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③3번의 교통사고…홀로 버티는 위태로운 나날들

“세번의 교통사고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에, 하루하루가 막막하기만 해요.” 홀로 보육원에서 자라 보호종료청년이 돼 홀로서기에 나선 주지원씨(가명·29·여). 그는 연고 하나 없는 곳에서 친구의 도움과 권유로 공장에 근무, 대학 진학에 성공하며 또래와 다름없는 삶을 꿈꿨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발생한 교통사고는 주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2019년 3월, 한 승용차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고 주행하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주씨를 덮쳤다. 당시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이 수십m를 날아간 주씨가 사망했다고 판단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그는 안와골절과 전신 골절로 2차 수술이 필요했지만, 병원비는 단 4일 만에 3천만원까지 불어났다. 사고 이후 공황장애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합병증도 생겼지만 그럼에도 주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야속하기만 했다. 2020년 5월 연달아 두번의 교통사고를 또 겪게 되면서 주씨는 또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들도 보험 미가입, 자차 운전이 아니었던 탓에 주씨는 이렇다 할 보상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에는 급성 충수염(맹장) 진단을 받아 다니던 직장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그는 계속된 치료 과정에서 B형 간염까지 얻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주씨는 늘어나는 부채와 월세, 관리비 부담으로 지난 5월 어렵게 입주한 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 주택까지 포기하고 친구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주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봤지만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막혀 한 달 내내 울기만 한 날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보호종료청년은 가족이나 지인이 없어 외롭고 막막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25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②교통사고·질병에 발목… 아들과 버티는 하루하루

“아들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길 바라요.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에게 걱정은 안겨주고 싶지 않아요.” 수원시 영통구에서 열한 살 아들과 단둘이 살아가는 유진환씨(가명·51). 그는 3년 전 배우자와 이혼한 뒤 홀로 아들을 돌보고 있는 한부모 가장이다. 이혼 전까지 유씨는 인테리어 사업을 운영했지만, 경기 불황과 거래처 부도로 사업이 무너져 4천340만원의 빚을 떠안은 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건강 문제도 그를 옥죄었다. 20년 전부터 저산소증으로 인한 긴장성 두통과 오른쪽 편마비를 앓아왔고, 여기에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유씨는 아들을 위해 몸을 이끌고 오토바이 배달일에 나섰다. 그러던 지난해, 또다시 불행이 덮쳤다. 배달 중 교통사고를 당해 과거 건설 일용직 시절 입었던 척추협착증과 발목 부상이 재발한 것이다. 결국 더는 일할 수 없는 몸이 됐고, 현재는 기초생활수급비 약 120만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120만원으로는 관리비, 생활비, 초등학생 아들 양육비까지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유씨는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나머지 식사는 아들에게 양보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사줄 수 있는 건 편의점 음식이나 분식이 전부다. 유씨는 “어렸을 때 마음껏 놀아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아들만큼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게 해주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건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엔 공황 증세로 갑자기 쓰러지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언제 어디서 쓰러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산다. 쓰러지면 몇 시간씩 누워 있어야만 간신히 회복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유씨의 가정은 질병, 부채, 생활고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며 “홀로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유씨가 조금이나마 숨을 돌리고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25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①교통사고에 생계까지 막막…가족에게 들이닥친 이중고

“빨리 나아야 하는데, 부모님이 저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고려인 동포 가정 사이에서 태어난 이로한군(가명·9). ‘우주인’이 꿈인 이군의 삶은 지난 1월18일 집 앞에서 겪은 교통사고로 송두리째 흔들렸다. 주차된 차량에 시야가 가려진 채 차도를 건너던 이군은 그를 미처 보지 못한 차량에 치여 16m를 끌려갔고 장기 파열,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이군은 닥터헬기를 통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고, 여러 차례의 긴급 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이군의 수술비는 단 4일 만에 2천만원을 훌쩍 넘겼고, 꾸준한 추가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해자는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 보상은 책임보험 한도인 1천500만원에 불과했다. 이 군은 극심한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리며 연말 추가 수술도 앞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받은 치료비는 300만원이 채 안되는 상황이다. 사고 직전 둘째 딸을 출산한 이군의 어머니 김유나씨(가명)는 사고 충격과 스트레스로 모유까지 중단됐고,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수입은 월 150만원 남짓.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이군의 가족은 부푼 꿈을 안고 새 보금자리로 이사했지만 불어나는 치료비와 생활비 부담에 둘째 딸의 분유, 기저귀 값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이주민시민연대에서 3개월간 월 20만원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끊긴 상태다. 어머니 김씨는 “어린 아들이 사고 후유증을 평생 안고 살아가진 않을까 걱정된다”며 “기한 없는 치료와 재활로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조차 버겁다”고 토로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이군의 가정이 예상치 못한 의료비 부담으로 큰 위기에 처해있다”며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24 Saving Lives, 적십자 동행] ⑥엄마 잃고 경제적 어려움·부채 압박까지…“홀로 감당 어려워요”

부모님의 불화로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지내 온 이윤상군(가명·19). 이군의 삶은 2년 전 어머니의 유방암 발병 이후 급격히 어려워졌다. 생계를 책임지던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는 지난 6월 결국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이군은 홀로 초등학교 6학년 여동생을 돌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아버지는 장애로 인해 경제 활동이 어려워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조부모와 지내고 있어 가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의 생전 치료비와 생계비로 인한 약 2천만원의 부채가 남아있어 대출 금융 기관으로부터 채무 압박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이군이 의지할 수 있는 수입은 매월 기초생활수급자 주거안정자금 35만원과 아르바이트로 번 15만~20만원이 전부, 그나마 모가 사망한 후 국내에 있는 모의 필리핀 친구들이 가끔씩 생활에 필요한 반찬이나 생필품을 지원해줬지만 이마저도 최근 끊기고 말았다. 이에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온 돈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는 이군은 어린 여동생을 돌보며 홀로 생활고에 맞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군은 가까운 장래에 군 입대까지 앞두고 있어 깊은 걱정에 빠져 있다. 주변에서는 여동생을 보호시설에 맡기라는 권유까지 받고 있다. 이군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픈 몸을 이끌고 우리를 키우고자 무리하신 탓에 어머니가 더 악화하셨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지금은 걱정 없이 여동생과 계속 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가족 돌봄 청년들은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학업은 물론 사회 진출 기회까지 축소돼 빈곤의 악순환에 갇히기 쉽다”며 “이군이 하루빨리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4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⑤‘어렵게 온 한국인데’…가정폭력에 생활비 걱정까지

“가정폭력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생활비 걱정으로 하루하루가 막막합니다.” 지난 2011년 열아홉 살이었던 한정희씨(가명·31·여)는 북한 함흥에서 중국, 라오스,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지낸 후에 휴대폰 필름 공장에 취직해 행복한 한국 생활을 키워갔다. 그러던 중 하나원에서 알게 된 같은 또래 북한 청년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게 됐지만 그때부터 불행은 시작됐다. 한씨는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폭언은 물론이고 협박과 폭행을 일삼는 남편과 살 수 없다는 생각에 매일 도망치기 일쑤였다.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 2020년 남편과 이혼할 수 있었다. 매일이 고통이었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후련한 마음도 잠시,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는 한씨를 더 큰 불행으로 밀어 넣었다. 혼자서 아이들을 책임져야 했던 한씨는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일을 했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모두 잃게 됐다. 기초수급생활비를 신청했지만 바로 직전 경제활동을 했던 탓에 생계비와 주거비도 온전히 다 받지 못했다. 당시 교회에서 쌀과 생필품, 월세 등을 지원해 준 덕분에 간신히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삶은 처참했다. 한씨는 내일이 오는 게 두렵고 아침이 밝아 오는 게 무서웠다. 전 남편의 폭행으로 인한 후유증 탓인지 환청에 시달렸고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열 살 아들과 8개월 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한 달에 50만원이 훌쩍 넘는 딸아이의 분유값에 분유 한 통으로 일주일을 버텨야 했고 20만원조차 쓸 수 없어 아들의 교육비를 줄여야 했다. 매달 나가는 월세 50만원까지 하면 세 식구가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단 30만원뿐이다. 한씨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고 싶다”며 “세 식구가 기본적인 의식주만이라도 걱정없이 살아가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한씨가 경제 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세 가족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24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④죽음의 공포 피해 한국 왔지만…가난과 병으로 막막한 삶

“죽음의 공포를 피해 한국으로 왔지만, 이제 주어진 선택권은 자살인 것처럼 종종 느껴져 너무 힘이 듭니다.” 본국 무장 세력에게 가족을 잃고 우리나라에 난민으로 입국한 A씨(가명·65·여). 그의 가족은 2017년 입국 당시 함께한 자신의 딸과 여동생 둘뿐이다. 다른 남성 가족들은 A씨 가족의 땅을 빼앗으려 침입한 무장 괴한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괴한 중엔 A씨의 친척도 있었기에 더이상 본국에서 A씨 가족이 안전한 곳은 없었다. 그렇게 한국 땅을 밟으며 첫 번째 죽음의 그림자를 벗어난 지 7년. 하지만 본국에서의 트라우마와 가난, 그로 인해 얻은 질병들은 A씨 가족의 삶을 위협하는 두 번째 그림자가 됐다. A씨는 2016년 파키스탄 현지에서 신장 이식을 받았지만,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매주 투석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졌다. 하지만 난민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에 병원비는 온전히 그의 몫이다. 다행히 지역 병원의 치료비 감면과 파키스탄인 이웃들의 모금이 A씨에게 큰 힘이 됐지만, 최근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치료가 필요한 것은 A씨의 딸도 마찬가지다. 그는 10대 어린 나이에 끔찍한 공포를 겪으면서 공황장애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르몬 장애 진단도 받았는데, 당장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A씨의 치료가 더 급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A씨의 수입원은 A씨와 그의 동생이 음식을 만들어 내다 판 돈이 유일하다. 동생이 백방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난민 신분으론 쉽지 않은 탓이다. 때문에 A씨와 가족은 급한 병 치료는 물론, 끼니도 더러 거르는 등 기본적인 의식주도 위협받고 있다. A씨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충족할 돈조차 없기에 즐거움을 위한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으며, 집에서 음식을 조금만 먹고, 굶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다”며 “무엇보다 질병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A씨와 딸의 치료, 기본적인 의식주가 가장 급한 상태”라며 “온정의 손길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2024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③ 홀로 생계 꾸리며 뇌전증 앓는 막내까지…치료비, 생활비, 교육비 모두 막막

“아픈 막내와 대학에 갈 나이가 된 둘째, 대학생인 첫째 셋을 홀로 키우느라 너무 힘들지만, 마땅히 도움을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합니다.” 대학생인 첫째와 고3 수험생인 둘째, 중3 셋째를 LH 임대 주택에서 홀로 키우고 있는 최영주씨(가명·56·여). 그는 막내가 태어난 지 두달 만에 남편이 가정을 떠나며 한부모 생활을 시작했다. 한푼 두푼 알뜰하게 모아 꽃집을 열었지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은 충격을 견디지 못한 탓이었다. 남편에 의지하며 꽃만 마주하던 플로리스트 최씨는 그때부터 차갑고 힘겨운 세상을 마주하게 됐다. 최씨는 수중에 남은 돈을 모두 털어 세 아이와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했다. 막막한 와중에도 월세는 매달 찾아왔기에, 아이들을 키우려면 소득이 필요했고 최씨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양육비를 책임질 친부도 살아있고, 본인도 일을 할 수 있는데 얻기만 하려 한다’는 시선 뿐이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뜰히 아이들을 챙겨주던 여동생마저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충격으로 최씨는 공황장애와 기면증까지 얻었다. 그렇게 10여년. 세 아이들과 서로 의지하며 열심히 살던 최씨네였지만, 3년 전 코로나19 마수(魔手)가 막내에게 뻗치며 또 다시 그늘이 드리워졌다. 백신 2차 접종 직후 쓰러진 막내가 뇌전증 판정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막내는 호전되고 있지만 빠듯한 생활에 치료비와 약값은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치료비와 교육비, 생활비를 감당해야 할 최씨의 월수입은 180만원의 근로 소득과 30만원의 주거 급여 뿐이다. 최씨가 직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급여, 기초수급 등 거의 모든 복지 정책에서 제외된 탓이다. 최씨는 “엄마로서 아픈 막내와 학업에 열의가 있는 둘째, 어렸을 때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어 심리 치료를 해주고 싶은 첫째 모두 돕지 못해 너무나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울먹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최씨 혼자 아픈 막내와 가정을 함께 돌보기엔 너무 벅찬 상태”라며 “아이들은 물론 최씨 역시 도움이 절실한 만큼 온정의 손길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2024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② “망가진 몸으로 홀로 키우는 세 자녀…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살아가길”

“첫째의 학업 지원도, 둘째 자전거도, 막내와 함께 지내는 것도 모두 못 해줘 너무 힘들고 미안합니다.” 열네 살 첫째와 열두 살 둘째, 열한 살 셋째를 LH 임대주택에서 홀로 키우는 김현주씨(가명·35·여). 여섯 살 막내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인근 보육시설에 위탁한 상태다. 김씨와 아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질병, 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본 트라우마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네 자녀의 아버지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사업 실패 등으로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를 가족 모두가 목격했고 김씨는 이후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약을 복용하며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학생 시절 수영 선수를 꿈꾸며 운동했지만 부상으로 두 다리를 수술하며 스물한 살 나이에 은퇴, 이미 경제 활동이 힘든 몸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남편의 자살과 남겨진 부채, 둘째의 희귀성 안구 질환이 연달아 찾아오며 삶의 무게는 김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김씨는 올해 초 선근증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진행했다. 다행히 종양이 암으로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신장 투석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생활고 탓에 약으로만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자녀 양육 수당 등을 합친 김씨의 월수입은 네 식구 생활비만으로도 모자란 월 230만원 남짓. 하지만 이 돈에서 희귀 안구 질환을 앓는 둘째 병원비가 나가는 날엔, 남편 앞으로 남은 대출금 상환도 미룰 수밖에 없다. 김씨는 몸과 마음이 너무나 힘들지만, 꿈을 품고 공부하는 첫째와 셋째, 희귀 질환과 싸우면서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은 둘째, 엄마 품을 떠나 보육 시설에 있는 넷째 모두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일 뿐이다. 그는 “부모로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진 못할망정 기본적인 계절 옷, 책상, 침구마저 해주지 못하니 너무 미안하다”며 “그럼에도 아이들이 엄마가 힘든 것을 알아 말도 꺼내지 못한다는 게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고 울먹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홀로 세명의 자녀를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상황”이라며 “김씨와 둘째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다른 자녀들도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2024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①“치매 어머니와 5명의 자녀…여덟 식구가 건강하게 살 수 있길”

“막내 기저귀 살 돈도 없는데, 오늘 하루 끼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 5명의 자녀와 함께 여덟 식구가 함께 사는 임대주택에서 만난 이정미씨(가명·41·여) 얼굴에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식당이 폐업하면서 배달일을 하던 남편이 일자리를 잃게 됐기 때문. 남편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왼쪽 팔을 들지 못하는 상태라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남편이 최근 일용직으로 일을 시작하며 근근이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넷째(4살)와 막내(3살)의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두 명의 어린이집 자부담금만 한 달에 24만원. 여기에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셋째의 교육비와 치매 초기인 어머니가 다니는 주간보호센터 이용 금액까지 합하면 다달이 고정비만 50만원이다. 결국 어린이집 보육료를 7개월 동안 밀려 서민금융지원대출까지 받았지만, 매달 이자를 내기에도 벅차 원금을 갚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씨는 만성신부전증 진단까지 받았다. 넷째 임신 중에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으면서 콩팥 기능이 3%이하로 떨어진 것.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의료비가 부담돼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병원에 가는 것마저도 아이들이 엄마를 찾지 않을까 싶어 늘 초조하고 바쁘기만 하다. 돌봐줄 사람 없는 아이들과 어머니 걱정에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씨는 “셋째 초등학교 입학식 때에도 새 옷을 못 사주고 물려받은 옷을 입힐 수밖에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것은 못 해주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 고기반찬이라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버님 혼자서 8인 가구의 생계비를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황”이라며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이씨가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따스한 손길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2023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⑥사업 부도·정신 질환에 무너진 가족…“언제쯤 ‘하나’될까요?”

“뿔뿔이 흩어진 우리 가족…언제쯤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지난 1997년 화려하기만 했던 송현순씨(67·가명)의 인생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잘나가던 남편 김광훈씨(67·가명)의 사업이 돌연 부도를 맞으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로 송씨 부부와 아들 김상호씨(42·가명)는 채권자를 피해 다니는 등 불안정한 생활을 반복했다. 2015년부턴 전입신고도 하지 않고, 광명시의 한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송씨 가족은 자연스럽게 세상과 단절돼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송씨 아들은 점점 변해갔다. 지난해 추석 흉기로 송씨 부부를 위협하는가 하면 쉴 새 없이 물건을 던지고, 갖다 버리는 행동을 보였을 정도다. 이를 계기로 아들은 현재까지 보호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송씨의 마음 한구석엔 죄책감이 자리 잡았다. 20여년 전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은 아들에게 지금껏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 실패 이후 남편도 변해갔다. 가족을 위해 다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송씨 곁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이 떠나고 아들이 아픈 사이 송씨는 노령연금 25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생활비는 고사하고 아들의 병원비 또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담만 커져가고 있다. 송씨가 깡통을 주워 팔면서 2주 동안 쉬지 않고 일한 대가는 4만원.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허리 협착증과 당뇨로 투병하게 되면서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송씨가 최근 광명시로부터 주거 지원을 받아 빌라에 입주했다는 것이다. 아직 기본적인 가구조차 없지만 언젠가는 남편,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공간이라고 믿는 송씨에겐 남부러울 것 없는 곳이다. 송씨는 “제 소원은 남편, 아들과 다시 같이 사는 것밖엔 없다”며 “가족이 뭉치면 어떤 어려움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송씨는 악화되는 건강상태로 경제활동이 어렵고, 주변에 도움 받을 곳도 없는 상황”이라며 “송씨가 조금 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2023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⑤홀로 아이키우려 포기한 청각장애 치료…"아이만 위해 살고 싶습니다"

“지금껏 쉼 없이 일하면서 참는 법만 익혔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해도 좋으니 아이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둘이 살고 있는 최선미씨(41·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다. 위로 쌍둥이 오빠들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최씨에게도 장애가 찾아온 것. 보청기를 껴야만 상대방의 말이 들리는 최씨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수연군을 낳은 뒤론 쉬어본 적이 없다. 수연군이 2개월 때 집을 나간 남편 때문에 불편한 몸으로 온전히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광명시청에서 공공근로로 사무보조 일을 하고 있는 최씨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수연군의 이야기를 털어놓다 이내 눈물을 흘렸다. 먹성 좋은 수연군이 성장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지만,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은 마음이 만족스러워지기란 쉽지 않았다. 같은 또래 아이들이 온갖 투정을 부릴 때도 조르는 것 하나 없이 잘 자라준 수연군에게 먹고 싶은 것이라도 마음껏 먹게 해주려다 보니 최씨는 점심 식사조차 걸러야 할 때가 많았다. 자신이 먹지 않고 아껴 아이에게 주겠다는 마음이다. 얼마 전 청력검사를 하고 온 최씨는 전보다 더 청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알아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매달 1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디스크에 알레르기 피부염, 치아까지 빠지고 있지만 치료를 받으려면 일을 쉬어야 하고, 생계를 꾸려갈 수 없어 번번이 포기하고 있다. 악착같이 일해 돈을 모으려 했지만, 그도 쉽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홀로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는 78세의 고령이 돼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고, 오빠들은 모두 아예 귀가 들리지 않아 일을 할 수 없어 최씨만이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받는다고 다 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아이만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최씨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갔다 혹여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거냐’며 자신을 원망하지 않을까 미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업지원과 생계지원이 더 절실해진 상황”이라며 “저임금에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최씨에게 마음을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2023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④남편 죽고 홀로 견딘 노숙생활…“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 싶습니다”

“언제쯤 한 끼라도 제대로 먹으며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지난해 남편의 사망 이후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겨버린 박상순씨(여·60)는 수원의 한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공공 화장실을 전전하며 살아가던 박씨는 매일 홀로 남겨진 자신을 원망하며,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냈다.  그런 박씨에게 최근 행정복지센터가 손을 내밀어 작은 원룸 보금자리가 생겼다. 그러나 이미 박씨의 건강은 망가질대로 망가져버린 상황.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던 박씨가 병원에 갔을 땐 이미 스트레스와 당뇨로 앞니 2개를 제외한 모든 치아가 빠져버렸고, 치아가 빠지면서 턱이 돌아가고 풍이 심해지는 등 심각한 안면 비대칭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식을 씹을 수 없어 행정복지센터에서 준 두유와 누룽지로 끼니를 때우는 박씨는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으로 매일 21가지 약을 먹어야 한다. 약 속에 든 신경안정제 때문에 종일 누워 생활하는 박씨에게 타인과의 소통이라곤 집 건너편 호프집에서 새벽까지 들려오는 대화소리를 듣는 것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월 대상포진에 걸려 벽을 짚은 채 기어가지 않으면 움직일 수 조차 없게 됐고, 지금은 복수가 차올라 숨 쉬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박씨가 건강을 되찾으려면 틀니 지원을 통해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는 게 필요하지만, 현행 건강보험공단 지원 제도상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박씨는 지원 대상에 들지 못했다. 행정복지센터 담당 공무원도 박씨의 상태를 걱정해 백방으로 지원 방법을 찾고 있지만, 5년은 더 이렇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지금 몸 상태로 박씨가 5년을 더 기다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박씨가 하루빨리 틀니 치료를 받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23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③아들 장애에 남편 실직까지…하루 아침에 무너진 일상

“언제쯤 마음 편히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장윤진씨(가명·48·여)는 중증장애를 가진 아들 승우(가명·15)만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먹먹하기만 하다. 지난 2017년 당시 아홉 살이었던 승우는 온몸의 근육이 빠져나가고 신경이 마비되는 병인 근이영양증 진단을 받았다. 완치가 힘들다는 말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지만, 치료제 값이 비싸 제대로된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승우는 허리가 휘고, 혼자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승우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장씨는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괴로웠다.  승우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장씨는 하던 일마저 모두 그만 두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승우를 돌봐야 했다. 장을 보기 위한 간단한 외출도 장씨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매시간 승우의 몸을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잠 들 수도 없다. 장씨는 최근 당뇨 진단을 받으면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승우를 돌보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처지다. 끝인줄만 알았던 시련은 또한번 장씨의 삶을 짓눌렀다. 택배와 화물차 등으로 20년간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남편이 지난해 어깨 근육 파열로 더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 매일 아침 일찍 집 밖을 나서지만 어깨 통증과 나이 탓에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 화물차 사업으로 1억원이 넘는 빚을 진 탓에 매달 내야 하는 이자까지 어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기초생활수급 등 월 200여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교제비와 용돈, 월세 및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먹는 것마저 줄여야 겨우 한달을 버티는 수준이다.  장씨는 “생활고와 아이의 장애로 매일이 불안하다. 가족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아이가 더이상 아프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울먹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아이의 장애와 어려운 생계로 장씨네 가족이 무거운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경제적인 부담 없이 제대로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23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②사지마비 엄마의 유일한 소원 "자폐 있는 아들의 치료입니다”

“병원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집인데…우리 승준이 너무 보고 싶어요.” 성남시 수정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만난 송미영씨(가명·55·여)는 병상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몸이 원망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송씨가 사지마비 진단을 받은 것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던 2년 전 어느날이었다. 산책을 좋아하는 아들 승준(가명)이를 위해 밖에 나갔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심한 자폐를 앓고 있는 승준이는 15살이지만 인지능력은 3세에 머물러 있다. 갓난아기였을 때 장애를 발견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료 시기를 놓쳤다. 현재 승준이는 간단한 말을 따라하는 정도로, 기본적인 의사 소통이 어렵다. 평소에도 감정 통제가 안돼 떼를 쓰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다. 늘 승준이 걱정만 하는 송씨지만, 아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고작 2번, 10분 정도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면회가 어렵기도 했지만, 승준이가 면회실 공간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그는 병원에서 승준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어렸을 때 어떻게 해서라도 병원에 데려갔으면 나았을지 모른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늘 마음이 아리다. 송씨는 “제가 보는 세상은 병실 천장, 창밖 건물이 전부”라며 “아들이 너무 보고 싶을 때마다 눈을 감고 생각하지만, 돌봐줄 사람 없이 혼자 있을 승준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진다”고 울먹였다. 활동 보조인이 승준이의 등하교를 도와주고 있지만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긴 전까지 승준이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 몇 달 전엔 밤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 승준이를 보고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해 찾아온 적도 있었다. 송씨의 남편은 요양병원 비용과 간병비를 충당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간헐적인 일용직 근로 비용으로는 엄청난 병원비와 간병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일감이 없을 때는 불안정한 수입으로 끼니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픈 승준이의 지속적인 치료는 꿈도 못꾼다. 남편 역시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겹다고 한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송씨의 남편이 홀로 생계와 돌봄의 무거운 부담과 책임을 떠안고 있다”며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와 승준이가 경제적 부담 없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23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①‘지적장애에 생활고까지’...벗어나기 힘든 굴레

“평범한 가정이 될 수는 없겠죠?” 지적장애를 가진 김혜숙씨(가명·52·여)는 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두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다. 김씨는 4남매를 출산했으나, 첫째와 둘째는 어린 나이에 출가를 했고 남편은 10여년 전 교도소에 수감돼 이혼 절차를 밞았다. 이로 인해 김씨는 당시 10살, 5살이던 아들 둘을 홀로 키우게 됐다. 지적장애를 가진 채로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김씨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야속했다. 몸과 마음이 성치 않던 김씨는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아이들을 24시간 돌봐야 하는 탓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김씨가 선택한 것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이었다. 공장에서 찍어져 나온 자동차 고무 부품을 분리해 정리하는 일이었다. 한 개에 1원 남짓. 밥을 먹으면서도 일에서 손을 떼지 않지만, 김씨가 매달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만~15만원에 불과하다. 기초생계비와 주거비 지원 등 기초생활수급비로 월 140여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용돈과 월세 및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먹이기에도 빠듯한 돈이다. 더욱이 수년전 지인으로부터 1천만원을 빌린 뒤 매달 100만원씩 갚고 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갚았던 돈을 다시 빌리고 또 갚게 되는 악순환까지 반복되고 있다. 5년 전에는 운 좋게 LH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돼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도 했지만, 쪼들리는 생활비 탓에 여태까지 관리비를 단 한 차례도 내지 못했다. 김씨는 최근 신장에까지 염증이 생기는 등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을 한 번이라도 마음 편히 사 줄 수 있는 게 소원”이라면서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족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겨운 상황”이라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공과금을 수년째 연체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2022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⑥예고없이 찾아온 병마 “빚이 아닌 빛을 주세요”

⑥ 코로나 극복하나 했는데, 쓰러진 아내…'더 나빠지지 않길' “계속해서 불행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저 아내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기만 바랄 뿐인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요양병원. 왕복 3시간 거리를 단 5분의 면회를 위해 달려온 정순철씨(50·가명)가 아내의 볼을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2006년 아내와 결혼한 정씨는 1년 만에 찾아온 아이를 유산한 뒤 아내와 의지하며 아픔을 이겨내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리고 2019년, 정씨는 ‘새롭게 출발해 잘 살아 보자’는 희망을 안고 아내와 함께 만두전골 가게를 열었다. 성실한 정씨 덕인지 하나 둘 단골 손님도 생기고 입소문도 날 무렵,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숨통을 조여오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아내와 함께였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코로나19를 겨우 이겨내고 정씨의 가게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던 지난해 12월, 아침 장사를 준비하던 아내가 쓰러졌다. 그리고 정씨의 인생은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아내가 뇌출혈 진단을 받고 5번의 뇌 수술을 받았다”며 “보험도 들어 놓지 않아서 매일 아르바이트로 병원비와 약값을 벌고 있다”고 울먹였다. 정씨의 삶은 단 1분도 쉴 틈이 없다. 오전 6시부터 시작하는 각종 아르바이트는 카페 주차 관리와 인근 뷔페의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거쳐 밤 9시가 돼서야 끝이 난다. 하루 4~5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정씨는 아내를 직접 돌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요양보호사 시험을 준비했다. 그렇게 지난 7월부터는 강화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매일 숨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정씨의 수입 만으로 아내의 병원비를 감당하며 생활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내의 입원비와 욕창 치료비, 물리치료비, 약값만 하더라도 그가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벌어 들이는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이 나간다. 정씨는 “매일 열심히 살고 있는데, 늘어나는 것은 빚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늘 희망을 품을만 하면 찾아오는 불행이었지만, 정씨는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며 언젠가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김포시가 주관하는 돌봄사업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정씨의 바람은 소박하기만 하다. 그저 아내의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 것. 그는 “더 바라는 것 없이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원을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생활비를 제외하고도 정씨가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310만원이다”며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정씨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인 만큼 많은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희기자

[2022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⑤삶의 터전 앗아간 수마… 생계 막막

⑤ 코로나 고비 넘자 찾아온 집중호우, 삶의 터전을 삼켰다 “자식처럼 키우고 일군 곳인데,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겠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불편한 다리를 하고도 연신 웃음을 짓던 서정훈씨(57·가명)의 눈에 눈물이 고인 건 무너져버린 의왕시의 한 비닐하우스 앞에서다. 이곳은 그가 직접 삽질을 해 묘목을 심고, 그 묘목이 사람 키를 훌쩍 넘긴 나무가 될 때까지 매일을 보살피며 일군 삶의 터전이었다. 서씨는 15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새로운 출발이자 삶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화훼 농업을 위해 이곳에 자리 잡은 그는 매일을 몸이 부서져라 일하며 나무들을 기르고 가꿨다. 이곳에서 딸 지연양(9·가명)도 얻었고, 아이가 커가듯 자식 같은 나무들이 커가는 모습도 함께 했다. 꽃 옆을 꾸미는 장식 나무들을 키우던 그는 코로나19라는 예상 못한 직격탄에 지난 몇 년 간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던 그에게도 다시 희망이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잦아들면서 졸업식이며 입학식 같은, 그의 나무를 필요로 하는 행사들도 정상적으로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이제 다시 시작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그때, 또다시 삶의 무게가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의 일상이 무너져버린 건 지난 8월9일, 수도권을 덮친 집중 호우 때였다. 늦은 밤 딸과 함께 잠을 청한 그는 곧 서늘하게 젖어오는 등줄기에 눈을 떴다. 딸과의 보금자리이던 비닐하우스 안으로는 범람한 하천의 물과 쏟아지는 빗줄기가 밀려 들어왔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던 가구들은 물에 떠내려갔고, 나무를 키울 때 쓰던 경운기마저 흙더미에 파묻혔다. 그렇게 그는 옷가지 하나를 챙길 새도 없이 어린 딸의 책가방만을 들고, 딸을 목에 태운 채 필사의 탈출을 했다. 몇 번을 물에 빠지면서 겨우 빠져나온 그에게는 곧 살았다는 안도보다 큰 처참함이 밀려들었다. 매일 ‘잘 지내고 있지’라고 말을 건네며 가끔은 자식처럼, 가끔은 친구처럼 그의 삶을 지탱해주던 공간은 폐허로 바뀌어 있었다. 빗물을 타고 밀려 들어온 각종 쓰레기들이 뒤엉켜 나무를 감싸고 있었고, 냉장고며 우편함 같은 집기들도 이미 여기저기 널브러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렇게 그에게는 갈 곳도, 살아갈 길도 사라져버린 생계의 무게 만이 남았다. 딸과 함께 의왕시에서 제공한 월셋방에 머물고 있는 그는 앞으로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이재민을 위한 지원이 3개월까지만 가능해 11월이면 월셋방에서도 쫓겨날 신세이기 때문이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그가 수십만원의 월세를 부담하기란 불가능하다. 몸이 불편한 그가 자식 같은 나무들을 두고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복구를 위해 인부들을 부르면 하루 8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평생 일궈온 이곳을 다시 되살리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서씨는 “이제 막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가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전처럼 여기서 일하고, 아이 학교 보내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삶의 터전 자체가 사라져서 당장은 아이를 키우며 생계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기자

[2022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④“엔젤만 증후군 ‘준우’가 웃을 수 있게 해주세요”

‘엔젤만증후군’ 한 번 웃으면 과도하게 웃는 경향을 보이는 희귀질환으로, 영국의 소아과 의사인 해리 엔젤만이 처음 발견해 붙여진 이름이다. 엔젤만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달장애와 정서 지연이 함께 나타나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으로도 균형감각, 근육 긴장이 감소해 심하면 경련까지 나타난다. 평범한 삶을 꿈꾸던 이현서씨(37·여·가명)는 엔젤만증후군을 앓고 있는 준우(14·가명)를 홀로 키우고 있다. 현서씨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준우와 둘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서씨의 이야기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용인의 한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그는 우연한 자리에서 9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준우를 품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그는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준우가 태어나고 돌이 지날 때쯤 뜻밖에 소식이 현서씨를 찾아왔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말을 하지 못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준우에게 '엔젤만증후군'이 발현된 것이다. 걷지 못할 수 있다는 의사의 한마디에 현서씨는 곧바로 입원 치료를 결정했고, 1년 동안 준우 곁을 지키며 기나긴 병원생활을 시작했다. 현서씨와 달리 남편은 가족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롯이 도박뿐이었다. 전세금 1억원은 물론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려 빚이 빚을 낳았고, 가정은 풍비박산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과 남편의 폭력에 이혼을 선택한 현서씨, 준우와 둘만 내던져진 세상은 모질었다. 나라에서 지원해준 거처에서 머물며 기초생활수급비 80만원과 주거급여 28만원 등 108만원을 가지고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특수학교에 준우를 보내고 주어지는 4시간 동안 일을 하고 싶어도 언제 돌발 증상이 찾아올지 모르는 준우 상태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또 잠을 자다가 호흡이 사라지는 ‘증상’이 준우를 찾아오는데, 이 때문에 현서씨는 잠을 자다가도 준우 코 아래에 손가락을 대며 수시로 상태를 확인한다. 이현서씨는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이혼을 하게 됐는데, 이혼 후에도 남편이 집으로 찾아와 괴롭혔다”면서 “남편이 또 찾아올까봐 아이와 주소지를 따로 해놓고 살다가 이제는 장애 지원을 받기 위해 두려움 속에서 주소지를 통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기초수급비보다 한 달 벌이가 적어져 아이를 돌보는데 어려워진다”면서 “활동보조인도 쓰고 있지만, 대화가 되지 않는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며 일찍 그만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장애를 가진 자녀로 근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2022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③남편의 죽음과 빚… 눈물 마를 날 없다

③남편 떠나간 자리에 빚더미…두 자녀 가장된 미선씨 “아직까지 남편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26일 오후 2시께 남양주 진건읍의 한 다세대주택 1층. 15평(49.5㎡) 남짓한 공간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한미선씨(41·여·중국 국적)는 올해 4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8세, 5세 두 아이를 홀로 책임지게 된 미선씨는 남편과의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미선씨 가족의 이야기는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하얼빈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언니, 여동생과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던 미선씨는 2008년 중국 다롄으로 건너와 친구와 함께 창업을 준비했다. 그러다 이곳에서 사업 실패로 중국으로 건너온 남편과 운명 같은 첫 만남을 가지게 됐다. 중국어가 서툴렀던 남편의 ‘중국어 선생님’을 도맡게 된 진희씨는 점점 남편과 가까워져 미래를 약속하게 됐고, 2013년 한국으로 건너와 혼인 신고를 하게 됐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혼인 신고 2년 만에 첫째를 낳고, 남편의 사업도 술술 잘 풀렸다. 남편의 사업은 중국을 넘어 몽골, 베트남까지 뻗어나가게 됐다. 하지만 남편의 새로운 사업처인 캄보디아에서 미선씨 가족의 운명은 ‘행복’에서 ‘불행’으로 180도 뒤바뀌었다. 지난 4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자녀를 뒤로하고 캄보디아 출장길에 오른 남편에게 당뇨에 의한 폐혈성 쇼크 증상이 덮쳤고, 손쓸 겨를도 없이 남편의 목숨을 앗아갔다. 초등학생, 유치원생인 자녀와 출장에서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던 미선씨는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았고, 캄보디아에서 차갑게 식은 남편의 몸을 마주했을 때서야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해왔던 사업도 한순간에 무너지며 10억원이 넘는 빚이 미선씨 가족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보금자리를 잃은 미선씨는 두 아이와 함께 임시 주거지에서 눈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수입이 전무한 미선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아동수당, 조의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느냐”고 묻는 본보 취재진 질문에 미선씨는 “자녀들을 위한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제가 아이들과 대화는 잘 되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숙제나 교육적인 부분은 도와줄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이 순간에도 기댈 곳 없는 마음이 가장 힘들다”며 “2019년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는데, 행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연락드리기조차 힘들다”고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배우자 명의의 부채가 13억원가량이 있어 원래 거주지는 경매로 넘어가 남아 있는 재산이 없다”면서 “미선씨 가족에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민훈기자

[2022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②국가에 인정받지 못한 한부모 소연씨

② “재우가 더 웃을 수 있게”…국가에 인정받지 못한 한부모 소연씨 “아픈 재우가 더 많이 웃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지난 25일 오후 2시30분께 의정부의 한 소아재활병원에서 만난 박소연씨(39·여·가명)는 강직성 뇌병변과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들 재우(4·가명) 이야기를 꺼내자 눈물을 글썽였다. 박씨는 몸의 절반이 봄 같고, 남은 절반은 겨울 같은 재우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마음 한 켠에 숨겨두었던 상처를 꺼내 보였다. 지난 2019년 임신 8개월 차에 조숙아로 태어난 재우는 생후 3일 만에 뇌병변 의심 진단을 받았다. 소연씨의 품이 아닌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재우는 다른 아이와 달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료진의 진단은 점점 뚜렷해졌고, “아직 희망은 있을 거야”라는 소연씨 바람은 흐려져갔다. 설상가상으로 소연씨를 찾아온 불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재우를 출산한 뒤 남편과의 불화는 심해졌고,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야만 했다. 이 모두 결혼 생활 2년 만에 찾아온 변화였다. 소연씨는 홀로 재우를 키우며 남편이 보내주는 150만원 남짓한 양육비로 세상의 풍파를 헤쳐나가고 있다. 2017년 결혼 전까지만 해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약했던 그는 ‘한부모’라는 이름으로 재우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나라는 소연씨를 한부모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남편과 공동 명의로 산 아파트를 이혼하면서 나눴지만, 정부는 이를 재산이라고 보고 소연씨를 한부모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연씨는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재우를 돌보면서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롯이 매달 남편이 보내주는 양육비에 의존하고 있는 소연씨는 재우를 돌보는 일상에 수입조차 없어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소연씨처럼 아이들의 재활이 절실한 부모들은 대형병원, 소아재활병원, 장애인복지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최소 2~3년을 대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설사 대기를 마치고 이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더라도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0여분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재우처럼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은 ‘명의’를 찾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소연씨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현실에 홀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프지만 해맑게 웃는 재우의 모습을 보며 상처를 받을 수도, 포기를 할 수도 없다는 소연씨. 소연씨는 “보조기에 의지한 재우를 볼 때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아프지만 세상을 천천히 배워가고 작은 것에 미소 짓는 아이 얼굴을 볼 때면 약한 마음을 가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도움도 없는 현 상황이 힘겹지만, 재우와 잘 살아보려 한다”고 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양육비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는 소연씨와 재우는 병원비로 대부분 비용을 소진하고 있다”면서 “이 모자에게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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