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로비도 ‘로비’다

옷사건은 마침내 김태정 전 검찰총장 및 법무부장관, 박주선 전 청와대법무관, 김 전 총장부인 연정희씨 등을 사법처리하는 단계에 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상관없다”던 사람들이 더는 사건의 배후인물임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옷사건은 신동아 ‘구명로비’의 깃털에 불과하다. 단순히 옷사건에 그치지 않는 몸통접근이 필요하다. 신동아로비스트 박시언씨는 지난해 6·7월 김 전총장과 박 전 비서관을 수차 만나 최순영 회장의 구명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나중엔 보고서 사본을 복사해 갔을 정도였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금품로비를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지만 그같은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이 그간 보아온 경험법칙이다. 신동아측의 금품로비가 확인될 경우 정치권까지 불똥이 튀어 일파만파로 번질 공산이 있으나 이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외화 유출혐의가 드러나자 학맥·인맥을 총동원, 구명운동을 전방위로 벌인 적이 있다. 외자유치를 구명카드로 제시하기도 했다. 검찰수사가 유보됐다가 재수사로 반전하는등 한동안 혼선을 벌인것도 사실이다. 그러다가 옷사건이 나왔으나 사직동팀에 이어 검찰 또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한통속 종결을 지었다. 그러나 특검수사로 옷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역순으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신동아로비의 실체를 벗겨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문책하겠다’(11월 25일)고 했다. 이에 앞서서는 ‘잘못 없는 것으로 수사결과 판명됐다’(6월 10일)고 했고, ‘마녀사냥식으로는 안된다’(6월 1일)고도 했다. 사태를 잘못 파악한 책임을 진실로 지고자 한다면 옷사건에 국한하지 않는 로비 전반에 걸친 지위고하 불문의 엄중 문책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우선 수사범위를 보고서 유출에만 국한하고 있는듯 하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검찰의 은폐수사에 대한 자체조사와 신동아 로비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 이는 실추될대로 실추된 만신창이의 검찰위상을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이며 국가기강확립의 길이기도 하다. 만약 이마저 잘못되면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맞게 될 것이다. 실패한 로비도 로비다. 실패했다고 하여 덮어두어서는 거센 국민적 저항을 면치 못한다.

高3 학생들에게 당부함

수능시험이 끝난 수험생들은 앞으로 정시모집 등 대학입시전형에 지원해야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 보내야하는 시간은 별로 없다. 논술고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체 186개 대학 가운데 논술을 반영하는 대학은 서울대 등 31개 대학에 불과해 면접을 제외할 경우 사실상 추가시험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아 90여만명에 달하는 전국의 고3수험생들은 사실상 ‘학생이면서 학생이 아닌’애매한 신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불과 3∼4개월 후면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 될 이들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없고 건전한 놀이문화 공간도 제대로 없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고3학생들을 위한 각종 행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홍보부족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같은 내용을 모르고 있거나 또 주최측에서는 지속적인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일선 고등학교의 담임교사들이 특차와 정시모집 등 전형일정에 쫓겨 생활지도는 엄두도 못낸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오전에 교양프로그램 비디오를 보여주고 귀가시키거나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것으로 생활지도를 대신하는 정도다. 그렇다고 고3 수험생들 모두가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에 건전하게 지내려고 해도 술 마시는 일 아니면 마땅히 할 일이 없다고 유흥가나 록카페 등을 전전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한다. 수능시험이 끝났다고 해서 학생시절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려웠던 고3까지의 학창시절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생각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그동안 시험공부때문에 읽지 못했던 양서들을 찾아 읽고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또 대학을 안가는 학생들은 취업진로를 모색하면서 청년시절을 설계하여야 한다. 잘못된 사회환경을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거기에 동화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이 사회를 위하여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아름다운 청년들이 되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해외여행

광복이후 50년대까지 외국여행은 상상조차 못했다. 정부관료들의 제한된 공무외 외국여행은 있을 수 없었다. 60년대 들어 다소 완화된 것은 경제교류에 기인해서였다. 기업인들의 해외여행이 이무렵에 허락됐다. 70년대 들어서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외환사정의 압박으로 금지된 해외여행이 조금씩 풀리면서 일반인의 외국왕래가 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무렵까지는 외국에 다녀온다는 것이 쉽진 않았다. 우선 신원조회가 무척 까다로웠다. 비교적 자유로워진 것은 80년대 들어서였다. 90년대 들어서는 외국여행쯤은 보편화됐다. 요즘 외국 다녀온 것을 자랑삼아 말하다가는 ‘팔불출’소릴 듣기에 딱 알맞다. 그런데도 유별나게 외국여행을 못가서 안달인 사람들이 있다. 지방의원들이다. 그들이 ‘팔불출’에 드는 외국여행 타령을 아직도 늘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짜인 탓이다. 지역주민이 부담하는 세금으로 다녀오기 때문이다. 행자부가 내년도 예산지침으로 지방의회의원들이 해마다 다녀오던 해외여행을 임기동안 한번으로 규정한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고양시의원들이 이에 발끈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에 행자부가 관여하는 것도 부당하고 지방의원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화에 역행된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그럴싸 하지만 씨알이 먹혀들지 않는 소리다. 일찍이 지방의원들이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공감이 가는 출장보고서 한장 내는것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적당히 꾸며내거나 그나마도 내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해외출장명목에 걸맞는 방문은 겨우 한두가지일뿐 그저 구경하며 사진찍는 것이 고작인게 지방의원들의 해외여행이다. 그러니 행자부가 예산편성지침으로 관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白山

옷로비 ‘대통령부부’에까지

옷로비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연정희, 정일순, 배정숙씨 등의 짜맞추기식 거짓말에 온국민이 농락당했다. 국회도 당했다. 검찰은 축소수사를 했고 김태정 전 검찰총장 및 법무부장관과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이에 한몫 했다. 이런 가운데 해괴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최순영 회장의 내사가 시작되자 신동아 부회장으로 영입된 여권실세 측근의 박시언씨란 사람이 검찰총장실에서 옷사건 내사기록을 복사해갔다고 한다. 사직동팀 최종보고서 문건이 박전비서관을 통해 김 전 총장에게 건네진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해괴한 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로비자금 1백억원 살포설은 도대체 무슨 소린지 궁금하다. 옷사건을 둘러싼 이런저런 의혹은 대통령까지 속여 기만한 것으로 돼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신동아측의 면회신청을 거부했고 집사람(이희호여사)도 로비가 들어온 것을 거절했다’고. 그러면서 옷사건은 ‘실패한 로비’라고 말했다. 대통령 부부에까지 로비의 검은 손을 뻗쳤던 것은 충격이다. 감히 로비가 이 정도였다면 대통령 아래의 고관들에게는 무슨 짓을 못했겠느냐는 것이 아직 풀길 없는 우리의 의문이다. 대통령 말대로 로비의 목적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도 로비가 먹혀들어간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대통령부부에까지 뻗친 엄청난 로비사실을 좀더 일찍 밝혔더라면 일은 지금처럼 꼬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또있다. 당초 옷사건을 축소보고한 검찰수사를 대통령이 그대로 곧이 믿은 사실은 총명함이 평소답지 않다고 보아진다.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기만하고 심지어 대통령을 허위보고 대상으로 삼은 일련의 옷사건은 권력의 부도덕성을 여실히 말해준다. 어쩌다가 일이 이지경이 됐는지 앞날이 걱정이다. 이래가지고 무슨 개혁을 말하고 부정부패추방을 말할 수 있겠는지, 사태는 실로 심각하다. 지금이라도 전형적 권력형 비리라할 옷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옷사건 뿐만이 아니다. 이를 은폐하고 축소한 배후와 검찰수사과정도 한점 의혹없이 밝혀내는 것만이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길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감추면 감추려고 할수록이 사태는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단법인 ‘난파합창단’새출범

초겨울 가로등의 뽀얀 불빛 사이로 희끗희끗 첫눈발의 서설이 내린 어제 저녁, 수원시 권선구 교동 136의4 흥화빌딩(옛 경인일보건물) 4층에서 실로 뜻깊은 행사가 있었다. 우리 지역사회의 자긍심이기에 충분한 난파합창단이 새천년을 앞두고 사단법인체로 새로운 출범의 닻을 올렸다. 화성이 낳은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선구자 난파 홍영후선생을 기리고자 하는 지역사회 아마추어 동호인들로 난파합창단이 창단된 것은 1965년 9월 12일이다. 당시 20대후반의 열정을 바쳤던 회원들이 지금은 환갑이 넘었다. 평소엔 각자가 생업에 종사하다가 모임을 가질때면 목수 일을 하는 이는 무대를 만들고 미술에 소질이 있는 이는 그림을 그려 봉사하고 다소 여유가 있는 이는 사비를 내놓는 등 회원들 저마다의 지금 활약하고 있는 남녀회원은 70여명이지만 34년동안 배출한 선배회원이 1천여명을 기록하면서 지난 5월 29일 난파탄생 101주년 기념 생가음악회까지 무려 62회의 정기연주회를 갖기도 했다. 어느 누구에게 제대로 보살핌 한번 받지 못한 거친 조건에서 이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가 분발한 음악발전으로 수차 도대표로 나가고 대한민국 국민예술상을 수상한 가운데 각종 위문공연을 가졌다. 또 난파 어린이합창단과 난파 어머니합창단을 배태하는 등 돌이켜 보면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활약에도 임의단체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었던 애로를 드디어 타개할 수 있게된 것이 한 독지가의 상당한 사재쾌척으로 마침내 새로운 계기를 맞은게 이번의 사단법인체 출범인 것이다. 사단법인 난파합창단(전화 0331-233-3350)은 법인화를 전기로 오는 10월 1일 제63회 정기연주회를 경기도립팝오케스트라와 협연한데 이어 문화소외지역 순회공연, 나아가서는 국제무대에 나가 성가를 떨칠 다부진 포부를 갖고 있다. 이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음악인들의 자생적 의지인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된다. 사단법인 난파합창단은 앞으로 기전사회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어 이에대한 기대가 크다.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는 오늘의 세태에서 이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것이 지역사회의 자존심인 난파음악으로 상징될 수 있다. 그의 ‘고향의 봄’을 다같이 노래부를 땐 우리는 다같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하나의 마음을 비로소 지닐 수가 있다. 앞으로의 활약을 새롭게 거듭 기대하며 행정당국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있기를 당부해 마지않는다.

출세주의자

한(漢)나라 때 어떤 사람이 살았다. 그의 평생 꿈은 출세하여 높은 관직에 올라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출세를 목표로 평생을 열심히 노력했다. 그가 젊었을 때 황제는 문학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문학을 열심히 공부해 마침내 실력을 자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황제의 마음이 바뀌어 경험많은 사람을 좋아해 경험없는 그를 중용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중년이 되도록 경험을 부지런히 쌓았다. 그러자 새로운 황제가 즉위했는데 새 황제는 무예를 좋아했다. 그는 무예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무예가 아직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 때 뜻밖에 황제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번에는 어린 황제가 권좌에 올랐다. 어린 황제는 젊은 사람을 중용했다. 그때 그는 이미 늙어버렸다. 그는 황제의 뜻을 맞추기 위해 수시로 그의 뜻을 바꿔가며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무런 성과도 이룰 수 없었다. 머리가 하얗게 새었어도 그는 말단 관리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길을 걸으며 그러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서글퍼져 소리내어 울었다. 그때 길을 지나가던 행인 한 사람이 그를 보고는 뜻밖의 변고를 당했구나 생각하고 우는 연유를 물었다. “나는 반드시 높은 관리가 되어 조상을 빛내겠다고 뜻을 세웠었다네. 그런데 내 나이 이미 60세가 되었는데도 말단 관리에 불과하니 내 인생은 실패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 뜻을 수시로 바꾼 그의 과거지사를 모두 듣고난 행인은 그의 처지는 동정하였지만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권력자의 눈에 들어 출세를 하기 위해 자기를 잊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지금도 많다. 정치판에 더욱 많다./淸河

DJ, 新黨 ‘명예총재’ 돼야

엊그제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창당준비위원회를 거창하게 가진 가칭 ‘새천년민주신당’은 내년 1월중순 창당대회를 목표로 지구당 조직책 인선작업에 들어갔다. 김대중대통령은 ‘21세기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전국정당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치사를 통해 말했다. 우리는 그같은 명제를 부인하지 않으나 그것이 반드시 신당창당으로만 가능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기존의 국민회의로는 내년 4·13총선에 한계가 있고 정권재창출의 벽이 두텁다고 여겨 새로운 카드로 내놓은 게 민주신당 창당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 시각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표방하는 대로 신당이 정치안정의 주체가 될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공동정부의 우당인 자민련마저 참여는 커녕 옷로비사건, 서경원사건 재수사, 교육개혁 실패로 인한 교권추락 등을 강도높게 비판, 김대중정당과의 차별화속에 총선을 치를 태세다. 신당이 아무리 구태정치의 탈피를 내세우며 국민적 규합을 강조해도 구호일뿐 여전히 구태의 틀속에 박힌 한정된 정치세력으로 보는 것이 세간의 지배적 정서다. 이른바 신당 영입인사들 가운데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박탈당해도 동지적 신념으로 머물 인사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으로 보는 것이 항간의 시선이다. 민주신당이 주장하는 새로운 법통주장은 무의미하다. DJ가 대통령이 되기전에 만든 평민당, 국민회의에 이어 이번엔 대통령이 되고나서 만든 당이 신당으로 다같은 김대중정당의 재판인 것이다. 이는 민주신당이 아무리 부인해도 부정될 수 없는 세상엔 이미 그렇게 각인돼 있다. 신당이 장차 이같은 이미지에서 다소라도 벗어나 신당다운 구실을 제대로 할려면 김대중대통령이 명예총재로 물러나 지도일선에서 손을 떼야 한다. 대통령은 오로지 대통령 직분에만 전력을 다하고 당의 관리는 후견인으로 물러앉아 당에 맡기는 것이 보다 신당이 전국 정당화할 수 있는 길이다. 만약 김대중대통령이 총재를 맡지 않음으로 해서 당이 정상가동하기가 어렵다면 이는 정당이 아닌 붕당일 수 밖에 없다. 구태정치의 청산은 먼곳이 아닌 바로 정당의 민주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새천년 민주신당’은 대통령의 명예총재체제에서 정당의 민주화가 자생적으로 성숙할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왜 매연車 단속안하나

수도권지역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가는 지난 여름 잇따라 발령되었던 오존주의보와 경보가 입증해 주고 있다. 최근 일상화한 스모그현상과 산성비도 극심한 대기오염 탓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다 .그런데도 도내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매연차량 단속이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은 호된 질책을 받을 일이다.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조사부가 작년 도내 일선 시·군의 매연차량 단속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단속반이 차고지 회차장 경사로 등 매연배출 다발지역에서 단속한 매연차량 적발률은 고작 1.2%에 그치고 있다. 이는 차량검사소가 정기검사에서 단속한 전국 적발률 9.4%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지자체의 단속이 형식에 그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내 대기환경규제지역으로 지정된 15개시중 하남 광명 시흥 고양 구리시 등은 매연차량 단속용 비디오카메라조차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이들의 환경정책이 얼마나 미온적인가를 알 수 있다. 마시는 물이나 쓰레기 문제에 비해 대기오염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미약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이 햇빛과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생겨나는 오존이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가는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가 없다. 스모그 현상 또한 마찬가지다. 대기오염이 천식 폐질환 및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의학보고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몇년전엔 프랑스에서 파리 시민중 매년 7백명 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빨리 사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듯이, 대기오염은 사람을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질주하는 버스와 대형트럭 등 각종 차량들을 단속하거나 규제하는 것을 보기 어렵다. 1.2%의 적발률이 말해주듯 아예 손을 놓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니 지자체들의 환경의식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대기오염대책은 이제 국민건강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 시행해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대기오염 개선방법은 배출원 규제다. 당국은 운행자동차의 오염배출을 철저히 단속해야 하며 자동차 업계는 저공해 자동차 기술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

눈물의 편지를 쓴 이유

며칠전 자신의 이름을 이평희(47)라고 밝힌 편지 한 통이 기자에게 배달됐다. A-4용지 3장 분량에 빼곡히 적어 내린 편지지는 그야말로 눈물겨운 한 인간의 안스런 과거사를 이내 느끼기에 충분했다. 절절한 사연인즉 이렇다. 화성군 동탄면 산척리가 고향인 이씨는 35년전 부친이 사망하면서 인근 오산으로 재가한 생모손에 이끌려 오는 바람에 다녔던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게 된다. 그는 의붓아버지 밑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자식이 아닌 머슴으로 13년동안 농사와 허드렛일에 혹사당하며 갖은 고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지옥같은 더부살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씨는 20대중반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무작정 가출했다. 그는 부초처럼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녔고 90년무렵 마지막으로 얻은 안산 모부동산 사무소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던중 93년초 어느날 모직원이 준 도시계획도면 한장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러나 이 도면 한장이 이씨와 자신의 가정을 파산시키고 그마저 장애인으로 만든 불씨가 됐던 것. 한동안 오산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산시 도시기본계획도면 유출사건(본보 93년6월22일 보도)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용의자중 1명으로 자신을 지목, 1주일동안 여관에 감금한채 협박과 폭력, 강압수사를 했다고 이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부동산업자 박모씨가 여관방에 들러 신문지에 싼 현금 2천만원을 놓고 갔지만 이 돈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며 출처를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씨는 적고 있다. 당시 사건이후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가정이 파산하면서 흩어진 처자(妻子) 소식도 끊기고 자신의 몸도 망가져 장애인으로 전락한 이씨. 그가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암울했던 과거사를 들춰내며 눈물의 편지를 쓴 이유는 왜일까./오산=조윤장기자(제2사회부) yjcho@kgib.co.kr

위원장 자리놓고 내홍

행정사무감사와 2000년 예산심의를 앞둔 경기도의회가 홍영기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된 경제투자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임위의 국민회의 소속의원들이 당지도부를 성토하는 성명서를 25일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속의원들의 의사를 반영치 않고 위원장을 선임한 것은 잘못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위원장을 무소속에게 배분, 사퇴한 홍위원장을 연임토록 해달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투자위 소속의원들의 주장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행위를 차치하더라도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경기도의회에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우선은 원구성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합의사항을 깨고 단 1명뿐인 무소속에게 위원장을 배려하자는 주장은 한마디로 대의정치를 버리고 사사로운 정에 의한 정치를 하자는 것으로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 당지도부가 의원들의 의사를 묻지않고 일방적으로 위원장을 한나라당에 넘겨주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일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결정은 합의사항 준수이며 오히려 누군가 위원장직을 탐내고 있다는 곱지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경제투자위 사태와 관련, 배후조종자가 있다는 설까지 난무하고 있는 등 도의회가 마치 아귀다툼으로 치유할 수 없는 갈등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합의사항을 지키든, 아니면 소속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든 간이 이 모두는 의원들이 선택할 문제다. 다만,도의회는 행정의 감시와 견제가 주 임무이지 감투나눠먹기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고 있다는 명백한 진리를 의원들은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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