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에 쑥밭 된 軍, 민가를 쑥밭 만들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방부 장관이 없는 나라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현 장관이 구속됐다. 12·3 계엄을 통한 내란에 가담했다는 혐의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차관이 장관 대행이다. 실무 군의 핵심인 육군참모총장도 공석이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계엄 이후 수사와 청문에 끌려다녔다. 국방부로부터 2월25일 기소 휴직 명령을 받았다. 특전사령관 등 특수부대 지휘관 여러 명이 구속됐다. 군이 쑥밭이다. 이런 상황에서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사고가 터졌다. 포천시 이동면 한 마을이 비행기 폭격으로 쑥밭이 됐다. 어이없게도 폭탄을 투하한 비행기는 대한민국 공군기다.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훈련 중이던 KF-16 두 대다. 탑재했던 MK-82 폭탄 4개씩, 모두 8개를 투하했다. 건물·교량 파괴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파괴력이 상당하다. 폭파구가 폭 8m, 깊이 2.4m에 달하고 살상 반경만도 축구장 1개에 이른다. 마을은 초토화됐다. 주택 기와지붕이 내려앉고, 나무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성당 건물과 주택, 비닐하우스가 파손됐다. 군인을 포함해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마을에는 폭발물 처리반(EOD)이 투입돼 조사를 벌였다. 모든 주민은 집을 떠나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공군 전투기에 의한 민간지대 오폭 사고는 유례가 없다. 2004년 F-5B 전투기가 폭탄을 오폭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에 대처하는 군의 일 처리도 이해하기 힘들다. 난데없는 폭탄 낙하에 지역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더욱이 피해 지역은 전시 공포가 상존하는 접경지대다. 경찰 등에서는 즉시 오발 사고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군은 100분 가까이 공식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다. 정확한 사고 원인 설명도 없었다. 조종사 좌표 실수를 밝힌 건 오후 늦게다. 그 동안 주민들은 원인도, 추가 위험도 모른 채 떨고 있었다. 처음 나왔던 발표의 내용도 어색하다. “비정상 투하 사고로 민간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부상자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 피해 배상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 일의 우선 순위를 모르나. 그 시각 마을의 공포는 여전했다. 그 상황에서 공군이 할 발표는 사고 원인과 추가 위험 여부다. 그런데 ‘회복 기원’을 말하고, ‘피해 배상’을 약속했다. 어차피 배상은 정부의 몫 아닌가. 안 그래도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군이다. 공연히 사고 책임을 침소봉대하려는 것 아니다. 어이없는 사고를 보는 국민의 우려를 전해 두려는 것이다. 하루 속히 기계처럼 돌아가던 군 행정의 정식을 되찾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 시급한 게 국방부 장관 임명이다. 휴전 국가에서 국방부 장관은 비워두는 자리가 아니다. 정부 수립 후 최장 공백은 5일(1961년)이었다. 그 자리가 3개월째 비어 있다. 큰 일이다.

[사설] 새마을금고 첫 직선제, 500억 쓰고 16% 투표라니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끝났다. 선관위 관리하에 치러진 첫 직선제였다. 선거 비용을 새마을금고가 선관위에 위탁했다. 위탁한 비용은 490억원 정도다. 1개 금고에서 평균 6천여만원의 선거 비용을 부담하는 꼴이다. 4년 임기 이사장을 뽑는 데 과한 부담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금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수준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최종 평가는 비용만큼의 효과가 있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주의 깊게 따져 볼 수치가 있다. 투표율이다. 1년 전부터 이번 선거는 요란했다. 과거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이렇게 언론에 오른내린 적 없다. 유감스럽게도 부정선거 등의 부정적 기사가 보도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처음 치러지는 선관위 관리 직선제라는 사실에 쏟아진 관심이었다. 5일 드러난 이 선거의 투표율이 형편없다. 직선제로 치러진 전국 208곳의 투표율이 25.1%였다. 4명 중 1명만 투표했다. 경기·인천지역의 투표율은 그중에도 특히 낮다. 직선제를 택한 금고가 경기 94개, 인천 49개다. 단독 후보 출마로 무투표 당선된 곳이 경기 51개, 인천 20개다. 실제 직선 투표가 실시된 곳은 경기 43개, 인천 29개다. 여기서의 투표율이 경기 16.2%였다. 6명 가운데 1명이다. 전국에서 가장 낮다. 인천도 19.4%로 크게 다르지 않다. 투표율 제고는 작금의 공영선거가 갖는 공통의 목표다. ‘16% 투표’는 낮아도 너무 낮다. 간선제 투표율과 비교하면 문제가 더 선명하다. 전국 358개 금고 가운데 150개는 간접선거인 대의원 투표를 했다. 여기서는 1만7천39명의 선거인 가운데 1만6천210명이 투표했다. 투표율 95.1%다. 관심도와 몰입도 등에서 오는 차이는 있다. 그렇더라도 10%대 투표율은 이해하기 어렵다. 농협이사장선거도 선관위에 위탁해서 치르는 직선제다. 그런데 투표율은 70~80%다. 어느 모로 보나 설득력 없는 투표율이다. 사정이 이런데 변화가 따라올 리 없다. 경기지역 94개 금고 가운데 59개 금고에서 현직 이사장이 당선됐다. 재선율 62%다. 인천은 49개 가운데 34개 금고의 현직 이사장이 당선됐다. 재선율 69%다. 재선율만으로 변화를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동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기대와 우려 속에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였다. 우려와 기대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우려가 현실화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했다. 선거 공영의 당위성은 여전하다. 드러난 문제를 잘 살피자. 중지를 모으고 보완책을 찾자. 그러면 좀 더 좋아진 다음 선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설] 유엔사는 대성동 주민 소음 측정을 막지 마라

대성동마을 주민의 생존권이 안보를 위협하는가. 유엔사의 지배권이 우리 국민의 생존권에 우선하는가. 파주 대성동마을 주민들이 다시 한번 분단의 현실과 마주했다. 귀신소리, 짐승 울음소리에 시달려 온 게 벌써 8개월째다. 지난해 7월부터 북한 당국이 노골적으로 송출해 온 대남방송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수면 부족 등의 질병까지 발생하고 있다. 때마침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6월부터 시행될 개정 민방위기본법이다. 같은 유형의 대남방송이 휴전선 곳곳에서 이어진다. 북한과 불과 400m 떨어진 대성동의 피해가 그중 심각하다. 이를 구제하기 위해 파주시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시작이자 핵심이 대성동마을에 대한 소음 측정이다. 대성동마을은 비무장지대로 유엔사 측의 관리를 받는 특수 지역이다. 이번 소음 측정 행위 일체도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엔사 측의 불허 통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파주시의 관련 업무 추진이 중단됐다. 시는 “불승인 사유가 ‘안보상 이유’라는 것밖에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주시가 운영하던 간이 소음 측정도 중단됐다. 유엔사가 장단면 행정복지센터의 간이 소음 측정 작업을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시가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해 오던 시설이다. 이로써 대성동마을 주민을 위한 소음 피해 관련 작업은 모두 중단됐다. 남아 있는 방법은 한국군 JSA부대를 통해 간접 측정하는 방식이다. 주민들은 이런 간접 측정 방식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대성동 마을의 법률적 특수성은 있다. 한국휴전협정 제1조 10항의 규제를 받는다. “비무장지대 내의 군사분계선 이남의 부분에 있어서의 민사 행정 및 구제사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이 책임진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권까지 제한받는 것은 아니잖나. ‘세제’ 등 특권 부여나 ‘거주이전 자유’ 등 제한은 모두 한국 법령에 근거하고 있다. 소음 피해는 지극히 생존권과 관련된 영역이다. 유엔사도 당연히 협조해야 할 사항이다. 파주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때마침 비슷한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했던 전례도 있다. 2020년 추진됐던 이른바 ‘지적(토지위치) 복구 프로젝트’다. 1953년 정전협정 이래 판문점 일대는 미등록 토지로 남아 있었다. 이걸 풀어내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선적리’라는 주소를 새로 부여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성동마을 소음 측정 문제도 같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위협받을 안보를 우리는 찾을 수 없다.

[사설] 화성특례시, 부자 동네 되니까 출산도 1등 됐다

화성특례시의 질주가 모든 분야에서 거침없다. 이번에는 신생아 출산 전국 1등 소식이다. 사실 2023년에도 6천714명으로 1등이었다. 이게 2024년 들어서도 500명 늘어난 7천200명이다. 또 1등이다. 합계 출산율은 1.01명으로 경기도 0.79명, 전국 0.75명을 크게 웃돈다. 올해부터 인구 100만의 특례시다. 하지만 이런 인구 규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수원은 6천500명, 용인·고양은 5천200명에 그쳤다. 출산율이 처한 절박함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국가 생존의 문제이자 지자체 존폐의 문제다. 지자체마다 출산 정책을 쏟아낸다. 화성의 노력도 많았다. 첫째 아이에 100만원, 둘째·셋째에 200만원, 넷째 이상에 300만원을 지원했다. 2023년에만 100억여원을 썼다. 다자녀 가구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확대했다. 이 밖에 출산 부모 교육, 산후 조리비 지급, 어린이집 운영, 각종 돌봄 시스템 운영 등의 정책도 펼쳤다. 이런 출산 장려책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다만 화성의 경우여서 특별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직접적인 출산 정책만 놓고 보면 다른 지역과 큰 차이가 없다. 넷째 아이를 낳으면 화성은 300만원 준다. 수원과 고양은 500만원이다. 다섯째 이상을 낳으면 화성은 300만원을 주는데 수원과 고양은 1천만원이다. 단순 비교로 보면 화성이 되레 적다. 그런데도 신생아 출산은 화성에서 제일 많았다.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출산율의 기본적 조건을 보자. 젊은 가임(可姙) 세대가 유입돼야 한다. 여기에 아이를 키울 여건이 넉넉해야 한다. 최근의 화성은 이 부분에서 다른 지역과 확연히 대비된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1위다. 성남의 2배, 용인·수원의 2.5배다. 연간 수출 규모와 시(市) 지역 고용률 경기도 1위다. 지역 내 기업도 2만8천590개(2022년)로 전국 1위다. 지역 산업단지 22개로 기업 유입이 꾸준하다. 최고 부자 동네에 오른 것이다. 시쳇말에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했다. 특정 지역의 호황기를 일컫는 말로 대개 과거형이다. 화성특례시에는 이 말이 현재진행형이다. 농촌 지역 군(郡)에서 시(市)로 승격하고, 다시 전국 최고 부촌이 되는 데 불과 20여년 걸렸다. 이제 지역경제를 평가하는 모든 지표에서 전국 최고 또는 경기도 최고다. 젊은층이 유입되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선순환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게 바로 출산의 모범적인 예 아닌가. 화성특례시의 2년 연속 출산 1위를 축하한다. 고마운 일이다. 시를 부유하게 하는 행정이 이끈 출산 행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설] ‘추락사’ 못 막은 건설사, 법정 구속 못 피한다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사고는 추락이었다. 교각 위에 올려진 ‘거더’ 6개가 옆으로 밀렸다. 그 위에 올려진 ‘런처’를 옮기는 작업 중이었다. 상판과 함께 작업자들이 추락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런처’ 고정 작업이 부실했다는 얘기도 있다. 워낙 대형 사고여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사실 우리 주변의 추락사는 생각보다 많다. 많은 경우 사고의 원인은 안전장치 미비다. 작업모, 안전대 등을 착용하지 않는 원시적 사고다. 그 실태를 보자. 지난해 3월 용인시 처인구 주택 건설 현장에서 60대 남성이 숨졌다. 거푸집 고정 작업을 하다가 5m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달 5일에도 오산의 건축 현장에서 60대 남성이 숨졌다. 추락 사고였다. 지난 6일에도 평택의 예술의전당 건설 현장에서 50대 남성이 숨졌다. 역시 추락사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도에서 228명이 추락해 숨졌다. 같은 기간 전체 건설 현장 사고 사망자는 288명이다. 무려 79.1%가 추락사다. 큰 사고가 생길 때마다 대책이란 게 나왔다. 작업자의 안전 조치를 더 강제하는 온갖 방안이다. 더 이상 안전 대책을 낼 게 없을 정도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가 이렇게 진단했다. “우리나라 건설 현장의 안전매뉴얼은 완벽에 가깝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근로자들이 편의 등을 이유로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안전 수칙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 및 감독을 철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문제는 현장의 안전 수칙 준수다. 이 대목에서 모두가 주목해야 할 판결 추이가 있다. 추락사가 발생한 책임에 대한 벌이 엄하다. 26일 인천지법 형사2단독 김지후 판사의 판결이 그랬다. 2022년 7월 한 건설 현장에서 작업자가 13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작업자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김 판사는 작업자를 고용한 건설사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 1월 서울지법 형사7단독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있었다. 건축 현장에서 작업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었다. 안전모 미착용, 안전 난간 미설치 등이 확인됐다. 재판부는 대형 건설사 현장 소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역시 법정 구속했다. 관련 판결의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 합의=집행유예’라는 통례를 깨고 있다. 적당한 형량을 기대하던 피고인들에 철퇴를 내리고 있다. “안전조치 의무 위반과 과실 정도가 가볍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판시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주목해야 할 판결 추이다. 인부가 추락사한 건설회사를 법원이 용서하지 않고 있다.

[사설] 오산 난방비 폭탄, 시민은 ‘봉’이었다

이권재 오산시장이 지난 10일 DS파워를 찾았다. 집단 에너지(난방) 공급자인 민간 기업이다. “지역난방 요금 문제는 시민들의 실질적 생활비와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오산 모든 시민이 합리적 요금으로 에너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DS파워에서도 요금부담 완화를 위해 함께 고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는 열요금 산정방식 공유, 주택용 열요금 조정 방안, 개발지구 지역난방 공급 확대 등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시장이 난방 공급자를 찾아간 이례적 장면이다. 여기엔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에서 난방을 공급받는다. 민간 회사에서 공급받는 지자체는 8개다. 오산의 공급자는 DS파워다. 이 DS파워의 난방비가 너무 비싸다. 지난해 7월1일 기준으로 1M㎈당 122.43원이다. 한난은 112.32원이다. 차이가 9%에 달한다. 연간으로 보면 오산 1가구당 5만~6만원 더 내는 꼴이다. 이런 추세는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간 여섯 차례의 난방 요금 인상이 있었다. 이 중 다섯 차례가 한난보다 9% 높았다. 요금 산출 방식을 보자. 한난은 산업부 통제를 받는다. 시장기준요금을 상한선으로 삼아 산정해야 한다. 민간 공급자의 요금 기준도 산업부가 범위를 정해놨다. 한난 요금 대비 110% 이내다. 결국 DS파워가 109% 인상을 유지한 이유가 짐작된다. 산업부 고시 범위의 최고치에 맞춰온 것이다. 민간 회사라고 다 DS파워 같지는 않다. 경기도내 다른 민간 공급자 네 곳이 있다. 세 곳의 요금 변동은 한난과 같았다. 한 곳이 한난보다 높았는데 그 차이는 1.7%에 그쳤다. 난방비 공급체계를 상세히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9%’의 차이가 매번 인식할 수 있는 크기도 아니다. 게다가 난방비에는 공공성이 있다. ‘설마 오산시만 난방비가 비싸겠냐’는 공공의 신뢰가 있다. 이런 신뢰를 저버리고 수년간 이어진 난방비 폭탄이었다. DS파워 관계자가 경기일보 질문에 답했다. “난방요금은 연료비(LNG)를 비롯한 총괄 원가를 한국 에너지공단에 의뢰해 산정한 결과를 산업부에 신고해 결정한다.” 무슨 소리를 하나. 지금 난방비 산정 공식을 묻는 게 아니잖나. 다른 민간 공급자들은 LNG 연료 안 쓰나. DS파워만 에너지 공단 의뢰하고, 산업부 신고 하나. 우리가 묻는 건 왜 DS파워의 오산 요금만 유독 비싸냐는 것이다. 이게 질문의 요지이고, 분노의 실체다. ‘함께 고민하자’며 끝낼 일인가. 5년 치 요금 체계를 모두 받아 분석해야 한다. 다른 민간 회사의 산정치도 받아 봐야 한다. 특히 ‘9% 인상’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답변 들어야 한다. 필요하면 시민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DS파워는 공급자다. 가격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오산시민은 수요자다. 공급자를 바꿀 권한이 있다. 근본적인 대안까지 생각해 보는 이유다. 그리고 궁금한 게 있다. 오산시는 이런 요금 폭탄을 모르고 있었나.

[사설] 선관위, 아들딸 챙기면서 수백 청년 울렸다

선거관리위원회의 가족·친척 채용 비위가 충격적이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속에 적나라하다. 17개 시·도선관위가 2013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 경력 경쟁 채용(경채)은 167회다. 이를 점검한 결과 총 662건의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중앙선관위도 이런 비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24회 경채를 실시했다. 여기서도 비슷한 규정·절차 위반이 216건이나 확인됐다. 내용을 보면 더 충격적이다. 장관급인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을 채용했다. 김 전 총장 아들은 원래 인천 강화군청에서 8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다 2020년 1월 인천선관위에 경채로 입사했다. 중앙·인천선관위는 선발 인원을 중간에 1명 늘리거나 전보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특혜를 줬다. 공고와 다른 기준의 서류 심사를 하도록 유도했다. 또 시험위원을 김 전 총장과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내부위원으로만 구성하기도 했다. 차관급인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딸도 있었다. 2018년 1월 말 충남 보령시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딸이 충북선관위로 가고 싶다고 했다. 송 차장이 충북선관위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했다. 신분을 밝히고 채용을 청탁했다. 충북선관위는 이 청탁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송 전 차장 자녀만을 대상으로 내부위원만 면접시험 등에 참여시켰다. ‘비(非)다수경쟁채용’으로 위법이다. 특정인 채용을 위한 조직적 비위였다. 선관위가 이런 비위를 은폐하기 위해 움직인 정황도 확인됐다. 2022~2023년 선관위 고위직 친인척 채용 논란이 생겼다.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에 답변을 제출하고 자체 특별감사를 실시하면서 감사원 감사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류 파기 지시 등 특혜 사실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선관위의 인사 관리도 심각한 상태였다. 부당한 내부 규정을 운영하고, 심각한 복무 위반도 방치하는 등 방만한 인사관리가 드러났다. 선관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중심에 있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사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들었기 때문이다. 헌재에서 공방은 있었지만 부정선거 특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선관위에 신뢰를 보냈다. 우리도 그랬다. 선관위에 대한 신뢰는 사회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가 크게 배신당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에 더 없는 빌미를 주게 됐다. 이마저 부인할 건가. 자신들의 아들딸 채용을 위해 국민의 아들딸 800명을 울렸다. 그렇게 채용한 고위직 아들은 ‘세자’라 불리며 근무했다. 비위를 감추는 데는 조직이 동원돼 한몸이 됐다. 이런 선관위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

[사설] ‘의왕’에서 ‘철도’ 떼이는 데 구경만 할 건가

국립교통대학교와 국립충북대학교가 통합한다. 정부의 ‘글로벌대학3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통합하는 대학에 1천여억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통합 방식에 대한 논의는 많은 부분 정리됐다. 청주, 충주, 의왕, 오창·증평 캠퍼스에 학과 배치도 끝났다. 학교 명칭, 본부 위치 등 예민한 문제는 지난해 연말 논의됐다. 대학 본부는 현 충북대가 있는 청주에 두기로 했다. 교명은 교명선호도투표로 정하기로 했지만 아직 미정이다. 지금 충주 지역 사회가 이 문제로 시끄럽다. 통합 대학 본부 사무실 배치에 대한 이견이다. 현 교통대학교의 본부는 충주시 대학로 50번지에 있다. 통합되면 이 본부를 청주로 빼앗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충주 지역 반발이다. 이달 20일에도 7개 단체가 연합 성명을 냈다. “대학 본부는 충주에 남겨 두라”, “충북도가 나서 중재하라”. 충주 시민단체, 충주 학부모 단체, 충주 상공인 연합회 등이 총 망라됐다. 대조되는 지역이 있다. 침묵하는 의왕시다.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의왕에 있다. 의왕 지역 유일의 4년제 대학이다. 한국 철도의 역사는 곧 의왕의 역사다. 지금도 철도기술연구원, 철도박물관, 코레일 인재개발원 등이 의왕에 있다. 2013년에는 철도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교통대학교의 기원도 의왕이다. 1905년 철도이원양성소, 1985년 철도전문대학이 의왕에서 문을 열었다. 역사성에서 충주·청주는 비교도 안 된다. 의왕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2012년 의왕 철도대학이 충주대학교와 통합했다. 충남대와 경쟁을 벌이던 충주대가 전향적 제안을 했다. 교명을 국립교통대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래서 의왕 캠퍼스는 ‘한국교통대 의왕캠퍼스’가 됐다. ‘의왕=철도’라는 역사성은 그렇게 유지됐다. 하지만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학교명이 충북대로 갈 것 같다.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가 될 것 같다. ‘철도=의왕’ 역사가 깨지게 되는 셈이다. 25일 의왕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왕시의회 김태흥 부의장의 주장이다. “충북대학교 의왕 캠퍼스로 변경되면 철도의 본고장 역사를 지켜오던 의왕시의 지역성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우려를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했다. “교통대학교가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자”고 했다. 너무 목소리가 없다 싶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도 그 우려에 공감하고 제언을 지지한다. 의왕시 유일의 4년제 대학 캠퍼스다. 철도 역사의 중심을 지켜온 자부심이다. 그런 상징 학교에 내걸릴 현판 아닌가. ‘충북대학교 의왕캠퍼스’는 아무리 봐도 아니다.

[사설] 지하화 탈락 안양·군포시, 분노 아닌 대안을 찾자

안양시의회의 허탈과 실망을 백 번 이해한다. 경부선 철도 지하화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나. 그 사업지로 안산시 안산선이 선정됐다. 안양시 경부선 구간은 탈락했다. 14년 동안 이어온 시민의 탄원과 노력이 있었다. 관련 예산 승인 등 시의회 차원의 협조 노력도 있었다. 안양시의회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결정을 재검토하고 종합계획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결의가 담긴 시의회 성명서도 24일 발표했다. 안양시가 희망했던 노선은 경부선 석수·관악·안양·명학역을 지나는 7.5㎞ 구간이다. 안양시가 관련 구상을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인근 7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통합추진위원회’도 안양시가 주도했다. 인근 군포시가 염원하는 지하화 구간도 있다. 금정역과 당정역을 지나는 4.9㎞다. 두 지역의 요구는 ‘경부선 구간’으로 합쳐졌고 경기도를 거쳐 국토부에 신청됐다. 두 지역 모두 선정에서 탈락한 것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20일 공식 입장을 냈다. 14년 전, 본인이 직접 밝힌 대표 공약이었다. 103만명 시민의 서명운동을 이끌어 낸 적도 있다. “이번 결정(안양 구간 탈락)은 14년간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안양시민들의 염원을 짓밟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하은호 군포시장도 입장을 냈는데 느낌의 차이가 있다.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성을 높이고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대체안을 곧 만들겠다고 했다. 국토부가 밝혔던 공식 입장을 보자. 안산선을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무리가 없는 적정한 규모’가 하나, ‘재원이 부족할 경우 지자체가 보조하겠다는 약속’이 다른 하나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는 리스크가 있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인할 사업성이다. ‘돈이 되겠느냐’는 불확실성이 크다. 국토부 입장에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안양·군포시가 주장하는 ‘절박한 현실’을 부정한 건 아니다. 사업의 변화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양·군포시가 추진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사업은 법률로써 가능해졌다. 지난해 통과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다. 향후에도 사업 추진의 근거는 열려 있는 셈이다. 안양시 또는 군포시가 민간 사업자의 참여 의사를 끌어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해당 시•군과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성 높은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군포시 입장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도심을 두 동강 낸 경계, 문화·경제의 심각한 단절, 인접 도심의 슬럼화 등의 폐해가 심각하다. 이 애물단지를 지하로 넣어 달라는 시민의 수십년 숙원이다. 당장의 서운함보다 미래의 대안을 찾는 게 지혜일 것이다.

[사설] 경기도기관장 청문회에 기관 동원, 근거 조례 없다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이랬다. 소속 기관에서 직원이 동원된다. 청문회에 필요한 자료를 사전에 준비하고, 청문회에 배석해 즉석 답변을 지원한다. 이런 지원이 청문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청문 위원인 경기도의원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불만이 쌓여온 건 해당 기관 구성원들이다. 임명이 확정되지도 않은 내정자 검증 청문회다. 거기에 조직을 동원하는 게 맞는지, 법적 근거는 있는지 물어왔다. 경기일보가 이에 대한 법률적 흠결 문제를 지적했다. 직원을 동원할 근거가 없음을 주장했다. 공직 후보자 청문회는 그 근거가 명확하다. ‘국가기관은 이 법에 따른 공직 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 제15조의 2다. 장관 후보자를 해당 부처가 지원하는 건 그래서 합법이다. 청문회가 정치 대결의 장이 된 지 오래다. 임명권자의 지명이 청문회에서 거부되기 일쑤다. 지명 철회도 그만큼 흔하다. 이런 불안정한 신분의 권한을 정한 규정이다. 경기도 청문회에는 이게 없다. 산하기관장 청문회는 경기도에서 특별하다. 201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연정’을 상징하는 제도였다. 2019년 이재명 도지사도 청문 기관을 대폭 늘렸다. 모두 투명한 산하기관 경영이라는 개혁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법이 없어 ‘도-의회 간 협약’에 기초를 뒀다. 청문회의 구속력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야당의 의견을 들어주는 수준이었다. 거기에 각급 기관의 청문회 지원 근거가 마련됐을 리 없다. 2023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방자치법 제 47조의 2를 근거로 청문회가 등장했다. 지방의회가 산하기관장 청문회를 도입했다. 경기도에도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 조례’가 생겼다. 인사청문위원회의 권한이 명실상부해졌다. 청문 대상도 19개 기관으로 넓어졌다. 증인 출석 요구 등 권한이 부여됐다. 불성실 청문에 대해서는 임명 철회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청문 후보자에 대한 기관 지원’을 규정한 근거가 빠졌다. 경기도는 ‘규정이 생기면 따르겠다’고 했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도 ‘보완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민의 ‘△△재단’이다. 경기도민의 ‘○○센터’다. 혈세 1억여원을 주는 기관의 대표다. 정치·측근 낙하산 인사를 경계해야 한다. 그걸 막으라고 의회에 준 청문회다. 전문성 심사하고 적격성 따져야 한다. 기관 뒤로 후보자가 숨게 두면 안 된다. ‘기관이 후보자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지원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 의무 없는 일을 자꾸 시키는 것, 기관 직원들엔 강요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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