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인 원삼면 발전소, ‘잉여 전력 판매 의혹’ 설명해야

원삼면 죽능리 발전소 공청회가 열렸다. 반도체 산단 내 조성되는 시설이다. 14만7천926㎡ 크기의 LNG열병합발전소다. 발전용량은 1천50MW, 517.3Gcal/h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공장에 공급된다. 한국중부발전㈜와 SK이노베이션㈜가 사업시행자다. 지난 5월22일 1차 공청회가 예정됐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2일 공청회에서도 주민들의 집단 행동이 있었다. 용인 원삼면 9개리 주민들의 반대 표명이었다. 주민들의 주장을 정리해보자. 주민 동의 없는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중단이 있다. 발전소 건립 계획 전면 재검토 요구가 있다. 환경·수질 등 정밀 조사 및 피해 예측 자료 공개 및 대안 마련도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안성 주민 목소리도 있었다. 양성·고삼·보개면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다. 비대위는 고압송전선로 전력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원삼면 발전소는 잉여 전력 생산용이라는 것이다. 이를 판매해 수익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성시민의 반대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발전소 인근 보개면 등의 피해 우려다. 분진과 유해가스 등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또 반도체 폐수, 온배수 방류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안성 고삼호수를 관통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성 주민 의견이 배제됐다는 문제점도 강조했다. 이 부분은 안성시의회에서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사업시행자 측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협의·조율을 거쳐 ‘최대한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에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것은 없다. 모두 절박하고 필요한 요구 사항일 것이다. 당연히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는 모두가 궁금한 부분도 있다. 이날 비대위가 주장한 ‘잉여 전력’의 진실이다. 안성을 통과하는 고압송전선로가 전력을 공급한다. 이 전력만으로 산단 가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설명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공급량과 수요량을 비교해주면 된다. 사업시행자가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일이다. 잉여 전력을 판매할 것이라는 비대위 주장도 그렇다. 산단 가동과 상관 없는 잉여 전력 생산용 발전소인가. 그렇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발전소 건립에 따르는 현실적인 피해는 있다. 이 피해를 강요하려면 그만한 당위성이 필요하다. ‘전력 장사’는 이 범주에 들지 않는다. 사업과 규모 등의 전면 재검토가 논의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산단 가동에 필수적인 시설이라면 어떤가.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이 있어야 산단이 가동된다면 발전소는 건립돼야 한다. 협의와 조율의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원삼 발전소 건립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잉여 전력 주장’의 실체가 설명돼야 한다.

[사설] 민생지원금에 신중해진 이재명 대통령

당분간 추가 민생지원금 시행은 없을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보면 그렇다. “일단 추가로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명확히 했다. 그 이유로 녹록지 않은 재정 상황을 들었다. 효과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SOC 예산이 효과가 더 크다는 견해에 대해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고 평했다. 다만 민생지원금의 소비진작, 소득지원 효과를 강조했다. 효과 전망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높을 것이다.” 많이 달라진 느낌을 줬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역력했다. 어려운 재정 상황과 연계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이재명 정부 첫 추경의 핵심은 민생회복지원금이다. 전국민 1인당 15만원 이상 선택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13조여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22대 더불어민주당의 1호 당론이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집권 초기 추경인 만큼 이 약속에 맞춰졌다. 그랬던 과정에 비하면 분명한 변화다. 민생지원금 지급을 할 상황을 안 만드는 게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고 했다. 정부가 잘한다면 민생지원금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정의 경험도 소개했다. “(경기도민에게) 10만원을 지급한 경험이 있다”며 “골목상권 등에서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경기도는 지원금을 지역개발기금에서 차용했다. 경기도는 지금도 연 3천억여원씩 갚고 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대통령이다. 선거 정국에서는 긍정적 부분만을 부각했다. 이제는 정권을 책임진 입장이다. ‘재정 부담’을 고백한 배경일 것이다. 이날 마침 주목을 끄는 통계 하나가 공개됐다.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꿔 쓴 차입금 실태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공개했다. 새 정부 첫달인 6월에만 18조원을 빌려 썼다. 세입과 세출의 일시적 시차를 메우는 수단이다. 정부가 쓰는 마이너스통장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에도 늘 사용하던 자금이다. 다만 그게 첫달부터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말 빚 55조원을 전부 상환했다. 대선 기간 5월에는 없었다. 윤석열 정부 빚은 ‘0원’이었다. 지난달 26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이렇게 강조했다. “경제 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재정 투입을 예고하는 듯한 연설이었다. 일주일 만에 확 달라졌다. 재정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추가 지원금 지급이 없음을 밝혔고, 파급 효과의 다변성도 인정했다. 옳은 판단 아니겠나. 이 판단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사설] ‘13조 통과’ 국민의힘, 보수·야당임을 포기하다

국회가 13조원의 민생지원금을 의결했다.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씩 주는 돈이다. 예산은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당초 중앙정부 10조원, 지방정부 3조원으로 배분했었다. 지방정부 부담을 줄이자는 지적에 따라 바뀌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6천억원도 통과시켰다. 두 예산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정책이다. 곧 본회의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달 중순께 전 국민에게 지급될 전망이다. 기대하고 있는 국민이 많다. 옳고 그름을 토론할 계제는 아니다. 하지만 지적해둘 일이 있다. 도저히 이해 못할 국민의힘의 대처다. 이 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반대해 왔다. 2024년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때부터 그랬다. 22대 총선의 민주당 공약이었다. 그해 8월2일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현금 살포법’이라며 반대했다.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까지 동원했다. 당일 법안 표결에도 불참했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달랐다. 1일 행안위에 참여해 통과시켰다. 작년에는 ‘나랏빚으로 이재명 빛내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 안기는 법’이라고도 했다. 내용은 이번에도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나랏빚’ 늘어나는 일이고, ‘미래세대’에게 부담 주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돌아섰다. 입장이 바뀔 것이라는 조짐도 설명도 없었다. 이렇게 해도 되나. 보는 국민이 의아하다. 내놓는 설명이 궤변이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말했다. “의석수상 저희가 반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합의 처리가 아니라 절차적인 협조를 하는 것이다.” 또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국가채무를 동원한 소비쿠폰 예산은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용상으로 선명한 반대를 남긴다”는 말도 남겼다. 같은 당 이성권 의원의 발언도 있다.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다... 정부가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짐작 못한 건 아니다. 선거 때마다 ‘현금 지원’이 등장했다. 그때마다 국민의힘이 보인 루틴이 있다. 처음에는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찬성으로 바꿨다. 어떤 때는 민주당의 ‘현금 지원’을 베끼기도 했다. 표를 의식한 타협이었다. 이번도 그런 것일 수 있다. 문제는 입장 변경에 대한 절차와 설명이다. 보수의 가치와 관련된 문제다. 당론과도 같았던 입장이다. 그걸 바꾸려면 절차와 설명이 있어야 했다. 의석수가 적어서 반대하지 못했다는 해명. 이 논리면 이재명 정부 내내 야당은 없을 것이다. 제2 지원금, 제3 지원금도 계속 견제받지 않을 것이다. 이런 보수·야당이 존재할 이유가 있나. 지금의 107석도 후해 보인다.

[사설] AI 시대 행정의 본을 보여준 경기도 ‘AI팀’

양자통신은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저가 일치할 때만 정보가 공유된다. 양자키 분배(QKD)라는 원리다. 해킹을 통해 암호를 알아낼 수 없다. 양자 노이즈가 해킹 시도 자체를 경고한다. 최고 안전 통신 기술이다. 안전이 생명인 분야의 필수 기술이다. 당장 정부 기관, 금융 기관, 군사 통신, 우주 통신, 데이터센터 등에서 절실하다. 바로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경기도 행정이 뛰어들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SK브로드밴드와 합쳤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될 영역은 자율주행차량이다.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되는 최첨단 교통수단이다. 이미 실생활에 사용 중이거나 적용 단계에 있다. 그런데 여기 난제가 있다. 통신 해킹이다. 해외에서 원격제어권 해킹이 여러 차례 시연됐다.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음이다. 이를 보완하려는 실증 프로젝트다. 자율주행차량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는 작업이다. 실증 기관은 판교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실증 차량은 판타G버스다. 이번 사업이 실증하게 될 기술의 내용을 보자. 양자키분배와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동시에 적용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적 시도다. 새 정부 공약에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이 있다. 그 세부 목표로 ‘양자정보통신기술(ICT)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강화’도 있다. 그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업이다. 때마침 과기부 산하 기관의 ‘2025년 수요기반 양자기술 실증 및 컨설팅’ 공모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선정됐다. 양자정보통신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다. 무궁무진한 먹거리를 산출할 수 있다. 경기도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런 산업 토대를 위한 구상까지 포함됐다. 서울~판교~대전 간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와 연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도내 중소기업이 실증기술을 직접 활용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장비 제조사, 통신사, 연구기관, 양자기술 기업 등과의 연계도 밝히고 있다. 양자 산업 생태계를 경기도에 만드는 밑그림이다. 경기도는 첨단 산업·연구 인프라의 보고다. 이 조건을 창조적으로 결합해냈다. AI, 양자통신은 선점이 필요한 미래 산업이다. 이걸 경기도로 끌고 오는 시도다. 정부 공모에 선정돼 18억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구호가 아닌 내용으로 증명한 행정이다. 무엇보다 평가할 부분은 첨단 기술을 교통 행정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도민의 편의·안전·생명에 직결되는 영역을 선택했다. 막연할 수도 있는 ‘AI 시대 행정’이다. 경기도가 그 길을 앞서가고 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양자(量子)와 행정(行政)의 결합. 말로만 떠드는 ‘AI’시대 행정이 가져야 할 발상의 전환이다. 경기도민의 아낌 없는 칭찬을 추천한다.

[사설] 화장률 95%인데 화장장 부족해 큰일이다

묘지를 택하는 방식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눈 녹는 곳이 있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적은 곳이다. 이곳을 어르신들의 묘지로 선택했다. 마을 최고의 길지는 ‘죽은 자’에게 주어졌다. 장례문화의 숭고함이란 게 그랬다. 지금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옛이야기다. 요즘은 매장 묘지 조성 허가 자체가 어렵다. 매장도 크게 줄어 전체 장례의 5% 정도다. 2023년 경기도에서 7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95%인 7만1천명이 화장을 택했다. 언제부턴가 이 화장의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전통적인 장례 절차는 ‘3일장’이다. 이 기간 내에 장례를 마치는 게 점점 빠듯해진다. 경기도민의 3일 차 화장률이라는 게 있다. 2021년 88.1%, 2022년 73.3%, 2023년 71.5%다.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다. 장례가 몰리는 시기에 사정은 더하다. 이를테면 2023년 12월의 3일 차 화장률이 46.8%였다. 절반 넘는 망인이 화장장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 간단한 이유다. 화장장이 부족하다. 경기도의 한 해 평균 사망자는 7만5천명이다. 현재 종합화장시설은 네 곳에만 있다. 수원, 성남, 용인, 화성이다. 서울 이북, 경기 북부에는 한 곳도 없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원정 화장을 해야 할 형편이다. 하다 하다 장례에서까지 차별을 받는가. 그렇게 볼 건 아니고, 관건은 화장장이다. 인접 시·군끼리 설립·사용하는 화장장을 만들면 된다. 화성(함백산추모공원)도 7개 시·군이 함께 만들었다. 북부 7개 시·군의 광역화장장이 양주에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멈춰섰다.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도청에 ‘장사시설 백지화’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남부에서도 그렇다. 용인에 봉안시설이 추진되다가 무산됐다. 경기도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 평택, 안성 등에서의 장사 시설 추진도 힘겹다. 다 주민 반대 때문이다. ‘화장장 오면 집값 떨어진다’며 결사 반대다. 전문가들은 장사시설에 대한 ‘계몽’을 말한다. ‘설명해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씨도 안 먹힐 소리다. 그렇게 풀어냈던 예도 없다. 관건은 입지다. 그리고 그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행정기관이 ‘찍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힘겹더라도 주민과 소통하며 찾아가야 한다. 때마침 화장장 부지를 확정한 이천시립화장장이 그랬다. 2019년 ‘부발읍 수정리’를 찍어 추진했다. 인근 여주 주민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2024년 ‘구시리 화장시설’을 추진했다. 이 역시 주민 반대로 백지화됐다. 마침내 ‘호법면 단천리’로 확정했다. 이제 이천시가 자랑한다. ‘전국 최초 주민 제안 방식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공무(公務)임을 잘 안다. 인내가 필요한 지난한 사업이다. 말로 다 못할 어려움도 있다. 그렇더라도 ‘원정 화장’을 보고 있을 순 없다. 생애 주기의 마지막 복지다. 처음부터 주민들과 같이 추진하길 권한다. 그런 화장장 추진이 대체로 성공했다.

[사설] 초 강력 규제, ‘경기 지역 풍선 효과’ 우려도

이구동성으로 ‘초강력 대출 규제’라고 평한다. 그만큼 내용이 강력하다.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을 넘지 못한다. 소득이나 주택 가격에 상관 없는 한도다. 액수로 정한 대출 규제는 전례가 없다. 또 대출로 집을 사면 6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119% 올랐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이번 대출 규제의 강도를 설명하는 비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 규제 28번을 모두 합친 것만큼 강력할 것이다.’ 이번 처방을 부른 것은 주담대의 폭발적 증가다.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이 5천8천억원 증가했다. 월말 증가폭은 6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 증가폭이 9조7천억원이었다. 그 후 10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여기에 정부가 20조2천억원의 추경을 상정했다. 언제든 주택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이다. 이를 감안한 이재명 정부의 선제 조치다. 시장의 반응이 확연하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았다.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하다. 주택 공급 부족 전망도 그대로다. 강력한 대출 규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것이 ‘풍선 효과’다. 아파트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의 시장 이동이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이른바 ‘불장’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으로의 소비 이동이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가 주목된다. 여기에 우리 관심 지역인 경기도가 추가된다. 서울보다 낮기는 해도 최근 집값이 꿈틀대는 지역이 여럿이다. 성남 분당구는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서현·수내동이 올랐다. 과천시는 원문·중앙동, 하남시는 창우·학암동, 안양 동안구는 평촌·관양동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6월 4주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수치로 확인된 지역이다. 수치로 잡히지 않는 ‘이상 조짐’ 지역도 여러 곳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취임 40일 만에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그것은 취임 24일 만에 나왔다. 내용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역설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의 이상 조짐이 그만큼 심각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풍선 효과 우려를 언급했다. “풍선 효과가 혹여 나타나더라도 추가 보완 조치를 할 것이다.” 매주 회의를 통해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 점검의 핵심에 ‘경기도 풍선 효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최저임금 책정, 노사는 합리적 접점 모색해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금년에도 법정 시한을 넘겼다. 관계법령에 의해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심의 요청을 받은 뒤 90일 이내 결정해야 하며, 그 시한이 어제였다. 그러나 지난 26일 제7차 전원회의가 개최됐지만 노사 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입장 차이가 워낙 크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음 회의를 오는 7월1일 개최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제도가 1988년 시행된 후로 법정 심의 시한이 지켜진 것은 단 아홉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다. 지난해도 최저임금은 법정 시한을 15일 넘겨 결정됐기 때문에 금년에도 노사 간 조정이 안 되면 결국 공익위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7월 중순경 결정하게 될 것 같다. 이후 고시와 이의 제기를 거쳐 노동부 장관이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올해도 그동안 7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노사 간 공방은 치열했다. 지난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30원)보다 14.3% 높은 1만1천460원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위원은 0.4%만 올리는 1만70원을 제안했다. 따라서 노사 간 최저임금 격차는 1천390원으로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용자 측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0%대인 것을 감안해야 함은 물론 경기부진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에 육박해 있을 뿐만 아니라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3.9%에 달할 정도로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1~6% 인상만으로도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비율이 10%에 달하는 기업의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동자 측은 2024년과 2025년 최저임금이 모두 물가 상승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해짐으로써 노동자들의 생활이 상당히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생계비는 7.5% 상승했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은 2.5%에 그쳤고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으로 실질 인상 효과도 제한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저임금 결정은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므로 일방의 입장을 밀기보다 상생 가능한 차원에서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 실용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최저임금 결정에 접목되기를 기대한다.

[사설] 民 ‘이창용 총재 오지랖’, 한국은행 길들이나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들어 넘기기에 편한 표현은 아니다. 그 상대가 한국은행 총재라서 더 그렇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했다. “할 말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흔히 본 적 없는 여당 지도부의 한국은행 총재 직격이다. 23일 있었던 이창용 총재 발언을 지목했다. 18개 시중은행장들과의 만찬에서 나왔다. “주택 시장 및 가계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이다. 5월 말 대비 3조9천937억원 증가했다. 일평균 대출 잔액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 총재가 말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시중은행장들과의 회동 자리니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위원은 ‘오지랖’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이 위원 지적의 근거는 한국은행 총재 발언의 중량감이다. “시장 구두개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목받을 만한 이 총재의 발언이 몇 개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 관련이다. 추경에 포함될 민생 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말했다. 알다시피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새 정부 출범 첫 주부터 당정이 밀었다. 균등 지원, 선별 지원, 선택 지원 등이 토론됐다. 그 와중에 18일 보도된 이 총재의 견해다. “재정 효율성 면에서 볼 때 선택적인 지원이 보편적인 지원보다 어려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다.” 물가안정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 결정에 대한 주제 넘는 관여’로 비쳤나. 어느 것이든 딱히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당부할 수 있다. 18일 발언도 기자 질문에 낸 답변이다. 대통령의 결정도 그 뒤 ‘선택 지원’으로 갔다. 그럼에도 이 위원에겐 ‘경고해둬야 할 행위’로 보인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낮설다. 그 어색한 모습을 이언주 최고위원이 연결시켜 줬다. 이 위원 개인의 일회성 의견 표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당의 방향성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국회(입법)·정부(행정)를 장악한 이재명 정부다. 가장 큰 정책 방향이 통화를 통한 국정 운영이다. 이 통화 정책의 수장이 한국은행 총재다. ‘관리’가 필요했다고 여겼을 수 있다. ‘오지랖’의 당사자격인 한국은행에는 더욱 그렇게 해석됐을 수 있다.

[사설] 李대통령의 야당 배려 모습, 보기에 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했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했다.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경제 정책을 다짐했다. SOC 조기 투자와 부동산 PF 시장 지원을 통한 경기 활성화 방안도 밝혔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민생지원 배경도 설명했다. 재정 정상화를 위한 과감한 세입 경정 구상도 밝혔다. 특히 각종 지원 정책의 배경으로 위기 경제에서의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끈 것은 야당을 대하는 모습이다. 연설 내내 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구했다. 야당이 원하는 예산도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가 추경에 담지 못한 내용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견을 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한 별도의 부탁과 약속을 남겼다.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기 부탁드린다.” 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연설 전 환담장에서도 목격됐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환담했다. ‘정치는 공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며 여야 협치를 당부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위원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또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회의장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12차례 박수가 있었지만 야당의 박수는 없었다. 그러자 “이러면 쑥스럽다”며 웃어 넘겼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비교적 차분했다. 이 대통령 입장 때는 모두 일어섰다. 연설 도중에 야유나 고성은 없었다. 이 대통령이 ‘예산에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달라’는 부분에서 웃음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은 연설 뒤에 야당 의원석을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권선동 의원이 ‘김 총리 후보자는 안 된다’고 두 번 말하자 팔을 툭 치기도 했다. 김종민 의원과는 사진도 찍었다. 대표적인 비명계 무소속 의원이다. 정치적으로 계산된 모습일 수 있다. 막 취임한 대통령의 도리이기도 하다. 의미를 부여하는 데 과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비교되는 현실은 있다. 여야 대치가 극에 달했던 최근 몇 년이다. 시정 연설은 야유와 푯말로 채워쳤다. 연설을 하지 않는 초유의 일도 있었잖나. 대통령도 야당도 그저 대립만 했다. 그런 3~4년이 계속되던 터였다. 정치적 셈법이 있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어제 모습을 편안히 본 국민이 많다.

[사설] 中어선 ‘서해 바다 도둑질’, 새 정부 엄단 의지 보여줘야

아르헨티나도 중국 어선에 침해를 당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깃발 꽂기’ 수법으로 농락당하고 있다. 중국 어선이 아르헨티나 국기를 꽂고 조업하는 수법이다. 아르헨티나 오징어잡이배의 90%가 이런 경우였다고 한다. 참다 못한 아르헨티나가 군사 작전을 폈다. 코르벳함, 수송기, 대잠초계기까지 동원됐다.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이 직접 초계기에 타서 지휘했다. 올 초 외신이 전했던 생생한 모습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는 어떤가. 백령도, 연평도 인근은 황금 어장이다. 3~4월 꽃게철부터 어군이 형성된다. 때 맞춰 중국 어선들이 대거 몰려든다.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특히 집중된다. 밤 사이 NLL을 넘어와 조업한 뒤 북상하는 수법이 용이해서다. 성수기에는 하루 100여척이 이런 짓을 한다고 한다. 어획량을 배정받은 선박의 불법행위도 골칫거리다. 비밀 어창 설치, 조업 일지 조작, 불법 어선 합류 등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해경의 퇴치 작전이 늘 전개된다. 하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줄어들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럴 기미도 없다. 오히려 그 수법이 교묘하고 대범하고 분업화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24일 발생했다. 300t급 중국 어선 한 척이 우리 해경에 나포됐다. 백령도 해상에서 발견된 선박이다. 이 선박의 용도가 흔히 알던 불법 어로가 아니다. 연료를 싣고 다니며 해상 주유를 하는 배다. 중국 국적 선원 4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 어선 28척에 연료와 식자재 등을 제공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적발했다. 해군과 공조해 인천해경 전용 부두로 압송했다. 서해 불법 조업 어선에 연료를 주유하던 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수역에서 중국 어선이 고기도 잡고, 기름도 넣고 있다는 얘기다. 불법 어로 어선 나포는 2024년에 46건 있었고, 2023년에도 54건 있었다. 하지만 어선이 아닌 주유 선박 나포는 다른 문제다.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 앞서 아르헨티나의 대응을 소개했다. 해군이 군사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 초계기에서 지휘했다. ‘세계 국방력 40위’ 국가의 ‘마레 노스트룸(우리 바다)’ 작전이다. 의지를 보여주려 한 작전일 것이다. 세계 국방력 6위, 대한민국의 서해도 중국에 유린당하고 있다. 경찰이 힘겹게 막지만 틈만 생기면 밀고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피해 바다가 넓어졌고, 피해 어민도 늘어났다. 급기야 ‘해상 주유소’까지 버젓이 등장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정부의 서해 수호 의지 선언이다. ‘유연한 외교’가 ‘유연한 서해’일 수는 없음을 보여야 한다. ‘서해 바다 도둑질’은 한중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상징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바다 위에서의 단호한 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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