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정된 GTX–D·E·F, 탄핵에 날아가면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공약은 어떻게 되는가. 대통령의 직무는 모두 정지됐다. 대통령 의지를 기대할 수 없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당연히 공약은 동력을 잃는다. 기각돼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극단적인 대치가 계속되면서 정상적인 국정이 어려울 것이다. 이래저래 ‘윤석열 공약’은 힘을 잃을 듯하다. 걱정되는 공약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 GTX–D·E·F 노선이 있다. 윤 대통령이 2023년 11월 ‘GTX 동탄 선언’을 했다. 수도권을 GTX로 연결하는 구상이었다. 재임 중에 모든 절차를 끝내 바로 공사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2024년 1월25일 국토부가 구체안을 발표했다. A·B·C 노선 연장과 D·E·F 노선 신설이다. 사업의 조기 착공을 위한 로드맵도 밝혔다. D·E·F 노선을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하고 구간별 개통 방식을 동원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GTX–D 노선은 수도권을 동서로 관통한다. 김포시 장기역과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남양주시 팔당역과 강원 원주시 원주역을 잇는다. GTX–E 노선은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남양주시 덕소역까지 간다. GTX–F 노선은 수도권 교외 지역을 순환하는 노선이다. 연관되는 지역이 상당히 많다. 교산, 덕소, 왕숙2, 의정부, 대곡, 부천종합운동장, 수원이 다 포함된다. 경기 인천 전체와 직접 이해관계에 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국회가 동의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야는 시종일관 대치했다. 1년간 진척된 게 없다. 이 와중에 탄핵 정국까지 왔다. 정상적인 국회 기능은 아예 마비됐다. 예산 말고도 큰 걱정이 있다. ‘경기도-국토부-국회’ 간 협의 진행이다. 대규모 SOC 사업은 풀어야 할 부처 간 협의가 산적하다. 이 절차를 주도적으로 해야 할 부처가 국토교통부다. ‘대행 정부’에서 존재감이 없다. 몇 년에 끝날 사업이 아니다. GTX–A 노선이 지난해 개통했다. 최초로 사업이 등장한 것은 경기도 민선 4기다. 그때부터 기산하면 무려 18년 걸렸다. 물론 GTX 개념조차 없었던 당시의 상황은 있다. 사회적 합의에 소요된 시간도 많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GTX 사업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했던 사전 타당성 조사, 최소 사업비 확보, 기본 실시설계 등의 약속이 기대를 키웠던 이유다. GTX–D·E·F 좌초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왜 안 그렇겠나. 사업의 원동력인 대통령이 부재다. 대행(代行) 정부가 끌고 가기에는 버겁다. 그렇다고 극단의 정치가 챙길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GTX–D·E·F는 다른 문제다. 이미 공약을 넘어 정책으로 확정된 사업이다. 여야 정치도 이견 없이 동의했던 사업이다. 정국 상황에 따라 뒤바뀔 단계를 지났다. 혹여 역행했다간 거센 ‘GTX 역풍’을 맞을 것이다.

[사설] ‘3호선 연장’ 거짓 공약, 폭탄 돌리기 시작인가

먼저 경기남부광역철도사업의 가상 노선을 보자. 서울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한다. 수서역, 성남판교, 용인 신봉·성복, 수원 광교, 화성 봉담에 이른다. 혜택을 받는 지역민이 138만명 정도도 추산된다. 당초 염원했던 건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성격이 강하다. 2023년 2월 공개적인 협약식도 있었다. 4개 지역 시장과 김동연 지사가 참석했다. 이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났다. 용인특례시 이상일 시장의 목소리가 컸다. 2024년 11월부터 김 지사 책임을 말했다. 경기도가 사업을 후순위에 배치한 점을 따졌다. 4개 시와 협의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선순위 3개 사업과의 용역 결과 비교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간의 충돌도 있었다. 용인시와 경기도 공무원이 회의장에서 벌인 푯말 싸움이다. 갈등은 해당 지역민에게 알려졌고, 결국 관련 해명을 요구하는 청원이 경기도에 올라왔다. 김동연 지사의 답변이 7일 있었다. “(관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시∙군이 건의한 모든 사업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건의 시기는 2024년 2월과 5월이라고 설명했다. 쟁점이 된 3개 사업 우선순위는 그 후 결정됐다. 김 지사는 이 결정이 정부의 뜻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전국 광역지자체에 내렸다는 지침이다. 사업 중 우선순위 3개 사업 목록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도의 무성의만 탓할 수 있을까. 도는 남부광역철도 사업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우선 사업 분류는 경기도가 만든 절차가 아니다. 국토부가 ‘3개 사업 선택’을 명했고, 도는 이에 따랐을 뿐이다. 앞서 이상일 시장은 경기도의 성의 부족을 맹렬히 공격했다. 이런 주장이 해당 지역의 정서적 반발을 키운 측면이 있다. 침소봉대된 부분이 있고 사업 지연의 책임을 도에 넘기려는 용인시의 정치적 셈법도 엿보인다. 그렇다고 경기도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40개 사업을 올렸고, 3개 우선 사업 선정을 요구받았고,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 김 지사는 7일 답변에서 “(국토부의) 부당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도는 전략적인 논의를 거쳐 3개 사업 목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우선사업 최종 결정은 경기도가 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남부광역철도 사업은 빠졌고, GTX-플러스안이 들어갔다. GTX는 김 지사의 공약 맞다. 이상일 시장 주장에 이런 게 있다. “12조5천억원을 투입해 49만명이 혜택을 받고(GTX-플러스), 5조2천억원을 투자해 138만명이 수혜를 입는 사업(남부광역철도) 중 어느 것이 더 경제성이 있는가.” 시의 대표자로서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김 지사는 답변에서 “왜곡된 정보로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한다”고 했는데 글쎄다. 어떤 정보가 왜곡됐다는 것인지, 어떤 분란이 불필요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책임 폭탄 돌리기다. 시는 경기도 탓하고, 경기도는 국토부 탓한다. 아마 2026년 선거까지 이럴 거 같다. 그 출발점을 역산하는 건 어렵지 않다. 2022년 선거판에 뿌린 거짓말 공약이 있다. 그 ‘3호선 연장’이 시작이었다.

[사설] ‘경찰 메신저’ 이상식, 경찰이 수사한 피고인이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올린 글이 논란이다. ‘당과 국수본 사이에 메신저’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반적 해석은 연락책이다. 국수본은 윤석열 공조본의 축이다. 여기서 민주당의 공식 역할은 없다. 독립된 수사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수사다. 그런데 이 의원은 민주당과 국수본 사이의 연락 임무를 수행했음을 과시하고 있다. 어떤 역할이든 수사 형평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하필 영장 집행의 만료를 앞뒀던 시점이다. ‘오늘 저녁쯤 체포 영장이 다시 나오고’라는 부분도 있다. 이 의원의 글은 7일을 기점으로 씌어졌다. 체포 영장의 연장을 결정하는 날이었다. 상황은 가변적이었다. 판사에 따라 기각할 수도 있다. 결정을 위해 다음날까지 미뤄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오늘 저녁쯤’이라고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체포 영장은 말 그대로 됐다. 이 의원도 경찰 출신이다. 수사 경험에 의한 단순 예상이었을 수 있다. 양보해 그렇게 보자. ‘경찰 후배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언해서’라는 부분이 있다. 경찰대 출신이다. 후배들에 대한 격려나 응원을 일상적 행위로 봐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조언해서 윤석열을 반드시 체포하겠다’라는 부분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조언이라면 수사에 도움이 될 지혜를 보탠다는 의미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 경찰에 여당 대통령 체포를 위한 조언을 한다는 것이 합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현재 이 의원의 사법상 신분이다. 선거법 위반(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기소돼 수원지법 형사13부가 담당하고 있다. 기소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가 했지만 모든 수사는 경찰이 했다. 그 자신 지난해 7월24일 용인동부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그의 용인과 서울 소재 자택, 배우자 소유 갤러리, 선거사무소 등 네 곳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 수사는 처제와 비서관까지 강도 높게 진행됐다. 지난해 12월4일 첫번째 재판이 있었다. 이 의원은 “예상치 못한 국가적 중대 상황 발생”이라며 계엄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의 향후 진행은 알 수 없다. 언제든지 경찰의 수사 보완 또는 자료 보충이 이뤄질 수 있다. 여전히 경찰과 이 의원은 재판의 입건 관서와 피고인 관계인 것이다. 그런 이 의원이 경찰과의 메신저 역할에 바쁘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신을 담당한 경찰 조직을 찾아가 격려, 응원, 조언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게 일반인에게 이해되는 상황인가. 법 질서가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누구보다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사설] 다들 탄핵 논쟁할 때 용인시는 반도체 경쟁한다

안으로는 탄핵 정국 때문에 혼란스럽다. 밖으로는 트럼프·중국 리스크로 버겁다. 이 위기를 해결해야 할 게 국무회의다. 그 국무회의가 지금 비정상이다. 의장직은 윤석열 대통령에서 한덕수 대행 총리로, 다시 최상목 대행 부총리로 겉돌고 있다. 김용현 국방·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진 사퇴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탄핵으로 직무 정지 상태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2월 이후 공석이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국무위원 추가 탄핵을 경고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탄핵 찬성과 반대를 외치며 걱정한다. 훨씬 많은 국민은 경제를 걱정한다. 공백에 빠진 정부 공백을 우려한다. 정부가 있기는 한 건가. 이런 때 들은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의 약속이 있다. “국내 정치 상황, 트럼프 신(新)정부 출범, 중국의 매서운 추격 등 국내외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반도체 관련 기업 간담회에서 했다. 기업인들이 박수를 보냈다. 그 약속을 확인할 현장이 있다. 용인특례시가 6일 첨단반도체 테스트베드(미니팹) 구축 사업의 진척을 설명했다. 정부와 지자체, SK하이닉스,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공동 사업이다. 공동 투자액이 1조원에 달한다. ‘삼위일체(trinity)’를 뜻하는 ‘트리니티팹’으로 명명할 예정이다. 미니팹은 소부장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다. 12인치 웨이퍼 기반의 최신 공정·계측 장비 약 40대를 갖추게 된다. 소부장 기업들의 숙원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산업부의 지속적 지원이 컸다. 지난해 11월28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시켰다. 반도체 수요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연계된 상생 혁신 모델임을 강조했다. 용인특례시는 400억원 한도의 사업비를 분담하겠다고 산업부에 밝혔다. 이제 3월이면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내 첫 번째 팹(생산라인)이 착공된다. 미니팹 구축 사업도 그 즈음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이 끌고 가는 ‘반도체’다. 2024년 우리 수출의 20%는 반도체였다. 3분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 1위와 2위도 우리다. 삼성전자가 12.9%(1위), SK하이닉스가 8.5%(2위)였다. 업계의 올해 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다. 상반기 부진이 예고된다. 그래서 반도체생태계 육성이 시급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경기도에 있고, 두 기업의 클러스터가 용인에 있다. 탄핵 정국에서 발표된 트리니티팹 추진 자신감이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모른다. 정치가 흔들리면 정치만 망가지면 된다. 산업이 흔들리면 나라가 망가진다. 지금 애국자는 길거리 시위대가 아니라 산업을 지키는 지자체와 기업이다. 용인특례시 잘하고 있다.

[사설] 애매한 ‘공무원 표현’ 법, 빨리 개정하라

양주시가 공무원노조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20일 직원 내부망 공지다. ‘고강도 공직기강 확립 특별감찰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정치적 중립, 공직기강 등 5개항을 소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탄핵 찬성 또는 반대 집회에 단순 호기심이나 자녀의 민주주의 교육 참관 차원에서 참가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탄핵 관련 댓글을 다는 행위를 지목하고,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주시를 비판했다. 공무원 정치 중립을 이유로 노조를 탄압하는 사례로 규정했다. 진보당 양주동두천 지역위원회도 시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반발했다. 다만 양주시 노조 측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시는 매년 통상적으로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주의를 당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공무원들의 집회 참여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자체의 의례적인 경고와 공무원노조 등의 반발, 이에 대한 시의 해명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도 지난해 연말 정치적 중립 의무 감찰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감찰 계획을 세웠다. 역시 노조가 반발했고, 집행부는 연례적인 감찰이라며 해명했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전공노 광명시지부장이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언을 해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자체의 경고에는 법적 근거가 분명하다.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이다. 특정 정당, 정치 단체를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면 왜 노조 반발에 해명을 하는 모습이 매번 반복될까. 관련 법률의 현재 지위가 애매해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관련 법규의 개정을 권고한 상태다. 과도한 규제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방향을 담은 정치적 기본권 보장 4법도 지금 발의된 상태다. 여기서 생긴 간극이다. 지자체는 법을 수행하는 것이고, 노조는 사문화된 법률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의 방향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쪽이 맞다. 그 자유에는 공직에 따르는 한계가 수반될 것이다. 이 경계를 명문화하는 것이 입법인데 그 법안이 지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양주시 노조 관계자가 본보에 전한 입장도 애매하다. “우리는 민주노총 소속 전공노가 아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조심스럽다.” 지자체 집행부도, 공무원 노조도 애매하고 불편하다. 많은 민생 법안을 깔아뭉개고 있는 국회다. 지자체와 공무원에는 이 또한 민생법안이다. 조속히 입법해 불필요한 갈등을 없애야 한다.

[사설] 사활 건 탄핵 시간 싸움, 헌재는 심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돌발 화두가 등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내란죄 공방이다. 논란의 시작은 민주당의 내란 혐의 철회다. 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정형식 이미선 재판관 심리로 소심판정이 열렸다. 재판부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국회 측은 “철회 주장이 맞다”고 답했다. 국회 측은 12월27일 준비기일에서 “철회”라는 견해를 냈다. 윤 대통령 법률자문단 윤갑근 변호사는 탄핵 소추가 무효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국회가 새로운 탄핵소추문을 작성해 탄핵안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 나라를 내란죄로 뒤집어 놓고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나경원), “탄핵 찬성파 여당 의원들은 입장을 밝히라”(윤상현), “찐빵 없는 찐빵이다”(권성동) 등의 비난들이 등장했다. 민주당이 반박에 나섰다.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일 뿐이다”(한민수), “내란죄가 내란행위로 바뀌었을 뿐 거의 차이가 없다”(이성윤). 국민의힘 주장에 ‘정신착란적 주장’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야가 다툴 새로운 화두의 등장이다. ‘내란죄 철회’는 민주당이 꺼냈고, 이 단어가 윤 대통령 측에 빌미를 제공했다. 이를 예견 못했을 민주당이 아니다. 그럼에도 들고 나온 이유가 있다. 민주당 측 모든 설명에 있다. 이성윤 의원은 “내란죄가 더 까다롭고 시간도 길게 걸린다”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내란 수괴 윤석열을 하루빨리 파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철회’를 처음 주장한 27일 재판정에서도 ‘탄핵심판이 지연될 수 있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마다 등장하는 ‘탄핵 심판 속도전’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연결지어진다. 그런 국민의힘도 시간에 목맨다. 헌재 재판부는 내란죄 관련 주장을 서면으로 받겠다고 했다. 주장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이나 국민의힘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월12일 담화에서 헌재 재판의 생중계를 요구했었다. 계엄에 이르게 된 과정을 시간을 갖고 풀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여야의 탄핵 시간 싸움이 ‘내란죄 철회’로 시작된 것이다. 재판 속행과 재판 지연의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싸움의 심판격(格)이 바로 헌재다. 그래서 헌재의 모든 결정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내란죄 철회’만 해도 그렇다. “헌재 안에 이재명 부역자 있나”(홍준표), “민주당과 헌재가 짬짜미를 한 것으로 해석한다”(주진우) 등의 저격이 등장했다. 헌재가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무조건 믿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헌재가 할 일은 이런 오해의 소지도 없애는 것이다. 그러려면 모든 입장은 심리를 통해서만 생산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전달은 재판정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헌재 공보관’이나 ‘헌재 관계자’는 결코 바람직한 메신저가 못 된다.

[사설] 화재 많은 겨울철,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책이다

지난 금요일 경기지역에서 대소형 화재사고 3건이 발생했다. 대형 화재는 3일 오후 4시37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이용객이 많은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해 대형 참사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 방화문으로 화재는 1시간 만에 진압됐고 사망자와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에는 어린이 수영장까지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됐지만, 신속한 구조·대피로 큰 인명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두 번째 화재는 3일 오후 6시50분께 경기 용인시 모현읍에 있는 플라스틱 공장 창고에서 발생했다. 이 화재 역시 한때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 당국은 오후 8시 40분쯤 큰 불길을 잡았지만, 불은 4일 오전 1시40분쯤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이 화재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연기가 많이 발생해 용인시는 “인근 주민은 창문을 닫는 등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세 번째 화재는 3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의 13층짜리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해 20분 만에 진화됐고 11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겨울철은 화재가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특히 인명사고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낮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 등 계절적 특성에 따라 난방기구 사용과 실내 활동이 늘어나 화재 위험이 다른 계절보다 매우 높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겨울철(12월~다음 해 2월) 화재는 연평균 약 1만530건 발생해 725명의 인명 피해(사망 105명, 부상 620명)와 약 2천035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 비율은 사계절 중 가장 높다. 지난 3일자 경기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내 많은 원룸촌이 화재 발생에 대비한 최소한의 소방시설조차 갖추지 않아도 되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주로 원룸으로 공급되는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법률상 의무만 존재할 뿐 실질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대다수 원룸 소유자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겨울철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당국의 철저한 안전 점검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소방시설법에서 규정한 의무 조항의 강화와 함께 처벌 규정의 제도적 정비 등이 요구된다.

[사설] 화성특례시만의 목표는 '화성과학기술인재특별시'다

화성시가 화성특례시가 됐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 시에 부여되는 행정적 명칭이다. 인구 100만을 넘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2021년 1월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제198조를 통해 특례시 규정이 신설됐다. 2022년 1월 13일 경기 수원시·고양시·용인시와 경남 창원시가 특례시로 출범했다. 당시 4개 특례시는 법 개정 당시 이미 100만을 넘어선 상태였다. 어찌 보면 이들 100만 도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성격이 강하다. 이 특례시에 화성시가 2025년 1월1일부로 진입한 것이다. 모든 지역에서 인구는 줄고, 모든 시·군이 비상이다. 이럴 때 100만 도시의 신규 진입은 현실적이지 않다. 바로 이런 확장을 화성특례시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게 화성특례시가 기존 특례시와 다른 점이다. 인구가 팽창하는 유일한 화성, 산업 규모가 커지는 유일한 화성, 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유일한 화성이다. 그래서 역동성이 크다. ‘2040년 160만’이라는 전망도 있다. 화성특례시 출범에 즈음한 슬로건이 나왔다. ‘특별한 시민, 빛나는 도시, 화성특례시’다. 좋다. 시정의 역점 둘 실천 목표도 제시됐다. 민생 경제 회복, 첨단 산업 육성, 문화·여가 인프라 확충, 균형 있는 도시 발전이다. 매우 적절하다. 좋은 특례시로 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균형 잡힌 대도시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취지에 동의하고 성공을 기원한다. 여기에 더할 기대가 있다. 화성특례시가 가진 독보적 잠재력을 구현해낼 구호다. 그 힌트가 정명근 시장의 구상에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과학기술인재 특별시, 화성’ 구상이다. 첨단 산업의 두뇌들이 총집결된 화성시다.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3위의 현대차·기아차 연구소가 있다. 남양연구소를 거점으로 하는 세계 자동차 기술의 중심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의 한 축도 화성이 담당하고 있다. 이 두 첨단 산업에서 파생된 고급 두뇌들이 모두 화성에 집결해 있다. 4개 특례시가 따를 수 없는 여건이다. 정 시장이 밝힌 세부 약속도 있다. KAIST, GIST, DGIST, 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을 모으겠다고 했다. 통합 연구 거점을 화성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성과학고, 마이스터고 설립을 통한 과학기술인재 특화 교육도 약속했다. AI 미래도시를 준비하는 시민, 공무원, 초중등 과학시술 및 정보통신 교육 확대도 선언했다. 우리는 정 시장의 ‘과학기술인재 특별시, 화성시’를 사실상 화성특례시의 첫째 미래 전략으로 평가한다. 화성특례시가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국토균형이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화성이 1등 될 수 있는 분야를 골라야 한다. 그것이 ‘화성과학기술인재특별시’다. 우리가 특례시 축하와 함께 화성에 부탁하는 미래다.

[사설] 윤 대통령, 저항하면서 쌓아가는 대응 법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한남동 관저 앞 지지자들에 전한 인사말 형식이다. “애국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메시지에서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안부도 곁들였다. 5년 전, 2020년 12월15일 동영상이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총장 직무 배제를 당한 처지였고, 지지자들은 대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윤 총장이 출근하던 차에서 내려 시위대 앞으로 갔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했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이제 그만 하셔도 마음을 감사히 받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많은 국민들에게 겹쳐지는 대검 청사와 대통령관저 두 모습이다. 추운 날씨를 걱정하는 인사말까지 닮았다. 윤 대통령 측이 또 한번의 반전을 기대하며 그 출발 지점을 지지자들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때문일까. 윤 대통령 주변에 지지자들도 많아졌다. 윤 대통령 측 대응에는 거센 비판도 따른다. 지지자를 통해 법 무력화를 시도한다는 지적이다. 2일 변호인단의 발표가 그런 비난을 더 했다. 공수처가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공수처에는 경찰 기동대를 지휘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동대가 나선다면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혹여 ‘시민 누구나’를 ‘지지자 누구나’로 해석하면 상황은 위험해진다. 요 며칠 언론에 등장하는 과거 사례가 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이인제 전 자민련 의원 등의 예다. 구속영장 집행이 당원 지지자들의 저항으로 불발된 사건이다. 그러나 그 사건들이 사법 심판 자체까지 불능화시킨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은 결국 소환됐거나 기소됐거나 재판받았다. 윤 대통령에게도 사법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체포영장 집행에 맞서고 있다. 주목되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음을 강조했다. 공소 기각을 주장할 논리다. 체포영장 발부에는 판사의 ‘형소법 110조·111조 적용 예외’ 기재를 반박했다. 영장이 위법했음을 주장할 논리다. 경찰 기동대 투입은 공수처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발표했다. 체포 과정의 부당성을 설명할 논리다. 수사 착수, 영장 발부, 체포 연행의 전 과정에 위법 논리를 미리 쌓아가는 듯 보인다. 쟁송을 위한 법 기술은 소송 당사자의 권리다. 윤 대통령에도 당연히 그런 권리는 있다. 다만, 그 과정이 국민을 불안으로 내몰면 안 된다. “기동대가 나서면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는 변호인 주장이 딱 그렇게 비쳤다.

[사설] 살 돈도 버릴 돈도 없는 연탄, 서민 연료 맞을까

연탄은 돈 없는 서민에겐 생존의 불씨와도 같았다. 추운 겨울이면 연탄 후원에 생존을 의지했다. 그런데 이 온정의 손길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연탄 후원으로 취약계층을 돕고 있는 연탄은행이 있다. 2023년 10월 말까지 총 10만장의 후원이 있었다. 2024년 같은 기간 4만장이 후원되는 데 그쳤다. 지자체나 기업도 연탄 대신 반찬 후원, 이불·전기매트로 방향을 바꿨다. 한파가 극에 달하는 1월이다. 연탄 사용 가정에는 걱정이 태산이다. 연탄 단가는 이미 한 장당 900원까지 치솟았다. 더는 값싼 연료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만난 70대 어르신의 사정이 딱하다. 도시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달동네’에 거주하고 있다. 연탄 소비량은 평소 8장, 추울 때는 12장이 필요하다. 매일 7천200원에서 1만80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어렵사리 100장을 구입해 놨지만 한 달치도 안 된다. 해마다 부족분을 후원에 의존했다. 연탄 후원이 급감하면서 이제 그 ‘공백’을 메울 방법도 없다. 경기일보 취재는 또 다른 측면도 조명했다. 태우고 남는 연탄재 처리 문제다. 연탄재는 일일이 비닐봉투에 싸서 버려야 한다. 부피·무게를 줄일 수 없는 불연성 쓰레기라서다. 돈이 없어 연탄도 충분히 사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들에게 폐기용 비닐 구입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자체에서 나눠 주는 비닐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이마저 한계가 오고 있다. 현재 연탄재는 매립 외에 쓰임새가 없다. 연탄재를 처리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다가온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받은 연탄재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5천652t이다. 이 가운데 3천8t이 경기도에서 나왔다. 지자체별로는 의정부시, 노원구, 미추홀, 파주시 등이 많다. 화훼·축산 농가, 음식점, 군(軍)에서 발생한 연탄재까지 포함된 양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연탄재 매립의 한계를 불렀다. 이는 서민의 연료 문제가 됐다. 연탄 태울 돈도 없고 연탄재 치울 돈도 없는 서민 생활이다. 연탄을 대하는 행정에 닥친 딜레마다. 과연 서민의 연료로 연탄을 계속 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대체 서민 연료를 찾을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줄었지만 ‘연탄 봉사 온정의 손길’은 여전히 곳곳에서 이어진다. 푸근한 이웃사랑의 표본으로 계속 지켜만 봐도 좋을지 정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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