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겨 쓴 기본소득, 빚잔치는 시작됐다

경기도의 미래 살림이 불안하다. 작금의 누적 지방채 추이가 그렇다. 2022년 3조3천862억원으로 3조원을 넘었다. 2023년에는 4조5천676억원으로 또 늘었다. 당해 발행액을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1년 이후 계속해서 1조원을 넘는다. 덩달아 도민 1인당 채무액도 늘었다. 2020년 13만2천원에서 2023년 33만원으로 뛰었다. 예산 대비 지방채 비율, 도민 평균 채무액 등이 나쁘지 않았던 경기도다. 이 건전 기조가 무너질 위기다. 이런 때 기본소득 부담이 수치화됐다. 민선 7기 경기도를 상징하던 정책이다. 시행 초기부터 재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는 밀어붙였다. 그 예산 상당 부분을 지역개발기금에서 끌어다 썼다. 도로건설, 주택개발사업 등에 써야 할 돈이다. 도민 삶의 질을 직접 좌우하는 기금이다. 반드시 채워놔야 한다. 예탁금의 상환 조건은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이다. 올해부터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돈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지역개발기금에서 빼 쓴 원리금은 3조1천844억원이다. 연도별 상환액은 2024년 2천350억원, 2025년 3천928억원, 2026년 4천259억원이다. 2029년 이후에는 무려 1조원 이상에 달한다. 민선 7기 기본소득 예산은 매년 늘었다. 그만큼 갚을 상황액수가 늘어가는 것이다. 팍팍한 살림에 여유 예산이 있을 리 없다. 1조원 넘는 빚을 충당하려면 차환자금 융자를 해야 한다. 기본소득 빚이 또 다른 빚을 낳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당장 지역개발기금에 뚫린 구멍도 크다. 분할 상환이 끝나는 2029년까지 불가피한 결손이다. 당초 올해 책정된 지역개발기금은 2조1천727억원이었다. 이게 1차 추경에서 1조8천723억원으로 감액됐다. 2019년 이후 2조원 초·중반대를 유지해 오던 지역개발기금이다. 1조원대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공공투자사업, 도로건설사업, 공동주택 노후배관 교체 사업 등 중요하지 않은 항목이 없다. 여기 쓸 돈이 펑크 난 것이다. 기본소득은 2022년 대선의 이슈였다. 이재명 후보의 정책이었다. 2024년 정치권에서도 여전히 이슈다. 이재명 대표의 방향이다. 매번 지적된 것은 재원 문제다. 하지만 이 후보는 대선에서 낙선했고 지금은 야당 대표다.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채택할 여지가 없었다. 채택된 바 없으니 검증할 근거도 없다. 기본소득의 유일한 가늠자는 그래서 경기도다. 2020~2024년 정책의 결과표다. 부작용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다. 중요 행정의 포기를 부르고 있다. 퍼 준 돈만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쯤이면 토론해야 한다. ‘10만원’ 받을 때 안 했던 토론, 이제는 해봐야 한다.

[사설] ‘응급실 붕괴론’ 나올 정도로 사태 심각하다

전국의 응급실이 무너져 가고 있다. ‘응급실 붕괴론’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는 ‘응급의료 역량에 문제 없다’고 하는데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지난달 두 살짜리 응급 소아환자가 1시간가량 응급실을 찾다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12번째 연락한 병원에서 겨우 응급진료를 받았으나 심각한 뇌 손상으로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다. 앞서 연락한 11곳 병원 중에는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지만 소아신경과 담당의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했다.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해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본 환자들이 늘고 있다. 응급실을 제때 찾지 못해 60대 여성 온열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1시간 만에 숨지는가 하면, 산모가 구급차에서 출산한 일도 있었다. 비상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 됐다. 응급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간다. 응급환자를 실어나르는 119구급대원들조차 인력과 병상 부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응급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전국 응급실 상황에 대한 일일 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하는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진료 차질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409개의 응급실 중 99%인 406곳은 24시간 운영 중이다. 응급실을 닫지 않았다고 하지만 상당수가 전문의 부족으로 정상 진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는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곳,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곳,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곳,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곳”이라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밝혔다. 불만 켜 놓고 응급실 간판만 달아 놓은 곳은 소용이 없다.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어야 하는데 정상 진료가 안 되니 문제가 심각하다. 복지부가 응급실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4일부터 파견하기로 했다.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 발표는 없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전공의들의 전면 복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 정부 대응은 너무 안일하다. 아주대병원 등 수도권 권역 응급의료센터들도 주중 하루나 이틀 응급실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설] K-컬처밸리 규명, 국회 아니라 도의회의 일이다

고양 K-컬처밸리 문제가 국회에 등장했다. 국정감사 청원에 동의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처음 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것은 지난달 5일이다. ‘CJ라이브시티의 K-컬처밸리 사업 계약 일방 해지 관련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 등에 관한 국정감사 요청에 관한 청원’이었다.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는 조건을 충족했다. 소관위원회에서 본회의 심의·의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소위 결정에 따라 국정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경기도의 입장은 공개됐다. 계약 해지의 직접적 동기를 설명했다. 완공 기한 연장 여부와 지체상금 감면 문제다. 연장의 불가피성과 지체상금 감면이 CJ 측 요구였다. 경기도는 특혜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동연 지사가 직접 향후 개발 계획도 설명했다. 건공운민(공공 개발·민간 운영)의 개발 방식을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한 투자 유치 구상도 공개했다. 하지만 시민들 요구는 다른 데 있다. 현 사업 재개다. 지금 경기도의회로 가 있다. 토지매입비 반환금 의결이다. 계약 해지로 CJ 측에 돌려줄 땅값이다. 1천524억원인데 26일까지 줘야 한다. 도의회 민주당은 관련 조례안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경기도 K-컬처밸리 조성 및 활성화 지원 조례안’이다. 김 지사가 밝힌 개발 계획을 담보하는 조례다. 고양시민들은 이것도 거부한다. 조례 입법 예고에 압도적인 반대 의견을 표했다. 토지매입비와 조례안 통과 모두 부담스러워 보인다. 이런 때 불거진 여의도발 청원이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경기도의회가 패싱될 상황이다. 경기도의회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다. 경기도가 당사자고 고양시가 사업지다. 경기도의회가 조사·심의해야 할 광역 행정이다. 상임위나 특위를 구성해도 경기도의회가 할 일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시민들이 국회 청원을 요구했다. 사실상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를 향한 불신이다. 이것만으로도 도의회에는 수모다. 도의회에서 행정사무조사 안건이 발의됐다. ‘경기도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 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 요구의 건’이다. 국민의힘 쪽에서 69명이 참여했다. 제안설명은 이렇다. “경제적 손실은 천문학적 비용이 추산될 것으로 판단되며, 그 피해는 오롯이 도민의 몫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도 구성하겠다고 했다. 예약 해지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한다. 국회 청원에 맞서듯 등장했다. 민주당은 반대고, 의장도 여야 합의를 말한다. 안건 처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글쎄다. 이럴 필요가 있는 문제일까 싶다. 계약 해지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법리 검토에 무리가 없음을 소명하면 된다. 여기에 무슨 대단한 비리가 있겠나.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지사가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사설] 정작 출퇴근 때 못 오는 돌보미가 복지인가

아이돌봄서비스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아이의 복지증진이 목적이다. 보호자의 일·가정 양립도 지원한다. 양육친화적인 사회 환경도 조성한다. 아이돌봄지원법 제1조에 명시돼 있다. 지원 대상은 12세 이하 아동이다. 구체적으로 생후 3개월~만 12세다. 12세 이하 아동은 시간제 서비스, 36개월 이하 영아는 영아종일제 서비스로 구분된다. 취지가 좋은 사업인데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돌보미 기다리다가 아이 다 큰다’는 볼멘소리다. 과한 소리도, 괜한 소리도 아니다. 돌보미를 배정받는 게 그만큼 어렵다.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려 6개월~1년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신청 아동이 10세 또는 11세라면 어떻게 될까. 대기하다가 자격 연령 초과하는 셈이 된다. 경기도내 돌보미 수급 상황을 보자. 7월 기준 경기도 아이돌보미는 5천409명이다. 실제 이용 아이들은 1만2천54명이다. 돌보미 1명에 아이들 1.44명꼴이다. 수치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돌봄서비스 수요의 집중이다. 신청이 주로 몰리는 시간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출퇴근 시간이다. 수요 병목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도 관계자가 ‘낮 시간대에는 (공급이) 남아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마나 한 소리다. 제도 목적이 ‘직장 생활 지원’이다. 직장은 출퇴근을 전제로 한다. 이 기본 취지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요 분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출퇴근 시간을 달리해야 하는데, 그건 산업계 전반의 영역이다. 결국 현 상태에서 생각해 볼 대안은 하나, 돌보미 공급 확대다. 현재 돌보미는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한다. 80시간의 양성 교육과 현장 실습이다. 주로 은퇴 연령대 여성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기동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다 많은 돌보미를 양성하는 것이 대안이다. 현장에서는 낮은 보수 개선도 과제로 든다. 현재 보수는 최저 시급을 겨우 웃돈다. 무작정 봉사정신만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산이 없을 테니 돌보미 증원부터라도 해야 한다. 안 한다면 모를까, 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복지마다 소비자에 이르는 공급망이 있다. 아동 복지의 아동돌보미, 노인 복지의 노인돌봄생활지원사 등이 예다. 그 자체로 일자리다. 복지가 창출하는 고용이다. 그나마 최소한의 공급망이다. 이마저 예산 없어 외면할 것인가. ‘돌보미 대기’ 원성을 계속 방치할 건가. 이런 복지는 복지가 아니다. 아이돌봄지원법 1조에 대상 아이들을 특정해 놨다. 그 애들 100%에 대한 공급은 법의 약속이다.

[사설] 미성년자 무면허 렌터카 사고, 안전대책 강화해야

렌터카 이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렌터카 사고도 매년 1만여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28일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국회의원(인천 남동갑)이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의 분석에 따르면 렌터카 사고는 2020년 1만223건, 2021년 1만228건, 2022년 9천779건, 지난해 9천496건 등으로 나타났으며,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 수는 연평균 약 1만5천588명수준에 이르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렌터카 사고는 9월부터 12월까지 발생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석과 같은 연휴가 있는 9월과 개천절 등이 있는 10월에는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철과 겹쳐 렌터카 수요 증가와 더불어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또 겨울철에는 짧아진 일교시간과 날씨로 인한 도로 상황 등으로 렌터카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사회 문제는 렌터카 사업의 활성화와 휴대폰 이용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자동차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무면허 렌터카 사고가 매년 수백 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29건의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52명이 다쳤다. 2022년에는 258건, 2021년 320건, 2020년 399건이 각각 발생했다. 무면허 렌터카 사고에서 더욱 큰 문제는 미성년자의 무면허 렌터카 운전으로 인한 사고다. 무면허 렌터카 사고를 나이대별로 분류한 결과 운전자가 20세 이하인 경우가 최근 5년간 발생 건수의 약 36.69%인 580건으로 가장 크다. 이들 중 상당수는 휴대전화 앱을 통한 회원 가입을 타인 명의를 도용해 비대면 인증을 받아 쉽게 렌터카를 이용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심지어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무면허자를 대상으로 차를 빌려준다는 게시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X(옛 트위터)에 ‘무면허 렌트’를 검색하면 인증 계정을 판매한다는 글 등이 있어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SNS 게시물은 불법을 조장하는 행위이므로 조사해 엄벌해야 한다. 미성년자를 비롯한 무면허 렌터카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확실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렌터카 업체는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차량 대여 및 운행 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토부 등은 렌터카 이용을 시작할 때 얼굴 또는 지문인식을 의무화하는 등 관계 규정을 강화해 더 이상 미성년자가 무면허 렌터카 사고로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설] 위기의 ‘경기도 연극’, 지원 늘리고 개념 넓혀야

경기도 연극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연극이 시작됐는데 관객은 두 명뿐이다. 배우는 개의치 않고 연기에 최선을 다한다. 공연 도중 대본에 없던 눈물을 쏟는다. 그 두 명조차 나가고 객석이 비었다. 결국 연극은 중단되고 막을 내린다. 남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 연극인의 경험이다. 경기도 연극계가 이렇게 힘들다. 서울 10편 할 때 1편 한다. 경상도에 비해도 절반이다. 월수입 40만원도 어렵다. 겸업하면서 생계 유지한다. 자생력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 절멸의 극한에 처했다고 봐야 한다. 유일한 지지력이 지자체 지원이다. 이렇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원과 과도하게 연계되는 제한이 문제다. 지나치게 지역적 내용을 강조한다. 지역 명소, 지역 문화, 지역 역사를 소재 삼도록 강권한다. 고양의 행주대첩, 용인의 처인성, 수원의 정조대왕 등이다. 지역민들도 달달 외는 지역 문화와 역사다. 신선한 창작물이 도출될 리 없다. 관객이 찾을 리도 없다. 물론 성공한 지역 소재 연극은 있다. 충남에서는 충청도 사투리로 연극을 만들었다.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 제주에서는 4·3 사건 연극이 성공했다. ‘바람의 소리’. 하지만 이 현상을 경기도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31개 시•군의 문화가 저마다 다르다. 그 문화의 지명도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지나친 지역화는 연극을 망칠 우려도 있다. 연극 지원 행정의 객체는 연극이다. 지역 홍보가 우선한다면 그건 일반 홍보 행정이 된다.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 경기도 연극은 서울과 맞댐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공연 현황이 있다. 서울에서 836건이 공연됐다. 전국 공연의 66.14%다. 티켓판매량 비중은 더 높다. 전국 연극 티켓의 78.87%가 서울에서 팔렸다. 10분의 1에 불과한 경기·인천 연극이다. 그 중심인 서울 대학로가 30분 거리다. 애초에 자율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국토 균형 발전이 국가 정책의 축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연극도 균형을 이루게 지원해야 맞다. 또 중요한 게 발상의 전환이다. 연극 생태계 지원이 같이 가야 한다. 지역마다 ‘~단길 조성’이 붐을 이룬다. 서울의 ‘경리단길’이 시작이다. 수원 ‘행리단길’이 생겼고, 경주 ‘황리단길’이 생겼다. 볼거리, 먹거리가 어우러지는 복합 개발 개념이다. 경기도 연극도 이래야 산다. 맛집, 숙소 등이 연극과 어우러지는 상권 조성이 필요하다. ‘수원 연극길’, ‘용인 연극 마을’ 등을 상상해보자. 이 사업은 도시계획 차원이다. 지자체가 나서야 할 수 있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맞는 말인데 경기도 연극계에 지금 주문할 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건 긴급 지원이고, 그 내용은 더 크고 더 자유롭고 더 넓어져야 한다.

[사설] ‘전자발찌’ 성범죄자 활개, 무용론 나올 만하다

전자발찌를 찬 30대 남성이 여성 혼자 일하는 가게에 침입해 성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2천여만원을 강탈해갔다. 지난 23일 오후 수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 남성은 성범죄로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차고 보호관찰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같은 범행을 대낮에 버젓이 저지른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워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툭하면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는데도 개선되지 않으니 거주지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다. 전자발찌가 있어도 재범 방지 효과가 없다면 장식용품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전자발찌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감독제도는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범죄자(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스토킹)의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해 24시간 밀착 감시하는 제도다. 보호관찰관이 중앙관제시스템을 통해 전자감독 대상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전화로 특이사항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관리한다. 이는 대상자의 위치 파악만 가능할 뿐, 전자장치로 행동 감지는 할 수 없어 보호관찰관이 범죄 행위를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전자장치는 그냥 위치 추적기에 불과하다. 전자발찌의 허술한 관리가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관리 대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거나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야간 외출조차 제한받지 않고 주택가를 활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악질 성범죄자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비웃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의 허점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감시 인력인 보호관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전국 기준 전자감독 인력은 323명인데, 대상자는 5천600여명이다. 단순 계산해도 보호관찰관 1명이 17명의 대상자를 관리해야 한다. 2008년 전자감독제 도입 당시 보호관찰관 1명당 감시 대상자가 3.1명이었음을 감안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자발찌를 채우고 24시간 감시만으로 재범이나 훼손·도주를 막기는 어렵다. 24시간 감시라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다. 위치 추적만 하는 전자장치 이외에 처벌을 강화하거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법무부와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찰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공조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또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야간 외출을 제한하거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의 법률 제정·개정도 필요하다. 전자발찌를 채워놨다고 안심하거나 방치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사설] 줄잇는 데이터센터 건립, 주민 건강·안전 우선해야

경기도 서부권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줄을 잇고 있다. 고양특례시에서 가동 중인 4곳 외에 9곳이 신규로 추진되고 있다. 고양 4곳, 부천 3곳, 김포와 파주 각각 1곳 등이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 정보기술(IT) 산업의 심장으로 불린다. 데이터 처리 용량이 커지다 보니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클라우드와 AI 수요가 겹치면서 데이터센터는 2차 호황기에 진입했다. 지난해 40곳이던 상업용 데이터센터가 2027년이면 74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사 및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상업용 데이터센터 시장에 최근 건설사, 부동산 운용사, 금융사 등도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임대(코로케이션) 목적이 크다. 서부권 9곳도 모두 자산운용사가 임대용으로 건설한다. 서부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이유는 경제성과 고객 수요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수요처는 줄고 인력 채용이 어려워진다. 장거리 통신비 등 비용도 증가한다. 여러 면에서 수도권의 이점이 크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기지 않는다. 반대와 갈등이 거세다. 전자파 유해, 전력수급 과부하 등 주민에게 도움이 안 되는 기피시설이라고 주장한다. 주택과 학교가 밀집된 지역에 주민들의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데이터센터는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에선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자체의 행정절차 번복·지연에 사업자들은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전용주거지역과 보존녹지지역을 제외한 모든 용도 지역에 건립이 가능하다. 아파트단지 근처에도 들어설 수 있다. 전력 공급도 난항이다. 이웃 지자체에서 전력을 빌려 쓰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천의 데이터센터는 인천 부평구 갈산변전소로부터 15만4천V 특고압 전압의 지중선로를 4.5㎞ 설치해야 해 주민들이 도로굴착 허가에 반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 효과를 놓고도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 측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 IT기업의 투자 유치, 세수 증대 등의 경제적 효과를 주장한다. 반대 측은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는 안전 및 공기, 수질, 토지, 기후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선 객관적인 정보 제공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는 전자파 유해성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공업지역으로 유도하고, 불가피하게 주거지역과 인접한다면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사설] 전해철은 김동연에게로, 초일회는 어디로

야권의 대권 후보 1위는 이재명 대표다.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더 공고해졌다. 20일을 전후해 관련 여론조사가 있었다. 미디어토마토와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다. 야권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는 이 대표다. 43.2%로 압도적이다. 그 뒤를 김동연 경기지사(7.7%), 김경수 전 경남지사(6%)가 잇는다. 조국 대표(5.8%)와 김부겸 전 총리(5.5%)도 있다. 차이가 크지만 야권 내 2위권은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다. 더 의미 있게 볼 항목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누가 경쟁력 있다고 보는가.’ 이 질문에 김경수 전 지사가 21.7%, 김동연 지사가 20%였다. 어떤 통계로도 김 지사가 야권 내 2위권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김 지사의 정치적 지지목은 친문 세력이다. 총선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던 것도 그런 취지로 풀이됐었다. 자연스레 김 지사 주변으로의 친문 세력 응집이 언론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런 때 전해철 전 의원이 합류했다. 수도권 친문이다. 경기도정자문위원장에 취임했다. 친문 세력 결집의 중요한 단초로 풀이된다. 26일 위촉식에서 전 위원장도 이런 의미를 숨기지 않았다. “언론 등에서 김 지사와 함께하고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김 지사가 잘했으면 좋겠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김 지사 지지는 분명히 한 셈이다. 당내 기반이 약한 김 지사에게는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초일회와의 관계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기간에 출범한 모임이다. 박광온·양기대·윤영찬·신동근·박용진·강병원 전 의원 등이다. 하나같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비명횡사’의 직격탄을 맞은 인사들이다. 대부분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인천을 정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김 지사다. 초일회와의 관계 정립에 관심이 쏠렸다. 초일회 방향에는 두 추측이 있다. ‘친김경수’, ‘친김동연’. 앞서 ‘친이낙연’이라는 지적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동연·김경수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우리는 누구 편도 아니고 나라다운 나라, 좋은 대통령 만드는 데 힘을 모으려고 합니다. 대통령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회원 A의 설명이다. 현 상태의 스탠스는 이게 맞는 것 같다. 다만 향후 방향까지 담보할 일은 아니다. 정치는 생물이라 했잖은가. 언제든 다양성으로 분화하는 게 정치다. 초일회와 김동연 지사의 연관도 그럴 수 있다. 같은 경기도가 기반이라서 더욱 그렇다.

[사설] 학교까지 침투한 딥페이크 성범죄, 단속·처벌 강화해야

특정인의 얼굴과 나체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가뿐 아니라 중·고등학교까지 번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지역 및 학교 목록’이 나돌고 있다. 경기도에도 수원, 화성, 부천, 안산 등 수십 곳의 중·고교가 포함돼 있다. 피해의 진위나 규모 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학교와 교육청도 비상이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SNS에 올린 얼굴 사진을 도용해 나체와 합성해 유포하고 있다. 1천300여명이 참여하는 한 텔레그램 채널의 경우, 전국 70개 대학의 개별 대화방을 열어 지인 신상을 확보하고 불법합성물을 제작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이뤄졌다. 인물 사진을 전송하면 5~7초 만에 불법합성물을 만들어주는 텔레그램방도 활성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작부터 유포까지 쉽게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할 수 있는 구조다. 미성년자인 중•고생을 대상으로 삼은 텔레그램 채널에도 2천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는 보안 수준이 높아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쉬운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외국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에서 유포되는 불법 합성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포함한 국내 기관이 삭제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 수사에 착수해도 압수수색 영장의 강제력이 적용되지 않아 피의자 특정부터 난항을 겪는다. 실제 경찰이 ‘텔레그램 서버가 국외에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다. 수사기관의 무기력한 대응 속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가해자들은 죄책감 없이 재미삼아 성범죄에 가담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10대가 많다. 지난해 기준 허위 영상물 범죄 피의자 120명 가운데 10대가 91명(75.8%)으로 4명 중 3명꼴이었다. 딥페이크 기술은 신종 학교폭력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중·고등학교까지 덮친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 강력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고생 등 미성년자까지 범죄 표적이 되게 해선 안 된다. 불법 음란합성물의 제작·유포행위는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중범죄다. 수사와 처벌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반포 목적’이 아닌, 성착취물 제작 자체도 처벌할 수 있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제작과 유포뿐 아니라 2차 가해와 단순 시청도 처벌해야 한다. 단속·처벌 강화와 함께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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