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버스터미널 줄폐업, 교통복지 차원서 지원 필요하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고속버스, 시외버스터미널이 사라지고 있다. 경영난을 극복 못해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볼 수 있었던 버스터미널 폐업은 경기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2022년 12월 문을 닫았다. 경영난으로 1년 휴업을 하며 정상화를 모색했지만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폐업했다. 2020년 이후 성남 외에도 여주태평버스터미널, 장호원버스터미널, 운천시외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았다. 현재 경기도내 시외버스터미널은 총 27곳이다. 이 중 20곳을 민간이 운영한다. 버스 승객이 줄고 적자 폭이 늘면서 이들 버스터미널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지방 교통의 근간인 시외버스망이 붕괴 위기에 놓인 상태다. 시외버스터미널 폐업이 느는 이유는 승용차 보급 확대와 KTX 등 대체 이동수단이 증가한 데다 인구감소에 경기침체가 겹친 탓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여객수요 급감으로 버스터미널 경영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운영업체들은 버스 노선과 운행 횟수를 줄였다. 최근 5년간 도내 시외·고속버스 운행노선은 44.69%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감소했다. 노선당 운행 횟수 역시 24.81% 줄었다. 운행 감소는 배차간격 증가로 이어져 장시간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노인 등 교통약자들의 고통과 피해가 크다. 여객 감소→채산성 악화→노선 및 운행 횟수 축소→이용객 감소→터미널 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결국 폐업을 불렀다.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지방세 부담도 경영난 가중에 한몫했다. 경기도내 버스터미널 이용객 연평균 감소율은 10.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매출 감소도 4.92%로 제일 높다.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표수입은 연평균 9억7천600만원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버스터미널 운영업체들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없어 적자가 계속 쌓이게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지자체의 지원이 없으면 터미널 연쇄 폐업은 시간 문제’라며, 2020년부터 20회 넘게 경기도에 지원 건의서를 보냈다. 도는 민영인 버스터미널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영 버스터미널 폐업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책이 절실하다. 버스터미널은 공공재다. 경영 효율성만 생각해 폐업하면 안 된다. 소외지역 교통약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교통복지’ 차원에서 계속 운영돼야 한다.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지자체의 맞춤 지원과 민간사업자들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사설] 공공AI 도입, 행정 적용범위·안전문제 등 과제다

AI(인공지능)는 산업뿐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농업, 교통, 교육,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AI의 미래 파급력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AI와의 동행은 모든 분야에서 필수라는 것은 확실하다. 경기도는 AI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선 8기 경기도는 미래성장산업국을 만들어 반도체·바이오·모빌리티·AI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견인했다. 임기 후반기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AI산업을 전담할 ‘AI국’을 신설한다. AI국은 AI프론티어사업과, AI산업육성과, AI미래행정과, AI데이터인프라과로 구성된다. AI시대가 가져올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도민서비스 발굴, AI클러스터 조성, AI전문인력 양성, 데이터 축적 및 개방,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구축 등 AI 인프라 구축과 산업 육성을 총괄 추진한다. 경기도는 이미 ‘AI 노인 말벗 서비스’, ‘고독사 예방’, ‘발달장애인 AI 돌봄서비스’, ‘교통사고 신속 대응’ 등 4개 사업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고독사 예방은 ‘네이버 케어콜’로 1인 가구에 일주일에 한 번 안부 전화를 하는 사업이다. 교통사고 신속 대응은 챗GPT로 119에 접수된 각종 신고 현황 중 교통사고만 분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 외에 AI를 활용한 정책과 사업 아이디어는 아직 미흡하다. 곧 AI국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정보 유출이라는 불안전성과 신뢰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문제가 민간에서 발생했다. 올해 초 한 반도체 대기업에서 개방형 AI인 챗GPT로 인해 사내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생성형 AI 특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등 민감한 사안을 보유한 공공기관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생성형 AI가 내놓은 답변이 엉뚱한 사례도 종종 있어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 관련 법안도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AI산업의 안전성 등을 담은 ‘인공지능 기본법’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AI 행정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 행정의 적용 범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AI 관련 예산과 기술인력 문제도 있다. 인력은 기술력만 갖춘 전문가가 아닌 AI 행정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AI 문해력’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행정에도 AI 적용이 필수이고,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지만 안전과 법령 문제 등 선결 과제가 많다. 경기도와 정부, 산업계가 합심해 해결해야 한다.

[사설] 항만 민간개발 ‘특혜’ 현실로... 인천신항 경쟁력이 문제다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사업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개발 방식의 국가 SOC 확충 사업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사업구조부터 잘못 짜였다고 한다. 개발 참여 업체에 과도한 이윤이 돌아가도록 했다. ‘특혜’ 논란이다. 이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최근 인천신항 배후단지개발 1-1단계 2구역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민간사업자가 투자해 배후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준공 후에는 들인 비용만큼의 토지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토지는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이후 공개입찰로 제3자에게 매각된다. 그러나 이 사업에서는 개발 참여 민간사업자가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갖는다. 매도청구권 조항이 계약에 있었다. 민간사업자가 들인 총사업비로 취득할 수 있는 토지는 13만㎡다. 그러나 매도청구권을 통해 이의 4배 규모인 51만㎡를 더 취득할 수 있는 실시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자가 국가로부터 땅을 사 다시 제3자에게 팔아 차익을 얻는 사업구조다. 감사원은 매도청구권으로 추가로 토지를 취득하고 사업비에 취득세까지 포함시키는 등 모두 450억원의 특혜가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개 사항을 조치했다. 잔여 토지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제한하는 방안의 마련이다. 또 민간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토지 취득세는 총사업비에 포함하지 말 것 등이다. 그러나 민간사업자가 수백억원을 손해 볼 실시협약 변경은 쉽지 않다고 한다. 민간기업과의 계약인 만큼 소송을 해도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따낸 업체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의 대표이사는 전직 해수부 항만투자협력과장이었다. 2016년 1월 이 사업의 첫 공모 당시 해수부 담당부서 과장이기도 했다. 2015년 12월 해수부가 항만배후단지 민간개발·분양 방식을 도입할 때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 제도도 소용이 없었다. 특수목적법인은 애초 이 사업만을 위한 것이어서 설립 당시에는 사업 실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특혜 또는 짜고 치는 고스톱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문제는 인천신항의 경쟁력 저하다. 항만 경쟁력은 국가경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항만 배후단지 공급의 유통 단계가 늘어나면 그만큼 땅값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인천신항 전체의 물류 서비스 비용까지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설] 리튬 배터리 참사도 인간의 방심·중과실이다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는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벌이고 있는 아리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다. 경찰은 문제의 아리셀 공장에서 이번 참사 이전에도 네 번의 화재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2021년 두 번, 2022년 한 번, 그리고 지난달 22일 한 번 등이다. 지난달 22일은 참사가 벌어지기 불과 이틀 전이다. 당시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공정에서 발생했다고 경찰이 설명했다. 전해액을 주입하면 배터리 온도가 급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해당 배터리를 분리해 보관하고 있었다. 내부 작업자가 불을 자체 진화했고 회사 측은 소방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24일 화재가 발생한 뒤 지금까지 화재 전력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경찰은 네 번의 화재를 대형 화재 발생의 가능성을 회사가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4일 화재에 대한 회사 측의 중대 과실을 설명하는 정황으로 보는 것이다. 참변의 인재를 가늠케 하는 또 다른 정황도 확인됐다. 배터리 분리 보관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다. 리튬 배터리는 한 개만 폭발해도 주변으로 열이 전달돼 반응이 일어난다. 배터리를 최대한 분리해 보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경찰은 ‘배터리를 한 곳에 모아둔 것이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장 화재 현장에는 43명의 작업자가 있었고 이 중 12명만 탈출했다. 31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화재 발생 초기 많은 전문가들은 리튬 배터리의 특수성만 강조했다. 높은 폭발력과 진화의 어려움 등으로 ‘경험한 적 없는 불’로 설명하는 경향이 많았다. 실제로 리튬 배터리 화재가 지금까지 봐온 화재와 다른 것은 맞다. 진화에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파고 들면 문제의 근본적인 출발은 역시 사람이었다. 네 번이나 화재가 났지만 쉬쉬했고, 분리 보관의 기본을 무시됐다. 인간의 의해 빚어진 또 하나의 예로 가고 있다. 걱정은 또 있다. 다른 리튬 취급 사업장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다. 경기도가 사업장 31곳을 점검했는데 9건을 적발했다. 위험물 취급 원칙 위반이 5건, 유해화학물질 취급 원칙 위반이 4건이다. 소방 점검으로 위험물 보관 1건, 보관장소 미흡 1건 등 2건이 나왔고, 도특사경 점검에서 유해화학물질 혼합보관 2건, 보관장소 미표시 1건, 샤워시설 미작동 1건 등 4건이 나왔다. 모두 제2의 아리셀 참변으로 변할 시한폭탄과도 같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경험 못한 불길’은 맞다. 하지만 그 ‘경험 못한 불길’을 초래한 건 또 인간이다.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사설] 결연하고 흐지부지, 내실없는 자매도시 필요한가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 간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국제화’, ‘세계화’를 내걸며 국외 도시들과 경쟁적으로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상호 교류’, ‘상생 발전’이란 명목하에 국내 도시 간 결연도 줄을 이었다. 이들 자매도시 결연은 대부분 민간이 아닌, 관(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이유는 행정·경제·문화예술·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위해서다. 자매도시가 되면 지자체들은 양 도시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꾸준한 교류와 친선 활동을 통해 상호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하지만 이는 자매도시의 취지가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는 교류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매결연 도시는 점점 늘어나는데 내실은 거의 없다. 기존 자매도시와는 교류도 하지 않으면서, 지자체장이 바뀌면 새 자매도시가 또 생겨 숫자만 늘고 있다. 특별한 이유와 목적 없이 자매결연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늬만 자매도시’의 사례는 많다. 안성시는 2011년 농축산물 거래 등을 위해 부산 사하구와 자매결연을 했다. 하지만 2018년 안성시장 등 32명이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교류가 중단됐다. 2005년 서울 종로구와의 자매도시 교류 상황도 비슷하다. 2022년과 2023년 양 도시 간 축제 참여 이외에 별다른 교류가 없다. 광명시도 2008년 자매결연을 한 충북 제천시와의 대면 교류가 2018년을 기점으로 끊겼다. 지난 4월 축제 축하영상을 보낸 게 고작이다. 전북 부안군과의 최근 교류도 지난해 5월 광명시 대표단이 부안 마실축제를 방문한 것뿐이다. 이런 가운데 광명시는 올해 4월 전남 신안군과 또 자매결연을 했다. 이는 안성시와 광명시뿐 아니라 도내 전체 지자체가 비슷한 상황이다. 자매도시 숫자는 늘었지만 내실이 없다. 유명무실한 자매도시 결연을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자매도시 협약을 할 때는 거창하다. 농축산물 팔아주기, 지역 관광명소 입장료와 숙박업소 할인, 농촌체험프로그램 혜택 등을 약속한다. 하지만 실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이런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체감하는 혜택도 없다. 지자체의 홍보가 미흡하고 활성화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매도시는 지자체장 입맛대로 선정, 생색내기 위한 결연사업이 아니다.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행정이어야 한다. 자매도시 결연도 신중해야 하고, 결연을 했으면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사설] 학교 내 전기 충전시설 공포는 현실이다

시흥시 검바위초등학교와 인접한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최근 들어선 이곳에는 전기차 충전소 6개가 설치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설치됐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교대로 현장 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매탄초등학교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출입문 바로 옆에 있어 오가는 학생·학부모들의 걱정이 많다. 친환경자동차법은 50개면 이상 주차 공간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도내 공립학교에도 50개교가 설치했다. 문제는 학교가 외부인 접근 가능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시설 등 보호를 위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외부인 범죄가 빈발했던 몇 년 사이 폐쇄성은 더 강화됐다. 학부모조차 사전에 신청하고 허락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아파트 주차장, 공영 주차장 등과 다르다. 그렇다고 학교 상근 차량 가운데 전기차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기차 몇 대만을 위한 시설인 게 현실이다. 불특정 학생과 학부모가 겪고 있는 불안•공포와 등가성이 안 맞는다. 일부에서는 이런 지적을 전기차 화재 공포감 조장이라고 지적한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 기관차의 그것보다 훨씬 낮다는 논리다. 전기차 등장 초기였던 10여년 전에는 그랬다. 이제는 철 지난 얘기다. 2022년 말 기준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0.013%, 내연기관차가 0.016%다. 중요한 것은 추이다. 2020년 이후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가 매년 2배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기름차의 10분의 1’은 황당한 소리다. 화재의 위력이나 진압 어려움 등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2022년 테슬라 전기차의 ‘물 웅덩이 진압’은 공포의 시작이었다. 충돌 사고로 폐차장에 옮겨진 전기차에서 연속해 화재가 발생했다. 결국 소방관들이 차를 물 웅덩이를 만들어 집어넣어야 했다. 테슬라가 만든 긴급 대응 가이드 라인이 있다. 화재 진화에만 24시간이 필요하고, 최대 3만ℓ의 진화용 물이 들어간다고 한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진화에 50분, 물은 1천ℓ가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 위험은 눈앞의 현실이다. 전 국민을 소름 돋게 만든 화성 리튬 공장 참변까지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이 한 개 층도 못 내려오고 화마에 갇혀 버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를 듣고 봤다. 학교 내 충전시설 불안해하는 게 당연하다. 폐쇄된 학교 내 의무화가 합리적인지 묻는 게 당연하다. 때마침 경기도교육청이 개선 조례를 검토한다는 전언이 있다. 이 뜻을 지지하는 우리 입장을 재삼 밝힌다.

[사설] 교내 전기차 충전기 공포, 학생은 운전도 안 하는데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변이 10여 일 지났다. 진압이 어렵다는 공포를 절절히 목격했다. 우리는 화재 직후 ‘전기차 화재 공포’를 지적했다. 급증한 전기차로 인한 화재 공포의 확산 우려다. 우려대로 ‘전기차 화재 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학교내 충전 시설 확대다. 2020년 1개 학교, 2022년 11개 학교, 올해는 50개 학교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됐다. 공립학교를 기준 삼았을 때 이 정도니 전체는 더 많을 것이다. 관련 시설 설치를 강제하고 있는 것은 친환경자동차법이다. 50개 면 이상 모든 주차 공간에 해당한다. 올해 1월부터는 학교에도 적용됐다. 설치 안하면 최고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린다. 친환경 차량 이용 편의와 확산을 위한 입법 취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로 인한 공포감을 운전자가 아닌 학생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증가는 전기차 화재와 비례한다. 2020년 대비 올해 전기차는 4배 늘었고, 전기차 화재도 7배 늘었다. 화성 리튬 공장 화재에서 목격했듯이 불길을 잡는 것이 어렵다. 물로 끌 수 없고 마른 모래나 D급 금속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 D급 소화기는 화재에 따른 소방 기준을 말한다. 이게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나마 성능마저 들쭉날쭉해 진압 신뢰감까지 떨어진다. 장비 탓을 하기 전에 소방청의 관련 기준 자체가 엉망이다. 화성 리튬 공장 화재가 난 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그제야 ‘소화기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실과 괴리되는 문제는 또 있다. 학교 내에 공공 이용 충전소를 설치한 실효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학교는 통상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충전기가 설치된 50개 학교 가운데 시설을 외부인에 개방한 곳은 28%인 14곳 뿐이다. 충전소 설치 의무부터 결정한 것이다. 수백~수천명의 학생을 전기차 화재 공포에 밀어 넣은 것이다. 전기차 화재 발생에 대한 위험이 상존하고, 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3천만원 협박’부터 들고 나온 셈이다. 경기도만의 대책이라도 우선 강구해야 한다. 때마침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관련 의견을 내놨다. “학교시설에 대해서는 (설치 의무에서) 예외로 할 수 있는 조례를 도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례안의 신속한 마련과 도의회의 적극 협조가 이뤄지기 바란다. 소방당국도 ‘연구하고 있다’는 소극적 답변 외에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지 고민하고 내놓기 바란다. 운전자도 아닌 학생들은 전기차 공포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사설] 현실을 반영 못하는 상속세, 시급히 개편해야

지난 6월27일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부총리는 “전체적으로 우리의 상속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현재 제도 자체가 20년 이상 개편되지 않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다”라고 말하면서 7월 말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상속세 개편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한 상속세 개편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며,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6월20일 당정협의를 통해 22대 국회에서 중요 국정현안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6개 경제단체도 6월27일 보고서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 개편을 강력히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또한 불합리하게 과세를 매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세 과세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니, 이는 피상속인이 유산으로 남긴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 후 이를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재산비율대로 나누어 부담하는 방식이다. 유산세 과세방식은 국제적 동향과도 부합하지 않으며, 또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상속세를 운용 중인 OECD 국가 중 유산세 과세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한국, 미국 등 4개 국가에 불과하다. 유산세 과세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상속인별 담세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피상속인이 생전에 세금을 내고 축적한 재산에 대해 사망 시 또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 취득세 과세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상속세의 세율 구간도 문제이다. 현재 상속세는 과세표준 기준으로 1억원까지는 10%, 이후 초과분에 대하여 계속 과세율을 10% 단위로 증가, 과세하고 있다. 30억원 초과분엔 50%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1999년부터 24년 넘게 유지됐다. 그동안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세율 구간 개편은 시급하다. 현재 상속세 대상 43%가 10억~20억원으로 이들이 아파트 한 채 상속 땐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외에도 배우자 공제율도 개편 대상이다. 미국과 영국에는 배우자 공제에 한도가 없으나, 우리나라는 아주 낮아 개편이 필요하다.

[사설] 기회소득 본격화, 대민 홍보도 병행해야

경기도의 기회소득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 해당 분야는 체육인, 농어민, 아동돌봄, 기후행동 등 4개다. 본격 시행이 가능하게 된 기점은 정부와의 협의 완료다. 복지부와의 체육인, 농어민, 아동돌봄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가 끝났다. 기후행동은 사회보장제도 협의 대상이 아니다. 앞서 예술인과 장애인 기회소득은 지난해부터 지급되고 있다. 김동연 지사가 추진해온 경기도민 기회소득이 도정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정책 협의 절차를 완료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과거 지방정부가 시작한 복지는 중앙정부와 충돌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재정 여건 이견, 유사 복지와의 충돌, 감당 못할 과급 우려 등이 이유였다. 2016년 성남시 청년 배당이 그랬었다. 당시 복지부가 제도 시행에 이견을 보이면서 법적 충돌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번에 경기도는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런 불필요한 마찰을 없앴다. 동시에 기회소득이 국가로부터 새로운 복지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크다. 분야별 기회소득이 정하고 있는 원칙과 기준도 평가할 만하다. 집행 예산, 지급 대상, 지급 기간 등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정해 놨다. 체육인 기회소득의 경우 대상 기준은 19세 이상 중위 소득 120% 이하의 현역 선수, 선수 출신 지도자, 심판이다. 약 7천800명에 달하는 이들에게 연 150만원을 2회에 걸쳐 지급한다. ‘중위 소득 120% 이하’라는 기준으로 복지 혜택의 한계를 분명히 정하고 있다. ‘무차별 퍼주기 복지’와 구분이 명확하다. 농어민 기회소득도 마찬가지다. 청년농어민(50세 미만), 귀농어민(최근 5년 이내 귀농어), 환경농어업인(친환경, 동물복지, 명품수단 인증) 등으로 정했다. 약 1만7천명 대상에게 월 15만원씩 지급한다. 아동돌봄 기회소득은 부모를 대신해 주민이 아동돌봄에 참여하는 경우다. 500명 정도로 규모를 정해 월 20만원씩 지급한다.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걷기, 자전거타기, 배달앱 사용 시 다회용기 사용 등 탄소중립 실천 15개항 인증자다. 기존의 청년 배당(만 24세 청년)이나 농민기본소득(만 19세 이상 농민)과 다르다. 복지가 필요한 대상을 특정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와 다르고, 대상 범위를 폭넓게 수용한다는 점에서 선택적 복지와도 다르다. 대상자 모집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자들만의 관심을 넘어설 것이다. 1천300만 경기도민이 기회소득을 알게 될 것이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기회소득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낼 더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과하지 않은 정도라면 기회소득 홍보도 구상해 보는 게 좋다.

[사설] 발암물질 범벅 놀이터, 바닥재 전수조사 필요하다

경기도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놀이터 바닥재에서 1급 발암물질 등 다량의 독성물질 검출은 충격적이다. 경기일보가 유해성 검사를 진행한 8곳의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에서 모두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기준치(1kg당 10㎎)를 초과했고, 일부 학교와 유치원에선 기준치의 3~4배를 넘었다. PAHs는 장시간 노출될 경우 폐암, 피부암, 생식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성 물질이다. 여기에 자폐 등의 유발 위험이 있는 프탈레이트까지 기준치 넘게 검출됐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시공한 탄성포장재 놀이터가 있는 유치원은 608곳이다. 초등학교도 148곳에 이른다. 이곳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발암물질에 무차별 노출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유치원생들은 바닥재를 손으로 집거나 뜯고 입에 가져가는 등의 유아기 행동 특성상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경기일보가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이란 기획을 통해 초등학교와 유치원 놀이터의 유해성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발암물질을 품은 탄성포장재가 어린이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가운데 놀이터 시공 이후 안전검사 규정이 미흡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놀이터는 ‘어린이활동공간 확인검사’ 대상이다. 해당 검사는 바닥재의 중금속, 프탈레이트, 폼알데하이드만 측정할 뿐 PAHs는 검사 항목에 없다. 바닥재는 품질인증 과정에서 PAHs 8종을 측정하지만 시공 이후 정기 검사에선 PAHs가 검사 항목에서 제외됐다. 1급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놀이터를 새로 짓거나 확장하지 않는 한 바닥재의 유해성 검사를 관리 주체의 자율에 맡겨 이 또한 문제가 있다.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탄성포장재 하층부에 대한 PAHs 규정은 사라질 위기에 있다. 교육기관 놀이터의 탄성포장재 안전성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가 최근 바닥재 하층부의 PAHs 규정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탄성포장재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층은 완전히 구분되지 않아 유해 물질이 전이될 우려가 있다. 이미 파손된 곳에선 하층이 드러나 있다. 때문에 바닥재 하층부의 PAHs 규정 삭제는 맞지 않다. 놀이터 바닥재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 오히려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학부모들과 맘카페 등에선 어린이 놀이시설의 전수조사를 요청하고 있다. 차라리 위험한 놀이터의 운영을 중단하라고 한다. 도교육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에선 놀이터 바닥재에 대한 유해성 검사 기준을 강화하고, 당장 전수조사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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