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반려동물 10마리 중 1마리만 등록…등록제 활성화 시급 [유기동물 수난시대]

인천지역 유기동물 발생의 사전 안전망인 ‘동물등록제도’가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지역의 전체 가구 중 16.9%인 19만4천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인 15%보다 높다. 강아지가 15만3천마리(75.3%), 고양이가 4만2천마리(20.6%), 기타동물이 8천마리(3.9%) 등으로 총 20만3천마리에 이른다.  그러나 인천의 반려동물 등록 현황은 지난해 기준 2만336건에 불과하다. 인천지역의 반려동물 10마리 중 고작 1마리 만 동물등록이 이뤄지는 셈이다. 시는 반려동물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등록제도 유형에 따라 최소 3~8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보니, 동물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군·구에서 동물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데 어렵다는 이유로 등록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하지 않는다. 현재 동물보호법 제12조 1항에 따라 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방지 등을 위해 동물등록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동물 소유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지역에서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아,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중구 1건과 미추홀구 1건, 부평구 1건이 전부다. 나머지 군·구 7곳은 단 1차례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군·구가 동물등록에 대한 관리·감독에 손을 놓으면서 지역의 반려동물 등록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사전교육 이수제 또는 법적인 책임 의무를 강화해서 반려동물 가구에 대한 의무적인 과정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정부에서 동물등록 활성화를 통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수조사를 통해 동물등록에 경각심을 높이고, 반려동물을 반려하는 데 있어서 동물등록을 의무절차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잘 갖춰진다면 결국 유기동물의 발생도 줄어들 수 있을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동물등록에 관한 이해도가 낮아 등록을 안하는 사람도 많고, 이후에 등록 변경 절차를 파악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등록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홍보물을 제공하고, 동물등록비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인천 ‘유기동물보호센터’ 10마리 중 4마리 사망 [유기동물 수난시대]

인천지역 유기동물 10마리 중 4마리는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시가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인천시와 동물자유연대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유기동물보호센터의 자연사 비율은 33.3%이고, 안락사 비율은 7.19%이다. 즉 유기동물 10마리 중 4마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 유기동물의 자연사 비율은 연수구가 57.7%로 가장 높다. 뒤이어 계양구 48.8%, 옹진군 41.4%, 미추홀구 41.2%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남동구가 40.6%, 동구 35.1%, 강화군 29.6%, 부평구 29.5%, 서구 25.3%, 중구 19.9%이다. 또 안락사는 강화군이 28%로 가장 높고, 이어 옹진군이 13.3%, 중구 9.3%, 서구 7.5%, 동구 3.1%로 나타났다. 뒤이어 남동구가 2.7%, 연수구 2.3%, 부평구 2.1%, 미추홀구 2.1%, 계양구 0.5% 순이다. 특히 센터가 보호하는 동물들이 입양으로 이어지는 비율 역시 지난해 37.9%에서 올해 33.06%로 4.8%가 줄어들고 있다. 군·구별 유기동물의 입양률은 연수구가 18.1%로 가장 저조하다. 뒤이어 계양구가 21.1%, 미추홀구 24.4%, 강화군 24.7%이다. 이어 동구 26.8%, 남동구 28.6%, 옹진군 33.6%, 서구 38.8%, 중구 39.2%, 부평구 45.3%이다. 입양률이 가장 높은 부평구도 50%를 넘지 못한다.  이 같이 유기동물의 입양률이 저조한 것은 대부분 유기동물 보호센터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탓이 크다. 인천시와 군·구가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1마리당 10~20만원의 관리비용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보호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나면 추가적인 사업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유기동물의 입양 문화를 확대하기 위한 추가 정책 및 사업이 절실한 이유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현재 보호센터는 유기동물을 보호기간인 10일 동안 단순히 데리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픈 유기동물의 방치 및 치료 부족으로 주인을 못 찾으면 결국 안락사밖에 답이 없다”고 했다. 반면, 대전시는 직영 동물보호소인 ‘대전동물보호센터’ 운영을 통해 유기동물 구조와 입양까지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대전시는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시민에게 무료 내장형 동물등록, 무료 전염병 키트(Kit) 검사 등 적극적인 입양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도 시민이 더 쉽게 동물을 입양할 수 있도록 마포·구로·강동·서초·노원구 등에 ‘유기동물 입양지원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에서 유기동물과 미래의 반려견 보호자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등 입양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시 유기동물 4천702마리 중 사망 비율은 38%이다. 대전시도 유기동물 1천787마리 중 사망 비율 19.8%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공공이  유기동물 보호센터 및 입양센터를 관리하면서 유기동물의 구조에서부터 입양까지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운영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웅종 연암대학교 동물보호계열 교수는 “입양이 늦춰지면 센터의 개체 수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실·유기동물의 입양률을 늘리기 위해 입양센터를 확대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 차원에서 입양센터 마련 및 홍보‧계몽을 통해 입양을 빨리 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인천의 입양률이 낮은 문제를 알고 있다”며 “대부분 동물병원인데다 개인사업자라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기동물의 입양지원센터 운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10만명이 1조원 꿀꺽 ‘역대 최고’ 인생 짓밟은 보험사기 [보험사기 현주소 ①]

‘보험사기 1조원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만 1조818억원이다. 인원 역시 10만명을 돌파했다. 당연하게도 수법 또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극도로 자극적인 나머지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단골 소재로도 사랑받는다. 왜 보험사기일까. “꼬박꼬박 보험료 냈어. 왜 돈을 안 줘.” “그럼 남편을 죽여주세요.” 영화 ‘검은집’에서 자살로 7세 아들을 잃은 사이코패스 부모가 보험사정원에게 소리치며 뱉는 대사다. ‘보험살인’이 주제인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부모의 모습이 마치 보험사기의 현주소를 풀어내는 듯하다. 지금부터 그 시작과 끝을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1.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계곡살인’의 주범 이은해(32)는 현재 남편 사망보험금 8억원을 지급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사기를 의심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검거 전인 지난 2020년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2. 배달기사 A씨(29)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성남 등지에서 신호 위반 차량을 고의로 추돌하는 수법으로 37건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약 1억6천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임신한 아내 B씨와 두 살배기 자녀를 차량에 함께 태운 채 범행을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기가 나날이 지능화·고도화하면서 10년 새 적발액이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인원)은 1조818억원(10만2천679명)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10년 전인 2012년 4천533억원 대비 138.6%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보험사기 사례를 분석해보면, 전체 금액의 61.8%(6천681억원)는 ‘사고내용 조작’이 차지했으며 허위사고 17.7%, 고의사고 14.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사고내용 조작’ 세부 유형 가운데 진단서를 위·변조하거나 입원 수술비를 과도하게 청구하는 수법에 따른 피해액은 지난해 대비 34.5% 증가한 2천468억원이다. 보험 종목별로는 손해보험이 67.6%(1조237억원)로, 피해액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생명보험은 5.4% 수준이다. 직업은 회사원이 19.1%로 가장 많았고, 무직·일용직(11.1%), 전업주부(10.6%), 학생(4.9%) 등 순이다. 문제는 보험사기 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매년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20년 8천985억 ▲2021년 9천434억 ▲2022년 1조818억원 등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지능화·고도화하면서 매년 범죄율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경찰 등 유관기관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키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 원·신도심, 코로나19로 자영업자 폐업 양극화

인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식당 등 자영업자 폐업이 원도심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원도심 상권에 대한 인천사랑상품권(인천e음)의 캐시백 비율을 신도심보다 높이는 등의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8일 한국은행 인천본부와 인천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인천상공회의소 1층 대강당에서 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천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지역경제세미나를 했다. 이날 옥우석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른 인천지역 점포들의 진입과 퇴출’에 대한 발표에서 “코로나19로 식당은 신도심에서 늘어난 반면, 원도심은 줄줄이 폐업하는 등 양극화했다”고 밝혔다. 옥 교수 조사 결과, 인천의 원도심 동·미추홀·남동·부평·계양구 등은 2020년 커피숍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의 사업체의 감소가 이뤄졌다. 식당은 0.9%, 간편식사업체는 3.8%, 숙박은 3.3%, 주점과 노래방은 각각 6%와 4.5%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중·연수·서구 등 신도시 지역은 주점과 노래방을 제외한 모든 사업체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커피숍 사업체가 12.3%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식당과 간편식은 모두 6.3%와 1.3%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어 숙박업은 0.9%가 증가했다.  옥 교수는 식당과 간편식 사업체는 코로나19 이후 사업 기회가 상대적으로 큰 신도시 지역에서는 진입과 퇴출이 함께 발생했으나, 원도심에서는 퇴출만 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옥 교수는 “인천의 소비자 서비스 업종의 진입과 퇴출은 원도심과 신도시의 차이가 극명했다”며 “신도시 지역은 큰 성장잠재력과 안정적 구매력으로 ‘버티기 효과’가 이뤄졌지만, 원도심은 이 같은 능력이 취약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옥 교수는 인천e음의 캐시백 혜택을 통한 원도심과 신도시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옥 교수는 “원도심 상권에 대한 지역화폐 캐시백 비율을 신도시에 비해 높이는 등의 차등 지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상권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계획과 개발을 할 수 있는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날 세미나에는 이현태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가 대중 수출이 30%에 이르는 인천이 대중외교의 불안정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출 국가 다변화’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중앙정부의 선제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편,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는 김규수 한국은행 인천본부장과 심재선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 경제기관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했다. 

[경기만평] 심리적 화해...?

[사설] 안성 정치, 이장·통장들 분노에 고개 숙여라

“뒤에서 알려지고 있는 퇴진운동은 하면 하는 것이다.” 경기일보 기자가 전하는 어느 안성시의원의 발언이다. 안성시 일부에서 그에 대한 주민소환 얘기가 나왔다. 이런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할 테면 해보라’는 투의 어감이 물씬 풍긴다. 얼핏 들어도 뭔가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대체 안성지역에 무슨 일이 빚어지고 있는가. 시의원과 주민의 대립이 왜 이렇게까지 악화됐을까. 누가 봐도 막 가는 안성을 살펴보자. 안성지역 이장과 통장들이 7일 시청 앞에 모였다. 관내 15개 읍·면·동에 이·통장들이다. 이 자리에서 이·통장협의회 명의로 성명을 발표했다. 시와 시의회 모두를 향한 호소다. 시민을 보호하고 안성시민을 대변해야 할 시와 시의회가 “정쟁만을 일삼고 타협하지 못해 시민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보훈명예수당 인상분으로 촉발된 추경 예산안을 안성시가 편성하지 않자 “시의회가 시 안건들을 모두 부결시켰다”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갈등의 핵심으로 ‘정치 싸움’을 지목했다. 김보라 시장은 민주당, 의회 다수당은 국민의힘이다. 시 집행부와 시의회 간의 이런 대립적 정치 구도가 갈등의 시작이라고 해석했다. 협의회가 분석하는 책임은 시보다는 시의회 쪽에 다분히 치우쳐 있다. 주민소환 주장의 대상도 시장이 아닌 특정 시의원에게 맞춰져 있다. 해당 시의원이 이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하면 하는 것이다’라는 반응은 그래서 나오는 대응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옳지 않다. 지난해 개원 이래 1년이 다 돼 간다. 그간 안성시의회가 보여온 모습이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개원 초기는 김보라 시장 인사와 충돌했다. 의회사무과장, 전문위원 등 6명을 문제 삼았다. 갈등은 첫 추경까지 파행으로 이어졌다. 2022년 7월 말 그렇게 시작된 갈등은 연말까지 갔다. 안성시의회의 2022년 6개월은 마비였다. 해가 바뀌어도 이런 마찰은 계속됐다. 지난달 임시회 역시 심의 중단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갈등의 책임을 계량하듯 똑같이 나눌 순 없다. 안성시의 책임이 왜 없겠나. 김보라 시장의 협치 능력도 비판 대상이다. 하지만 책임의 균형추는 시의회 쪽이다. 시장의 책임과 직접 관련 없는 허송세월이 많다. 시의회 여야 간 충돌이었고 힘겨루기였다. 이렇게 싸우면서 열 달 치 월급은 다 받아갔다. 보다 못해 이장, 통장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오죽하면 주민 소환을 말하겠나. ‘할 테면 해보라’고 맞설 자격 없다. 이·통장들 앞에 사과해라.

[사설] 무연고 국가유공자 실태 파악, 돌봄·예우 강화해야

지난 3월 기준 전국의 국가유공자는 총 56만5천822명이다. 이 중 35만8천628명(63.3%)이 70세 이상의 고령자다.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독거 국가유공자는 11만688명(19.5%)에 이른다. 경기도민이 2만2천382명(20.13%)으로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인천에도 4천792명(4.32%)이 살고 있다. 국가보훈부의 통계다. 국가유공자는 나라가 위기일 때,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국가유공자법 1조는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을 합당하게 예우하고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유공자들을 제대로 품어 주지 못해 힘겹게 살다 고립된 채 쓸쓸한 죽음을 맞는 이가 많다. 현재 국가유공자의 평균 연령은 71세로 점점 고령화하고 있다. 1인 가구로 지내는 이도 많다. 저소득 보훈 대상자 중 주민등록상 1인 가구는 지난해 10월 기준 2만2천875명이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혹은 차상위계층으로 생활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회적 취약계층이다. 고령인 데다 건강 상태도 좋지 않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어 위급 상황 시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공자들의 사회적 고립, 특히 무연고사를 막기 위해 혼자 사는 유공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가유공자 중 무연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보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08명의 유공자가 고립된 채 홀로 세상을 떠났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사망자가 국가유공자인지 확인하지 않아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하고 문서실 혹은 창고 형태의 무연고실에 보관한 경우도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추모도 못 받는 공간에 방치된 것이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자체에서 국가유공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보훈부의 정보공유 시스템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고령화, 가족 해체 등으로 생긴 무연고 국가유공자는 실태 파악도 안 된다. 연고지도, 보호자도 없는 유공자들이 전국에 몇 명이나 존재하는지 모른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를 제대로 예우해야 한다’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무연고 유공자의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현황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해선 안 된다. 국가유공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독거 유공자 지원 서비스가 있는지도 모른 채 혼자 초라한 마지막을 맞게 해선 안 된다.

[삶과 종교] 죽음 껴안기

2008년 신학생 생활을 마치고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신부가 됐다. 보통 서품을 받은 새내기 신부들은 경험이 풍부한 주임신부님과 함께 살며 사목적 소양을 배우고 그의 사목활동을 돕는 보좌신부 역할을 한다. 나 역시 새로 부임한 주임신부님과 함께 1년을 지냈다. 당연히 그분과 지내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쌓였다. 사실 신부님은 정말 무섭고 엄한 분이셨다. 나는 당신 차를 잘못 세차했다는 이유로, 연수 때 집을 안 지켰다는 이유 등으로 나이 서른 살에 야단을 맞곤 했다. 물론 신부님은 정도 많은 분이셨다. 항상 보좌신부를 먼저 생각해 주시는 마음, 자전거를 함께 타며 느낀 진한 형제애, 신자들과 하나 되는 친교의 가족 캠프 등 좋은 추억도 많이 쌓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3년 전부터 신부님이 담낭암에 시달리셨고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호전되기보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된 상황이었다. 큰 병마와 싸우신 신부님은 결국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셨고 며칠 뒤 편안히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한창 사목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삶과 죽음을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어떤 인간의 힘으로도 거부할 수 없었다. 신부님은 투병 중에 이런 고백을 하신다. “그분만이 하실 수 있는 일,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다만 두 손 벌려 기다리고 받아들이기만 할 뿐입니다.” 3년간의 고통, 그리고 예고된 죽음,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고통을 우리는 헤아릴 수 있을까? 무덤덤하게 그 죽음을 껴안는 모습, 그저 주님께 자신을 의탁하는 모습, 놀랍기만 했다. 죽음은 마치 이 세상에서 내가 제외되는 느낌, 씁쓸한 퇴장, 무기력한 존재가 돼 버리는 순간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어쩌면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승천하시어 제자들에게 당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 주신 것처럼 죽음은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나의 자리를 내어 주는 일일 수 있다.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누군가에게 그늘이, 누군가에게는 먹음직스러운 열매로, 누군가에게는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의자처럼 말이다. 분명 신부님도 기꺼이 당신의 자리를 내어 주셨다고 느껴진다. 특별히 당신께서 심어 놓은 작은 씨앗들, 즉 사제로서 진정 나를 위한 삶이 아닌 하느님과 신자들을 위해 헌신한 삶이 마치 나무 줄기가 돼 누군가의 그늘이 돼 주셨고, 누군가에게는 열매가 돼 필요한 양분이, 누군가에게는 의자가 돼 하나의 쉼터가 돼 주셨다. 우리는 죽음을 기꺼이 껴안을 수 있는가? 어른들 대부분은 어린 자녀들이 임종을 앞둔 사람 곁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방어막을 치곤 한다. 죽음이라는 불확실한 세계를 두려워하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탄생과 성장’, ‘생명의 변화와 죽음’이라는 자연의 순리를 어찌 간과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뿐인 삶이고, 그 삶의 마침이 있다면 순간순간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지 않을까?

[천자춘추] 광장에서 시대를 만난다

최인훈은 소설 ‘광장’에서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고 썼다. 해당 소설 속 주인공인 이명준은 광장과 밀실의 이분법적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제3지대를 선택한다. 광장이 아고라에서 유래된 서구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관제집회의 장소로 사용되는 등 광장은 낯선 문화였다. 그러나 1980년대 민주화 물결의 시작으로 1999년 여의도 공원화, 2002년에는 월드컵 응원으로 광장은 온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의 마당이자 민의를 표현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변화했다. 굴곡진 현대사와 함께한 광장은 문화적 다양성도 품고 있다. 각종 축제와 행사가 개최되는 문화예술의 중심이면서 경복궁 및 광화문의 역사와 함께하는 광화문광장처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수원에도 광장이 있다. 1996년 화성행궁 복원공사가 시작되며 2008년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 조성한 광장이다.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수원화성문화제’와 ‘세계유산축전’ 등 수원을 대표하는 축제가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시민들은 현대에 조성된 광장에서 과거의 가치를 느끼며 문화유산을 무대로 현대의 예술을 만나고 있다. 물론 축제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화성행궁광장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흐른다. 예술인들의 공연,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의 웃음꽃, 소망을 담아 하늘 높이 연을 날리는 가족과 많은 관광객 등 다채로운 시민의 일상과 함께한다. 코로나19는 광장의 범위를 넓혔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으로 의사 소통 방식은 더 편해지고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상의 공간은 더욱 확장됐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현실 너머의 가상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우리는 광장에서 시대를 만난다. 광장은 시민들의 뜨거운 마음이 모이는 장소이자 개인적인 공간이다. 오랜만에 마스크 없는 일상이 됐다. 화성행궁광장에서 푸른 하늘을 만끽해 보자.

[데스크 칼럼] 천안함 용사 희생에 대한 정치적 이용 중단해야

지난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대한민국 백령도 남서쪽 약 1㎞ 지점에서 천안함이 초계임무 수행 도중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다. 천안함 장병 46명이 숨지고 58명이 살아남았다. 당시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 넘게 평택 2함대 사령부에 머물며 희생자 가족, 생존자 등을 취재했다. 피격 이후 인근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속초함과 백령도 등지의 참수리급 고속정, 해경 함정에 의해 58명이 현장에서 구조됐다. 현장에서 희생자들이 인양되면 가족들이 시신 확인을 위해 들어갔고 풀단 취재진이 동행했다.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평택 주재기자와 정보를 주고받았다. 사건 며칠 전 미군 함대가 한미 연합훈련 차원에서 평택항을 출항해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해군 고위직을 통해 미군의 오인 사격에 의한 사고라는 얘기를 듣고 기사화하려 했으나 데스크가 승인하지 않아 지면에 나가지는 못했다. 바로 다음 날 타 언론사에서 이를 다뤘다.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침몰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다. 2010년 5월20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음향자장복합감응어뢰의 강력한 수중 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돼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합동조사단은 침몰 해역에서 어뢰로 확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물로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등을 수거했다. 추진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북한의 어뢰 표기 방법과 일치한다고 조사단은 결론 내렸다.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는 점은 당시 공식 조사에 참여한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 등 4개국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했다. 당시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임은 명백해졌으나 사건 직후부터 현재까지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해서도 특대형 모략극이라며 반발했다. 진보 정당 소속 정치인들 중 조사단의 발표를 부정하며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이래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으로 9시간 만에 사퇴했다. 정치권에선 ‘이래경 사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발언을 놓고 보수 진영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진보와 보수 진영은 지난 13년간 천안함 사건을 두고 첨예한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 생존 장병은 이런 모습을 보고 “보수는 이용했고 진보는 외면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진보, 보수, 여야 가릴 것 없이 이젠 제발 입 좀 다물길 바란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 연어급 잠수함의 어뢰 공격’이다. 그들의 희생을 애도하고 고통 받는 가족과 생존자들을 존중의 눈길로 바라보길 정중히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