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동연 ‘무조건 경선’ 결심, 초일회 일부 품었다

김동연 경기지사의 정치 방향이 구체화되는 듯하다. 당내 경선 참여에 대한 본인의 의지 여부다.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지는 소문이 있다. 그가 민주당 내부 대권 경선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가장 큰 갈림길은 오는 26일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위반 항소심이 있다. 그 결과가 가져올 정치 변동의 폭이 대단히 크다. 김 지사의 경선 참여 강행은 이 변수를 전제한 방향이다. 결과에 상관 없이 경선에 나선다는 의미다. 대입해서 주목해 볼 몇 개 정치 세력이 있다. 친문계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김부겸 전 국무총리 싱크탱크인 ‘생활정치연구소’, 그리고 2022 총선 낙선자 모임인 ‘초일회’다. 이 가운데 초일회는 주로 경기·인천·서울 등 수도권 정치인의 모임이다. 참여자도 15명의 전직 의원들로 비교적 공개적이다. 그동안 활동은 주로 유력 인사 초청 강연 등이었다. 다양한 세력의 목소리를 담는 데 초점을 둬 왔다.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 같다. 소속 정치인들의 정치적 선택 소문이 흘러 나온다. 그 큰 줄기 가운데 하나가 김동연 지사로의 이동이다. 박광온 전 의원이 김 지사 측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전해진다. 초일회 내에서 중량감이 큰 인사다. 최근에는 정춘숙 전 의원도 김 지사 측에 합류했다고 알려졌다. 양기대 전 의원의 거취도 덩달아 관심을 끈다. 대변인 역할을 하며 초일회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변인 역할은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눈치를 보면 초일회 내의 김 지사 선택 기류가 있는 것은 맞아 보인다. 일부 잠룡들의 최근 행보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지난해까지 공유했던 화두는 ‘3김 단일화’다. ‘김부겸·김동연·김경수’를 하나로 묶어 가는 그림이었다. ‘비명’ 또는 ‘반명’이라는 정치적 공감대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기대감에 적잖은 와해가 감지되고 있다. 이를테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 대표의 관계다. 면담과 단식 등 일련의 과정에서 화해의 정황이 보인다. 비명계 초일회로서는 품고 가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이 모든 것에 답을 내릴 주(週)다. 24일 ‘한덕수 총리 탄핵’ 결정, 26일 ‘이재명 대표 재판’ 선고, 이어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 정치권에 출제될 ‘3차 정치 방정식’이다. 민주당에 답은 간단하다. 이 대표가 출마할 수 있을 때의 답과 출마할 수 없을 때의 답, 두 가지다. 잠룡들은 ‘이 대표가 출마 못 할 때의 답’만 말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답을 말하고 있는 것은 오직 김 지사다. ‘무조건 경선하겠다’. 초일회의 김 지사 선택이 이유 있어 보인다.

[사설] 봄철 산불, 철저한 예방과 감시 체제 강화해야

지난 금요일 오후 3시경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산림청은 금년 들어 처음으로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산림당국은 일요일 오후 현재 헬기 33대, 차량 217대, 인력 2240여명을 투입했지만 강풍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원을 포함, 진화대원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주말에는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도 산불이 발생, 역시 대응 3단계가 발령됐으며 울산 울주군 등 전국 45개소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토요일 6시를 기해 울산시와 경남·북에 재난사태를 선포했으며 토요일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봄철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로 이로 인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당하고 있다. 전체 산불의 46%는 봄철인 3월과 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봄철 등산객 증가에 따른 입산자 실화, 조상 묘소 정비, 농사 준비를 위한 소각 행위가 늘면서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지역서도 지난 15일 오전 안성시 고삼면,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이천시 장호원읍, 안산시 상록구의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또 지난 20일 낮 화성시 매송면 찰보산에서, 22일 오후 여주시 강천면, 동두천시 상패동 등 야산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 화재 대부분은 쓰레기나 농산물을 불법으로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9일 산림청에 의하면 지난 5년간 경기지역에서 쓰레기 등을 불법 소각하다 산불로 번진 사례가 118건이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산림보호구역 100m 이내 산지 사유지에서 불법 소각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고 있지 않다. 산불 감시가 허술한 농촌지역이나 산악지역에서 불법 소각으로 인한 화재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문제다. 산림청은 매년 단기채용 형태로 산불전문예방진화대라는 명칭으로 산불 감시원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 인원도 부족하고 근무시간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한돼 있다. 더구나 산불 감시 예찰 매뉴얼도 없어 산불 감시원 개인적 판단에 의존하는 등 산불 감시에 사각지대가 많아 이에 대한 철저한 대책 수립이 요망된다. 날로 확산되는 봄철 산불을 막기 위해 어느 때보다 소방당국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산불 예방과 감시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사설] 용인체육회장의 막말·폭언·성희롱, 시민은 부끄럽다

오광환 용인시체육회장은 민선 2기다. 지난 2022년 투표를 통해 당선됐다. 체육 관계자들이 유권자로 참여하는 선거다. 당시 투표 수는 249표였고 오 회장이 87표를 얻었다. 2위 83표와 박빙의 승부였다. 오 회장이 시민 앞에 약속한 당선 인사가 있다. “110만 용인시민이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체육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낮은 자세로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모신다던 시민들이 그 때문에 편치 않다. 낯부끄러운 막말 논란이다. 지난 13일 관내 체육계 만찬장에서 일이다. 관내 종목 단체장들이 참석했고 이상일 용인시장도 있었다. 술잔이 오가던 중 오 회장이 말했다. “술은 분 바른 사람이 따라야 술맛이 난다.” 누가 들어도 여성에게 모욕감을 주는 발언이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교본에도 대표적인 성희롱으로 예시되는 표현이다. 참석했던 여성 단체장이 이후 문제를 제기했다. ‘사과를 받겠다’고 했다. 오 회장은 사과하지 않았다. 이유를 들어봤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말이다’, ‘A회장에게 직접 말한 게 아니다’, ‘그 자리에선 문제가 없었다’. 통상의 상식과 거리가 있는 해명이다. 공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도 한참 동떨어졌다. 살폈듯이 해당 표현은 성희롱으로 규정돼 있다. 옳고 그름을 논쟁할 여지가 없다. 모욕감을 느끼거나 항의하는 절차는 듣는 이의 판단이다. 가해자가 평가할 사항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유사 전력이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2023년 2월26일 이른바 ‘시의원 모욕 발언’이 있었다. ‘용인시축구협회 예산을 없애는 시의원을 찾아내 기자회견을 열겠다.’ 지방의회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이다. 2023년 6월에는 ‘워크숍 폭언’이 있었다. 워크숍에서 했던 폭언과 갑질 논란이다. 2024년 4월21일 ‘공무원 막말’도 있었다. 의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을 거칠게 대해 빚어졌던 논란이다. 그리고 이어진 게 이번 ‘성희롱 논란’이다. 시·군 체육회장 신분도 정치 범주에 들어간다.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투표로 결정된다. 상시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고 봐야 한다. 오 회장이 주장하는 ‘정치적 음해’는 그런 측면일 것이다. 이 가능성이 없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오 회장 논란은 그와 경우가 다르다. 이해해 주기에는 과거 논란이 너무 많다. 막말, 폭언, 성희롱까지 내용도 민망하다. 시민 누가 이를 두고 정치적 희생이라며 두둔하겠는가.

[사설] ‘몸조심’ 하루 만에 ‘백혜련 계란’, 분노 선동 말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계란 테러’를 당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고 있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가 포진해 있었다. 경찰용 장우산을 펼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계란은 헌재와 인도 사이 4차선을 넘어 날아왔다. 백 의원이 다행히 부상을 입지 않았으니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시에 의문을 남겼다. 테러 대비 태세는 유효한가. 가장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는 헌재 앞이다. 헌재재판관들을 포함해 헌재 직원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안 그래도 충돌, 테러의 위험성이 상존해 왔다. 회견 의원들을 경찰 기동대가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계란 테러는 막지 못했다. 경찰 작전의 현실적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백 의원 얼굴에 남은 계란 잔해가 그대로 중계됐다. 지켜 본 시민들의 충격이 컸다. 폭발물이나 돌, 쇠붙이 등이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는 걱정이 나왔다. 혹여 이번 사건이 가져올지 모를 모방 범죄도 걱정이다. 헌재 탄핵 선고가 임박하면서 테러 위험은 극에 달했다. 야당 대표에 대한 러시아제 권총 살해 경고가 주장됐다. 대표 측 요청으로 경찰의 신변 보호 작전이 시작됐다. 헌재 재판관들에 대한 살인 예고도 버젓이 방송됐다. 그 유튜브가 헌재 앞에서 라이브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불특정 다수에 의한 폭력 경고, 테러 예고가 팽창한 풍선과도 같다.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하루 전 이재명 대표의 ‘몸조심’ 발언이 있었다.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으니 몸조심하기 바란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한 경고였다. “경찰이나 국민 누구나 최 대행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었다. 폭력 시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테러 실행에 좌표를 일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하루 만에 ‘백혜련 계란 테러’가 터졌다. 모두의 자제와 노력이 필요하다. 경찰은 테러 행위자를 엄단해야 한다. 계란 테러 범인을 검거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테러 노출 위험성이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영웅심 또는 충성도를 추구한 행위가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분별 있는 언행으로 긴장을 환기시켜야 한다. 테러의 뇌관을 건드리는 듯한 선동은 테러리즘이라는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그어 대는 꼴이 된다. 테러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는다. 테러 협박이 있었고, 캔맥주 투척이 있었고, 계란 테러가 있었다. 더 나가면 큰일이다.

[사설] 시흥도시公 업무추진비는 규정대로 쓰였을까

시흥도시공사의 올해 업무추진비는 7천900만원이다. 사장 업무추진비가 2천만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본부장이 각 500만원, 실·처장 각 350만원이다. 부서별 시책추진비도 있다. 세부 사항은 달라지지만 연간 규모는 대체로 같다. 비용의 크기만을 놓고 보면 과한 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타 지역 공사에서도 비슷한 규모는 볼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적정하게 사용하고 있느냐다. 그리고 그 회계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느냐다. 본보 취재로 본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회계 처리된 항목이 대부분 식사비 또는 경조사비다. 세부 내역을 밝히고는 있는데 두루뭉술하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용처인 ‘간담회’가 그렇다. 무슨 간담회를 언제, 몇 명이 가졌는지 알기 어렵다. 같은 날 수차례 식사비가 결제된 경우도 있다. 사용 기간이 기재되지 않은 비용 사용도 있다. 공사는 이런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놨다. 모호한 설명을 보고 시민들이 납득하겠는가. 시민들이 의혹과 부정적 시선을 갖는 게 당연하다. 투명한 공개와 감시 체계 구축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업무추진비는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세부 내역을 상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공사 관계자가 본보에 밝혔다.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 향후 업무추진비 관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 약속이다. 어폐가 있지 않나. 업무추진비는 멋대로 써도 되는 쌈짓돈이 아니다. 이미 지방 공기업 예산 편성 기준이 명시돼 있다.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집행 목적, 일시, 장소, 집행 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해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1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또는 주소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대로 했는지가 관건이다. 시흥도시공사는 이대로 했나. 위 규정에 맞게 증빙서류가 돼 있나. 이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이걸 조사해야 한다. 규정에 맞는지 살펴야 하고, 첨부된 서류에서 사용처를 찾아 그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하루에 수차례 식사비가 지급된 경위도 알아봐야 한다. 조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요구하는 답을 내면 된다. 향후 개선 방안을 들먹일 필요 없다. 관련 제도는 아주 잘돼 있다. 공사에서 집행하는 모든 예산은 혈세다.

[사설] ‘○○ 살인’ ‘△△ 화재’, 시·군 명칭 쓰면 안 된다

이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는 언론의 반성이 요구된다. 우리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밝혀두는 바다. 대형 사건·사고에 시·군 명칭을 붙이는 문제다. 과거 ‘○○ 연쇄 살인 사건’에서 최근 ‘△△오폭 사고’ 등 수도 없다. 사건·사고를 특정하기 쉽다는 편의성이 시작이다. 주로 언론 또는 유튜브가 명명의 출발지다. 여기서 오는 지역의 피해가 장기적이고 치명적이다. 본보가 이에 대한 고민을 제시해 봤다. 이 문제의 효시라 할 사건은 ‘○○연쇄살인 사건’이다. 1990년대 군(郡) 지역에서 10차례 살인이 발생했다. 2003년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만들어졌다. 그 촬영에 대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주민 의견이 반영됐고 합의가 이뤄졌다. ○○이라는 지역명이 절대 등장하지 않아야 하고, ○○지역에서는 촬영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다. 관행이라던 ‘지역 사건명’에 제동이 걸렸다. 폐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건에 발생 지역명이 병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군의 오폭으로 특정 지역이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해당 지역이 쑥밭이 됐다. 전국의 눈길이 몰렸다. 이 사고를 ‘△△오폭 사고’라고 표현한다.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여간 아니다. 이런 경우 지역이 받는 유무형의 타격이 크다.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키기도 하고, 관광객의 발길을 끊게 하기도 한다. 관련 추정치가 있다. 지난해 6월24일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가 발생했다. ‘○○’이라는 지역명이 함께 붙었다. 본보가 이번에 확인한 그해 7월 ○○지역 방문객 수가 있다. 802만4천317명으로 전년도 동기 대비 12.8% 급감했다. 6~7월 관광 수입도 전년 대비 9.6% 줄었다. 2020년 7월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 사고’도 있다. 역시 지역명이 붙었다. 그해 7~8월 해당 구(區) 방문자와 관광 수입이 대략 10%, 15% 줄었다. 이런 통계가 논리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지역 방문자, 관광 수입 변동에는 많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지역명이 표시되는 사건·사고로 받는 지역의 피해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지역 알리기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시·군 관광 행정의 공통된 목표다. 행사·축제·홍보에 큰돈 쓰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런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 사건·사고 앞 지역명이다. 언론의 각성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강제 규정 마련 방식에도 동의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주문이 있다면 지자체 행정이다. ‘아무개 토막살인 사건’이 10여년 전 발생했다. 사건 직후 언론이 동(洞)을 사건명에 붙였다. 해당 지자체가 즉시 사건명 정정 노력에 나섰다. 언론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일부 언론에는 항의 서한도 보냈다. 해당 사건에서 지역명은 그 즉시, 그리고 영원히 사라졌다. 소개할 만한 예다.

[사설] ‘(의대생)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 거대 부조리극이다

이달 초 대학들도 새 학기를 맞았다. 그러나 유독 의대생들은 수업도 등교도 거부한다. 재학생들만이 아니다. 올해 갓 들어온 새내기 의대생들도 그렇다. 인하대 의대 신입생이 49명에서 올해 120명으로 늘었다. 의대 증원 덕을 본 신입생이 많은 셈이다. 그러려면 애초 합격을 양보할 것이지. 신입생이 한창 청춘의 꿈에 부풀 계절이다. 안 나오는 건 지, 못 나오는 건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얼마 전, 못 나오게 했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 쓴 적이 있다. 의사라는 직분을 스스로 모독하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지난주 그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 사건이 하나 있었다. ‘건국대 의대생 살벌 입장문’이다. 건국대 의대생 몇 명이 휴학계를 내지 않고 수업에 복귀하려 했다.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배척하는 입장문이 그들 단체 대화방에 떴다. 수사를 요청할 만큼 과격했다. ‘이탈자들의 파국적인 행동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추가 이탈자 역시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 ‘복귀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향후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등등. 동료가 아니면 공대생이라도 되는 건가. 학문적 활동 외 술은 같이 마실 수 있다는 얘긴지. 보다 못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성명을 냈다. 제목이 ‘복귀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는 분들께’다. ‘내가 알던 후배, 제자들이 맞는지 두려움을 느낀다’,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 ‘노동자들은 12시간 넘게 서서 일하면서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 삶이 여러분 눈에 보이기는 하나’,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두렵다’ 등등. 백번 공감이 간다. 치료받다가 ‘더 이상 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나오면 어쩔 것인가. 파문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엔 사직 전공의 대표라는 이가 반박에 나섰다. 교수들 성명이 나온 지 8시간 만이라고 한다. ‘교수로 불릴 자격도 없는 분들께’로 시작했다. ‘위선 실토이자 자백’, ‘교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없이 당당하게 얘기하니 당혹스럽다’, ‘교수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등등이다. 이번 파문을 타고 의대생 커뮤니티의 유명한 말도 다시 회자됐다. ‘억울하면 의대 오든지’다. 어렵게 의대에 들어간 신입생들의 고생담도 떠돈다. 학교로 가라는 부모, 가지 말라는 선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PC방으로 간다는 이야기. 여기에 더 보태고 빼고 할 것도 없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거대 부조리극이다.

[사설] 도의회 ‘철도 지하화 조례안’, 매우 적절한 입법이다

김성수 경기도의원이 주목할 만한 조례안을 냈다. ‘경기도 철도 지하화 사업 기금 설치·운용에 관한 조례안’이다. 도내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핵심은 경기도가 사업 지원을 위한 기금을 마련토록 하는 것이다. 기금을 통해 사업 시행자의 비용 일부를 보조할 수 있게 했다. 또 사업지 이주민을 지원하고, 소음 등 주민 피해를 지원하거나 한시적 교통 문제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 의원의 지역구는 안양시다. 안양시는 철도 지하화를 숙원으로 갖고 있다. 2010년 철도 지하화 개념을 처음 주창한 것도 안양시다. 2012년 7개 지자체가 8억3천만원을 투입해 기본 용역을 수행한 것도 안양시가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정부의 시범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안양시장,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컸다. 이 상황에서 나온 김 의원의 관련 조례안 추진이다. 사실 모법이라 할 ‘철도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은 미완성 법률이다. 철도 지하화의 근거를 명문화했다는 것 외에 실효가 없다. 관련 기본 계획 수립 책임도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에게 맡기고 있다. 두 개 이상의 행정 구역이 걸치는 경우에도 ‘시·도지사 간 협의해’ 풀도록 했다. 기본 계획 수립 권한의 부여라는 측면이 있으나 정부가 철저히 발을 빼고 있는 법률이다. 비용에 대한 이 법의 규정은 더 심하다. ‘사업시행자가 부담한다’(법 제13조 1항)거나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충당한다’(동조 2항)고 돼 있다. 대규모 사업에서 오는 채권 발행에 대한 규정도 그렇다. ‘사업시행자가...철도지하화통합 개발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법 제15조)고 규정해 놨다. 이러다 보니 민간 사업자의 재무 상황이나 건설 경기의 흐름에 사업의 성패가 맡겨져 있다. 중앙·지방이 도울 방안이 없다. 시범 지역 시행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불확실성의 결과다. 김 의원의 이번 조례안은 이런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보완·해소하고 있다. 지자체가 사업 과정에서 기업이나 주민을 지원할 근거와 기금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살폈듯이 안양시의 철도 지하화 요구는 절박하고 시급하다. 막연히 선도 사업 지구의 경과를 지켜만 보기도 답답한 측면이 있다. 김 의원의 조례는 이런 안양시 입장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숙원 사업을 풀어가는 데는 다양한 노력이 결합한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제도적인 접근이다. 지방의원에게 그것은 적절한 조례 제정 활동이다. ‘철도지하화 법’의 엉성한 구멍을 채워 준 ‘철도 지하화 법 조례안’이다. 안산시 선도 사업의 실패 우려를 많이 덜어준 것이고, 안양시의 다양한 접근에 선택의 폭을 넓혀 준 것이다. 많은 지역에 실질적 도움이 돌아갈 좋은 조례라고 우리는 본다.

[사설] 포천시도 피해자인데 왜 軍 오폭 책임을 도맡나

6일 발생한 포천 민간 오폭의 원인은 명백하다. 조종사의 표적 입력 실수가 직접 원인이다. 표적 좌표에 ‘5’를 ‘0’으로 잘못 입력했다. 공군의 공식 조사 결과다. 전대장(대령)과 대대장(중령)을 보직 해임했다. 직무유기, 지휘관리·감독 미흡 등 책임이다. 당사자인 조종사 2명을 형사 입건했다.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주에는 공중근무자 자격 심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종사의 자격을 유지할지를 가리는 심의다. 그런데 피해 보상 등 후속 처리가 이상하다. 피해자라 할 포천시가 모든 걸 처리하고 있다. 부상 주민 전담 공무원 투입, 재난 통합 지원 본부 가동, 긴급 시설 보수 및 피해 조사다. 하나같이 인력과 예산이 드는 일이다. 여기에 주민 한 명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도 지급한다. 이 예산만 11억7천만원에 달한다. 시 예비비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파손 피해를 입은 가옥 등에 들어갈 돈도 상당할 것이다. 모두 포천시가 앞장서고 있다. 본보가 확인해 봤더니 쭉 이랬다고 한다. 2019년 연천에서 도비탄 산불이 났다. 사격 훈련 중이던 군 부대의 과실이었다. 산불 책임에는 고의·과실을 떠나 엄하게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군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진화 예산, 복구 예산 등을 전부 연천군이 냈다. 양평군도 지역 내 군 사격장에서 사고가 빈발한다.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한다. 이 골치 아픈 업무도 양평군 몫이다. 군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군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접경 지역 포천 연천의 특수성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운명적으로 감내할 불이익이 있다. 하지만 그래서 받아야 할 보상도 있다. ‘특수한 불이익에는 특별한 보상으로’라는 논리다.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고 그 적나라한 현실이 이번에 목격됐다. 훈련에 의한 불가피한 피해도 아니다. 황당한 실수에 의한 오폭이다. 당사자들이 업무상 과실 치상으로 처벌까지 됐다. 이걸 왜 포천시가 책임지나. 포천시의 즉각적인 후속 조치는 높이 평가한다. 예비비를 통한 보상 결정도 적절했다고 본다. 정부의 특별재난구역 선포도 잘한 결정이다. 직접 보상, 세제 지원 등의 조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의 요지는 다른 데 있다. 크고 작은 군 사고 때마다 특별재난구역을 선포해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연천 산불, 양평 사격장 피해가 지자체 부담으로 떠넘겨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손보고 가자는 것이다. 군이 야기한 사고의 배상 책임은 군에 있는 것이고, 그 군의 운용자인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상식이다.

[사설] 여야, 각 지지자들 앞에 헌재 결정 승복 확약하라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할 것 같다.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등 각종 변수가 발생해 헌재의 숙고가 길어져 이번 주에 선고가 예상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간 탄핵 찬반 대립이 극도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광화문, 안국동, 여의도 등에는 수많은 시위자들이 탄핵 찬반세력으로 나뉘어 도심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격한 시위를 벌였다. 부산, 대구, 광주, 구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탄핵 찬반 시위가 격하게 있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을 둘러싼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의 분열과 갈등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더욱 심화되고 있어 우려된다. 8년 전 박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헌재 앞 폭력 사태로 시민 4명이 사망한 전례도 있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불법 난입으로 극단적 폭력성을 드러낸 바도 있어 상당히 염려된다. 이와 같이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폭력적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정치권이 이를 방조 내지 선동하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82명은 헌재의 탄핵심판 각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헌재 앞 탄핵 각하·기각 촉구 릴레이 시위에 의원 다수가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14일 광화문광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가 하면 매일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탄핵 촉구 도보 행진과 농성을 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4일 탄핵 선고 당일에는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전국 기동대 2만여명 투입, 주요 국가기관·언론사·정당 등에 기동대 배치, 경찰서에 보관된 민간 총기 출고 금지 등 대응책을 발표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기본권으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헌재가 내 생각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고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폭력 사용에는 엄격한 법적 제재가 있어야 한다. 경찰은 폭력적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반드시 지켜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당 차원의 결정을 공식적으로 해 더 이상의 폭력적 사태나 극단적 국론 분열을 막아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 당의 공식 입장”임을 16일 밝혔다. 야당 역시 헌재 선고에 승복하겠다는 당 차원의 결정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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