을 나와 생활비를 벌려고 인터넷 물품거래 사기를 벌인 20대 여성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남들과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어 범행에 손을 댔지만 무려 6천만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죄가 너무 무거워 실형을 면치 못했다. 13일 서울동부지법 등에 따르면 A(29·여)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다. A씨가 학교를 졸업해서도 그와 여동생, 어머니를 향한 아버지의 주먹질은 계속됐다. 견디다 못한 세 모녀는 2013년 초 대책 없이 집을 나와 서울의 모텔 방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경제력이 없었고 여동생은 대학생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가 운영하던 인터넷 쇼핑몰도 적자에 허덕이다 폐업하며 제2금융권에서 빌린 거액의 빚만 남았다. A씨와 동생의 아르바이트만으로는 탈출구가 없어 보였다. A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찾았고, 그의 선택은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판다고 속이고 돈을 가로채는 '중고나라 사기'였다. 2013년 11월 21일 중고나라에 '제모기를 판다'는 글을 올리자 몇 시간도 안 돼 25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카카오톡으로 피해자에게 "저녁 늦게 물건을 보내드리겠다"고 한 뒤 아이디를 차단했다. 처음이 어려웠을 뿐이었다. 한 번 '돈맛'을 보자 그의 범행은 대담해지기만 했다. 자신과 동생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받던 A씨는 경찰의 추적을 받겠다는 생각에 대포통장을 쓰기 시작했다. 범행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대포통장은 13개로 불어났다. 내침 김에 '신종 수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A씨는 작년 8월 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나서 중고나라에 피부관리용품을 판다는 글을 올리고 돈은 게스트하우스 계좌로 보내라고 했다. 피해자가 돈을 입금하면 A씨는 곧바로 게스트하우스에 연락해 예약을 취소하고 '예약금'은 동생 계좌로 받았다. A씨가 이 수법으로 가로챈 돈은 11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결국 A씨는 올 7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때까지 A씨는 197차례에 걸친 중고나라 사기로 6천1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 법원 형사 4단독 이상윤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변호인은 A씨가 사기행각으로 벌어들인 돈은 유흥비가 아니라 세 모녀의 생활비와 동생의 학비로 쓰였다고 항변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범행을 이어가면서도 빚을 탕감받으려고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등 정상적인 삶을 향한 의지를 이어갔다고 한다. 그의 동생은 "언니가 가장 역할을 하다 이렇게 됐다. 선처해 달라"고 탄원했으나 실형을 피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죄를 저지른 뒤였다. 이 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생활고로 인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만 편취한 금액이 6천만원을 넘는 등 인터넷 상거래 질서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제3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부패가 일상'…수년간 골프·성접대 받은 경기도내 지방공무원

경기도의 한 대도시 소속 시설공무원 5명이 몇년 동안 직무 관련 업체들로부터 수시로 뇌물이나 향응을 받은 사실이 정부 감찰에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해외 골프여행과 해외 성 접대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경기도 A시의 시설공무원 이모씨는 시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한 건설업체와 공사 감리업체 등으로부터 2011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차례 국내에서 230만원이 넘는 골프 접대를 받았다. 2012년에는 상하수도 공사업체 대표와 함께 필리핀으로 4박 5일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이 여행에는 동료 공무원인 김모씨도 동행했다. 두 사람은 골프 여행 중 현지에서 성매매 접대까지 받는 불법을 저질렀다. 명절 떡값을 비롯한 현금 수수는 드러난 것만 250만원이다. 이씨는 또 2013년부터 최근까지 근무시간 중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 내연녀 3명과 각각 8개월∼2년에 걸쳐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김씨의 또 다른 동료 역시 하수도 시설 업체와 공사 설계용역업체 등으로부터 2010년 8월 이후 9차례 173만 5천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았다. A시의 다른 시설직 양모씨와 정모씨도 설계용역업체나 하수도 기계설비 납품업체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접대 골프를 친 사실이 적발됐다. 장기간에 걸친 이들의 부패행위는 지난해 국무조정실에 제보가 접수되면서 꼬리를 잡혔다. 올해 7월 이들이 국조실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과 비리혐의 일부가 알려졌다. 행자부는 국조실로부터 이 사안을 넘겨받아 최근까지 감찰을 벌여 해외 성 접대와 금품수수, 근무지 이탈 및 부적절한 관계 등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번 사례는 특정 공무원 개인의 비리를 넘어 A시 일부 부서에 뿌리를 내린 부패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행자부는 금품·향응 수수 액수가 크거나 해외 성매매 등을 저질러 죄질이 특히 나쁜 3명을 징계하고 상대적으로 비리 정도가 가벼운 2명은 주의 처분하라고 A시 시장에게 통보했다. 또 이들이 받은 금품과 향응을 제재하는 징계부가금도 부과하도록 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A시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일부 부서에 비리가 일상적으로 벌어졌다는 데서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면서 "공직사회 비리행위를 근절하고 대다수 청렴한 지방공무원의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해서라도 단체장이 부패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