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6. 고양 원당시장

3호선 원당역 6번 출구로 나와 고가 밑 횡단보도를 건너 쭉 걸어가면 구수한 향에 포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원당시장 1번 게이트가 나온다.입구에 들어서자 간단한 주전부리부터 반찬과 건강식품 그리고 옷과 신발까지 저마다 열심히 닦고 가꾼 티가 나는 각양각색의 가게들이 수많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장을 처음 찾은 손님들도 단골처럼 응대하는 원당시장 상인들 특유의 붙임성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줬다. 35년 역사를 간직한 원당시장(고양시 덕양구 호국로 790번길 17)은 66개 점포 중 대부분이 원당시장이 생기면서부터 문을 연 가게들이다. 처음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가게들은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원당시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상인들이 ‘내 가게는 내 인생’이라는 생각을 가슴 속 깊이 새기며 절절하게 살려낸 가게들이다. 고기 한 근, 생선 한 마리, 도넛 하나에까지 인생과 열정이 담겨 있다. 금요일의 원당시장은 활기 넘쳤다. 중장년의 어머니들뿐만 아니라 30ㆍ40대 젊은 엄마들도 찾았다. 또 서울외곽순환도로가 인접한 편리한 교통편 덕에 고양시민은 물론 파주시와 의정부시, 서울시 은평구 주민들까지 다양한 지역 손님들이 방문했다.원당시장은 활기를 더하고자 매달 자체적인 행사를 진행한다. 초대가수들의 무대와 푸짐한 경품 추첨을 통해 시장을 찾는 손님들과 상인들에게 원당시장다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이 행사는 동네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명가수들을 초대해 관객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행사 이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래서 더 정이 가는 ‘원당시장만의 축제’다. 이런 흥겨운 분위기 뒤에는 시장상인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상인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고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고 그 노력의 결실이 지금의 원당시장을 만들었다.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최상의 편의를 제공하자’는 것이 원당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자 신념이다. 원당시장은 고객들에게 편리함을 더하기 위해 고양시 3개 전통시장(원당, 능곡, 일산시장) 중 유일하게 대형마트처럼 구매한 물건을 집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배달 서비스’를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다.전통시장의 장점과 대형마트의 편리성을 결합한 차별화 서비스로 주차장이 없는 원당시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하기 시작했다. 값싸고 신선한 전통시장 음식재료를 여러 가게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른 뒤, 산 물건을 가게에 맡겨두면 배달해주는 식이다.단골손님 중에는 품질을 믿고 전화 배달을 시키는 고객도 있다. 이와 함께 원당시장은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처럼 깨끗하고 투명한 영업으로 신뢰감을 주는 데 힘써온 결과 지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원산지 표시 우수 전통시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김해령기자 [인터뷰] 양철용 원당시장 상인회장“고객 편의시설 확충… 꼭 오고 싶은 시장 만들 것” 양철용 원당시장 상인회장(64)은 지난 2016년 7월 취임한 이후부터 머릿속에 시장에 대한 생각뿐이다. 정해진 쉬는 날도 없고 상인회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는 일도 이제는 익숙하다. 이곳에서 9년째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양 회장은 고향인 부산 해운대에서 2002년 제4대 구의원으로 당선된 후 부의장으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임기와 함께 정치인생도 마감한 그는 2009년, 생소한 고양시 원당에 자리를 잡고 제2의 인생을 원당시장을 위해 살기 시작했다. 양 회장은 “사람들이 계속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시장을 만들고 싶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거 정치인 시절 경험하고 배웠던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고객과의 신뢰는 곧 고객과의 소통으로 이어지고, 신뢰와 소통의 조화는 시장의 성공을 부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상인 교육은 소비자에 대한 친절, 원산지 표기 등에 대해 백화점보다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시장을 벤치마킹하고 실패한 시장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 400개를 돌아보기도 했다. 양 회장은 “많은 사람이 찾는 시장은 재래시장임에도 고객 편리시설이 훌륭하다”며 “현재 원당시장이 화장실과 주차장이 없는 점이 손님 유치에 큰 단점이라 판단해 남은 임기 내 고객 시설 확충 등 현대화 사업을 통해 쾌적한 시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양 회장은 취임 후 매달 원당시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직접 진행까지 하며 자체적인 행사를 열고 있다. 그는 “행사가 손님들에게 꽤 반응이 좋아 작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그리고 고양시의 후원을 받아 ‘제1회 원당시장 가을축제’를 개최했다”며 “오는 6일 열리는 2회 행사는 조금 더 크게 개최해 더 많은 참가자를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김해령기자먹을거리를 찾아라 원당식품 원당시장과 함께 문을 열면서 35년째 같은 자리에 있는 원당식품은 시장에서 ‘큰 마님’이라고 불리고 있다. 각종 전을 판매하고 있는 원당식품의 시그니쳐 메뉴는 녹두빈대떡(4천 원)이다. 원당시장 단골이라면 모두 먹어봤고,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없을 만큼 명물이다.35년 노하우를 통해 따로 저울을 재지 않아도 일정한 크기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조용순 사장(60)은 “전이라고 다 같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며 “재료의 신선도와 알맞은 불 온도, 기름의 양 등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일찹쌀꽈배기 시장을 둘러보면 사람들 손에 하나같이 커다란 빵이 들려 있다. 장을 보던 손님들의 심심한 입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바로 ‘스마일찹쌀꽈배기(3개 2천 원)’. 스마일찹쌀꽈배기의 안병채 사장(56)은 원당시장에서 10년째 매일 30㎏가량을 반죽해 1천여 개의 꽈배기를 판매하고 있다. 준비한 꽈배기가 다 팔리면 문을 닫는 이곳은 해가 떠있을 때 문을 닫는 날도 있다. 안 사장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을 가졌다”며 “많은 단골손님 중 약 30㎞ 떨어진 파주 문산에서도 꽈배기를 먹으러 시장을 찾기도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와우치킨 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는 와우치킨의 대표 메뉴 닭강정(6천 원)은 황선임 사장(57)의 꾸준하고 한결같은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황 사장은 매일 아침 7시에 가게로 나와 3시간이 넘도록 닭을 손질한다. 또 생닭만을 고집하며 매일 새 기름으로 튀겨 특유의 바삭함과 깔끔한 맛을 낸다. 원당시장에서 가게를 연 후 8년째 같은 가격,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 황 사장은 “손님들에게 다양한 맛을 선사하기 위해 매일 같이 메뉴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언제나 ‘먹는 것 가지고 장난 안 친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5. 구리전통시장

추석을 앞두고 구리전통시장은 명절 준비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생기가 넘쳤다. 어느 때보다 세심히 물건을 살펴보는 고객들과 친절하게 설명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연신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에 자리잡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경계선 없이 오가며 활기를 더했다. 구리전통시장(구리시 검배로 6번길 33)은 1966년 골목시장 형태로 형성된 50년 전통의 시장이다.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됐으며 2만1천567㎡ 면적에 농축수산물, 의류, 잡화, 식품 등 280여 개의 점포가 있다. 남양주·구리의 유일한 전통시장으로 구리시 수택동 중심상권에 위치해 일별 2만~2만 5천 명이 찾는 활기찬 시장이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구리전통시장도 대형유통업체의 잇따른 입점으로 상권의 변화를 겪었다. 롯데마트에 이어 2010년부터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이 주변에 들어선 것이다. 이에 시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현대화사업을 통해 아케이드 설치, 도로포장, CCTV 및 LED가로등 설치 등을 마쳤으며 2013년 공영주차장을 개장해 고객 편의를 도모했다. 또 문화관광형시장에 선정돼 2013년부터 3년간 사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ICT융합사업의 일환으로 ICT 보이는 라디오 방송국을 개국한 것이다. 보이는 라디오는 상인과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방송으로 20명의 시민·상인 DJ가 돌아가며 시장 소식을 전하고 신청곡과 사연을 소개한다. 스튜디오를 개방해 방송 진행 장면을 지나가는 고객들이 볼 수 있게 했고 모니터를 통해 상인들도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매년 상인회 워크숍을 개최하고 상인대학을 운영하며 상인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을 전개, 급변하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로 13회를 맞이한 구리전통시장 거리축제는 시장의 대표 행사다. 매년 10월 열리는 축제는 시민들이 시장에서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래자랑, 초청공연, 체험마당, 경품 이벤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김장나눔행사, 독거노인 초청 어버이날 효 사랑잔치, 불우어린이돕기 물품전달, 연탄나눔행사 등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 끝에 구리전통시장은 2013년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2014년에는 국무총리로부터 표창장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코리아세일페스타 거점시장으로 선정됐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7일까지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정부 주관으로 전국 동시에 실시하는 범국가적 문화·관광·쇼핑축제로, 구리시장은 풍성한 할인행사와 경품행사 등을 마련해 고객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구예리기자[인터뷰] 조종덕 구리전통시장 상인회장“주차장·고객쉼터 확충… 반드시 쇼핑천국 만들것” 조종덕 구리전통시장 상인회장(67)은 지난 3월 취임한 이후 잠도 제대로 못 잘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27년째 의류와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 회장은 시장의 흥망성쇠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시장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마음가짐으로 회장직을 맡았다. 그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손님이 더 많았는데 주변에 대형마트와 아울렛, 백화점이 연달아 들어오며 소비층이 줄었다”며 “2013년 문화관광형시장 선정을 계기로 꾸준히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손님을 끌어들이려면 우선 환경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속적인 환경개선으로 쇼핑하기 편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추가로 437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내년 착공에 들어가고 고객쉼터도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번화가에 위치한 만큼 시장 입구에 무대를 확장설치해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벤트를 많이 열 방침이다. 조 회장은 자신의 판공비까지 반납하며 이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10월 열리는 거리축제도 올해는 시범적으로 야시장을 도입하고 다문화음식축제와 어린이 벼룩시장, 사생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추가할 계획이다. 또 인근 롯데마트에서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시장음식 시식 이벤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조 회장은 “상인회 직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며 “다시 찾을 수 있는 시장, 명실상부한 경기동북부 대표시장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차게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예리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돌다리보쌈·칼국수… 정성 듬뿍 ‘환상의 궁합’ 돌다리보쌈·칼국수는 잘 보이지 않는 시장 골목 안쪽에 숨겨져 있지만 가정집을 개조한 편안한 분위기와 독보적인 맛으로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 메뉴는 한방굴보쌈·한방오징어보쌈(각 2만 원)과 전골칼국수(7천 원)다. 돼지 사태를 엄나무, 둥글레, 감초 등 한방약재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삶아낸 보쌈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럽고, 데친 오징어와 배가 듬뿍 들어가 있는 김치는 칼칼하면서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가게에서 면을 직접 뽑고 각종 해물과 채소로 맛을 더한 칼국수는 테이블마다 빠지지 않고 주문하는 인기 메뉴다. 김남순 사장(63)은 “매일 30포기씩 직접 담그는 김치가 인기 비결”이라며 “한번 드셔 보시면 꼭 다시 오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보배곱창… 23년 전통 ‘원조의 맛’ ‘원조’를 앞에 붙이고 김춘옥 사장(63)의 사진을 간판에 내건 보배곱창은 구리시장의 명물이다. 23년 전 문을 연 곱창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루자 주변에 곱창집이 하나 둘 생겨나며 구리 곱창골목이 형성됐다. 야채곱창(9천 원)은 돼지곱창에 양배추, 깻잎, 당면을 양념장과 함께 볶아낸다. 순대곱창(1만 1천 원)과 알곱창(1만 1천 원)도 있어 기호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위생적으로 세척해 알맞게 삶아낸 돼지곱창은 냄새가 나지 않고 탱글탱글 쫄깃하다. 곱창볶음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장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 제맛을 낸다. 김 사장은 “모든 재료들이 적당한 비율로 들어가 우리집만의 맛을 만들어낸다”며 “20년 넘게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 그 맛을 못 잊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청년만두… ‘나뭇잎만두’ 유명세 야들야들 속이 비칠 정도로 얇은 피를 여러 번 꼬아 쫄깃함을 더한 나뭇잎만두(3천 원)는 청년만두의 대표 메뉴다. 직접 개발한 나뭇잎 모양의 만두는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다. 국거리용 전골만두와 군만두 등 용도에 따라 직접 만든 다양한 피모양은 손님들에게 고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구리전통시장에서 4년째 청년만두를 운영하고 있는 정두열 사장(38)은 만두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다. 전국 유명하다는 만두는 모조리 찾아 먹어봤고, 해외사이트도 틈틈이 찾아보며 더 맛있는 만두를 위해 노력한다. 또한, 그는 시장은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없애고자 깨끗한 환경에 투철한 모습이었다. 정 사장은 “구리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를 선사하는 청년만두가 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구예리·김해령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4. 과천 새서울프라자

쾌적한 실내에 깔끔하게 진열된 물건들은 백화점 같기도 했고, 판매 물건이나 상인들의 분위기를 보면 전통시장 같기도 했다. 과천 새서울프라자는 노상에 자리 잡은 일반 전통시장과 달리 상가의 모습을 한 건물형 전통시장이다. 시장 위로는 오락시설 및 운동시설, 학원 등이 들어서 있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가며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새서울프라자(과천시 별양상가2로 20)는 지난 1985년 쇼핑센터로 개설돼 33년 역사를 과천시민들과 함께한 지역의 대표 시장이다. 2005년 비영리법인인 사업협동조합으로 출범하고 나서 2008년 전통시장으로 인가받았다. 옥상 포함 7층 건물에는 145개 상가가 입점해 있다. 지하 1층에는 식품 및 생활용품, 롯데슈퍼가, 1층에는 약국, 신발, 화장품, 소품 등의 생활용품 매장이 있다. 2층은 의류를 주요 품목으로 하며 3층에서는 공예, 가구류를 판매하고 있다. 새서울프라자는 별양동 중심상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는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이 있고 주거단지가 들어서 있다. 또 과천외고 등 9개의 중·고등학교가 있어 전반적인 입지조건이 좋다. 하지만,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입점과 상권의 변화에 서서히 동력을 잃어갔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정부청사가 이전하고 과천지역 재건축이 시작되면서 인구마저 감소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새서울프라자는 빼앗긴 상권의 회복과 제2의 부흥을 위해 시설현대화사업 및 경영현대화사업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에스컬레이터 및 이동동선 안내 사인물 설치, 감성옥상 조성 등 특화환경 개선작업을 마쳤다. 또 최근에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비어 있던 점포를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꾸몄다. 과천시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한 ‘2017년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청년상인 모집 및 선발, 역량강화 교육, 컨설팅 등을 실시했고 지난 5월 청년상인 8명이 이곳에서 점포를 개장했다. ▲마카롱 전문 디저트샵 ‘단거연구소’ ▲다육식물 DIY 샵 ‘꽃소년’ ▲맛집 음식 구매대행 ‘맛집상점’ ▲국산 수제 꽃차 전문점 ‘헬로 로지’ ▲핸드메이드 은쥬얼리샵 ‘멜팅포인트962’ ▲아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책 전문점 ‘소나무서관’ ▲마라탕 전문요리점 ‘마라마라’ ▲다양한 소품을 제작·판매하는 ‘유희장’ 등 8곳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젊은 감성으로 무장한 이들이 새서울프라자에 활기를 불어넣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할을 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상생파티’를 개최해 또 한 번 고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보물(점포)찾기 챌린지, 수제맥주 제공, 플리마켓, 초청공연,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구예리기자 [인터뷰] 손수익 과천새서울프라자시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마트 과천점과 상생협력·감성옥상 등 시너지 기대” “과천 중심상가 역할을 제대로 해내겠습니다.” 지난 2016년 2월부터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손수익 이사장(59)은 1989년부터 이곳에서 화원을 운영해 온 새서울프라자의 터줏대감이다. 그는 “이곳도 90년대에서 2005년 정도까지는 손님도 많고 아주 잘됐다”며 “하지만 점점 경기도 안 좋아진데다 정부청사가 빠져나가고 재건축으로 주민이 줄면서 최고 위기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손 이사장은 시장을 살리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적극적으로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바로 옆 이마트 과천점이 들어서자 상생협력사업으로 지원금을 받는 대신 두 건물을 연결해 고객 이탈을 방지했다. 이마트 건물과 시장 3층을 잇는 연결통로를 만든 뒤 이마트 문화센터를 3층에 입점시킨 것이다. 또 방치돼 있던 옥상을 ‘감성옥상’으로 개조했다. 고객, 주민, 소비자들이 아무 때나 와서 쉬거나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했다. 전시회, 플리마켓, 공연, 각종 이벤트 등이 옥상에서 열리면서 시장을 홍보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최근 시작한 청년지원사업은 이곳 상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손 이사장은 “대부분의 상인이 초기부터 함께 해온 터라 상인이나 고객이나 젊은 층이 별로 없었다”며 “청년상인들이 들어오면서 시장에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와 마케팅 방법을 보고 많이 놀랐다”면서 “기존 상인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노하우와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옛날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 상가가 변모해야 한다”며 “앞으로 문화관광형시장 사업도 추진해 백화점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새서울프라자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먹을거리를 찾아라헬로로지… 꽃에 반하고 차맛에 빠지고헬로로지는 직접 만든 장미베이스 음료와 100% 꽃만으로 덖음방식을 고집해 만든 수제 프리미엄 꽃차 카페다. 직장인이던 김소라 사장(31)은 노후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우연히 꽃차를 배우게 됐고 그 매력에 빠져 꽃차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해 창업을 했다.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장미에이드(5천300원)와 장미밀크티(5천500원)다. 핑크색의 장미에이드는 장미꽃잎도 띄워져 있어 시각, 후각, 미각을 모두 만족시킨다. 생강나무꽃, 메리골드, 구절초 등 수제 프리미엄 꽃차도 다양하게 판매 중으로 꽃향을 제대로 느끼려면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김 사장은 “한번 드신 손님이 재방문 할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100% 핸드메이드라는 자부심을 갖고 더 많은 분들께 우리 음료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밥먹자 국밥집… 100% 사골 육수 ‘입에 착착’국밥 포장 전문점인 밥먹자 국밥집의 핵심은 ‘육수’다. 정영준 대표(57)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돼지뼈와 소뼈를 고아 만든 육수를 호텔과 식당에 납품하다 매장을 열게 됐다. 이곳 매장은 딸인 정홍주 사장(25)이 운영한다.HACCP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위생적으로 만들어지는 육수는 희석배수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사골순대국에는 25배수, 양평해장국에는 27배수, 부대찌개에는 30배수가 들어간다. 육수와 각 메뉴에 맞는 건더기가 깔끔하게 포장돼 집에서 끓여 먹기만 하면 된다. 육수만 살 수도 있고 매장에서 먹는 것도 가능하다. 정 사장은 “요즘은 100% 사골을 쓰는 곳이 거의 없어 우리 육수는 먹어보면 차원이 다르다”며 “맞벌이 부부나 캠핑족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맛집상점… 전국 맛집 유명메뉴 ‘척척’ “맛집 직접 찾아다니지 마세요, 줄 서지 마세요.” 맛집음식 구매대행 맛집상점에 가면 전국 맛집의 유명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김민호 사장(35)은 엄선한 맛집 메뉴를 하루 5가지씩 요일별로 SNS에 공지한 뒤 주문을 받는다. 매일 아침 해당 음식점에 직접 가 포장해오고서 구매대행비 2천~3천 원을 붙여 이곳에서 판매한다. 평일에는 망원시장 떡갈비, 나정순할매쭈꾸미 등 수도권 위주이지만 주말에는 공동구매 형식으로 전국 맛집을 찾아다닌다.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과천시민 900여 명이 가입돼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 사장은 “음식도 트렌드가 자주 바뀌어 시장을 민감하게 잘 살펴야 하고 포장해서 먹어도 그 맛이 나는지 확인해야 해 품이 많이 든다”며 “맛집상점을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예리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3. 광명전통시장

오전 한차례 비가 온 뒤 폭염이 수그러든 21일 광명전통시장은 평일임에도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나라에서 규모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시장답게 없는 물건이 없었고 상인과 고객 모두 활기가 넘쳤다. 바둑판 형태의 다소 좁은 골목에 초행자는 길을 찾기 헷갈렸지만 그만큼 전통시장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광명전통시장(광명시 광이로13번길 17-5)은 경기 시흥군 광명리가 시로 승격되기도 훨씬 전인 1970년대 초부터 지역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노점을 포함해 400여 개의 점포가 성업중이다. 광명시민은 물론 안양과 시흥, 인접한 서울 오류동과 개봉동 주민들도 주 고객층이다.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바로 앞에 있어 주말에는 강남권에서도 지하철을 타고 시장을 찾는다. 광명전통시장은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2013년부터 3년간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생력강화사업, 기반구축사업, 이벤트사업 등 총 4개 분야에서 ICT기반 마케팅 시스템 구축사업, 시장통합브랜드 개발사업, 상인동아리 및 시장문화사업 등 세부사업을 진행해 상인문화기획단을 꾸리고 자생력 있는 전통시장으로 발전시켰다. 2014년에는 시장 내 9곳의 간판을 새롭게 단장했다. 전년도에 새롭게 구축한 광명전통시장 M.I(Market Identity) 및 캐릭터 ‘반짝이’를 활용했다. 특히 각 점포의 닫힌 셔터를 캔버스로 삼아 다양한 이미지의 일러스트를 그려넣은 ‘광명전통시장 셔터캔버스’ 사업으로 점포가 문을 닫고 난 밤시간에도 볼거리를 선사했다. 또 상인동아리를 활성화시켜 ‘광명전통시장 문화의 밤’을 개최, 상인들이 댄스스포츠, 하모니카, 합창, 수화 등의 무대를 펼쳐 큰 호응을 얻었고 ‘서울 국제 하모니카 페스티벌’, ‘광명시장배 파이널컵 댄스스포츠 경기대회’ 등에 참가해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역사회와의 연계 프로그램도 적극 시행했다. 인근 광명초등학교와 협약을 맺어 어버이날 어린이들이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가 하면 어린이 홍보대사를 임명하는 등 잠재 고객인 어린이들이 시장을 친근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에 6차례 열리는 정기 행사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름에는 점포에서 물건을 사면 응모권을 준 뒤 주사위를 던져 휴가용품 등 경품을 제공하고 ‘미리 잡는 가을’이라는 주제로 미꾸라지 잡기 이벤트를 펼쳐 잡은 만큼 선물을 준다. 또 추석 송편 나눔 축제, 할로윈 축제, 김장 축제에 이어 상인들이 산타가 되어 나눔을 실천하는 크리스마스 축제까지 광명전통시장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포인트 결제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광고를 보면 포인트를 지급받고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그 포인트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점포마다 태블릿PC를 지급하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10월께 시행돼 시장 활성화와 고객 편의 증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 안경애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광명전통시장은 2005년부터 기존의 상인회 대신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되고 있다. 2009년부터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안경애 이사장(55)은 협동조합 체제가 상인들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기중앙회의 감사를 받아야 돼 회계가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상인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서 “또 출자금 및 자본금이 상대적으로 넉넉해 단체보험에 가입하거나 겨울에 패딩조끼를 지급하는 등 상인들의 복지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2009년 뉴타운지구에 포함돼 시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3년간 투쟁해 결국 시장 존치에 성공한 일, 인근에 코스트코와 이케아, 롯데아울렛이 줄줄이 들어오면서 영업시간 단축 등 협약을 이끌어낸 일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또 2015년 8월 고객센터를 준공하고 지난해 5월 118억원의 국·도·시비를 매칭해 공영주차장을 준공한 일을 큰 성과로 꼽았다. 안 이사장은 무엇보다 조합의 지역사회 나눔활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회다. 45명의 여성상인들로 구성된 여성회는 매달 반찬을 직접 만들어 쌀, 과일과 함께 복지사각지대 가구에 배달하는 반찬봉사를 6년여간 펼쳐오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 점포마다 후원물품을 걷어 지역 복지관 및 주민센터를 통해 저소득 가정에 전달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나눔을 크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내가 파는 물건 한두 개씩 집어주는 것은 쉽다”며 “상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임기가 끝나는 안 이사장은 “포인트 결제 시스템 구축이 마지막 숙원사업”이라며 “지난해 9월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했는데 고객 반응이 매우 좋았다. 우리 시장만의 특화 사업인 만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먹을거리를 찾아라 장릉왕떡갈비 ‘천원 떡갈비’로 유명한 이곳의 떡갈비는 불판 위에서 바로바로 떡갈비를 구워내면서 맛있는 냄새로 손님을 끌어당긴다. 국내산 돼지고기와 과일, 채소, 각종 양념을 아끼지 않고 넣어 반죽한다. 조미료와 화학연육제는 일절 넣지 않아 아이들 반찬으로도 좋다. 한장에 1천 원, 5개 가 든 한 팩에 5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주말이면 줄을 서서 사야 할 정도로 인기다. 정중면 사장(57)은 “고기를 곱게 다져 부드럽기 때문에 세 살부터 백 살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며 “전국 각지에서 찾는 사람이 많이 택배 배송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섹시한 떡볶이꼬마김밥 야채, 참치, 스팸, 햄치즈, 오징어진미, 불고기, 볶음김치 등 11가지 꼬마김밥이 한 줄에 500원으로 원하는 맛을 골라담으면 된다. 모든 재료 준비를 직접 한다는 박신화 사장(48)은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제 맛을 낼 수 있도록 좋은 재료를 쓰고 적절한 간을 맞추는 데 신경 쓰고 있다”며 “크기가 작아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함께 판매하는 떡볶이 국물에 김밥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 된다. 빵반죽을 얇게 해 튀겨낸 기다란 수제핫도그도 인기 메뉴다. 진도식당 출출할 때 생각나는 시장표 잔치국수. 이곳에서는 2천 원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천 원이었지만 재료비, 인건비 상승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미리 면을 삶아놓는데 워낙 손님이 많아 면이 불 틈이 없이 바로바로 나간다. 볶은 호박과 당근, 김가루, 대파 고명에 북어대가리로 맛을 낸 육수는 쫄깃한 소면과 어우러져 한 그릇의 행복을 선사한다. 상추와 오이, 김치가 들어가는 비빔국수는 3천 원, 계절메뉴 콩국수는 4천 원이다. 구예리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2. 오산 오색시장

13일 찾아간 오산 오색시장. 점포의 고유 간판은 제각각이었지만 가게마다 특정 색깔의 돌출 간판이 달려 있었다. 이 골목은 빨간색, 저 골목은 노란색 등 골목마다 색이 통일돼 있어 길을 찾기도 쉬웠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이날은 5일장도 열려 밭에서 막 딴 듯한 싱싱한 채소,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김치전, 갓 튀겨낸 통닭 등이 한데 어우러지며 더욱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평균연령 36.4세의 젊은 도시에 자리잡은 시장답게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는 젊은 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오산오색시장(오산시 오산로 272번길 22)은 공식적으로 1914년부터 상설화된 100년 역사의 시장이다. 그전에는 조선 후기인 1700년대와 1800년대 문헌에도 기록됐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5일장을 병행하는 상설시장으로, 장날은 3·8·13·18·23·28일이다. 6만㎡에 349개 점포에서 농·축·수산물과 의류, 생필품, 각종 잡화 등을 판매한다. 오산은 인구 22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시장 반경 2㎞ 내에 주요 대형마트 3곳이 모두 들어와 있다.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오색시장은 세교신도시, 동탄신도시 등 반경 10㎞ 이내의 인구 200만 명을 잠재고객으로 설정하고 2012년부터 경영현대화와 시설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유치했다. 한신대와 1시장1대학 사업을 진행하며 시장의 이름을 오산중앙시장에서 오산오색시장으로 변경하고 오색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섯 가지 테마거리를 조성했다. 의류·패션 골목의 빨강길, 신선제품 위주의 녹색길, 고춧가루·참기름·떡을 만드는 방앗간이 모여 있는 미소거리(노랑), 돼지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점이 많은 아름거리(파랑), 전통시장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볼거리가 가득한 맘스거리(보라)다. 2014년에는 야시장을 열어 변신을 시도했다. 4~11월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시장 골목에서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먹을거리와 오색시장이 개발한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소주와 막걸리 등의 주류는 판매를 금지하는 대신 원하는 손님은 인근 점포로 안내해 상생을 시도했다. 이에 일평균 방문객은 2014년 500명에서 2018년 2천500명으로 급증했고 친구, 연인, 가족이 함께 찾는 야시장이 되면서 방문객의 평균 연령도 50~60대에서 30대로 낮아졌다. 야시장이 열리는 동안 기존 점포의 매출도 27% 증가하는 톡톡한 효과를 거뒀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는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에 선정돼 오색동아리경연대회 등 이벤트, 상인교육, 시장투어 개발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수제맥주 공방을 조성해 새로운 고객군을 유입시켰고 ‘전통시장의 음식과 수제맥주의 기막힌 콜라보’를 콘셉트로 한 야맥축제를 열어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터뷰] 박근형 오산 오색시장 상인회 부회장“야맥축제 대성공… 더많은 이벤트 고객감동 실천”“발전하지 않는 시장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젊고 활기찬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박근형 부회장(37)은 12년 전부터 부모님이 운영하던 식자재납품업체를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2세 사장이다. 그는 “시장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이곳에 애착을 갖게 됐다”며 “시장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어 부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폭염이 한창인 이날, 상인회에서는 시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얼린 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박 부회장은 “주변에 대형마트 3사가 다 들어와 있다 보니 고객 유치가 쉽지 않다”며 “더욱이 전통시장은 계절을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어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오색시장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면서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중앙시장이라는 이름이 전국에 너무 많아 특색있는 이름을 찾았고 시민들과 상인들이 투표해 만들어진 이름이 오색시장”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물건을 구매하면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는 시장을 표방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기도 야시장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야시장을 운영하고 야맥축제를 시작하면서 오색시장 제2의 전성기가 왔다고 한다. 박 부회장은 “야맥축제는 한해 한해 성장해 나가며 전국 최고 수준의 시장 축제가 됐다”며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좋아 올 10월에 열릴 축제는 하루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살아남으려면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부회장은 “우리 시장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젊은 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장에 오고 싶게 만드는 여러 이벤트를 기획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예리기자먹을거리를 찾아라 ■남원추어탕… 폭염에 지친 몸 ‘활력충전’ 흰 쌀밥을 말아 한 그릇 훌훌 마시고 나면 보약이 따로 없는 추어탕. 남원추어탕에서는 단돈 5천 원이다. 이곳에서 10년째 추어탕 한 메뉴만 고집하고 있는 홍준호 사장(59)은 충남에서 공수한 미꾸라지를 매일 매장에서 갈아낸 뒤 무청시래기와 들깨를 넣어 추어탕을 만든다. 기본 추어탕 외에도 통추어탕과 매운탕 육수의 얼큰이추어탕, 국내산 우렁을 추가한 우렁추어탕도 있다. 2인분을 포장주문하면 넉넉히 3인분을 주고 있어 포장과 택배 주문도 상당하다. 특히 기본찬으로 나가는 어리굴젓은 직접 양념을 해 짜지 않고 맛있어서 찾는 손님이 많아 따로 판매도 하고 있다. 홍 사장은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자는 신조로 장사를 하다 보니 손님들께서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메콩쭈꾸미볶음… 제대로 된 ‘불맛’ 제대로 된 불맛을 느끼고 싶다면 메콩쭈꾸미볶음이 제격이다. 1인분에 7천 원의 주꾸미볶음은 즉석에서 만든 고춧가루 양념으로 칼칼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주꾸미와 양배추, 양파를 함께 볶다 토치로 직화해 불맛을 입힌다. 손님의 기호에 맞게 맵기 조절도 가능하다. 계란찜과 콩나물 무침, 열무김치, 양배추 샐러드 등이 함께 나오고 밥에는 상추와 김가루가 올려져 있어 주꾸미볶음과 비벼 먹기 좋다. 다소 특이한 가게 이름은 오찬근 사장(53)이 직접 지었다. 오 사장은 “아내가 베트남 사람이라 베트남의 메콩강처럼 가게가 장대하게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토농이네… 잡내없는 ‘소내장탕’ 일품 한식 전문 토농이네의 최고 인기 메뉴는 소내장탕(7천 원)이다. 내장을 듬뿍 넣었는데도 비린내나 잡내가 전혀 없다. 콩나물, 무생채, 버섯볶음 등 각종 나물을 함께 비벼먹는 보리비빔밥(4천 원)은 장이 서는 날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다. 이밖에 목살을 사용한 제육볶음과 동태찌개, 선지해장국, 고등어조림 등도 인기다. 안순일 사장(57)은 시장 인근에서 테이블 2개 규모의 가게를 하다 3년 전 가게를 확장하면서 시장에 입성했다. 양념을 아끼지 않으면서 인공조미료는 최소화해 집밥같은 맛을 자랑한다. 밑반찬은 팩에 포장해 따로 판매도 한다. 안 사장은 “내가 미각도 예민하고 손맛도 좋아 어떤 까다로운 손님의 입맛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예리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1. 부천 역곡 상상시장

31일 찾은 부천 역곡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아기자기한 만화캐릭터가 시장 메인 간판, 천장, 바닥을 장식하고 있었다. 개방감 있는 높은 아케이드는 폭염을 잠시 잊게 했고 오렌지색 바탕에 글씨체까지 통일한 간판들은 깔끔함 그 자체였다. 특히 널찍한 통로와 가지런히 줄을 맞춰 정렬된 물건들로 대형마트 못지않은 쇼핑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부천 역곡상상시장(부천시 원미구 역곡1동 부일로 749번길 31)은 1980년 복개천을 따라 골목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며 자리매김했다. 현재 120개의 점포에서 농·축·수산물과 식료품류, 생활용품, 잡화류 등을 판매한다. 상상시장은 젊은 시장이다. 고객들도 젊고 상인들도 젊다. 서울과 인접한 경인국도변에 위치해 인근 아파트 대단지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층이 많이 산다. 반경 500m 내에 카톨릭대학교와 유한대학교도 있다. 120개 점포 중 부모의 대를 이은 가업승계 점포가 25개로, 20~40대 상인이 60%에 달한다. 상상시장이 저절로 젊은 시장이 된 것은 아니다. 그 뒤에는 시장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2010년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아케이드를 설치한 뒤 2012년 고객지원센터를 건립했다. 2014년에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시장 활성화를 도모했다. 이듬해에는 시장이름을 기존 역곡북부시장에서 역곡상상시장으로 바꿨다. ‘상상’이라는 이름에는 ‘서로 상부상조하고 상상 그 이상이 있는 시장’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러면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있고 만화 관련 콘텐츠가 풍부한 부천지역의 특징을 살려 ‘만화특화시장’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및 부천시와 협업해 국산 애니메이션 ‘빼꼼’ 캐릭터를 적극 활용, 시장 간판에 조형물을 달고 곳곳에 그림을 설치했다.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장난감도서관과 홀씨도서관도 만들어 문화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2016년에는 부천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맞춰 중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장에서 개발한 ‘상상도시락’ 맛보기, 치맥먹기행사, 떡메치기 체험, 다트게임 등 다양한 참여행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역곡상상시장은 2016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대한민국 우수전통시장으로 인증받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한국유통대상에서 산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지역주민과 상인이 함께 하는 화합대축제를 개최한 데 이어 최근에도 ‘2018 우리동네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6월 시장 통로에서 주민참여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지난달 고객지원센터 앞마당에서 어린이 뮤지컬공연을 펼쳤다. 역곡상상시장은 이달부터 오는 2020년까지는 문화관광형시장의 또다른 이름인 희망사업프로젝트에 선정돼 또 한번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구예리기자 [인터뷰] 남일우 역곡상상시장 상인회장 “고객 편의 최우선… 만화특화시장 정체성 정립 박차”“고객 편의에 중점을 두고 만화특화시장이라는 정체성도 더욱 확립하겠습니다” 남일우 회장은 1986년에 역곡북부시장에 입성, 2006년부터 상인회장을 역임하며 북부시장이 상상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남 회장은 “역곡북부시장과 역곡남부시장이 같이 있다 보니 고객들이 인식을 잘 못 하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30년 이상 쓴 북부시장이라는 이름보다 5년밖에 안 쓴 상상시장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무엇보다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는 “보통 시장 하면 카트 끌기도 힘들고 다니다가 여기저기 부딪히곤 하는데 우리 시장은 길도 널찍하고 물건이 튀어나와 있지도 않다”며 “기본 인프라 구축이 돼 있어야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인근 대형마트가 쉬는 날 다트게임 등 이벤트를 벌이고 고객문화센터에서 노래교실, 요가교실 등을 열어 주민들을 시장으로 들어오게 했다. 주말과 야간에는 세미나실을 오픈해 향우회나 각종 동호회 모임장소로 제공했다. 그러자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됐고 충성고객도 늘어났다. 대형마트에 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돌린 것이다. 남 회장은 “대형마트를 솔직히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뒤처지지 않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에는 만화특화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상인회 자체적으로 만화도시로 유명한 일본 돗토리현을 방문했다. 여기서 세계적인 만화특화상점가인 사카이미나토시의 시게루로트 상점가 및 코난박물관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남 회장은 만화시장이라는 특성을 더 살릴 수 있도록 많은 구상을 하고 있다. 그는 “포토존을 설치하고 아케이드 위쪽에도 캐릭터 디자인을 넣을 생각으로 작가 10명을 확보해 최근 협의를 마쳤다”며 “화장실도 상상시장만의 개성을 보여주도록 리모델링하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예리기자먹거리를 찾아라■ 목우촌웰빙마을청춘옥… 무더위에 ‘한방 영양죽 삼계탕’ 딱이네~ 목우촌웰빙마을청춘옥의 대표메뉴는 ‘한방 영양죽 삼계탕’(1만3천원)이다.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한 이 메뉴는 일단 까만 국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한입 떠먹으면 한방 약재의 깊은 향이 느껴지고 그 다음부터는 콩국을 먹는 듯한 고소함이 입안에 감돈다. 엄나무, 황기, 천궁 등 26가지 한약재를 우려낸 국물에 흑임자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찹쌀밥이 닭의 뱃속이 아니라 밖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윤숙희 사장(64)은 “닭 안에 밥을 넣으면 얼마 못 들어간다. 배부르게 드시라고 찹쌀, 녹두, 흑미로 밥을 지어 따로 넣는다”고 말했다. 윤 사장이 직접 효소를 담가 만드는 김치와 장아찌는 삼계탕의 맛을 한층 돋운다. ■홍두깨칼국수… 쫄깃한 면발·얼큰한 국물 ‘일품’ “이 홍두깨로 칼국수를 만들면 쫄깃한 면발은 반찬투정하는 아이들의 입을 가득 채우고 얼큰한 국물은 입맛 없는 노인들 혀에 찰싹 감깁니다” 365일 문을 닫지 않는 홍두깨 칼국수는 홍두깨로 국수를 밀고 뽑아내는 작업대를 가게 전면에 배치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홍열 사장(58)은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국수 반죽을 만든다. 24시간 숙성한 뒤 홍두깨로 밀어낸 국수는 기계로 미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해진다. 한 그릇에 3천500원으로 부담없는 가격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다. 여름 인기메뉴 콩국수도 직접 콩을 삶아 맷돌로 갈아내면서 요즘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오로지 국수 한 가지로만 승부해온 것이 맛집으로 자리잡은 비결”이라고 말했다. ■ 만선활어수산… 싱싱한 회·회덮밥 입에서 살살~ 만선활어수산의 이귀례 사장(58)은 상상시장으로 온 지 5년 남짓 됐지만 인근 역곡역에서 15년간 횟집을 운영하며 주민들에게 인정받아 왔다. 곁들임 반찬을 줄이고 광어와 우럭 등 회에만 집중해 2만 5천~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회덮밥, 물회, 생우럭탕, 알탕, 동태탕 등 6천 원대의 점심 특선 메뉴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날이 더운 요즘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물회다. 쫄깃한 식감의 간재미에 미나리, 오이, 양파 등 갖은 채소, 이 사장의 비법이 담긴 양념장이 어우러져 새콤달콤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이 사장은 “일단 맛은 기본이고 손님들과 편하게 대화하며 정을 쌓다 보니 단골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0. 수원 못골시장

24일 찾은 수원 못골시장은 여느 대형마트 못지않게 깔끔한 모습이었다. 길이 넓거나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질서정연함이 두드러졌다. 모든 점포에는 옛스러운 기와집 처마와 동일한 크기·디자인의 간판이 설치돼 통일감이 느껴졌고 간판 속 충남상회, 싱싱닭집, 아들네·아빠네 등의 상호는 정겨움을 더했다. ■작지만 강한 문전성시 전통시장 못골시장(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258번길 10-12)은 1970년대부터 주민밀착형 골목시장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만들었다는 연못이 있었던 천변마을 ‘못골’ 이름을 따서 못골시장이라 불리게 됐다. 2003년 상인회가 설립되고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돼 수원 구도심 9개 전통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고 늦게 형성된 시장이지만 이제는 주변 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전통시장을 선도하는 문화시장이 됐다. 못골시장의 면적은 2천700㎡로 현재 88개의 점포가 있으며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루 고객 수는 1만 3천 명에 달한다. 전통시장의 명맥을 이어오던 못골시장이 인근에 대형유통업체들이 들어서며 위축되자 못골시장은 수원시의 지원으로 2008년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상인과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못골휴식터, 못골이야기마당을 신설하고 상인들의 이야기를 제작한 스토리북을 제작했다. 시장 라디오 방송국 ‘못골 온에어’와 ‘줌마불평 합창단’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마련했다. 이에 외관 변화, 상인과 소비자 중심 문화콘텐츠 개발, 수익 증대라는 3가지 성과를 모두 거두며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 못골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국비 지원을 받아 ‘글로벌명품사업-못골시장 저잣거리조성사업’을 통해 조선시대 저잣거리 모습으로 다시 한번 새단장을 했다. 이처럼 시장 발전을 위해 힘써온 결과 지난해 ‘2017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우수전통시장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상인동아리 활성화로 시장 홍보 효과 톡톡 못골시장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커다란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다. ‘못골 밴드’, ‘못골 온에어’, ‘줌마 불평 합창단’ 등 못골시장만의 상인동아리를 홍보하는 현수막이다. ‘못골문화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만들어진 동아리들은 10년간 꾸준히 유지되며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이 중 못골온에어는 상인들이 만드는 라디오 방송으로 상인이 직접 PD, 작가, DJ까지 도맡아 일주일에 2번씩 생방송을 하고 있다. 시장 골목골목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상인 및 동네 사람들의 소식 등 사람사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못골시장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또 아줌마들의 불평을 합창으로 승화시킨다는 줌마불평합창단, 못골 밴드와 못골 기타도 매주 연습을 거듭하고 지역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구예리기자[인터뷰]이충환 못골시장 상인회장“사람들이 시장의 주인… 세계적 명품시장 도전장” “사람 중심의 시장을 만들어 해외에서 우리 시장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10년부터 못골시장 상인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충환 회장(46)은 1999년 20대의 나이에 이곳에서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며 터를 닦아왔다. 이 회장은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상인 동아리 활동과 시설현대화사업을 꼽는다. 그는 “시장을 알리면서 상인들이 활력있게 장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상인동아리를 만들게 됐다”며 “상인들이 즐거워지자 시장 전체에 생기가 돌고 손님도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잣거리 사업과 관련, 이 회장은 “아케이드와 화장실 정비 등 일반적인 시설현대화사업으로는 우리 시장만의 특징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해 화성행궁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으로 옛것을 재현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재 못골시장의 아쉬운 점으로 먹을거리 위주로 품목이 한정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공산품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워낙 강세를 보이다보니 전통시장은 1차 식품 위주가 됐다”며 “그러나 먹을거리만 있어서는 진짜 시장이 아니다. 옷, 신발, 생활잡화 등 없는 게 없어야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요즘 그는 어떻게 하면 다시 한번 시장을 활성화시킬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시장은 역시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며 “그동안은 상인 중심의 프로그램 위주였다면 이제는 주변 마을 주민, 고객과 함께하는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종 목표는 해외 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시장도 역사가 깊은데 아직 해외에서 배우러 오는 경우가 없다. 우리 못골시장이 모범사례가 돼 전 세계에 우리 시장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먹을거리를 찾아라 ■통큰칼국수 이름처럼 푸짐한 양에 한번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두 번 놀라고 그 맛에 세 번 놀라게 되는 국수집이다. 칼국수의 고명은 당근, 파채, 김가루, 깨소금뿐이지만 멸치와 디포리로 우려낸 깔끔하고 구수한 국물,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뽑는 쫄깃한 면발로 꽉 찬 맛을 내고 있다. 잔치국수는 2천500원, 칼국수는 3천500원으로 평일에는 500그릇, 주말에는 700~800그릇이 팔려나가며 못골시장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서울에서 디자인사업을 하다 5년 전 가게를 개업한 김재호 사장(58)은 “국수집을 내는 것이 오래전부터 꿈이었다”며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만족하시는 손님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엄지반찬 형형색색의 반찬들이 깔려있는 판매대는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치, 젓갈류부터 마른 반찬, 나물, 죽, 국, 카레까지 100여가지 반찬들을 보고 있으면 어떤 것을 고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15년 전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강경순 사장(60)은 매일 새벽 농산물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와 모든 반찬을 직접 만든다. 최근에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최강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 사장은 “요즘에는 반찬가게도 많고 손님들도 까다로워 단골을 만들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우리 가게는 반찬 대부분을 그날 만들어 그날 모두 소진하며 믿고 먹을 수 있는 가게로 소문이 났다”고 자랑했다.■남문뻥튀기 “뻥이요~!”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고소한 냄새는 순식간에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남문뻥튀기에서는 4개의 뻥튀기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쌀, 콩, 옥수수, 보리, 현미 등 각종 곡물 뻥튀기와 수제강정, 미숫가루가 주요 제품이다. 차로 마실 수 있도록 둥굴레나 우엉, 무말랭이 등도 볶는다. 스물이 갓 넘은 나이에 뻥튀기 장사를 시작하며 자식들을 길러낸 박종화 사장(61)은 “옛날에는 여기가 뻥튀기 골목이었다. 기계 한대 가지고 어깨너머로 배우며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제 이곳의 뻥튀기는 택배서비스를 통해 전국으로 배송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 비결에 대해 박 사장은 “좋은 원재료를 쓰니 당연히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구예리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9. 안양중앙시장

초복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안양중앙시장은 고객을 부르는 상인들의 함성과 바쁘게 오가는 손님들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정육점에는 복달임 준비로 생닭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골목 여기저기에서 김 굽는 냄새, 닭 튀기는 냄새, 참기름 냄새 등이 솔솔 풍겨 나왔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상인들은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손님에게 부채질을 해주며 장사에 여념이 없었다. ■유동인구 2만여 명의 안양 최대 시장 1961년 283개의 점포로 시작된 안양중앙시장(안양시 만안구 냉천로 196)은 하루 유동인구가 2만여 명에 달하며 지금까지 안양의 중심상업지로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현재 429개의 점포와 290개의 노점이 자리잡아 도소매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야채·과일·건어물 등 식품관련 업종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의류, 생활잡화 등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안양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로, 안양1번가와 인접해 주위의 대형상권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때 백화점과 대형쇼핑몰이 주변에 들어오며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여전히 중앙시장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양에 사는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중앙시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준비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는 오랫동안 두텁게 쌓아온 신뢰와 정 때문이라고 이곳 상인들과 고객들은 입을 모은다. 안양중앙시장은 2000년대 초반 시설재정비에 나서 중앙시장 1로와 본동길 및 포목로 등 3개소에 걸쳐 총면적 4천192㎡, 길이 460m에 이르는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다. 또 현재 마련돼 있는 공영주차장 외에 주차공간을 늘리기 위해 인근 삼덕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다. 안양시는 중소기업청 공모사업을 통해 78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으며, 경기도비와 시비 52억 원을 합친 총 130억 원을 투자해 올해 말까지 지하 2층 규모로 211면의 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고객 편의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중앙시장은 시장구성원들의 의식 전환이 시장 성공 여부의 열쇠라 생각하고 전문강사를 초빙한 상인친절교육과 위탁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상인대학원 CEO 과정을 진행, 대학교수와 서비스 강사 등을 초빙해 매장 디스플레이나 친절 교육, 시장 발전 방안에 대한 상담 등이 이뤄졌다. 고객문화센터도 중앙시장의 자랑거리다. 지난 2009년 부족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센터에는 고객휴게실, 수유실, 컴퓨터실, 현금지급기, 고객불만센터 등을 설치했으며 노래교실, 사교댄스, 생활체조 등 문화교실도 개최하고 있다. 중앙시장은 올해 ‘안양의 생활중심 거점시장’을 키워드로 특성화 사업을 준비 중이다. ▲결제 편의 ▲고객 신뢰 ▲위생 청결 등 3대 서비스 혁신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 극대화, 시장환경 개선, 청결관리 교육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또 상인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마케팅기법 등을 교육하고 상인 건강체조 활성화에도 나설 방침이다.구예리기자[인터뷰] 이호영 안양중앙시장 상인회장“즐거운 마음으로 장사하면 자연스레 고객 발길” “상인이 행복한 시장이 돼야 고객 만족도도 높아집니다.” 지난달 21일 취임한 이호영 안양중앙시장 상인회장(60)은 상인회 임원들과 올 추석 대비 마케팅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25년 전부터 시장에서 ‘신화수산’을 운영하며 시장과 역사를 함께 해온 이 회장은 자신의 삶의 터전인 이곳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회장직에 도전했다. 이 회장은 “시장은 구조적으로 백화점과 달라 모든 사업체가 개별 운영되고 모두가 사장”이라며 “그래서 전체를 아우르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럼에도 시장은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있다”며 “정부지원을 계기로 쇼핑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고객이 물건을 안 사고 돌아서면 등 뒤에 대고 ‘재수 없다, 소금 뿌리라’고 할 정도이던 상인들의 의식수준도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시장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려면 무엇보다 상인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상인들이 고령화된데다 건강도 좋지 않은 분들이 많다”며 “대부분 젊어서부터 고생고생하며 장사하고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자기 몸은 돌보지 않은 탓”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이 회장은 운동을 비롯해 서예, 웃음치료,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상인들의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만들고자 한다. 이 회장은 “오로지 돈 버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장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곧 고객 친절로 이어지게 돼 있고 시장 전체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먹을거리를 찾아라 안양중앙시장은 오랜 전통과 큰 규모답게 맛집으로 소문난 점포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어묵, 칼국수, 닭강정, 순대국 등 다양한 메뉴에 값싸고 푸짐한 양, 그럼에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맛에서 시장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순대곱창골목과 떡볶이 골목은 독보적인 인기를 차지하며 고객의 발길을 잡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안양중앙시장의 명물 순대곱창골목 30여 개의 순대곱창집이 모여 있는 곱창골목은 3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리모델링을 통해 천막 형태로 이뤄져 있던 천장을 아케이드로 교체하고 하수관과 바닥도 정비해 손님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식당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메뉴는 오직 순대곱창볶음 한 가지다. 가격도 1인분에 7천 원으로 모든 가게가 동일하다. 그래도 집집마다 고유의 맛이 있어 비교해 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준씨(58)는 “모두 양념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이 맛에도 차이가 있다”며 “전통이 있는 만큼 학생 때 추억을 되새기려 오는 손님, 지방으로 시집갔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 등 오래된 단골들이 많다”고 말했다. 순대와 돼지곱창, 당면, 양배추, 부추, 깻잎 등을 빨간 양념장에 달달 볶아 내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순대곱창볶음이 된다. 마지막에 볶음밥은 빼먹으면 서운한 필수 코스다. 전국에서 찾는 손님이 많다 보니 최근에는 포장택배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한번 찾으면 단골되는 떡볶이골목 시장의 가장 큰길 초입부터 이어진 중앙노점에는 분식 가판대들이 10여개 늘어서 있는데 자칭 ‘떡볶이 골목’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도 역시 메뉴와 가격이 대부분 동일하다. 떡볶이와 순대는 1인분에 3천 원씩, 어묵은 1천 원, 김밥은 한줄에 1천500원이다. 검붉은 빛깔의 떡볶이 양념은 보는 순간 식욕을 자극한다. 큼지막하고 쫄깃한 쌀떡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 한번 맛보면 주기적으로 생각나 꼭 다시 찾아오게 된다. 덕분에 안양지역 뿐 아니라 서울, 인천 등 멀리서도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많다. 40여년 전 가장 먼저 이곳에 자리잡은 최정숙 할머니(75)는 ‘퍼주는 할머니’로 유명하다. 손님에게 양을 듬뿍 주는 것은 물론 지나가는 노숙자들에게도 따뜻한 국물을 내어주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다. 최 할머니는 “하루에 한번씩 방앗간에서 떡을 뽑아오고 최고로 좋은 고춧가루를 쓴다”면서 “특별한 맛을 내는 비법이 또 있지만 아무에게도 가르쳐 줄 수 없다”며 웃었다. 구예리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8. 수원 영동시장

지난 3일 정오께 찾은 수원 영동시장.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아케이드 내부는 냉방기가 가동되고 있어 쾌적했다. 한쪽에는 앙증맞은 아동한복이 저마다 색을 뽐내며 시선을 끌었고 길목을 돌아 나가자 시원한 여름바지를 가운데 놓고 상인과 고객의 흥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2층에 자리한 28청춘 청년몰 푸트코트는 점심을 먹으러 온 이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작은 공방에서는 젊은 사장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영동시장은 그렇게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활기가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200년 전통의 경기남부 최대 시장 수원 영동시장은 지난 1919년 시장등록을 해 내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실제 탄생은 정조대왕 시절인 17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무려 2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수원 화성 팔달문과 가까운 위치(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에 자리 잡고 있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관광과 전통시장 체험을 함께 즐기기 좋은 명소다. 부지면적 6천656㎡에 매장면적 8천689㎡로 경기남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이며, 300여 개의 점포에서 주단, 포목, 커튼, 수예, 의류, 패션잡화, 생활잡화 등 다양한 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이 중 한복점포가 40여 개로 한복특화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때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동시장은 수원지역에 하나둘 조성되는 새로운 상권에 밀려 점점 활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65세를 넘는 점포주 평균연령, 주요 취급품목은 한복과 이불.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식당 하나 없다는 점은 시장의 쇠퇴를 가속화시켰다. ■28청춘 청년몰 개장으로 젊은 시장으로 탈바꿈 그러던 영동시장은 지난해 7월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중기청 지원사업에 공모, 2층 660㎡의 유휴공간에 28청춘 청년몰을 조성하게 된 것. 혈기왕성한 ‘이팔청춘’ 젊은이들이 28개 점포를 운영해 전통시장을 젊고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탈바꿈시키자는 바람을 담아 ‘28청춘 청년몰’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국비 7억 5천만 원, 시비 6억 원, 영동시장 자체 지원금 1억 5천만 원 등 15억 원이 투입됐다. 한쪽에는 푸트코트가 있고 도자기나 작은 소품을 만드는 공방들과 빵집, 커피숍, 벽화거리도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이 중 트렌디한 메뉴의 9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푸드코트는 새로운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 내 음식점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 입점 시 기존 상인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이 없었고 그들 또한 고객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9세 미만 청년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에는 젊은 피를 수혈하는 상생모델은 경기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됐다.이제 영동시장은 살거리 뿐만 아니라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가보고 싶은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터뷰] 이정관 영동시장주식회사 대표이사“시장 옥상에 게스트하우스… 수원관광의 허브”영동시장 상인회장이자 영동시장주식회사의 CEO이기도 한 이정관 대표(57)에게 영동시장은 고향과도 같다. 태어나기 전부터 부모님이 이곳에서 한복장사를 하셨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그는 운명처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며 대를 이어 한복집을 운영하게 됐던 것. 한복집의 20대 사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2006년 전무로 재직 당시에는 전통시장 상인조직 활성화에 대한 논문으로 대학원 석사학위를 받기도 하는 등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상인회의 발전에 수십 년간 매진해온 공로로 그는 지난해 10월 ‘2017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국무총리 포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이 대표는 “50년 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현대화하고 냉난방시설을 설치한 것, 청년몰을 유치한 것 등이 가장 뜻깊은 성과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다. 국내 한복시장의 흐름이 맞춤에서 대여로 변화하고 있을 때 한복특화시장으로서 그 주도권을 잡지 못한 것이다. 그는 “대여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점포들이 작아 불가능했다”며 “그래서 지금 청년몰 자리에 수백 평 규모의 대여점을 만들어 공동운영해보자고 제안했지만 변화를 원치 않는 일부 상인들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영동시장을 명실상부한 관광명소로 만드는 것이다. 시장 옥상에 게스트하우스와 공연장, 바비큐존을 만들어 수원을 찾은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묵으며 마음껏 먹고 노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영동시장이 수원화성에 왔다가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니라 수원관광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먹거리를 찾아라 ■“장사 잘 되면 결혼하기로 했어요”…연인이 만드는 ‘도레미 파스타’ -도레미 파스타에는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연인 사이인 박찬우씨(36)와 강민정씨(29)가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 이곳의 인기메뉴는 매장에서 직접 끓인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가 어우러진 로제파스타다. 그중에서도 새우로제파스타는 탱글한 새우의 식감과 부드러운 소스, 버섯, 브로콜리 등 각종 채소가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 비트로 색을 낸 핑크크림파스타도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7천700원에서 1만 3천 원까지 일반 레스토랑보다 가격은 다소 저렴하지만 최상의 재료를 공수하고 있다는 박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 장사가 잘 되면 결혼하기로 했는데 내년에는 약속을 지키게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유난히’ 맛있는 집밥…유유식당 -‘유나니가 하는 유난히 맛있는 집밥’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유유식당의 이윤환 대표(33)는 “우리 가게에 한번도 안 온 손님은 있지만 한번만 온 손님은 없다”고 말한다. 불향가득한 고추장닭갈비 정식, 숯불갈비맛의 간장제육정식, 매콤달콤한 고추장제육정식에는 밥과 미역국, 양배추샐러드 등이 포함돼 한끼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루 20장만 한정판매하는 ‘유유돈까스’는 국내산 1등급 암퇘지와 생 빵가루, 직접 과일을 갈아 만든 소스로 아이들에게도 인기메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저마다 다른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 유유식당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며 “음식에 정성을 넣는 게 인기비결”이라고 말했다. ■한국식 카레의 재탄생…‘시나브로 카레’ -한국식 카레를 표방하는 시나브로 카레의 김중수 대표(33)는 직접 일본에서 카레를 공부해올 정도로 열혈파다. 일본카레와 인도카레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이곳만의 독특한 메뉴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전통떡갈비가 올라간 야채카레와 계란후라이, 모짜렐라 치즈가 어우러진 뚝배기치즈카레. 뚝배기카레는 오븐에 구워 만드는 일본의 ‘야끼카레’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모두 직접 개발한 메뉴들로 카레를 즐겨 먹지 않는 중장년층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구예리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7. 광주 경안시장

지난 26일 오전 11시 반께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비가 쏟아내려 광주 시내 길거리엔 우산을 쓴 시민 몇 명을 빼면 인적이 뜸했지만, 경안시장 내부는 아케이드 밑에서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은 생필품, 잡화, 식료품을 사는가 하면, 장을 보고 시장 내부에 설치된 공영주차장에 대 놓은 차에 물건을 바쁘게 싣는 등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활발한 기운을 풍겼다. 수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광주 경안시장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도 도민들과 함께하며, 미래에도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 자연스러운 현대화를 바탕으로 매력있는 시장으로 거듭나다 광주 소재 경안시장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5일장을 통해 자연형성된 시장으로 지난 2005년부터 상인회가 발족하면서 현대적인 시장의 모습을 갖췄다. 6천622㎡(약 2천 평)가 넘는 부지에 80개 이상의 점포가 들어와 있어 적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데다, 5일장이 열리면 기존 점포를 포함해 150여 개의 가게가 문을 열어 손님맞이에 나선다. 5일장이라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화 작업에 소홀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상인회가 출범하면서 현대화 사업에 돌입해 2009년 아케이드 설치를 포함한 시장 정비가 이뤄졌다. 이때 들어간 예산은 20억 원 이상으로 시에서 추경까지 하면서 시장 현대화에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 시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시장 내에 차량 215대를 주차할 수 있는 3층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80억 원을 들여세웠다. 이때 주차장 건설비는 모두 시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덕분에 경안시장뿐만 아니라 인근 상권의 활성화에도 이바지했다. ■ 볼거리 많은 시장으로의 진화는 계속된다 경안시장은 시와의 콜라보가 이뤄진 덕에 현대화로 시민 유입에 성공했지만 이에 머무르지 않고 각종 이벤트로 시장의 개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상인회 출범과 동시에 진행한 ‘장터거리축제’는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행사로 2~3일간 시장 상인들이 할인된 가격에 가성비 넘치는 물건을 선보이며, 가수들을 초빙해 길거리공연까지 열어 손님맞이에 나서왔다. 아울러 매달 지역 내 동호회와 연계해 길거리 악기 공연과 기타 볼거리가 많은 행사를 개최해 매력만점 경안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경안시장의 변화 배경에는 최현범 상인회장(70ㆍ경안시장)의 뒷받침이 있었다. 광주에서 태어나 학업까지 모두 마친 그는 ‘광주 토박이’로서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상인회가 출범한 첫해부터 지금까지 14년째 상인회장 일을 맡고 있다. 과거에는 경안시장 상인의 자녀였지만, 이제는 그도 한 사람의 경안시장 상인으로서 매일 시장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4년간 시장 현대화에는 극적으로 성공했지만 앞으로는 시장의 개성을 살리는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 못지않게 트렌드 파악에 노력해 경안시장을 광주의 가장 큰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탁기자[인터뷰] 최현범 경안시장 상인회장 “시장 제2도약 키워드는 젊은고객 유치·먹을거리”“경안시장의 역사를 보고 느끼고 겪어왔던 사람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시장을 발전시키겠습니다” 15년간 경안시장을 떠났던 한 상인은 경안시장을 살리고자 다시 돌아와 시장의 역사가 됐다. 최현범 상인회장은 광주 출신으로 초중고를 모두 광주에서 졸업한 ‘Made In 광주’ 상인이다. 과거 15년간 서울에서 중고차 판매업에 종사한 기간을 빼면 그는 한 사람의 경안시장 상인의 가족으로서, 경안시장 상인으로서 살아왔다. 지난 2003년 경안시장에 돌아온 그는 부모님의 잡화점을 물려받아 현재 가방과 모자를 파는 ‘가방나라 ’패션상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상인회장으로서도 14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늘 일에 미쳐 있지만 그 일이 장사가 아니라 시장 발전 방안이라는 점에서 그의 시장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시장 현대화를 위해 꾸준히 시와 대화를 하며 시설 구축에 앞장선 이도 그였고, 야시장을 꾸리고자 목포 남진야시장과 창원 상남시장까지 방문해 현재 경안시장에 LED 등을 대거 설치하는 등 시장에 개성 있는 요소를 매번 갖고 오는 이도 그였다. 최 회장의 시선은 ‘젊은 층’과 ‘먹을거리’라는 키워드에 향해있다. 이미 젊은 층을 끌어들일 만한 시설 요인들은 다 갖춰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장에 먹거리가 빈약해 자칫 잘못하면 볼거리만 많고 내실은 없는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 입주하는 상인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요식업 가게를 열 것을 권하는 등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조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회장은 “야시장 구축 및 먹을거리 가게 확보 등 갈 길이 멀지만 젊은 층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발전을 보이겠다”고 밝혔다.권오탁기자 명소·먹거리를 찾아라 ■‘38년 차 떡 장사’…베테랑 부부가 함께하는 ‘경안떡집’ -조연순 경안떡집 대표(60)는 지난 1981년 남편인 김장석 대표와 결혼한 이후로 38년째 떡 장사에 여념이 없다. 백설기, 꿀떡, 절편 등등 100여 가지 종류의 떡들을 맛보러 하루에도 100여 명이 넘는 손님들이 오가고 있다.사업 초반에는 너무나도 생소했던 떡 제조방법에 실수도, 좌절도 많이 했지만 현재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타지역에서도 조 대표의 떡 제조 솜씨를 배우러 올 정도다. 조 대표는 “장사 초기에만해도 이 정도로 떡 장사를 오래할 줄은 몰랐다”며 “곧 떡 장사를 시작한 지 40년이 되는 만큼 천직이라 생각하고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년 역사’를 가진 의류가게…“나도 경안시장 역사의 일부입니다” -시장 상인회가 생겨나기도 전인 20년 전부터 ING 의류가게를 시작한 이홍재 대표(63)는 이날도 손님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소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대표는 중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까지 사로잡고자 매일 새벽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으로 출근해 캐주얼한 옷을 받아오고,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최근 의류 트렌드를 논하는 등 깨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루에도 시장을 오가는 20~30대 손님들이 한 번쯤은 들러서 옷을 입어보고 갈 정도니 그 인기를 가늠할 만 하다. 이 대표는 “패션업계 특성상 이 정도 나이대 상인이 가게를 꾸준히 꾸려나가기는 어렵지만 계속해서 트렌드 파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족발 드셔 보고 가세요”…20년째 시장 손님들의 입맛을 책임진 ‘광주족발’ -“기본에 충실한 게 롱런의 비결인 것 같아요”양인석 광주족발 대표(58)는 이날 찜통에서 꺼낸 족발을 썰어내 손님에게 건네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족발뿐만 아니라 튀김,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음식 장사를 해봤지만 현재는 족발 장사만 10년째 하고 있다며 ‘족발 홀릭’임을 자처했다. 성공의 비결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며, 이색적인 육수나 재료 투입보다는 족발은 족발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족발 철학’도 덩달아 강조했다. 양 대표는 “튈 자신이 없으면 기본에 묵묵히 충실하자고 생각한 게 롱런의 이유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6. 전통과 현대의 공존 ‘성남 남한산성시장’

본격적인 여름이 온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지난 24일 성남 중원구는 내리쬐는 햇빛 속에 반소매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길가가 가득 차 있었다.그중에서도 특히 중원구 은행동 소재 남한산성시장은 시장 내부 좁은 골목을 들어가기 전부터 대로변에 가득 찬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시장 내부에는 옷 가게, 분식집, 반찬가게 등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들이 자리해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남한산성시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에서 불과 도보 5~15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지난 2013년부터 전통시장으로의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61개 회원점포를 보유한 데 이어 5천289㎡(1천600평) 규모의 부지까지 확보해 성남의 명품시장으로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 역사는 짧지만 발길을 유혹하는 매력이 있는 시장 남한산성시장은 지난 1988년께 ‘은행골목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연발생해 바로 옆에 있는 주상복합형 시장인 ‘은행시장’과 함께 은행동의 명소로 성장한 시장이다. 그러던 와중 지난 2014년부터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2013년 7월29일부터 시장상인회를 출범시켜 경기도시장상인연합회에 가입하는 등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장상인회 출범과 동시에 시장 이름도 남한산성시장으로 바꾸면서 방치된 시장이 아닌 체계가 갖춰진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5월부터 동서울대학과 전통시장의 특색 상품 브랜드를 발주하고자 막걸리 제조 사업을 시작해 공동마케팅에 들어간 상태다.아울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연계해 남한산성시장의 명품인 ‘은행빵’ 브랜드 발주와 지역 축제인 ‘은행골 축제’에 상인회가 참여해 유관기관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축제에서 남한산성시장 상인회는 2천 명분의 중식을 제공했고, 지난해에는 떡메치기 프로그램을 기획해 시민들이 직접 떡을 만들고 시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남한산성시장 축제를 기획해 걷기 및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해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만들었다. 당시 축제에서는 참가비 1천 원을 받아 불우이웃돕기에 전액 기부했으며, 참가비 1천 원을 지불한 참가자들에겐 3천 원어치 상당의 상인회 쿠폰을 제공해 시장상권 활성화에도 성공했다. 이만하면 남한산성을 방문한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는 시장이라 할 수 있겠다. ■ 시장 매력의 원동력은 ‘젊음’ 남한산성시장은 전통시장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20대 후반~40대 초반 연령대의 젊은 상인들이 시장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등 평균 연령이 굉장히 젊은 편이다. 젊은 상인들이 많은데다 이들의 상당수가 가업을 물려받은 케이스라 경험과 젊음 모두를 갖고 있는 케이스다. 시장 상인들의 연령대가 젊다 보니 앞서 말한 막걸리 및 은행빵 브랜드 발주 기획, 은행골ㆍ남한산성시장 축제 프로그램 등 타 시장과 비교해 파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해부터는 인근 학교와 연계해 직업체험 프로젝트에 나선다. 인근 학교인 상원여중(4개 반 110명)ㆍ숭신여중(85명)ㆍ도촌중(15명)ㆍ태평중(30명) 1학년생들에게 함께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 시장 상인으로서의 삶을 느끼고, 겪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조용준 상인회장(44ㆍ남한산성시장)은 “역사는 짧지만 젊음이라는 큰 장점이 있는 만큼 타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로 시민들의 발길을 시장으로 향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인터뷰] 조용준 남한산성시장 상인회장“젊은 시장, 젊은 상인 밑천 문화관광형 시장 도약 채비”“젊은 시장, 젊은 상인들과 함께하는 시장이라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의 발돋움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조용준 남한산성시장 상인회장은 향후 시장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하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기존 시장 상인회장들이 50~60대 연령인 점에 반해 조 회장은 아직 44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당초 시장 밖에서 예식사업을 하면서 주민자치위원회 감사를 맡았지만, 지난 2013년 7월 시장상인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일에 뛰어들게 됐다.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본인의 역량을 펼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제2대 남한산성시장 상인회장으로 당선된 조 회장은 동서울대, 소진공 등과 함께 공동마케팅 사업을 추진했으며, 각종 시장 관련 행사 기획도 모두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작품이다.뿐만 아니라 상인회 출범 당시 상인회실 마련이 마땅치 않자 본인의 약 120㎡(36평) 규모 사무실을 저가의 월세로 내줄 정도로 상인회 초창기 기반 다지기에 녹록한 공을 세운 이다.조 회장의 시선은 ‘문화관광형 시장으로의 발돋움’으로 향해있다. 남한산성과 거리가 가까운 점을 바탕으로 본인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20년 8월까지 관광객 유입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도심과 문화재의 경계선 상에 위치한 시장인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젊고 활기찬 콘셉트로 시장을 꾸릴 계획이다.조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직업체험 프로젝트나 각종 브랜드 공동마케팅 사업 외에도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다”며 “젊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시설현대화와 다양한 아이템 구축 등 어느 하나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먹거리를 찾아라우리시장 대표 맛집 “여기요, 여기~” ■ 워터에이징 기법으로 다듬어진 삼겹살 육즙도, 육질도 최고지난해 12월 남한산성시장에 입주한 은행돈은 다소 특별한 삼겹살을 선보이고 있다. ‘워터에이징’ 기법으로 삼겹살을 준비하는데, 고기를 24시간 내내 2℃짜리 소금물에 넣은 상태로 약간의 수압을 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삼겹살은 기존 삼겹살에 비해 피가 덜 빠져나가 영양과 육즙 모두 월등한 상태를 보인다.김인기 대표(43)와 아내 김혜진(39)씨는 지난 19년간 백화점 정육코너에서 고기를 다뤄온 ‘삼겹살 베테랑’들이다. 약 4년 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워터에이징 기법을 통해 이날도 고객들에게 양질의 삼겹살을 제공하고 있었다. ■ 부부가 만들어 낸 돈가스 천국. 직접 만든 매콤소스로 고객 잡는다이귀동(52)ㆍ고은아(44) 대표가 만드는 돈가스는 하루 1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방문할 정도로 남한산성시장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일본식 돈가스’를 표방하는 이들은 자체 생산한 소스에 적지 않은 양의 돈가스를 시식코너에 내놔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두툼한 돈가스가 무려 두 덩이나 시식코너에 올라와 있는 광경은 흔한 장면이 아닌 만큼 인심과 맛, 고객 모두를 사로잡은 점포라고 할 수 있겠다.이귀동고은아 대표는 “항상 질 좋은 재료, 착한 가격으로 서비스하겠다”고 말했다. ■ 24년 전통의 내공을 바탕으로 어묵 명가로 거듭나다‘어묵 업종 종사 40년 차’ 전동운 대표(60)가 24년째 본인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전동운 어묵’은 남한산성시장을 넘어 성남의 어묵명가로 거듭났다. 인기 메뉴인 날치알치즈 핫바와 홍게살 핫바를 비롯해 12종 어묵 가격은 무려 1천~2천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가격도 10여 년 전과 큰 차이가 없어 손님들은 가게를 찾을 때마다 향수를 느낄 정도다.전 대표는 “역사와 맛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 추억도 함께 담긴 가게로 거듭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권오탁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5. 30여년간 시민과 함께… 군포 ‘산본시장’

미세먼지가 몰아친 지난 18일 오후 1시께. 지하철 1호선 금정역 6번 출구 앞에는 저마다 일로 모인 사람들이 즐비해 장사진을 이뤘다. 6번 출구에서 3분가량을 걸으니 군포 산본시장 입구가 나왔다. 2개로 나뉜 산본시장 입구 앞에는 장을 보러 나온 이들이 물건을 사고팔면서 전통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시장 안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토속적인 분위기와 상인들의 삶이 어우러지고 있었다.산본시장은 30년이 넘는 역사와 별개로 인근 1㎞ 거리에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있어 매년 상권을 위협받고 있지만 특유의 내실과 개성 있는 콘셉트로 전통시장에 어울릴 법한 생존력을 보이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33년 전통시장을 표방한다 산본시장은 지난 1985년 상설시장으로 개설된 곳으로 대지면적은 1만 1천166㎡(약 3천378평)이며 매장면적은 6천451㎡(약 1천952평)다. 인근에 2천644가구나 입주해있는 삼성래미안하이어스 아파트단지가 있고 금정역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왕래해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일 평균 이용 고객 수가 1천500명이 넘고 203개 점포에 630여 명의 상인이 시장을 꾸려나가 지난 2016년 총 매출액이 366억 원을 웃도는 등 규모와 명성은 이미 검증됐다. 하지만 단순 역사와 규모만으로 네임밸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없었다.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장ㆍ상인ㆍ시민들이 어우르질 수 있던 것이 ‘롱런’의 비결이다. 현재 산본시장은 분기별로 특가판매행사로 손님맞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연 2회 경축세일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에는 ‘2017년 추석맞이 산본전통시장 어울림 축제’를 개최해 지역주민들과 추석을 맞이해 흥겨운 문화축제를 진행하는 등 ‘함께하는 전통시장’이라는 콘셉트가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깨끗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장 산본시장은 지난 2004년 자체 조합을 설립해 중소기업중앙회에 가입한 이력이 있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타 시장과 달리 시장 상인회가 아닌 ‘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 시장 운영에 나서고 있다. 당시 전통시장이 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하려면 조합을 설립하고 중기중앙회에 가입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현재도 중앙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산본시장은 이때를 기점으로 시설현대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게 됐다. 지난 2006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약 214억 원 규모의 아케이드를 설치한 데 이어 약 3억 원 규모의 고객지원센터도 구축해 위생과 상인ㆍ시민들의 편의를 모두 잡았다. 특히 전통시장의 최대 난제가 ‘위생’인 만큼 매년 연평균 5~6차례 실시하던 방역작업을 지난해부터 연 9차례로 늘렸으며, 시장 이사회와 임원들도 매달 대청소에 임하는 등 위생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노후화된 소방ㆍ전기시설을 전면교체하고 1억 5천만 원을 들여 화재감지기를 203개 점포에 모두 설치하는 등 안전 문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조도가 낮아 어둡던 시장을 173개의 LED 등을 설치해 분위기도 쇄신했다. 특히 지난 2011년 배송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2016년부터는 시 지원을 받아 오토바이와 자동차 각각 한 대를 이용해 시장 내 상인ㆍ시민을 위해 무료배송에 나서고 있다.김장곤 이사장(63ㆍ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은 “시장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곳”이라며 “상인들과 손님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시장 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인터뷰]김장곤 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시민과 함께하는 시장 현대화로 편리한 시장” “시민과 함께하는 시장 구축과 현대화 사업에 집중하겠다” 김장곤 이사장은 산본시장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원래 서울 가리봉동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했지만 지난 1987년 산본시장 탄생 초창기 때 입주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만큼 산본시장의 과거를 알고 현 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산본시장맨’이다. 지난해 4월6일자로 제5대 산본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LED 등 전면교체ㆍ노후화된 시설 교체ㆍ화재감지기 설치 등 현대화 작업에 착수했으며, 매년 4월 말에 열리는 철쭉축제행사기간에 경품 대잔치행사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향하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김 이사장의 남은 임기는 2년이다. 벌써 남은 2년 동안 시장의 발전 방안으로 청사진을 제시한 상황으로 주차시설 확충과 대로변 천막 정비 사업 등을 구상 중이다. 현재 산본시장은 시장 내에 이렇다 할 주차장이 없어 방문객들은 조합 사무실 뒤 편에 약 6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주차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가 인근에 있는 공간인데다 방치된 차량도 많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임기 내에 현대식 주차장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약 3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진행하는 특성화 첫걸음시장 육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인근 교통편이 좋고 인구밀집 단지에 30~40대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전통시장들은 최근 대형유통센터가 상권에 진입해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어 현대화 사업이 불가피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우리 시장만의 특색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을 넘어서 지역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가 풍성한 시장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권오탁기자명소·먹거리를 찾아라 ■‘소문난 반찬가게’…40~50개 반찬 종류에 양도 푸짐 산본시장의 명소 ‘산마루찬방’은 개점한 지 1년이 채 안 된 반찬가게지만 벌써 방문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나물과 장조림 등 40~50개 다양한 반찬들은 이종인(56), 허선희(53) 대표가 매일 새벽마다 원재료를 직접 납품받아 손수 만든 음식이다. 일 평균 150명 이상이 다녀가는데다 1인 가구와 아직 아이가 어린 가구에는 반찬을 한두 숟가락 더 얹어주는 인심까지 어우러져 있다. 아울러 허 대표가 직접 만든 식혜도 가게의 명품이라면 명품이다. 가격대도 4~5천 원으로 한번 사면 최소 하루 이틀은 먹을 수 있는 양이라 1인 가구가 많아진 요즘 시기엔 최고의 반찬가게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97년 처음 산본시장에 들어와 완구, 신발가게를 거쳐 지난해 여름부터 반찬가게를 차렸다. 아직 사업경력은 짧지만 같은 자리에서 20년 이상 산본시장을 지켜온 만큼 단골들도 많아 장사할 맛이 난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자가 함께 만드는 이색 어묵…매생이에 톳까지 가득 비록 체인점이지만 산본시장 내 ‘새벽길 빨간오뎅’은 독특한 개성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단순 어묵, 튀김 등 분식 판매가 아닌 매생이 어묵에 톳 어묵까지 수제로 만든 이색 제품들을 선보여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모자가 1년 반 째 영업하는 이 매장은 포장 고객만 하루평균 200명이 오가는 등 시장 내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혹시나 해물과 분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산본시장을 방문할 때 ‘새벽길 빨간오뎅’ 매장을 방문하도록 하자.권오탁 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4. 수원 남문로데오시장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흐려진 27일, 야외활동에 나선 시민들이 적을 법도 했지만 수원 남문로데오시장에는 점심 무렵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분주히 시장을 오가고 있었다. 수원 팔달구 중동사거리 부근부터 남문로데오시장 안까지 형형색색 산뜻한 옷차림으로 수놓은 인파는 새삼 봄이 왔음을 알려줬다. 남문로데오시장은 기존의 재래시장들과 차별화된 상가시장이다. 처음 본 사람들은 전통시장이 맞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지만 수원 시내에서 나름의 전통을 가진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지난 10~20년 전 수원 시내 상권의 중심지로 유명했던 장소라는 점에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역사를 이어나가고자 남문로데오시장 상인회와 상인들은 이날 하루도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였다. ■ 이질적이지만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 남문로데오시장은 일찌감치 현대화가 이뤄진 시장이다. 특유의 이질성에서 기인한 역사인데, 기존 재래시장과 달리 상가시장으로 출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 후반 수원 팔달구 소재 상가들이 밀집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당시에는 서울의 홍대, 명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원 시내 최대의 ‘젊음의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매산극장을 비롯해 시내 주요 극장들이 밀집됐고, 팔달산 데이트 코스를 비롯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수원시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시장이었다. 단순히 ‘젊음의 거리’라는 간판만으로 이런 역사를 유지할 수는 없었다. 팔달사와 수원 장로교회 등 종교기관들이 시장 인근에 있어 관광객 외에도 인근 주민들도 자주 찾아와 방문객 숫자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또 인근에 팔달문과 화성 행궁 등이 있어 전통ㆍ볼거리ㆍ현대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상황이다. 과거보다 기세가 꺾였다고 해도 남문로데오시장에 현재 267개 점포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상권 분리로 위기를 타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점은 사실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수원역 및 인계동 등에 유통상가들이 우후죽순 난입하면서 상권이 분리된 탓이다. 현재 수원시 상권은 수원역ㆍ인계동ㆍ영통ㆍ광교 등으로 분리된 상태다.이로 인해 현재 시장 내 267개 점포가 있다고 해도 과거 점포 수가 400~500여 개에 육박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 게다가 경기도청이 광교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어, 방문객들의 추가 이탈이 예상된다. 이에 남문로데오시장상인회는 현재 시장 특유의 이질성과 역사를 살리되, 관광객과 인근 주민 유입 방안으로 ‘문화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 전통을 품고 ‘문화시장’ 재도약 꿈꾼다 남문로데오시장이 재도약을 위해 선택한 방안은 시장의 주 콘셉트를 ‘문화시장’으로 잡은 것이다. 시장 내 상가들이 형성한 거리를 ‘문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벌써부터 갤러리와 아트홀 등을 설치했다. 또, 대한가수협회ㆍ무용협회 수원지부와의 연결을 통해 문화 공연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 인근에 야외 공연장과 화성행궁 등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가 많아 문화 공연을 열기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이다. 이어 흥이 넘치는 시장을 위해 ‘로데오 가요제’를 기획하고 있다. 과거부터 타 시장에 비해 젊은 층의 유입 비중이 높았던 남문로데오시장답게 젊은 층의 시장 진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할 방침이다. 이미 남문로데오시장상인회는 수원시, 수원문화재단, 기타 예술가 협회 등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시장의 재도약을 꿈꾸지만 전통을 배제하진 않을 생각이다. 화성행궁과 팔달문 등 주요 문화재들과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화성행궁의 노면전차 구간 확대 및 시장 인근 향교ㆍ종묘 등과 연계한 사업도 구상 중이다. 남문로데오시장 상인회 측은 “젊은 층 유입이 잦았던 시장답게 위기도 젊은 층 유입을 통해 극복하겠다”며 “K-POP 등 주류 문화뿐만 아니라 전통과 연관된 국악ㆍ문화재 관련 행사 등을 기획해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인터뷰]송봉수 남문로데오시장 상인회장“문화행사 등 볼거리 통해 손님 북적이는 시장 소망”송봉수 남문로데오시장 상인회장(61)은 끼가 넘치는 이다. 대한가수협회 수원지부장을 겸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마다 복지TV 사회자로 출연하는 등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재능을 자신만을 위해 쓰진 않는다. 주기적으로 서호노인복지회관에서 노래 수업을 진행하고, 시장 관련 크고 작은 행사에 진행자로 나서며 ‘재능기부’에도 열심이다.송 회장은 “전통시장이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문화행사 등을 통해 시장의 부흥을 다시 한번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이다. 벌써부터 시장에 있는 야외 공연장에서 무용협회ㆍ예술가 모임ㆍ수원문화재단 소속 국악단 등을 초청,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특히 행사 진행에 있어 전통시장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싶어 K-POP 공연 못지않게 국악 공연도 자주 개최할 방침이다. 이어 시장 인근 향교와 종묘 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 주기적으로 인력거ㆍ노면전차 행사를 기획해 관광객과 인근 주민들의 유입도 노리고 있다.단순 문화행사에만 치중해 시장 일에 소홀히 할 생각은 없다. 이미 도와 시에서 지원을 받아 차량 2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확보 사업을 확정지었고, 이를 인근 9개 시장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주차장에는 관광객 유입도 염두에 둬 승용차뿐만 아니라 관광버스 등도 주차 가능하게 했다. 전통시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주차장 확보 사업인 만큼 큰 짐을 덜었다는 평이다. 또, 간판 교체 사업 등도 예정돼 시장의 지속적인 현대화에 힘쓰고 있다.수원 팔달구 61년 토박이인 송 회장이 남문로데오시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애틋하다. 젊음의 거리를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16년부터 제4대 남문로데오시장상인회장을 맡아 현재에 이르렀다. 남은 임기는 1년, 가급적 본인의 임기 내에 문화행사와 기타 시장 발전 사업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에 이날도 동분서주하고 있었다.송 회장은 “남문로데오시장이 다시 한번 서로 어깨를 부딪치고 다닐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K-POP, 국악 공연 등 볼거리를 기획, 실행해 시장 부흥에 힘쓰겠다”고 밝혔다.권오탁기자명소·먹거리를 찾아라 ■ 문화시장의 아이콘 ‘아트홀’… 전국 전통시장 중 유일 수원 팔달구 행궁로 88번지 지하 1층에 위치한 남문로데오시장 아트홀은 지난 2016년에 세워진 소규모 오페라 하우스다. 약 662㎡(200평) 규모에 200석이 넘는 객석까지 보유해 뮤지컬ㆍ연극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다.전국 1천400여 개 전통시장 중 아트홀이 있는 시장은 남문로데오시장이 유일하다. 이미 문화체육관광협회 경기도지부에서 지난 20일 ‘2018 한ㆍ일 국제친선교류 사랑실은 노래열차’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을 정도로 시설ㆍ입지 모두 검증됐다. ■ 부산 아주머니 손맛 ‘해운대국밥’… 24년 내공 국밥에 담아내고명자 해운대국밥 대표(59)는 수원에 터를 잡은지 벌써 4년째다. 자녀교육 때문에 부산에서 올라오게 됐는데, 이미 지난 1994년부터 부산 해운대에서 소고기국밥과 선지국밥 등으로 유명세를 떨쳤다.일 평균 손님 100여 명이 방문하는 이유로 3천500~4천원 수준인 국밥 가격도 한몫했지만, 부산과 수원 모두에서 검증된 맛과 고 대표의 넉넉한 인심을 들 수 있다.콩나물과 무, 그리고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해운대국밥’은 이날도 손님들이 가게를 꽉 채워 고 대표의 손과 발이 쉴 틈 없이 움직였다. ■ 시장내 양식당 터줏대감 ‘하우드’… 맛있고 착한가격 고객사랑 여전전통시장이지만 비교적 현대화가 일찍 이뤄져 역사가 깊은 양식당도 있다. 지난 2002년에 개점한 ‘하우드’는 특유의 고르곤졸라ㆍ마르게리따 피자와 빠네 스파게티 등으로 남문로데오시장 단골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창 시장이 전성기를 맞았던 시절과 유통가 진입으로 분위기가 식었던 시절 모두를 함께했던 ‘베테랑’ 점포답게 시장에서도 입지가 굳건하다.수원에 살다가 지방으로 이사를 간 사람들이 종종 다시 수원에 올 때마다 들를 정도에 이르렀다. 화성행궁ㆍ수원역 등으로 상권이 분리된 이후 양식당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지만 하우드는 특유의 맛과 역사, 그리고 세트 1인분당 1만 3천 원 대에 불과한 가격으로 여전히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13. 50년 전통과 현대화 공존 ‘송탄시장’

올 겨울 혹독했던 한파가 물러날 조짐을 보인 지난 19일, 풀린 날씨 탓인지 평택 송탄시장엔 상인들이 저마다 입가에 웃음을 보이며 ‘장사삼매경’에 여념이 없었다.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 내부로 들어가기 전부터 약 500m 가량 상인들이 장사진을 이뤄 손님맞이 중이었고, 시장 내부엔 지난 2013년부터 진행된 현대화 사업의 영향으로 깔끔한 거리와 밝은 조명이 방문객들을 반겼다. 명절이 끝난 직후여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도 했지만 이날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적지 않아 상인들은 언제 휴업을 했었냐는 듯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 시설 현대화에도 전통 고스란히 간직 지난 1961년 개설된 송탄시장은 ‘아침시장’ 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1995년에 송북전통시장으로 개명한 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 송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지난 1950~1960년대 주한미군의 주둔으로 평택시 인구가 급증하자 현 송탄시장 자리를 중심으로 농산물 직거래가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됐다. 현재 평택시 인구는 지난 1월 기준 48만 2천여 명으로 이 중 외국인 주민은 2만 9천여 명으로 적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시장을 찾는 외국인도 많아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송탄시장의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시에서 3억 원을 지원받고 시장 상인회에서 1억 5천만 원을 들여 아케이드 설치 및 환경 개선에 나섰다. 일반적인 아케이드와 달리 반투명 아케이드를 설치해 시장에 충분한 태양광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고, 일방통행로에 CCTV를 설치해 ‘깔끔하지 않다’는 전통시장의 편견을 깼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3년간의 추진 끝에 주차장 확장 공사도 확정지었다. 당초 주차 가능 대수는 26대에 불과했으나, 오는 3월부터 확장 공사에 들어가 향후 약 60대까지 주차할 수 있게 됐다. 전통시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가 주차장 확보인 만큼 앞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더 많이 시장으로 이끌 수 있게 됐다. 현재 송탄시장의 규모는 1만 1천846㎡(약 3천584평)로 아케이드 밖에 자리 잡은 노점상들의 영역까지 포함하면 약 2만㎡(약 6천50평)로 140개 점포에 450명의 상인들이 자리 잡고 있어 향후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시장의 현대화에 집중했지만 그 이상 전통 유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이름을 송북전통시장으로 바꾼 지난 1995년부터 매달 마지막 숫자가 4와 9인 날마다 ‘송북장’이라는 이름의 5일장을 열어 손님맞이에 나선다. 당초 송북장이 열리게 된 배경이 판매 품목이 많지 않았던 지난 1990년대에 5일장 기간마다 판매 품목을 늘려 고객 편의를 도모한 것인 만큼, 판매 품목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인회 차원에서 버스킹 공연까지 섭외해 그날 만큼은 볼거리가 많은 시장을 만들고 있다. ■ 시장 콘셉트는 ‘1시장 1특색사업’ 송탄시장의 고객센터는 현대적이다. 1층에는 카페가 갖춰져 상인, 손님 누구나 방문해 따뜻한 커피와 웹서핑을 즐길 수 있으며, 2층에는 문화센터가 갖춰져 요리교실을 비롯해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시설만 현대적인 게 아니다. 다양한 시설에 이어 시장 콘셉트도 독특하게 정착시켜 나갈 방침이다. 상인회는 얼마 전 ‘1시장 1특색사업’을 시작했다. 송탄시장이 선택한 특색사업은 ‘정육사업’으로 소시지를 만들고 조리하는 법을 시민들에게 체험활동 형식으로 가르쳐 줄 계획이다.특히 송탄시장 인근엔 지난 2000년 폐교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와 진위천 등 야영지가 많아 이를 찾는 도민들이 많다. 상인회는 야영 시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만한 식재료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해 정육사업과 야영을 연결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원철재 회장(55ㆍ송탄시장상인회)은 “외적인 현대화 이외에도 내적인 현대화까지 이뤄나가겠다” 면서도 “현대화 과정에서도 시장의 전통 유지 방안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탁기자 [인터뷰]원철재 송탄시장상인회장“전통시장·소상공인 상생의 장 최선”원철재 회장(55)은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제 18대 송탄시장상인회장에 오른데 이어 경기도 소상공인연합회 평택지회장까지 겸하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에서는 유일무이한 인물이다.과거 건축 설계 일을 하다 큰 형의 일을 돕기 위해 지난 1996년 평택으로 이사 온 후, 매년 상인회 간부를 맡으며 내실을 다져왔고 상인회장에 오른 이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지난 2013년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중 시장 간판을 바꿀 때도 20~30대 느낌이 나는 익살맞은 글자체로 써진 간판을 설치했고, 고객센터 2층에 문화교실을 설치해 송탄시장을 ‘볼 거리가 많은 시장’으로 만들었다. 사업 기간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로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아 응급실까지 갔던 악몽도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화 사업 이외에도 ‘엮어주기’ 행사를 진행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 간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송탄시장상인회장과 소상공인연합회 평택지회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그 역할 모두를 충실히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원 회장은 “최근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 모두 어려움에 빠졌는데, 이를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현대화와 전통유지 모두에 힘쓰겠다” 며 “시장 아케이드 밖에 방치된 상인들도 하루 빨리 시장 안에 유입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이라고 밝혔다.권오탁기자먹거리를 찾아라 ■ 모녀가 함께 지글지글 생선구이 ‘연경식당’지난해 8월 입점해 생선구이와 갈치조림 등을 선보이는 가게로 다소 경력이 짧아 보이지만 시장 밖에서 근 10년에 가까운 내공을 쌓아온 곳이다. 어머니 김선혜씨(58)가 생선을 조리하고 구우면 딸 남교희씨(34)가 손님들에게 나르는 광경은 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제법 익숙하다.인근 지역에 공사가 많은데다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방문하는데, 연경식당의 생선 요리를 한번도 먹지 않은 손님은 있어도 한번 밖에 먹지 않은 손님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력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 노부부 맛의 노하우 결정체 ‘소문난잔치국수’남편 김영구씨(70)는 애처가다. 박순자 대표(64)가 홀로 전을 부치고 국수를 차려 손님들에게 나르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가게로 출근했다. 남편의 사랑을 담아 박 대표가 부친 전은 이날 유독 달았다.소문난잔치국수의 전, 국수 메뉴는 3천~4천원 대로 타 식당과 비교해 2~3천 원 가량 싸다. 15년 노하우가 담긴 김치전과 온국수를 동시에 주문해도 8천원이 채 안되는 셈. 박리다매가 ‘사훈’이라는 박 대표는 “전통시장에 이런 곳이 있어야 사람들이 많이 오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 근로자들 김치찌개 엄치 척! ‘대박식당’사계절 내내 시장 인근 근로자들이 찾는 집이 있다. ‘대박식당’의 주 메뉴는 여름엔 열무국수, 겨울엔 갈치찜과 김치찌개로 가격대도 6천원이 채 안돼 점심시간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주 메뉴 외에도 두부김치나 계란말이도 소문이 자자해 5명 이상 무리지어 오는 손님들은 기본 메뉴에 계란말이를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박경순 대표(65)는 시장에 들어온 지는 6년이 채 안됐지만, 과거 평택터미널 인근에서 호프집만 10년 이상을 한 ‘베테랑’이다. 손님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과 함께 이날도 점심용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여념이 없었다.권오탁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9. 변화의 새바람 ‘하남 신장전통시장’

9. 변화의 새바람 ‘하남 신장전통시장’■ 현대적 시설… 편리한 장보기 지난 27일 정오께 하남 신장전통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 자 깨끗한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골목 사이로 벌써 장을 보기 위한 손님들의 발걸음이 바빴다. 시장에 들어서니 떡 집, 전집, 손두부 가게, 과일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손님맞 이에 분주했다. 깔끔한 간판에 아케이드 설치된 시장 공간 에서는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카트가 종종 보인다. 간 판은 가지런히 정돈돼 통일된 글씨체로 상호를 알린다. 손님 들이 한눈에 보기 쉽게, 미관을 위해 간판 제작을 했다. 이런 하남 신장시장의 역사는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 라간다. 1956년 최병진 면장이 신장동 427번지에 5일 상설 시장을 공영시장으로 개설해 광주장 다음 날 덕소로 가던 상인들이 이곳에서 장을 보도록 하고 난 이후 시장이 본격 적으로 열렸다. 과거의 역사는 찬란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5일 시장 장터는 상설시장화하 고, 현대식 건물을 지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천막시장과 5 일장을 확대하면서 광주 일대와 양평, 서울의 강동지역 주민 들까지도 신장시장 5일장을 보러올 만큼 성황을 이뤘다. 현재는 점포 120개 규모의 작은 시장. 하지만, 인근 주민 과 하남시민이 애용하는 전통시장이자 상인들의 생활터전 이다. 시장에는 명물로 꼽히는 구역이 있다. 바로 떡 가게 점 포와 두부 가게들이다. 경기떡집, 중앙떡집, 성산떡집 등 떡 가게 8곳이 밀집해 있어 명절만 되면 이곳은 떡을 사러 오 는 이들로 장사진이 펼쳐진다. 즉석 두부 가게도 신장시장 의 명물이다. 총 4곳의 신장시장 두부가게에서는 주인장들 이 가게 안에서 직접 따끈따끈하게 두부를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두부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토종 된장과 청국 장 등 재래음식도 다양하게 제공한다. ■ 대형마트에 맞서기 위해 ‘승부수’ 찬란한 과거에도 신장시장은 세 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맞아 야 했다. 2000년 초 신장시장에서 불과 30m 거리에 SSM 슈퍼가 들어서면서 상인들은 3년간 개점 반대를 하는 등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또 인근 에 또 다른 SSM이 들어섰고, 대형마트 등이 줄줄이 문을 열었다. 올 초에는 대규모 쇼핑몰까지 하남시에 오픈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신장시장 상인들은 시대의 변 화에 맞춰 변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형유통업체와 경쟁을 하며 스스로 변화하기로 했다. 고객이 찾는 전통시 장을 만들려면 편리함은 물론 매력적인 전통시장으로 변 모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지난 2003년에는 100여 대의 차량이 동 시에 주차할 수 있는 지상 4층짜리 주차 장을 열었고, 고 객을 위한 무료 배달 서비스 와 편의시설 을 확충해 왔다. 무료 배달 서비스는 대형마트처럼 고객이 일정금액 이상 물 품을 사면,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하루에 60건가량 접수될 만큼 많은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카트도 20여 대 비치해 고객들이 편리하게 장 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신장시장만의 공통 봉투를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며 발전해 나가는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고객불만 신고접수 센터 를 운영해 고객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귀담아들어 상인 들에게 전달한다. 버스킹 공연을 주말마다 열어 주민과 함 께 호응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 문화관광형시장으로 더 큰 발돋움 신장시장은 이제 고객과 함께하는 지역의 명물이 되고 자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 정돼 올해부터 3년간 변신을 시작한다. 우선 시장 아케이 드 아래에 원두막 카페를 지어 상인 동아리 행사와 각종 문화행사, 미술 전시 등을 진행해 볼거리가 풍부한 시장으 로 만들 예정이다. 야식만만 푸드코너는 더욱 활성화한다. 2014년부터 골목형 시장 사업으로 진행한 야식만만 푸드 코너는 가게가 없는 공간을 활용해 마차 10대를 설치, 80m 거리에 다양한 음식 등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옛날통닭, 어묵, 토스트 등을 판매하며 시장의 또 다른 명 물로 자리 잡고 있다. 본격적인 활성화를 위해 야시장에서 판매할 셀러들을 현재 모집 중으로 다양하고 색다른 맛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기존의 먹거리 장터 이 외에 신장시 장에 밀집한 떡집과 두부가게 등도 특화 브랜드로 만들어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고객의 발걸음을 시장으로 이끌 수 있는 상품도 꾸준히 발굴할 예정이다. 시장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자 컬러 마케팅도 진행한 다. 신장시장의 공통 비닐봉투와 시장의 마스코트에 색을 입혀 활기찬 이미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은수 신장전통시장 상인회장은 “고객이 불편하지 않 고, 쾌적한 환경에서 장을 볼 수 있도록 상인회를 비롯해 상인 등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하남시의 전통 있 는 시장으로 대형유통업체의 진출에도 변신을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고객을 위한 의미 있는 시장 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라 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 친절한 시장에 더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볼거리도 다양 하게 준비하겠다. 많은 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 부했다. 정자연기자어디까지 가봤니?쌀쌀한 날씨 제격… 소문난 맛집 3選 ▲ 하남순대국집 ■ 뜨끈한 국물과 시원한 깍두기… 하남순대국집 점심때가 다가오면 일찌 감치 길게 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하남순대국집 은 신장시장에서 문을 연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밥집 주인의 일 품인 솜씨와 구수한 인심 이 더해져 언제나 사람들 로 가득하다. 장을 보러 온 손님뿐만 아니라 인근 직장인들도 많이 찾 는 맛집이다. 구수한 육수 맛과 누린내가 나지 않는 고기맛이 일품. 맛 에는 비법이 있다. 새벽 3시부터 문을 열어 육수를 끓이고, 직접 만든 토종 순대로 순댓국을 끓인다. 시원한 깍두기 맛도 좋다. 가격은 순댓국 밥 6천 원, 찰순대 5천 원, 토종 순대 8천 원이다. 밥과 육수는 양이 부족 하면 마음껏 준다. 작은 점포에서 옹기종기 사람들과 앉아 따끈한 순 댓국을 먹으며 배를 든든히 채우고 장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옛날통닭 ■ 저렴하고 고소한 맛 일품… 옛날통닭 가게가 없는 공간을 활 용해서 만든 신장시장 야 식만만 푸드코너에서 운 영 중인 통닭집이다. 옛날 방식으로 튀긴 통닭이 한 마리에 6천 원, 두 마리에 1만 원으로 저렴하다. 시 장을 찾은 손님들이 하나 둘 맛을 보며 소문이 나 하루에 닭 150여 마리가 판매된다. 주말에는 250마리가 팔릴 만큼 인기다. 운영은 밤 10시 30분까지 한다. 고객을 위한 주인의 배려도 돋보인다. 마차에 작은 난로를 달아 닭이 튀겨지 는 동안 따스하게 추위를 녹일 수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닭을 매일 갈 아 사용한 콩기름으로 튀겨내 바삭바삭하고, 닭 고유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미리 전화로 예약주문을 하면 기다리는 시간을 단축 할 수 있다. 연락처는 옛날통닭집을 찾아 현수막을 보면 큼지막하게 써져 있다. ▲ OK!토스트 ■ 간단하게 한끼 해결… OK! 토스트 야식만만 코너에 문을 연 토스트 가게다. 간편하 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 식 사를 마칠 수 있다. 신선 한 계란과 햄을 살짝 익혀 주고 노릇하게 구워낸 식 빵에 특제소스와 계란 지 단, 피클을 올린다. 이 위 에 햄과 특제 소스를 다시 올리면 완성. 이곳의 비밀은 특제소스다. 토 스트 중간에 뿌려주는 특제소스는 OK! 토스트 사장이 다년간 연구 해 만든 맛이라고. 여러 건강 재료가 합쳐진 맛에 달콤함까지 어우러 졌다. 햄버거 토스트는 3천500원, 햄야채 토스트는 2천500원이다.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정자연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8. 소박하고 알찬 의왕 ‘부곡도깨비시장’

화려하진 않지만, 치열한 삶의 현장이 펼쳐지고 생기가 돋아나는 곳, 바로 전통시장이다.햇살 좋은 어느 가을날, 의왕역에서 나와 조금 앞으로 걷다 보니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제법 귀여운 어린 도깨비가 ‘부곡도깨비시장’으로 가는 일을 안내하고 있었다.시장 안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부터 반찬거리를 사러 온 주부들, 인근 회사원, 학생 등으로 북적였다.이곳은 인근에서 농사짓던 이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잠깐씩 모여 장을 열고 흩어졌던 데서 시장의 이름이 유래한 의왕부곡도깨비시장이다.지난 2014년, 재래시장으로 등록한 의왕시의 유일한 시장이기도 하다. 의왕부곡도깨비시장은 이제 지역민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없는 게 없는 소박하고 알찬 도깨비시장 부곡도깨비시장은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주위에 농사짓는 이들이 잠깐잠깐 모여 장을 벌렸던 곳이다. 철도 관사 지역에 900여 가구가 있었는데 잠깐 다녀가는 인구가 늘면서 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의왕시에 재래시장이 있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난 2014년 11월, 공식적으로 부곡도깨비시장이 재래시장으로 출범했고, 상인회가 공식 등록을 하게 됐다. 시장에 들어서면 귀여운 도깨비가 반길 뿐만 아니라 곱게 포장된 도로와 아기자기한 간판들이 눈을 끈다. 시장 위를 보면 도깨비 그림이 그려진 등불이 달렸다. 저녁이면 어둑어둑한 시장이 아닌, 은은한 불빛이 비쳐 낭만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 모두 시장환경개선 사업으로 구축된 것으로 전통시장이면서도 현대식의 세련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점포 수는 100여 개 밖에 안 되지만 없는 게 없는 만물시장이다. 4개 구역에 99개의 점포가 입주한 시장엔 먹거리를 비롯해 부동산, 약국 등 인근주민들에게 필요한 점포들이 줄줄이 있다. 상당수가 생필품 및 기본 식자재를 주 판매상품이다. 음식업 40%, 의류ㆍ건강ㆍ야채류 10%, 안경ㆍ휴대전화ㆍ서점 등이 25%를 이룬다. 오토바이 가게와 방앗간, 두부가게 등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품질 좋고, 저렴한 가격…인근 관광단지와 연계한 시너지 기대도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시장이다 보니 지역민들의 사랑도 애틋하다. 이 날 다섯 살 난 아들의 손을 잡고 시장을 찾은 김영현 씨(42)는 “농산물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맛집도 많아 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의왕 유일의 시장인 만큼 거의 매일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 역시 지역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터전을 꾸려나간다. 지역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실버 음악회를 열 때 100여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으며, 올 추석 명절 하루 전엔 음악회 열어서 지역민과 즐거움 잔치를 벌였다.인구 15만 명의 작은 소도시이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을 판매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수원, 군포 등 인근 도시민들이 찾는 일도 많다. 시장을 방문할 때 가장 큰 부담인 주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장에 있는 롯데마트와의 상생협약으로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다. 오는 2019년께는 독립된 시장의 주차장도 완공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관광을 즐기러 왔다가 푸짐한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는 시장을 들러보면 더욱 좋을 듯하다. 맛집과 볼거리가 많아 주변에 철도박물관, 백운저수지, 레일바이크 등 관광지를 보고 나서 가족단위로 놀러 온 고객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김재완 의왕부곡도깨비시장 상인 회장은 “아직 규모가 작고,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단계이지만 고객과 상인, 지역민이 만족하는 시장을 만들어나가려고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면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인터뷰] 김재완 부곡도깨비시장 상인회 회장 “관광 어우러진 시장으로… 의왕 특수성 살릴 것”“온정과 낭만이 넘치는 전통 장터입니다. 전통시장의 정과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즐거움도 있으니 많이들 찾아주시길 바랍니다.”김재완 부곡도깨비시장상인회 회장(60)은 부곡도깨비시장이 형성 되기 이전부터 이곳을 지켜왔다. 쌀 가게, 컴퓨터ㆍ전자제품 판매 등 업종은 바꿨지만 이곳을 뜨지 않았다. “시장에 왔을 때 아무것도 형성돼 있지 않았지만, 촌스러운 느낌과 상인들의 정에 이곳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는 김 회장의 말처럼 시장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이곳 상인 간에 끈끈한 정이 넘쳤다.의왕부곡도깨비시장이 재래시장으로 등록하려고 절차를 밟을 때 가장 전면에 나선 것도 김 회장이었다. 의왕시에 인정받은 재래시장이 하나 없다 보니, 지역의 전통시장 설립이 시급했다. 제대로 된 시장을 만들어보고자 얼떨결에 임시로 맡았던 상인회장직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돌아왔다. 2014년 재래시장으로 공식적으로 등록하다 보니 해야 할 것도 많았다. 갖춰지지 않은 시장에 상인들은 물론 의왕시 관계자, 경기도 등과 힘을 합쳐 시장 콘셉트를 하나씩 구축했고, 각종 사업을 신청하며 모양새를 만들어나갔다. 지난해 당시 중소기업청의 골목형 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돼 고객 지원센터를 신축하고, 시장 홈페이지 등을 제작했다. 스마트 화재 감지기도 올해 전국 최초로 설치했다. 화재 발생이 감지되면 즉각 의왕소방서로 연락이 가 화재가 즉각 대비할 수 있게 했다. 또 낭만 있는 시장으로 만들고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자 시장에 LED 등을 달았다. 저녁만 되면 어둑어둑했던 시장은 이제 은은한 불빛이 비쳐 낭만이 있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김 회장은 “부곡도깨비 시장은 재래시장으로 공식 인정을 받기 전부터 상인들 스스로 장터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곳”이라며 “상인대학을 열고, 선진시장을 견학하며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찾아나섰다. 또 문화공연, 아름다운 간판 거리 조성, 세일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부곡도깨비 시장의 존재감을 새롭게 심어주고자 노력했다”고 자부했다. 김 회장의 꿈은 크다. 의왕시의 특수성을 살려 더욱 발전하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거다. 편리한 교통과 레일 바이크라는 확실한 관광요소 등을 앞세워 관광과 어우러지는 시장으로, 또 관광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요인을 찾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목표도 세웠다. 김 회장은 “작은 시장이지만, 없을 것 없고 있을 것은 다 있는 알찬 시장”이라며 “착한 상인들이 고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시장인 만큼 많이 방문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도깨비시장 명소를 찾아라시장입구 로또 명당… 왕족발·만두 깊은 맛 유혹 장터에 나왔다면, 맛있는 냄새로 유혹하는 먹거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괜찮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울 수 있는 시장 내 맛집을 알아봤다. ■ 25년 전통의 ‘곰만두’, 만두와 토속음식의 콜라보 25년 전부터 곰만두는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줬다. 만둣국, 떡 만둣국 등 만두를 주재료로 한 메뉴들 이 외에도 칼국수나 떡국 등 토속 음식을 선보인다. 교회 · 아파트 단지 · 상가 사이에 있어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소문이 퍼진 만큼 단골들이 여전히 북적인다. 주인이 직접 손으로 빚어내 놓는 만두는 만두피가 푸짐해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만둣국의 육수도 그야말로 일품이라는 평이 중론이다. ■ 착한 가격, 착한 맛…양도 푸짐한 ‘우리닭강정’ 컵, 박스 등 다양한 크기의 용기에 달콤한 짭조름한 닭강정을 담아 판다. 닭강정 뿐만 아니라 옛날 통닭이나 닭똥집 등도 선보이는데, 가격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옛날 통닭은 한 마리에 6천 원, 두 마리를 사면 1만 1천 원이다. 양도 푸짐하다. 닭강정은 달콤 · 매콤 · 데리야끼 · 후라이드 · 새우 · 똥집으로 6개 종류가 있다. 가격은 가게가 처음으로 문을 연 지난 2011년 가격 그대로다. 가게를 꾸준히 찾는 손님들의 성원에 보담하고자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 깊은맛 품은 ‘개성 왕족발’ 5년 전부터 족발집을 시작한 ‘개성 왕족발’은 남다른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찜통이 가게밖에 있고, ‘소’자 사이즈를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찜통을 가게 안에 놓고 족발을 사이즈 별로 미리 썰어놓는 것이 시간, 금전적인 측면에선 이득이다. 하지만, 찜통에서 바로 꺼낸 족발을 고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썰어 포장해주는 게 맛을 더하지 않겠느냐는 게 개성 왕족발 사장님의 지론이다. ■ 2대가 함께 ‘진미 왕만두’ 한대운 씨(62)는 15년째 진미 왕만두에서 왕만두와 찐빵을 빚고 있다. 가게는 한 씨의 아내와 아들, 딸 등이 함께 운영을 돕고 있다. 2대가 어우러진 진미 왕만두에 들어서면 정겨운 가격표가 눈에 띈다. 왕만두 6개에 4천 원, 고기 · 김치만두 10개에 3천 원, 찐빵 3개에 2천 원, 도넛 5개에 2천 원이다. 이마저도 가게를 찾은 단골들이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느냐”며 오히려 가격 인상을 요구해 얼마 전 올린 가격이라고 한다. ■ 행운을 드려요~ ‘로또 명당’ 시장을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서면 행운의 장소를 볼 수 있다. 바로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왔던 행운의 판매점 로또명당이다. 1등 당첨자가 두 번이나 나온 이곳엔 행운을 찾으러 온 이들과, 이곳을 운영하는 김재완 부곡도깨비시장 상인회장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러 온 손님과 상인 등이 항상 몰려든다. 명당의 기운을 받아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보는 것도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다. 정자연ㆍ권오탁기자

[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⑧ 역사와 문화, 그리고 情이 가득… 화성발안만세시장

가을의 하늘이 푸른 지난 19일, 화성시 향남읍 발안천 앞엔 ‘3ㆍ1 만세로’라고 적힌 주소 표지판이 위치를 알렸다. 주소판이 알려준 곳으로 눈을 돌리니 발안천 다리를 따라 수십 개의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곳은 화성시 발안천변에 있는 화성발안만세시장이다. 만세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민족 최고의 장터에서 항일 만세운동의 중심지로, 세월이 흘러 쇠퇴기를 맞았던 발안만세시장은 요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역사는 물론 사람과 문화, 책의 향기가 피어나며 사람이 다시 몰려드는 시장이 그것이다. 화성발안만세시장이 새롭게 펼쳐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봤다. ■ 만세 운동의 상징적인 장터… 역사적 이야기 ‘풍성’ 일제 강점기 시절 만세운동이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이곳은 수원과 오산을 걸어서 오가던 시절 농산물과 공산품 등 물물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장터 중 하나였다. 이후에도 북적북적한 장터를 형성하고, 1990년대 말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곳 역시 변화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장 주변에 하나 둘 대형마트가 입점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시장에 몰리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하지만, 2013년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지원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장에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바로 주민, 관광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다. 시장을 변화시키려는 상인들과 상인회, 지역민들은 힘을 합쳤다. 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는 어린이, 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한글교실과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멋스러운 분위기의 발안만세시장 고객지원센터는 1층 공연장과 주차장, 2층 갤러리터 만세카페, 3층 사무실, 4층 교육장 옥상 어벤져스 4D체험장 등이 설치돼 있다. 상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인 셈이다. 만세 카페는 화성시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지역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평일엔 바리스타와 캘리그래피 교육도 진행한다. 젊은 여성들과 예술인들이 찾아오니 시장이 활기를 찾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사업을 통해 고객 유입은 35%, 매출은 평균 25% 상승했다. ■ 시골 장터와 현대적 감각의 점포… 다문화·예술도 공존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발안만세시장은 여전히 화성시 서남부 5개 읍ㆍ면의 생활중심 터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260여 곳의 점포가 있는 상설시장과 매달 5ㆍ10일 오일장이 열려 전통 장터의 느낌과 현대적인 시장의 모습을 모두 갖췄다. 5일 장날이면 번화가 같은 시장은 농촌냄새 나는 장터로 변한다. 각양각색의 물건 파는 사람과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들이려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흥겹다. 농촌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각종 기구부터 세련된 간판의 귀금속 가게, 옷 가게, 다양한 맛집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주변에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글로벌 마켓의 역할도 한다. 주말엔 장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80%가 다문화가정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인도 등 국적도 다양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외국 식당도 많다. 역사와 예술, 문화, 글로벌, 장터.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섯 단어는 기막힌 조합을 이루며 화성발안만세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interview 이효정 화성발안만세시장 상인회장2011년부터 상인회장을 맡은 이효정 회장은 장사꾼 같지 않다. 백발의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 온화한 표정과 말투는 시인 같기도 하다. 30여 년째 발안만세시장에서 자리 잡은 이 회장은 시장을 자신처럼 바꿔나가고 있다. 역사가 있던 시장에 이야기를 다시 입히고, 생동감을 넣어 찾고 싶은 시장으로 다시 만드는 중이다.기반 시설이 하나 없던 시장에 하나 둘 시설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열정에서 시작됐다. 그는 “시장상인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서 하자는 데 모두 뜻이 맞았다”면서 “시장만이 가진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사람들이 찾는 시장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장직에 오른 후 그는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에 도전해 시장에 기반시설이 하나씩 채워지도록 했다. 이 회장을 비롯해 시장상인회 임원들은 화성발안만세시장만의 역사와 매력, 상인회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렸고 한 차례 탈락 이후 드디어 사업에 발탁돼 지원받게 됐다.이 회장은 “무엇보다 지역시장인 만큼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그들과 마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힘을 실었다”면서 “단순히 판매를 하고, 매출을 올리는 시장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의 터전이자 공간으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이 많은 점을 활용해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열고,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이렇다 보니 오히려 행정의 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 시장상인회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중ㆍ주말에는 외국인과 소통을 위해 외국인ㆍ다문화와 관련된 센터가 근무한다. 또 치안을 우려하는 주민을 위해 자체적으로 사각지대에 CCTV를 설치해 우려를 덜었고, 외국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했다.상인회는 상인, 주민 간의 소통이 돈을 버는 길이라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시장 상인들은 물론 주민과도 소통하고, 서로 이해해야 단합이 잘 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시장 상인회와 상인, 지역 주민이 함께 화성발안만세시장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시장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소통의 시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화성발안만세시장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는 시장,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시장”이라며 “전통시장 구성원들이 노력할 테니 지자체와 국가에서 제도적 지원, 지역주민들과 많은 분의 성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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