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임기 종료일(5월 29일)까지 불과 20여일을 남겨놓은 가운데 경기도 주요 현안 법안의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한 결과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 중 경기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우선 꼽을 수 있다. 2020년 12월9일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공포 후 1년 뒤인 2022년 1월 13일 수원·용인·고양·창원 특례시가 일제히 출범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이 정부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면 ‘평화경제특구법’은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박정 의원 등 여야 경기 의원의 주도로 지난해 5월2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관련 법안이 처음으로 국회에 제출된 지난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북한 인접 지역에 평화경제특별구역을 지정·운영하며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해당 법과 관련, 22대 총선 경기도 당선인 상당수가 평화경제특구 지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경색된 남북관계가 변수다. ‘평화경제특구법’과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수도권을 역차별하는 내용을 경기 의원들이 수정해 통과시킨 케이스다. 해당 법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통합해 만든 것으로, 당초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는 대규모 투자유치가 가능한 ‘기회발전특구’에 수도권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 또는 접경지역’도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수정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1기 신도시의 재건축·재개발 추진을 골자로 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일명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지난해 12월 8일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달 27일 시행됐다. 이와 관련 22대 총선에서 해당 지역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치열한 법안 통과 성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여야 경기·인천 의원 11명(12건)이 제출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은 비수도권 의원들의 반대로 이번에도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해 대조를 보였다. 경인 의원 7명(10건)이 제출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과 경인 의원 6명이 제출한 ‘접경지역지원 특별법 개정안’ 등도 처리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2022년 7월 김동연 경기도지사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21대 국회 후반기에 지속돼 온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및 관련 법안 통과는 21대 국회에 이뤄지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김 지사는 인수위 시절인 2022년 6월24일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국민의힘 김성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정책토론회’ 개최를 비롯, 지난해 5월 2일과 12월 12일에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국회토론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며 공감대 확산을 위해 힘썼다. 경기도 국회의원 49명과 공동주최한 5월2일 토론회에서는 22대 총선 전에 북부특별자치도 특별법 통과를 요청하고, 여야 국회의원 45명과 공동주최한 12월12일 토론회에서는 주민투표 실시를 중앙정부에 거듭 촉구했지만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21대 국회 전반기에 제출된 2건(김민철·김성원)의 경기북부 분도 관련 법안, 후반기에 제출된 3건(김민철·최춘식·김성원)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안도 모두 임기만료 폐기를 앞두고 있다. 김 지사는 22대 국회에서 성사시키기 위해 재시동을 걸었다. 최근 22대 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만나 “‘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소개하고, “국민의힘 김용태 당선인도 같은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안이 22대 국회에 다시 제출돼 통과되기 위해서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당론 결정이 우선 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22대 총선 전인 지난 3월24일 민주당 김민석 총선상황실장은 김 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과 관련, “경기 분도와 김포 (서울 편입)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정리해서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권혁기 상황실 부실장도 “(분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 없고 당론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이재명 대표가 전날 경기 북부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도 인구가 1천40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서 언젠가는 분도를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경기북부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 논란을 빚자 해명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김 지사는 취임 첫 해인 2022년 국회 행안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작년 국감 때 (분도에) 반대하는 것을 설득해서 하시겠다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지만 이 대표의 발언으로 볼 때 김 지사가 아직 이 대표를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목요일인 9일 아침 비교적 쌀쌀하겠으나 낮부터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아침 최저 기온은 7~12도, 낮 최고 기온은 18~23도를 기록하겠다. 전날에 이어 대부분 지역에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벌어지겠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원 10~21도 ▲안양·군포 11~21도 ▲안성·이천·여주·양평 9~23도 ▲하남 10~23도 ▲파주 7~21도 ▲연천·포천 8~22도 ▲구리 10~23도 ▲인천 12~19도 등을 분포를 보이겠다. 하늘은 대체로 맑겠으나 새벽부터 아침 사이 경기내륙에는 가시거리 1㎞ 미만의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다. 바람도 순간풍속 35~55㎞/h(10~15㎧)로 강하게 불 것으로 예측돼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겠다.
악성 민원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엔 김포시 9급 공무원이 야간 포트홀 공사로 교통정체가 야기되자 다수 민원인들로부터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온라인에서 신상이 공개되는 등 괴롭힘을 당하다 사망했다. 지난달엔 의정부시청 공무원과 또 다른 김포시청 공무원이 사망했다. 올해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홈페이지에 공개해 오던 공무원 성명과 업무 등을 비공개로 바꿨다. 일부 기관은 부서 출입문 앞 직원 배치도와 사진도 없앴다. 부산 연제구는 홈페이지에 선출직인 구청장 이름까지 지웠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 12개 지자체가 홈페이지 누리집 조직도에서 직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포시와 화성시, 의정부시, 오산시, 과천시, 양평군 등은 ‘김○○’처럼 직원 이름에서 성만 남기고 이름을 익명 표기했다. 수원특례시, 고양특례시, 시흥시, 안성시 등은 직원의 성과 이름 모두를 삭제했다. 직원 이름이 모두 공개된 상태로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위와 업무, 사무실 전화번호 등만 게재한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이달 초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온라인 좌표찍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무원 개인정보는 비공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민원인이 폭언을 하면 담당 공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에 공무원 이름 비공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악성 민원은 심각한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공무방해 행위다.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공무원 보호 조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익명 전환이 적절한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자칫 공무원의 책임 회피로 이어질 수 있고, 행정의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잖아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민원 상담을 하려면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전화 ‘뺑뺑이’를 돌리는 사례가 종종 있다. 업무 담당자를 비공개로 하면 익명 뒤에 숨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공직사회의 익명 전환 추세를 놓고 ‘민원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각 지자체가 민원인 소통을 강화하는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비공개로 전환하기보다 지역 사정과 민원 강도에 따라 익명 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이름 비공개가 악성민원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책이 아닌 만큼 국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대책을 더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인력, 예산 확충도 뒷받침돼야 한다.
택시는 총량제 적용을 받는다. 2005년 부터다. 공급 과잉 방지를 위해 지역별로 총량을 설정한다. 이를 넘어서는 공급 과잉분에 대해서는 감차(減車) 사업을 한다. 예산으로 택시 면허를 사들이고 폐기하는 것이다. 인천지역에서도 그간 총량제 산정 결과, 공급 과잉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천시도 예산을 들여 감차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10년째 감차 실적이 전무하다고 한다. 택시업계는 감차에 대한 보상 지원금이 너무 낮아서라고 한다. 그런데도 택시 면허는 수천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진다. 어찌된 일인가. 인천시의 택시 감차 사업이 10년째 ‘0건’이라고 한다. 시는 지난 2019년 ‘제4차 인천시 택시총량제 산정 용역’을 했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1천716대의 택시를 줄여야 한다. 전체 1만4천153대 택시 중 12% 정도의 공급 과잉분이다. 택시 수를 적절히 조절, 택시업계 경영난도 해소하고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도 높이려는 감차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단 1대의 택시도 줄이지 못했다. 그 이전 5개년 계획에서도 실적이 0건이어서 지난 10년간 감차 실적이 전무하다. 인천시는 올 하반기 제5차 택시총량제 산정 용역(2025~2029년)을 한다. 여기서도 택시 공급 과잉분은 현재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감차 사업은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택시 전체 보유대수 중 실제 영업을 한 택시의 평균 비율을 고려해 택시 총량 등을 정한다. 인천지역의 경우 5년마다 감차 목표 대수가 늘어나는 택시총량제 산정인 셈이다. 인천지역의 택시 감차에 대한 보상 지원금은 1천300만원이다. 국비와 시비 등으로 충당한다. 택시업계측은 이 보상 지원금이 적어 감차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천지역 택시 면허 거래가는 개인택시 8천만원, 법인택시 4천만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택시업계는 해마다 기사들이 떠나고 있지만 면허를 붙들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지역 법인택시 기사는 갈수록 줄고 있다. 그래도 면허 반납보다 면허 거래가 이득이니 택시를 세워두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직접 당사자인 택시업계는 감차 사업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아직은 높은 값에 면허가 거래된다는 것은 공급 과잉이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가 아닐 수도 있다. 대구지역에서는 지난 6년간 1천248대나 감차했다. 현재 이 지역 공급 과잉률이 34%에 이르기 때문일 것이다. 택시총량제의 핵심은 적정 대수 산정이다. 총량을 잘못 산정하면 시장의 수급 조절 기능을 왜곡시킨다. 예산을 들이는 택시 감차 사업도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면 실패한다.
“100점 만점에 25점짜리입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이다. 무엇을 이렇게 혹평했을까.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다. 2023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원도 전역에는 환영 현수막이 붙었다. 요란한 축하연도 곳곳에서 열렸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성대한 축하 행사를 가졌다. 법안 통과에 공(功)이 컸다. 국회의원들 찾아 다니며 부탁했다. 하지만 나 소장의 평가는 달랐다. ‘성과 없는 결과’라고 공개 지적했다. 강원도 잘 살자는 법안이다. 많은 요구가 있었다. 핵심규제 완화도 있었고, 산업도시 조성도 있었고, 과학기술·기후변화 대응도 있었고, 교육특구·자치권 강화도 있었다. 이런 요구가 대거 잘렸다. 상수원보호구역은 강원도에도 한(恨)이다. 대기업 유치를 막았다. 이 완화 요구가 잘렸다. 교육특구 지정이 대단한 수준도 아니었다. 제주특별자치법 정도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것도 안 됐다. 137개 중 53개가 이렇게 잘렸다. 심재범 강원도 고문 변호사가 진단한다. “여러 부처 심의를 거칠 경우 입법·시간 지연이 될 수 있다. 강원도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 교육부, 산업부, 환경부, 국방부.... 다 돌 수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다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빨리 하려면 많이 버려야 하고. 뭐 이런 거 아닌가 싶다. 강원도가 특별히 뭘 못한 게 아니다. 육지-제주를 뺀-의 특별자치도 실상이 이렇다. 이런 현실을 봐 둬야 할 경기도가 됐다. 김동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도지사선거 때 낸 공약이다. 취임 후 2년 동안 성실히 밀었다. 4월 총선에서는 ‘공통 공약 캠페인’도 폈다. 국민의힘의 ‘서울 메가시티’와 대척에 섰다. 총선이 끝나자 새 이름도 공모했다. 5만여건이 접수됐다. 전국에서 몰렸다. 최종 심의를 거쳐 하나가 선정됐다. ‘평화누리자치도’. ‘대구 사시는 91세 시민’의 제언이라고 소개됐다. 김 지사가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시작됐다. 반대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경기도 홈페이지에 청원도 떴다. ‘평화누리자치도를 반대합니다’. 이름 발표 하루 만에 1만명이 동참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두 방향이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반대하는 요구가 있다. 그럴 수 있고, 그런 면도 있다. 주목할 건 분도(分道) 자체에 대한 반대다. 총선 때도 이렇진 않았다. 정치 공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역적 분포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경기 북부 반대도 있다. 반대 논리엔 깊이도 있다. ‘인구가 주는데 왜 도는 늘리려 하나요’, ‘분도가 북부에 좋을 거라는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남북 불균형이 도리어 심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깊이 있는 답이 필요하다. 어느덧 민선(民選)도 30년이다. 도지사가 7명 째다. 저마다 경기 북부 발전을 약속했다. 모두가 북부 발전 성과를 자랑한다. 그 모든 것 위에 ‘원 톱’이 있다. 민선 3기의 LG필립스LCD 파주 공장 유치다. 투자액 25조원, 단지 면적 110만평, 종업원 수 3만5천명.... 애초에 화성이나 평택으로 가려던 회사다. 국내외 대기업의 선택이 대개 그렇다. 이걸 파주로 끌고 간 게 경기도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다. ‘그때 도지사’가 엊그제 말했다. “경기도가 아니었으면 그게 됐을까. 못 했을 거야.” 이 회고에 답이 있다. 광역의 힘은 곧 지자체의 힘이다. 인구 1천300만짜리 힘이 있다. 인구 300만짜리 힘도 있다. 인구 150만의 강원도특별자치도는 때 맞춘 교훈이다. 접경지 규제, 상수원 규제, 산림·농지 규제.... 경기 북부와 닮았다. 그래서 봤는데 얻은 건 별로 없단다. 허울뿐이라는 비난이 들린다. ‘평화누리자치도’는 다를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게 이거다. 다르다는 설명을 해야 하고, 다를 거란 믿음을 줘야 한다. 이름 짓는 건 그 뒤의 일이다.
극한 대립으로 점철된 한국의 정치사는 최고의 가치로 여긴 민주주의 사회로의 진입에도 변함이 없다. 권력을 장악해 국민을 옥죄는 정치 체제를 타파하고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를 실현해 선거를 통해 국민이 직접 국정 운영자를 선출함에도 화해와 협력의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의 전제는 결과의 승복에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정권 타도나 퇴진을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하듯 행동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자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와해시킬 위험한 행동이다. 한국의 정치에서 화해와 협력은 의지가 없는 공허한 주장에 불과하다. 협치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할 수 없는 협치를 들어 불통의 정치, 독단의 정치라며 몰아세운다. 권력을 나누고 협력해 안정적인 정국을 펼쳐 국민에게 평화와 안도를 주는 정치가 이뤄져야 하건만 한국의 정치에서는 꿈조차 꿀 수 없다. 한국인에게는 화해와 협력의 DNA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픈 우리네 속담에서 보자면 우리에게는 타인의 성공을 칭찬하지 못하는 DNA가 자리 잡고 있음인데, 알고 있으면서도 국민 모두가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화해하고 협력하는 한국인을 만들기 위해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 말로 되지 않고 마음으로 되지 않는 타인에 대한 화해와 협력이 형식이 아닌 실질이 돼야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도 할 수 있는 국민이 될 수 있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도를 넘는 행동마저 용인되는 민주사회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협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선거는 지면 적의를 품고 대립심을 더해 가며 화해와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인정하지 않으니 상대의 행위에 실수를 찾아내거나 조작해 공격이 이어지는 정치가 되고 있다. 도우면 성공할 국정을 성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해 국가와 국민의 안정된 삶을 파괴한다. 잘하도록 도우면 자신들이 망한다는 사고 속에서 늘 상대의 발목을 잡으며 국정을 잘못 이끌도록 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변치 않는 모습이다. 정치가 국가보다 개인이나 집단의 권력 쟁취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우리의 DNA라면 개조해야 한다. 개조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결국 대립하다 다시 과거와 같은 정치 체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대학 최초로 덕성여대는 불어불문, 독어독문학과 신입생 모집을 미배정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다는 기사인데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기사를 접하는 마음은 착잡하다. 산업화 이후 우리는 경제 논리로 학문을 대하기 시작했다. 소위 돈이 되는 학문을 해야 한다는 사고가 일찌감치 자리 잡으며 이공계가 뜨고 인문계는 점점 인기가 시들고 있었다. 대학에서 철학과의 폐지가 인문학 붕괴의 첫 신호였지만 무엇보다 ‘부자 되세요’라는 공익광고성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철학이 돈벌이가 되겠냐는 자조 섞인 한숨만 들려 왔을 뿐이었다. 인성을 중요 덕목으로 생각한 옛 교육을 생각하면 인문학은 더욱 필요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인문학 열풍에 각 동사무소나 대학의 사회교육원,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가 개설되곤 했지만 인식의 전환엔 미치지 못하고 퇴임 중장년층의 시간 보내기용으로 소비되는 정도였다. 권력 상층부에 위치할 정치학과나 법학, 행정학, 경영학 쪽은 아직 수요가 많다. 하지만 국문학과 문예창작학을 통합해 스토리텔링학과로 축소하고 문학, 역사학, 인류학 등의 학문은 필요성이나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피하거나 돌아가는 형국이 됐다. 자연의 순환을 설명하고 인간의 이해와 서로를 연결하는 학문이 인문학 아닐까? 인문학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다. 읽고 쓰고 언어로 소통하는 생명체는 우주 공간에 인간이라는 종밖에 없다. 인류로 분류해 마땅히 인간이 우주의 중심임을 천명한다.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이공계 학문보다 인문학이 제격이다. 인문학은 맥락을 파악하고 서로의 눈빛을 이해해야 할 소통의 도구이며 갈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공동체 안에서 땀 냄새 맡으며 간격을 좁히는 것과 인류가 거쳐온 문명과 관습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맥락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한 가정 0.5자녀의 인구절벽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제도권의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학문은 인류 발전에 필요하고 각 분야의 고유한 역할이 있기에 균형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동떨어진 학문으로 인류 문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
9일 파주시에서 개막돼 3일간 펼쳐질 제70회 경기도체육대회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대회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접경지역 파주시에서 처음 열리는 종합 스포츠 행사이자 고희(古稀)의 대회다. 지난 2021년 대회를 유치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한 뒤 3년 만에 다시 열려 감회가 남다르다. 경기도 4대 종합 체육행사는 시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도체육대회 개최지에서 도장애인체전, 도생활체육대축전, 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를 2년 동안 순차적으로 치르고 있다. 이에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종합대회 유치는 도시의 스포츠 인프라 구축과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또 대회 유치를 통해 증가한 체육시설은 훗날 주민들의 생활체육 시설로 이용된다. 더불어 대회 기간 2만명이 넘는 시·군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개최지를 찾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한다. 하지만 파주 대회의 경우 사전 경기가 너무 많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매년 대회 때마다 전국대회 일정과 일부 부족한 시설 등으로 5개 안팎의 종목이 사전 경기를 치렀다. 이번 대회는 전체 27개 종목 가운데 37%에 달하는 10개 종목이 대회 개막 전에 일정을 마쳤다. 사전 경기로 인해 1부의 경우 우승 경쟁을 벌이는 팀들의 순위가 일찌감치 가려져 ‘김빠진 대회’가 됐다. 사전 경기 선수들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경기를 마친 것을 아쉬워한다. 시·군 체육회도 많은 사전 경기로 인해 2주 연속 현장을 찾아야 하는 이중고를 호소한다. 파주시 입장에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여러 의미를 갖고 유치한 첫 대회가 반쪽짜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 대회를 유치한 가평군과 광주시, 그리고 경기도체육회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