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한계령-'원미동 사람들'중에서

<한계령> 양귀자씨 ‘원미동 사람들’ 중에서 1. 한계령 줄거리 어느날 나는 전화를 받습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목소리 주인공은 자신을 박은자라고, 어릴 적 동무라고 말합니다. 그 순간 나는 찐빵집 딸이었던, ‘검은 상처의 블루스’라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불렀던 은자를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은자는 부천 지역 밤업소에서 ‘미나 박’으로 꽤 유명해졌다면서 꼭 한번 자신이 노래하는 업소를 찾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지요. 그 순간부터 나는 은자와 함께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다방 레지로 취직했던 언니와 아내와 딸들을 항상 때렸던 은자 아버지. 그리고 큰오빠가 떠오릅니다. 추억 속에서 큰오빠는 항상 꿋꿋하기가 대나무 같고 매사에 빈틈이 없어 어려웠던 사람입니다. 맛있는 음식도 큰오빠와 함께라면 다들 어려워했지요. 하지만 요새 어머니의 전화 내용의 대부분은 큰오빠가 술을 마시고 자꾸 먼산을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 소식에 가족들은 늙어가는 모습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여기려 하지만, 나는 오빠의 상심의 정체를 알 것만 같다고 고백합니다. 사는 데 바빠 아버지 추도예배를 가지 못하는 형제들. 술이 들어가면 어머니를 붙잡고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자는 큰오빠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계속 무겁게 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심하게 가난했던 일곱 형제들의 생계를 오빠는 야간 대학을 다니면서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습니다. 아침마다 회비, 참고서 값, 성금, 체육복 값 등을 달라고 내밀 때마다 공장에서 돈으로 찍어도 모자라것다 라면서도 큰오빠는 돈을 내밉니다. 이런 추억에 잠겨 있을 무렵, 은자가 전화를 걸어 왜 찾아오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합니다. 은자는 첫아이를 임신하고도 빚에 쫓겨 유흥업소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다가 유산한 자신의 고단한 삶을 들려줍니다. 나는 그 속에서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봅니다. 창가에 붙어 앉아 귀를 모으고 있으면 지금이라도 넘어져 상처 입은 원미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또 넘어지는 실패의 되풀이 속에서도 그들은 정상을 향해 열심히 고개를 넘고 있었다. 정상의 면적은 좁디 좁아서 아무나 디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엄연한 현실도 그들에게는 단지 속임수로밖에 납득되지 않았다. 설령 있는 힘을 다해 기어올랐다 하더라도 결국은 내리막길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수긍하지 않았다. 부딪치고 아등바등 연명하며 기어나가는 삶의 주인들에게는 다른 이름의 진리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다음날 고향집 동생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고향집을 팔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큰오빠가 종일토록 홀로 술을 마셨다는 거지요. 식구들 모두 조마조마하다고 동생은 전합니다. 큰오빠의 뒷바라지 속에서 자란 여섯 남매는 의사로, 고급공무원으로, 작가로, 음악선생으로 번듯하게 자랐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일상 속에서 바삐 살아갑니다. 큰오빠는 한때 동생들에 대한 부양의 책임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지금 노쇠해가는 삶의 깊은 구멍은 큰 오빠를 무너지게 하지요. 몇 년 전 대수술을 받은 후 기다리는 것은 허망함 뿐이라는 큰오빠의 낙심이 무엇일지 나는 떠올려 봅니다. 나는 결국 은자의 무대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한 여인이 무대에 올라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이란 노래 ‘한계령’을 부릅니다. 나는 그 속에서 오빠의 지친 뒷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은자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돌아옵니다. 그날 밤, 꿈속에서 잿빛 하늘 아래 황량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꿈을 꿉니다. 그 속에서 나는 형제들도 봅니다. 큰오빠는 앞장을 섰고, 다른 남매들이 뒤를 따르는 꿈입니다. 며칠 후 은자는 전화를 걸어 내가 오지 않았음을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곧 자신이 창업할 가게 이름이 “좋은 나라”라면서 한번 찾아오라고 권하죠. 나는 그 가게 이름이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좋은 나라에 갈 수 있을지, 아니 좋은 나라에 가서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 ▷ 왜 나는 은자를 만나지 않나요? 원미동은 물질만능과 극도의 개인주의 속에서 서로 소외되고 고독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그 속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나’ 또한 이 법칙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던 나에게 걸려온 은자의 전화는 예전 궁핍한 시절의 어린 추억을 떠올려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그때 생계를 책임졌던 무섭고 어렵기만 하던 큰오빠는 현재 허무함 속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월의 양극단에서 지은이는 ‘한계령’이란 노래 속에서 형제들의 모습을 발견하죠. 나에게 고향은 현재를 살기 위해 그저 그렇게 버티는 편안한 일상과 달리 고단하지만 생기가 넘치고 활력이 넘칩니다. 꿈이 있었고,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 치열했던 공간이지요. 은자 역시 고생스럽게 살아왔지만 가수라는 꿈은 이루지 못하고 그저 유흥업소 가수로 만족하면서 가게를 차리는데 만족해하잖아요. 결국 고향의 추억과 꿈은 은자를 만남으로써 그 모든 것은 이미 퇴색되어 버립니다. 고향의 옛 추억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은자를 만나지 않는 것이지요. ▷ 왜 제목이 한계령인가요? 은자의 노래를 듣고 꾼 꿈속에서 큰오빠를 선두로 해서 모든 남매가 저마다의 큰 짐을 지고 걸어가는 것을 봅니다. 이제는 번듯하게 자라서 큰오빠의 근심이 되지는 않지만, 그들도 자신들의 삶에 막혀 아버지의 추도예배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나’의 처지도 그리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은자에게 한번 가려고 해도 남편이 두 아이를 봐야지 가능한 처지이지요. 힘겹게 살아왔지만, 자신들의 삶의 무게로 자유롭지 못한 80년대 소시민들의 모습을 한계령으로 비유한 것입니다. 특히 큰 고개를 넘었으나, 이제 왜 내려가야 하는지도 모른채 우두망찰한 큰오빠를 가장 직접적으로 비유했다고 볼 수 있지요. ▷ 왜 나는 은자의 이야기에서 오빠를 떠올리나요? 은자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마자 나는 찐빵집 은자를 떠올립니다. 그와 동시에 항상 가장의 책임을 지고 있었던 큰오빠도 동시에 떠오르죠. 큰오빠는 자식과 동생들을 다 키워놓고 그리고 집까지 판 후 진이 다 빠진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큰 수술 후 쇠약해진 몸은 다 커서 이제는 아버지 추도예배에 전원 다 참석시키기 어려운 동생처럼 허망합니다. 술을 마시면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자며 어머니를 붙잡고 우는 큰오빠. 나는 은자의 가게에서 한계령의 노래를 들으면서 오빠를 곧장 연상하죠. 결국 은자는 나에게 큰오빠가 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체가 되지요. 그리고 그곳은 큰오빠 혼자서 모든 가족의 생계와 미래를 짊어졌던 공간이기도 하고요. 동생들 때문에, 살기 위해서 6,70년대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등바등 살아왔던 큰오빠는 이제 ‘자신의 존재’가 하나둘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나는 은자의 가게에서 한계령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오빠를 떠올리는 것도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결국 자신의 삶에 안착하지 못하고 유랑하는 오빠의 현재의 모습을 알기 때문이죠. 결국, 이농한 시골 사람들이 도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떤 형태로 유랑하고 있는가를 다룬 작품으로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지만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성실했던 소시민들에게 그들의 삶은 통과해 온 지난 추억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 왜 ‘나’는 은자의 가게 좋은 나라에 가는 것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하나요? 은자는 곧 열게 될 자신의 카페 ‘좋은 나라’로 작가를 오라고 합니다. 나는 참 좋은 이름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좋은 나라로 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하죠. 여기서 은자의 가게 이름은 중의적으로 곧장 “좋은 나라”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제 안정을 찾아가지만 고생스러웠던 시절을 겪었던 은자. 그리고 가장으로 책임졌던 큰오빠의 고생은 모두 훗날 “좋은 곳”에서 살게 될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힘겨운 삶의 희망이었을지 모르지요. 고단한 삶을 버티어 내도록 우리가, 누군가가 제시한 희망의 봉우리는 아닐지. 그래서 한계령이란 노래처럼 저산은 내려가라 내려가라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지요. 힘겹게 올라왔으나 결국 다시 내려가야 하는 인생처럼 “왜 사니?”라는 물음에 “좋은 곳에서 살려고.”라는 대답은 그저 현실이 아닌 추억으로 가능할 뿐입니다. /조주희 (대광고등학교 국어 교사) ▲빅터 플랭클 박사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이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았을 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죠. 그는 로고테라피라는 학문을 만듭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도대체 사는 것이 무엇인지는 심리학자 뿐만 아니라 소설가들에게도 중요한 화두가 됩니다. 80년대 <나는 소망한다 내가 금지된 것을>이란 작품으로 유명한 양귀자 작가는 ‘소설이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바로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질문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이에요. <원미동 사람들>은 11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미동은 한자를 풀면 “멀고도 아름다운 동네”가 되지요. 80년대 가정의 모습을 담아낸 이 작품은 가장 평범한 우리네 삶을 담고 있습니다. 80년대 하면 떠오르는 건, 민주화 열풍과 함께 이기주의가 급속도로 펴졌던 우리네의 밋밋한 일상입니다. 그 속에서 양귀자는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왜 사는지 묻고, 이웃의 폭력에 눈 돌리는,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원미동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다룰 작품은 바로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연작 소설의 맨 마지막을 장식한 <한계령>입니다. ▷교사 주도의 논술수업 한계…문제 만들고 제시문 편집 즐겨야 논술 수험생들은 대부분 논술 문제집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 논술 문제집은 논술 전문가가 만들었기에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문제를 푸는 것뿐이다. 이런 방법으로는 학생들은 논술 시험 출제 의도조차 잘 파악할 수 없다. 논술이 어렵다는 인식만 가중될 뿐이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스스로 논술을 즐겨야 한다. 그 대안으로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제시문을 편집하는 ‘스스로 논술학습법’을 제시한다. 다음의 <경기일보> 기사를 보자. 위의 기사 제목은 각 분야별로 선정한 것이다. 우선 학생 스스로 신문의 각 분야별로 6편 정도 선정한다. 이어서 선정한 제시문 중에서 또 제시문을 마음대로 골라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런 과정 중에서 관련 없는 제시문은 뺄 수도 있다. 이른 바 학생 마음대로 제시문을 편집하고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위의 ‘⑴,⑵에서 문제점을 찾아 제시하고 ⑶의 관점을 참고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즉, ⑴의 내용 중에 ‘경기,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값이 비수도권에 비해 3배나 높다’를 통해 문제점을 생각해낼 수 있다. 또한 ⑵의 ‘급식위생 관리를 부실한 운영’에서 문제점을 잡아낼 수 있다. 그 해결방안으로 ⑶의 ‘주민의 직접 참여를 통한 아파트 값 조정 기구 설치’, ‘보육시설 급식 운영의 주민 적극 참여’ 등을 제시할 수도 있다. 또한 ‘⑹에서 문제점을 ⑷의 관점으로 비판하시오’라고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전통을 중시하는 ⑷의 입장에서 이기주의 앞에 당을 바꾸는 ⑹의 내용을 비판할 수도 있다. 각 신문 기사의 요약과 공통점과 차이점 파악은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간의 연관 관계를 파악해 나름대로 문제를 만들면 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든 문제에 대한 500~1000자 정도의 답안을 작성하여 학교의 논술교사에게 첨삭을 받아보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논술의 전 과정을 학생 스스로 해보는 것으로 ‘논술 즐기기의 극치’를 느낄 것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만든 논술 문제와 편집된 제시문에 대하여 애정을 느낀다. 자신이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 또한 느낀다. 이런 심리적 요인이 더해져 나만의 논술 즐기기는 끝없는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논술 교사가 일방적으로 수업을 이끌어왔다. 창의성이 중시되는 논술 시험에서 교사 주도 논술 수업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 이제 논술 수험생들은 신문의 기사를 가지고 이런 저런 논술 문제를 마음대로 만들어보자. 학생들의 ‘스스로 논술학습법’을 통한 노력은 고득점 논술 답안을 예약할 것이다. /이도희(송탄여고 교사 한국언론재단 NIE 논술강사)

유쾌 통쾌 비빕밥 논술 / 김봉석의 대중문화로 읽는 논술

의대생 이라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인체 해부는 사실 좀 오싹한 일이다. 얼마 전까지 나와 마찬가지로 웃고 울고 했던 누군가의 몸을 가르는 것이 기분 좋을 리는 없다. 의학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여전히 거리낌이 남는다. 이런 거리낌에서 출발하는 <해부학교실>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공포를 보여줄 만한 이야기다. 의대라면 능히 떠돌만한 괴담, 밤늦게 홀로 해부를 하던 의대생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를 끈다. 의대 본과에 올라간 선화는 은주, 기범 등과 같은 해부학 실습 팀이다. 그들에게 배정된 카데바(해부용 시체)는 젊고 예쁜 여성이다. 그런데 첫 실습을 마친 날 밤부터 선화는 외눈에 다리를 저는 의사와 살아난 시체가 등장하는 꿈을 꾸게 된다. 어느 날 선화의 룸메이트인 은주가 해부학교실에 갇혀 심장이 도려난 시체로 발견되고, 선화의 팀원들 모두가 동일한 꿈을 꾸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주인공인 선화의 과거에 얽힌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국 공포영화들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 죽은 이의 얼굴을 복원하는 이야기 <페이스>나 같은 시각에 아파트의 불이 일제히 꺼진다는 설정의 <아파트> 등은 충분히 매력적인 공포영화가 될 수 있다. <해부학교실>도 시작은 나쁘지 않다.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 움직이고, 뭔가 원한을 풀기 위해 꿈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오싹해진다. 그러나 <해부학교실>은 먼먼 길을 돌아간다. 일단 대부분의 공포영화나 미스터리가 그렇듯 과거로 향한다. 해부학을 강의하는 교수 지우는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개인적인 비밀이 아니라 병원 전체에 얽힌 어두운 과거다. 선화에게도 비밀이 있다. 선화의 아버지는 아내를 죽이고, 지금 정신병원에 있다. 그들은 모두 어두운 과거에 얽매여, 현재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모두에게 과거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해부학교실>은 단절된 과거들을 깔끔하게 이어주는 데 실패한다. 과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기는커녕 너무나 진부하고 늘어진다. 공포에서 원인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래서 지금 어떤 무서운 것이 존재하는가이다. 해부학 교실의 서늘한 풍경 자체만이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씩 교실 안으로 끌어들여 살해하는 방식을 보면 <해부학교실>도 꽤 흥미롭게 보인다. 하늘에서 붉은 꽃잎이 날리다가 손바닥에 떨어져 핏물로 바뀌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유를 찾아가는 순간부터 <해부학교실>은 말이 많아지고 안개 속을 헤맨다. 한마디로 말해 요령부득이다. 선화와 해부학 교수인 지우의 과거가 얽혀들기 시작하고 계속된 살인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꼬여만 간다. 문제는 꼬이는 이야기가 거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속 뭔가를 보여주기만 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적어도 사다코를 재탕하지는 않는다는 점만은 인정해줄 수 있다. 하지만 <해부학교실>은 공포의 근원을 파고들기보다는, 무서운 장면을 몇 개 늘어놓고 뒤죽박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바람에 한없이 지루해진다. 귀신이 왜 그들을 죽여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대부분의 한국 공포영화들처럼 <해부학교실>도 공포를 보여주기보다는, 그 원인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심오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과시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해부학교실>은 별로 재미가 없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생각해볼 만한 것이 있다. 할리우드의 SF나 호러 영화에는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로 불리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미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사회적 금기를 깨거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과학자를 말한다. 전형적인 예는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다. 그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겠다면서 시체를 훔쳐와 생명체를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결국 생명체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 결과는 비극이었다. 연구 과정에서의 금기만이 아니라, 자신의 연구 결과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연구에만 몰두하는 과학자들도 간혹 ‘미친 과학자’라고 불리게 된다. 이를테면 군사무기나 생물학병기 등을 만들어내는 과학자들이 그런 경우다. 생체실험을 했던 일본의 731부대의 군의관들도 미친 과학자였다. <해부학교실>의 지우도 ‘미친 과학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지우는 인공 심장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이벌인 다른 연구팀에서 더 앞서가고 있다는 정보를 얻자, 금기를 뛰어넘어 버린다. 병원에 들어온, 연고가 없는 여성 환자의 심장을 실험재료로 쓴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말리던 동료 의사까지도 실수로 죽여버린다. <해부학교실>에 등장하는 원혼은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지우는 자신의 실험을 위해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고, 그 결과 다시 해부학교실에서 끔찍한 살인들이 벌어지게 된다. 앞뒤가 맞지는 않지만 어쨌건 <해부학교실>은 그런 이야기다. 이 세상에서 <해부학교실> 같은 일은 자주 벌어진다. 귀신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타인을 희생시키는 경우 말이다. 특히 국가에서 벌어지는 실험은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1950년대 미국의 네바다주에서는 많은 핵실험을 했다. 핵폭탄을 터트린 후 그 지역에 군인들을 투입하여 작전을 펼치게 한 실험도 있었다. 당시는 방사능에 대해 무지했기에 행한 실험이었지만, 그 결과 수많은 군인들이 방사능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방사능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1945년 일본에 핵폭탄이 떨어진 후 그 후유증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분히 의도적인 실험이기도 했다. 이렇듯 ‘미친 과학자’의 만행이 종종 저질러지는 이유는, 자신들의 연구가 대의 혹은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맹신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를 희생해도 된다는 전체주의적인 사고가 결국 미친 과학자를 만드는 것이다. <해부학교실>의 지우 역시 한 사람을 희생하여 인공심장을 만들 수 있다면,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변명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극악한 실험이 선의의 의도로 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지우의 연구는 단지 자신의 명예를 위한 이기적인 행위였을 뿐이다. 대의는 자신의 부도덕과 이기심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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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과 관련된 통계자료가 발표되면 간혹 그 결과와 해석을 두고 정부와 언론 간에 공방이 벌어진다. 언론들은 발표된 자료의 오류와 해석의 방향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정부의 해당 기관은 해명 자료를 제시한다. 대부분 양측의 해석이 모두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정 시각이나 잣대로 통계자료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객관적인 해석을 위해서는 냉철한 판단력과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조성진 책임연구원 [가] 우리나라 인구의 상위 1%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등 토지소유 편중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토지소유현황을 조사한 결과, 면적기준으로 작년 말 현재 총인구의 상위 1%인 48만7천명이 전체 사유지 5만6천661㎢의 51.5%에 해당하는 2만9천165㎢를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총인구의 상위 5%가 82.7%인 4만6천847㎢, 상위 10%가 5만1천794㎢인 91.4%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인구 4천871만명 중 토지소유자는 28.7%에 해당하는 1천397만명이었다. [나]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토지소유현황’ 통계가 실상을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자부는 그 자료에서 총인구의 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의 28.7%만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의 71.3%, 3천500만명이 손바닥만한 땅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행자부 발표가 있자 시민단체들은 즉각 “토지소유의 불평등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언론들도 이 구호를 함께 복창했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인원은 3.1명이다. 그렇다면 총인구의 28.7%가 토지소유자라는 것은 70% 정도의 국민이 땅을 갖고 있는 가구에 속해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 문제 ] [가], [나]의 두 제시문은 우리나라 신문에 게재된 기사의 내용을 발췌한 것으로써 하나의 통계조사 결과에 대한 상반된 두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두 제시문은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통계조사분석 과정이나 결과의 일부분을 주관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독자들은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좀더 의미 있고 완전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각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하시오.- 동국대 2006학년도 수시1 학업적성논술고사 중 ◇평소 통계자료 발표와 그에 따른 논란에 주목해야 논술 문제에 등장하는 고전 제시문의 경우 오래된 것들이 많죠. 최근에 나온 책이라 해도 몇 년 전에 출판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통계자료의 경우는 다르죠. 대개 근래에 발표된 통계자료들이 많아요. 오랜 기간의 시계열 자료를 보여주더라도 근래 데이터까지 포함된 최신 자료들입니다. 통계자료가 발표되면 그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런 자료가 논술문제에 활용되기 쉬워요. 따라서 평소 신문을 읽으면서 통계관련 기사나 논란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아요. 몇 달 전에 논란이 일었던 통계자료가 올해 논술문제에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 앞에서 제시한 동국대 2006학년도 수시1학기 논술고사 문제는 논술고사 시행 몇 달 전의 신문기사가 활용됐어요.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정 대상 문제는 두 제시문이 모두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어요. 보다 의미 있고 완전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각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문제의 요구죠. 먼저 제시문 [가]의 오류는 사실상 제시문 [나]가 제기하고 있어 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요. 제시문 [가]는 행자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적절히 인용하여 인구비율에 따른 토지소유상황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토지소유구조가 매우 불평등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그 해석이나 설명에 큰 문제가 없어 보여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토지소유의 주체가 모든 개인일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어요. 대개 한 가정에서 가장이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가 많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은 개인적으로 토지를 직접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토지 소유는 그 가족 구성원 전체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로 어린 자녀들까지 다 포함하여(어린 자녀들에게 이미 토지를 재산으로 물려준 경우도 없진 않지만) 개인별 토지소유비율을 따지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죠. 제시문 [나]는 이를 비판하며 토지소유의 주체를 가구주 수준으로 높여야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즉 국민의 28.7% 만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과장되고 부풀려진 해석이라는 주장이에요. 제시문 [나]는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인원이 3.1명이라 설명하고 이를 감안하여 가구주 기준으로 토지소유상황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제시문 [나]의 주장처럼 제시문 [가]는 현실적으로 타당한 해석이 될 수 없어요. 통계 자료의 조사 분석 과정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측정 대상 혹은 단위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지요. ◇보고 싶은 자료만 보는 오류 제시문 [나]의 비판은 이처럼 타당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제시문 [나]도 [가]에 제시된 통계 자료 중 일부분만 강조하고 있어 불완전하고 부분적인 정보만 제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제시문 [나]는 가구주 기준으로 28.7%의 3.1배인 70% 정도의 국민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나라 토지분배가 불평등한 구조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말해요. 하지만 이는 보고 싶은 자료만 부각시켜 상황을 왜곡시킨 것이에요. 토지분배의 불평등 여부는 얼마나 적은 인구가 얼마나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해요. 토지를 소유한 인구만 중요한 것이 아니죠. 많은 인구가 극히 일부의 토지만을 소유하고 있고 적은 인구가 대부분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평등한 구조라 할 수 있어요. 제시문 [나]가 제시한 가구주 기준으로 살펴보았을 경우에도 여전히 토지분배의 불평등성은 존재해요. 예를 들어 제시문 [가]의 면적 기준 토지소유 현황에서 상위 5%가 전체 사유지의 82.7%, 상위 10%가 91.4%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구주 기준으로 환산해봅시다. 결국 상위 3%의 인구가 51.5%의 사유지를 차지하고 있고 15%의 인구가 82.7%, 30%의 인구가 전체 사유지의 91.4%를 소유하고 있다고 추산할 수 있어요. 제시문 [가]의 주장보다는 완화되었지만 이 정도도 토지분배 불평등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어요. 제시문 [나]는 제시문 [가]를 비판하면서 여러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보다 자신이 주장하려는 바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 정보만을 활용함으로써 현상을 잘못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요.

논술 스스로 즐기기 / <2> 신문 칼럼을 읽고 논술의 특성을 공부하자

신문의 칼럼은 논술의 보고(寶庫)이다. 칼럼은 논술과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선 칼럼의 논리적인 글의 전개가 그렇다. 논리의 힘은 논술에서도 평가자의 설득력을 높이는 중요한 특성이다. 논리는 주장과 논거의 관계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또한 칼럼은 여러 방법을 통해 필자의 개성을 드러낸다. 필자의 개성은 창의성과 관련된 것으로 논술에서도 고득점을 좌우하는 특성이다. 이른바 판박이, 붕어빵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나만의 개성을 담은 논술 답안을 쓰는 것이다. 다음의 칼럼을 보자. <사례> (…)김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은 병자호란의 극단적인 대립이 오늘날도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김상헌이나 최명길 모두 국가에 대한 뜨거운 충성심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상헌은 1639년, 최명길 또한 1642년 명과의 내통문제로 청나라 심양의 감옥에 끌려가 옥고를 치렀다. 결국 척화와 화친이란 그들 나름으로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론적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EU와의 FTA 협상이나 대선 후보 검증과정 등을 보고 있으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간 곳이 없고 모두 자기의 주도권을 위해 서로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경기일보 칼럼 2007-7-24 / 최동호 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지면관계로 <사례>의 칼럼 전문을 싣지 못했습니다. 위의 칼럼은 오늘날 현실의 문제점을 병자호란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대조의 기법을 써서 문제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실의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병자호란의 사례에서 찾고 있다. 논리적이면서 멋진 창의적 글쓰기라 할 수 있다. 내용 또한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이 논술답안에도 논리에 재미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칼럼은 문장과 문단이 세련되어 있다. 윗글에서 문장 중에서 ‘~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론적 차이일 뿐이다’가 그 사례이다. 칼럼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쓴 글이기에 내용에 맞는 어휘가 문장에 잘 박혀있다. 문단 또한 내용에 알맞은 형식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명료한 주장과 참신한 논거가 문단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또한 반대 논리를 끌어들여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문단도 본다. 논술 수험생들이여, 지금 당장 신문의 칼럼 사냥에 나서자. 1일에 1편씩, 혹은 2일에 한편씩 칼럼을 선택하여 그대로 베껴 써보자. 한 달 정도 그대로 모방하여 쓰다보면 그 칼럼만의 특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곧 그 특징들이 머릿속에 축적되어 나의 논술실력으로 무장된다. 이 때 비로소 칼럼을 통해 논술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결과 칼럼을 나의 관점에서 비판할 수도 있고 논거를 첨가시켜 필자의 주장을 강화시켜 준다. 또한 필자의 대안에 나만의 창의적인 대안을 더하여 개성이 강한 글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런 능력이 그대로 논술시험으로 이어져 나만의 빛나는 논술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 창의적인 논술단안은 신문의 칼럼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다음에는 고급의 ‘논술 즐기기’를 같이 생각해보자. /이도희 송탄여고 교사 한국언론재단 NIE 논술강사

북부, 대학도시로 변신중

경기북부지역에 대학이 몰려 오고 있다.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군사시설보호법 등 각종 규제로 인해 대학들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던 경기북부지역에 최근 군사시설보호법 완화와 미군공여지 반환 등으로 대학이전 대상지로 급부상,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맞쳐 경기도는 지난달 19일 서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국대 대학 총장 및 대학관계자를 초청하고 시·군 대학업무담당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학유치 설명회를 갖는 등 유치 총력전에 들어갔다. 경기북부 지역에 들어설 대학들의 실태를 점검한다./편집자 주 ◇대학유치 지역 경기도의 대학유치 설명회에서 각 대학들은 경기북부지역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학들이 탐내고 있는 지역은 과연 어딜까? ▲군사법 완화·美기지 반환 대학 이전 부지로 급부상 우선 파주시 전역을 비롯해 포천의 일동면 기산리, 군내면 명산리 일대, 특례법 적용지역으로 대학 이전이 가능한 연천군의 연천·전곡읍 일원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파주시를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 포천, 연천, 양주, 동두천 지역 등이다. ◇어떤 대학들이 오나 대학유치에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파주시는 지난해말 월롱면 영태리 629에 위치한 반환공여지 캠프 에드워드 및 주변지역 70만4천30㎡에 이화여대와 교육·연구 복합단지를 위한 MOU를 체결한 이후 대학유치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화여대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시설과 산학연구단지 조성을 위해 오는 201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현재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이와함께 반환공여지 캠프 자이언트 자리인 문산읍 선유리 산18의1 일원 20만4천468㎡에는 서강대학교 파주 글로벌 캠퍼스가 201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중이다. 또 두원공과대학 파주캠퍼스가 산·학·관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LG필립스LCD㈜에 맞는 맞춤형 산업기술 인력양성을 위해 파주읍 봉암리 산115 일원 8만8천70㎡에 내년 3월 960명 입학생을 모집할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다. 신흥대학 파주캠퍼스도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 산93의13 일원 37만1천847㎡에 영어통역과, 웹프로그램과 등 4개학과 688명의 입학생을 2009년 3월부터 모집할 계획이다. 한서울관광대학은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 산41의1 일원 19만6천634㎡에 호텔·관광경영학과 등 7개학과의 관광·레져 특화 전문대학으로 2009년 3월에 960명의 학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시군 호응 및 지원 파주시는 학교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 성격의 학교설립 부서를 신설하는 등 발빠른 행정지원을 위해 노력중이다. ▲파주, 이화여대·서강대등 유치 市, TF팀 구성… 행정지원 총력 이와함께 수도권내에서 접근성이 용이하며 김포공항, 인천항 등과 1시간 이내에 위치하고 있어 국제캠퍼스에 부합하는 도시라는 장점 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특히 시는 영어마을, 헤이리아트밸리, 북시티와 같은 현대적 문화예술 공간이 소재하고 있어 아카데미 환경을 지원하는 등 교육도시 환경 및 기반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도 적극 부각시켜 대학유치에 만전을기하고 있다. 양주시도 기존 1천500명 규모의 서정대학이 들어선 이후 대학유치를 위해 서울에서 통학이 가능하다는 지리적 잇점 등을 살려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땅값이 비싼데다가 반환공여지가 없어 부지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나 나름대로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천시는 기존 한서대학, 경복대학, 대진대학, 중문의과대학 등이 들어서 있어 대학도시로서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도시개발과 함께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43번대체고속화도로 등이 추진되면서 수도권 교통이 원활해지는 만큼 종합대학 유치를 위해 부지를 마련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천군은 30만평 부지를 확보해 놓고 서울에 있는 4년제대학인 A대학과 접촉하며 실무적인 협의를 통해 올해 말께 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연천, 4년제 대학과 협약 예정 서울산업대 등 동두천에 관심 또 연천지역의 땅값이 저렴하고 장기적으로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내세워 대학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으며 지역발전과 대학유치를 위해 전철유치계획을 세워 놓고 자유로에서 연결되는 37번국도와 3번 우회국도 건설을 2010년까지 완공시켜 나갈 계획이다. 공여지가 많은 동두천은 전철이 들어와 있는데다 교통여건이 좋아 대학유치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지만 미군부대인 캠프 케이시 이전 계획이 늦어지면서 대학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2청 “지자체·이전 대학에 기반시설 조성등 적극 지원” 최근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학교는 명지대, 서울산업대, 적십자간호대, 수원여대 등 이다. 경기도2청 관계자는 “대학유치를 위해 일선 시군에서는 부지알선 및 건축행위 인·허가 등 다양한 행정지원은 물론 대학이 이전할 경우, 대학별 지원 TF팀 구성을 통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진입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학교 주변 대학문화촌 조성, 세제지원 방안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고기석기자 koks@kgib.co.kr

논술 스스로 즐기기 / <1> 신문 기사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써본다

학생들은 논술을 어렵게 생각한다. 논리적인 글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생들은 논술을 어렵게 공부해왔다. 논술을 배우는 처음부터 논술 문제집을 통해 딱딱한 지문을 읽고 논제를 풀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논술을 시작하는 방법으로는 좋지 못하다. 논술에 대한 어려움만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술을 쉽게 생각하고 스스로 즐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논술 공부할 때 흥미 있는 신문의 기사로 시작하면 된다. 흥미 있는 내용은 즐기게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논술을 즐기는 입장이 될 때 정신적 사고는 무한히 깊고 넓어진다. 이것은 논술에서 중요한 창의적 사고의 기본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즐긴다’는 평범한 진리가 논술공부에도 필요한 셈이다. 논술 즐기기로 NIE(신문활용교육)를 통한 1단계인 초급과정을 제시한다. ①신문의 흥미 있는 기사를 선택한다. ②신문 기사의 ‘3분의 2’는 그대로 베끼고 ‘3분의 1’은 자신의 입장에서 마음껏 써본다. ③신문 기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④신문 기사를 읽고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써본다. <사례> “아무 표현도 못하고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야생동물을 보면 외면할 수 없는 걸보면 이 일이 제 일인 것 같습니다.” (중략) (사)경기야생동물피해방지협회 조완장 회장은 “보호해야할 야생동물들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밀렵행위로 사라질 위기에 놓일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장거리 운행 및 각종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협회가 자비로만 운영되고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보람 있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 경기일보 2007-7-21일자 / 김규태 기자 ※지면관계로 <사례>의 기사 전문을 싣지 못했습니다. 위의 내용은 ①에 해당하는 기사이다. 누가 읽더라도 감동을 주는 글이다. ② 위의1, 2문단은 그대로 베껴 써보고 마지막 단락은 ‘스스로’ 창작하면 된다. 즉 마지막 단락에 ‘협회의 많은 활동에 필요한 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등의 다양한 글을 쓰면 좋다. 기사와 관련되는 내용을 ‘볼펜 가는대로’ 적어보는 것이다. 이것은 상상력을 자극시켜 학생들이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③ 동물보호에서 느끼는 진정한 보람, ‘야생동물의 존재 의의’, ‘야생동물의 고귀한 생명’, ‘인간과 야생동물의 관계’, ‘야생동물 보호는 곧 인간의 보호’ 등의 다양한 생각을 떠올려본다. ④ 야생동물에 대한 현대인들의 무관심 등을 문제점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해결방안으로는 ‘야생동물의 생명도 인간의 생명과 같이 생각할 때 인간 본연의 가치는 실현된다’는 등 여러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학생들은 논술 즐기기 1단계를 2일에 1편씩 2달 동안만 해보자. 1편의 시간은 30분이면 족하다. 2달 후에는 논술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음에는 논술을 즐기기 위한 2단계인 중급 과정을 살펴보겠다. 이 도 희 송탄여고 교사 한국언론재단 NIE 논술강사

<유레카 > 김봉석의 대중문화로 읽는 논술

칸영화제에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150만 관객을 넘었다고 한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칸영화제 수상작이라면 어느 정도 흥행성에서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2000년대에는 오히려 고리타분한 영화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나치게 예술영화 취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물론 <밀양>도 ‘예술영화’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밀양>은 인간과 세계 그리고 구원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간다. 소설가 출신다운 입담으로, 진득하게 이야기를 끌어가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 우울하거나 심란해질 수는 있어도, <밀양>을 보면서 적어도 ‘지루하다’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창동 감독의 네번째 영화 <밀양>은 신애라는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신애는 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이와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살러 왔다가, 아이가 유괴되어 죽는 비극을 당한 여자다. 그리고 고통과 비탄에 빠진 신애를 묵묵히 지켜봐 주는, 적당히 속물적인 밀양 남자 종찬이 있다. 어떻게 보면 <밀양>은 절망에 빠진 여자를 지켜보는 남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언제나 그녀를 받아주고, 언제나 그녀를 위해 웃어주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밀양>은 진행된다. 하지만 그녀는 종찬의 시선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 세상은 너무 가혹하고, 신이 있다면 아마도 그녀에게 벌이나 시험을 내리는 것일 게다. 편파적이라고 느낄 만큼 가혹한 벌을. <밀양>은 신애와 종찬의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세속적인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 밀양으로 온 신애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밀양’의 뜻을 말한다. ‘비밀의 빛.’ 그것은 제목을 의미할 뿐 아니라, 영화의 테마로도 직결된다. 이창동이 관심 있는 것은 지고지순한 사랑이나 애절한 슬픔 같은 것이 아니다. 그의 관심은 인간의 혼돈스러운 내면이다. 선과 악이 뒤엉켜 놀아나고, 애정과 분노가 서로를 위로해주는 진기한 내면의 풍경.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당연히 존재하는 내면이지만, 그걸 우리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더욱 처절한 조건이 필요하다. <밀양>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처음은 남편을 잃고 아이와 함께 밀양에서 살아가는 신애의 모습이다. ‘불행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신애의 얼굴은 불행해 보인다. 아이는 아빠를 그리워하지만 신애의 마음은 모호하다. 죽기 이전에 이미 남편은 그녀를 버렸지만, 신애는 인정할 수 없다. 그녀가 밀양으로 온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결코 배반당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그저 자신에게라도 그렇게 확신하고 싶어서. 그런 신애에게서, 신은 가혹하게도 아이를 뺏어간다. 두 번째 부분은 아이를 잃고 절망에 빠진 신애가 종교에 귀의하는 이야기다. 울 기력조차 없었던 신애는 우연히 부흥회에 갔다가 통곡을 하고 모든 것이 평화로워진다. 슬픔과 절망조차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신애는 종교생활에 몰두한다. 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평온해지기 위해선 아이의 유괴범을 용서해야만 한다. 신애는유괴범을 직접 보고 용서하겠다면서 면회를 간다. 그리고 이미 하나님에게 용서받은 유괴범을 본다. 과거를 뉘우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용서받고 너무나도 평온해진 유괴범을. <밀양>의 마지막 부분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어차피 용서하려 했던 유괴범이 이미 용서받았다면 그건 좋은 일이 아닐까? 신애가 원했던 것도 결국은 용서였으니까. 하지만 신애가 원한 것은, 자신이 그를 용서하는 의식이었다. 자신이 원수를 용서할 정도로 마음을 정리했고 하나님의 섭리를 받아들였음을 자신에게 각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틀어졌다. 그녀는 원초적인 분노에 휩싸인다. 나는 이토록 괴로워하는데, 어째서 유괴범이 저토록 평온할 수 있는가. 신애는 유괴범을 증오하고 하나님에게 힐난한다. 어째서 나에게 고통을 준 악인에게 모든 것을 용서하고 천국을 약속할 수 있는지를. 그래서 신애는 반항을 한다. 물건을 훔치고, 장로의 남편을 유혹하고, 자해를 한다. 이 모든 악행을 하나님이 정말로 보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렇게 그녀는 무너져간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절망이 닥쳤을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그냥 도망쳐버릴까, 아니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발악을 해 볼까, 그도 아니라면 절망의 끝까지 더욱 더 떨어져버릴까. 어차피 정답은 없다. 쉽게 답이 찾아질 수 있다면 그런 절망조차 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애는 종교를 찾았다가 다시 버린다. 결코 <밀양>은 종교를, 특히 기독교를 비판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이창동은 종교적인 구원에 대해서 신 혹은 세상의 섭리에 대해 완강하고도 끈질기게 이야기한다. 운명처럼 누군가에게 도저한 절망이 찾아온다.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없다.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야만 한다. 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망치거나 뭔가에 의지한다고 해서 고통과 절망이 사라지지도 않는다. 거기에는 뭔가 이 세계의 비밀이 있다. ‘밀양’은 실재하는 소도시인 동시에 세계의 비의(秘意)에 대한 은유로 작용한다. 신은 결코 눈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바로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비밀의 빛인 것이다. 이창동은 <밀양>에서 그 빛이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주지 않지만 그 빛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를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밀양을 찾아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밀양>은 문학적인 영화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밀양>에 담겨진 모든 것은 서로 치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대사 하나와 소품 하나, 인물의 동선과 버릇 그리고 소사(小史)까지 세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밀양>의 세계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 너무 꼼꼼해서 숨이 막힐 정도로 가득 차 있다. <밀양>은 눈으로 보는 세계가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을 이해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세계다. 밀양의 뜻이 말해주듯, 그 비밀스러운 빛을 보아야 들어설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유레카> 비빔밥 논술 - 주검 앞에서 노래하다 -

쉽게 읽는 장자 이야기 자상호(子桑戶)와 맹자반(孟子反)과 자금장(子琴張) 세 사람이 서로 사귀면서 말했다. “누가 서로 사귐이 없는 것을 서로 사귀는 것으로 여기며, 누가 서로 도와줌이 없는 것을 서로 도와주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가? 누가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어 한없이 넓은 세계에서 자유롭게 생을 잊고 끝나고 다하는 바가 없게 할 수 있는가?” 세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빙그레 웃으면서 각자의 마음에 거슬리는 바가 없게 되어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 아무 일 없이 얼마 지난 뒤 자상호가 죽어서 아직 장례를 치르지 않았는데, 공자가 그 소식을 듣고 자공으로 하여금 가서 장사를 도와주게 하였다. 자공이 가 보니 한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나머지 한 사람은 거문고를 타면서 서로 화답하면서 노래했다. “아, 상호여. 아, 상호여. 그대는 이미 참된 세계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 사람으로 남아 있구나. 아.” 자공이 종종걸음으로 그들 앞에 나아가 말했다. “감히 묻겠습니다. 시신을 앞에 놓고 노래하는 것이 예(禮)입니까?”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 사람이 어찌 예의 본래 뜻을 알겠는가?” (6 대종사) 교과서는 항상 ‘매우’ 일반적인 주장을 한다. 사실의 영역을 담는 학문인 과학에 비해, 가치의 영역을 다루는 학문인 도덕은 특히 그렇다.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한반도에서, 더구나 전근대와 근대 및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에서 도덕과 관련해서 명확하게 특정한 주장을 지지하기란 쉽지 않다. 교과서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니 예절만이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한다. 또 동양의 전통적 예절 사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이것이 꼭 옳은 것이라고 하지도 않는다. 동양의 것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대화된 것이 옳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여기도 다리를 걸치고, 저기도 다리를 걸쳐야 한다. 동양과 서양을 절충하고, 전근대와 현대를 절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양다리를 걸치면 이번에는 주의주장이 없다는 비판을 받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틈에서 도덕교과서는 가장 안전한 주장을 선택한다. 다소 범범하고 엉성한, 매우 일반적인 주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과서에 의하면, 예절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성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원만함이란 둥글둥글한 것으로 공기가 꽉 찬 축구공을 연상하면 쉽다. 사람의 관계가 공 구르듯 부드럽게 굴러가는 것이다. 예절을 어기면 법을 어겼을 때처럼 직접적인 형벌은 없지만 주위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예절은 정신과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상대방에게 머리를 숙이는 행위는 예절의 형식이고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은 예절의 정신이다. 예절은 관습을 통해서 형성되었다. 원시시대부터 살아오면서 얻은 공통 습관이 고정화, 형식화된 것이 예절이다. 그래서 예절의 형식은 지역에 따라서 다르다. 동아시아를 벗어난 곳에서는 머리를 숙이는 행위가 아니라 손을 잡거나 서로 안는 행위가 상대를 공경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된다. 물론 행위는 서로 다르지만 그 안에 ‘공경하는 마음’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예절의 형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르지만 예절의 정신은 언제 어디서나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각각 예절의 가변성과 보편성이라고 말한다. ● 유학의 예절론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예절을 대체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으로서 결코 어길 수 없는 절대적 법도라고 이해했다. 중국의 모든 학파의 예절론을 살피기 어려우니, 유학의 예절론만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일반적으로 공자의 핵심사상은 인(仁)과 예(禮)인데, 맹자가 인을 계승하고 순자가 예를 계승했다고 본다. 이러한 견해는 어떤 사상가가 예를 무시했다는 것이 아니다. 세 사상가 모두가 예를 존중했는데 거기에 다소 비교 우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예(禮)는 사랑으로서의 인(仁)을 표현하는 방식이며, 인(仁)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예의 내용 또는 정신이 된다고 하겠다. 한편 <논어>의 구절을 해석하면서 주희(朱熹)는 “예(禮)라는 것은 천리(天理)가 정해준, 표현방식의 절도(節度)요, 사람 일에 있어서의 의례적 법칙이”라고 하였다. 또 “이러한 예(禮)는 모두 자연(自然)에 근원하여 나왔다”고 하였다. 즉, 예절을 인간의 약속, 사회적 계약, 관습이라고 보지 않은 것이다. 예절을 세계의 궁극적 존재자인 천리(天理:하늘의 법칙, 세계 전체의 법칙)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고, 결코 어길 수 없는 법칙임을 강조하였다. 전통사회에서도 이러한 예절을 어기는 경우도 많았던 모양이다. 과거 어린 아이를 위한 교재 <소학>에는 상례(喪禮)를 어겼던 사례가 기록돼 있다. 1) 진(晉)나라 완적(阮籍, 210~263)은 재주를 믿고 방탕하여 상중에서도 무례했기 때문에 하증(何曾)이 문제(文帝)가 앉은 자리에서 그 얼굴을 보면서 꾸짖어 말하기를 “그대는 풍속을 무너뜨린 사람이니 이런 것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문제(文帝)에게 말하기를 “왕께는 지금 효도로 천하를 다스리고 있는데 완적이 깊은 슬픔 중에 있으면서도 공석에서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습니다. 마땅히 그를 국경지역으로 물리쳐 중국을 더럽힐 수 없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2) 송나라 여릉왕 의진(義眞)이 무제(武帝)의 상중(喪中)에 있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생선과 고기, 진귀한 음식을 사오게 하고 재실 안에 따로 휘장을 친 주방을 세웠다. 마침 관리 유침(劉湛)이 들어오자 의진이 바다조개를 굽도록 명령하였다. 유침이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자, 의진이 “아침 날씨가 매우 차갑네. 그대는 한 집안이나 다름없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오.”라고 하였다. 드디어 술이 나오자 유침은 마침내 “이미 능히 예로써 자처하지 못하고 또 능히 예로써 남을 대하지도 못하십니다.”라고 하였다. 3) 수나라 양제가 태자가 되어 문헌황후의 상 중에 있을 때에 고기와 식혜를 남몰래 들여와 먹었다고 한다. 이에 무식한 시골 사람들은 염을 하기도 전에 친구와 빈객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와서 위로하면 주인은 함께 마시고, 심한 자는 상주(喪主)에게 시집가고 상주가 장가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상례는 망자(亡者: 돌아간 사람)를 위한 슬픔이 중심이라 장례 기간 동안에는 금욕적인 생활을 한다. 쉽게 말해서 돌아간 사람을 위해 한동안 슬퍼하고 엄숙하게 지내는 것이다. 이런 금욕 생활은 길게는 3년 정도 계속되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기 쉽지 않았다. 물론 3년상은 고통을 주기 위한 기간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는 기간이고 거룩함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그렇다고 해도, 3년상을 엄숙하게 치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뛰어난 행실을 가진 인물이어야 가능했던 일이다. 문제는 의도적으로 이런 상례를 무시하고 어긴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위의 사례 중에서 1)번의 완적은 의도적으로 어긴 사례에 속한다. <자치통감>을 보면 완적의 얘기가 나와 있다. 완적(阮籍)이 보병(步兵) 장교가 되었을 때였다. 완적이 바둑을 두고 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갈이 왔다. 함께 두던 상대방이 그만 두자고 하였지만 완적은 남아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윽고 2말이나 되는 술을 마시고 큰 소리를 지르고 피를 여러 되 쏟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채로 서 있었다. 상례 기간 중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술을 마셨다. 하증(何曾)은 이로써 문제(文帝)에게 위와 같이 완적을 비판하였던 것이다. 이런 기이한 행동을 한 완적은 이른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이다. 죽림칠현은 중국 위진(魏晉)시대에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아서 유교의 예교(禮敎, 예절의 가르침)를 비웃으며 개인주의적, 무정부주의적으로 살았다. 그들이 유교의 예교를 비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장자의 <대종사>와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 장자가 말하는 예의 본뜻 앞의 예문에서는 “누가 서로 사귐이 없는 것을 서로 사귀는 것으로 여기며, 누가 서로 도와줌이 없는 것을 서로 도와주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가? 누가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어 한없이 넓은 세계에서 자유롭게 생을 잊고 끝나고 다하는 바가 없게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한없는 자유에서 살고자 하는 뜻을 말한 것이다. 이 한계 없는 자유는 생이라는 경계 지음도 없는 것이다. 삶을 잊었기 때문에, 죽음도 문제될 것이 없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 눈물짓는 것은 삶에 집착하는 낮은 경지다. 사실 죽음은 삶에 비해서 오히려 높은 상태일 수 있다. “아 상호여. 그대는 이미 참된 세계로 돌아갔는데 우리는 아직 사람으로 남아 있구나. 아.” 그의 죽음을 슬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 그러므로 주검 앞에서 노래하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죽음 앞에서 슬퍼해야 하는 유학자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라고 자공이 물을 수밖에 없다. 장자가 말하는 예의 본뜻은 무엇일까? 예문의 뒷부분을 읽어보면, 장자는 자연과 합일하여 세속의 예절을 초월하는 것이 진정한 예의 뜻이라고 말한다. 죽고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연히 기뻐할 것이요 슬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사(喪事)에 슬퍼하는 것은 인위적(人爲的)인 것일 뿐이다. 세속의 인위적 예절은 초극하지 않을 수 없다. 완적이 상례를 의도적으로 어긴 것은 세속의 예절을 초월하여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상태에 있고자 함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자연스러움, 곧 생사(生死)의 경계를 초월한 자유에 도달함이 목표이다. 이제, 이러한 장자 이야기의 본뜻을 알았으니, 어떤 이의 장례식에서 잘 죽었다고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을까? 완적처럼 용감하면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모진 비난을 감수해야 하며, 심지어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다만 관습적으로 성립된 예법을 준수하기는 하되, 그 본래의 뜻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진정성이 있는 예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장례식이 가끔 잔치처럼 보일 때에 장자의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평화의 도시에서… 글로벌 리더 키운다

국제평화신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는 평택 소재 경문대학이 국제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하고,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도약에 나서고 있다. 경기일보는 국제평화신도시에 걸맞는 변화와 특성화 교육에 나서고 있는 역동적인 국제대학을 찾았다. /편집자 주◇ 국제대학 교명변경최근 온오프라인을 통해 국제대학이라는 이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공중파나 포털사이트는 물론 버스와 지하철 역내 전광판에는 국제대학의 신세대 젊은이들의 자신감 넘치는 워킹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국제평화신도시로 발돋움하는 수도권 남부 평택에 아름다운 캠퍼스를 갖추고 차별화 된 교육체계를 추구하는 국제대학은 23개학부 및 학과에 4천300여명의 학생들이 푸른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교육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중소기업청과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산학협력 활성화로 지난해 94% 취업률을 보이며 수도권 대학에서 취업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의 모델학과국제대학은 10년전 전국 최초로 모델학과를 개설, 졸업생들이 모델 및 연예계에 진출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배경으로 대학은 방송연예과, 영상제작과, 연예매니저먼트과를 신설, 명실상부 종합예술의 창작 및 행사가 가능한 대학으로 변화시켰다.지난 6월에 서울 압구정동에서 예술분야 학과를 중심으로 뮤지컬, 밴드공연, 패션쇼 등의 종합예술의 연출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KAP(Kookje Arts Performance) 제1회 행사를 가져 호평을 받았다.국제대학의 대표적 학과로 구성된 KAP공연은 앞으로 평택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 공연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취업을 걱정하지 않는 대학경기도에서 지원하는 2007년 산학관 맞춤형 전문 인력 양성사업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2006년 93.7%의 취업률로, 전체 대학 중 수도권 지역 취업률 1위, 전국 취업률 4위에 오른 성과를 높게 평가한 결과였다.운영기관 지정을 통해 교육교재, 실습재료 모두 무료로 진행되며 선착순 모집되는 교육과정에 학생들의 참여가 줄을 이으면서 학생들이 더 이상 취업을 고민하지 않는 대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더욱이 도내 중소기업의 전문 인력 부족난을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 성능실험 기계 부품설계, S/P광고 등의 인력양성에 관련한 전문 교육과정은 물론 밀도있는 실무교육을 펼쳐 기업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종합예술 공간인 다목적 체육관지난 4월 대학본부 동편 테니스장 부지에 체육관 착공식이 진행돼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그러나 신축 중인 체육관은 일반 대학의 체육관과 달리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토록 설계된 것이 특징. 지하 1층에는 스쿼시실, 락카룸, 전기실, 발전실 등이 마련될 예정이며, 지상 1층에는 홀, 실내체육관, 피아노 보관실, 무대, 준비실, 가구보관실, 탈의실, 강의실, 무도실, 댄스실, 체력단련실, 교수연구실이 들어간다.지상 2층에는 강의실과 실습실, 교수연구실 등이 마련되면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의 주요역할을 할 측정분석 실습실, 대체요법 실습실. 건강관리 실습실 등이 마련된다.대학본부와 충효관 신의관, 지성관과 더불어 다목적 체육관 설립은 국제대학이 종합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취업 프로젝트 이공계열 학과에 대한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으면서 컴퓨터학부도 어려움을 겪는다. 국제대학은 이같은 문제를 돌파하기위해 국내기업과 협력해 IT인력 해외취업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지난 2월 졸업생 중 강성진, 최승현, 김영훈, 오승규 학생을 소프트웨어 전문 대기업인 일본 후지시스템㈜에 취업시켜 컴퓨터학부의 취업과 입학의 활로를 개척했다.또 7명의 학생이 일본 취업을 위해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본어 공부 및 전공 과목인 Embedd S/W, Java, C++ 를 연마하고 있다.◇ 태권도 시범단 중국 순회지난 5월 18일부터 25일까지 7박 8일 일정으로 대학 태권도시범단에서 태권도 중국순회 시범을 실시하는 등 국제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다.재 중국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15주년 한중 교류기념 시범과 재 중국 대한태권도협회 임원 및 지도자, 중국수련생 대상 태권도 시범, 소림사 무술학교와 무술교류 및 태권도 시범을 가졌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日 등 해외취업 프로젝트 적극 추진국제화 거점대학으로힘찬 비상- 취임을 축하드리며 대학 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지금 우리대학은 대외경쟁력을 확보하여 명실 공히 국제화의 거점대학으로써 그 위상을 확고히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를 향한 우수한 인재양성과 진취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모델학과가 개설됐는데.▲ 예 맞습니다. 본 대학 모델과 학생들은 슈퍼모델 및 미스코리아대회, 영화 및 드라마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배출한 학생들로 유혜선(미스코리아), 신정선(미스코리아 선), 박지숙(슈퍼모델), 유민균(탤런트) 외에도 10여명이 있습니다. 또한 궁, 주몽에 출연한 송지효와 포켓걸 또는 바나나걸 애칭을 가지고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이현지 등이 있습니다. - 지역과 함께하는 대학을 주창하시는데.▲ 21세기 서해안 시대의 개막으로 경기남부지역은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대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산학관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운영 경기도와 평택시 등 각종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평택시 및 주요 국영기업, 평택소재 주요 산업체와 홍보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각종 지역홍보 및 축제참여 등 꾸준한 활동으로 지역사회 속 국제대학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해외취업이라는 의미 있는 활동이 진행되는데.▲ 국제대학의 이름에 걸맞게 작년부터 졸업생의 해외취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써 컴퓨터학부는 산업인력공단의 지원으로 AICON(주)와 협력하여 졸업예정자와 졸업생 15명을 교육 후 해외에 취업을 시키고 있는데, 올해 2월 4명의 졸업생이 일본의 대기업 후지시스템(주)에 입사하였고 나머지 11명도 년 말에 일본으로 취업이 확정됐습니다. - 국제대학의 미래비전을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 우리 대학에 개설되어있는 자동차, 관광을 포함 21개 학부 및 학과에서 배출하는 학생들의 사회진출 전망이 매우 밝다하겠습니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어 미래를 준비하게 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친근한 대학이 되어 국제화로 나아가는 구심점이 되도록 하여 급변하는 이 시대를 이끌어갈 중추적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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