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人災 의혹 제주항공, 또 고장 나서 회항했다니

29일 참사 직후 제주항공이 내놓는 입장이 있다. 진행되는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분명하게 선을 그은 대목이 있다. 제주항공의 자체 책임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항공기 정비 소홀 지적에 대해 전혀 아니라고 했다. 신규 노선 증가로 인한 무리한 운항도 없었다고 했다. 언론이 요구한 정비 이력 공개는 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생겼다. 제주항공의 동일한 기종이 하늘에서 회항했다.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30일 오전 6시37분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행 7C101편이다. 이륙 직후 기체 결함이 안내됐고 7시25분 출발했던 김포공항으로 돌아갔다. 승객 21명은 불안을 호소하며 탑승을 포기했다. 제주항공 측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현장이 채 정리되지도 않았다. 무안공항 참사 직후 일부 시민의 증언이 소개됐다. 지난 27일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에서의 시동 꺼짐 현상이다. 탑승하는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끊어지면서 기내 전기가 꺼졌다고 했다. 엔진 시동음과 기내 전기가 꺼지는 일이 몇 차례 계속 반복됐다고 한다. 승객 여러 명이 물었지만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해당 비행기는 그대로 출발했고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항공사에서 27, 29, 30일 연거푸 일어난 일이다. 참사 당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기체 점검 계획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어디에 이유가 있다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제주항공의 다른 기체에 대한 점검 계획은 밝힌 바 없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제주항공 비행기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그제야 머리 숙여 사과했고, 국토부는 서둘러 “항공안전감독관을 제주항공에 급파해 감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9일 참사의 직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조류 충돌이 유력하다지만 현재로서는 논란이 많다. 양쪽 엔진과 유압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이의가 있다. 화재 발생 원인도 활주로 마찰설과 오버런 추정이 충돌한다. 블랙박스는 많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맡기면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제기되는 국민적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몇은 블랙박스 없이도 밝혀질 의혹이다. 29일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투입된 경찰 인원만 264명이다. 통상 수사 착수의 형식은 압수수색이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그런 얘기는 없다. 정비 소홀은 업무일지로 확인할 일 아닌가. 무리한 운항은 운항 기록과 여객기 보유로 확인될 일이다. 제주항공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은 이미 수치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건 임의 제출이다. 흔히 봐온 강도 높은 경찰 수사나 정부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엄정한 수사로 국민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그게 희생자 179명에게 경찰이 갖고 있는 도리다.

[사설] 사상 초유 대행의 대행 체제, 국회는 책임지고 해결하라

세계경제 순위 10위권의 선진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국격이 급격히 추락하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탄생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초불확실성 정치 상황을 접하게 됐다. 한국 정치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문제의 원초적 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다. 일단 12·3 비상계엄은 다행히 국회 의결로 해제됐으며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여부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따라서 국회는 이후의 정국 안정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함에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에만 몰두해 오늘과 같은 정치 파국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난 금요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가결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13일 만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1인 3역을 맡는 기형적인 체제가 등장했다. 그 여파는 가히 공포 수준이다.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환율은 한때 1천480원 선도 넘어섰으니 이는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으며 제2의 외환위기가 어른거리고 있다. 체감 경기는 최악으로 민생은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까지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독촉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최 권한대행은 물론 이후 권한대행들을 줄탄핵해 국무회의 기능 자체를 스톱시킬 움직임까지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을 최대한 늦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등 여야가 모두 정치적 계산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야는 정치공학만 계산하지 말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화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이 속히 마무리되는 것이 정국 안정의 열쇠이므로 국회는 이를 여야 간 합의해야 된다. 국회는 각 정파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국리민복을 하겠다는 국회의원 선서를 되새겨 국난 극복을 위한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기를 재삼 촉구한다.

[사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어지는 人災 증언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여객기가 29일 추락했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으로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 중이었다. 여객기는 화염에 휩싸였고 동체는 두 동강이 났다. 사고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대부분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당국도 이날 오후부터 수습 국면으로 전환했다. 우리 역사에 또 한번 기록될 참사다.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사고 직후부터 여객기의 문제를 암시하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틀 전인 지난 27일, 같은 사고기의 이상을 목격한 전언이 있다. ‘시동이 몇 차례 꺼지는 현상이 있었다’는 탑승객의 제보다.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같은 증언을 했다. 항공사 측은 “별 문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방콕에서 출발하던 비행기는 1시간 지연된 뒤 출발했다. 항공사 측은 출발 지연도 공항 문제로 설명했다. 사고 직후 탑승객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내용도 있다. 가족이 공개한 카톡에서 탑승객은 새가 날개에 끼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다리던 가족이 “언제부터 그랬는데”라고 묻자 “방금”이라고 대답했다. “유언해야 하나”라는 말로 톡은 끝났다. 여객기 내에 탑승 중인 승객은 새 끼임을 쉽게 알 수 없다. 기내 방송으로 관련 내용을 설명들은 것이 아닌가 싶다. 소방본부가 확인해준 정황도 있다. 전남소방본부는 “랜딩기어 쪽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당시 목격자와 공항 관계자 등 다수가 보내온 신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9일 오후 들어 가장 유력한 원인 추정은 조류 끼임에 의한 한 쪽 랜딩 기어 고장이다. 하지만 다른 쪽 날개에서도 이상 현상이 목격됐다는 주장이 있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고 설명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가 오전 9시50분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주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했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도 권한대행이고, 치안 유지 책임자인 경찰청장도 직무대행이다. 이런 저런 정치적 견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모든 정치 견해보다 엄중한 이번 여객기 참사다. 17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참담한 현장이다. 철저한 조사와 수습 행정만이 필요하다.

[사설] 韓 대행, “거취 하등 중요하지 않다” 직(職)을 던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즉각 탄핵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 임명안을 처리했다. 27일 오전까지 한 대행의 임명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한 대행이 2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명 보류를 발표하자 즉각 탄핵으로 선회했다. 민주당의 분노는 즉각적이고 격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권한 대행’이 아니라 ‘내란 대행’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도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은 부담이 있다. 탄핵 남발이라는 계엄 논리에 정당성을 줄 우려가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를 둘러싼 논쟁도 있다. 재적 의원 과반(151명)과 3분의 2(200명)로 견해가 갈린다. 그럼에도 탄핵을 꺼내들 정도로 반발이 컸다. 담화의 어떤 부분이 그랬을까. 한 대행은 한국 정치의 ‘진영’을 언급했다. 큰일이 닥쳐도 늘 넘어서 왔고 그것은 ‘정치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영의 유불리를 넘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었다’고 했다. 현 정치 갈등의 근저에 깔린 이념 갈등을 건드린 것이다. 또 과거 정계 거인들을 언급하며 ‘타협하는’ 역사의 교훈을 말했다. 우원식 의장, 이재명 대표, 권영세 비대위원장 지명자를 거명하며 그런 슬기와 용기를 당부하듯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의 근거도 조목조목 적시했다. 대행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안정된 국정 운영에만 전념하는 것이 헌정 질서의 기본원칙이라고 밝혔다.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명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헌법재판관 충원 문제에 대해 “여야가 불과 한 달 전까지 다른 입장을 취했다”며 “이 순간에도 정반대로 대립하고 있다”고 비교 설명했다. 표현의 완곡함 속에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쏟아낸 듯하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언급이다.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헌법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며 “개인의 거취나 영역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야권의 탄핵 추진을 그대로 맞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이 부분이 민주당과 정면으로 충돌한 지점으로 보인다. 결국 탄핵으로 가는 듯하다. 직을 던진 한 대행과 칼을 빼든 민주당. ‘한덕수 탄핵’은 ‘윤석열 탄핵’과 또 다르다. 그래서 이를 평가할 여론의 향배도 앞서 적기 어렵다.

[사설] 김동연의 외교 경제 챙기기, 특별하고 의미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24일 오후 회동한 두 사람은 최근 한국 정국에 대해 얘기했다. 김 지사는 골드버그 대사에게 한국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와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첨단산업 교류 등 경제 협력에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도 약속했다. 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하루 전인 23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김 지사는 24일 영국 대사관도 방문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를 만났다. 김 지사가 작금의 정치 혼란을 한국이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 중임을 설명했다. 크룩스 대사도 한국의 헌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평가했다. 한영 양국 간 글로벌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특히 기후 변화 대응과 첨단산업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자고 합의했다. 계엄 이후 크룩스 대사가 이 대표와 만난 적은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골드버그 대사와 만났다. 김 지사는 여야 정당을 대표할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핵심 우방이라 할 미국 및 영국대사와 잇따라 회동했다. 중앙정치와 다르고, 광역자치단체장과도 다른 행보다. 국내 정치의 현실에서 차별화하려는 김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듯 보인다. 경제 전문가로서 국익까지 챙기는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 김 지사의 이런 차별화는 이미 계엄 상황에서도 목격됐다. 계엄 선포 하루 뒤인 4일 2천400명의 외국인에게 서한을 보냈다. 외국 지도자, 각국 대사, 투자 기업 등 김 지사와 ‘친분’ 있는 인사들이다. 환율·주식 시장이 충격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서한에서 김 지사는 ‘안심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계엄 선포 직후 가장 큰 우려는 국제 신인도 추락이었다. 모두가 계엄 파국에 빠져 있을 때 그가 보였던 것이 바로 외교 경제인맥 동원이었다.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서한을 받은 외국 인사들의 답장이 소개됐다. 브루노 얀스 벨기에대사는 “지사님의 신속하고 투명한 상황 대응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페터르 반 데르 플리트 주한 네덜란드대사도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사려 깊은 서한과 굳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뜻을 인편에 전했다. 김 지사가 서한으로 보여준 무관(無官) 외교의 한 단면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기업을 옥죄고 있다. 경제단체 회원들이 미국까지 날아갔다. 환율·주식 시장의 불안이 계속 이어진다. 자본의 탈(脫)한국 현상은 그래도 계속된다. 국민 걱정도 서서히 내수 부진과 수출 위기로 옮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내전 중이다. 외교장관까지 국회에 앉혀 놓고 말싸움 중이다. 이제 누구라도 나서 외교를 말하고 챙겨야 하지 않겠나. 김 지사의 외교 행보가 특별하게 보이는 것도 이런 때문일 것이다.

[사설] 예측 실패로 코로나 백신 1천400억원어치 버렸다

3년 전, 나라는 코로나19 백신에 아우성이었다. 국가의 능력 평가도 코로나19 백신이었다. 얼마나 백신을 확보하느냐가 모든 걸 평가했다. 그 중심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있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을 겸하던 그가 반복한 설명도 같았다. 2021년 3월29일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능한 한 백신 공급 일정을 앞당기고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범정부적인 노력을 하겠다. 수요와 수급에 대한 관리, 백신 확보 노력을 최대한 진행할 것이다.” 2025년 12월24일, 경기일보가 이런 통계를 보도했다. ‘코로나 백신 연 60만회분 폐기...혈세 줄줄 샌다.’ 불과 3년 만에 ‘백신 확보’가 ‘백신 폐기’로 바뀌었다. 2023, 2024년 2년간 경기도에서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이 123만여회분이다. 2023년 69만8천828회분, 2024년(10월10일 기준) 53만1천882회분이다. 이걸 돈으로 따지면 1천400억원이다. 전체 폐기량의 96%는 유효기간 경과였다. 맞을 사람이 없어 그냥 버려진 것이다. 3년 전 상황을 잠시 돌아보자.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백신의 양은 확보 가능한 대로 우선 사들였다. 그 과정에 선금 지급 등의 경쟁까지 벌어졌다. 그러다가 2023년 6월에 엔데믹이 선언됐다. 방역 당국이 감염자 추세, 전파 속도 등을 판단해 내린 결정이었다. 상당 기간 감염자가 줄고 있음을 추적했을 것이다. 백신 접종자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바로 그 방역 당국이 백신 수급과는 미스매치를 빚은 것이다. 수요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본보 기자가 확인한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백신 접종은 급격히 줄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보건소에서도 2023년 이후 백신 수요량 급감을 한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질병 당국은 여전히 조(兆) 단위 백신을 구입했고, 그걸 지자체에 배분했고, 엄청난 폐기량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필요할 땐 구하지 못하고, 남아돌 땐 쌓아 둔 꼴이 됐다. 그 업무가 지자체로 넘어왔다. 지자체가 모든 걸 알아서 결정한다. 예산은 지자체와 질병관리청이 각 50%씩 부담한다. 경기도도 내년도 관련 예산을 세웠다. 654억여원을 세웠고, 100만명분을 구입한다고 한다. ‘너무 많이 잡은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간별 구매 등의 대책을 설명했다. 혈세 낭비의 폐단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차피 해마다 거칠 질병 정책 아닌가. 데이터 관리 체계 등이 필요해 보인다.

[사설] 민주당 경기도당의 ‘상인 살리기’ 구호 의미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 김승원 위원장(수원갑)이 말했다. “내란과 탄핵 여파로 어려웠던 지역경제에 더 큰 한파가 불고 있다. 지금은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할 시기로, 당력을 총동원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 새로울 것 없는 진단이고, 당연히 해야 할 결정이다. 하지만 그 울림이 작지 않다. 지금 중앙정치는 정쟁의 끝단을 달리고 있고, 지자체까지 그 싸움에 끼어들어 뒤섞여 버렸다. 이럴 때 발표된 상권 살리기 구호다. 발표된 ‘골목상권 살리기 캠페인’은 전통시장·골목상권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캠페인 전개 지역은 도내 60개 전 지역구다. 지역상권에서 간담회 및 행사 개최, 지역 상권 내 선물·생필품 구매, 지역화폐 사용 활성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캠페인 확산이 실천 내용이다. 광역·기초의원들에게도 연말연시 소규모 모임을 활성화하라는 당부를 전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먹어주고, 마셔주고, 팔아주자는 운동이다.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현 정국의 핵심 키워드는 계엄이고 탄핵이다. 정치 공학은 정권 사수와 정권 탈환이다. 국민까지 둘로 갈라놨다. 탄핵 찬성 국회 집회와 탄핵 반대 광화문 집회가 팽팽하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지역 상인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국회 주변과 광화문 거리를 차라리 부러워한다. ‘컵라면이라도 팔릴 거 아니냐’며 탄식한다. 그만큼 지역 상권이 주저앉았다. 연말 모임, 친목 모임이 대거 취소됐다. 연말 특수는커녕 계엄·탄핵 저주에 휘청인다. 걱정인 것은 이 고통이 오래갈 것 같다는 점이다. 우리가 몇 차례 지적했던 내수시장 위축 전망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의 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의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0월 102.7, 11월 96.0, 12월 94.3, 2017년 1월 93.3이었다.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후인 2017년 4월에야 101.8로 100을 넘겼다. 그 흐름이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골목 상권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오죽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에 “송년회·신년회 취소하지 마세요”라는 권고문을 발송했겠나. 민주당은 경기도 전체 지역구 가운데 53곳이 현역이다. 국민의힘(6곳)·개혁신당(1곳)과 비교 안 될 지배력이다. 이런 도당에서 모처럼 계엄·탄핵이 아닌 민생 구호가 들렸다. 당을 떠나 그 취지를 높이 산다. 현장을 반영한 민생 정치라고 본다. 중앙정치에는 수권 능력의 잣대가 될 것이고, 시장·군수에게는 본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상인들이 전해 오는 훈훈한 성과를 고대한다.

[사설] 尹대통령·李대표, 수사·재판 지연은 권력 특혜다

수사나 재판 당사자의 목표는 이기는 것이다. 민사재판의 승소, 형사재판의 무죄가 그것이다. 그 방법 중에 수사·재판 지연술이 있다. 이기기 위해 시간이 필요한 경우 동원한다. 현실에서는 웬만해선 통용되기 어렵다. 이유 없는 지연에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체포, 강제 구인, 재판 속행 등이 그런 제재다.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꼼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꼼수를 지금 국가 지도자들이 선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통지를 받지 않고 있다. 헌재가 지난 16일부터 탄핵 심판 출석 통지서 등을 발송했다. 비상계엄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내라는 공문도 보냈다. 5일째 받지 않고 있다. 서류는 대통령실과 관저 두 곳에 보내졌다. 전달 방법도 사람, 우편, 전자 발송 등 세 가지로 갔다. 하지만 모두 반송됐다. 사유는 ‘수취인 부재’, ‘수취 거절’ 등이다. 공조수사본부의 출석 요구서도 수령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측에서 해명을 내놨다. “(탄핵 재판에 대비해) 필요한 게 여러 가지 있다.” 실제로 탄핵 소추에 맞서는 자료는 방대할 수 있다. 계엄에 이르게 된 다양한 입법 횡포를 하나하나 증명해야 한다. 탄핵 남발을 열거하고 부당함을 설명해야 한다. 삭감 예산 횡포도 일일이 적시해야 한다. 관련 부처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직무 정지된 대통령의 소송 자료를 부처에서 지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게 심판 출석 통지서 거부의 이유는 아니다. 탄핵 심판 출석은 재판의 시작을 의미한다. 자료 미비로 인한 재판 연기는 그 후에 하면 된다. 앞서 지난 12일 담화에서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통지서 수령 거부를 당당하다고 볼 국민이 몇이나 될까. 사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양비론을 펴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관련 서류 전달도 두 차례 실패했다. 실제 주소가 다르거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는 고의 지연 의혹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고의 지연 의혹은 이 말고도 많다. 대북 송금과 관련해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백현동 사건, 대장동 사건은 본격적인 재판도 안 열렸다. 공범 가운데는 3심이 확정된 사람까지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들이다. 그런 둘의 재판 지연술을 보는 국민의 박탈감이 크다. 일반 국민이 저런 기술을 썼어도 이렇게 통용되겠나. ‘무서운 판사’를 아는 국민이라면 다 알 것이다. 절대로 통용되지 않을 기술이다. 이건 법 불공평이고 권력 봐주기다. 재판 지연의 법 기술을 부리는 두 지도자를 탓할 단계는 지났다. 그걸 봐주는 재판부가 엄정해지기를 바란다.

[사설] 불안한 경제, 더 이상 추락하면 미래 없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제환경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경기 활성화를 기대했던 서민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점차 쇠락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등 정부의 총력 방어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지난주 이틀째 1천450원대를 기록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약 16년 만에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있다. 1천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고환율은 최대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주식 시장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등을 비롯한 일본과 유럽의 주식 시장은 비교적 활황이지만 올해 들어 국내 주식 시장의 경우 코스피는 9%, 코스닥은 무려 23%나 하락했다. 더구나 지난 18일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해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져 외국 투자가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런 한국 경제의 비관적 전망은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서도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추정돼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잠재성장률이 2040년부터 0%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대외 경제여건은 더욱 악화일로에 있다. 앞으로 1개월 후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지만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각종 연설 등에서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패싱되고 있다. 비상계엄 직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전망할 정도로 불확실하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정쟁에 매몰돼 있다. 벌써부터 차기 대선 운운하면서 여야가 정치공학에만 함몰돼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위기관리의 사령탑을 맡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을 거론하면서 흔들어 대고 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으로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경제환경은 더욱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경제 안정 없이는 정국 안정도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가지고 여야는 물론 행정부가 상호 협력해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금요일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민생과 안보 협의를 위한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여야정은 협의체를 조속히 출범, 가동해 국민들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요망한다.

[사설] 탄핵 지원금? 공무원 송년회 자제부터 풀자

경제 흐름이 완만한 회복세였다고 본다. 물가도 1%대로 비교적 안정세였다. 고용률 또한 양호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 여전히 불안한 건 소비심리 위축이었다. 건설 경기 위축 등이 여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계엄 사태가 터졌다. 탄핵 정국으로까지 이어졌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모두 긴장하고 있다. 당연히 내수 시장 위축이 제일 걱정이다. 과거 탄핵 정국에서 나타났던 흐름도 있다. 내수 시장의 충격이 가장 크고 지속적이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시기다. 당시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있다. 10월 102.7이었는데 11월 96.0, 12월 94.3, 2017년 1월 93.3으로 주저앉았다. CSI는 기준값을 100으로 둔다. 100보다 크면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CSI는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후인 2017년 4월에야 101.8로 다시 100을 넘겼다. 그 흐름대로라면 이제부터 헌재 결정까지 계속 나빠질 것이다. 일부 지방정부에서 내수 시장 대책이 나왔다. 지역민에게 소비 지원금을 나눠주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에서는 광명시가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소비 촉진 지원금’을 검토했다고 한다. 받은 돈을 지역 내에서 소비하게 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 때 준 지역 재난지원금 방식이다. 광명시민 모두에게 주면 277억원, 가구별로 주면 114억원이 든다고 한다. 정읍시, 김제시, 남원시는 서로 ‘최초’, ‘최다’라며 경쟁적으로 추진한다. 옳은 선택일까. 박승원 광명시장이 배경을 설명했다. “탄핵 시국이 민생 경제를 차갑게 얼리고 있다. 연말 모임조차 실종돼 소상공인들이 어려워하고 있다. 골목상권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위기 진단은 정확하다. 하지만 꼭 현금성이어야 하느냐는 토론으로 남는다. 유동성 잔치는 반드시 인플레이션 고통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은 윤석열 정부의 고물가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적으로 증명된 철칙이다. 식당, 주점, 노래방 등이 계엄·탄핵 정국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목이어야 할 연말이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 송년회, 회식, 술자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국에 대한 적응은 공직사회가 가장 빠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공직사회의 자제가 소상공인에게는 치명타가 된 것이다. 200억원 쓸 의지가 있다면 직원들에게 송년회를 적극 권장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소상공인에게는 그게 미덕이고 배려다. 지역 상인에게 고객은 지역민이고, 그 지역민의 대표가 지역 공무원이다. 공직사회의 송년회 자제는 그래서 지역 상인에게 치명타다. 탄핵이라서 먹고 마시는 연말이 더 필요하다. 언론도 ‘탄핵 시국에 송년회 빈축’이라는 단편적 접근은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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