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가위 보름달처럼 마음만은 풍요로운 추석이기를

다시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던 그 추석(秋夕)이다.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저녁이라는 뜻이다. 곧 민족 대이동도 시작될 것이다. 저마다 고향 마을 뒷산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생각하며 길을 재촉할 것이다. 이런 설레임도 거의 3년만이다. 지난해와 그 지난해 추석은 코로나 19 봉쇄로 추석 다운 추석을 누리지 못했다. 신라 초기부터 쇠기 시작한 추석이다. 수천년간 한민족의 유전자에 새겨진 명절이다.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송편을 빚고 조상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그 추석이다. 기억에 드물도록 일찍 찾아온 추석이다. 그래서 폭염에 시달리던 무렵에는 무더위 추석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절은 어김이 없어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그런데 추석 태풍도 함께 닥쳤다. 아침 뉴스에서 본 남쪽 지방의 힌남노 물난리는 추석을 맞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온통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한꺼번에 변을 당하다니. 이들에게는 지금 추석을 맞을 겨를도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남의 일일 수 없다. 따뜻한 위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 무엇에도 앞서 태풍의 상처를 달래주고 복구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다락같이 치솟는 물가도 추석 앞의 서민들을 힘들게 한다. 과일 채소 어물 등 추석 성수품들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은 시장을 찾았다가 들었다 놓았다만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도 마음이 무겁긴 마찬가지다. 서울 어느 시장 가게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고 한다. “제발 많이 달라 하지 마세요. 너무 너무 힘듭니다.” 어느새 굳어진 명절증후군도 마음의 짐이다. 즐거운 명절조차도 너무 법도를 따져 온 결과다. 다행히 성균관에서 간소한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대표적 명절 노동인 ‘전 부치기’는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홍동백서‘니 ‘조율이시’ 등도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군더더기 예법이라고 한다. 역대급 태풍과 온갖 힘든 일 뒤끝에 맞는 추석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가족과 이웃에 위로와 즐거움의 나눔이 소중한 올 추석이다. 명절 스트레스도 우리들 마음속에서부터 걷어내자. 찬물 한 그릇이면 어떤가. 차례상의 가짓 수보다는 옷깃을 여미고 마음을 모으는 게 먼저 아닌가. 잠시 SNS도, 유튜브도 끄고 지내보자. 그래서 모질고 험한 말들과는 멀어지고 가족과 이웃들에 더 다가가자. 전쟁과 폭우, 폭염과 태풍 끝에 맞는 추석이다. 그래도 모두에게 한가위 보름달처럼 마음만은 풍요로운 추석이기를.

[사설] 서로 네 몫이라는 무상급식 비용... 선거 끝나서인가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이 내년도 학교 무상급식 비용을 놓고 다투고 있다. 시교육청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올해보다 31%나 늘릴 계획이다. 인천 학생들의 급식단가를 서울, 경기 수준으로 올리고 최근의 물가 인상분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시는 어느 정도의 급식비 인상에는 동의하지만 재정 여건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시교육청의 급식비 부담 비율을 더 높여 시나 군·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도 급식예산을 2천945억5천100만원으로 잡고 있다. 식품비가 평균 27%씩 오른 데다 학생 1명당 급식단가를 높이려면 올해보다 31% 더 들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교육청 인상폭의 3분의 1 정도인 2천516억3천600만원의 급식예산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내년 학교 무상급식 재원 분담률을 시교육청 47%, 시 32%, 군·구 21%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는 시교육청 43%, 시 34%, 군·구 23% 등이다. 시와 군·구 분담률에서 각 2%씩을 덜고 시교육청이 4% 더 부담하라는 것이다. 시는 서울과 경기의 교육청 분담률이 50%에 달하는 점을 들어 분담률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럴 경우 100억원에서 2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하면서 시와 시교육청은 번번이 재원 분담 비율을 놓고 마찰을 빚어 왔다. 민선 6기 때도 2018년도 고교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해 서로 더 부담하라며 부딪쳤다. 시는 초·중교와 같이 운영비·인건비는 시교육청이 100% 부담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고교 무상급식에 드는 식품비·운영비·인건비에 대해 시교육청은 20%만 분담하겠다고 해 갈등을 빚다 결국 현재의 분담률로 낙착됐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갈등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보편복지의 대명사가 된 학교 무상급식은 정치권에서 시작된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한 무상 공약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았고, 단체장 후보냐 교육감 후보냐의 차이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서로 네 몫이라며 떠밀고 있다니 급식판을 들고 줄을 선 아이들이 안됐다. 또 하나, 내국세의 21%가 강제 할당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6조원씩 남아돌아 주체를 못한다는데. 물론 그 돈과 이 돈은 다르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직접 세금 내는 시민들이 보기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설] 인천공항 패스트트랙 서비스,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은 기업인 등 프리미엄 승객들이 전용통로를 통해 출입국 절차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그런데 세계 최상위권의 인천국제공항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데 대해 정부가 줄곧 제동을 걸어서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고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게 반대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째 얼어붙었던 세계 항공수요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때를 맞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다시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서비스의 도입에 나섰다고 한다. 보다 효율적인 출입국 절차를 갖춰 국가 관문 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역 중심의 국가경제구조에서 비즈니스 승객에게 신속한 출입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 투자유치를 지원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천공항은 개항 때부터 공항 운영 체계상의 특화 서비스는 없었다. 그러다 2013년 교통 약자 패스트트랙을 도입한 이후 그 대상 범위를 확대해 왔다. 처음 교통약자 및 사회적 기여자에서 시작해 장관급, 노약자 등을 추가시켰다. 세계 20대 공항 중 패스트트랙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 특히 베이징, 나리타,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 경쟁 공항 등에서는 일찍부터 패스트트랙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선 환승 여객 유치 등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의 교통약자 중심의 패스트트랙에 비즈니스·퍼스트 클래스의 프리미엄 여객과 비용을 지불하는 희망 일반 여객을 추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교통약자는 현재와 같이 무료이나 프리미엄 여객은 항공사가, 희망 일반 여객은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한다. 공항공사는 올 하반기 우선 시범 운영을 희망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특화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일반 여객들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보안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수요가 분산돼 출입국장 혼잡도나 대기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다. 공항공사는 패스트트랙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을 교통약자 지원 또는 사회공헌사업 등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위화감이나 국민정서 등의 반대 명분은 이제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이런 정도의 특화서비스까지 배척할 만큼 우리 사회가 취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서우두·다싱공항도 잘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다. 인천국제공항의 패스트트랙, 이제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사설] 충전 못해 발동동 전기화물차... 이런 게 민생문제다

친환경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고 있다. 보조금 정책에 최근의 유가 급등이 가세해서다. 올 상반기만 해도 6만9천여대가 더 늘어 76%의 증가세를 보였다. 전기화물차도 마찬가지 추세다. 2019년 말 1천100대에서 지난해 말 4만3천대로, 다시 지난 3월 말에는 5만1천대로 늘었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전체 전기자동차 1만8천329대 중 화물차가 17%(3천80대)를 차지한다. 문제는 충전 인프라 부족 사태다. 특히 전기화물차는 충전 인프라가 더 부족해 가는 곳마다 ‘눈총’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인천의 전기차 충전시설은 급속 664개, 완속 4천957개 등 5천639개 규모다. 그러나 전기화물차 전용 충전소는 단 1곳도 없다. 일반전기차에 비해 전기화물차의 충전 여건은 기술적으로도 더 열악하다. 전기화물차는 하루 운행 거리가 긴 데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짧아 더 자주 충전해야 한다.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1t 포터나 봉고 전기차의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211㎞ 정도다. 전기냉동화물차의 경우 주행 충전과 냉동칸 온도 유지 충전 등 2개의 충전기가 필요하다. 이러니 전기화물차들은 가는 곳마다 ‘눈칫밥 충전’ 신세다. 1t 소형트럭 위주의 전기화물차들은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아닌 아파트 등 거주 지역에 주차한다. 전기화물차와 일반전기차들이 주거지 주차장 내 충전 시설 사용을 놓고 갈등을 빚기 일쑤다. 대부분 일반전기차보다는 충전 시간도 더 소요되니 ‘비매너 충전’ 등의 지적을 받는다. 최근 SNS 상에는 화물전기차를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는 글까지 올랐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전기화물차가 모두 차지해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충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생업에 바쁜 전기화물차들이 충전을 못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나. 친환경차 보급에 급급한 나머지 충전 인프라 확충은 소홀했던 것이다. 내년부터 서울에서는 택배용 차량에 디젤 번호판이 금지된다고 한다. 전기화물차 충전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 걱정이다. 최근 화물차차고지나 화물차휴게소에 충전시설을 확충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됐다고는 한다. 법 개정이나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전기화물차를 운행하는 이들은 그날그날 가족의 생계를 걸고 생업전선을 바삐 뛰는 서민들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둔 물류도시 인천에 전기화물차 충전소 하나 없다니. 서민들 일상의 생계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민생대책이다. 인천시가 바로 나서야 할 민생 현안이다.

[사설] 백령도 꽃게 풍어 희소식...중국어선이 걱정이

서해 최북단 백령도가 꽃게 풍어 바람에 들썩인다고 한다. 백령도에서는 이미 지난 4~6월 봄 어기 때 일찌기 없던 꽃게 풍어를 맛본 터이다. 그래서 봄보다 어장이 더 풍성해지는 이번 가을 어기에 사상 최대의 꽃게 풍어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염과 폭우 속에 물가는 치솟고... 어디 하나 시원한 소식이라고는 없는 요즘이다. 가뭄 끝에 비 오듯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도 온난화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풍어나 풍년 소식은 듣기만 해도 배 부르다지 않는가. 예로부터 백령도는 주어종이 까나리였다. 꽃게라면 단연 연평도였다. 그런데도 지난 봄 백령도에서 꽃게가 쏟아진 것이다. 마치 강원도 앞바다에 대방어가, 서해에 오징어가 몰려드는 격이다. 백령도 어민들은 지난 봄 어기에 어선들마다 하루 200㎏ 정도의 꽃게를 잡아 올렸다. “여지껏 백령도에서 배를 하면서 올해처럼 꽃게가 많이 잡힌 적은 없었다.” 한껏 고무된 어민들의 술회에서도 요즘 백령도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례적인 백령도 꽃게 풍어에 대해 꽃게 종자 방류의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수온 상승으로 꽃게 어장이 북상한 때문이라고도 한다. 백령도 일대의 꽃게 풍어는 전국 최대 꽃게 어장인 연평도 앞바다에서도 읽힌다. 올 봄 연평도 꽃게 어장에서는 지난해 봄보다 2배 가까운 431t이나 잡혔다. 연평도 꽃게 어획량은 2010년 이후 줄곧 줄어들다가 2019년부터 가파르게 느는 추세다. 꽃게는 한 해 두 번 제철을 맞는다. 봄에는 산란을 앞둔 암꽃게가, 가을에는 한껏 살을 찌운 수꽃게가 상품성이 높고 맛도 좋다. 가을 꽃게 어기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요즘 백령도 어민들은 점심도 거른 채 꽃게잡이 출어 준비에 바쁘다. 꽃게잡이 배도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조업을 하던 배도 꽃게잡이에 나서서다. 어민들은 이번 가을에 1척당 하루 500㎏까지 꽃게를 건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데도 서해5도 어장에는 고질적인 걱정거리가 있다. 중국어선들의 불법어로다. 소문을 들었는지 벌써부터 떼로 몰려든다고 한다. 지난 주말 본보의 백령도 현지르포팀의 카메라 앵글에도 선명히 잡혔다. 백령도의 대표 관광지인 두무진 바로 앞바다까지 다가온 중국어선들이다. 촘촘한 그물로 새끼 꽃게까지 싹쓸이를 해가니 이 곳 어민들은 속이 터진다. 해경도 고충이 없지 않겠지만 더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대(對) 중국 저자세나 눈치보기로 꽃게조차 지키지 못해서야 어민들에게 낯을 들 수 있겠나.

[사설] 인천e음‚ 정치·행정·지역경제의 복합 과제다

가입·사용자가 어느새 260만명으로 늘었다는 인천e음카드는 지금 인천의 중대 화두다. 이대로 가기에는 예산부담이 너무 큰 것이 문제다. 환급액 비율과 사용 한도액 조정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사용액의 10%를 되돌려 받는 것에 익숙해 있다. 이를 칼질해야 하니 쉬운 문제가 아니다. 모처럼 뿌리 내린 인천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있다. 이에 22일에는 인천언론인클럽 주관의 시민 토론회까지 열렸다. 인천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문제다. 전국 230여 개 지역화폐 중에서도 인천e음카드는 여러 면에서 돋보였다. 우선 87%에 육박하는 시민 참여도다. 평가가 갈리기는 하지만, 지역경제 파급효과나 콘텐츠 활성화 정도도 타 지역과 비교된다. 쓸 때마다 환급액을 적립해주는 후불식이라 확장세를 이어왔다. 출시하자마자 발행액이 급증하더니 지난해에는 4조원을 넘어섰다. 전국 230여 지역화폐의 총 발행액(2016~2021년)이 20조원인데 이 중 인천시가 그 절반인 10조원을 차지할 정도다. 인천e음은 10%(사용한도 50만원)이던 환급액 비율을 지난달부터 5%(사용한도 30만원)로 줄였다. 시민들이 받는 혜택이 5만원에서 1만5천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올해 해당 예산 2천427억원을 거의 소진해서다. “별로네요” 하는 시민들 불만이 바로 나왔다. 이에 인천시는 상생 환급액 제도, 저소득층 환급 수혜 증대, 주유소·학원·병원 사용 제한 등 여러 카드를 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e음은 정치, 행정, 지역경제 3개 관점에서 냉철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보편복지라는 점에서 인천e음은 엄연히 정치적 테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논쟁이 일었다. “삼성가 손자들 점심에도 세금을 쓰느냐”고 했다. 지금 어떤가.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복지다. 시민, 특히 유권자들은 이런 문제에 있어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 정치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다. 예산 부담이 너무 과하다는 행정적 측면은 어떤가. 시민들에게는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 시민 세금으로 한 해 십수조원의 예산을 운영하는 인천시정부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가장 현실적인 판단 조건이 될 것이다. 인천e음 덕분에 소상공인들 매출은 크게 늘고 마트 등은 줄었다는 분석이 있다. 과대 포장도, 평가 절하도 말고 다시 한번 엄밀히 따져 볼 일이다. 그래야 인천e음의 값어치를 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설] 15년간 시장 바뀔 때마다 흔들려 온 송도랜드마크 사업

랜드마크는 한 지역을 대표하거나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지형이나 시설물을 뜻한다.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빅밴,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도 이미 15년 이전부터 그런 야심찬 사업을 추진해 왔다. 송도 6·8공구에 지어 올리려던 극초고층 인천타워 사업이다. 2008년 6월에는 당시의 대통령까지 참석한 성대한 착공식도 가졌다. 그러나 그뿐, 여전히 잡초 무성한 빈 땅으로 남겨져 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것인가. 송도 6·8공구는 송도국제도시 개발 초기부터 랜드마크 부지로 점찍어졌다.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해상교량인 인천대교의 시작점에 송도국제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지어 올린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곧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무산됐다. 그 이후의 사업 추진 과정은 난맥상 그 자체였다. 2010년 민선 5기 시정이 들어서자 송도 6·8공구의 사업계획이 전면 수정됐다. 층수를 102층 이하로 낮추고 시행사와 무려 86차례의 협의를 거쳐 33만㎡를 제외한 부지의 개발권을 회수했다. 민선 6기에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월드마켓센터를 차용한 엑스포시티타워가 한때 추진되기도 했다. 2017년 들어 인천경제청은 다시 공모를 통해 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땅값 등에 대한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일방적으로 박탈했다. 이후 인천경제청은 이 민간사업체가 제기한 소송전에 휘말렸다. 3년간 지루하게 이어진 법적 다툼의 결과는 인천시 측의 패소였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다시 사업계획 협상에 들어가 올해 초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민선 8기 인수위원회가 랜드마크 사업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랜드마크 사업은 다시 멈춰 있다. 지난 15년간 15차례나 사업계획이 바뀌었던 랜드마크 사업의 전말이다. 인천타워의 모델은 당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버즈 두바이’였다. 높이 800m의 160층짜리 마천루였다. 일부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여전히 랜드마크타워에 대해 151층을 주장한다고 한다. 랜드마크를 초고층 순위로만 재는 것도 이미 지난 시절의 얘기다. 이제는 랜드마크가 품게 될 콘텐츠가 더 중요한 시대다. 그에 앞서, 그간의 경과를 반추해 볼 때 인천시가 과연 이만한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고비 고비마다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예측가능성이 생명인 시장을 교란시킨 결과는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러다가는 송도 중의 송도가 될 6·8공구 랜드마크는 어느 때에나 시민들 앞에 설 것인가.

[사설] 화학물질 환경시설 없는 검단산단, ‘불안’ 키운다

인천시 서구 오류동의 검단일반산업단지는 220만㎡ 규모로 2014년 완공했다. 흔히 도금업으로 알려진 표면처리업종 연관 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지난해부터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됐지만 이곳 화학물질 배출량은 연간 2천760t에 이른다. 이런데도 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한 완충저류시설의 건설은 계속 미뤄지고 있어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완충저류시설은 산업단지에서 화재·폭발사고 등으로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할 경우 하천으로 직접 유입하지 않도록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 배출량이 연간 1천t을 넘는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용량의 완충저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인천시는 뒤늦게 지난해부터 35억3천만원을 들여 이 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검단산업단지의 동·서·북측 유수지 초입에 총 250t 규모의 완충저류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그런데 계획단계에서부터 환경부의 제동에 걸려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총사업비의 70%를 국비로 지원한다. 인천시가 산정한 용량이 환경부의 완충저류시설 지침에 크게 못미쳐 환경부가 반려한 것이다. 환경부는 인천시의 사업 계획이 사고 유출량 등의 산정에 있어 최대 강우량을 고려하지 않아 충분한 용량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사고는 맑은 날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강우 시 사고가 발생해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되는 경우까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시는 비가 올 때 오염물질을 막아주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이 설치돼 있어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비점오염저감시설은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여과 기능이 없어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인천시는 환경부 지침대로 완충저류시설의 용량을 산정하면 사업비가 4배 가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 그래도 뒤늦은 사업이 더 지연될 것도 걱정이다. 그러나 용량이 떨어지는 완충저류시설을 갖추는 것도, 필수적인 환경시설이 마냥 늦춰지는 것도 둘 다 큰 문제다. 화학물질 배출 비중이 큰 검단산단에서 오염물질 유출 사고가 나면 산단 종사 근로자들과 이 일대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의 폭우 사태도 100년 빈도 강우량을 감안해도 부족할 배수 시설이 고작 10년, 30년 빈도 강우량에 맞춰졌기 때문이라지 않는가. 환경부도 대부분의 사업비를 부담하는 만큼, 충분한 용량의 검단산단 완충저류시설을 하루 빨리 완공하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사설] 첩첩 갈등에 발묶인 수소발전, 출구는 없는 것인가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나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인천의 경우 현재 전력자립도가 225%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화력발전 위주여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시대여서다. 이에 인천시는 3년 전부터 수소경제특별시를 목표로 수소연료전지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석유·가스 등에서 추출된 수소를 연료로 공급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화석연료 발전보다 에너지 효율은 26% 높고 온실가스 발생은 40% 적다. 그러나 아직은 낯선 이 사업에 대해 주민 반발이 커 발목이 잡혀 있다고 한다. 인천시는 2030년까지 20곳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606㎿ 규모)를 건설할 계획이다. 3조6천억원의 민간투자를 통해서다. 그러나 선도사업들부터 주민 수용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무산될 위기다. 송도그린에너지발전소(100㎿급)는 연수구 송도동 LNG기지 3지구에 2025년까지 짓기로 한 사업이다. 인천시는 발전소 예정 부지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지난해 2차례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올해 들어서도 9차례나 주민협의체회의 등을 열었지만 답보상태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폭발 위험성·지역가치 저하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나 발전사업허가 절차 등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예정이던 착공도 일단 미뤄져 있다. 내년까지 남동구 고잔동에 지을 계획이던 남동하이드로젠밸리 발전소(20㎿)도 마찬가지다.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7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했다. 발전사업허가 절차도 밟지 못해 계획했던 연내 착공은 불가능하게 됐다. 이곳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무산되면 2026년부터는 연수구 및 남동구 9만6천 가구에 열과 전기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주민 수용성에 막히면 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그동안 해온 주민설명회나 주민협의체 회의 등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인천시 관계자의 토로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외에도 인천지역에는 이처럼 발 묶인 사업들이 많다. 누구나 사업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시작부터 가로막힌다. 물류로 먹고사는 도시 인천에서 화물차 주차장 확보는 큰 숙제다. 그러나 십수년째 나아가지를 못했다. 옹진군 해역의 해상풍력발전 사업들도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 갈등으로 꼭 해야 할 사업들이 번번이 무산된다면 인천의 지속가능발전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사설] ‘축제는 이런 것이다’를 보여 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마침내 락이 제대로 터져 나왔다. 길고도 어두웠던 코로나19의 터널을 뚫고서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인천 송도를 들썩이게 했던 2022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공전의 대성황을 이끌어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공연 콘텐츠는 3개 무대를 사흘간 밤낮으로 달궈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대면 공연에 목말랐던 락 팬들의 열광과 무결점의 행사 진행이 어우러져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음악축제로 그 위상을 키워낸 것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2006년 첫 무대를 연 이래 대한민국 락 축제의 중심으로 커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내리 2년간 언택트 음악축제로 명맥을 이어왔다. 올해 3년 만에 무대와 객석이 뜨거운 호흡을 주고받는 현장 공연으로 부활한 것이다. ‘RE:VIVE’라는 올해 페스티벌의 지향점이 제대로 성취된 3일간의 잔치였다. 5일 저녁 개막식에서 화려한 드론 불빛쇼가 여름 밤하늘을 물들이자 관객들 모두가 ‘부활’을 실감했던 락 잔치였다. 우선 무대를 꽉 채운 라인업이다. 팬데믹 여파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슈퍼헤드급 해외 아티스트들이 대거 날아왔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데프헤븐, 뱀파이어 위켄드, 모과이 등이다. 국내에서도 크라잉넛, BIBI, 잔나비, 체리필터, 자우림 등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미래 한국 락을 짊어질 신예 루키밴드들도 패기를 과시했다. 가시적으로는 관객 흥행부터가 사상 최대였다. 5일 3만5천명, 6일 5만명, 7일 4만5천명으로 모두 13만명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 2019 펜타포트 때의 1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번에 마련된 피크닉존과 캠핑장 등은 락 페스티벌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가족, 친구, 연인들끼리 다함께 음악과 휴식을 즐기는 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줘서다. 천둥 같은 함성, 터질 듯한 떼창, 열대야를 날리는 물대포 세례.... 이제 락의 잔치는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 중 관할 경찰서가 관객들에게 커피를 서비스했던 푸드트럭이 화제가 됐다. ‘음주단속 때 만나요’라는 애교 어린 경고문도 펜타포트에 어울린다는 호응을 얻었다. 축제장 인근의 주민들도 귀를 울리는 헤비메탈 굉음을 눈감아줬다. 우리 청년들에게 모두 따뜻한 손을 내민 셈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한국의 축제는 빈약하다는 평가다. 축제를 위한 축제이기 일쑤여서다. 축제의 요체는 자발성과 참여, 그리고 열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우리 축제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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