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H 지점 전무 영종국제도시... 고객 서비스가 따로 있나

엊그제 흥미로운 중국발 외신기사가 하나 떴다. 난징의 한 은행을 찾은 70대 노인이 2시간 동안 송금을 못하고 헤매다 쓰러져 숨졌다. 유족들이 은행을 고소했다. 창구가 비어 있음에도 직원들이 모바일 뱅킹을 강권한 때문이라 했다. 은행 감시카메라에도 남아 있었다. 노인이 본인 인증을 위해 쩔쩔매며 휴대전화로 자신의 얼굴을 찍는 장면 등이다. 디지털 시대 금융소외의 극단적 사례다. 국내에서도 급격한 은행 점포 폐쇄를 두고 그간 우려가 많았다. 고령층이나 소상공인, 시골 주민 등의 금융소외다. 그런데 인천에는 한 거대 은행의 지점이 처음부터 없었던 지역도 있었다. 그것도 명색이 국제도시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서다. 특히 주요 정책금융 채널인 NH농협은행이어서 주민 불편이 더 크다고 한다. 영종국제도시 주민들은 NH농협은행 일을 보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송도·청라국제도시로 원정을 간다. 처음부터 이 은행 지점이 한 곳도 없어서다. 인구 12만명에 여전히 농업 인구도 적지 않다. 영종국제도시에는 인천 중구농협의 4곳 지역농협만 있다. 그러나 지역농협은 NH농협은행과 업무 호환이 안 된다. 대출은 물론 외환, 펀드 등의 업무도 볼 수 없다. NH농협은행이 인천시 제2금고까지 맡고 있어 대면 업무도 많다. 청년전세대출 만기 연장 등 소소한 일에도 섬을 나가야 가능하다. NH농협은행은 1금융권이다. 예·적금이나 대출, 펀드, 외환 등 시중은행과 업무가 같다. 반면 지역농협은 2금융권이다. 예·적금과 영농자금 대출상품 등만 취급한다. 지역농협에서 주민들은 NH농협은행 통장·카드 재발급은 물론 신규 가입 등도 못한다. 특히 대출상품의 경우 지역농협이 2금융권이라 금리도 높다. 개인 신용등급 관리 측면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영종 지역은 농지가 많아 농업 종사 주민도 아직 많다. 전체 인구도 2024년 기준 12만6천여명에 이른다. 매년 인구 유입이 급증하는 곳이다. 다른 지방에서 온 주민들이 특히 놀란다. “농협 지점이 하나도 없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주민카페 등에는 NH농협은행의 지점 개설을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2천여곳의 은행 점포가 사라졌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NH농협은행 측도 수년 전 영종국제도시 지점 개설을 검토는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사정 등으로 백지화한 상태”라 했다. 내부 사정은 지역농협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종의 열성 고객들이 저토록 NH농협은행 지점을 원한다. 더 이상의 고객 서비스가 따로 있을 것인가.

[사설] 공수처 수사, ‘예외에 예외’를 쌓아 올리다

2024년 12월3일 계엄령이 선포됐고, 4일 새벽 해제됐다. 곧바로 ‘대통령 잡기’ 경쟁이 시작됐다. 공수처는 처장 직속의 TF를 꾸렸다. 경찰은 5일 국가수사본부 내에 특별수사단에 사건을 배당했다. 검찰은 6일 특수본을 설치했다. 공수처, 검찰, 경찰이 동시에 수사팀을 출범시키는 초유의 일이었다. 경찰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휴대폰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8일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했다. 공수처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을 출국금지했다. 그때부터 경찰이 강조했던 것이 수사권 문제다. “내란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 검찰이 수사하면 공소 기각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서울중앙지법도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일 공수처가 청구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등이 영장의 당사자였다. 중앙지법의 기각 사유에 ‘중복 수사 또는 중복 청구’가 등장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가 수사 주체로 정해졌다. 8일 공수처가 관련 수사 이첩을 요구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 등의 압색영장을 청구했다. 중앙지법이 또 기각했다. “이첩 요구를 했다고 수사기관 간 협의가 다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수사 주체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게 중앙지법에서 기각된 윤 대통령 관련 영장만 16건이 된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서부지법에 냈고 거기서 발부했다. ‘영장 쇼핑’, ‘법원 쇼핑’ 의혹이 시작됐다. 국회에서 이 문제가 질의됐다. 질문의 핵심은 ‘중앙지법의 영장 기각이 있었느냐’였다. 공수처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뒤늦게 중앙지법 영장 기각이 확인됐고 거짓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영장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윤석열’ 영장은 없었다”거나 “‘체포’ 영장은 없었다”고 답해 왔다. 거짓 답변은 아닐지 몰라도 모호한 말장난이 농후했다. ‘문제는 없다’면서 왜 그렇게 빙빙 돌렸을까. ‘불법에 불법을 쌓아 올린 수사’. 윤 대통령 측의 논리다. 현 단계에서 이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수사의 적법성을 확정 짓는 건 법원이다. 향후 법원의 판결·결정으로 내려질 결론이다. 다만, 상식과 다른 예외가 반복된 절차적 현상만은 확인된 것 같다. 내란죄 수사권의 예외적 해석, 중앙지법의 예외적 무더기 기각, 청구 법원의 예외적 변경, 형소법 110조 등의 예외적 배제 등이 겹쳤다. ‘예외에 예외를 쌓아 올린 수사’다. 예외의 도 넘는 반복은 법치의 안정을 해친다. 그런 수사기관에 모아질 국민적 신뢰는 없다.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 하나만 할 기구가 아니다. ‘거물’을 잡았다는 와인 축배 이전에 ‘신뢰’를 잃지는 않았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사설] 道-도의회 갈등, 민생 피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중앙정치가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민생 문제를 제쳐 두고 매일같이 격돌하고 있어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는 고사하고 국회는 연일 여야 간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으며 정부는 ‘대행의 대행 체제’로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라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도정까지 도와 도의회 간 갈등으로 민생 관련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 도민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제382회 임시회를 개최했지만 김동연 도지사가 제안해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된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토지 및 아레나 구조물 경기주택도시공사 현물출자 동의안’ 등 11건의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그것도 의원들의 표결로 부결된 것이 아닌 안건 자체를 다루지 않겠다는 사실상 보이콧 선언인 셈이다. 경기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76석을 차지하고 있어 도지사가 제안한 안건 처리가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이번 안건은 여야 간 갈등이 아니라 도와 도의회 간 갈등이 이런 사태를 촉발시킨 것이다. 즉, 김 지사와 도의회 간 소통 부족이 갈등의 주요 요인이다. 그동안 도의회는 김 지사에게 여러 차례 협의체 구성 등 소통 강화를 요청했음에도 추가경정예산안 계획 수립 등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 갈등 촉발의 요인이다. 이런 징후는 올해 첫 임시회를 통해 의장은 물론이고 교섭단체 양당 대표가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소통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의회 패싱’ 사태가 재발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9일 김진경 의장은 “경기도, 불통의 벽 허물고 민생경제 회복에 의회와 머리 맞대야”라고 성명을 발표했으며 지난 11일과 12일 각 정당의 대표의원 연설에도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으나 김 지사는 이를 외면했다. 이번 안건 미상정으로 인해 K-컬처밸리 공모사업, 광교 공공주택사업 등 민생 관련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제383회 임시회는 4월로 예정돼 있지만 4월2일 도의원 보궐선거와 조기 대선 등 정치일정이 현실화한다면 다음 회기인 6월에야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더구나 김 지사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할 경우 사업 추진은 더욱 어렵게 될 수 있다. 도와 도의회는 구태의연하게 갈등하고 있는 중앙정치를 답습하지 말고 조속히 소통을 통해 협의체를 구성해 민생 관련 사업을 추진, 지방정치의 모범을 보여 주기 바란다.

[사설] 안산 지하화 잘돼야 군포·안양·부천에 기회 온다

안산선이 철도 지하화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사업 구간은 초지역에서 중앙역에 이르는 약 5.12㎞다. 정부가 ‘지역 건설 경기 보완 차원’에서 발표했다. 안산선 외 부산진역~부산역, 대전조차장역도 선정됐다. 철도 지하화는 지난해 총선을 전후로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시됐다. 당초 연말에 선도 사업 지역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12월 들어 계엄 정국으로 미뤄진 끝에 이날 발표됐다. 안산시는 ‘국가적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며 환영했다. 상세 개발 계획은 안산시가 수립해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해 밝힌 계획에 따르면 개발될 상부 면적은 71만2천㎡다. 대략 축구장 100개 크기로 폭 150m다. 50% 이상은 공원 및 녹지 등 공공시설로 확보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구역별로 개발하기로 했다. 초지역 일대와 연결되는 글로벌다문화존, 고잔역 주변과 연계되는 센트럴시티존, 중앙역과 연계되는 스마트 콤팩트시티존이다. 투입될 공사비는 1조7천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번 선정 이면에는 안산시의 노력이 있다. 장점을 살린 기본 청사진에 심혈을 기울였다. 개발 타당성과 사업성, 환경성 등을 설득력 있게 피력했다. 국토부와 철도 관련 기관 등을 수차례 방문하는 현실적 노력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제출한 안산선 지하화 관련 사업 제안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안산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모든 공을 시민에게 돌렸다. 이 모습도 보기 좋다. 걱정은 이번에 탈락한 지역이다. 지난해 경기도가 국토부에 신청한 노선은 세 곳이다. 안산선과 경부선, 경인선이다. 경부선은 안양·군포시 권역이고, 경인선은 부천시 권역이다. 이 밖에 총선에서 철도 지하화를 가장 먼저 띄웠던 수원(경부선)도 있다. 지상 철도로 인한 생활권 단절, 개발 제한 등의 피해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선정을 위한 각 지자체 나름대로의 노력은 있었다. 하지만 전국에서 세 곳만 선정하는 제한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기회는 없지 않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법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근거다. 단일 사업이 아니라 계속 사업이라는 의미다. 추후에 개발 기회가 있기 바란다. 다만, 안산선 지하화의 성공이라는 전제가 있다. 개발 사업성 여부, 민자 참여 여부, 기술적 한계 여부 등이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안산선 사업이 이를 증명해내야 다음 사업으로 이어진다. 선도 사업이 갖는 의미다. ‘국가적 모델이 되겠다’는 안산시의 다짐을 응원한다.

[사설] 새마을금고 선거 공영제 목적은 부정 후보 퇴출이다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 선거전이 시작됐다. 후보 등록을 마감했고 어제부터 선거전에 돌입했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 동시 선거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공영 선거라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대의원제 또는 회원 총회로 선출했다. 이번에는 자본금 2천억원 이상인 금고가 대상이다. 경기 94개, 인천 49개의 금고가 여기에 해당된다. 경기도에서 149명, 인천에서 84명이 출마했다. 선거일은 다음 달 5일이다. 공영 선거에 투입되는 인력 비용 등이 상당하다. 당장 지역별 선관위 직원과 임시직 등이 총출동한다. 비용은 금고 측에서 선관위에 위탁하는 형식이다. 선거관리 경비는 155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선거 관리, 계도 홍보, 예방 단속, 부가 경비만 산출한 액수다. 선거운동 관리, 투표 관리, 개표 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약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가 27억4천900만원으로 가장 많다. 마을금고로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럼에도 공영 선고를 택한 이유가 있다. 투명한 선거를 통한 깨끗한 금고 관리다. 그간 새마을금고는 각종 금융 비리의 온상 취급을 받았다. 세상에 드러난 각종 비리가 천태만상이다. 한 금고에서 불법 대출 수십건이 적발된 곳도 있다. 불법 대출 규모가 금고 자산의 10~20%에 이르기도 하다. 금고 이사장이나 내부 직원이 개입된 부정 대출이 많다. 상당수가 이사장 등 집행부의 부도덕성에서 기인한다. 전체 이사장 중 금융인 출신은 20%에도 못 미친다. 금융인이 반드시 도덕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문성만큼은 기대할 수 있는데 이게 없다. 저들만의 관리 체계도 문제다. 수백억원의 금융 사고를 내고 금고형 이상 아니면 이사장 연임이 가능하다. 문제를 개선할 조건으로 투명한 이사장 선출이 논의됐고, 십수년의 토론 끝에 공영 선거가 이뤄진 것이다. 정답은 정해졌다. 부정한 후보를 떨어뜨려야 한다. 돈 뿌린 후보는 돈 챙기는 이사장이 된다. 인맥 동원한 후보는 부정 대출 눈감는 이사장이 된다. 마을금고 역사에서 공식처럼 증명된 비리 패턴이다. 전화, 문자메시지, 정보통신망, 명함 배포, 공보·벽보 게시, 어깨띠·소품, 소견 발표만 할 수 있다. 이 외 부정 행위는 모두 감시되고 신고돼야 한다. 300억원을 들여 치르는 첫 공영 선거다. ‘값’을 해야 한다. 우리도 철저히 지켜보겠다.

[사설] 공사 넘기라고 공무원이 협박? 안산시 이상한 행정

경찰이 안산시 공무원과 민간 공사 업체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공무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방조다. 업체 관계자는 건설산업 기본법 위반 혐의 등이다. 이들의 혐의는 생존수영장 공사 관련이다. 에어돔, 관리동, 수영장, 파도풀 등이 갖춰진 안산시 사동의 시설이다. 195억원의 많은 혈세가 투입됐다. 구상 단계부터 전국 최초의 생존수영장 건립이라며 큰 기대를 받았었다.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앞서 한 업체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이 알려져 있다. 주된 고소 혐의는 공무원의 공사 포기 종용과 특정 업체 하청 유도다. 업체는 전자입찰 방식으로 선정됐다. 의혹을 제기한 것은 수영장 조성 공사에 낙찰된 업체다. 담당 공무원이 공사 포기를 강요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다른 업체에 주고 싶으니 공사를 포기하라”는 내용이다. 공사는 결국 공무원이 지목한 업체로 넘어갔다. 원청자는 계약금의 일부를 이익금 명분으로 받았다. 고소인은 “명의만 내 회사였고 공사는 (공무원이 지명한) 회사가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무원은 “그렇게 처리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조사를 벌인 경찰이 공무원과 업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상당 부분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황당한 행정이 개입된 공사는 부실로 이어졌고 폭설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27일 에어돔 중앙부가 침하됐고, 에어돔 막재가 찢어졌다. 에어돔 내구 기준은 강수량 50㎝, 폭풍 시 내부 압력 80~100mmAq(최대 120mmAq)다. 당시 적설량은 43㎝였다. 당초 건축설계 제안 공모의 과업지시서에는 융설시스템 설치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무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국 최초라는 기대로 시작한 안산 생존수영장이 공무원·업자 입건, 부실시공과 시설 피해로 이어졌다. 흐름이 황당한 만큼 의문도 남았다.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사다. 업계에 지켜보는 눈이 많은 사업이었다. 그런 사업에 공무원이 버젓이 개입했다. 특정 업체에 주라며 회유와 협박까지 했다. 당연히 그럴만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금품이 대가였는지, 또 다른 지시가 있었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검찰의 보완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아무래도 이게 끝이 아닌 것 같다.

[사설] 경영인 구속에 발목, 52시간 규제에 발목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본산이다. 지역 생산성의 비중도 압도적이다. 이런 경기도가 접한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핵심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문제다. 여당은 예외조항을 특별법에 담자고 요구했다.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은 세제 지원 등을 우선 통과시키자고 했다. 근로시간 예외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결국 진통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질지는 알 수 없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가 시작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비난했다. “(엔비디아와 TSMC 등)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우리만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겨냥했다. “불과 2주일 만에 (유연성 확보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재명의 경제 정책은 씹다가 버리는 껌인가”라며 비난했다. 뛰겠다는 연구원들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특별법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 조항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합의했다”며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장을 ‘무책임한 몽니’로 규정했다. 계엄으로 국가 경제를 망쳤다고도 했다. 여야의 논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를 빌미 삼은 정치 공세다. ‘근로시간’과 ‘세제 지원’의 방점을 서로 달리 찍고 있다. 한쪽을 편들 이유가 없다. 다시 한번 업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지난해 11월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입장이다. 정부에 대한 건의 형식으로 제시됐다.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기업, 제조 기업, 소부장 기업 등의 업무 특성상 획일화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생산 분야도 수출 변동에 따른 근로 유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업계 요구가 ‘52시간 예외 적용’에 있음이 틀림없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반도체는 내부에서 휘둘리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무죄’가 있었다. 10년간 19개 혐의로 수사하고 재판했다.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데도 상고했다. 여전히 반도체 책임자를 재판에 묶어 놨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반도체 지원책이 남의 얘기다. 사법과 정치가 반도체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다. 이쯤 되면 망하지 않는 게 용하지 않나. 특별법은 통과돼야 한다. 각종 지원 정책도 포함시켜라. 주 52시간 제외도 포함시켜라. 그런 특별법이라야 반도체가 회생한다.

[사설] 김포 차량기지, 공론화 기본은 투명한 정보 공유다

서울 2호선 김포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 김포시와 서울 양천구가 주관 지자체다. 지난해 3월 협약을 맺었고 공동 용역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최적안을 도출해 경기도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5년마다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6~2030년)을 수립한다. 이에 반영을 위해서다. 여기서 김포시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차량기지 입지다. 주변 생활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태다. 김포시는 현실적으로 차량기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포시가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다. -노선이나 차량기지에 대해 검토해서 경기도에 제출했다. 절차상 철도 사업은 경기도가 실질적인 주관 기관이다. 대광위를 거쳐야 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원안이) 수정될 수도 있다. 노선이나 사업의 현황에 대해 언급을 할 수 없다-.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관련 정보가 양천구에서는 파다하게 돌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차량기지는 현 목동차량기지다. 이 기지의 이전이 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의 조건이다. 양천구 주민들 사이에는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부지가 기지 이전 부지로 특정되고 있다. 현 부지에는 고밀개발을 통해 고층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향후 계획까지 나돈다. 양천구 주민들 사이에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 된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자 김포시의회에서 차량기지 이전 예상 부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하철 연장 사업에는 매번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따른다. 차량기지를 외곽 지대로 이전한다는 조건을 서울시가 늘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김포에는 골드라인, 5호선 차량기지 등이 이미 산재해 있다. 시민들에게는 ‘김포=차량기지 도시’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차량 기지 이전 공론화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2호선 연장 과정에서 공론화는 이전 부지 확정 뒤로 밀려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양천구와의 정보 불공정 문제가 겹쳐 있다. 김포시는 보안으로 감춘 기지 이전 부지가 다른 쪽에서는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 출발지가 또 다른 사업 주체인 양천구인 것으로 지목된다. ‘양천구청장이 신년 인사회에서 발표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는 김포시 입장이 양해 되겠는가. 또 입지 확정 뒤에 하겠다는 공론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따져볼 일 아닌가. 혐오시설, 기피시설 등을 다루는 행정은 언제나 어렵다. 그렇지만 모범적으로 성공한 공론화의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핵심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솔한 주민과의 협의였다. 김포시의 철도 행정이 고민을 해야 할 대목이다.

[사설] 이재명 실천 없는 우클릭, 국민의힘 논리 없는 비난

‘이재명 우클릭’이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정책 변신이다. 15일에는 ‘상속세 면세 18억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산층에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상속세 기준을 언급했다. 페이스북에 ‘민주당 안’이라며 적었다.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증액(18억원까지 면세).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고도 썼다. 표현에 정책적 타깃이 선명하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중산층’이다. 주택을 대하는 중산층의 정서도 자극하고 있다.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 전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거기서도 “중산층에서는 집 한 채 상속세 부담을 우려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10억~18억원은 중산층이 집중적으로 포진한 자산 구간이다.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다. 국민의힘이 ‘가짜 우클릭’으로 맹공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발언의 적·부당성 여부에 대한 논쟁을 떠나 댓글부터 보라”고 밝혔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일은 또 뭐라고 말을 바꾸려나’,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 실시간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예외 수용,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기본사회 위원장직 사퇴 등을 시사했지만 현실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댓글’로 이 대표 우클릭 행보를 비난하는 성명이다. 사실 ‘이재명 우클릭’은 혼란스럽다. 주 52시간은 문재인의 정책 유산이다. 전 국민 25만원은 본인의 총선 공약이다. 기본사회 위원장직은 그의 정치적 상징이다. 이 중대한 사안들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꾀했다. ‘예외를 두겠다’, ‘철회할 수 있다’, ‘손 떼겠다’고 했다. 국민에 대한 선언이자 약속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된 게 없다. ‘없던 일’이 됐거나 ‘실천 모습’이 없다. 국민의힘에서 ‘거짓 클릭’이라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방식도 틀렸다. 집권 여당다운 논리적 반박을 내야 한다. 이번 상속세 개편 방향도 그렇다. 국민의힘도 상속세 개편에 대해 방향을 가지고 있다. 공제한도 완화를 포함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까지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대표가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며 특정한 게 이 부분이다. 그랬으면 당의 기존 논리가 가미된 비판으로 반박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 아닌가. 실천 없이 던지는 이재명 우클릭, 그 공세의 목표는 화두 선점일 것이다. 논리 없이 비난하는 국회의힘 대응, 이 반격의 결과는 화두 상실일 것이다.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가고 있다. ‘25시간’, ‘25만원’, ‘상속세’, ‘정년 연장’.... 이런 화두의 주인은 이재명 대표다. 불과 며칠 새 이렇게 됐다.

[사설] 추락하는 청년고용률, 대책 마련 시급하다

대학들 대부분은 2월 중순 전후에 학위수여식을 거행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에서부터 8년 정도 걸려 대학원까지 마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받은 학위증서이기에 당연히 축하를 해야 하고 또 졸업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졸업식에는 이런 기쁨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많아 안타깝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경제도 초불확실성하에 있어 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채용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해 사회 진출에 부푼 대학졸업생들이 고용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실업계고등학교 졸업생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러한 고용 한파는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5천명 늘었지만,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21만8천명이나 급감해 202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8%로 1.5%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2013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인 16만9천명이 감소해 더욱 청년고용의 한파가 심하다. 이는 기업들이 수시로 경력직 위주로 직원을 뽑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채용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층은 43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명 증가했다. 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할 경우 구직단념자가 돼 사회적 불안 요소가 된다. 청년 고용 문제는 단순히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 발전과 깊이 연관돼 있다. 즉, 청년의 미래가 한국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치권은 청년 고용 한파 타개책 등 민생 문제는 제쳐두고 극단적 대립 속에 정쟁만 하고 있으니 과연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겠는가. 청년 고용 한파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경제 활력을 제고함으로써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치권은 임금체계의 개편, 노동시장의 유연화, 주 52시간 근무제의 완화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 입법을 마련해야 된다. 단기적으로 오는 20일 개최될 예정인 여야정국 정협의회에서 추경을 통해서라도 청년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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