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133일 동안 단 1건의 법안도 처리 못해

제20대 국회가 개원된 지 벌써 4개월 반이 되어 가고 있다. 지난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제20대 국회는 4·13총선에서 협치를 하라고 유권자들로부터 엄한 명령을 받았다. 총선 직후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개원이 되면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면책 특권,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일을 하지 않으면 세비까지 반납하겠다고 요란하게 큰소리로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133일 지난 현재 국회 성적표는 너무도 초라하여 이런 국회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고 있다. 지난 4개월 반 동안 국회가 한 일이라고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원구성과 추가경정예산의 통과가 전부이다. 수차례 임시 국회가 개최되었지만 국민들에게 기억되는 의정활동은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 파동, 김재수 장관 해임안 가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 국정감사 파행 운영 등과 같은 협치 아닌 여야가 서로 싸움만 하는 난장판 국회만 연상하게 된다. 지난 10월 3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총2천564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의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일부 검토된 법안으로 해당 상임위가 법안 심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통과든 폐기든 처리될 수 있음에도 현재까지 그대로 낮잠을 자고 있다. 제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는 제19대 국회보다도 법안 처리 실적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19대 국회의 경우, 비슷한 기간, 최소 3건이 법안이 통과된 실적이 있는데, 현재는 그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약 9%는 단 한 건의 법안도 발의하지 않았으니, 4개월 반 동안 무슨 의정활동을 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정활동은 입후보자 시절 전혀 준비하지 않고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만 몰두했단 말인가. 물론 과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명목으로 건수 채우기 위하여 ‘재탕 삼탕’식으로 적당히 수정하여 보여주기 식의 법안 제출도 상당수 있어 이런 잘못된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가 이번 처음은 아니다. 예로 제13대 국회도 여소야대 국회였지만 당시 4당 원내 총무들이 협치 정신을 발휘, 헌법재판소 설치 같은 중요 쟁점 법안을 처리했는데, 30년이 지난 제20대 국회는 발전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니, 국민들로부터 더욱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정감사도 곧 마무리된다. 앞으로 국회는 새해예산심의 등 여러 가지 중요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 불임국회는 안 된다. 내년 대통령 선거만 의식,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쟁만 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협치 정신을 발휘, 오늘부터 밤늦게까지 불을 켜서라도 민생관련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사설] 역사적 행사 뒤에는 위대한 시민이 있었다

위대한 시민이 보여준 역사적 행사였다. 220년 전(1895년) 정조대왕의 화성(華城) 능행차가 감동적으로 재현됐다. 이어진 전체 행사 길이만도 기록적이다.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 연무대에 이르는 총 47.6㎞에서 개최됐다. 한강 위로는 정조대왕 행렬이 건넜던 배다리가 재현했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거의 모든 행사의 단위는 시군이다. 심지어 같은 행사가 시군별로 쪼개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지역과 행정구역을 초월해 이뤄졌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억하려는 건 감동적인 시민 정신이다. 행사 첫날의 주인공은 서울시민이었다. 창덕궁에서 노들섬에 이르는 10.39㎞였다. 연도에 늘어선 수많은 서울시민이 처음 접하는 행렬을 환영했다. 뜻밖에 역사적 행사를 목격하게 된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했다. 시민들은 교통 불편함을 불평 없이 감수했다. 참여 인원 가운데 100여명은 자율적으로 사전 모집에 의해 참여한 시민들이었다. 본 행사가 벌어진 노들섬에는 서울시민들이 직접 마련한 먹거리를 관광객들에게 나눠줬다. 둘째 날 보여준 안양, 의왕시민의 모습도 훌륭했다. 안양역에서는 정조 맞이 국악 한마당, 격쟁 등의 행사가 치러졌다. 만성적 교통체증으로 행사 개최가 쉽지 않은 구간이었다. 하지만, 안양시민들은 행사 내내 성숙한 모습으로 행사를 보호했다. 의왕시 기업은행 사거리에서의 행사도 감명 깊었다. 남사당놀이와 사미의식 등을 통해 역사 교육의 현장 삼으려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두 지역 시민 모두 처음 참여하는 행사였음에도 질서와 참여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구간인 수원에서의 시민의식은 절정에 달했다. 수원 구간 대로변에는 수천개의 등이 설치됐다. 수원시민들이 1만~30만원까지 부담하며 직접 참여한 징표였다. 행사를 따르는 시민 행렬도 장관을 연출했다. 수원 장안문에서 연무대는 행사 행렬을 함께 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부 구간의 교통은 전면 통제됐다. 하지만, 행사 기간중 질서는 완벽에 가까웠다. 특히 수만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행렬을 따르며 연출한 모습은 시민 주도 행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부족한 부분은 있었다. 처음 참여한 서울 구간에서의 준비 부족이 있었다. 배다리의 재현은 현실적 한계로 군(軍) 시설로 대치해야 했다. 무엇보다 화성시가 빠진 점은 크나큰 아쉬움이다. 능행차의 화룡점정이라 할 화성 구간이 빠졌다. 그 원인과 책임은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는 위대한 시민이 만든 역사적 행사라는 기록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행렬을 따르던 시민, 행렬을 격려하던 시민, 교통 불편을 감내하던 시민, 자원 봉사에 희생을 감당하던 시민이 모두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진정한 지역 행사는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행사다. 이 평범하지만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교훈을 분명히 아로새긴 ‘2016 정조대왕 능행차’였다. 2017년에도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모 다큐멘터리의 제목처럼 ‘지상 최대의 정조대왕 능행차’가 되기 바란다.

[지지대] 정년없는 가사노동

결혼한 여성들에게 여행은 가사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남이 차려주는 밥상은 다 맛있다’며, 밥상을 챙기지 않는 그 자체로 행복해 한다. 추석이나 설 명절에 겪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고된 가사노동이다. 몇박 며칠 명절음식과 설거지, 청소 등 가사노동에 시달리다 보면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황폐해져 부부간 갈등이 극심해지고, 이혼으로 치닫기도 한다. 최근까지도 가사노동은 사회학자들에 의해 노동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사회학적 성차별주의 때문이다. 남성 사회학자들에게 있어 가사노동은 노동이 아닌, 그들이 남편으로서 받을 권리가 있는 서비스라고 봤다. 가정주부는 ‘경제적으로 비활동적인 사람’으로 정의됐다. 결혼을 하면 여성은 가정주부가 된다. 결혼과 함께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담분야가 된다. 어떤 남편들은 가끔 ‘협조’도 하지만 이것은 선물로 간주됐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가정’이란 전통적인 성역할이 고정돼 있어서다. 시대가 변하면서 가사노동의 기계화, 가정의 민주화, 가사노동의 사회화 등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가사노동에 드는 노력과 시간이 점차 감소됐다. 가사노동이 재평가되고 가사노동이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도 확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사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되고 경제활동이 늘어났어도 가사노동의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직장을 다녀도, 은퇴를 해도 마찬가지다. 주부들의 가사노동은 정년이 없는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일본의 한 출판사가 설문조사한 결과, ‘아내에게 정년이 있느냐’는 질문에 92%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럼, 아내의 정년은 언제인가라는 것인데 가장 많은 답이 ‘남편이 사망했을 때’였다. 부부는 남편이 퇴직한 후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남성은 은퇴해 집에 돌아온 순간부터 정년 이후의 삶을 사는 반면 아내는 여전히 현역이다. 퇴임 후 일터가 없어진 남편이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집에서 먹기도 한다. 매번 밥상을 차려야 하는 아내는 가사 업무량이 더 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는 일 없이 티비 보고 신문 보고 밥 먹는 남편이 미워지기도 한다. 부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가사노동을 나누는 수 밖에 없다. 요리하는 남편이 돼 스스로 밥을 챙겨먹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는 것이다. 여성의 일인데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일을 ‘함께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의 아침] 서울 어느 대학 총장의 ‘인천 희망론’

며칠 전 서울 유명 대학 총장을 역임한 교수와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분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평생 한국의 발전과 변화의 흐름을 연구한 분인데 마침 중국 여러 곳을 방문하고 귀국한 직후여서 중국의 발전과 변화양상을 비교적 소상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분은 ‘중국의 눈부신 변화를 목격하면서 지난 10년간 ‘한국은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되돌아보고 중요한 시기를 허송세월하며 보낸 것은 아닌가 자책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특히, 중국 상해 푸동 지구가 1990년에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하면서 한국의 경제자유구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전벽해의 성취를 이룩하고, 불과 4반세기만에 한·중의 경제적 격차가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하였다. 한국의 경쟁력과 경제 하려는 의지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경쟁력 있고 역동적인 도시로 인천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하였다. 인천이 잘돼야 대한민국이 잘 될 수 있다는 분명한 논리를 강조하였다. 유정복 시장은 취임 이후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시정 목표를 설정하고, 인구 300만 시대에 인천이 더 이상 서울의 위성도시, 서울의 관문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중심도시임을 천명하고 ‘인천주권시대’를 선언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참으로 냉철한 현실인식 속에서 도출해낸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300만 인구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상징적,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싱가폴이 인구 300만이 되기 이전에는 스스로의 지속가능 발전능력이 없었으나, 인구 300만이 된 이후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서로 인접하고 있는 동북아시아는 21C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천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의 중심에 있으므로 이는 곧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의 중심에 사는 우리는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인천시민’이라는 자각과 자부심, 정체성을 스스로 일깨워야 한다. 인천의 발전은 물론이고, 한국의 도약이 인천의 발전에 달렸다는 사명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의 지리적인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인천사랑과 정체성을 높이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비록 19세기말의 제물포 개항이 외세의 강압으로 이루어졌으나, 21세기 인천은 시민의 자부심과 인천사랑으로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러한 것들 모두 우리 인천인에게 주어진 풀어야 할 과제이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정조대왕 납시오”… 220년 만에 부활한 孝의 길

220년만에 ‘정조대왕 능행차’의 전구간이 재현됐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수원시가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융릉을 참배했던 1789년 을묘원행(乙卯園幸)을 재현한 것이다. 당시 정조대왕의 능행차는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화성 융릉까지 62.1㎞ 구간 7박8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 행사에 동원된 인원만 약 5천661명, 말이 1천417필이었다. 시가 능행차를 선보인 건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때부터다. 그 후 매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수원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지대고개부터 노송 지역과 장안문을 지나 팔달문까지 능행차를 재현해왔다.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과 ‘2016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맞아 준비한 올해 능행차는 수원시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기획, 문화제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전 구간을 그대로 재현했다. 8일 오전 9시 창덕궁에서 시작된 능행차는 숭례문과 노량행궁을 거쳐 오후 6시 시흥행궁지까지 진행됐고, 둘째날인 9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금천구청을 출발해 만안교, 안양역(안양행궁지), 의왕시(사근행궁지), 지지대고개, 화성행궁에서 연무대 도착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전체 행렬 구간 47.6㎞, 총 참여인원 3천69명, 말 408필이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다. 처음으로 전 구간을 재현하는 만큼 고증을 통해 창덕궁에서의 출궁의식과 배다리, 정조맞이, 격쟁, 반차도, 복식, 음악 등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 여기에 온국민이 즐길 수 있는 거리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시민배다리 체험, 조선백성 플래시몹, 범시민 참여 캠페인 등 다채로운 시민참여형 프로그램들도 진행,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써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이번 능행차가 지역을 벗어나 수원시와 서울시, 경기도, 안양시, 의왕시 등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든 축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훈동 수원화성문화제 범시민추진위원장은 “이제껏 수원시내에서만 진행됐었는데, 올해는 지역경계를 허물고 범도시적으로 이어진 실로 뜻깊은 축제”라며 “다만 화성 융릉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송시연기자

오늘 ‘임산부의 날’… 신혼부부 34% “출산계획 없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둔 회사원 P씨(29·안산)는 예비 신부와 협의 끝에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달콤한 신혼생활을 누리려는 것도 이유지만 결혼식장을 포함해 결혼준비 비용이 수천만 원을 넘어 현재로서는 빚을 갚는 것이 시급한 탓이다.P씨는 “2세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경제적 부담이 먼저 떠오른다”면서 “지금 있는 빚을 갚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극심한 저출산을 해결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지정한 ‘임산부의 날’(10월10일)이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하지만 젊은 부부들은 경제적 부담에 발목 잡혀 아이를 낳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포기하는 현실 속에 신혼부부들이 아이까지 낳지 않으면서 임산부의 날 취지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9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여가부가 지난해 전국 5천18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30대 신혼부부의 33.8%가 ‘출산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 50%가 넘는 응답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들었다. 신혼부부 34% “출산계획 없다”이를 뒷받침하듯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39명(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3위이며 이 가운데 경기지역 출산율은 1.272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을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육비 걱정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구윤모 유선엽기자

[오늘의 국감] 정무위=88관광개발㈜ 등 국회 外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아차차! 김영란법…” 이정현 대표에 준 초콜릿 회수 해프닝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하 융기원)이 9일 융기원을 찾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의원에게 자체 개발한 초콜릿을 기념품으로 제공했다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논란이 예상돼 되돌려 받기로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9일 융기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이정현 대표의원과 일행은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 개발 상황 등을 살펴보고자 융기원을 방문했다. 융기원 측은 이 대표 의원 일행이 자율주행자동차 연구 개발 상황 등을 살펴보는 자리에서 미리 준비해 놓았던 쇼핑백 두 개를 이 대표의원 수행비서 등에게 전달했다. 쇼핑백 안에는 융기원 측에서 정부 정책과제로 수행한 기능성 초콜릿 3상자와 융기원 홍보 책자가 각각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의원 일행이 돌아가고 난 이후 기념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영란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융기원 측은 건넸던 초콜릿 등을 되돌려받기로 했다. 융기원 관계자는 “기념품으로 담은 초콜릿은 정부 정책과제로 수행한 연구 성과물인데다 아직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은 시제품이라 문제가 될 게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이정현 대표와 만났을 때 정부 정책 지원 등에 대한 건의가 나와 혹여나 김영란법 위반 논란으로 문제가 될까봐 되돌려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홍보책자와 같이 받은 것으로 안다”며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논란이 일어 내일 바로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제13회 오산독산성 전국하프마라톤] 이모저모

뚝 떨어진 기온에 화들짝… 겨울옷 입고 몸풀기 진풍경○…제13회 오산독산성 전국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 9일 오전 오산 종합운동장은 이틀 전 내린 비의 영향으로 기온이 예년보다 뚝 떨어져. 기상청에 따르면 최저 6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강풍까지 동반돼 체감 온도는 더욱 떨어진 상태. 이에 참가자들은 바람막이는 물론 두터운 겨울 잠바까지 입고 몸을 푸는 풍경을 연출. 화성동부署, 원활한 도로통제에 참가자도 시민도 엄지척 ○…오산독산성 전국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 9일 오전 오산종합운동장 주변 도로는 마라톤 대회 개최가 무색할 만큼 도로 통제가 깔끔하게 돼 참가자들로부터 호평. 이날 화성 동부경찰서는 대회 도로통제를 위해 교통 경찰 21명, 의경 2명, 기동대 27명, 모법운전자 82명, 생활봉사자 2명 등 총 160여명을 투입해. 이들은 레이스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7시에 운동장에 집결해 대회가 끝날 때까지 약 4시간 넘게 원활한 교통 통제에 힘쓰면서 참가자 뿐 아니라 시민들의 불편을 덜어. 애완견 ‘두부’와 함께 유쾌한 도전… 시선 한몸에 ○…애완견과 함께 뛰는 참가자가 있어 눈길. 김은환씨(55)와 하얀색 스피츠 ‘두부’가 그 주인공. 두부는 이번 대회가 두 번째 출전으로 평소 워낙 잘 뛰어 마라톤 대회 참가를 결심하게 됐다고. 둘이 몸을 푸는 내내 초등학생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다가와 관심을 보이는 등 인기를 톡톡. 10㎞ 완주에 성공한 김씨는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하며 오산마라톤대회에 빠짐 없이 참가했다”며 “두부와 함께 뛰니 외롭지 않고 좋다”고 웃음. 안전대회 조력자 ‘인라인 패트롤 봉사대’ 맹활약 ○…마라톤 참가자들의 응급처치를 위해 인라인 패트롤 봉사대도 동원. 이들은 오산 인라인 레이싱 동호회로 10여 명이 봉사활동을 펼쳐. 이 중 초등학생 회원 장유민양(11)도 참가해 눈길. 근육 경련 등 다친 참가자가 발생하면 파스를 들고 달려가 1차 응급처치 활동을 펼쳐. 유인섭(54)ㆍ김영삼(41)ㆍ김태영(38)씨는 “빠른 속도를 이용해 모든 참가자가 건강하게 완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각오 밝혀. 쌀쌀한 날씨에 ‘허허허차회’ 다도 부스 때아닌 호황 ○…쌀쌀한 날씨에 ‘허허허차회’가 운영하는 다도 부스도 인기. 다도 전문가 4명과 중학생 자원봉사자 3명이 함께 해. 녹차, 연꽃차, 발효차 등이 준비돼 많은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차 한 잔씩을 즐기고 가. 특히 중학생 이용진군(13)이 서툴지만 정성스러운 손길로 우려낸 차는 어른들에게 인기만점. 한복을 멋지게 차려 입은 이군은 “다도를 배우며 직접 사람들에 대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재밌다”며 “참가자들이 부스에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피력. 13회 개근 출전 경기신보 남다른 단결력 과시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마라톤 동호회 ‘러너스하이’를 비롯한 직원 50여명이 13회 연속 개근 출전해 화제. 경기신보는 오산독산성 마라톤대회를 동호회가 1년 중 참가하는 가장 주요 대회로 정할 만큼 해당 대회에 대한 높은 열정을 자랑. 이종만 경기신보 부장은 “업무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을 위해 회사에서는 마라톤 참가를 적극 권장한다”며 “내년에도 개근을 이어가겠다”고 각오. 형형색색 ‘가을꽃’ 치장… ‘페이스페인팅’ 인기짱 ○…이번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불러온 것은 페이스페인팅. 페이스 페인팅이란 전문가들이 얼굴 등 신체에 형형색색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것. 페이스페인팅 부스에는 40여명이 늘 항상 줄이 길에 서 있는 등 마련된 다양한 부스 중 가장 큰 인기를 자랑. 그림의 종류로는 토끼나 나무는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각종 만화 캐릭터까지 다양. 김은희양(12)은 “평소 토끼를 좋아하는데 이곳 선생님들이 토끼를 예쁘게 그려줬다”며 “내년에도 또 이러한 그림을 몸에 새기고 싶다”고 자랑. 커플룩 입었지만… “우린 운동하는 친한 동료?예요” ○…커플룩을 입고도 애써 연인 사이를 부인한 한 참가자가 주변에 웃음을 선사. 참가자 김소연 씨(22·여)는 평소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던 남자 동료와 함께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 이들은 각각 운동복을 입고 만났지만, 우연히 같은 색과 브랜드의 옷을 입고 온 탓에 다정한 연인처럼 보여. “두 분이 연인이냐”는 질문에 김씨는 “운동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같이 운동을 할 뿐 전혀 그런 사이가 아니다”면서 수줍은 웃음. 오산농협예술단 “모듬북 소리 듣고 파이팅 하세요” ○…이 날 축하공연을 맡은 오산농협예술단 단원 16명은 공연 시작 전부터 부스 뒤편에서 참가자들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한 모듬북 연습이 한창. 오산농협예술단은 지역사회 내의 축제 등에서 예술 봉사를 하는 단체로, 마라톤 대회 축하공연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맹연습을 했다고. 이도승 오산농협예술단장은 “창단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탓에 아직은 어설픈 점도 많지만 마라톤 참가자들의 피로를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공연을 하게 됐다”고 힘줘 말해. 조철오ㆍ조성필ㆍ손의연ㆍ송승윤기자

[역사를 지켜낸 경기도산성을 가다] 32. 강화 정족산성

강화의 중심 마니산의 세 봉우리 가운데 서쪽으로 뻗은 한 줄기가 세발솥처럼 생긴 봉우리를 이룬 곳이 정족산(鼎足山)이다.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위치한 정족산에는 사적 제130호인 삼랑성(三郞城)이 있다. ‘정족산성’으로도 널리 알려진 이 산성은 2011년부터 ‘강화 삼랑성’으로 부르고 있다. 단군왕검이 세 아들에게 성을 쌓게 하고 이름을 삼랑성이라 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보일 만큼 오래된 포곡식 산성이다.성 안에 자리 잡은 고찰 전등사(傳燈寺) 경내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사고(史庫)와 선원보각을 두었던 것도 요새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조선군이 이곳에서 프랑스 군대를 물리쳤기에 ‘조선왕조실록’과 왕실 족보인 ‘선원보’를 지켜낼 수 있었다.남문인 종해루를 들어서자 전등사 경내를 무대로 ‘삼랑성 역사문화축제 2016’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국화꽃 향기가 가득한 경내 마당 앞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들의 이름과 생애를 기록한 현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두 강화도와 깊은 관련이 있는 분들이다.■ 개화와 쇄국의 갈림길… 조선의 급소 강화1860년대의 강화도는 개화와 쇄국의 갈림길에 놓여 있던 조선의 급소였다. 이 무렵 조선의 앞바다에도 이양선(異樣船)들이 수시로 출몰했다. ‘모양이 다른 배’라는 뜻을 가진 이양선은 서양에서 온 상선들이었다. 이름은 상선(商船)이지만 최신 무기로 무장하고 조선의 섬과 해안을 드나들며 수심을 재고 지형을 살폈다. 이미 1840년에 영국이 아편전쟁을 일으켜 청나라를 굴복시키고 홍콩을 차지한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호랑이로 알았던 청나라가 서양 열강의 호구로 전락한 소문을 들었다. 영국과 프랑스 군대가 천나라 수도 북경을 점령했다는 소식에 조선 사대부들은 경악했다. 그럼에도 조선 왕실과 고위관료들은 요행을 바라며 안일에 젖어 있었다.1863년 아들 고종을 왕위에 올리고 집권한 흥선대원군은 부국강병을 목표로 쇄국정책을 펼쳤다. 대원군은 오랜 세도정치로 약화된 왕권을 강화하고 세도가의 사병으로 전락해 있던 군대를 개혁했다. 대원군은 쇄국정책을 펼치면서 천주교를 탄압했다. 정부의 탄압에도 급속하게 퍼져 나간 천주교는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병인양요 승리… 대원군 척화(斥和) 고수1866년(고종3) 7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통상을 요구하며 대동강을 거슬러 올라와 행패를 부리다가 성난 평양 군민들이 제너럴셔먼호를 불태우고 선원들을 죽이는 제너럴셔먼호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9월에는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를 점령하는 병인양요가 일어났다.대원군은 1866년 봄에 프랑스 선교사 9명과 신도 8천여 명을 처형했다. 이른바 ‘신유박해’다. 천주교인들이 서양 문물을 전파한다는 이유였다. 이때 살아남은 신부 리델(Ridel)이 중국으로 도망쳐 조선정부의 탄압 사실을 프랑스의 극동 함대 사령관인 로즈(Roze)에게 알렸다.격분한 프랑스 대리공사 벨로네(Bellonet)는 청나라 정부에 서한을 보내 “조선 국왕이 프랑스 신부를 죽인 날은 조선 왕조 최후의 날”이라며 조선을 곧 공격할 것임을 알렸다. 이러한 사실은 곧 조선에도 알려졌다. 비상이 걸린 조선 정부는 프랑스의 공격에 대비해 해안 경계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1866년 8월10일 로즈 사령관이 세 척의 프랑스 군함 3척을 이끌고 서해에 나타났다. 이들의 1차 원정은 탐사가 목적이었다. 군함 1척은 작약도에 정박하고, 2척은 한강을 거슬러 양화진과 서강까지 올라왔다. 뱃길 탐사를 마치고 10여 일 만에 물러갔다. 프랑스 군함이 나타나자 조선 정부는 곧바로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기마병과 보병을 한강으로 보내 서울의 외곽을 방어하는 한편, 연안의 포대를 강화하고 의용군을 모집해 방비를 강화했다.9월6일 로즈는 2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신부 리델과 조선인 천주교도 3명을 길잡이로 삼아 강화도에 상륙했다. 강력한 화력을 앞세운 프랑스 군대는 순식간에 천혜의 요새로 불리던 강화성을 점령했다.프랑스 군인들이 대포를 발사하고 총을 쏘며 돌격하자 성을 지키던 군사들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도망쳤던 것이다. 강화성을 점령한 프랑스 군대는 성안 외규장각에 보관하고 있던 수천 권에 달하는 의궤를 비롯한 귀중한 서적들을 약탈해 갔다. 강화도가 프랑스 군대에 점령됐다는 소식에 놀란 조정은 즉각 회의를 소집했다. 이경하를 총사령관인 도순무사에 임명하고, 중군 이용희와 천총 양헌수에게 군사를 이끌고 강화도로 향하게 했다. 이용희는 김포 문수산성에 진을 쳤다. 그러나 프랑스 군대는 문수산성을 순식간에 점령해 버렸다. 문수산성 전투에서 패배하고 후퇴한 조선군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이때 양헌수가 나섰다. 양헌수는 이용희에게 기습작전을 펼치겠다며 포수 300명을 요청했다. 양헌수는 주변 지리와 물길에 밝은 사람을 수소문하여 강화 해협의 물길과 지형을 세밀하게 살폈다. 10월 2일 양헌수는 지척도 분간하기 어려운 한밤중에 물길이 사납기로 유명한 강화 해협을 도하했다. 지리와 물길에 밝지 못하면 감히 벌일 수 없는 대담한 작전이다.강화도에 들어간 양헌수 부대는 빠르게 이동해 새벽에 정족산성에 들어가 산성을 지키고 있던 200여 명의 승군(僧軍)과 합류했다. 10월 3일 이러한 정보를 뒤늦게 입수한 로즈는 올리비에 대령에게 160명을 해병을 이끌고 정족산성을 점령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양헌수 장군의 명에 따라 성가퀴에 몸을 숨긴 550여 명의 조선군들은 남문과 동문으로 접근하는 적이 사정권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오후 2시 적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자 양헌수가 일제 사격을 명했다. 30분간 계속된 집중 사격에 프랑스군 여럿이 쓰러졌다. 조선군을 너무 얕본 로즈는 대포조차 갖추지 않았다.전등사 대웅전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계획을 세운 로즈는 성벽에 의지해 퍼붓는 조선군의 집중사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후 3시께 조선군의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집중 사격으로 탄환이 거의 떨어졌기 때문이다. 위기일발의 순간, 프랑스 군대가 퇴각하기 시작했다. 기적 같은 승리에 조선군은 환호했다. 한편 정족산성에서 퇴각해 강화성 안에 마련된 본진에 돌아간 로즈는 결국 함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패전에 따른 사기 저하와 거듭된 작전으로 병사들의 체력이 고갈되었던 탓이다. 선교사 살해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조선을 침략한 프랑스군은 강화도를 점령한 지 20여 일 만에 철수했다. 정족산성 전투에서의 승리는 대원군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사람은 죽게 되어 있고, 나라는 언제인가 망한다는 것은 예로부터 천지지간의 변함이 없는 이치이다”프랑스 군대가 물러간 직후 대원군이 척화(斥和)를 내세우며 했던 첫마디다. 대원군의 바람처럼 조선의 개혁은 더디기만 했다. 힘을 기르기도 전에 권력을 넘겨야 했고, 아들 고종은 아버지와 반대되는 정책을 폈다. 병인양요 이후 정부의 척화와 천주교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척화를 고수했으나 부국강병을 이루지도 못했다. ■ 조선왕실과 고위관리…급변하는 정세 외면양헌수 장군(梁憲洙, 1816~1888)의 승전비 앞에서 잠시 그의 생애를 더듬었다. 양헌수는 무인의 길을 걸었지만 일찍이 화서 이항로(李恒老)의 문하를 출입했던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다. 정족산성 전투에서 승리한 공으로 승승장구했다.한성부 우윤을 거쳐 어영대장과 금위대장을 지냈을 정도로 무인으로 출세한 그는 병인양요로부터 꼭 10년이 지난 1876년 일본이 운요호 사건을 일으키고, 이를 빌미로 강화도 조약을 요구했을 때도 개국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올해는 양헌수 장군이 프랑스 군대와 맞서 싸우던 1866년 병인양요 150돌 되는 해다.급변하는 정세를 외면하고 제 잇속 챙기기에 바빴던 조선왕실과 고위관리들의 모습이 오늘 우리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얼굴과 겹쳐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등사를 들머리로 해 산성을 오르는 길은 왼편이나 오른편 어느 길을 택하든 제법 가파르다. 하지만 성벽 너머로 강화 들판과 바다가 훤히 보여 쉬엄쉬엄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에 좋다.잠시 땀을 흘리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절경이 성벽을 한 바퀴 도는 내내 눈앞에 펼쳐진다. 강화 해협(염하) 너머 김포반도까지 한 눈에 들어와 지리에 관한 상식을 갖추지 않아도 왜 선조들이 이 산에 공들여 성을 쌓았는지를 절로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아름다운 삼랑성을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로 넘쳐나는 전등사를 벗어나 한 시간 남짓 산성을 걷는 동안 만난 사람이 열 명도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가을은 산성을 찾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경기도에는 1시간이면 찾아볼 산성이 곳곳에 있으니 이 좋은 계절을 그냥 흘려버리지 말고 근처 산성부터 찾아보시길 권한다. 김영호 한국병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