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난민 소송제도의 개편 방향

6월20일은 세계난민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출입국관리법에 난민 관련 조항을 신설했고 2012년 독립적인 난민법을 제정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 ▲그러한 공포로 인해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상주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무국적자를 말한다. 박해란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하므로 국제사회가 난민을 비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민신청 건수도 증가하고 심사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어 진정한 난민을 신속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신청 건수는 1만8천336건으로 1994~2015년 건수(1만5천250건)보다 많다. 지난해 기준 심사종료까지 평균 4년 이상 소요된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난민심사가 종결된 누적 건수(9만4천391건) 중 이의신청 건수(4만8천563건)의 비율은 51.4%로 높다. 지난해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2023년 난민소송은 전국 법원 행정 사건 중 약 20%를 차지하고 2023년 기준으로 1심 행정 사건 중 난민 사건의 비율은 13.4%, 2심 26.2%, 3심에선 41.8%에 달할 정도로 상소 비율이 다른 사건보다 높다. 또 2018~2023년 난민소송을 통한 난민인정 비율은 약 0.3%로 같은 기간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 사건의 평균 승소률 10.1%에 비해 매우 낮다. 난민 심사·결정이 지체되는 것은 ▲국적국의 정황, 난민요건 충족 여부 등 심사에 많은 시간 소요 ▲난민신청자는 원칙적으로 강제송환이 금지되고 난민신청 후 6개월이 경과하면 취업이 허용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이의신청, 쟁송 등의 남용 사례가 증가하는 점 ▲난민심사 전담공무원 양성과 확충, 쟁송제도 개편 같은 조치가 미흡한 점 등에 기인한다. 난민쟁송제도 개편과 관련해 우선 독립적 심판원을 설치, 행정심판을 먼저 거치게 하거나 행정심판과 동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최소한 제1심의 경우 난민전담법원을 신설함으로써 난민사건을 집중 심리토록 해야 한다. 난민이 다수 발생한 국가 출신이고 사회적 지위와 활동내용 등을 고려할 때 서류심사만으로도 난민 인정 가능성이 있는 사건과 패소판결이 확정된 후에 사정변경 없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소권 남용 사건은 우선 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신속 처리해야 한다. 둘째, 소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은 제2심부터 특별한 사실적 또는 법적 어려움이 없는 사건은 대면심리 없이 간이 소송 절차에 따라 행정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특히 난민 관련 간이 소송 절차의 경우 1개월 이내에 대면심리 없이 소송을 종료할 수 있다. 또 명백히 근거없는 난민 신청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본안심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제1심 소송과 관련된 법적 문제가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경우 제1심 결정이 상급법원 판결(근거)과 다른 경우 또는 소송 절차에 흠결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본안 심리를 진행한다. 미국은 입국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난민신청을 하지 않다가 이후에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신청을 한 경우 난민신청이 불허됐음에도 사정 변경 없이 다시 신청한 경우 또는 국가 간 협정에 따라 안전한 제3국으로 출국시키는 경우에는 처분청은 난민신청 접수를 거부할 수 있고 법원이 그 접수 거부의 적법성을 심리한다. 또 연방행정소송규칙에 따라 법원은 부당한 소송에 대해 소송 비용 담보 제공, 제소 금지 등을 할 수 있다. 영국은 제소 금지와 함께 높은 소송비용을 청구한다. 반면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은 처분청이 패소하면 기속력을 인정해 처분청이 그 판결의 내용에 따라 처분해야 하지만 난민 신청자가 패소하면 민사소송법을 준용토록 규정돼 있어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반한 소송제기에 대해 판례로써 심리 없이 기각판결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간이 소송 대상과 절차를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 기판력에 반한 소송 제기를 각하 사유로 명시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화산책] 가능성 있는 천재에 투자하라

한국 대중음악은 이제 케이팝을 넘어 세계 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성과는 극소수에 집중돼 있으며 그 바탕이 되는 창작 생태계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신진 음악인과 소규모 제작사는 창작 초기부터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능성 있는 콘텐츠가 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채 사장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창작 초기 단계의 음악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유망한 창작자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자생적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뮤지션 투자 사업’은 이러한 필요에서 출발하는 개념으로 단순한 보조금 지원을 넘어 공공이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향후 수익 일부를 회수해 재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현재 대중음악 산업은 높은 초기 비용과 낮은 성공 확률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마케팅 등에는 수천만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창작자는 담보도 없고 신용도 낮아 민간 금융 접근이 쉽지 않다. 민간 투자 역시 성과가 검증된 아티스트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크다. 따라서 공공이 먼저 나서 고위험 영역에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 성과 중심의 민간 시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며 창작 생태계 전반을 튼튼히 하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적 책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은 단순 지원이 아닌 ‘무이자 선투자’ 혹은 ‘조건부 환수’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프로젝트당 약 3천만 원에서 1억원 내외의 금액을 선투자하고 수익이 발생하면 일부를 회수하는 구조다. 정산은 반기 또는 분기 단위로 진행하고 음원 플랫폼이나 공연 데이터를 연동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민간 음악 투자사 또는 제작사와 공동 투자하는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공공이 먼저 시장성을 검증하고 이후 민간의 후속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공공 단독 사업’이 아닌 시장과의 접점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모델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업모델이 존재하며 그 효과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영국 PRS파운데이션의 ‘모멘텀뮤직펀드’는 신진 음악인에게 제작, 마케팅, 투어 등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수익 일부를 회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 수백명의 글로벌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미국의 ‘사운드로열티’는 창작자의 저작권 수익을 기반으로 미래 수익을 선지급하는 민간 모델로 창작자가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공 혹은 민간이 창작 초기의 리스크를 감수함으로써 다양한 음악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음악은 지역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이자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따라서 ‘뮤지션 투자 사업’은 한 명의 창작자 지원을 넘어 지역문화재단 및 글로벌 유통 채널과 연계돼 창작 프로젝트의 전국적 확장, 나아가 세계 시장 진출을 돕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당 사업은 문화예술 분야에만 한정된 정책이 아니라 지역 산업정책, 청년 일자리, 콘텐츠 수출 전략과 맞물리는 중장기 투자로 해석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예산 사업이 아니라 창작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공공 투자 시스템이다. 공공이 먼저 움직이고 민간이 이어받아 함께 키워가는 구조. 이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음악 산업의 미래 모델이 돼야 한다. 가능성 있는 창작자가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공공이 책임 있게 지원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문화강국의 출발점이며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약속이다.

[기고] AI 시대 깨어 있는 유권자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유발 하라리의 신작 ‘넥서스’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중세시대 마녀에 대한 공포가 우연한 계기로 확산되고 이것이 수세기 동안 무자비한 마녀재판으로 이어졌던 역사에 대한 설명이 그것이다. 초기에 마녀에 대한 괴담이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저자는 ‘마녀의 망치’라는 책이 발간돼 당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마녀가 존재한다는 ‘상호주관적인 실제’가 급속히 퍼져 나가 잔혹한 마녀사냥이 촉발됐다고 쓰고 있다. 마녀사냥은 중세의 새로운 정보기술인 인쇄술의 발달에 기인한 아이러니한 비극이라는 얘기다. 이야기로 시작해 문자 발명, 인쇄술 발달, 산업사회 태동, 그리고 인터넷 사회를 거쳐 AI시대에 접어든 정보기술 발전사를 돌아보면 마녀의 존재 같은 허황된 음모론이 시대에 따라 주제와 대상을 달리할 뿐 항상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 역시 가짜뉴스와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뉴스들이 뉴미디어 시대의 강력한 매체인 유튜브와 맞춤형 알고리즘을 통해 구독자들의 편향적 사고로 고착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부정선거에 대한 확증편향은 레거시 언론에 대한 불신과 함께 디지털 매체를 통해 쉽게 확산되는 듯하다. 최근 부정선거에 대한 다큐영화가 상영됐지만 기존의 주장들과 크게 다른 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미 선관위가 해명했거나 법원 판결로 부정이 없었음이 입증된 사례의 재탕이었다. 하지만 대중문화인 영화의 영향력은 크다. 우려되는 점은 영화처럼 감성적인 정보전달 매체를 통해 확산되는 거짓정보가 선거관리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고 민주주의에서 투표가 갖는 참여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단체는 투표소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행동 매뉴얼까지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고 하니 자칫 유권자들의 투표에 피해를 주지 않을지 걱정도 든다. 그럼에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선관위 위원으로서 부정선거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기보다 이 말씀을 드린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깨어 있는 유권자가 만들어 간다. 쏟아지는 음모와 가짜뉴스로부터 지켜야 할 것은 유권자의 냉철한 균형감각이다. 선거에 대한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장과 정보를 접하는 경우에도 이념적 대립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지난한 대화와 설득으로 진실과 화해를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하라리의 경고처럼 우리는 AI 정보혁명 속에서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전대미문의 불확실한 시대에서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대통령선거가 오늘이다. 깨어 있는 유권자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경기만평] 취객 난입...

[사설] 유시민·윤석열, 지지자 애먹이는 X맨 됐다

유시민의 ‘말’에 지지를 바꿀 유권자가 있을까. 윤석열의 ‘등장’에 돌아설 지지자가 있을까. 있다면 판세를 바꿀 정도의 비중이 있을까. 돌이켜 보면 돌발변수 없는 선거는 없었다. 많은 경우 그게 ‘말’ 또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거판을 바꾼 결과는 예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말’ 또는 ‘행동’은 예민했다. ‘아군 진영’에서 시작된 사달이라 더 그랬다. 지지자들에게는 속타는 내부 총질이었다. 이번에는 ‘유시민 말’, ‘윤석열 등장’이다. 유시민 작가의 발언은 이랬다. “...설난영씨의 인생에서는 거기 갈 수 없는 거예요. 이 사람이 지금 발이 공중에 떠 있어요. 이제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정신이 아니다 그런 뜻이죠.” 김 후보를 ‘학출(대학생 출신) 노동자’로, 설씨를 ‘찐(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출신) 노동자’로 구분했다. 여고 졸업 이후 공장 노동자였던 신분을 논리 출발로 삼고 있다. ‘180석’(2020년), ‘60대 썩은 뇌’(2004년)도 그의 과거 설화였다. 노동자 대표 양대 노총이 들고 일어났다. 한국노총은 ‘계급·성차별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여성·노동자 비하’라는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은 비난을 넘어 선거 막판 이슈로 몰고 간다. ‘고졸 유권자 분노했으면 투표장으로 가자.’ 수원 등 도심에 등장한 현수막이다. 상황이 이렇자 민주당에서도 ‘진보 진영 스피커들의 말조심’을 주문했다. 이재명 후보도 “(유 작가가) 사과했으니 국민이 용서할 것”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사흘 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오는 6월3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셔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시기를 호소드린다.” 직접 밝힌 것은 아니고 대독이었다. 전광훈 목사가 주최하는 집회에 보낸 메시지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최대 공격 포인트다. ‘김건희 여사 잡음’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다. 민주당이 기다렸다는 듯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이라며 맹공을 가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입장이 분노에 가깝다.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사실 윤 대통령의 등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1일에는 갑자기 서울의 극장을 찾았다.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영화였다. 그때도 대선판은 ‘계엄·내란’으로 확 돌아섰다. 일부에서는 이런 배경을 ‘본인 정치’로 보기도 한다. 내란 재판 등 추후 고된 일정이 산적해 있다. 이를 위한 지지자 규합·유지가 목적이라는 추론이다. 유시민 작가. 선거 때면 도지는 관심일까. 아니면 고도의 화두 몰기일까. 윤석열 전 대통령. 여론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만의 정치셈법일까. 막판에 등장한 ‘X맨’들 ‘활약’에 두 정당이 애를 먹고 있다.

[사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국가 미래 결정한다

6·3 대선이 오늘 자정을 기해 22일간의 열띤 선거운동을 끝내고 내일 대선 후보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선택을 받게 된다.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사전투표는 34.74%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인 지난 20대 대선의 36.93%보다 2.19%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번 대선에서의 사전투표율이 종전 기록을 갱신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관리 부실로 인해 확산된 사전투표 불신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조기 대선이 결정된 원인도 있지만,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에 비해 정책경쟁이 실종된 선거라는 오명은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치열한 정책경쟁은 실종되고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돼 유권자들의 실망은 크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정책경쟁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가는 선거공약집이 사전투표 직전에 발간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사전투표 사흘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하루 전에야 공약집을 내놨다. 공약집 내용도 공약 이행에 따른 재정조달 계획 등 구체성이 떨어진 급조된 공약이 많아 집권 시 이렇게 부실한 공약이 과연 어떻게 실제 정책으로 이행될 수 있을지 지극히 우려된다. 이번 선거는 내일 투표가 끝나면 개표 종료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당선인 결정을 선포하게 된다. 이후 즉시 신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정권인수위원회 구성도 없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급조된 공약을 가지고 섣부른 정책 집행을 하게 되면 어려운 민생경제는 물론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는 데 상당한 한계를 갖게 될 것이다. 대선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을 통해 정책경쟁이 아닌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여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실망시켰다. 특히 후보자들에 대한 비호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 상당수 유권자들의 기권이 예상된다. 유권자는 이제라도 공약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최선(最善)의 후보자가 없으면 차선(次善)의 후보자에게라도 투표를 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이는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귀중한 주권 행사인 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 대표들이 선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 시 투표에 대한 최종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는 국가 미래가 선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 귀중한 주권을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

[지지대] 복합재해 기후 리스크

더위에 가뭄까지 겹치고 산불까지 난다면 어떨까.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사태가 실제로 현실로 나타났다. 2010년 러시아에서였다. 그해 6월 초순부터 7개월여 동안 이어졌다. 5만5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제 피해는 17억4천만달러(약 2조3천477억원) 규모였다. 당시로 더 들어가 보자. 매일 수은주가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농작물은 타 들어 간다. 대기가 고온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산불 연기는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 유입돼 폭염과 함께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폭염은 지면에서 높이 2m의 기온인 하루 평균 기온이 상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되는 경우다. 가뭄은 물순환을 반영해 하루 증발산 부족량 지수가 하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되는 경우다. 폭염에 가뭄을 동반하는 현상을 복합재해라고 부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상협회의 분석 결과다. 한국기상협회는 전국을 100㎢ 격자로 나눈 뒤 1979년부터 2023년까지 기상자료를 활용해 5~10월 폭염과 가뭄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분석했다. 한 격자에 6월10~15일 폭염, 같은 달 12~20일 가뭄 등이 나타났다면 폭염이 시작한 10일부터 가뭄이 끝난 20일까지 복합재해 한 건이 발생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복합재해 발생 횟수는 연평균 446.3건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4~2023년)만 놓고 연평균을 계산하면 951.5건에 달했다. 복합재해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일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1994년으로 4천113건이었다. 2018년(2천194건)과 2016년(1천670건)이 뒤를 이었다.복합재해 지속 기간은 평균 11.4일이었다. 복합재해는 자연 훼손과 환경 파괴 등이 불러 온 후유증이다. 명백한 기후 리스크다. 마땅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천자춘추] 1차원·2차원적 선거운동

요즘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거리에는 확성기를 단 선거 차량이 돌고 후보들의 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걸려 있다. 방송에서는 TV 토론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각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쏟아낸다. 후보자들은 자신을 선택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지도자를 뽑는 일은 유권자에게도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준다. 겉으로는 “마땅한 후보가 없다”거나 “관심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무책임하게 아무나 뽑을 수는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선거가 끝난 후에는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감정으로 남는다. 이상적으로는 후보의 과거 이력, 공약의 현실성, 주변 인물의 성향, 자신에게 맞는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상에 쫓기는 시민이 모든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당적, 지역 연고, 선거홍보물의 인상 정도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지도자의 면모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뚜렷한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어떤 정치적 태도를 지닌 사람인지는 유추해볼 수 있다. 바로 1차원적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 2차원적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다. 1차원적 정치활동은 주로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경쟁자를 공격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들은 “나는 경험이 풍부하고 내 공약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강조한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전략을 통해 자신이 돋보이길 원하며 정치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이는 ‘선거는 전쟁’이라는 논리에 따라 자신이 더 유능하다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심으려는 접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 스타일은 단기적 승리를 위한 전략일 뿐 장기적 국가 비전을 수립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경쟁자보다 우월해 보이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전략이나 실천력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반면 2차원적 정치를 하는 인물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국민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공동의 목적을 탐색한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과제는 무엇인가”, “국민이 바라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소통을 통해 해답을 찾으려 한다. 단순한 승부보다 비전과 방향을 중시하고 정책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설득하려 한다. 경쟁자와의 갈등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통합하려 노력하며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오늘날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지도자는 바로 이러한 2차원적 정치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변화와 성장의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다.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선거운동에만 몰두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인물에게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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