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창과...방패...?

[사설] 생리용품 논란, 제2의 무상급식 선거로 가나

2010년 지방 선거 때 무상급식이 있었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의 공약이었다. 1년 뒤 경기도와 시군 전체 문제로 번졌다. 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 670억원을 세웠다. 같은 액수의 예산 책정을 경기도에 요구했다. 경기도는 무상급식을 공약한 사실이 없다. 강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2010 지방 선거의 이슈로 등장했다. 민주당 소속 시장·군수 후보들이 단체 공약으로 정했다. 결과는 무상급식 찬성,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 역사를 되새기는 것은 과한 설정일까. ‘도-교육청’이 서로 달리 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연속 보도하는 생리용품 지원 논란이다. 정확히 보면 논란보다는 예산 분담 이견에 가깝다. 경기도가 먼저 시작한 사업이다. 분담 액의 상당 부분을 시·군에 넘겼다. 일부 시·군이 난항을 표시한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교육청 책임론이 등장하고 있다. 생리용품 사용 연령대가 초·중·고교 여학생이다. 교육청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민선 7기 경기도가 시작했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원’ 사업이다. 대상은 11~18세 경기도 여성청소년이다. 지원액은 월 1만4천원, 연 최대 16만8천원이다. 문제는 예산 분담이다. 경기도가 30%를 부담하고 시·군에 70%를 넘겼다. 경기도 사업인데 부담은 시·군이 더 크다. 2025년에 못 하겠다고 손드는 시·군이 나왔다. 수원·용인·고양·성남·부천·남양주·파주시 등 7개 지자체다. 지역 여론이야 뻔하지 않겠나. ‘왜 우리 지역만 안 주냐’는 원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7개 지자체 모두가 재정 규모가 크다. 성남, 용인, 수원은 도내 재정자립도 1, 3, 7위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수원, 용인, 고양은 인구 100만이 넘는 특례시다. 성남, 부천도 사실상 100만 규모 지자체다. 남양주, 파주도 북부 최대 인구 지역이다. 인구가 많으니 대상도 많고, 들어갈 예산이 엄청나다. 결국 ‘경기도교육청의 사업 참여’로 쏠렸다. 경기도의회 유호준 의원은 교육청의 분담 비율을 찍어 말했다. ‘현행 시·군 70%에서 교육청이 20%를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체 566억원 가운데 113억원 정도다. 경기도교육청도 마냥 외면할 일이 아니다. 살폈듯이 초·중·고교 여학생이 대상이다. 수혜층이 학생과 학부모다. 대전·전남·광주·울산광역시교육청은 이미 치고 나갔다. 경기도의회가 ‘9월 조례 발의’로 압박해 오고 있다. 2010년 무상급식과 2026년 생리용품. 뜬금없는 비교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상정해 보는 이유는 하나다. 선거에 엮여 들어가는 시점 때문이다. 현금성 복지는 실패 없는 매표 이슈였다. 늘 ‘주겠다’는 쪽이 ‘못 준다’는 쪽을 이겼다. ‘생리용품’도 그렇게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사설]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계획 조속 확정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경기 북부지역의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또한 지난 2일 경기도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및 주변 지역 등 발전계획 변경안 공청회’가 관련 시·군 공무원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 개최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경기 북부에선 총 22개소 1억390만㎡의 부지 반환이 완료됐다. 이 가운데 10개소 7천775만㎡의 매각이 완료됐고, 12개소 2천618만㎡는 매각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현재 경기 북부에는 의정부 캠프 클라우드, 파주 캠프 그리브스, 동두천 캠프 님블 등 미군 공여 부지가 있다.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은 국회가 지난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반환기지 발전 지원을 추진키로 하면서 경기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들 공여지는 한국 측에 반환된 지 10년 이상 됐지만 각종 규제나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 등으로 개발이 지연돼 북부지역 주민의 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국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국방부에 지시한 것은 중앙정부가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접경지에 평화경제특구를 조성하고 미군 반환 공여지와 주변 지역도 국가 지원을 확대하겠다.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생태관광협력지구로 개발해 남북 평화교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경기 북부지역 발전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 2일 공청회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개발 계획이 자주 변경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 계획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일부 계획에는 해당 공여지 명칭 자체가 언급되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사례도 지적됐다.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공청회와 토론회가 개최됐지만, 실제로 가시적인 진척은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관계 당국은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경기북부는 접경지역으로 경제적, 일상적 피해가 매우 큰 곳이다. 특히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있을 경우, 이들 지역 주민의 삶과 경제는 상당한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경기도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국방부 등 관계 중앙 부서와 긴밀히 협의해 미군 반환 공여지 개발계획을 조속히 성안, 시행에 옮겨 경기 북부지역 발전의 실체를 보여 주기 바란다.

[지지대] “외로움 담당 부처 신설해야”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 ‘외롭다’는 형용사에 대한 국어사전 풀이다.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라는 진단도 제시됐었다. 덴마크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였다. 19세기였다. 당시는 이 사안이 학문의 영역이었다. 20세기에도 많은 학자들이 천착했다. 1,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일상의 영역으로, 21세기에는 정책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영국이 외로움을 담당하는 부처를 만들어서다. 당시 외신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시민사회장관을 외로움 문제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으로 겸직 임명했다”고 알렸다. 2018년 1월이었다. 크라우치 장관은 900만여명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끼고 있고 노인 20만여명이 한달 이상 친구나 친척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으로 시간당 평균 100명, 연간 87만1천여명이 외로움으로 세상을 뜨고 있다고 경고했다. 외로움이 전쟁보다 더 무서운 질병으로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WHO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층의 3분의 1, 청소년의 4분의 1 등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라고 고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연결 가능성이 무한한 시대에, 더 많은 사람이 외롭고 고립되고 있다. 외로움을 방치하면 교육·고용·보건 등 사회 전반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외로움 퇴치 모범사례로 스웨덴이 소개됐다. 이 나라는 외로움을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하고 일상 공간에서의 사회적 연결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단체 여가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카드도 지급할 계획이다. 외로움 문제가 단순히 남의 나라의 이야기일까. 과연 그럴까. 이 사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처가 시급한 사유는 차고 넘친다.

[천자춘추] 의정연수원, 미래를 위한 도전

지방의회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은 ‘과(功)’보다는 ‘실(失)’에 머무르기 쉽다. 쌓아온 변화보다 부족했던 모습만이 도마 위에 오르고 더욱 오래 기억되는 것은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이 사회의 오래된 관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비판의 이면에 놓인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결핍에 대해서는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을까. 지금까지 지방의회는 의원 개개인의 경험과 노력에만 의존했다. 지방의회만을 다룰 별도의 법령조차 없이 수많은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천천히, 조금씩 발전의 길을 찾아왔다. 이제는 단순한 집행부 견제·감시역에서 벗어나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직접 만들고 성과를 점검하며 지역의 미래를 그려가는 주체로 우뚝 섰다. 실제 경기도의회는 전국 광역 최초의 재난기본소득 조례, 학교 교복 지원 조례 등을 제정, 전국적 흐름을 선도했다. 이는 지방의회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 복지의 기준선을 이전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갈수록 다원화되고 세밀해지는 정책 수요와 지역 현안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역량도 함께 진화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길은 한낱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많은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더 깊이 있는 행정 견제에 나서기 위해서는 ‘의지’를 뒷받침할 ‘체계’도 필요하다.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의정연수원’ 설립은 그러한 체계를 만들려는 ‘도전’이다. 의정연수원은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다. 경기도민을 위한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며 행정을 감시하는 전 과정에 필요한 전문성과 실무역량을 제도적으로 축적하기 위한 ‘기초체력’이다. 의원과 사무처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공간이자, 나아가 전국 지방의회가 함께하는 지방 의정 학습 생태계의 거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선들도 있다. 많은 변화와 개혁의 시도가 불신의 눈초리에서 시작되듯 일각에서는 의정연수원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그 실효성을 의심한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법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조례 정비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실행력을 갖춘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도전 없는 변화는 없다. 경기도의회는 지금, 지방의회의 다음 10년, 20년을 위한 책임 있는 도전을 시작했다. 새로운 길을 내는 이 도전이, 대한민국 지방의회의 더 큰 성장에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

[이슈&경제] 6.27 후속대책이 중요하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을 한 6.27대책이 발표된 후 급등하던 서울의 한강벨트 집값은 일단 멈췄다. 올해 상반기 서울 한강벨트 집값의 비정상 급등의 브레이크를 잡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 평가를 하고 싶다. 시장 분위기를 관망으로 돌림으로써 상승세를 꺾고 거래량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급 불일치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후속대책에 시장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후속대책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으로 돌아서면서 다시 각자도생 모드로 돌아갈 것이고, 예상보다 더 알차고 좋은 내용으로 시장 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안도감으로 전환이 되면 당분간 수도권 주택시장은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달릴 것인가, 계속 쉴 것인가 그 갈림길이 6.27의 후속대책에 달려있다. 6.27 대책이 초강력 대출 규제라 하더라도 그 유효시간은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정도다. 추석과 연말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기에 적어도 후속대책은 추석 전에는 나와야 할 것 같다. 좋은 대학교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전국에서 몰려드는 젊은 수요와 갈수록 커지는 서울과 지방 간의 자산 격차에 위기감을 느낀 지방의 자금까지 서울이 빨아들이고 있다. 서울의 공급부족 문제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내년 입주 물량이 올해의 3분의 1토막이 나기 때문인데 서울의 입주 물량 부족 현상은 적어도 3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 재건축, 재개발을 서두른다 하더라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준금리까지 내려가고 추경으로 유동성까지 증가하는데 서울 집값이 안 올라가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 불안감이 누적된 시장 수요자들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초강력 규제가 나왔음에도 현장 분위기도 생각보다 덤덤하다. 문의가 크게 줄었지만 그렇다고 급매로 팔자는 집주인도 별로 없다. 오히려 6억원 대출 규제 영향에서 자유로운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살짝 움직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이라는 돈은 연 수입이 1억원 정도 돼야 받을 수 있고, 월 300만원 정도의 원리금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맞벌이 부부 이상의 소득이 아니라면 힘들다는 의미다. 그리고 최근에는 주택 수를 늘리기보다 ‘똘똘한 한 채’가 최근의 추세였기 때문에 다수의 실수요자는 큰 타격감을 받지는 않는다. 당황스럽던 마음도 한 달 정도 지나가면 다 적응을 한다. 필요한 사람은 6억원 이하 대출을 받아 입주하면 되고, 기존 주택에서 갈아타려는 분들은 팔고 갈아타면 된다. 대출한도가 좀 부족하다면 면적을 줄이거나 다른 아파트를 찾아도 되고 여의치 않으면 안 사고 기다려도 된다. 거래량 감소, 상승률 둔화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지만 지속적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집이라는 것은 나와 내 가족의 안식처이자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고 나의 노후 준비이자 내 자녀의 인생이 달린 가장 중요한 자산인데 결코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 6.27대책 다음에 나오는 후속대책이 중요하다. 어차피 입주 물량을 당장 늘릴 수 없다면 종부세는 살짝 올리고 양도세는 한시적으로 감면을 해줌으로써 매물이 나오면서 부족한 공급을 메워줄 수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3기 신도시 포함 공공택지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상세히 공유하고 민주당은 못 할 것으로 생각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전격적으로 폐지해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르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인구와 자본을 분산할 수 있도록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와 수준 높은 대학교, 대형병원을 육성하는 프로젝트까지 더 한다면 불안심리는 잦아들고 한번 믿고 기다려보자는 신뢰가 커질 것이다. 시장은 자극을 받을수록 왜곡이 되기에 처음 방향을 잡아주는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재건축, 재개발은 방치하고 공공주도 개발이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은 공급 불안만 더 야기시킬 뿐이다. 전세대출을 막아 집값 상승을 잡겠다는 소식도 들리는데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처음부터 전세대출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전세대출을 건드리면 부작용이 더 크다. 특히 사회 초년생들과 신혼부부들을 월세로 내모는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책이 될 것이다. 서울 집중화를 방치해 인구분산에 실패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주택공급도 늘리지 못했으며 전세대출을 도입해서 전셋값과 집값을 올린 국가의 책임을 더 이상 국민 더군다나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에게 떠넘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집값이 내려가면 그것이 정의이고 도움이 된다?’ 집값이 떨어지면 부자들이 쓸어 담고 서민들은 더 힘들어지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 누구보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원하는 한 사람으로 제발 후속대책은 인위적인 수요 억누르기가 아닌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충실한 신뢰의 싹을 심어주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아침을 열면서] K-바람의 즐거운 충격

K. 이 영문자가 한국 문화의 진원으로 거듭날 줄이야.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만방에 드높이고 있는 K-바람. 유사 이래 최대의 문화적 확장임을 일깨우듯, 세계 곳곳에서 만나는 현지 외국인의 한국어 사용도 빈번하다. 특히 자국어 사랑에 진심이라는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마켓에서 본 ‘한글교본’은 즐거운 충격이었다. 돌아보면 K가 우리 문화며 국격을 높인 지는 꽤 됐다. 케이팝부터 드라마, 영화, 문학에 이르기까지 날로 우뚝해지는 위상에 덩달아 우쭐해진다. K뷰티와 K푸드로 통칭되는 간편식(라면, 김밥)이며 고급 미식이 세계인을 사로잡는 소식도 연일 신명을 올린다. 더러 외국에서 먼저 유행하고 국내로 인기를 잇는 제품도 있다니, 세계인의 반응이 그만큼 빠르고 넓다는 것이겠다. 그럼 우리의 고전은 어떠한가. 한국의 뿌리 깊은 정신의 고전도 그만큼 세계인을 매혹하고 있는지. 서양의 고전음악에서는 일찌감치 세계적 음악가를 많이 배출하며 K클래식의 위력으로 알려졌다. 그와 달리 우리의 고전인 국악은 비교가 무색할 만큼 인지도가 미미하다. 국외 공연에서는 판소리 등 국악만의 예술성에 매료당하는 외국인이 많다지만, 국내에서는 아주 소수만 즐기니 말이다. 상대적으로 더 외로운 고군분투가 ‘전통’을 달고 있는 한국적 예술(인)의 운명이자 현실인 것이다. 그런 중에 번쩍 외신을 타고 온 반가운 소식이 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한국의 문화 교류로 고전인 시조를 시랑 낭독하는 문화제를 열었는데, 거기서 시조를 직접 쓴 대학생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프랑스 청년의 한글 시조를 화면과 지면에서 보는 순간 묘한 감동이 실려 왔다. 사실 미국에서는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몇몇 뜻있는 이들의 활동에 힘입은 시조운동이 시작된 지 한참 됐고, 현지에서의 창작도 꾸준히 넓혀 왔다. 한국의 고전을 찾다 시조를 발견하고 향유와 함께 창작을 견인하는 시조운동으로 확산된 것이다. 지금은 창작시조로 묶어낸 외국인의 시조집도 간간이 나오는 상황이다. 시조(時調)는 K문학의 종가로 불린다. 고려 말부터 한국적 정서와 삶과 자연을 노래해 온 민족 시가인 까닭이다. 근대 들어 창(唱)과 분리한 후부터는 가사만으로 현대의 정형시라는 양식적 정립을 다시 했다. 그런 시조 공부를 미국에서 시작한 배경에는 일본의 단형시 하이쿠가 있었다. 일본의 전통시인 하이쿠는 일찍부터 미국으로 들어갔고, 중등 과정에서 배우고 쓰며 일본 정신문화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그와는 좀 다른 전개지만 이제는 프랑스에서도 시조를 쓰는 젊은이들이 나왔다니, 놀라운 문화적 사건이다. 우리네 청춘들은 잘 모르거나 안 읽고 안 쓰는 시조를 어쩌면 외국인이 더 잘 쓰는 경우도 나올 수 있겠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국뽕’ 같지만, 한때 전국을 뒤흔들었던 광고 문구다. 국악에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덧대며 국민적 신명을 올렸다. K문화의 놀라운 확산 속에서 새삼 소환해 보는 ‘우리 것’의 기억이다. 찾아보면, 한복이나 국악 가미한 BTS 공연이 기록을 경신하듯, 우리 고전이며 시조가 함께할 길도 더 있을 테다. K라는 특별한 대문자에 한국 문화의 본류인 고전을 특별한 희망으로 또 얹어본다.

[사설] 용인 원삼면 발전소, ‘잉여 전력 판매 의혹’ 설명해야

원삼면 죽능리 발전소 공청회가 열렸다. 반도체 산단 내 조성되는 시설이다. 14만7천926㎡ 크기의 LNG열병합발전소다. 발전용량은 1천50MW, 517.3Gcal/h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공장에 공급된다. 한국중부발전㈜와 SK이노베이션㈜가 사업시행자다. 지난 5월22일 1차 공청회가 예정됐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2일 공청회에서도 주민들의 집단 행동이 있었다. 용인 원삼면 9개리 주민들의 반대 표명이었다. 주민들의 주장을 정리해보자. 주민 동의 없는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중단이 있다. 발전소 건립 계획 전면 재검토 요구가 있다. 환경·수질 등 정밀 조사 및 피해 예측 자료 공개 및 대안 마련도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안성 주민 목소리도 있었다. 양성·고삼·보개면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다. 비대위는 고압송전선로 전력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원삼면 발전소는 잉여 전력 생산용이라는 것이다. 이를 판매해 수익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성시민의 반대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발전소 인근 보개면 등의 피해 우려다. 분진과 유해가스 등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또 반도체 폐수, 온배수 방류 등도 문제 삼고 있다. 안성 고삼호수를 관통하도록 계획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성 주민 의견이 배제됐다는 문제점도 강조했다. 이 부분은 안성시의회에서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사업시행자 측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했다. 협의·조율을 거쳐 ‘최대한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에게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것은 없다. 모두 절박하고 필요한 요구 사항일 것이다. 당연히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는 모두가 궁금한 부분도 있다. 이날 비대위가 주장한 ‘잉여 전력’의 진실이다. 안성을 통과하는 고압송전선로가 전력을 공급한다. 이 전력만으로 산단 가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설명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공급량과 수요량을 비교해주면 된다. 사업시행자가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일이다. 잉여 전력을 판매할 것이라는 비대위 주장도 그렇다. 산단 가동과 상관 없는 잉여 전력 생산용 발전소인가. 그렇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발전소 건립에 따르는 현실적인 피해는 있다. 이 피해를 강요하려면 그만한 당위성이 필요하다. ‘전력 장사’는 이 범주에 들지 않는다. 사업과 규모 등의 전면 재검토가 논의될 수도 있다. 반대로 산단 가동에 필수적인 시설이라면 어떤가.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이 있어야 산단이 가동된다면 발전소는 건립돼야 한다. 협의와 조율의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원삼 발전소 건립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잉여 전력 주장’의 실체가 설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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