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kt위즈파크 ‘야구장 맥주보이’

‘딱!’ ‘안타~’ ‘와~’기자는 8일 kt위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있는 수원시 kt위즈파크를찾아 ‘야구장 맥주보이’를 했다. 최근 정부가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맥주보이)가 주세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맥주보이를 규제한다고 발표했었다가 야구팬들의 거센 반발로 호되게 혼이 나자 부랴부랴 허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을 만큼, 맥주보이는 야구장 내에서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존재다.기자도 수원토박이 인지라 수원을 연고로 하는 kt 위즈 팬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공정한 맥주보이의 사명감을 다하고자 두산 팬들이모여 응원하는 곳도 역시 함께 챙겼다. 원정 응원석에 모여 있는 두산팬들은 생각보다 이날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전반적으로 표정이어두웠다. 답답한 마음에 목이 탈만도 하다.정부가 규제하겠다고 KBO에 통보한 날이 20대 국회의원선거일(4월13일) 직전인 4월11일이었던 것을감안하면, 정부의 졸속행정에 화가 난 야구팬들이 투표를 통해 정부의무능함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 아니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까지 들었다. 현장에서 기자는 당시 여당의 선거참패 요인 중 하나를 맥주보이규제로 판단했을 만큼 야구팬들에게 맥주보이의 인기는 대단했다.

[1일 현장체험] 아이벅스캠프 '식용 곤충' 사육

지금은 아파트 숲이 된 수원 정자ㆍ천천지구는 1998년만 하더라도 드넓은 논밭이 자리하고 있었다. 봄에는 쑥을 캐고, 여름에는 논두렁에 들어가 첨벙첨벙 뛰놀고, 가을에는 화서역을 내달리는 칙칙폭폭 기차 소리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고, 겨울에는 쥐불을 놓던 논밭은 어린이들의 놀이터였다. 당시 그 주변 초등학생들의 주된 일과는 학교가 끝나고 논밭으로 달려가 곤충을 잡는 일이었다. 벼메뚜기와 방아깨비, 잠자리는 기본이고 논에 들어가 물방개와 소금쟁이를 잡아 여자아이들 눈앞에서 흔들며 놀려대곤 했다.그러던 어느 순간 논두렁에 빨간색 깃발이 꼽히고 출입을 금지하는 끈이 둘러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곤충과도 멀어졌다. 그렇게 곤충을 잊고 산 지 어느덧 20여년, 최근 차세대 먹거리로 ‘곤충식’이 뜬다는 뉴스를 접하며 자연스레 옛날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어디서 메뚜기를 구워먹으면 맛있다는 소리를 주워듣고 콩잎에 있던 메뚜기를 잡아 성냥으로 직화구이(?)하던 그때가 말이다. 철부지 시절과 다르게 지금의 곤충식은 철저한 관리 하에 키워진 일부 품종으로 한정돼 영양은 물론 위생적으로도 안전하다. 특히 곤충은 적은 공간에서 많은 양을 기를 수 있고,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 산업으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식용 곤충 사육사에 도전하기로 한 하루, 살짝 들뜬 마음으로 영농조합법인 ‘아이벅스캠프’를 찾았다.■무궁무진한 ‘곤충’의 발전 가능성시흥의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아이벅스캠프 하우스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박제된 다양한 곤충이었다. 어린 학생들의 곤충체험 학습을 위해 곤충에 대한 설명도 곳곳에 적혀 있었다. 식사를 막 마치고 나온 전윤석 아이벅스캠프 이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12년간 곤충과 동고동락해온 전 이사는 먼저 곤충 예찬론을 펼쳤다. “어린이들의 정서 발달에 곤충만 한 것이 또 없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바라보면서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는 곤충을 보면 마음도 푸근해지죠. 정서적 효과뿐 아니라 이제는 미래 산업으로 곤충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식용, 사료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화장품 원료나 의학분야로의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최근 뜨고 있는 곤충식도 그렇다.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구황식품이자 건강식품으로 곤충을 섭취해 왔다. 전 이사는 “이제는 먹거리가 풍부해져서 곤충을 잘 먹지 않지만 곤충은 오랫동안 대체식품으로의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라며 “적은 공간에서 가축보다 환경오염 유발 요인도 적게 키울 수 있어 미래에는 식용 곤충이 각광을 받을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힘줘 말했다.우리나라에서 일반식품으로 지정된 대표적인 식용 곤충으로는 ‘고소애’를 꼽을 수 있다. 고소애의 영문 이름인 ‘밀웜(Mealworm)’도 직역하면 ‘식사애벌레’다. 갈색거저리의 애벌레인 밀웜은 해외에서는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영양식으로, 고단백을 자랑해 에너지바나 과자에 첨가되기도 한다. 전 이사로부터 이 같은 ‘곤충 강의’를 듣고 난 뒤 본격적인 곤충 사육을 위해 사육실로 향했다.■꾸물꾸물 ‘귀요미’들과의 첫 만남전 이사를 따라 하우스 한개 동 크기의 사육실로 들어가자 왠지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엄지손톱만 한 애벌레 수천마리가 꾸물거린다는 생각에 먼저 떠오른 것은 ‘징그럽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만난 밀웜은 요즘 말로 ‘귀요미’였다! 트레이에 나눠 사육되고 있는 2㎝ 정도 길이의 밀웜들은 반짝반짝 윤기를 자랑하며 마치 갓난아기가 손가락을 꼬물거리듯 힘찬 움직임을 보였다.밀웜은 통풍이 잘되고 습하지 않은 환경에서 24~28도의 온도만 맞춰주면 잘 자란다. 먹이로는 수분이 많은 채소를 주면 된다. 오늘 할 일은 먹이를 깔아주고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성장한 유충을 선별하는 일이다. 밀웜이 담긴 트레이에 조심스럽게 케일을 깔고,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번데기 선별 작업에 나섰다. 눈으로만 봐도 수천마리에 달하는 밀웜 사이에 하얗게 변한 번데기들이 눈에 띄었다. 아무 생각 없이 번데기를 골라내고 있던 찰나, 전 이사의 말에 눈이 번쩍 띄었다. “밀웜이 번데기로 성장하는데만 최소 7~8번에서 많게는 16번까지 탈피를 반복합니다. 껍질을 벗어내는 고통을 그만큼 감당하고 나서야 성충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죠” 그저 먹는 곤충이라 쉽게만 생각했던 손길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아이벅스캠프는 직접 식용 곤충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곤충 산업 창업자들을 위한 ‘종자 곤충’을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생각하면 식물의 씨앗을 키워내는 일이다. 그만큼 우수한 품종의 종자를 키워내고 선별해야만 품질이 우수한 곤충들을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밀웜 자체를 판매하기보다는 이 밀웜을 갈색거저리로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밀웜을 키우는데 많은 공간이나 먹이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큼 세심한 관리도 필요합니다. 식용으로 이용되는 만큼 위생이나 환경 관리는 필수적이죠.” 전 이사의 말에 곤충 사육도 쉬운 일이 절대 아님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거름이 되는 곤충 배설물, “버릴 게 하나도 없네”밀웜 다음으로 만난 곤충은 장수풍뎅이 애벌레였다. 언뜻 보면 굼벵이와 흡사하지만 굼벵이보다는 4~5배 큰 크기를 자랑한다. 플라스틱 상자에는 갈색 톱밥이 가득 들어 있었다. 하나를 번쩍 들어 선반에 쏟자 꾸물꾸물 거리는 흰색 애벌레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톱밥 안으로 몸을 숨기는 애벌레들을 집어 한 자리에 잠깐 모아놨다. 이번에 할 일은 ‘먹이갈이’ 작업이다. 장수풍뎅이 애벌레들은 톱밥을 먹고산다. 그만큼 양질의 톱밥을 항상 제공해야 한다. 지금 있는 톱밥에는 애벌레들의 동그란 배설물이 많이 낀 상태. 1등급 참나무를 갈아 영양소와 배합, 발효시킨 톱밥을 새로 애벌레 집에 담았다.그럼 기존의 톱밥은 어떻게 할까? 전 이사는 “고영양 거름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좋은 참나무를 발효시켜 만든 톱밥에다 곤충의 배설물이 더해져 양질의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양질의 먹이다. 사육실 뒤편으로 가자 1등급 참나무로 만든 톱밥이 그득 쌓여 있었다. 포대 하나를 들어 올리려니 족히 쌀 한포대는 되는 무게였다. 배합기계에 톱밥을 쏟고 영업비밀(?)인 여러 가지 친환경 재료를 배합해 솎아준다. 이런 게 만든 먹이는 발효실로 옮겨 숙성시킨다. 일련의 사육 과정을 겪으면서 곤충산업은 ‘친환경 산업’이라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사육실의 크기는 채 66㎡(20평)도 되지 않았지만 수천~수만마리의 곤충이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그만큼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먹이도 채소와 톱밥 등 모두 자연에서 나온다. 먹고 난 배설물은 친환경 거름으로 사용된다. 이쯤 되면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다.■직접 먹어보니…‘고소하네!’잠깐이나마 곤충 사육을 체험하고, 드디어 대망의 시식 시간. 볶은 밀웜을 손에 한 움큼 쥐어 입에 털어 넣자 입에서 고소한 기운이 퍼졌다. 밀웜을 왜 ‘고소애’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식감은 건새우와 비슷했지만 크기가 더 작아 먹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곤충 특유의 고소한 맛에 반해버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넋을 잃고 계속 주워 먹다 보니 어느새 한 봉지 정도 분량이 사라졌다. 문득 이를 요리에 첨가한다면 곤충을 먹는다는 시각적인 충격도 줄어들고, 음식의 풍미를 더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최근 온라인 쇼핑몰에 가보면 건조된 밀웜 판매가 늘고 있다. 고소한 맛에 반한 이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증거일 테다. 그렇지만 모든 먹거리가 그렇듯 그 안에는 농부들의 노력이 서려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한편으로는 기대감이 든다. 곤충, 어디까지 발전할까. 어린 시절 함께 놀던 곤충의 새로운 변화를 주목해본다.이관주기자사진=김시범기자

[1일 현장체험] 용인경전철 유지·보수요원

에너지 위기와 온실가스 등 환경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급부상하는 요즘이다.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철도’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철도산업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야말로 미래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경량전철’이 새롭게 떠오르며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자가 근무하는 용인에도 경전철이 레일을 따라 쉼 없이 이리저리 오간다.하지만, 솔직히 지금껏 용인에 있는 2년 이상의 기간에 딱 한 번만 타봤을 뿐 큰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 또한 용인 경전철에 대한 이미지를 ‘혈세 먹는 하마’, ‘재정난의 주범’, ‘용인의 골칫거리’라고 가진 것 또한 사실이다.기자 역시 용인시의 재정난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할 때면 언제나 기자입력기에 ‘경전철로 인해’ 등의 문구를 자주 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일일 경전철 유지·보수 전문가 체험을 시작하자마자 싹 사라져버렸다. 용인 시민들의 발인 경전철의 안전운행을 위해 너무나 많은 분의 숨은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시민의 발 용인경전철의 ‘굿닥터’ 떴다! 용인경전철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최근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에 위치한 용인경전철 차량기지를 찾았다.이곳은 용인시로부터 용인경전철을 위탁 운영하는 용인경량전철주식회사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재권 용인경량전철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과 곽기호 경영기획팀 차장이 반갑게 맞이해줬다.김 사장은 자신의 집무실로 기자를 안내해 벽면에 붙은 수도권 철도노선을 가리키며 용인경전철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했다. “경전철이 다니는 아침부터 밤시간은 물론 새벽에도 근로자들이 차량과 선로를 점검하고 있답니다. 충실한 시민의 발이 되고자 용인경전철은 24시간 쉬지 않고 있는 셈이죠.”그러면서 그는 “철도 야말로 부가가치산업으로 경전철에 이어 신분당선이 추가로 개통된 용인은 수도권 최고의 교통요충지가 될 것입니다. 몇 년 안에 경전철이 수원 광교, 경기도 광주와 연결되면 더할 나위 없고요.” 수십 년간 대한민국 철도사업을 이끈 한국 철도계의 산증인다웠다. 철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김 사장의 브리핑을 듣고 곽 차장을 따라 경전철 홍보관으로 향했다. 용인경전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사진과 다양한 영상들을 연대별로 전시해 놓았다. 또 국내외 도시철도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곽 차장으로부터 경전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니 조금씩 이해가 됐다. 이어 ‘관계자 외 출입통제’가 적힌 관제실에 들어갔다. 사전에 미리 취재협조가 돼 있던 터라 간신히 출입할 수 있었다. 관제실에서는 직원들이 42대의 모니터를 통해 경전철 역사 등 곳곳에 설치된 360대의 CCTV가 촬영한 영상을 쉴 새 없이 모니터링하고 있었다.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곳에서는 열차 운행상황 및 차량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 및 제어하고 통합제어시스템을 통한 급ㆍ단전 제어를 한다. 역사와 열차 내 방송 업무와 각종 사고 발생 시 비상 대응도 이곳에서 이뤄진다니 그야말로 경전철의 머리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총 30대 차량 매일 1대씩 물샐틈 없는 관리·점검“자, 이제 본격적으로 검수고로 가실까요?”곽 차장과 함께 발길을 옮긴 검수고 문 앞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곽 차장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오류라며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차량의 정비공장인 격은 검수고는 수시로 비밀번호가 바뀌어 직원들마저 입장이 쉽지 않은 곳이다. 한마디로 철통보안인 셈이다. 진통(?) 끝에 문이 열리자, 눈앞에 거대한 검수고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검수고에서는 몇 대의 경전철들이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아픈 곳은 없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진찰을 받고 있었다. 점검은 크게 월간점검과 일일점검으로 나뉜다. 용인경전철 차량은 총 30대로 매일 1대씩 차례로 월간점검이 이뤄지며, 일일점검은 문제가 있는 차량을 점검하는 것이다. 장정호 안전팀장을 따라 차량 한대 근처로 가자 “차단 완료, 차단 완료”라는 직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차량 진단에 앞서 전기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기를 차단하고 이를 직원들끼리 서로 복명복창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어떤 행위에 앞서 이렇게 직원들 간에 복명복창이 이뤄진 뒤 실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장 팀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고생하는 직원들의 안전 또한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기자의 눈에 차량 앞에 꽂힌 빨간색 깃발이 들어왔다. 깃발에 대해 묻자 장 팀장은 “깃발의 색으로 차량의 정비 단계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정비 중일 때는 빨간색으로, 정비가 중단됐을 때는 노란색 깃발로 직원들 간에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눈 보호를 위해 고글까지 착용한 뒤 몸을 숙이고 차량 밑으로 들어가 봤다. 서너 명의 직원들이 마치 제 자식처럼 닦고 조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컴퓨터를 차량에 연결하자 한 달 동안 운행된 차량 데이터들이 모니터에 입력되기 시작했다. 이 정보를 통해 장비 교체 등 수리에 들어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최첨단 기술로 유지ㆍ보수되는 장면이 신기할 따름이었다.직원들의 설명대로 브레이크 패드와 오일량 등을 점검한 뒤 이번에는 직접 문이 열린 차량 내부로 들어갔다. 때마침, 차량 내부에서 데이터 점검이 이뤄지고 있었다. 내부 점검에서는 차량 문이 잘 열리고 닫히는지와 비상시 안전시설 등을 점검한다.용인경전철은 완전자동 무인운전방식이기 때문에 비상 사태 시에는 대기하는 승무원이 비상 작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많은 분이 숨은 곳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새삼 경전철에 매력에 빠져들었다. ■ 승객 안전 최우선… “시민에게 사랑받는 그날까지 GO!’차량 점검에 이어 이번에는 선로와 역사의 시설물 유지ㆍ보수에 나섰다. 용인경전철은 경전철 운행이 끝나는 자정부터 새벽 3시30분까지가 이들 시설의 점검 시간이다. 오로지 경전철 이용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 활동이다.거대한 기계 두 대가 떡 하니 검수고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선로 위를 지나가며 균등하게 보수해주는 레일연마기와 레일 위에서 각종 보수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유니목이란 차량이었다. 차량 관리에 선로와 역사 관리까지…. 용인경전철의 안전은 조금도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용인경전철은 별다른 큰 사고 없이 운행을 이어나갔다.곽기호 차장은 “‘아차!’하면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리에 소홀히 할 수 없죠”라며 “그만큼 용인경전철은 유지에서부터 보수까지 모든 시스템이 철저하게 운영되고 있답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김재권 용인경량전철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도 철도안전관리체계 정기검사를 통해 안전관리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겠다“며 “예방활동을 강화해 승객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용인경량전철을 만들겠다. 시민 여러분께서 용인경전철에 많은 사랑 보내달라”고 강조했다.용인경전철은 오는 26일로 개통 3주년을 맞는다. 묵묵히 맡은바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이분들이 있기에 용인경전철의 장래가 밝게 그려진다. 용인경전철이 시민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훨훨 하늘을 날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용인=권혁준 기자사진=전형민기자 용인경전철(에버라인)이란?지난 2013년 4월26일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용인 기흥역(분당선 환승)에서 동백지구, 용인시내를 거쳐 전대ㆍ에버랜드 역까지 18.143㎞(15개 정거장) 구간을 연결한다.

[1일 현장체험] CS육묘장 모종기르기 도전

겨우내 얼었던 땅에서 새싹이 움튼다.꽃들과 열매, 그 모든 것들이 새롭게 돋아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계절, 봄이 돌아왔다. 그 봄을 반기듯 농가마다 한해살이를 위한 손길이 분주하다. 손마다 정성과 땀방울이 깃든다.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해주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겨울을 이겨내고 어떻게 봄을 맞이하고 있을까. 먹거리의 탄생기와 성장기가 궁금해졌다. 농가로 옮겨지기 전 첫 생애를 보내는 모종을 만나러 도시를 잠시 떠나 이천 육묘장으로 향했다. 시인 릴케도 ‘갖가지의 기적을 일으키는 봄을 그대에게 보이리라.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라고 하지 않았던가. ■ 건강한 모종 키워 농가 보급하는 ‘육묘장’ 꽃샘추위가 물러난 지난 16일 오전 10시 이천시 모가면 소사리 CS육묘장(대표 신언철)에 도착했다. 이곳은 화훼 모종 전문 육묘장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사계절 내내 채소 모종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육묘장은 종자를 들여와 싹을 틔우고 건강한 모종으로 성장시켜 농가에 보급한다. 모종 농사가 ‘반농사’라고 할 만큼 농사의 기초를 담당한다.CS육묘장은 봄에는 토마토, 오이, 가지, 호박, 수박 등 채소와 엽채류를 생산하고 여름에는 꽃도라지 등 화훼 모종을 기른다. 화훼를 생산하는 여름에는 1만3천200㎡, 겨울에는 8천250㎡의 규모로 육묘 작업을 한다. 연간 주문량은 1천500만본 이상, 단골은 300여 농가에 달한다.이곳에서 잘 자란 모종은 이천, 용인, 하남, 여주, 평택 등 경기지역을 비롯해 안동, 문경, 김해, 해남 등 전국각지로 또 다른 성장을 위해 이동한다. 농사를 막 준비하는 시기이다 보니 CS 육묘장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자연과 도시에서의 계절이 봄이라면, 이곳의 계절은 사실 여름이다. 봄철 영농을 준비하는 농가에 모종을 납품하려면 항상 두 달 먼저 계절을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이곳 역시 올봄 농가에 제때 모종을 출하하려고 지난 1월부터 종자를 심고, 정성스럽게 가꿨다고 한다. 바쁜 일정에 초보 작업자의 방문이 반가울 리 만무했을 테지만, 신 대표는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육묘업에 종사한 지 20년째에 접어든 신 대표는 지난 2013년 경기도 농업전문경영인으로 선정돼 지역에서 기술 개발 등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대표는 작업에 앞서 중요한 사항을 몇 가지 일렀다. “육묘는 신경 쓸 게 많아요. 공산품이 아닌 탓에 정해진 틀대로 제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날씨 등 변화무쌍한 자연의 섭리를 따르다 보면 출하 시기가 제때 맞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농가가 필요한 시기에 건강한 모종을 제때 납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화분 하나 제대로 건사해본 적 없었던 지라 괜한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런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신 대표가 한 마디 던졌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정성이 반이에요. 부담 갖지 말고 잘 돌봐주세요.” ■ 옮겨심기쯤이야? 세심·꼼꼼 ‘난이도 上’ 작업을 위해 들어선 3천300㎡의 유리온실은 적정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시스템이 작동돼 있다. 이곳의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은 지열 시스템과 보과등이 설치돼 있어 날씨 변수에도 무리 없이 모종을 제 날짜에 출하할 수 있다. 유리온실은 바깥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따뜻한 실내 온기와 함께 신선한 흙내음이 코를 간지럽게 했다. 조그마한 상판 위에 발아한 모종들은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흙의 찬기운을 이겨내고 파릇파릇한 얼굴을 내밀었다. 오이, 호박, 배추, 고추, 토마토 등 없는 게 없다. 모종판은 모종이 자란 주기별로 크기가 달랐다. 배추는 25일, 오이는 30~35일, 토마토는 55~65일, 꽃 모종은 120일가량 이곳에서 유아기를 보내다가 농가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해 출하된다. 엽채류나 채소, 과일별로 품종도 여러 가지다 보니 제각각 상판마다 주문 농가의 이름과 종자를 심은 날, 출하 예정일 등이 적혀 있다. ▲ 옮겨심기 작업이 끝난 이후 기자가 모종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첫 작업은 식물들에 안부인사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술은 물론 아기를 돌보듯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내야 건강한 모종이 생산된다는 게 신 대표의 지론이다. 이후 물 주기와 비료 주기 작업이 이뤄지고 출하할 모종을 선별하는 작업도 진행된다. 물을 줄 때도 매뉴얼이 있다. 고추는 20℃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못자리 밑까지 스며들도록 충분히 주고, 주기별 물의 양도 달라야 한다. 육묘 작업은 크게 4번의 과정으로 나뉜다. 종자를 심은 이후 성장 주기에 맞춰 옮겨심고, 건강한 뿌리로 접목 과정을 거친 이후 각각 온도에 맞는 하우스로 이동했다가 농가로 출하된다. 첫 번째 도전은 옮겨심기였다. 그린맛 품종의 고추 모종을 모판흙이 고르게 담긴 육묘 상자 한 칸에 한 포기씩 세심하고 꼼꼼하게 똑바로 심기를 했다. 옮겨심기는 모종의 밑 부분을 들어내 옮길 상판의 흙을 한 숟가락 뜨고 나서 한가운데에 심어 흙으로 다시 단단히 덮어줘야 했다. ‘이 정도쯤이야’하고 생각했지만, 착오였다. 모종은 한가운데가 아닌 모서리에 자꾸 뿌리가 박혔다. 단순해 보이지만,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다. 종자를 옮겨 심으면, 다시 온도에 맞게 다른 하우스로 이동해야 한다. 수백 개의 모종판을 옮기는 작업도 수십 번이다. 이 시기의 생육상태에 따라 이후 개화시기, 꽃의 수, 과실의 형질 등이 결정되는 만큼 어느 것 하나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농사 기초 닦는 육묘산업… 기술인력 육성 애로 바쁜 일정 탓에 작업은 쉴 새 없었다. 하지만, 식물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은 고요해졌다. 식물을 가다듬고 옮기고 물을 주는 작업자들의 손길도 재빨랐지만, 표정은 여유롭고 온화했다. 다음으로, 진행된 작업은 접목이다.보통 모종은 발아된 이후 2주 뒤 접목 작업이 진행된다. 토마토 모종 뿌리 부분을 칼로 잘라내 미리 심어진 접목 전용 뿌리에 맞대어 집게로 고정했다. 서툰 솜씨에 접목되는 부분이 일치하지 않거나 집게가 후두두 흘러내렸다.역시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접목은 사람으로 치면 수술 작업이나 마찬가지다 보니 회복 시간도 필요하다. 접목 작업을 마치면 24시간 실내온도가 27도로 유지되는 접목 탈착실에 옮긴다. 탈착실에는 수분이 빠지지 않도록 비닐을 씌어둔 모종이 즐비했다.이후 일주일 뒤 23도의 하우스로 옮겨져 일주일, 또 회복이 되면 출하 직전 17~18도의 온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1주일을 보내고 나서 농가로 가게 된다. 선별 작업도 중요하다. 트레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작은 묘가 있다면 다른 묘로 교체하고, 뿌리를 잘 살펴 건강한지 살펴본다. 선별된 건강한 모종만이 농가로 출하된다. 일 년 내내 바쁜 곳이 육묘장이라고는 하지만, 농가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육묘장 역시 사정이 쉽지만은 않다. 원가는 오르는 데 납품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인 탓에 숙련된 기술자를 키워내기도 어렵다.신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11명, 한국인 근로자 4명과 함께 육묘장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는 “육묘장은 식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농업에 관심이 있고 전문적인 기술을 훈련할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이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많은 도전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신 대표는 육묘업이 여전히 좋다고 한다. 시민들을 위해 ㈔한국육묘산업연합회와 함께 채소 모종을 무료로 나누어 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신 대표는 “육묘업은 농사의 기초를 닦는 작업”이라며 “사람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사의 반이 시작되는 곳이고, 건강한 생명을 가꾼다는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육묘장에서 묻혀 온 봄 냄새가 온종일 온몸을 감쌌다. 정자연기자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화성시 호접란 농장 ‘세제난원’ 원예사

봄은 흙에서 시작된다. 겨울이 녹고, 봄이 깨어나면, 흙은 헐거워진다.부드럽고, 유해진다. 가벼워진 흙을 머리에 이고 가장 먼저 봄을 증명하는 건 ‘꽃’이다.저 먼 바다 건너 남쪽부터, 봄볕을 따라 천천히 밀려온다. 그러면 겨우내 움츠렸던 아이들의 웃음도, 연인들의 속삭임도 활짝 핀 꽃망울처럼 지천으로 퍼진다. 그 봄을 먼저 만나러, 경기도 화성의 호접란 농장을 찾았다. 그러고 보니, 꽃말도 ‘사랑이 날아온다’다. ▲ 기자가 꽃대에 지주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자동화 설비 하나둘 갖추며 연간 30만본 호접란 생산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찬 기운은 가시지 않았다. 제법 쌀쌀했다. 칼바람도 여전했다. ‘꽁꽁’ 동여매고 집을 나섰다.이 추위에 ‘화훼농장 체험은 시기상조 아닐까?’도 싶었다. 수원에서 40분을 달려, 화성 팔탄면에 소재한 화훼농장 ‘세제난원’에 도착했다. 주로 관상용, 선물용인 ‘호접란’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농가다.생각보다 규모가 있었다. 일일이 세어보니 길게 연결된 비닐하우스만 10여 동에 달했다. 하우스 이곳저곳을 탐색(?)하는데, 농장의 대표 박정근씨(55)가 문을 열고 나와 기자를 맞았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꽃과 함께 해온 탓인지 표정에서 온화함이 묻어났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알아야 한다며 기자를 하우스가 아닌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박 대표의 사무실에는 책들로 가득했다. 호접란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있었다. 국적도 언어도 다양했다.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난’(蘭) 하나에도 그만큼의 이야기가 있었다.“꽃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나라의 언어나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특히, 호접란의 경우 주로 대만이나 네덜란드, 뉴질랜드에서 전량 종묘를 수입해 쓰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 수태를 넣고 분갈이 중인 기자 올해로 만 30년이다. 박 대표와 호접과 인연이…. 시작은 이곳이 아니다. 화성 동탄에서 작게 시작했다. 당시 호접란을 키우는 농가가 많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많이도 죽였다. 온도와 습도가 생육의 관건이었지만, 맞추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했다. 노력은 성과로 나타났다.하나 둘, 틔는 꽃망울처럼 박 대표의 하우스도 하나 둘 늘었다. 화성 팔탄면으로 온 것은 1992년 일이다. 실패한 호접란 농장을 인수받아 세제난원을 차렸다.고비용 탓에 초반 꿈도 꾸지 못했던 온ㆍ습도 조절기부터, 태양광 개폐기까지 자동화설비도 갖췄다. 그러면서 출하량도 크게 늘었다. 연간 30만 본. 서울 양재 화훼공판장을 거쳐 전국 각지로 판매되는 세제난원 호접란 숫자다. 일상에서 한번쯤은 지나쳤겠다.■ 분갈이 쯤이야? 생육에 직접적 영향… 꼼꼼함은 필수!말보다, 몸으로 부딪쳐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박 대표를 재촉했다. 막상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규모가 더 놀라웠다. 각양각색 수십만 본의 꽃들이 각자의 크기에 맞는 화분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3월 첫날, 공휴일임에도, 6~7명의 직원들이 각자 맡은 위치에서 역할하고 있었다.하우스 안은 생각보다 더웠다. 개화 이전까지 생육과정에서 26~32℃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바깥과 기온차가 컸다. 땀이 삐질삐질 났다. 아침, 날이 춥다며 히트텍에 와이셔츠, 니트에 점퍼까지 챙겨 입고 온 수고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기자에게 처음 주어진 일은 분갈이였다. 꽃 생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사람으로 치면, 크기에 맞는 살 집을 골라주는 일이다. 어렸을 때 꽃을 키운 경험이 있어 능숙치는 않아도 분갈이 정도는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쉽지 않았다.일단 재료부터 달랐다. 호접란 분갈이는 흙을 쓰지 않는다. ‘수태’라고 불리는 이끼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재배되지 않아 칠레산을 쓴다. 이끼 자체 특성 덕분에 습도조절의 장점이 있다. “호접란은 크기에 따라서 소묘, 중묘, 성묘로 나뉩니다. 그 말인 즉 세 번의 분갈이 과정을 거쳐야 하고, 각각의 과정에 맞는 기간도 달라요. 통상 소묘에서 성묘까지 16개월 정도 걸립니다. 그만큼 성장이 더디지만, 개화가 되면 그만큼 화사한 것이 또 호접란의 매력이죠.”(웃음)분갈이 포인트는 적당량의 수태를 끊어다 뿌리를 감싸는 일이다. 뿌리에 맞춰 걸러야 한다. 또 뿌리와 화분사이 수태가 꼼꼼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꼭꼭 눌러 담아야 한다. 말은 쉽지만, 힘 조절이 어려웠다. 수태를 넣는 과정에 뿌리가 손상될 수 있는 탓이다. 거기에 수태가 잎 위로 올라와서도 안 된다. 균에 감염돼 자칫 병이 들 수도 있다. 이런저런 주의를 듣고 나니, 분갈이가 더 힘들어졌다. 하나하나 생명인 탓에 허투루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뿌리가 다치면 죄책감이 들고…. 보다 못한 박 대표가 작업을 멈추게 했다. 겉으로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론 안심했다. “분갈이가 쉬워보이지만, 사실 숙달된 사람도 실수를 연발하는 게 분갈입니다. 집도 어떻게 리모델링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생육에도 영향을 미치죠.” ▲ 분갈이 작업이 끝난 종묘를 이동하고 있는 기자와 박정근 대표. ■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생육과정 주의깊게 관찰생육온실에서 16개월 정도 있으면, 호접란은 싹 틔울 준비를 한다. 성장의 조짐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관찰할 수 없다. 잎 아래 부분에서 좁쌀 크기의 ‘싹눈’의 튀어나올 조짐을 보이면 꽃대가 나올 준비를 끝냈다는 의미다. 꽃대는 꽃이 매달리는 줄기다. 이 줄기를 따라 비로소 호접란 꽃송이가 하나, 둘 매달리게 된다. “간혹, 생장단계가 끝나지 않았는데 꽃눈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꽃보다 성장이 빠른 게 아니라, 어딘가 아프다는 의미예요. 종족 번식의 본능이 있다 보니, 죽기 전에 꽃을 피워야겠다는 생각으로 꽃눈을 틔우는 겁니다. 어찌 보면 안타깝죠. 대체로 그런 묘는 얼마가지 않아 죽고 맙니다. 다른 묘에도 영향을 미치기 전에 걸러내는 게 중요해요.”종묘 전체의 10%가 비정상적 생육으로 걸러진다. 다른 종류의 꽃들에 비해 불량은 적은 편이지만, 30만본 중 3만본가량이 걸러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다음으로 한 일은 꽃대에 지주를 연결하는 일이다. 꽃망울이 잘 맺힐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교정 작업이다. 대략 꽃대가 10cm정도 튀어나오면 지주를 단다. 꽃대 마디마다 하나씩 세 부분을 연결한다. 이것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우선 꽃대 마디를 찾아야 하고, 적당한 힘으로 연결해야 한다. 너무 헐겁거나 빡빡해도 생장에 악영향을 준다. 직원의 도움으로 몇 본의 호접란에 지주를 연결했다. 분갈이보다는 수월했다. 하지만 역시 힘 조절. 제대로 조였다 싶었어도 스르륵 흘러내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화분 몇 개를 성공했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누군가를 키워내는 건 힘들다. ▲ 기자가 호접란에 공급되는 물의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 ■ “종자는 국가경쟁력 밑바탕… 호접란 분야 만큼은 최고”마지막 일은 살수(撒水)였다. 물주기는 쉽겠지 해지만, 역시였다. 물 온도(23~24℃)는 기계가 자동 조절하지만, 살수는 수작업이다. 일일이 꽃 상태를 보고, 적당량 살수해야 해 완전 자동화는 힘들다. 때문에 다른 작업보다 숙련된 기술과 촉(?)을 필요로 한다.살수 작업에는 단순 수분 공급만 하는 건 아니다. 물에 비료도 첨가해야 한다. 작업은 기계가 한다.별도의 비료탱크에서 pH(산성도), EC(전기전도)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비료를 동시 살수한다. 수치는 일일이 육안으로 해야한다. 작업이 까다로운 이유다. 이렇게 20~22개월의 과정이 지나면, 출하가 가능한 완성본이 만들어진다. 보통 4~5송이를 출하 기준으로 삼는다. 가격은 보통 7~8천원 대, 경기가 좋지 않으면 5천원 대로 폭락하기도 한다. 종묘로 들여올 때 1천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7~8배가량 가치가 상승하지만, 2년여의 생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수익은 아니다. 그래도 안정적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농업이라는 것이 다 그렇습니다. 서서히 성장하는 거죠. 서두르면 반드시 실패하는 게 농삽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그게 관건이죠.” 박 대표는 호접란 농장을 가업으로 생각한다. 그만큼의 비전도 갖고 있다.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종자부터 개화, 출하, 연구까지 가능한 기술과 시설, 인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대표의 아들, 병욱(26), 병윤(24)에 호접란 농업을 가르치는 것도 이 같은 의지의 표출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에는 화훼분야에서 두 번째, 호접란 분야에서는 첫 번째로 ‘마이스터’(명인) 자격을 받기도 했다.“어느 나라, 어느 역사를 막론하고 농업을 천대하는 사회는 영속할 수 없습니다. 종자가 국가 경쟁력이 되는 세계 흐름 속에서 제가 하고 있는 영역만큼은 최고가 되는 게 지금 목푭니다.” 박 대표의 봄은 아직이다. 박광수기자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영통구 공정선거지원단

20대 시절 ‘유권자로서 적극적인 자세로 선거에 참여했느냐’고 자문한다면 부끄럽지만 대답은 ‘NO’다.정치부 기자로서 처음 치르는 4ㆍ13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기자가 아닌 유권자로서 선거에 임하는 스스로의 자세를 되짚어 볼 수있는 계기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기자 일일체험으로 공정선거지원단을 선택한 이유다.지난 18일 공정선거지원단 체험을 위해 수원시 영통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신참 필수 코스는 ‘선거법 교육’“공정선거지원단으로 활동하려면 기본적인 선거법부터 숙지해야죠” 밝은 남색과 옅은 노란색으로 디자인된 단복을 건네받았다. 단복으로 갈아입고 느릿느릿 옷매무새를 만지고 있는게 답답했는지 옆에 있던 차태욱 영통구선관위 지도담당관이 이내 옷소매를 잡아 끌었다. 차 담당관에게 이끌려간 자그마한 사무실에는 단복을 맞춰 입은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이 모여 있었다. 현재 경기도에는 700여명이 넘는 공정선거지원단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영통구선관위 지원단은 총 13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본부팀과 지역순회 3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영통구내 10개동을 관할한다.오전 9시. 지원단은 매일 오전 사무실에 모여 간단한 교육 및 전달사항을 듣고 일정을 시작한다. 호기롭게 자기소개를 마친 뒤 지원단과 함께 섞여 앉았다. 앞에 놓인 ‘정치관계법 사례예시집’을 펼치자 선거법 교육이 시작됐다. 반복된 교육으로 선거법을 줄줄이 꿰고 있는 지원단이 신임 지원단을 위해 양해해준 재교육인만큼 성실히 교육에 임했다. 교재에는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교부 등 예비후보자와 관련한 선거법이 할 수 있는 사례와 할 수 없는 사례로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지원단은 이러한 사례들을 완벽히 숙지해 예비후보자 및 관계자들에게 이를 전달, 예비후보자와 관계자들이 법을 잘 몰라서 위반하는 것을 미연에 예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오전교육. 다양한 선거법과 사례들을 머릿속에 넣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현장에 나가서도 틈틈이 숙지할 요량으로 교재를 챙겼다. ■ 관할구역 정치관계법 홍보 바쁘다~ 바빠!지역순회 1팀 차량에 올라탔다. 관할 구역을 돌며 정치관계법을 홍보하고 선거관련 활동정황을 체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후보자에 한표, 정당에 한표’ 문구가 쓰여진 선거 홍보 카탈로그를 한 움큼 쥐고 첫 방문지인 영통2동 척사대회장으로 들어섰다. 투표기간과 투표방법, 유의사항 등이 기재된 선거 홍보 카탈로그를 동네 어르신들께 전달하고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다소 쉬운(?) 업무였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다. 몇몇 분들은 윷놀이에 열중하느라 카탈로그를 내민 손을 외면하기도 했고 말을 걸기도 전에 자리를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멋쩍게 카탈로그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데 한 어르신이 말을 건넸다. “총각, 이게 뭔데? 선거 잘하라고 주는 건가? 좋은 사람 뽑으라고 주는 거여?” 어르신은 가볍게 웃은 뒤 카달로그를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실제로 지원단은 선거법에서 정하고 있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이 단순한 임시직 또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고 한다. 차태욱 지도담당관은 “지원단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현장에서 선거법을 안내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등 ‘공무수행’을 하고 있지만 몇몇 분들이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거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는 아쉽고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척사대회장에 이어 견학차 찾은 A예비후보 사무실. 이곳에서는 회계책임자에 대한 정치자금회계실무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지원단 중 비용회계팀은 이렇게 하루 1~2개의 사무소를 돌며 회계담당자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영통구선거지원단의 경우 예비후보자 사무소 5곳, 후원회 사무소 2곳 등 총 7개 사무소를 순회한다. 지원단 활동에서 특이할 점은 핸드폰을 통한 정보 공유다. 지원단은 핸드폰 단체 채팅방을 이용해 서로의 정보를 교환,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예비후보자나 입후보예정자의 활동상황, 선거와 관련한 각종 행사 및 현수막 등 사진을 지원단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해 채팅방으로 공유, 선거관리위원회 임직원, 지원단 지도부 등이 이를 체크하는 구조다. 하루 평균 채팅방에 게재되는 사진만 40~50건이라고 한다.지원단 업무는 오후 6시까지다. 오전 간단한 교육일정을 제외하면 8시간여를 야외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특히 본격적인 선거기간인 3월31일부터 4월12일까지는 주야로 나눠 야간근무까지 병행한다고 하니 지원단의 노고를 알 수 있다. ■ “선거 단속반 아닌 공정선거 알리미!” 오전 야외 홍보활동에 이어 투표함 관리번호 홀로그램 스티커 부착과 2016년형 기표대(거동불편자겸용) 점검 및 시연 업무를 체험했다. 영통구 선관위 사무실에 놓여진 선거 투표함들에다 일일이 스티커를 부착하는 작업이다. 투표함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착되는 ‘관리번호 홀로그램 스티커’는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사용되는 것으로 지폐를 만드는 기술로 제작된다.레이저로 미세하게 요철을 깎아 인쇄한 동판으로 제작해 똑같은 금형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홀로그램 스티커 안에는 위ㆍ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위원회 로고 모양의 워터마크가 새겨져 있으며 워터마크는 식별필터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투표함을 열고 스티커를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하나씩 붙여 나갔다. 스티커를 잘못 붙였다가 다시 떼어 낼 경우 스티커가 손상돼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줘야하는 작업이다. 이어진 업무는 2016년형 기표대 시연이다. 일반적인 기표대와 함께 투표소당 1개씩 설치되는 이 기표대는 장애인,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투표 편의를 위해 제작됐다. 휠체어 등을 감안해 기표대는 양 폭을 넓게 설계했고 높이를 낮췄다. 기표대를 설치해 이상 유무를 꼼꼼히 살핀 뒤 다시 처음 상태로 돌려 보관한다.조광호 영통구선관위 지도홍보계장은 “공정선거지원단은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거법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작은 활동일 수도 있지만 공정한 선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지원단 모두가 큰 자부심을 갖고 있죠. 특히 후보자 등이 선거법을 잘 몰라 경미한 위반을 저지른 상황에서 지원단의 신속한 현장 시정안내로 반복된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게 된데 대해 고마움을 전할 땐 지원단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지원단은 자신들을 ‘선거 단속반’이 아닌 ‘공정선거 알리미’로 바라봐주길 희망한다. 주변에서 노고를 인정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때 큰 힘이 된다는 공정선거지원단. 오는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기까지 공정한 선거를 만들기 위해 거리를 오가는 영통구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의 활약을 기대한다. 박준상기자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남양주 호평체육문화센터 안전요원

레크리에이션과 건강, 경영, 직업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수영’은 폭넓게 대중화를 이루고 있는 인기 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특히 요즘엔 잘 갖춰진 실내수영장 등으로 추운 겨울철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 등 때를 가리지 않는 4계절 인기 종목으로 자리잡고 있다.하지만 높은 인기만큼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확률 역시 높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이렇듯 수영장에서 수영인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의 역할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한파주의보 발령으로 동장군이 맹위를 떨쳤던 최근, 기자는 안전요원 체험을 위해 남양주 호평체육문화센터로 발걸음을 뗐다. ■ 수영인구 수요 급증… 안전요원 역할 UP수년 전까지 남양주는 넓은 땅과 많은 인구를 보유하며 수영 메카도시로서의 필요한 요건을 갖추고도 ‘수영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아 왔다. 특히 공식규격인 50m 수영장이 없어 유망주들을 타 도시로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일도 수없이 겪었다.하지만 지난 2013년 2월 남양주시수영연맹 창단과 더불어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ㆍ정다래를 배출한 노민상 감독이 연맹 고문으로 활동하며 매년 전국마스터즈 대회를 성공적으로 진행, 붐을 조성했고 체육문화센터 추가 신설 등 인프라 구축으로 ‘수영’ 종목은 남양주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남양주 일일 수영인구가 6천70명(남양주센터 780명, 호평 1천500명, 오남 720명, 와부 820명, 진접 770명, 화도 1천480명ㆍ2016년도 1월 말 기준)에 이르는 남양주시 집계는 이같은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이같이 급증하는 수영인구 수요와 더불어 안전요원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해지고 있다. 수영장 안전요원은 문화관광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한적십자사, 한국수영장경영자협회의 수상안전요원 자격증을 보유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관련 자격증이 전무한 기자는 이날 남양주시수영연맹 수영부 홍종진 감독(39)의 도움을 받아 야매(?) 요원으로 일일 체험을 진행했다.■ 복장장비체크! 아침부터 강행군오전 8시, 기자를 비롯해 센터 소속 강사들과 안전요원들이 수영장 내 조그마한 사무실로 삼삼오오 모였다. 하루를 시작하며 잡담(?)을 겸한 인수인계에다가 특이사항과 주의사항 등을 공유하는 자리다.홍 감독은 “이른 새벽, 특히 요즘같이 추운 겨울철엔 아쿠아로빅, 강습, 자유수영 등 다양하게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 이들의 회의는 이른 새벽시간대 시작되지만 기자를 위해 시간을 늦춰 진행했다.오전 9시가 되고, 강습생들이 우르르 몰려오면서 기자에게 간단한 첫 번째 임무가 주어졌다. 바로 ‘복장 및 장비 체크’다. 수영복은 제대로 착용했는지, 장비는 챙겼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수영모의 경우 미착용시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어 대여를 하는 등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또 자유수영 시간엔 강습생들이 자주 가져오는 오리발 장비도 단속해야 한다. 함께 수영하는 강습생들의 안전을 위해 정식 핀수영 강의 시간 외에는 착용을 금지토록 유도한다.■ 안전 또 안전위해 감독 ‘명’ 따라 일사불란이어 강습생들과 함께 체조를 실시한 뒤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홍 감독의 지시에 따라 안전을 대비해 강습생들이 다이빙 등의 돌발 행위 시 호루라기로 경고를 주고, 밀대로 미끄럼 방지를 위해 틈틈히 실내수영장 바닥 타일에 물 제거 작업을 병행했다.보통 수영장 안전요원은 강사들이 수업 외 진행해 업무만으로 보면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명구조 가상훈련 투입! 응급처치 ‘긴장’점심 시간이 지나고 예정에 없던 가상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에서는 물에 빠진 강습생들을 튜브로 건져 구하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한편, 안내 데스크로 빠르게 통보하는 응급처치 훈련이다.훈련 이후 오전 업무를 반복한 기자는 오후 5시 수업을 끝으로 퇴장하는 강습생들에게 눈병 및 피부병에 대비한 샤워를 당부하고 이날 체험을 마쳤다.안전요원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안전은 운동을 하는 사람 스스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게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더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운동과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자. 안전 제일선에서 최고의 스포츠 환경을 제공코자 오늘도 분주한 안전요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하지은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인천지방경찰청 기마경찰대

순수하고 맑은 동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던 마음이다. 이를테면 TV 속 신기한 마술(魔術)의 비밀을 밝혀내려고 브라운관을 이리저리 옮기며 구석구석 살펴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바로 동심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동심을 간직한 대다수 아이는 마술이 마술사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도구와 기술에 의한 속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순간 동심도 사라진다. 그러나 인천에는 특수 제작된 도구와 속임수 없이 진짜 마술(馬術)을 부리고 아이들의 동심도 오랫동안 지켜주는 특별한 경찰이 있다. 말을 타고 자유자재로 부린다는 의미에서 마술이라 불리는 승마를 통해 경찰 본연의 업무는 물론, 범죄 예방과 홍보, 청소년 심리치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천지방경찰청 기마경찰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 29일 10필의 말과 함께 인천 곳곳을 누비는 인천기마대의 하루를 체험해 봤다. ■ 관광도시 인천의 자랑 ‘기마경찰대’인천기마대는 말의 행동이나 습관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승마를 활용해 경찰 본연의 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과 전북, 제주에 이어 전국 4번째로 탄생한 인천기마대는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인천기마대는 지역 내 행사에서 관광경찰대, 싸이카순찰대와 함께 인천지역과 경찰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차이나타운과 송도 등 주요 관광지에서 적극적인 치안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내 청소년을 위한 승마 프로그램과 학교폭력, 약물 중독 등 청소년 범죄 예방 활동도 벌이고 있다.특히 소외계층 청소년과 행동장애·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는 청소년을 위한 심리치료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전현문 경위(50)를 필두로 변상원 경위(50), 안병욱 경사(44), 원종남 경사(44), 정용길 경사(38), 김자영 경사(36·여), 김나윤 순경(34·여), 김연진 순경(29·여) 등으로 구성된 인천기마대는 서구 드림파크 승마장에서 에이스 ‘청풍’을 비롯한 수말 8필과 암말 2필을 관리하며 날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삐를 채우고 있다. ■ 청결·위생은 생명! 분뇨 치우고 톱밥 나르고매서운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렸던 지난달 29일 오전 8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드림파크 승마장. 날카롭게 느껴질 만큼 차가운 바람을 뚫고 마구간에 들어서자 말 분뇨냄새가 가장 먼저 반겨왔다. 코끝을 찌르는 분뇨냄새가 반갑지 않았지만, 인천기마대 직원들은 분뇨냄새마저 익숙한 듯 편안한 표정으로 각자 맡은 말의 상태부터 확인했다.직원들은 말들이 밤새 잘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목을 쓰다듬었다. 긴장을 할수록 목이 굳어지는 말의 특성을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말들의 귀 모양도 확인했다.귀가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젖혀진 모습을 통해 기분이 좋거나 혹은 나쁜 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간단한 마사지와 대화로 말의 긴장을 풀어준 직원들은 곧바로 분뇨처리에 나섰다. 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또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청결이기 때문이다.쉴 새 없이 분뇨를 치우고 톱밥을 채우는 직원들은 동시에 물과 먹이도 채웠다. 이처럼 인천기마대 직원의 하루는 각자가 맡은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잘 잤어?”, “괜찮아”, “잘했어” 등의 말로 끊임없이 말과 대화를 하며 각자의 일을 처리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이미 말과 가족처럼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김연진 순경은 “새벽같이 마구간에 나와 말 상태를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분뇨냄새는 이미 적응해 오히려 하루라도 냄새를 맡지 않으면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 “말들의 건강과 청결을 유지하고 심리 상태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방마·조마… 꾸준한 소통 ‘최고의 훈련’인천기마대 마구간에는 유일한 백마임과 동시에 기마대 에이스 역할을 담당하는 청풍(7)을 비롯해 금동(8), 히트(6), 폴로(8), 야호(10), 빅터(4), 나이스런(3), 강자의 인연(6) 등 총 8마리의 수말이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나우리즈(5)와 이스트로 걸(4) 등 2마리의 암말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기마대 직원들이 마구간을 청소하는 동안 10마리의 말은 음악 감상을 한다. 최근 유행하는 가요부터 분위기 있는 클래식과 다소 시끄럽게 느껴지는 사물놀이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이 음악은 청각에 예민한 말이 행사장에서 음악 소리와 시민의 박수 소리 등에 놀라 당황하는 것을 예방하는 일종의 훈련이다. 사실 가장 기초적인 훈련에 속하는 청각 훈련이지만, 이곳에 있는 말들은 이 같은 훈련 경험이 부족한 상태다. 대부분 마사회에서 경주마로 활동하다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퇴출당한 까닭이다. 이 때문에 기마대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훈련 역시 경주용 말의 거칠고 질주하려는 습성을 잠재우고 승용 말처럼 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기마대 직원들은 마구간 정리가 끝난 후 가장 먼저 말들이 자유롭게 뛰는 방마를 진행한다. 말똥을 치우고 있다. 밤새 차오른 힘과 날뛰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방마가 끝난 후에는 사람의 지시대로 걷고 달리는 조마와 다양한 소리를 이용한 청각 순치, 인파가 많은 지역을 직접 보여주는 환경적응훈련,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는 평보와 속보, 구보 등 다양한 훈련을 연이어 실시한다. 이 모든 훈련을 위해 끊임없이 말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대화도 절대 빼놓지 않는다. 안병욱 경사는 “경주용 말들이 가진 습성 탓에 사람을 거부하지 않고 잘 따르게 하는 순치를 끊임없이 반복 훈련하고 있다”며 “시민들 가까이에서 사고 없이 완벽한 임무를 수행하고자 모든 직원과 말이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마술(馬術)을 부리다관광지역으로 유명한 인천과 경찰의 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위해 탄생한 인천기마대는 이에 못지않게 지역 내 청소년들이 말과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천에 사는 저소득층 자녀는 물론, 지적장애 등 각종 장애를 지닌 청소년들이 말과 교감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6세기 유럽으로 확산된 후 1900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승마는 각종 장애를 치료하는 운동으로 신체교정과 근육발달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신체 접촉과 정신적 교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정서적인 만족을 되찾는 등 정서순화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천기마대는 이 같은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매주 NGO 단체, 특수학교 등과 함께 미취학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승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기마대가 아무런 도구와 속임수 없이 진짜 마술(馬術)을 통해 지역 내 청소년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인천기마대는 앞으로도 치안과 홍보, 범죄예방 등 경찰 본연의 업무는 물론, 지역 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끊임없이 개발할 방침이다.전현문 인천기마대장은 “날씨가 풀리면 차이나타운과 소래포구, 송도국제도시 등 주요 관광지역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경찰 본연의 업무만큼 지역 내 청소년이 말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원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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