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제2의료원‧국립대병원 신설 기대

인천의 현안인 제2의료원 및 국립대병원 신설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동구 인천의료원에서 열린 지역 의료격차 완화 및 의료체계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의료취약 지역의 의료격차 완화를 위한 의료체계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 총리와 유 시장을 비롯해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규제혁신 방안을 3개 분야·7개 세부과제 등으로 나눠 추진하는 계획을 내놨다. 한 총리는 의료인력 양성·수급 개선 분야에 대해 ‘전공의 정원 배치기준 개선’, ‘병원 진료지원 인력 관리 감독 체계 마련’ 등을 약속했다. 보건의료 역량 강화 분야는 ‘공공임상교수 제도 도입’과 ‘공공·지역 병원의 전공의 수련 제도 강화’ 등을 하기로 했다. 또 은퇴 의사가 인천의 공공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공중보건의 대상의 장학제도도 확대하는 방침도 내놨다. 한 총리는 “의료수가제도 합리적 개편 분야에 대해 필수의료분야의 공공정책 수가를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곧 이 같은 7개 세부과제를 지역에서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유 시장은 이날 한 총리에게 지역 의료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제2의료원 예타 면제’, ‘영종 국립대학병원 설립’,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 등을 건의했다. 이 중 제2의료원과 국립대병원 설립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의료체계 규제혁신 방안과 사실상 궤를 같이 해 인천으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유 시장은 “인천에는 의료 수요가 많지만 의료시설이 부족한 만큼 제2의료원 추진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시급하다”며 “영종도는 인구 10만명이 넘지만 병원다운 병원이 없어 국립대병원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등 외국에서 들어오는 확진자도 늘고 있지만 이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감염병전문병원을 신속하게 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강화와 옹진 등 섬지역 보건소에는 전문의가 단 1명도 없다. 또 각 과별로도 1명의 공중보건의만 있을 뿐인 만큼 환자들은 위급상황에 배를 타고 인천으로 나와야 해 의료인 확충 등 대책이 시급하다. 이에 한 총리는 “제2의료원 등 의료시설 건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인천시의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해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노후택지재정비 특별법 마련 준공 20년·100만㎡까지 확대

경기도가 1기 신도시 등 노후 택지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재정비를 위해 ‘노후 택지 재정비 특별법’의 적용대상을 준공이 20년 지난 100만㎡ 택지지구까지 확대한다. 경기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후 택지 재정비 특별법 경기도(안)’을 수립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 발의 8개 특별법안을 분석한 뒤 전문가 조언 등을 거쳐 작성됐다. 의원 발의안의 대부분이 적용대상을 330만㎡ 이상의 노후 택지지구로 한정했는데, 경기도안은 100만㎡ 이상에 준공 후 20년이 지난 곳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해 기존 신도시와 함께 노후 도시도 혜택을 받도록 했다. 신속한 추진을 위해 실시계획 절차를 생략, 토지이용계획·기반시설계획 등은 기본 계획에 포함하고 건축계획·정비계획 등은 개별 법령에 따라 추진하는 방식이다. 총괄사업관리자를 지정하고 지정권자를 시·도지사로 하는 내용은 신설했다. 이와 함께 ‘1기 신도시 재정비 개발방향 종합구상(안)’은 4대 특화전략(토지 이용, 이동성, 에너지, 스마트라이프)과 5대 핵심과제(공동주택 정비, 단독주택 정비, 지원기능 보완, 자족기능 보완, 교통개선)를 재정비하도록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토지 이용은 팬데믹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도시공간구조를 마련하면서 역세권을 문화·여가·업무·전시 등 복합용도로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이동성은 기존 보행체계의 회복과 역할을 확대하면서 전기차·수소차 등 스마트그린모빌리티 운영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이다. 에너지와 스마트라이프에는 신·재생에너지 도입과 스마트 공공·민간서비스를 주요 내용으로 각각 제시했다. 도는 이번에 마련한 특별법안과 함께 ‘1기 신도시 재정비 개발방향 종합구상(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진행한다. 주민설명회는 20일 군포시(시청), 25일 성남시(분당구청), 26일 고양시(꽃전시관), 30일 안양시(동안평생학습센터), 31일 부천시(시청) 등에서 열린다.  이후 ‘노후 택지 재정비 특별법 경기도(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정부 차원의 특별법 제정(안)에 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성진 도 도시재생추진단장은 “경기도는 주민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중앙정부 및 시․군과 협력해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원도심 주민들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주시의회, ‘커뮤니티센터’ 공익감사 청구... 왜?

양주시의회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해 행정조치 중인 복합커뮤니티센터 조성사업에 대해 돌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키로 하자 양주시가 당혹해하고 있다. 18일 양주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최근 폐회한 제315회 임시회에서 국민의힘 정현호 의원의 대표 발의로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사업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공익감사 청구 이유로 행정 절차 무시, 사업 대상 건물의 무리한 매입 과정 등 4개 요인을 근거로 들었다. 시의회는 복합커뮤니티사업에 국·도·시비 322억원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고 네 차례 설계를 변경했는데도 준공 3개월도 안 돼 51곳에서 누수 등 하자가 발생했고 건물 매입 전 실시한 안전진단도 부실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 추진 과정에서 행정 절차 미준수, 사업비 과다 증액 등 사업 전반에 대한 문제점과 예산 낭비 등도 지적했다. 이어 시의회가 연수원 매입 과정에서 세 차례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국비 공모에 참여한 점, 북부상의 비즈니스센터의 양주역세권사업 내 유치 약속 미이행, 당초 계획보다 47억원이 추가 투입되는 등 정책 실패와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 소재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시의회 의견을 반영해 행정 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갑자기 공익감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시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따라 진행된 사항에 대해 감사가 불가하다는 입장과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현호 시의원은 “공익감사를 통해 진실이 가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미 작은 회초리로 맞았는데 큰 방망이로 또 때리겠다고 하니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구속…수사 급물살 타나

쌍방울 그룹 관련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경록 수원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및 배임,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서류를 분석한 끝에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고 20일 밝혔다. 당초 전날 오후 2시30분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할 예정이었지만, 김 전 회장과 변호인, 검찰 모두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심사를 취소하고 서류 검토를 통해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쌍방울 그룹 실사주로 있으면서 사기적 부정거래와 회사자금 횡령, 비상장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북측에 거액의 미화를 전달한 혐의 등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구속영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혐의는 제외됐다. 이는 김 전 회장과 이 대표 모두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입증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우선 입증된 혐의들로 구속영장을 발부 받은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혐의를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원은 이날 김 전 회장과 공모해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비상장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을 통한 배임 혐의를 받는 양선길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기업들 출산 지원 온힘… ‘인구 증가’ 기적 낳는다 [이슈M]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기업들 역시 출산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기업들은 육아휴직제나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 등 이전과는 달라진 사내 문화 조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육아휴직에 따른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할 때 부서장 또는 조직이 바뀌거나 동일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우 본인 희망에 따라 기존 경력과 연관성이 있는 업무 및 부서에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1월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경력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8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바꾸자. 유능한 여성 인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차세대 리더로 성장하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천에 위치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난임부터 출산, 육아 등 모든 과정에서 제도 개선을 시행했다. 특히 난임 치료와 시술을 위한 휴가를 기존 3일(유급 1일, 무급 2일)에서 5일(유급)로 늘렸다. 인천 연수구 소재 포스코건설 역시 임신기부터 육아기까지 단계별로 출산 장려 제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다자녀 직원(3자녀 이상)에게는 학자금도 지원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동참하고 있다. 임직원 31명 규모의 도내 중소기업 ㈜샤인소프트(용인 소재)도 사내 일·가정 양립문화를 조성해 저출생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대표적 중소기업이다.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내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육아를 위해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재택근무도 지원한다. 개인과 가정의 생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계발비와 학비도 지원 중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 받은 ㈜샤인소프트는 재작년 용인시로부터, 지난해에는 경기도에서 ‘일자리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샤인소프트 관계자는 “결국 저출생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개인이 직장과 일에 만족해 행복감과 삶의 질이 높다고 느껴야 해결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일찍이 인지해 왔고,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직원들의 복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급여나 인센티브, 휴무 등을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천 남동구에 있는 ㈜펜타게이트는 임직원 16명의 작은 기업이지만, 육아친화 문화만큼은 대기업 못지않다. ㈜펜타게이트는 전면 유연근무제를 통해 육아와 일이 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  ㈜펜타게이트 관계자는 “일하기 좋은 곳에서 더 좋은 생산성이 나오고, 육아하기 좋은 기업이 지속가능하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육아친화문화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출산 지원 ‘부익부 빈익빈’...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 [이슈M]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각종 제도를 활용하는 데 있어 ‘부익부 빈익빈’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선 이 같은 제도 활용이 여전히 ‘하늘에 별 따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만 8세 이하(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각각 최대 1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지난 1987년 저출생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육아휴직제도는 시행 이후 꾸준히 적용 대상과 사용률, 정책 지원 범위가 확장돼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에 적용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고, 특히 이 어려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우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부익부 빈익빈’은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2021년 육아휴직 통계’ 조사 결과 지난해 육아휴직의 대기업 직원 비중은 중소기업 직원 비중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부모의 64.5%는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인 대기업에 소속돼 있던 반면 4명 이하 소기업에 근무하는 부모의 육아휴직 비중은 4.5%에 불과했다. 5~49인 규모 기업에서도 육아휴직 비중은 16.2%에 그쳤다. 중소기업계에선 제도적으로 육아휴직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쓸 수 없는 ‘그림의 떡’이란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성남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며 다섯 살 딸 아이를 키우는 A씨(38)도 최근 회사에 육아휴직을 문의하다 포기했다. 회사에서 은연중에 주는 압박감과 육아휴직이 끝나고 돌아오면 결국 ‘잘릴’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는 “육아휴직을 쓰고 싶지만 회사에서 주는 압박감이 너무 심해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2021 일가정양립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육아휴직 대상자들이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하지 못한 이유로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27.9%)가 가장 높았다. 이어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25.7%),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부담 가중’(24.5%),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21.9%)이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와 인천시 역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매년 도내 30여 개 기업을 ‘경기 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해 개별 기업에 200만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인천시도 지금까지 215곳의 기업을 가족친화기업으로 선정했고, 특히 자치구 5곳(동·남동·연수·서·계양구)에선 아빠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아빠육아휴직장려금’도 지급되고 있다. 또 최근 정부도 ‘2023년 주요 업무계획’에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부부 한 명당 기존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담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저출생 문제는 실질적으로 출산율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인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물론 정부가 육아휴직 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부부들이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기간 연장 외에도 각종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정책이 마련돼야 실질적으로 출산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민간 기업 저출생 문제 해결 적극 참여해야” 전문가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기업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기업들이 저출생 문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기업 유인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직장인들은 쳇바퀴처럼 매일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들이 빼곡한 지하철을 타는 반복적인 경험만으로도 자연스레 ‘나 하나도 살기 힘든데, 무슨 아이를 낳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은 첫째가 ‘생존’이고, 둘째가 ‘재생산’인데 이렇게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재생산’이 확산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가능한 직군부터 출퇴근이 자유로운 유연근무제 등을 적극 도입하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워라밸’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들이 이 같은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생은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저출생 극복 노력은 정부와 학계를 중심으로만 이뤄져 온 면이 있어 민간 기업들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기업들에만 저출생에 대한 부담을 떠안으라고 하면 사실상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 수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들도 육아휴직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저출생 극복을 위해 참여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며 “여건상 참여가 어려운 중소기업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정부는 참여 중소기업들을 위한 세제 혜택, 4대 보험 지원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법률플러스] 하수급인 처벌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 포함 여부 판단기준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금품청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은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에 따라 행해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해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면서,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상위 수급인도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는 위 규정을 위반한 사용자, 직상 수급인과 상위 수급인을 처벌하되, 근로자의 명시한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09조의 입법 목적과 규정 취지에 비춰 보면, 임금 미지급에 귀책사유가 있는 상위 수급인은 하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임금 미지급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하수급인 또는 그 직상 수급인보다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하수급인의 근로자가 일반적으로 하수급인보다 자력이 더 나은 상위 수급인을 상대로 직접 임금을 청구하거나 형사고소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여지가 많다 보니, 그 과정에서 상위 수급인이 근로자와 임금 지급에 관한 합의를 원만하게 이루고 근로자의 의사표시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에 대하여는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의 의사표시가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가 상위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하는 의사표시의 효과가 직상 수급인이나 하수급인에게 미치는지 여부는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근로자가 임금을 직접 청구하거나 형사고소 등의 법적조치를 취한 대상이 누구인지, 상위 수급인과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 및 근로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하게 된 경위, 근로자가 그러한 의사표시에서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지, 상위 수급인의 변제 등을 통해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채무가 어느 정도 이행됐는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여기에 하수급인 또는 그 직상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도 포함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고, 하수급인과 직상 수급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상위 수급인에 대하여만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8도2720 판결)

[기고] 새로운 차례상 풍속도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려 왔다. 유교 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의 문화는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유교에서는 예학이라는 학문이 있어 신·의·예를 지키는 것이 군자의 마땅한 도리라고 배워 왔다.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을 기본으로 관혼상제에 관한 ‘주자가례(朱子家禮)’를 만들어 백성은 물론 궁궐에서도 지키도록 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건전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배포해 국민에게 관혼상제를 조선시대보다 훨씬 간편하게 치르도록 했다. 그 뒤 많이 간편해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번잡한 예법이 많이 남아 있어 현실에 맞도록 수정해야 한다. 몇 해 전 TV 뉴스를 보던 중 눈을 의심할 광경을 봤다. 화면에 휴게소 쓰레기통에 부모님이 정성껏 챙겨 주신 차례 음식이 통째로 버려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순간 나는 충격을 받아 머릿속이 하얗게 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혼란을 수습하고 생각했다. 시어머니께서 싸 주신 정성 어린 보따리에는 송편이며 각종 전, 약과, 사탕 등이 들어 있을 것이다. 모두 열량이 높아 젊은 사람들이 꺼리는 음식들이다. 그동안 오직 나의 의무감과 체면으로 음식을 차례상에 올리지 않았을까. 옛날 분이라서 옛날 음식만 좋아할 것이라는 내 고정관념 때문에 나도 먹지 않은 음식을 올려야만 했는지 반성해본다. 조상들도 요즈음 음식을 드시고 싶지는 않았을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지 않은 내가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차례상을 차릴 때도 좌포우혜, 어동육서, 홍동백서, 조율이시 등 예법을 중시해 형식에만 치우쳤다. 정작 조상님들이 무슨 음식을 드시고 싶어 하실지 생각해 보지 않은 나 자신이 한심했다. “조상의 은덕을 잊지 않고 조상을 기린다”라는 본뜻을 망각하지 않았는가 스스로 반성했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는 곧바로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바나나며 열대과일도 올리고 소고기로 만든 ‘산적’ 대신 ‘스테이크’, ‘전’ 대신 ‘피자’, ‘통닭’도 ‘양념 반 프라이드 반’으로 해 푸짐하게 올렸다. 술은 맥주와 양주도 같이 올리고 입맛대로 드시게 함은 물론 후식으로 콜라도 한 잔 올렸다. 차례상을 마주하고 아들과 음복을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어차피 슈퍼마켓에서 사다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마련했다고 한들 신토불이는 물 건너간 거고 그렇게 만든 음식을 자손들도 먹지 않고 버린다면 그것이 옳은 방법일까? 아빠가 죽기 전에 우리 조상님 산소를 모두 개장해 화장하려고 한다. 제사는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모여서 통닭 한 마리 사다 놓고 맥주 한잔하면서 조상을 추억하며 지내면 그것이 제사 아니겠니.” 내 말에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치켜세운다. 나는 전통도 시속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례를 현실에 맞게 바꾸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어차피 설이나 추석 제사 등을 지내는 것도 내 세대에서 끝나고 말 텐데 시속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