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내 조카, 두 달 뒤면 결혼식인데…”, “어디에 떨어진 건가요. 제발 알려주세요….”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이 한창이던 2일 오전 11시께 화재가 발생한 군포시 산본동 백두한양9단지 997동 아파트 앞에서 한 젊은 여성이 울먹이며 서성이고 있었다.
이 여성은 현장을 지키던 경찰관과 소방관들에게 다가가 “한국 근로자 어디에 떨어졌는지 아세요?”라며 사망자의 흔적을 애타게 물었다. 아무도 대답이 없자 여성은 급기야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디 떨어졌는지 알려줘요. 왜 아무도 몰라”라며 한참을 통곡했다. 전날 사고로 사망한 인테리어 업체 직원 A씨(34)의 예비신부 B씨였다.
울다 지친 B씨는 휘청이다 유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현장에 있는 경찰차에 몸을 실었다. 차 문이 굳게 닫혀 있던 순간에도 B씨의 오열은 그치지 않았다.
화재로 숨진 사망자 중 결혼을 2개월 앞둔 예비신랑 A씨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4시37분께 불이 난 아파트 12층 샤시 교체 작업 근로자였다. 현장에서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창 밖으로 추락해 두개골 골절 등으로 그 자리에서 숨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A씨의 결혼은 지난달 7일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내년 2월27일로 연기됐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한 달 전 샤시 교체 등 작업을 하는 현재의 인테리어 업체로 이직했다고 한다.
A씨가 일하던 업체는 비상연락망조차 없어 유족들에게 연락이 닿기 어려웠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B씨는 화재 당일 오후 9시40분에야 경찰로부터 A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A씨의 이모 C씨는 “이미 신혼집도 차리고 같이 살고 있었는데, 여기서 떨어져 (시신이)이곳, 저곳으로 다 튀었을 것 아니냐”며 눈물을 머금었다.
한편 백두한양9단지 아파트에서는 이날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헌화 장소를 마련하는 등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주민 박소영씨(42)는 “아들이 다니는 태권도장 친구의 엄마가 대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이도 아직 어리고 당시 고통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너무 마음이 아파 헌화하러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윤덕흥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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