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 청항선 938호 ‘해양 쓰레기 수거작업’

얼마 전 찾아간 연안부두 앞 바닷가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부두 앞바다 군데군데 떠 있는 쓰레기가 가장자리로 모이면서 소주병, 플라스틱병, 스티로폼 할 것 없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쓰레기 주변에는 기름띠마저 떠다녀 지나가는 관광객이 눈살을 찌푸렸으며, 악취는 물론 환경오염까지 짐작케 했다. 육상 쓰레기야 환경 미화원이 치운다지만, 바다 위 쓰레기는 누가 치울까. 혹시 어선이나 여객선 항로에 쓰레기가 있으면 운항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이같은 고민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자 30일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의 청항선 인천 938호에 동승해 해양 쓰레기 수거 작업을 체험했다. 인천 938호는 1989년 건조된 36t급 청소방제 겸용 선박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에는 인천 938호 외에 인천 936호, 인천 937호 등 모두 3척을 운용 중이다. ■ 깨끗한 인천 앞바다 만드는 사람들 이날 동승은 아쉽게도 물때가 맞지 않아 정기 청소가 아닌 특별 청소에 맞춰 이뤄졌다. 일정한 시간에 이뤄지는 육상 청소와 달리 바다 청소는 물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만조 시에만 이뤄진다. 인천 938호는 인천 가까운 바다, 인천 937호는 인천 먼바다, 인천 936호는 내항을 각각 맡으며 이날 탄 배는 가장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인천 938호다. 청항선은 매일 1회 새벽이나 오전에 담당 구역을 4~5시간에 걸쳐 정기 청소를 진행하며, 오후나 심야에는 민원이 접수되거나 상황이 발생하면 특별 청소를 진행한다. 인천지사에서 매년 수거하는 부유 쓰레기양만 해도 200여 톤에 달할 정도로 부유 쓰레기는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오후 5시께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 앞 부두에서 인천 938호와 피요환 선장 포함 4명의 선원을 만났다. 19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피 선장부터 이제 2년 남짓 된 박상현 기관사까지 경력은 다양하지만, 팀워크만은 어느 배 못지않았다. 다행히 날씨는 전형적인 여름 날씨였으며, 며칠 전 내린 비로 바닷가에 떠 있는 해양 쓰레기양 또한 양호했다. 막내인 박 기관사는 물론 깨끗한 바다를 만들고자 하는 일이지만, 너무 없으면 허무하기도 하다며 많은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와야 일한 느낌도 나기 마련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피 선장의 신호 아래 기자는 박 기관사의 도움을 받아 라이프 재킷과 안전모를 쓰고 인천 938호에 올랐다. 인천 938호는 작은 어선과 비슷한 크기로 낡은 배이지만, 다소 독특한 모양으로 이뤄졌다. 일반적인 배가 속력을 내기 위해 유선형으로 생긴 반면, 인천 938호는 선수 부분에서 쓰레기를 올리기 위해 선수 부분이 뭉툭하게 만들어져 개폐가 가능했다. 선수 부분이 열리면 프로펠러를 가동해 선수 인근의 부유 쓰레기를 그러모으게 되며, 이를 컨베이어 벨트로 배 안에 모으게 되는 시스템이다. ■ 쓰레기 꼼짝 마! 유리병플라스틱 청항선 안으로 쑥~ 멀미가 날 경우는 약 먹어야 하니깐 얼른 얘기해요. 자 출발합니다. 약 30분간 배 구조와 작동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이정훈 항해사와 박 기관사가 인천 938호를 부두와 고정한 계선줄을 풀자 배는 서서히 움직였다. 오늘의 민원 장소는 바로 부유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연안부두 인천해경 인항파출소 앞. 인천 앞바다 해류의 특성상 만조 시에 각종 쓰레기가 부둣가로 몰려들며, 특히, 모서리에 해당하는 연안부두 인천해경 인항파출소 앞은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민원이 자주 접수되고 있다. 여객선이나 어선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있지만 부유 쓰레기의 대부분은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바람이나 인력에 의해 바닷가로 버려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정기 청소를 하더라도 금세 쓰레기가 모여, 심한 경우는 하루에 4~5차례 넘게 이곳을 찾게 된다. 인항파출소 인근에 도달하자 늘 보던 것처럼 부유 쓰레기가 한가득 우리를 맞이했다. 피 선장의 지휘 아래 선수가 개방됐고, 조정식 기관장과 기자가 함께 컨베이어 벨트를 바닷물 속으로 내리고 프로펠러를 가동했다. 이 정도만으로 쓰레기가 모이면 좋으련만 프로펠러의 힘이 약해서인지 멀리 있는 쓰레기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좌측 선수에 이 항해사, 우측 선수에 박 기관사와 기자가 배치돼 뜰채나 핫갓대를 양손에 들고 멀리 있는 쓰레기를 선수 앞으로 모았다. 이날 처음 본 핫갓대는 장대 끝에 갈고리가 달린 형태로 스티로폼같이 부피가 큰 쓰레기를 당길 때 주로 사용한다. 핫갓대나 뜰채 같은 도구들이 모두 3~4m 정도 길이에 달하는데다 물 안팎으로 쓰레기를 움직여야 하니 조준 자체도 쉽지 않았다. 스티로폼이나 노끈 같은 비교적 멀쩡한 쓰레기만 있으면 좋겠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 같이 보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도 적지 않았다. 기자가 힘겨워하자 박 기관사가 올바른 자세와 요령을 알려줬고 30여 분이 지난 후에는 하나 둘 쓰레기들을 원하는 대로 조준할 수 있었다. 매번 일일체험이 언제나 그렇듯 이제 손에 익을만하니 다른 작업에 배치됐다. 이번 작업은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오는 쓰레기를 분류하는 일. 일명 1t 마대라 불리는 대형 마대가 컨베이어 벨트 끝쪽에 달렸으며, 어지간한 쓰레기는 자동으로 마대 안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뾰족한 쓰레기가 마대로 들어가 마대가 찢어지거나 대형 쓰레기가 그대로 마대 안을 차지해 다른 쓰레기까지 막지 않도록 분류 작업이 진행된다. 이 항해사와 박 기관사가 여전히 선수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과는 별개로 기자는 조 기관장과 50여㎝ 길이의 꼬챙이를 손에 쥐고 커다란 쓰레기와 뾰족한 쓰레기를 따로 빼냈다. 시선을 컨베이어 벨트에 고정한 채 올라오는 쓰레기를 계속 보고 있자니 이런 쓰레기는 바다에 어떻게 왔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해 장마 때는 커다란 돼지 사체가 떠내려와 4명이 모두 달려들어 고약한 냄새를 이겨내며 겨우 배 안으로 끌어올렸단다. 기자의 남다른 비위 탓에 분류 작업은 비교적 손쉽게 진행됐으며, 바다에 떠있는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며 작업은 끝을 보였다. ■ 사명감보람으로 하는 작업, 시설만 더 좋았으면 1시간 넘는 작업을 마치고 다시 부두로 복귀하는 길에 접어들고서야 겨우 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좁디좁은 배 안에서 제대로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 없어 난간에 기댄 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놀란 근육을 진정시켰다. 마침 인천대교 너머로 석양이 시작되자 기대하지 않았던 낭만이 펼쳐졌다. 이 항해사는 이렇게 돌아가는 길이 되면 아 또 하루가 끝났구나하는 안도감이 든다며 고되기는 해도 보람찬 일이라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아쉬운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떨어지는 인천 938호의 기동성이었다. 인천 938호는 26살 먹은 배로 전국 19척의 청항선 중 가장 최고령에 해당한다. 때문에 최고 속력이 4노트에 불과해 가까운 인항파출소를 다녀오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국, 민원이 들어와도 출동하는데만 시간을 허비해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시민 불만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프로펠러 등 배의 각종 시설이 낡아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청항선 교체 사업을 조속하게 추진한다니 아쉬움은 접어두고, 부두에 도착해 수거한 마대 자루를 크레인을 이용해 육상으로 올렸다. 이날 수거한 쓰레기만 해도 1t 마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물에 젖은 탓에 인력으로는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들 척하면 척 알아들을 정도의 팀워크로 능수능란하게 움직였고, 이내 마대는 육지 위로 안착했다. 2시간여의 작업을 마치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안 쑤신 곳이 없었다. 그래도 인천 938호 선원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인천 앞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박용준기자 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체험 119 시민수상구조대

와~ 여름이다. 작열하는 태양과 푸른빛 바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다소 갑갑함을 느끼던 출입처인 인천시청을 벗어나 일탈할 수 있는 날이다. 1년에 1차례꼴로 돌아오는 현장체험을 핑계 삼아, 아직 못 가 본 여름휴가의 대리만족을 할 수 있을까. 헛된 상상에 일찌감치 가슴만 달아오른다.그러나 현실은 정장차림에 구두를 신은 내 복장이 대변한다.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지난 20일 막무가내로 인천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다는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이번에 내가 체험할 직업은 119 시민수상구조대이다.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 방문객의 물놀이 안전을 책임져보자. ■ 사전 업무숙지 필수인천공항소방서로 Go~Go~ 본격 직업체험을 하기 전, 그네들의 임무 방해를 최대한 줄이려면 사전 업무 숙지는 기본. 을왕리해수욕장에 배치된 119 수상구조대의 소속인 인천공항소방서를 먼저 방문, 안내사항을 먼저 접하는 게 필수였다. 인천공항소방서는 영종하늘도시 등 급속히 증가하는 인구의 소방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지난 6월 22일 업무를 시작했다. 정식 개서는 7월 24일이다. 어서 오세요~ 구조구급팀의 임양수 반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임 반장은 여름 휴가철 한시적(7월 1일~8월 23일)으로 운영하는 119 수상구조대 업무를 사령부격인 소방서 내에서 총괄하고 있다. 그는 사전에 전화통화로 주말에 현장체험을 할 수 있겠느냐고 협조를 구했을 때, 인파가 몰리는 주말엔 임무에 방해를 줄 소지가 있다며 단번에 거절했던 무시무시한 소방관이기도 하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에선 단 1초의 여유도 없는 노릇이다. 임 반장은 다소 방문객이 뜸한 월요일에 체험을 허락해줬다. 간략한 요원 배치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한 뒤 바로 현장으로 가실까요? 자세한 얘기는 현장 요원에게 들으시죠.라며 내 손에 빨간색 119 수상구조대 유니폼을 들려줬다. 뭐야 숨돌릴 틈조차 없잖아? ■ 휴양지의 여유는 무슨 서둘러 임무수행 채비 바쁘게 이끌려 도착한 을왕리해수욕장. 평일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많은 관광객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마침 구조대의 점심 시간이었다. 그러나 빨리 먹고 나갑시다. 오늘 내 사수로 지정된 김찬영 소방교(39)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 소방교는 지난 2008년 공채로 임용돼 현재까지 119구조대 소속인 말 그대로 구조부문 통이다. 특히 해병 출신인 그는 인명구조사는 물론 스킨스쿠버 자격증까지 갖춘 육상수상 전천후 구조대원이다. 인천서부소방서 119구조대에서 차출, 이곳 을왕리해수욕장에 파견된 지도 벌써 3년째다. 인근 식당에서 배달온 도시락을 둘러싸고, 구릿빛 피부에 우락부락한 근육이 가득한 구조대원들이 모여 앉았다. 일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사무실 밖에서 경계에 매진한다. 나중에 식은 국밥을 먹어야만 하는 경계조에 새삼 미안함이 솟았다. 어쨌든 즐거운 식사시간. 내 옆에 해병 출신 김 소방교와 특전사 간부 출신인 박병도 소방교(41)가 자리 잡았다. 갑자기 오늘 내가 막내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위압감에 자연스레 국자에 먼저 손을 얹고 배식을 시작했다. 이날 근무는 119 수상구조대 1차 기간(7월 1~26일)의 을부 담당이다. 을부는 구조부문 6명, 구급부문 3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항소방서 소속과 타 소방서에서 파견 온 소방관 비율은 5:5다. 이들은 의용소방대와 한국구조인협회, 가천대 응급구조학과 학생 등 민간 안전요원과 더불어 을왕리해수욕장과 왕산해수욕장,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등의 수상수변 안전을 책임진다. 특히 을왕리해수욕장은 하루 3만여 명의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인천지역 최대규모 해수욕장이어서 아예 거점 초소가 마련됐다. 다 먹었으니, 몸 풉시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대원은 마치 군인과 같았다. 정장차림에서 재빠르게 구조대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얼떨결에 스트레칭과 PT 체조를 끝마치고, 구조구급 장비 점검과 교육이 시작됐다. 땀이 비 오듯 났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얼마나 고맙던지. ■ 일촉즉발 현장속으로 수변순찰 경계 만전 낮 12시 30분께, 관광객은 아니지만, 해수욕장 인근서 건설작업을 하던 한 사람이 동료의 부축을 받고 구조대 사무실을 찾았다. 바지 양쪽에 구멍이 나고, 피에 흥건히 젖은 부상자였다. 내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던 을부 구급반장 이용재 소방장이 재빠르게 진료모드에 돌입했다. 품이 좁은 바지를 가위로 과감하게 자르고, 상처를 들여다보니 다행히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소독과 드레싱 등 응급처치가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을부 9명 중 구급대원 3명은 이처럼 거점 초소에 남아 부상자 응급처치와 익수자 소생, 응급환자 이송 등을 전담한다. 낮 12시 50분께, 부상자 방문에 놀랐던 가슴을 추스르기도 전, 갑자기 유힘찬 소방교(39)가 망원경을 눈에 갖다 대곤 바다를 주시한다. 누가 지시할 것도 없이 내 사수인 김 소방교가 사륜구동차량 해변라이더에 시동을 건다. 2인 1조 체계인지라, 정석원 을부 부대장 역시 차량에 오른다. 썰물 때 드러난 갯벌을 따라 한참을 달려 도착한 바다. 수영복을 입고 인솔자를 졸졸 쫓는 유치원생 20여 명이 눈에 들어왔다. 정 부대장은 비록 썰물 때지만, 아이들은 한시도 안심할 수 없다. 갯벌에 있는 조개껍데기와 따개비로 인한 부상도 빈번한데, 아이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생 일행을 미행(?)하길 10여 분, 육지 쪽으로 방향을 틀어 걷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본 뒤에야 초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수㎞ 떨어진 이 아이들을 최초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통상 구조대 임무는 수변 순찰(도보)과 수상 순찰, 초소 경계상황 근무 등 3가지로 나뉜다. 이날 내가 현장 체험에 나선 시각은 제트스키와 고무보트를 물에 띄울 수 없는 썰물 때라 수상 순찰은 이뤄지지 않았다. 초소 복귀 후 바로 정 부대장과 도보 순찰에 나섰다. 순찰에 나서기 전 구조튜브를 어깨에 매고, 오리발과 물안경을 챙기는 정 부대장을 보곤 덜컥 겁이 났다. 난 수영에 소질이 없는데 여차하면 물에 바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도보 순찰을 나섰지만, 다행히 익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체험자인 나를 물에 뛰어들게 할지도 만무했으나,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도보 순찰 중 참 많은 관광객과 마주쳤다. 구조대에게 말을 건네고 인사를 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입장을 바꿔봤다. 언제, 어떤 상황이든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장비를 갖춘 채 순찰하는 구조대원은 보는 것 자체가 관광객에겐 고마운 대상이었다. ■ 힘을 내요~ 119 수상구조대 아침부터 진행한 짧은 현장체험이 마무리됐다. 여타 직업과는 달리 시민 안전에 촉각을 기울여 예민하고 피곤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임무에 내가 더 깊숙이 들어간다는 게 실례였다. 119 수상구조대는 주간야간 할 것 없이 이틀(48시간)간 당직을 서고, 이틀을 쉬는 살인적인 2교대 당당비비 근무체계다. 잠시 쪽잠이라도 잘라치면, 시도때도없이 터지는 폭죽 소리에 놀라 일어나기 일쑤다. 수많은 모기도 단잠을 방해하는 존재다. 무엇보다 구조대원들의 건강이 우려됐다. 주취자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이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술 한잔 마시고 통제 구역을 벗어나면서 제지하는 구조대원에게 막말을 일삼거나, 수영 좀 할 줄 안다고 뽐내다 결국 물에 빠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구조대원들은 표면상으로는 육체노동자로 보이지만, 엄연히 별의별 사람을 상대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감성노동자였다. 피곤함에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체력관리는 밤마다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체력훈련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는 고충이 뭔지 뻔히 다 아는 동료와의 기댐으로 이겨내고 있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내 놓은 지난해 전국 소방공무원 대상 특수건강검진 결과는 씁쓸함 그 자체다.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전체 3만 7천894명의 소방관 중 56.4%(2만 1천376명)가 건강이상자 판정을 받았다. 인천의 경우 소방관 3명 중 2명(69.6%)이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 무엇보다 인원 충원이 시급해 보인다. 이만하면 이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되지 않았을까 되묻는다. 지켜주기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지켜줄 수 있도록, 먼저 보듬어 주는 게 도리다. 신동민기자 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의정부경찰서 가능지구대 대원

운전 중 경찰차를 발견하거나, 길을 걷다 순찰 중인 경찰관을 맞닥뜨리면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안전벨트는 제대로 맺는지, 혹시 교통 법규를 위반한 건 아닌지, 무심코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버리진 않았는지 허둥대게 마련. 평소의 위압적인 이미지와 달리 체험을 통해 느낀 경찰은 시민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뒤치다꺼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고마운 존재였다. 밀려드는 시민들의 민원 전화들로 쉴새 없이 바빴던 의정부경찰서 가능지구대 대원으로서 겪은 생생한 리얼 체험기를 소개한다. ■ 사건사고 다발 지역 젊은 경찰관 많은 편 뭔가 다이나믹한 하루? 두근두근 박 기자님, 오늘 가능지구대에서 1일 체험하신다면서요. 아마 긴장 제대로 하셔야 할걸요 의정부 가능지구대에서 경찰관 1일 체험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김영찬 경정을 비롯한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홍보계 직원들은 은근히 겁을 줬다. 가능지구대가 지난해 경기 지역 전체 지구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신고율을 기록할 만큼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은근한 긴장감과 설렘이 느껴졌다. 지난 14일 밤 10시께 1일 체험을 하기 위해 의정부 가능지구대에 도착했다. 이날 야간 근무를 총괄한 최원준 경감으로부터 순찰 지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체험에 착수했다. 첫 순찰 파트너는 김경윤 경사(35), 임선형 순경(31), 박정민 순경(30) 등 30대 중반 미만의 젊은 경찰관들이었다. 별생각 없이 젊은 경찰분들이 참 많네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최 경감은 사건 사고도 많고 취객들의 싸움을 말리는 등 불가피하게 완력을 사용해야 할 일도 많다 보니 젊은 경찰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왠지 다이나믹(?)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느끼는 철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순찰차에 올랐다. ■ 긴급 상황! 엄마가 마포대교에 순찰차에 앉자마자 신고 민원이 빗발쳤다. 서울 마포대교에서 엄마가 자살을 기도할 것 같다며 딸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신고한 것. 곧바로 서울 마포경찰서와 공조연락을 취한 뒤 딸을 만나러 출동했다. 다행스럽게도 신고자인 딸을 만나자마자 마포서로부터 엄마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낭보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의정부 중심가 복판에서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경찰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해대는 취객들의 시비까지 감당해야했다. 순찰차에 올라 경찰관이 된 지 1년도 채 안 된 두 명의 신입 경찰관들에게 꿈꾸던 경찰관의 업무와는 거리가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이에 임선형 순경과 박정민 순경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잖아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신입 경찰관의 의젓하면서도 패기 넘치는 대답에 기자의 자긍심을 갖고 일했던 신입 기자 시절이 떠올랐다. 또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어버린 게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 치밀한 수사, 흉악범죄와 맞짱? 묵묵히 공공질서치안 수행경찰관들 노고에 박수 밤 10시~12시까지 진행된 1차 순찰을 마친 뒤, 이어 2차 순찰에서는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경찰인 오기준 경위(51)와 손종한 경사(41)와 동행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이 2~3시간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해 찾아달라는 부모의 요청에는 사실 짜증도 치밀었다. 외박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기자와 정반대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수소문을 하며 술을 마시러 나간 아들을 찾아 한 시간 넘게 모기떼의 습격을 받으며 위치를 추적하고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잠든 취객을 순찰차에 태워 귀가시키기까지. 여름밤은 너무 길었다. 새벽 3시까지 진행된 짧은 지구대 경찰관 체험은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치밀한 수사를 통해 흉악범을 검거하고 범죄 조직과 맞서 싸우는 영화 속 경찰관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의 연속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신입 경찰관의 말처럼 시민들이 요구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묵묵히 수행하는 경찰관들이 있기에 사회 질서가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공공의 질서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경찰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민수기자 사진=오승현기자

[1일 현장체험] 케이티 위즈 파크 그라운드 관리사

짧은 여름 밤은 저만치 물러나고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지난 4일 새벽 5시 프로야구 10구단 kt wiz 홈 구장인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섰다. 전날 밤 이곳 녹색 그라운드 위에선 kt의 마법사 9명이 백구의 마법을 펼쳤다. 몇 시간 지난 새벽녘 이 곳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스프링쿨러만이 물을 뿜으며 잔디를 적시고 있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복도와 연결되는 출입구에서 그라운드 관리사 김상훈 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찍 오셨네.지금은 잔디에 물주는 거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요. 스프링쿨러에 타이머 설정해놨으니까 조금 쉬고 계시다가 이따 직원들 오면 그라운드 손 좀 보시죠. 더그아웃에 앉았다. 그라운드 너머 불 꺼진 관중석에는 널브러진 쓰레기 더미가 희미한 조명을 받아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조금 있으면 미화원들이 정리를 시작한다고 한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오고, 관중석에 손님이 북적이기 전 새 단장을 마치는 것이다. 케이티 위즈 파크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 케이티 위즈 파크 힘찬 하루를 열다 아침 햇살이 그라운드에 쏟아져 들어올 무렵 김 소장을 따라나섰다. 원정팀 더그아웃 옆 작은 공간에서 밀대, 바닥이 넓적한 해머, 물통, 그리고 흙이 담긴 바구니를 챙겼다. 김 소장은 그라운드를 손질하러 간다고 했다. 홈플레이트 부근으로 가니 타석 곳곳이 패여 있었다. 어제의 흔적이다. 선수들은 타격 시 힘을 받고자 홈을 파놓는다. 이걸 다시 메워야 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란다. 지난 2007년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이승화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손이 홈에 들어가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자칫 뼈가 부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아찔한 순간을 예방하고자 그라운드 관리사들은 경기 다음날 홈을 메운다. 두 번째는 미관을 위해서다. 김 소장은 이렇게 파여 있으면 보기 안 좋잖아요. 특히 비가 온 날이면 더더욱 보기 흉해요라고 말했다. 홈은 마운드에서도 찾을 수 있다. 투수들이 투구 시 찍는 디딤발의 자취다. 마운드에 오르면 땅을 파는 투수들의 습관이 만든 자국이기도 하다. 투구 동작에서 안정감을 찾고자 마운드의 흙을 다지면서 본인 만의 포인트를 찾는 작업이다. 김 소장은 물을 뿌린 뒤 밀대로 땅을 쓱쓱 밀어 골랐다. 선명하게 드러난 홈 위로 흙을 모아 두 손으로 두둑을 만들었다. 해머를 기자에게 건넸다. 자 이걸로 흙을 힘껏 내려치세요. 해머는 지름 30㎝ 정도의 원형 바닥과 1m 길이의 쇠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무게는 20㎏ 정도다. 볼록하게 올라온 흙을 바닥부분으로 약 10번 정도 방아 찍듯 내리치면 평평하게 펴지면서 홈이 채워진다. 땅과 수직을 유지하며 내리찍는 게 포인트다. 자칫하면 손잡이 역할을 하는 쇠기둥이 바닥부분에서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여분용 해머를 하나 준비해 놓는단다. 부러진 해머는 용접해 재활용하기도 하지만, 대개 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날도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해머가 나왔다. 타석을 정리하면서 기자가 분질러 먹었다. 김 소장은 원래 잘 부러진다며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기자를 위로했지만, 미안함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인천에서 주문 제작하는 까닭에 새 해머를 사들이기까진 보통 2, 3일 소요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마운드와 불펜 마운드 보수는 직원 2명이 여분용 해머로 했다. 팼던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나면 다시 밀대로 땅을 골랐다. 그리고는 물을 뿌렸다. 김 소장은 물을 안 뿌려주면 흙먼지가 날려요. 불펜 같은 경우는 흙먼지가 관중석으로 날아갈 수도 있죠. 또 땅이 갈라지는 걸 막으려는 조치인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건 땅이 어느 정도 마르길 기다렸다가 마운드엔 방수포를, 타석에는 인조잔디를 덮는 일이다. 방수포와 인조잔디는 경기 시작 30분 전이돼서야 걷어낸다. 통상 선수들은 오후 2시께 그라운드에 들어서 몸을 풀곤 하는데 그때도 인조잔디 위에서 타격 연습을 한다. ■ 내야외야 다른 잔디무늬 갓난아이 돌보듯 애정의 손질 야구장 잔디는 단순히 풀이 아니다. 과학이라고 말한다. 잔디와 흙을 유지하는 데에는 어느 분야보다 치밀한 과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SK 와이번스가 창단한 2000년부터 줄곧 문학구장 잔디와 함께 지내다 올 시즌 케이티 위즈 파크로 옮겨 잔디와 흙을 관리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케이티 위즈 파크가 개장하고 나서 여태껏 쉰 날이 16일 정도밖에 안 돼요. 잔디 때문이죠.갓난아이와 같아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요. 김 소장의 말이다. 케이티 위즈 파크 잔디는 외국종인 켄터키 블루그래스에 속하는 품종이다. 길이 25㎜를 유지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꼴로 잔디를 깎는단다. 케이티 위즈 파크 내야와 외야 가운데 잔디는 직선 무늬를 띄고 있다. 외야 좌우 측면도 직선 무늬를 띄고 있으나, 방향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틀어져 있다. 김 소장은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무늬 방향을 결정한 것이라며 잔디 무늬에 따라 타구의 바운드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무늬는 잔디를 깎는 방향으로 만든다. 얇은 무늬 한 번, 두꺼운 무늬 한 번으로 단순함을 피한다. 무늬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롤러로 자로 잰 듯 눌러줘야 무늬가 선명하게 유지된다. 케이티 위즈 파크는 잔디 깎는 기계에는 롤러기능도 포함돼 번거로움을 덜어줬다. 김 소장은 능숙한 운전 솜씨를 선보이며 잔디를 깎고, 무늬를 만들어갔다. 기자가 간단히 설명을 듣고 기계를 운전해 봤으나 굼벵이 담 넘어가듯 한다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순 없었다. 혹여나 무늬를 망가뜨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이내 운전대를 뺏겼다. 그렇게 해선 하루 종일 해도 못 깎아! 김 소장이 다시 핸들을 잡으면서 잔디 정리가 제 시간에 마무리됐다. 다음에는 그라운드의 흙을 고르러 나섰다. 수비를 하면서 많이 움직이는 선수, 또는 강하게 슬라이딩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로 인해 파헤쳐진 그라운드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 정토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흙(불규칙 바운드) 때문에 졌다는 볼멘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김 소장은 불규칙 바운드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해요.잘 골라놔도 경기를 하다 보면 흙이 패이곤 하거든요. 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선수들한텐 미안하죠라고 말했다. 내야는 그라운드 정비용 차량, 일명 골프차를 이용해 다진다. 김 소장은 기자를 위해 옆자리를 내줬다. 기자님은 이따 밀대로 미시고, 일단 타세요 김 소장이 운전대를 잡고 원형을 그리며 몇 번 돌다 보니 금세 그라운드가 매끈해졌다. 골프차가 닿지 않은 부분은 기자가 밀대로 밀었다. 칭찬을 들었다. 그렇지! 이제야 자세가 나오네. 정토 작업까지 마치자 시곗바늘은 오전 11시를 향하고 있다. 그라운드 관리사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한다. 김 소장을 따라 케이티 위즈 파크를 나와 건너편 상가 지역으로 향했다. 함바집 분위기가 풍기는 식당에서 동태찌개로 식사를 한 뒤 케이티 위즈 파크에 돌아온 시간은 정오가 가까운 시각. 아직 경기장 주변은 한산하다. 그라운드 관리사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2시가 되면서 다시 분주해졌다. 홈ㆍ원정팀 훈련에 앞서 그라운드를 정리하고 파울라인을 그려야 한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이 작업을 또다시 반복했다. 경기 시작 후에도 3회, 5회, 7회가 끝나면 어김없이 정토 작업을 한다. 경기가 끝나고 팬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정리는 계속됐다. 시즌이 열리는 동안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는 선수와 팬이 없어도 쉬지 않는다. kt wiz의 마법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 노력하는 그라운드 관리사들의 고생과 땀 덕분일지도 모른다. 조성필기자 사진=김시범기자

[1일 현장체험] 판교테크노밸리 체험 산학연 R&D센터 건설현장 감독

기자를 하다 보면 건설 현장의 소장들을 간혹 만나게 된다. 물론 좋은 일보다는 기사와 관련해 안 좋은 일로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사회부 기자 시절 국내 대형건설사 현장 소장이 하소연하던 일이 생각난다. 민원인의 제보로 취재했는데 당시 그 현장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건설하는 사람은 모두 죄인이냐?라며 공사하기도 어려운데 민원인들에 기자 양반까지 찾아와서 너무 힘들게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건설 현장 소장은 공사장내 인원들에 대한 안전문제는 기본이고 공사 과정, 자금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지고 진행하는 사령탑이다. 건설 현장 체험을 위해 이전에도 수차례 섭외를 시도한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의 건설사가 현장 노출을 꺼려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기자 1일 현장체험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경기도시공사에 체험할 현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경기도시공사 홍보팀장은 바로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치에 망설임도 없이 일정을 잡아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기자는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와 인연을 맺게 됐다. 1일 오전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 1번 게이트. 대형트럭이 자재를 하차하고 있었다. 입구 직원은 경기일보 기자임을 확인하고 게이트 초소로 안내했다. 직원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체온계로 체온을 체크한 뒤 손 세정제로 소독을 하고 마스크와 헬멧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정연하 경기도시공사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 개발사업소 소장과 시공사의 박현섭 현장 소장이 안내를 위해 입구로 나왔다. 정연하 소장은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들은 후 작업을 시작하자고 했다. 그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정 소장은 이번 사업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그는 판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의 위수탁을 받아 경기도시공사가 조성 및 공급을 했으며 현재 870개 기업과 6만여명의 근로자가 상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소장은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 건립 사업은 판교택지개발지구 연구지원용지 SB-1 블록에 위치하고 있으며 1만7천364㎡ 부지에 사업비는 1천231억원, 규모는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5만4천75㎡로 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산학연 R&D센터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첨단기업체와 연구소, 경기도 소재 대학 연구센터를 잇는 네트워크 연구 활성화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고 정 소장은 소개했다. 특히 그는 판교 산학연 R&D센터가 건립되면 인근에 있는 글로벌 R&D센터와 비즈니스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더불어 국내 최고의 연구개발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명을 듣던 기자는 아예 원래 임창열 전 지사가 지금보다 5배 더 큰 규모로 조성하려던 것인데 사업이 많이 축소된 거죠라고 판교테크노밸리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체했다. 정 소장은 관련 분야의 수요가 몰리면서 경기도시공사는 LH와 공동으로 제2 판교테크노밸리인 넥스트 판교(판교 창조경제밸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넥스트 판교는 판교테크노밸리 바로 북측에 인접한 142만1천487㎡ 부지에 750여개의 첨단기업이 입주하게 되며 지금의 판교테크노밸리와 함께 세계적인 첨단 클러스터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내년 초에 착공될 예정이다. 정 소장은 기자에게 사업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숙지했으면 곧바로 위험성평가회의를 진행하는 장소로 이동하겠다고 했다. 판교 산학연 R&D센터 건립공사에는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비롯해 37개 협력체에서 일평균 280여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시공사는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 공사감독과 시공사, 협력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위험요인을 찾고 예방대책을 강구하는 위험성평가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회의장에는 협력업체를 비롯한 20여명의 공정별 책임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 소장과 기자가 착석하자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진행하는 주요 작업 사항과 협조 사항을 설명한 뒤 해당 협력업체 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유리시공과 장비 도입 위치, 위험작업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이어졌다. 공정별, 업체별 협의가 끝나자 정 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관계 업체 간 협조 사항에 대해 체크하고 철거 계획에 따라 안전하게 작업을 하라고 말한 뒤 작업 하는 인원이 많고 작업자 내부가 복잡한 상황이다. 최대한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어 신규 작업자가 많다. 안전 교육을 철저히 시켜 개인장구 착용을 하지 않을 경우 1out(아웃)제를 실시하라며 현재까지 무재해로 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 남은 6개월여도 사고 없이 작업이 될 수 있도로 다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판교 산학연 R&D센터 현장은 고난도, 고위험공종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공사 시작 전에 각 위험 공종 전문가를 통해 사용 기술 및 시공 방법 등 위험공종에 대한 안전관리 및 방향의 적정성을 사전 검토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고 있다. 회의를 마치고 작업장으로 향했다. 기자가 본격적으로 하게 될 일은 안전검측이라 했다. 작업장으로 나서는데 빨간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다른 작업자들이 일할 때 안전 사항을 점검했다. 정말 이 현장에는 작업모와 벨트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고 작업 환경도 매우 깔끔했다. 기자는 정 소장에게 저도 현장을 많이 다녀 봤지만 정말 여기는 정돈이 잘 돼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소장은 아마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안전감리를 적용하고 있다며 안전감리 용역을 별도 발주해 현재 안전전문 감리가 현장에 상주하면서 감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한 현장에는 안전지킴이 3명이 고용돼 수시로 작업자들의 안전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방공기업 최초로 지난 2012년 건설업 KOSHA18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를 취득하는 등 안전관련 분야에서 남다른 노력과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기자에게 주어진 작업은 곤돌라를 타고 외부 패널 등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벨트를 착용하고 곤돌라의 생명줄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다. 과거에는 안전고리를 곤돌라에 걸었는데 현재는 곤돌라가 추락할 경우 동반 추락을 막고자 별도의 생명줄을 연결하도록 하고 있다. 윤보국 현장감독이 곤돌라에 탑승하기 전에 이날 검측해야 할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윤 감독이 설명해 주는 용어들은 기자에겐 너무도 생소했다. 윤 감독은 오늘 작업은 컨트널 검측이라고 하는데 패널의 이음 부분이나 나사의 실란트 처리 등의 공정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는 나사를 박는데 하나하나 실란트 작업을 해야 되는 것이냐고 질문했다. 윤 감독은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 경기도시공사가 특별히 시공사에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곤돌라에 탑승해 위로 상승하면서 좌우로 미동이 살짝 느껴졌다. 약간 겁도 났지만 윤 감독의 열정적인 설명과 확인 사항에 대한 지시를 듣느라 무서움도 잊게 됐다. 정말 깐깐하게 하는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검측 작업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와 시공사 대림사업 박현섭 소장에게 한마디 건넜다. 소장님 일하시기 만만치 않으시겠어요라고 묻자, 박 소장은 솔직히 정말 힘듭니다. 그래도 준공된 후 이 근처를 지날 때면 이거 내가 지은 거지라는 자부심이 생길 정도로 누구한테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고의 건물이 될 것임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기자는 하루 경험한 것이지만 판교 산학연 R&D센터를 올 때마다 이거 내가 검측한 건물이다는 묘한 자부심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경기도시공사 홍보팀장과 현장소장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현장의 문을 개방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할 때 정돈 안 되고 어수선하던 말 그대로 이판사판 공사판은 정말 옛말이 됐다. 앞으로 건설 현장에는 안 좋은 뉴스보다는 좋은 뉴스를 전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최원재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마을기업 ‘리폼맘스’ 에코 디자인

후텁지근한 바람, 따가운 햇볕, 여름이 왔다는 것을 느끼면서 괜스레 한숨이 났다. 지난해 여름이 끝날 무렵, 옷장에 쑤셔넣으면서 내년에는 꼭 살을 빼서 입겠노라 다짐했던 여름옷들을 꺼내야 할 때가 왔지만 아무래도 옷을 다시 입기는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쌓여 있는 옷장 안의 옷들을 꺼내놓고 못 입을 옷을 추려보니 무게나 부피가 상당했다. 멀쩡한데도 주인을 잘못 만나 애물단지가 돼버린 옷을 보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버리자니 너무 아까운데 어떻게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봤다. 입을 만한 사람에게 줄까, 벼룩시장에 내다 팔까 생각을 하다가 문득 2~3년 전에 샀던 천가방 하나가 생각났다. 청바지를 뜯어서 만든 어깨에 메는 가방이었는데 아무래도 청으로 만든 거라 일반 캔버스천 가방보다 튼튼하고 사용하기도 편했다. 청바지의 뒷주머니를 활용해서 만든 주머니도 달렸는데 디자인도 독특하고 흔하게 볼 수 없는 맵시여서 즐겨 쓰고 있다. 가방을 만든 곳은 리폼맘스라는 에코 디자인 전문 마을기업이었다. 에코 디자인이란 제품 생산 단계부터 환경피해를 최대한 줄이고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환경친화 디자인을 뜻한다. 리폼맘스는 청바지 등 못 입는 옷을 재활용해 가방이나 주머니 등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소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다. 리폼은 에코 디자인의 작은 갈래라고도 할 수 있다. 나에게 쓸모 없어진 옷에 에코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히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를 하고 리폼맘스 문을 두드렸다. ■ 리폼의 첫걸음은 물건을 귀하게 여길 것!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있는 리폼맘스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한쪽 벽면에는 청바지를 활용해서 만든 배낭과 작은 주머니, 다양한 원단으로 만든 카드 지갑, 열쇠고리, 인형이 줄줄이 걸려 있고 반대편에는 연한 베이지 색감을 가진 천에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롤스크린이 걸려 있었다. 다양한 눈요깃거리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리폼맘스의 윤문정 실장이 반겨줬다. 윤 실장은 리폼제품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하나씩 제품을 설명해줬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진청으로 만든 배낭이었다. 색감도 매우 예쁘고 가방에 달린 작은 주머니나 가방끈이 독특하고 편해보였다. 혹시 판매하는 제품인지를 물어봤더니 맞다고 했다. 얼마인지 물었더니 10만 원이라고 했다. 가격을 듣고는 조금 놀랐다. 막연하게 리폼제품이니 일반 매장에서 살 수 있는 새 제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 실장은 청바지를 재활용해서 만든 제품이기는 하지만 재단부터 바느질 하나하나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이라며 리폼이라고 해서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리폼제품이 비싼 것은 아니었다. 1만 원이 안 되는 제품도 많았고 배낭을 제외하면 2만~3만 원짜리 제품이 많았다. 윤 실장은 인건비나 디자인, 이런 것을 생각해서 가격을 정한 게 아니다라며 리폼 제품은 독특하게 만들어서 귀하게 팔아야만 사람들이 귀하게 여긴다라고 말했다.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싸게 산 물건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귀하지 않은 물건은 쉽게 버린다. 그렇게 버려진 물건은 쓰레기가 된다. 설명을 듣고 난 뒤 다시 본 배낭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한 배낭이었다. ■ 세상의 모든 것은 리폼의 재료가 된다 체험준비를 하면서 집에서 리폼을 하기에 알맞은 청바지 한 벌과 청 원피스 한 벌을 가져왔다. 욕심을 내서 샀던 옷들이지만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아서 몇 번 입지 못하고 옷장에 오랫동안 묵혀뒀던 것들이다. 윤 실장에게 아까 본 그 귀한 배낭 같은 것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가 딱 잘라 거절당했다. 초보에게는 어림없는 작품이란다. 리폼맘스 작업실로 들어서니 벽면으로는 미싱이 10여 대 정도 둘려 있고 가운데는 재단 등을 할 수 있는 큰 책상과 실, 바늘, 자, 단추 등 다양한 부속품이 늘어져 있었다. 리폼맘스에서 리폼교육을 받는 선배 교육생들도 여럿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바느질이라고는 남방이나 블라우스에 떨어진 단추만 몇 번 달아본 게 전부고 미싱은 근처에도 가본 적 없었던 터라 무턱대고 덤볐다가 혹여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살짝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을 봤는지 윤 실장이 하나씩 하다 보면 실력은 금방늘 수 있다고 다독여줬다. 그러고는 능숙하게 미싱을 다루면서 복주머니 모양의 가방을 만드는 선배를 가리키며 배운 지 3개월밖에 안 된 교육생이라고 알려줬다.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처음 도전한 작품은 청으로 만드는 꽃 머리방울과 모자모양의 열쇠고리였다. 가져온 청바지 다리 한쪽을 잘라내 하나씩 꽃잎을 만들 수 있도록 작은 조각으로 다시 잘랐다. 가위질부터 쉽지 않았다. 두꺼운 청바지를 잘라내려는 데 가위가 잘 들지 않았다. 불평을 했더니 윤 실장이 가위를 슥 집어들고 재단을 시작하는데 서걱서걱 소리를 내면서 청바지가 잘려나갔다. 그 뒤로는 군소리 없이 가위질에 몰두했다. 서툰 장인이 연장 탓을 하는 거였다. 작은 천 조각에 꽃잎 모양을 그려넣고 바느질로 모양을 잡았다. 미숙한 손바느질로 모양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윤 실장의 도움을 받아 미싱을 사용했다. 꽃잎 5개를 만들어 이어붙이니 그럴싸한 벚꽃모양이 완성됐다. 끈으로 쓸 고무줄은 머리 묶을 때 쓰려고 팔목에 끼워뒀던 내 검은색 머리끈을 쓰기로 했다.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라 걱정했는데, 약해진 부분을 잘라내고 바늘로 꽃잎에 단단히 엮으니 새로운 꽃잎 머리끈이 완성됐다. 모자모양의 열쇠고리는 꽃잎머리 끈보다는 공정(?)이 간단했다. 동그랗게 오려낸 바닥장판을 모자 바닥으로 삼고 끝 부분을 시침질한 청바지 원단을 동그랗게 감싸주니 예쁜 주름이 잡혔다. 모자의 머리통 부분은 참*슬 소주병 뚜껑에 솜뭉치를 말아 넣어 만들었다. 모자 바닥에 머리통을 붙여주고 어울리는 색리본을 둘러주니 어여쁜 숙녀가 쓸 만한 모자가 만들어졌다. 열쇠고리를 걸 수 있는 구멍을 뚫어주니 끝. 순식간에(사실은 1시간가량) 리폼 첫 작품 2개가 탄생했다. 끊어질 듯한 머리끈, 소주병 뚜껑, 바닥장판 조각 등이 청옷을 입고 예쁜 액세서리로 변신한 것이다. 윤 실장은 리폼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재활용할 수 있다며 헌 옷뿐만 아니라 분유통, 음료수통, 테이프 감아두는 지관통 등이 모두 리폼의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작업 더없이 값진 일 솜씨가 미천한 탓에 청바지로 머리끈밖에 만들지 못했지만, 마음은 매우 뿌듯했다. 자화자찬은 부끄럽지만 사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머리끈이 예쁘게 나와서 더욱 흡족했다. 잘라내고 남은 청바지 원단으로도 여러 개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실장에게 이야기했더니 리폼을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런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함께 교육을 받았던 윤선희씨는 안 입는 청바지를 가지고 남편과의 커플 거실화를 만들어서 선물해줬더니 아까워서 신을 수 있겠느냐며 좋아하더라면서 리폼을 배우면서 단순히 경제적으로 물건을 아낀다는 측면과 아울러 환경을 생각하는 점, 가족 간의 화목, 아이들을 위한 교육 등 다양한 가치가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윤 실장은 사람들은 우리가 버리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습관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며 그것은 환경오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되돌아 온다고 지적했다. 또 물건을 사면서 돈을 쓰고, 버리면서 돈을 쓰고,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돈을 쓴다며 돈은 돈대로 들고 환경은 나빠지는 악순환 구조라고 비판했다. 윤 실장은 리폼은 재활용이다. 내가 하나의 물건을 재활용하면 그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과 자원을 아낄 수 있다며 모두가 하나씩만 재활용한다고 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모두 끝난 뒤 리폼 가방을 메고 리폼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고 리폼맘스를 나섰다. 비록 비싼 제품도 아니고 새것도 아니었지만, 어느 명품 부럽지 않고 자랑스러웠다. 김미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광주 퇴촌면 토마토 재배농가 일손돕기

어린시절 부모님은 수박, 참외, 무, 배추를 기르고 벼농사도 지었다. 어머니는 연로한 지금도 적은 양이지만 집에서 먹을 고추와 상추, 옥수수 등은 텃밭에서 직접 키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탓에 농사가 낯설지 않은 것은 부모님의 추억이 서려서이다. 그런데 메르스 여파로 전국 각지의 각종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돼 광주시도 13년만에 처음으로 시의 대표 축제인 퇴촌토마토 축제를 취소했다. 행사규모를 줄여 진행하려던 광주시에 퇴촌토마토축제추진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취소결정을 전달했다. 퇴촌면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100여 농가들은 일정부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행사장을 찾는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 취소를 결정했다. 일일체험을 앞둔 기자에게 아련한 옛 추억을 돌아보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농민들의 마음이 짠해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일일 농부로 분했다. ■ 그림같은 토마토 재배하우스 감상도 잠시 작업 시작! 시 공보담당관실의 협조로 퇴촌면 정지리의 한 농가를 찾은 것이 지난 15일. 토마토 수확 작업은 이른 새벽시간에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일찌감치 집을 나서 새벽 5시께 퇴촌면 정지리 안영근(76)할아버지의 하우스에 도착했다. 40여 년째 토마토를 재배하고 계시는 안 할아버지는 현재 생존해 계시는 분 중에서는 가장 오랜 시간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하우스는 길이만 140m에 달한다. 높이는 적어도 3m여 이상은 됨직하다. 넓이는 15m에 가깝다. 이 지역에 있는 하우스 중에서는 가장 길이가 길고 전국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할아버지의 설명이다. 길게 뻗은 10여개의 고랑마다 2m가량 자란 토마토 나무가 빽빽하다. 종류도 다양하다. 흔히 보는 일반 토마토부터 방울 토마토와 찰토마토, 알록달록 대추토마토까지 빼곡하다. 토마토 나무 위로는 어른 팔뚝 굵기의 기다란 고무호수가 하우스 끝까지 연결돼 있다. 입구에 설치돼 있는 물탱크에서 연결돼 물을 주거나 영양제를 주입할 때 사용한다. ■ 부족한 일손 탓, 출하 놓쳐 상한 토마토 곳곳에 할아버지에게 무엇부터 하면 돼요라고 묻자 다짜고짜 한 켠에 놓인 채과가위(가지나 오이 등 과일을 딸대 사용하는 가위)를 들고 따라 오라며 외발 손수레에 소쿠리를 싣고 1m 남짓한 넓이의 고랑 사이로 성큼성큼 앞장섰다. 하우스 끝에서 할아버지와 손수레를 사이에 두고 마주섰다. 토마토를 따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토마토끼리 부딪혔을 때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꼭지를 바짝 잘라내는 것이 포인트다. 소쿠리 한 개에 약 30㎏~50㎏의 토마토를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한개 두개 붉은색 위주로 토마토를 따보니 상한 토마토가 제법 눈에 띈다. 출하 시기를 놓쳐 농익다 못해 상한 것이다. 농익기 전에 출하를 해야 상품성이 높아지는 것인데 70세 노인 두 분이 농사를 짓다 보니 일손이 부족한 탓에 출하를 놓친 것이다. 이렇게 상한 토마토는 바닥으로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퇴비로 활용된다. ■ 40℃ 하우스 열기가 대수냐? 토마토 따기 불굴의 열정 따온 토마토를 원두막에 내려 놓고 조금이라도 더 따드리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한번 하우스로 향했다. 하우스에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8시를 넘기고 있다. 토마토는 새벽 4시부터 따기 시작해 8시이전에 작업을 마친다고 한다. 새벽시간에 따야 선도가 좋고 보존기간도 길어진다. 무엇보다 8시가 넘으면 뜨거워서 작업이 쉽지 않다. 한낮에는 하우스 실내온도가 40~50℃이상 오르기 때문이다. 이어 할아버지의 경운기를 타고 원두막으로 이동하자 할머니 한 분이 미리 따다 놓은 토마토를 원두막 바닥에 펼쳐 놓고 선별작업이 크기와 상태별로 이뤄지고 있었다. 선별을 거쳐 상태가 좋은 토마토는 바로 박스에 담아 현장에서 판매한다. 필요에 따라 직접 배달을 하거나 택배를 이용하기도 한다. 농익었거나 상처가 난 토마토는 주스용으로 판매하거나 즙으로 만들어 보관해 뒀다가 추석을 즈음해서 선물용으로 판매하고, 막걸리용으로도 납품한다. 한 소쿠리를 채우고 나자 욕심이 생겨 손수레에 두 개의 소쿠리를 얹고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보다는 속도도 붙었다. 숙였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허리가 뻐근해질 때쯤 소쿠리 5개가 채워졌다. 상품으로 치면 5㎏짜리 토마토 30박스는 딴 셈. ■ 할아버지 따뜻한 인사말에 오늘 하루 피로가 훌훌 한 소쿠리를 채우기도 전에 땀이 흐르기 시작하더니 세 번째 소쿠리를 채울때쯤에는 등줄기가 축축해지며 땀이 비오듯이 흘러 내렸다. 가져온 다섯개의 소쿠리를 다 채우고 원두막으로 운반했다.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는 나를 향해 할아버지는 언제든지 토마토가 먹고 싶으면 들러라는 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창일 퇴촌면장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판매 현황을 듣고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행사가 취소되며 농민들은 기존 5㎏ 1박스에 1만5천 원 하던 토마토를 1만2천 원에 판매를 하고 있다. 시는 관내 학교와 기관단체는 물론 기업체와 인접 시군에도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덕분인지 하루 1천박스에서 1천5백박스의 주문이 일주일 내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퇴촌면은 전 직원을 동원해 농가에서 배달하지 못하는 지역으로는 직접 배달을 돕는 등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고 있다. 운전을 하며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자꾸만 졸음이 몰려 왔다. 마음 한편으로 마무리 작업까지 돕지 못하고 온 게 내심 걸리기는 했지만 오길 잘했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기회를 봐서 퇴촌토마토 묘목을 사다가 아이들과 함께 심어 봐야겠다. 광주=한상훈기자 사진=추상철기자

[1일 현장체험] 한국국토정보공사 측량기사

대학시절 우리는 캠퍼스 곳곳에서 자신의 키만한 삼발이, 지팡이 등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던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토목공학과 친구들이 캠퍼스에서 측량 실습을 하는 모습이었다. 3인 1조로 한 명은 측량기와 삼발이를 들었고, 다른 한 명은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막대기를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삼발이 옆에서 무언가를 받아적으며 열심히 메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제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여러 출입처 중의 하나인 한국국토정보공사(아직은 대한지적공사라는 명칭이 더 익숙하지만)를 찾던 중 문화재나 동굴까지도 3D입체로 측량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불현듯 예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당시를 떠올리며 나도 한번 토목공학과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잠시나마 측량기사로 변신해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 동탄2신도시 공간정보 구축사업 현장 출동 대한지적공사에서 한국국토정보공사(이하 LX 공사)로의 사명 변경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오전 10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위치한 LX공사 경기지역본부 공간정보사업처(처장 이범주)를 찾았다. 하루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직원들이 출동 채비를 갖춘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뿐이지만 직원답게 LX공사의 조끼를 입고 동탄2신도시 내 점포용 주택 건설 현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작은 실수가 있었다. 하루 종일 야외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덥다는 것만 생각하고 반팔을 입었기 때문이다. 나은주 팀장은 긴팔을 입지 않고 모자가 없으면 금방 얼굴하고 팔이 타버리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아차 싶었지만 이제 와서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고 긴급하게 구한 선크림을 팔과 얼굴에 듬뿍 발랐다. (평소 나는 선크림을 잘 바르지 않는다)차로 이동하길 30여분 기흥CC와 화성상록CC 입구에 위치한 오늘의 측량 현장에 도착했다. 동탄2신도시 개발로 현장 곳곳에서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착과 동시에 오늘의 팀원인 손원하 팀장과 나은주 팀장, 김종철 과장, 유지훈 과장은 차량 트렁크에 가득한 장비들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평소 익숙했던 삼발이(정식 명칭은 촉각)를 포함해서다. 드디어 측량의 하루가 시작됐다. 근무조의 최고참인 손원하 팀장은 오늘 할 일은 지적확정측량이라고 운을 뗐다. 용어부터가 낯설었다. 지적확정측량은 쉽게 얘기하면 우리가 평소 익숙한 측량의 모습으로 일정한 범위의 토지를 놓고 경계와 면적을 결정하는 측량의 한 종류다. 동탄2신도시의 경우, 개발로 토지 소유주뿐 아니라 토지위치나 지번 등이 통째로 바뀌면서 새롭게 지적공부에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측량을 위해 삼발이를 어깨에 들러메고 가장 먼저 손 팀장과 함께 기준점을 찾았다. 기준점은 측량을 위한 기준으로 동탄2신도시의 경우, 도로 곳곳에 기준점이 설치돼 있었다. 손 팀장은 전문가답게 금방 기준점을 찾았고 이곳에 토탈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삼발이 위에 고정시키는 측량도구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치다. 한번 해보라라는 손 팀장의 지시에 삼발이를 고정시키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포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기계 수평이 이뤄졌는지 보는 장치로 미세한 움직임만 있어도 기포가 중앙에 위치하지 않았다. 포병으로 근무했던 터라 오랜만에 본 기포였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낑낑거리는 모습을 본 손 팀장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라는 말과 동시에 기포가 중심을 잡았다. 기포 조정이 끝나자 함께 간 유지훈 과장이 막대기(전문용어로는 원소자폴)를 인근의 지적기준점에 자리를 잡아 토탈스테이션으로 측량이 시작됐다. 토탈스테이션에 보이는 조그만 십자를 막대기 끝 렌즈의 원에 맞추는 작업이었다. 이것도 쉽지 않았다. 숨만 쉬어도 기계가 움직였다. 원은 커녕 폴도 찾지 못했다. 옆에 있던 김종철 과장은 기계 맨 위에 조그만 원이 보이시죠. 이곳을 원에 대략 맞게 고정하고 렌즈를 보면 폴이나 원이 보일 겁이다라고 방법을 설명해줬다. 그렇게 하니 쉽게 원을 맞출 수 있었다. 원이 보이면 오케이 사인을 주고 옆에 있던 김종철 과장이 바로 컴퓨터 자판을 누르면 측정한 지역의 좌표가 자동으로 입력됐다. 예전에는 좌표를 직접 쓰고 사무실에서 계산해야 했지만 지금은 자동으로 검퓨터가 계산을 해서 번거로움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여곳을 찍기 시작했다. 20여곳의 좌표를 기록하니 눈이 침침했다. 작은 구멍을 반복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기했다. 측량이라는게 이런 거구나, 이렇게 하는 거네라는 관심이 더욱 생겼다. 그러면서 머리 속에 오늘 측량 위치가 평지가 아니라 산이나 논이었다면 되게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산을 타고 들을 걷고 하는 고된 작업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처음보는 드론하늘에서도 지적 측량시대 관측이 마무리되자 김종철 과장과 유지훈 과장은 차에서 또 큰 박스를 꺼냈다. 오늘 크게 세가지로 나뉜 측량 기법 중 무인항공측량(UAV) 시간이었다. 드론을 이용해 하늘에서 정사영상을 취득하는 작업이었다. 드론을 꺼내 조립하자 유지훈 과장이 드론 이륙을 준비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드론은 아무나 조종할 수 없고 초경량 비행장치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유지훈 과장만이 드론을 이용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유 과장은 LX공사에서도 몇 안되는 조종사 중의 한명이다. 현행법상 유 과장 이외에 드론을 조종하는 업무는 불법이라는 점에서 드론 설치 과정 및 드론의 구조, 무인항공측량 기법 등을 설명듣는데 그쳤다. 아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저것 장치를 점검한 뒤 유 과장이 조종장치를 조작하자 드론이 하늘로 떠올라 측량 현장을 돌기 시작했다. 작은 기체임에도 4개의 프로펠러의 힘을 이용해 상공 150m까지 몇분만에 고도를 상승,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드론이 공중을 맴돌자 현장에 있던 함바식당 직원이나 건축 현장인부들까지 나와 여기저기서 신기한 듯 구경하기도 했다. 30여분간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적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저장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유 과장은 건전지를 동력으로 하는 탓에 오랜 시간의 비행은 어렵다면서 여러개의 건전지는 현장 활동의 필수라고 말했다. LX공사가 드론을 이용, 지적정보 수집에 나선 시기는 2014년. 계곡이나 섬 등 접근이 쉽지 않은 지형을 보다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또 평면 측량과 동시에 이뤄진 무인항공측량기법을 통해 3차원 GIS 지형자료 구축도 용이해졌다. LX공사의 대표적 대국민서비스인 안전정보도 드론을 통한 정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저수지나 계곡부의 붕괴, 돌발 홍수위험 예측을 통한 재난예ㆍ경보 시스템 개발을 통한 저수지의 비상대처계획(EAP) 수립과 신속한 재난 대응체계 구축 등이 이같은 방법으로 얻어낸 지적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 지상레이저 측량 통해 3차원으로 되살아난 대한민국 드론이 착륙한 뒤 오늘 업무의 마지막인 지상레이저 측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상레이저 측량은 지표면에 설치한 지상라이다(LiDAR)를 통해 주변의 모든 공간 정보를 입체적으로 수집하는 기법이다. 평면측량에 이용했던 삼각대 위에 라이다를 설치, 기계가 360도 회전하면서 초당 10만의 레이저빔을 발사한 뒤 그 레이저가 다시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mm단위)이나 주파수 위상차를 이용, 대상물의 형태와 위치정보를 포함한 3차원 측정(형태와 위치정보)을 하게 된다. 이를 해석해 컴퓨터가 도면, 수치, 영상 등으로 표현하게 된다. 촬영 후 해석된 도면을 보니 주변의 모든 건물과 도로가 3차원으로 표시돼 있었다. 김 과장은 도면을 확대해보면 개별 건물이나 지점이 수많은 점들로 이뤄져 있다면서 이 포인트들이 모두 레이저빔이 닿아 반사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궁금한 마음에 기계 가격을 물어보니 대당 2억5천~3억원 정도라는 답변을 들었다. 가격에 크게 놀랐다. 이처럼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이유는 최근 국토의 공간정보사업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LX공사는 지상레이저 측량을 통해 다양한 공간 형태와 위치 정보를 정밀하게 획득, 이를 가공처리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지형뿐 아니라 문화재, 동굴ㆍ광산 등의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플랜트, 범죄수사, 안전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LX공사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업을 수주, 울등도(관음교)에 대한 홍보영상 제작, 사찰, 성당, 고궁 등의 문화재를 3차원 기반으로 시스템화했다. 이같은 정보는 문화재의 체계적 관리뿐 아니라 훼손 시 복원을 위한 정밀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LX공사는 현재까지 경복궁 근정전, 유네스코 문화유산 융건릉, 성균관, 낙산사, 수원화성 등 60건의 문화재에 대해 3차원 공간정보를 구축했으며 제주도 소천동굴, 서울 숭례문 복원사업 안전진단3D, 빌레못굴, 광명동굴, 솔뫼 성지 등에서 이같은 사업을 진행했다. 제주 소천 동굴(천연기념물 236호) 측량에 참여했던 김 과장은 지하에 지상라이다 측량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케이스라며 우리 공사에 3차원 측량을 적용해 총 3km에 달하는 미개방 동굴 측량을 마무리했다라고 당시 과정을 설명했다. 두차례의 레이저측량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업무가 끝났다. 벌써 시간은 다섯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일과가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손 팀장은 사무실에 들어가서 평면측량 결과와 드론 촬영 영상, 지상레이저 측량 결과를 모두 재검수해야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 전체적인 공간 정보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LX공사 사무실로 돌아오던 길, 하루종일 뙤약볕에 서 있다보니 온몸의 기(氣)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맞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이 내 한 부분에 쌓이게 됐다. 최근 LX공사는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수행한 업무의 상당한 부분은 민간에 개방하고 국토공간정보사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의 개척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측량 대행기관에서 벗어나 전 국토의 정보를 집대성하고 융복합해 수많은 공간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그 역할을 기대해본다. 김동식기자 사진=추상철기자

[1일 현장체험]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유기견 재활 훈련사

안녕하세요. 저는 달콩이라고 합니다. 꽃피는 춘삼월, 유기견인 말티즈 엄마와 똥개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믹스견입니다. 화성시의 한 야산에서 발견됐어요. 발견 당시 엄마와 아빠는 없었어요. 형제 셋과 함께 발견됐지만 모두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였죠. 그래서 유기견이 됐습니다. 이 곳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는 지난 5월 15일 입소했습니다. 여기서 도우미견으로 훈련 받고 있는 60여 마리의 유기견 중에서 가장 어립니다. 그래서 예쁨도 일등, 말썽도 일등입니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먹고 싸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조금 더 자라면 배변훈련부터 복종훈련까지 나름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내게도 새 주인이 나타나겠죠. 앞으로 몇 달 후. 나는 어떤 강아지로 자라 있을까요? 또 어떤 주인을 만나게 될까요? 벌써부터 두근대는 건 나 뿐은 아니겠죠. ■ 죽음의 위기 유기견 훈련 통해 도우미견으로 9시 30분부터 청소 시작입니다. 늦지 말고 오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여운창 팀장의 목소리가 단호하다. 계기판 시계를 보니 9시 20분. 수원에서 화성까지 굽이굽이, 우둘투둘 길을 지나 마도면 쌍송리에 소재한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까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약속시간에서 30분이 지나있었다. 미안함에 조용히 차에서 내려 센터 문을 두드렸다. 똑~똑. 기척이 없다. 들어가 보니 사람도 없다. 살짝 불안했다. 본관 건물 모퉁이를 돌아보니 왈왈 개 짖는 소리가 선명하다. 저 곳이군 소리를 쫓아 간 자리에 도우미견 보금자리라고 적힌 길쭉한 건물이 눈에 들었다. 안에는 세 명의 훈련사가 분주하게 견사를 청소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려 들어가려는 순간, 여운창 팀장이 기자를 불렀다. 기자님 30분이나 늦었어요. 월요일은 대청소하는 날이라서 모두가 안으로 밖으로 박박 밀고, 쓸고, 닦고 합니다. 아무리 견사라고 해도 쾌적한 환경이 중요하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에게 앞치마가 주어졌다. 한 손에는 청소기, 다른 한 손엔 대걸레. 중무장한 뒤 송민수(32), 장봉덕(31), 경지윤(21) 훈련사와 첫 대면했다. 50여 마리의 개들이 일제히 짖는 통에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대강 악수만 나누고 바로 청소에 들어갔다. 유일한 청일점 훈련사인 장봉덕 훈련사가 기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견사는 어느 정도 청소가 마무리 됐어요. 기자님께서는 본관에 있는 훈련실과 로비 청소 좀 부탁합니다. 생각보다 넓지 않아 청소는 가뿐했다. 나름 10년의 자취생활에 터득한 노하우로, 각에 맞춰 훈련교구를 정렬하고, 개털(?)하나 없이 30분 만에 말끔히 청소를 끝냈다. 하지만 핵심은 따로 있었다. 이사준비. 지난 1년여 간의 공사를 거쳐 내주 개소하는 제2 도우미견 보금자리 건물에 사료와 기자재를 옮겨야 하는 일. 계획대로라면 여 팀장과 장 훈련사, 두 명의 몫이었다. 거기에 기자가 더해졌다. 여 팀장이 1일을 체험일로 강조한 연유가 이거였다. 30도를 웃도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귀여운 강아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나름의 상상은 그렇게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었다. 근데 개들은 언제 보는 거지? ■ 민원 접수부터 훈련치료잡무까지 그래도 보람차 땡볕 아래로 하나 둘, 차곡차곡 사료포대가 쌓였다. 그 때마다 땀도 주룩주룩 흘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오는 건데. 혼잣말을 하는 데 손수레 위로 금세 열 포대가 적재됐다. 그렇게 창고와 새 건물 왕복을 수 십 차례. 시계는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있었다. 그때서야 여 팀장이 미안했는지 먹고 싶은 걸 이야기 해보란다. 시원한 콩국수가 생각났다. 4시간 만에 찾아온 꿀맛 같은 점심시간. 드디어 정식으로 훈련사와 수의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눌 기회다. 이 곳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직원은 모두 다섯이다. 이곳을 총괄하고 있는 여 팀장과 세 분의 훈련사, 그리고 남영희 수의사, 멤버 구성은 이렇다. 개소 초기부터 현재까지 쭉 다섯이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유기견도 많다. 한 해 1만5천 마리, 그 중 절반은 주인을 찾지만 나머지 절반은 안락사 당하거나 자연사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최대한 많은 생명을 죽음에서 건져 올린다. 그 때문에 견사는 언제나 만원이다. 때문에 일은 많지만, 생사(生死)의 기로에 놓인 유기견을 구해낸다는 보람이 크다. 도우미견 훈련에, 치료에, 청소에, 민원에, 잡무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들지만 언제나 마음만은 넉넉하단다. 여 팀장이 한마디 더 건넨다. 사실 의미가 커요. 위태로운 생명들과 마주한 일인 만큼 허술하게 할 수 없죠. 견사가 두 배 늘어나 일도 두 배 나 더 늘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으니 보람도 두 배 더 늘겁니다. 오전 내내 고된 노동을 하며 쌓였던 섭섭함이 봄 눈 녹듯 사그라졌다. ■ 5시간 만에 만난 귀여운 도우미견 그야말로 심쿵 드디어 개들과의 만남이 허락됐다. 도착 5시간 만이다. 하명(下命)은 최근 입소한 도우미견 DHPPL 종합 예방접종. 홍역, 전염성 간염, 렙토스피라, 파보 바이러스 장염, 파라인플루엔자 등 다섯 종에 대한 예방주사를 접종해야 하는 임무다. 2주간 관찰을 통해서 이상이 없으면 DHPPL를 주사한다. 고니, 순이, 깨비, 방울 네 마리의 도우미견이 기자의 품에 안겼다. 첫 타자는 푸들인 고니. 풋내기 냄새가 났는지, 기자에게 안기자마자 발버둥을 쳤다. 기자의 양쪽 팔뚝과 손등에 발톱으로 스크래치를 냈다. 쓰리고 따가운. 하기야 서른 넘은 나도 주사가 무서운 데 개들은 얼마나 더 무서울 까. 공감(?)하고 있을 찰나, 경지윤 훈련사가 다가와 잡는 걸 지도한다. 왼 손과 팔로 발을 감싸듯 힘주어 안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잡아서 몸을 끌어안아야 해요. 그래야 발버둥을 포기하고 얌전해집니다. 스텝대로 차근차근 따라하자 신기하게 얌전해졌다. 그 사이 주사를 놓고, 콧구멍에 물약도 넣었다. 감기예방이다. 남영희 수의사가 잘 했어하고 고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군것질거리를 먹인다. 후루룩 받아먹은 고니가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흔들며 로비를 휘 젓는다. 그 뒤로도 순이, 깨비 등 남은 네 마리의 접종을 순탄하게 마쳤다. 끝내고 보니 고니가 유별난 녀석이었다. 다음 일은 면역력 약한 강아지 관리. 이곳에서 말티즈 믹스견 달콩과 방실, 알콩을 만났다. 도우미견나눔센터 일을 자처할 때 상상했던 아기견과의 만남이 6시간 만에서야 이뤄진 셈이다. 여기서 맡겨진 일은 아기견 체온재기. 몸에 열이 많은 개들이기 때문에 38도가 정상이다. 남 수의사로부터 체온계를 받고 어디에 꽂아야 할지 이리저리 재보는 데 항문에 체온계 바늘을 넣으란다. 순간 망설이는 기자에게 남 수의사는 별로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고 조언한다. 그래 해보자 하는 마음에 바늘을 넣자, 수치가 바쁘게 올라간다. 35, 36, 37.8, 38.5. 언저리에 멈추자 체온계가 삑삑 소리를 낸다. 최종온도는 38.7도. 약간의 미열이 있는 수준이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긴장했는지 달콩이 배를 바닥에 붙이고는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경지윤 훈련사가 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거짓말처럼 발가락에 힘을 주고 천천히 일어선다. 아직은 너무 어려 주사를 맞힐 때는 아니다. 일단은 관찰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고 예방접종 유무를 판별해야 하지만 나름 건강한 편이라는 남영희 수의사의 말에 안심이 됐다. 달콩은 배변과 복종훈련을 통해 누군가의 훌륭한 도우미견이 될 터다. ■ 유기견 애견인구 1천만명 시대 그늘 일과의 마지막은 도우미견 훈련이다. 사실 센터의 가장 핵심적인 일이기도 하다. 송민수 장애인보조견 훈련사와 함께 배치됐다. 훈련 파트너는 입소 두 달차 푸들견 하늘이. 어느 정도 송민수 훈련사와 호흡이 맞춰져 있는 탓에 앉아 일어서 정도는 쉽게 따라했다. 그에 맞는 수신호도 있다. 주먹 쥔 손에서 손가락 두 개를 펴 모은 뒤 아래에서 위는 앉아, 위에서 아래는 엎드려다. 기본적인 동작이지만 원칙은 있다. 하늘하고 이름을 꼭 불러줘야 한다. 그래야 귀가 열리고, 훈련이 된다. 그래서 이곳에 입소해 있는 60여 마리의 도우미견 모두 이름이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이곳을 스쳐지나간 200여 마리의 개들도 하나같이 이름이 있다. 모두 겹치지 않은 고유이름이다. 때문에 이름 하나 짓는 대도 나름의 고충과 고민이 있다. 기본적인 복종과 배변훈련이 끝나면 대부분의 도우미견은 심리적ㆍ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 분양된다. 한 달에 한 번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도우미견을 나눔센터 카페(http://cafe.daum.net/helpdogs)에 공고한다. 매개치료견의 역할이 큰 만큼 주로 외로운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에 우선권을 갖는다. 물론 일반인도 입양할 수 있다. 한번 상처 받은 개들인 만큼 파양은 원칙상 불가하다. 허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양돼 오는 도우미견도 없지 않다. 그 때마다 여 팀장은 마음이 아프단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감정이 있어요. 전 주인에 대한 기억과, 그로인한 상실의 상처가 영원히 남습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인간 이외 약자인 동물에 대해서도 깊은 책임과 생명윤리가 필요합니다. 8시간의 체험을 마치고 회사로 들어오는 길목. 오랜 시간 골목과 공원을 배회하고 있는 누렁이가 눈에 띤다. 우리의 허물이 거리를 맴돈다. 박광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북수원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드마리스’ 주방·홀서비스

대학시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기억이 있다. 많지 않은 액수였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최근에는 뷔페 레스토랑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과거 경험도 있고 그때의 기억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뷔페체험을 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뷔페체험을 위해 북수원에 위치한 뷔페 레스토랑 드마리스를 찾았다. ■ 오픈키친 속 조리사들 애로 공감 오전 10시. 드마리스는 오픈준비가 한창이었다. 조리사들은 한식과 중식, 일식 등 음식별로 나뉜 뷔페 코너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첫 번째 체험은 스테이크 코너였다. 드마리스의 스테이크 코너는 여느 뷔페와 마찬가지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다. 조리복을 입고 어울리지도 않는 주방모자를 머리에 얹은 뒤 스테이크 코너로 들어갔다. 기자가 맡은 업무는 동그랗게 잘려 냉동보관된 스테이크를 철판에서 초벌구이한 뒤 그릴에 재차 구워내 손님에게 내주는 일이다. 비교적 간단한 업무지만 많은 손님들이 찾는 만큼 가장 분주한 업무이기도 하다.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어느 정도는 미리 스테이크를 구워놔야 한다는 말에 손을 재촉했다. 스테이크를 굽는 불판 열기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쯤 문득 옆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조리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들에게 요리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오픈키친의 특성상 조리사들은 행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핸드폰은 고사하고 틈틈이 앉아 쉴 수도 없다. 많은 양의 음식을 조리해야 하는 만큼 불판의 열기는 일반 가스레인지와는 비교할 게 못 됐고 늘 턱밑에 걸쳐있는 위생마스크는 보기만 해도 불편해 보였다. 조리위생에 대한 손님들의 신뢰도 향상을 위해 오픈키친 내 조리사들은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다. 오픈키친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음식을 조리하다 보면 조리사에게 말을 건네는 손님을 쉽게 볼 수 있다. 김대웅 과장은 손님 중에서는 조리사들에게 말을 건네시는 분들도 있어요. 대부분이 음식의 조리 정도나 간, 음식설명 등을 물으시지만 간혹 개인적인 농담을 건네시는 분들도 있어서 말주변이 없는 조리사들이 당황할 때가 있죠라며 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스테이크 코너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선 채 기자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오픈시간은 이미 20분이나 지났다. 앞서 준비해뒀던 스테이크들을 접시에 담아 손님들에게 건넸다. 하지만 미리 구워놨던 스테이크는 20분 만에 동이 나버렸고 잠시 한눈을 팔았던 기자는 앞에서 기다리는 손님 눈치 보랴, 스테이크 준비하랴 진땀을 빼야 했다. 한용호 부장은 조리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항상 선 자세로 일해야 합니다. 특히 오픈키친의 경우 행동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조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음식재료와 조리과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많은 업체들이 선호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비록 회칼은 못 잡았지만초밥 만들기 첫 도전 뷔페 코너의 구성은 단순해 보이지만 나름의 설계 방식이 있다. 간단하게는 한식, 중식 등으로 나뉘지만 그 안에서도 핫코너와 콜드코너, 샐러드코너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는 식재료에 따라 구분한 것인데 뜨거운 음식과 찬 음식을 같은 장소에 놓으면 신선도나 음식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너를 더 세분화해서 보면 스테이크, 스시&사시미, 누들, 롤, 크랩, 인도요리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뷔페에서 스테이크 코너 못지않게 발길이 몰리는 곳이 스시&사시미 코너다. 두 번째 체험을 위해 스시&사시미 코너로 발길을 옮겼다. 체험을 위해 갔다고는 하지만 조리사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회칼을 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시코너 한쪽 귀퉁이에서 머뭇거리자 일거리 하나가 주어졌다. 한 손으로는 적당한 양의 흰밥을 타원형으로 뭉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회 한점에 겨자를 찍어 바른다. 잘 뭉쳐진 흰밥 위에 회를 얹어 잘 다듬으면 초밥 하나가 완성된다. 생전 처음 초밥을 만들어본 탓에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하기 시작했다. 앞서 스테이크 코너에서도 생각한 것이지만 조리사들은 자신이 사용했던 조리기기를 항상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게 습관화돼 있었다. 곧 다시 사용할 기기도 제자리에 가져다 놨다가 다시 꺼내 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정된 조리기기를 여러명의 조리사들이 사용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집주방이나 드나드는 기자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사용했던 집게를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다른 일을 했더니 옆에 있던 조리사가 아무말 없이 제자리에 가져다 놨다. 머쓱하게 초밥을 만들고 있자니 코너 밖에서 슈트를 차려입은 한 남성이 기자에게 손짓했다. ■ 홀 케어 생명은 친절배려 좀 웃어보세요 조리복과 모자를 벗고 슈트로 갈아입었다. 평소에는 착용할 일이 거의 없는 넥타이도 맸다. 조리사에 이어 홀 케어업무를 체험하기 위함이다. 홀 업무 역시 기본적인 테이블 세팅에서부터 케어, 주문, 예약, 고객 응대 등에 이르기까지 업무의 종류가 다양하다. 하나하나 집중해서 배우고 있자니 이효빈 차장의 따끔한 일침이 날라왔다. 홀 케어업무는 표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배려와 친절이 얼굴에 드러나야 하죠. 좀 웃어보세요. 테이블에 비친 표정을 보니 어떤 뜻인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봤지만 쉽지 않았다. 억지 미소에 파르르 떨리던 아랫입술은 이내 무표정으로 바뀌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설득한 뒤 업무교육을 이어갔다. 포크와 나이프 등 기물을 테이블에 배치하고 물을 리필하는 등 기본적인 업무도 많지만 홀 업무에서 가장 어려운 업무로 꼽히는 것은 단연 고객 컴플레인이다. 간혹 음식의 맛이나 서비스에 불만을 표현하는 고객이 생기면 홀 케어 직원들이 일차적으로 대처한 뒤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상급자에게 상황을 전달하도록 돼 있다. 홀 직원이나 조리사의 실수로 인한 컴플레인이야 당연히 조치를 취해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효빈 차장은 간혹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고객이 있어 곤란할 때가 있습니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는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야 말로 직원들에게는 큰 힘이고 즐거움 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경기도청 앞 ‘푸드트럭’ 영업

지난 18일 경기도청에 푸른색 트럭 두대가 등장했다. 이날부터 2주 동안 도청에서 운영되기로 한 푸드트럭이 경기도청 3별관에 자리를 잡고 운영에 들어갔다. 푸드트럭은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완화 1호로 지목되면서 그동안 법적 테두리가 없던 음지에서 이제는 제도권으로 자리잡은 사업이 됐다. 경기도도 청년취업 활성화와 창업지원을 위한 방편 중 하나로 푸드트럭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계획으로 도청 내에서 푸드트럭을 시범 운영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기자는 경기도청에서 처음 푸드트럭이 영업을 시작한 날 체험을 통해 푸드트럭의 발전 가능성을 살펴봤다. ■ 대한민국 최초의 합법 푸드트럭 청년 경영인과의 만남 도청 규제개혁추진단을 통해 소개받은 푸드트럭 경영자는 이미 서울시와 안양시 등에서 영업신고증을 받은 대한민국 최초의 합법 푸드트럭 경영인이었다. 이 경영인은 지난해 7월 푸드트럭 팩토리라는 회사를 설립해 각종 언론과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면서 화제의 인물이 된 하혁 대표였다. 특히 하 대표는 기자와 같은 안양 출신이기도 하고 동갑내기라는 점에서 금새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젊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새 질투심(?)까지 들게 됐다. 하 대표는 지난해 정부가 푸드트럭 합법화를 추진하자 기존에 운영하던 영어학원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 추진해 대한민국 푸드트럭 경영인의 롤모델격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날 도청 현장에서 하 대표를 만나자마자 즐거운 분위기 속에 푸드트럭 체험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기자는 사실 푸드트럭이라는 단어보다는 어린 시절 지하철 역인근 같은 곳에서 봤던 스넥카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다. 길거리 음식의 대표격인 떡볶이나 순대, 잔치국수 등을 대형 트럭 안에서 사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상점이 많지 않던 시절 스넥카는 야간이나 이른 아침시간에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요기를 담당해왔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 역시 좀처럼 찾기가 어려웠다. 이날 도청에서 운영된 푸드카는 연두색 색상의 차량으로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돼있었고 하 대표를 비롯한 4명의 직원들이 모두 푸른빛 색상으로 유니폼을 착용하는 등 과거의 스넥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직원들 역시 20대 초중반의 젊은층이어서 산뜻한 느낌을 주고 있었고 메뉴 또한 스웨덴핫도그, 허니치즈또띠아 등으로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메뉴가 준비되고 있었다. 특히 최근 TV 프로그램인 꽃보다할배가 그리스편을 방송하면서 그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감안해 그리스 음식인 지로스도 마련돼 있었다. 처음보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일단 먹어보고 시작했다. 기자가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스스로 판매되는 음식의 맛을 알아야 제대로 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맛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평평한 빵 안에 토마토와 떡갈비, 그리스식 요거트 소스를 넣고 만든 지로스는 처음 먹는 음식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점심꺼리가 될 정도로 포만감도 들었다. 시식을 마치고 바로 영업에 참여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차량에 올라 준비에 들어갔다. ■ 핫도그치즈 또띠아지로스~ 맛 좋은 영양간식 왔어요 이날 도청에서 처음 운영되는 푸드트럭이기에 오전까지는 많은 손님이 방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푸드트럭 주변을 이동하던 도청 공무원들은 신선한 느낌의 연두색 차량이 도청 잔디밭과 조화를 이루면서 서있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날 두대의 차량 중 한대에서는 스웨덴핫도그와 허니치즈또띠아가 판매됐고 비교적 고가(?)인 지로스가 나머지 한대의 차량에서 판매됐다. 기자는 지로스를 판매하는 하 대표와 한팀이 돼지로스 판매에 나섰다. 통상적으로 푸드트럭 창업 준비과정은 5일간의 교육이 실시되지만 시간상의 이유로 오전에 간단히 지로스 만들기를 교육을 받았다. 푸드트럭 창업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은 트럭의 운영과 메뉴의 개발, 선정, 영업허가 취득 등 다양한 과정의 5일간의 일정을 통해 교육받아야 한다. 이전에 법의 테두리 밖에서 운영되던 노점상과는 달리 푸드트럭의 경우 매달 식품안전성 검사도 받아야 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그에 대비해 충분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기자는 바로 지로스 만들기에 들어갔다. 빵을 굽는 방법부터 소스를 빵에 바르고 고기패티를 준비하고 잘라 놓은 토마토를 올리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조심스레 배웠다. 빵도 앞면과 뒷면이 있어 손님들이 보기에 좋은 면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준비를 해야하고 은박지로 지로스를 포장할 때도 손님들이 포장을 벗기기 쉽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명 음식점 못지않게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로스에 양파를 넣는 것도 이전에 생것을 넣다가 손님들이 양파냄새에 거부감을 느껴 구운 양파를 쓰기도 하는 등의 시행 착오를 거쳐 이제는 양파가 포함된 떡갈비 패티를 사용한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부단한 노력이 엿보기도 했다. 오전에는 15명가량의 손님이 지로스를 구매했다. 반면 비교적 친근한 핫도그와 또띠아를 팔고 있는 옆 트럭에서는 90개 가깝게 판매가 이뤄졌다는 애기를 듣고 경쟁심리가 발동했다. 대형 행사장 같은 경우에서 영업을 할 경우 하루에 2천~3천개까지 판매가 이뤄진다는 얘기를 듣고는 놀라운 생각도 들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푸드트럭을 방문한 도청 공무원들은 미리 배부한 음료쿠폰까지 프린트해 와서 자신들의 기호에 맞춰 음식을 주문했다. 그에 따라 지로스를 만드는 기자의 손도 빨라졌다. 하 대표가 구워낸 패티를 소스를 바른 빵에 올려 포장을 하는 작업까지가 기자의 몫이었다. 하나 하나 주문량이 늘면서 포장하는 손길도 익숙해졌다. 한시간 남짓한 점심시간 동안 푸드트럭 직원들과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앞으로 성장할 푸드트럭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점심시간이 지나서는 조금 한가해졌지만 기자가 푸드트럭 체험을 하는 동안 매출을 더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영업에도 나섰다. 친분이 있는 도의회 공보담당관실 직원들에게 연락해 푸드트럭에 단체로 방문하게도 하고 지나가는 공무원분들 중 친분이 있는 지성군 경기도 교육협력국장도 붙들어 직원들과 함께 지로스 매출에 힘을 보태도록 부탁을 하기도 했다. 방문한 직원들과 푸드트럭 앞에 설치된 파라솔에 앉아 푸드트럭 산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함께 하면서 이날 체험이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체험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손꼽히는 푸드트럭 산업에 발벗고 뛰어든 하 대표에 대한 존경심을 비롯해 아직까지 푸드트럭과 관련한 지자체의 정책이 안정되지 못해 쉽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는 등 이색적인 경험과 정부정책의 명암에 대해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정진욱기자

[1일 현장체험] 인천 서구 ‘석남중학교 교사’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인천의 교육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변했다. 특히 지난해 이청연 교육감 취임 이후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과 두발자유화 정책,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 등 새로운 교육정책이 도입되면서 인천의 교육은 단순 변화를 넘어 혁신의 단계로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자로서 이들 새로운 교육 정책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은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심 또한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학생들에게 실제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직접 체험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러한 고민 끝에 행복배움학교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수업시간에 졸거나 엎드린 학생이 줄었을까?, 누군가의 지적처럼 두발 자유화가 학생 탈선의 시작이 되지는 않을까?, 행복배움학교에서 학생들은 정말 행복한 교육을 받는 것일까?라는 세 가지 궁금증을 마음속에 품은 채 인천의 행복배움학교인 석남중학교에서 1일 교사 체험을 하게 됐다. ■ 교문지도? No! 아침맞이 교사학생 사랑의 인사 스승의 날(5월 15일)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오전 8시20분, 1일 교사 체험을 위해 인천시 서구의 석남중을 방문했다. 1~3학년생 710명이 재학 중인 석남중은 올해 처음 도입된 행복배움학교 10곳 중 1곳으로, 혁신학교의 기본 교육 철학인 배움의 공동체를 지역에서 처음 시작한 학교로 유명하다. 이날 석남중의 1일 교사로서 처음 체험해본 일은 바로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침 맞이였다. 석남중에는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의 복장을 지적하고 지각하는 학생을 훈계하는 무서운 교사는 없다. 다만 등교하는 학생의 어깨를 두드리고, 손뼉을 마주치며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해주는 교사만이 있을 뿐이다. 솔직히 안녕하세요나 안녕하십니까 등의 인사말이 익숙한 상황에서 사랑합니다라는 석남중만의 인사말은 매우 어색했다. 그러나 밝은 표정의 학생들을 보면서 이 같은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이 시작되면서 석남중의 등교시간은 오전 8시50분으로 늦춰졌고, 30분에서 1시간 이상씩 더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된 학생들의 어깨는 가벼워 보였다. 아침 맞이에 나선 교사들 옆으로는 학교 축구부가 학생의 생활 교육을 위한 슬리퍼 NO, 흡연 NO 등의 캠페인을 벌였다. 재치가 넘치는 한 축구부 학생은 담배 피우면 나처럼 된다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학생들의 즐거운 등굣길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1일 교사로서 낯선 학교의 어색함도 잠시, 등교하는 학생들의 밝은 모습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젖어들며 마치 교생 실습을 나온 예비 교사 마냥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김찬 석남중 교사는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 이후, 등교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며 아침맞이로 교사와 학생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고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수업시간에 졸거나 엎드린 학생도 사라져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 저마다 문제해결 몰두시끌벅적 토론 수업 2학년 5반에서 진행된 10분간의 아침조회 이후 오전 9시10분부터 1교시가 시작됐다. 이날 1일 교사로 처음 경험해본 수업은 기술가정으로 자격루의 원리를 실제 체험해보는 수행평가로 진행됐다. 자격루는 조선시대 장영실이 만든 물시계로, 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그릇 4개와 물받이 그릇 2개, 12개의 잣대, 그리고 톱니바퀴, 자동 시보 장치로 이뤄진 시계다. 학생들은 조별로 수수깡 재질의 구슬 통로를 만들고 통과시키며 자격루의 원리와 역사까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STEAM(융합인재교육) 교육을 받았다. 시끌벅적한 수업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학생들 사이에 잡담은 전혀 없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을 벌였고, 교사는 정답으로 가는 길만 안내해 줄 뿐이었고 학년 공개수업으로 진행돼 이채로웠다. 석남중의 교사들은 매월 1회의 학년 공개수업을 통해 수업디자인을 하고 있다. 수업디자인은 교사들이 학생의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수업 방식을 연구해 진행하고, 동료 교사들이 이를 참관해 피드백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다. 배움의 소리로 가득했던 45분간의 수업은 학생들과 함께 자격루의 원리를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훌쩍 지나갔다. 1일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교사의 본분이 무엇인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권민수 석남중 교사는 체험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어떻게 가르칠지와 무엇을 가르칠지를 연구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지만, 지금처럼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 직업으로서 기자 소개역시 연예기사 폭풍 관심 이날 1일 교사로서 아이들의 수업을 도맡아 체험에 나선 것은 4교시 진로와 직업 수업 때였다. 학생들에게 기자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교사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며칠 동안 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 모든 것을 털어놓고도 수업 시간이 무려 20분이나 남아 난감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발표수업에서 1시간도 거뜬히 소화했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전혀 달랐다. 표현 하나하나에 비속어는 없을까, 학생들이 재미있어할지, 괜히 시간만 잡아먹는 것은 아닐지 등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했다. 그러나 다행히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는 매우 높았다. 설명하는 것마다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만으로도 남은 수업 시간을 전부 채울 수 있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운동선수나 연예인 기사 이야기는 잠시나마 아이들의 폭풍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 학생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며 곧 학교에서 다양한 직업군의 전문가들이 학교를 방문해 해당 직업을 소개해주는 수업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도 관심을 두고 수업에 참여해야겠다고 말했다. ■ 새 시대 맞는 인천교육 현장 체험 값진 시간 점심시간과 오후 일정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오후에는 침이 말라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학생들의 밝은 표정 속에 1일 교사가 아닌 정식 교사가 된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석남중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졌던 세 가지 궁금증은 1일 체험을 통해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등교시간 자율화 정책에 따라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수업시간 엎드려 졸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또 두발자유화라고 해서 탈선이 우려될 만큼 심각하게 머리색을 염색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머리스타일을 한 학생도 없었고, 자율적이고 개방된 행복배움학교만의 수업 분위기 속에 학생들의 표정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1일 교사 체험을 통해 석남중의 모습을 보며 인천교육이 이제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맞이했음을 다시금 느껴보는 계기가 됐다. 김형백 석남중 교장은 행복배움학교도, 배움의 공동체도 모두 교육에 있어 정답은 아니다. 다만,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고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가 변화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 학력을 단순히 시험 성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창의력과 소통 능력 등 미래형 인재 능력을 포함한 학력 향상에 인천교육이 힘써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사진=장용준기자

[1일 현장체험] 양주 회암사지 박물관 도슨트(Docent)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역사 드라마나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는 편이다. 때론 아이들과 박물관이나 역사 현장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역사에 자신있다고 자부했지만 유물 같은 세세한 것들은 잘 몰라 아이들이 물어보면 머리 속 지식을 총동원 해보지만 나 자신이 초라한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 국가유물을 소장한 조선조 최대 왕실사찰이었던 회암사지 박물관을 찾아 도슨트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 100여명 단체관람객 입장에 초보 도슨트 초긴장 도슨트 1일 체험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양주시 회정동에 자리잡은 회암사지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자 윤의현 박물관팀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윤 팀장은 도슨트 체험에 앞서 회암사지박물관 설립 과정부터 도슨트의 임무 등에 이르기까지 회암사지박물관의 모든 것을 기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했다. 회암사지박물관 건립 추진 당시부터 박물관이 완공되기까지 모든 것을 지켜봤던 기자는 개관 후에도 자주 찾던 곳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모르던 것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윤 팀장으로부터 박물관 도슨트임을 알리는 조끼를 지급받고 박물관 로비에서 이날 단체관람을 신청한 군부대 장병을 기다렸다. 오늘 단체관람 하는 장병들은 인근 덕정동의 육군 8802부대 장병들. 부대에서 실시하는 정신교육의 일환으로 장병들의 국가관과 역사의식 고취는 물론 자신이 근무하는 지역의 역사를 알자는 취지에서 회암사지박물관 견학을 실시한 것으로 4월 28일 1차 115명이 방문한데 이어 이날 2차로 115명이 단체관람 하게 됐다. 오늘 해설을 담당한 도슨트는 김미란(51), 김효경(57) 선생님이었다. 두 분은 경력 3년차로 여유가 느껴졌지만 도슨트 경험이 처음인 기자로선 100명이 넘는 단체관람객을 맞이하려니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히 이날 군부대에서 단체관람 한다는 소식을 들은 임영빈 단장(62)이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도 도슨트 일손을 도와주겠다며 지원을 나와 한 시름 놨다. 기자는 회암사지박물관과 소장 유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정식으로 도슨트 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우선 임영빈 단장을 보조하면서 장병들의 관람 동선을 유도하며 질서유지를 맡기로 했다. ■ 관람객 인솔 1층 회암사의 역사부터 해설 시작 도슨트들이 해설하는 동선은 1층 회암사의 역사에서 시작해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모아놓은 사라진 역사의 조각을 찾아서를 거쳐 조선왕실 문화와 함께 회암사를 복원했을 때의 웅장한 모습과 회암사 건물들 하나하나를 아나운서들이 화상으로 자세히 설명해 주는 입체 대가람을 관람하게 된다. 이어 2층에서는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기와, 도자기, 조선조 왕후들이 하사한 불교미술 순으로 둘러보게 구성돼 있다. 임영빈 단장은 자신이 맡은 1조 30여명의 장병들을 박물관 로비에 설치돼 있는 회암사지 복원도 앞으로 모았다. 기자가 옆에 다가서자 임 단장은 기자가 1일 도슨트로 함께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임 단장은 회암사에 대해 설명하면서 여기 오신 장병들은 회암사가 왕실사찰이라는 사실만 알고 가셔도 충분하다며 회암사 대웅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한양 경복궁을 닮은게 아니고 시기적으로 봤을 때 고려 개성의 황궁을 닮은 것이 맞고 경복궁이 회암사를 닮았다 해야 맞는다고 지적했다. 기자도 몰랐던 사실인데 병사들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박물관 내부 첫 번째 관문에 들어섰다. 회암사의 역사와 함께 하는 지공, 나옹, 무학대사 등 3대 화상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회암사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모아놓은 큰 회랑에 들어서자 장병들은 궁궐에서만 설치할 수 있었던 토수와 용수를 비롯해 봉황문 기와, 청동금탁을 보자 신기해 했다. 유물 전시실을 지나 회암사 복원 모형 앞에 들어서자 임 단장은 회암사의 당시 웅장했던 모습을 설명하면서 아나운서들이 당시 회암사의 모습과 용도 등을 자세히 설명할텐데 나보다 더 나을 것이라며 한 20분쯤 걸리는데 보고 나면 모든 사람들이 감탄한다며 웃었다. 기자도 장병들이 자리에 앉아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화상을 지켜봤다. 화상 설명이 시작되면서 회암사 건물을 복원한 모형판이 하나씩 움직였다. 대웅전 등 회암사 건물들이 하나하나씩 조명을 받으며 움직이고 화상의 아나운서들이 알기쉽게 설명을 하자 장병들은 당시 웅장했던 회암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장병들이 대가람을 지켜보는 동안 잠시 임 단장과 도슨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임 이정희 단장에 이어 도슨트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는 임 단장은 회암사지박물관에 소장된 많은 유물들은 간단한 안내 표지판이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있지만 수 백, 수 천년 세월이 지난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있는 유물들이 간직한 역사를 올곧이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관람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 깨진 기와편에 숨어있는 회암사의 국제교류 증거를 찾아서 대가람 관람이 끝나자 장병들을 2층으로 인도했다. 오랜만의 바깥 외출이었는지 약간은 산만하기도 했지만 기자가 이제 20분 정도면 관람이 다 끝나니 좋은 경험을 하고 가자고 질서유지를 당부하자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임 단장은 전시장에 전시된 기와들을 가리키며 여기에 전시된 깨진 기와편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기와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도문자가 새겨져 있어요. 회암사가 지어질 때부터 벌써 국제적인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라며 또다시 열정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관람의 마지막 코스인 3대 화상의 그림이 전시된 전시실로 이동했다. 장병들을 모두 수용하기 힘든 좁은 공간이어서 조금은 소란스럽기도 했지만 1층 입구에서 3대 화상에 대해 설명을 들어서인지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기자도 3대 화상이 모두 그려진 목판화는 이것이 유일하다고 설명하면서 옆에 전시된 조선왕조 왕후들이 하사했던 금불화 등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 들이라며 자세히 살펴볼 것을 유도했다. 2층에 전시된 유물을 모두 둘러본 장병들은 다시 1층에 모여 기자와 임 단장에게 인사하면서 오늘의 단체관람을 모두 마쳤다. 임 단장은 군복무기간동안 몸 건강하고 나중에라도 전역하면 양주에 회암사지 박물관이 있다고 소개해 주고 다시 한번 더 찾아주시기 바란다며 깨알같은 홍보를 잊지 않았다. ■ 길게 느껴졌던 도슨트 체험 3시간 만에 성공 3시간의 짧았던 도슨트 체험을 마치고 김미란ㆍ김효경 도슨트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도슨트들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 요일별로 근무조를 편성해 주 1회 일반인과 단체관람객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설명으로 이해를 돕고 있다. 해설은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등 하루 3회 하는데 단체예약이나 해설 요청이 있을 때에는 수시로 하기도 한다. 박물관을 전체를 돌며 해설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김미란씨는 단체관람객이 몰리다 보면 1시간30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단체관람객이 많이 찾는 주말에는 네 다섯번씩 해설을 반복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목도 뻣뻣해져 힘들기도 하지만 열정적인 해설에 많은 관람객들이 설명 잘 들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면 어느덧 고단함은 눈녹듯 사라진다며 우리 지역 최고의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해설을 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김효경씨도 2인1조로 주1회 도슨트로 활동하는 것이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도슨트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의 길고도 짧았던 도슨트 체험은 전시실 입구에서 윤의현 박물관팀장과 임영빈 단장, 김미란ㆍ김효경 도슨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마무리됐다. 양주=이종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화성 제부도 갯벌 낙지잡이 도전

30일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을 몸소 체험해보기 위해 화성 제부도에서 갯벌 낙지잡이에 도전했다. 지난해 김채취 작업과 바지락 캐기에 도전한데 이어 세번째 어촌 현장 체험이다. 어촌 현장 체험에 도전할때마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각오만큼은 남달랐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게 얻어지는 결과는 없었다. 낙지는 초심자에게 호락호락 자신을 허락할 만큼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고, 아들이 직접 잡은 낙지로 연포탕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하고 계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은 야무진 꿈에 불과했다. 시행착오로 가득했던 3시간여의 갯벌 낙지잡이 체험을 소개한다. ■ 낙지야, 기다려라 갯벌 낙지잡이에 도전하기 위해 일대 어민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전 5시30분. 본사가 위치한 수원에서 화성 제부도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새벽 3시께에 눈을 뜨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아침잠이 많은 기자에게 있어서는 결코 만만치 않은 관문. 잠을 잤는지 못잤는지 하품만 연신 나오는게 고역 중의 고역이었다. 허겁지겁 준비를 마친 뒤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줄 사진기자와 함께 새벽 차에 몸을 실었다. 어둠 속을 달린 지 1시간여가 지나자 제부도의 갯벌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에 드리웠던 어둠이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시간은 아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갯벌 넘어 붉게 떠오르는 해도 멋스럽고, 바다 내음 가득한 새벽 공기도 제법 쾌청하다. 제부도 앞 갯벌에 다다르자 긴 장화와 고무장갑, 앞치마 등으로 완전무장한 어민들이 경운기를 타고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일 낙지체험을 도와줄 노용학 제부리 어촌계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장화와 고무장갑으로 나름 준비태세를 마치고 낙지와의 격전을 벌이기 위해 갯벌로 향했다. 드디어 시작이다. ■ 계속된 헛탕, 거칠어지는 숨소리 봄철 낙지는 산란기 직전의 낙지로 이른바 세발낙지로 불리는 가을 낙지에 비해 몸통이 큰 것이 특징이다. 바지락 등을 먹기 위해 보통 갯벌 아래 30㎝~50㎝ 아래에서 서식하는데 깊이 들어갈때는 1m까지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용학 어촌계장으로부터 낙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으며 낙지잡이에 착수했다. 경운기에서 내린 노 계장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갯벌 곳곳에 나있는 구멍을 한번씩 후벼 파보기 시작했다. 낙지가 갯벌 아래로 파고들어간 구멍을 찾기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노계장은 쏙(갯가재의 일종) 구멍이 있고 낙지 구멍이 따로 있어요라며 쏙 구멍은 크기가 작고 수직으로 내려가지만 낙지구멍은 크기가 크고 옆으로 비스듬한 것이 특징이지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명은 설명일뿐. 초심자의 눈에는 다 그놈이 그놈 같았다. 일단 비교적 커보이는 구멍을 찾아 어민들이 하는 것처럼 갯벌을 마구 파헤쳐보기 시작했다. 찐득한 갯벌 흙을 30~50㎝가량 파헤쳐내려가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긴 장화를 신고 푹푹 빠져들어가는 갯벌 위를 걷는것도 쉽지 않은데 삽질까지 하려니 작업에 착수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한마리 잡아올릴 수 있을 것 같았던 초심은 갯벌 파헤치기 허탕 몇번에 서서히 겸손해져가고 있었다. ■ 짜릿한 손맛~ 그래 이 맛이야!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지 상당시간이 흘렀는데도 좀처럼 개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갯벌 채취에 나선 어민들도 아 오늘 낙지가 너무 없어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제부리에서 태어난 어촌 사나이이자 10여년 경력의 베테랑 노계장 역시 연이어 헛탕만 치고 있었다. 연이은 헛탕에 지쳐 독립 작업을 멈추고 노계장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기자의 마음속에도 조금씩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작업에 착수한지 1시간 가량이 지났을때 매의 눈으로 갯벌 구멍을 이리저리 살피던 노계장이 갯벌 안으로 손을 깊이 넣어 큰 낙지 한마리를 끄집어냈다. 다리길이가 30㎝가량 달할 만큼 크기가 제법 튼실한 월척이다. 월척을 향한 부푼 꿈을 안고 노계장을 어설프레 흉내내가며 갯벌 파헤치기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역시나 쉽지 않았다. 무작정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낙지가 들어간 구멍을 찾아 들어가야한다는데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막상 해보면 계속 허탕이었다. 낙지 구멍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하는 초심자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작업임이 분명했다. 한마리도 잡지 못한 채 부러운 눈으로 어민들을 바라만 보던 기자가 안쓰러웠는지 이날 작업에 나선 노계장의 누나 노은주(56ㆍ여)씨가 기자를 불러 세운 뒤 여기 한번 파보세요라고 말했다. 노계장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낙지가 파내려간 구멍을 따라 팔꿈치가 갯벌에 잠길때까지 손을 쑤욱 넣어봤다. 그러자 고무장갑을 낀 손끝으로 물컹함이 느껴졌다. 낙지였다. 밥상은 차려졌지만 잘 차려진 밥상을 떠먹는 일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터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는 낙지를 갯벌에서 잡아꺼내려니 헉헉하는 거친 숨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하지만 막상 잡아뺀 낙지를 수집통에 집어넣을 때 느껴지는 쾌감은 그동안의 피로감을 잊게 해줄만큼 짜릿했다. ■ 치열했던 낙지잡이 어민들의 노고에 무한 감사 3시간 여 동안 갯벌 곳곳을 누볐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잡은 낙지는 단 한마리도 없었다. 한사람 몫까지는 아니더라도 낙지잡이에 보탬이 되겠다는 결심은 그저 헛된 바람에 불과했다. 그저 주변 어민들이 발견해놓은 낙지를 파헤쳐 끄집어 내는 짜릿한 경험을 한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이날 그물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해 득템한 꽃게 한마리를 포함, 큼지막한 낙지 8마리를 포획한 노계장은 오늘은 워낙 낙지가 없었네요. 수십년씩 갯벌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베테랑 어민들도 평균 5~6마리 밖에 못잡았잖아요라며 위로의 말을 건냈다. 노은주 씨도 아까 갯벌 밑으로 낙지 만져보니까 어땠어. 느낌 좋았지라며 갯벌 밑으로 물컹한 낙지가 만져질때 낙지 먹을때보다 더 힘이 난다니깐. 그 느낌을 느껴본걸로 된거야라고 말했다. 3시간 여에 걸친 작업 이후 채취한 낙지는 산낙지, 연포탕 등으로 고스란히 식탁에 올라왔다. 갯벌에서 작업을 마친 뒤 맛본 직접 잡아올린 낙지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치열했던 세번째 어촌현장 체험을 마치고 제부도를 뒤로하며 낙지 한마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민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박민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성남 중원署 성호지구대 야간근무

아줌마 기자가 외박을 했다. 남편은 잘 다녀오라며 걱정했고, 친정엄마는 몸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직장 동료들은 왜 굳이 사서 고생이냐고 타박 아닌 타박을 했다. 유일하게 6살 딸아이 유치원 담임께서 딸 사진을 보내주며 힘내라고 응원해주었다. 아줌마 기자는 길고 긴 봄밤 어디서 무엇을 하며 밤을 샜을까? 아줌마 기자는 지난 21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인 22일 아침 7시까지 12시간 동안 성남중원경찰서 성호지구대 에서 밤을 보냈다. 성남시 관할 분당ㆍ수정ㆍ중원경찰서 가운데 가장 바쁜 곳으로 꼽히는 성호지구대(지구대장 전재근 경정)에서 야간근무 1일 현장체험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경찰관의 강인함을 닮고 싶었다. 올해 1월 1일자로 지역사회부 성남 2진으로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부족함이 있었다. 바로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었다. 특히 성남시 3개 경찰서 출입기자로 형사과, 강력팀, 수사과, 여청과, 정보과까지 각 팀에서 인지ㆍ수사하고 있는 사건들도 취재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 기자 세계에선 이를 마와리를 돈다라고 표현한다. 쉽게 말해, 경찰서 내 각 부서, 팀을 샅샅이 들러 취재한다는 뜻인데, 마와리는 경찰서만 도는 것이 아니다. 성남지역 내 지검, 병의원, 학교 등을 부지런히 다니며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직접 듣고 취재해야 한다. 그래서 성호지구대에서 하룻밤 보내면서 소위 말하는 깡을 키우고 싶었다. ■ 야간에만 하루 평균 60여건 출동신고 긴장의 연속 흔히 지구대를 민생치안의 최후 보루라고 한다. 치안 행정의 최일선 기관으로서 범죄와 사고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하는 일이 많다. 각종 범죄사고 신고, 구역 내 순찰, 사회적 취약자 보호, 음주음전 단속, 교통질서 확립 캠페인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성호지구대도 예외는 아니다. 중원구 성남동을 담당하는 성호지구대는 전국 최대 규모의 민속5일장인 모란시장과 모란역 먹자골목이 있는 유흥지역으로, 모텔촌이 밀집해 있고 나이트클럽이 3개나 있어 그야말로 성남에서 가장 많은 출동 건수를 자랑한다. 야간에만 평균 60건에 달하고 여름철에는 80건이 넘는다. 특히 모란시장이 열리는 4일과 9일에는 이 일대 유동인구가 3만8천명이 넘어 그야말로 화장실도 못갈 정도로 바쁘다 한다. 목ㆍ금ㆍ토요일도 출동건수가 많다. 지역적 특성상 각종 사건, 사고와 범죄 등 치안수요가 많은 곳이다보니 성남중원경찰서(서장 신경문) 성호지구대는 근무지 중 기피 1순위다. 현재 성호지구대에는 경찰 입문 2개월차 시보경찰관부터 정년이 코앞인 고참 경찰관까지 총 56명의 직원들이 4개팀으로 나눠 4부제 근무를 하고 있다. 21일 야간근무는 2팀(팀장 권광오 경감)과 함께 했다. 저녁 7시, 야간근무 직원과 똑같이 조끼를 입고 전 근무팀으로부터 야간근무 유의사항에 대해 교육을 받은 뒤 12시간 동안 도보순찰, 112순찰, 상황근무 등 본격적인 밤샘 야간근무가 시작됐다. 권광오 팀장은 중원경찰서는 크게 2개 지구대와 4개 파출소가 있고, 성호지구대가 관할하는 성남동은 4개 지역으로 나눠 112순찰차 4대가 커버하는데 강기자는 오늘 12호 순찰차를 타고 먹자골목이 있어 출동이 가장 많은 1구역에서 근무하세요. 현장에선 항상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긴장해야 하고 특히 경찰 멱살잡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안전을 신신당부했다. ■ 끊이지 않는 유흥가 사건사고안전 귀가지도까지 이상무 저녁 8시 10분, 2팀 4조 김진오 경위와 전 원 순경과 함께 순찰차에 올라탔다. 차량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을 겸한 112 신고 지구대 시스템 화면에는 중원경찰서 2개 지구대와 4개 파출소에 접수된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시비, 폭력, 소음, 가정폭력, 행패소란, 기타경범, 층간소음 등의 내용들이 쉴 새 없이 접수되고 출동, 완결 등의 과정들이 초저녁부터 숨가쁘게 진행됐다. 그나마 운좋게 기자가 담당한 지역에선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 행운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대기(휴식) 없이 바로 밤 10시~12시 근무조인 전하정 경위와 김유암 순경과 함께 순찰을 시작하자마자 출동이 연이었다. 전 경위와 김 순경은 10시 4분, 주취자가 도로에서 발로 차량을 찼다는 여성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바로 출동해 운전자의 놀란 마음을 안정시키고 피해 사실 등을 확인하고 귀가지도까지 하는데 신속하고 매끄러웠다. 이어 10시 30분, 먹자골목 M타워 인근에서 싸움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술에 취해 몹시 흥분한 남성은 여자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난동을 벌이고 있었다. 전 경위와 김 순경은 침착하게 남성을 제지했지만 남성은 화를 참지 못하고 두 경찰관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순간 기자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경찰관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인근 지역을 순찰 중이던 경찰들이 긴급 출동, 총 5명의 경찰관이 현장을 정리했다. 10분간의 위험한 상황이 정리됐다. 그런데 밤 10시 53분 재신고가 접수됐다. 전 경위와 김 순경은 당황한 기색없이 현장에서 민첩하게 민원을 처리했다. 그렇게 두번째 순찰을 마치고 밤 11시45분 성호지구대에 도착했다. 권광오 팀장과 직원들은 오늘 이상하게 출동이 적다며 주말 저녁에 왔으면 고생좀 했을 거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진짜 아침근무까지 할거냐고 재차 물었다. 기자는 대답했다. 사진만 찍고 지구대 야간근무했다고 기사 쓸거였으면 애초에 안왔습니다. ■ 야간근무는 졸음추위와의 싸움고되지만 보람찬 현장 기자의 답이 끝나자마자 권 팀장은 2조 고상구 경사와 김용민 경장과 함께 현장 출동지시를 내렸다. 3번째 112순찰차에 타자 순간 하품이 쏟아지고 피곤이 밀려왔다. 허벅지를 세게 꼬집어가며 애써 잠을 쫓아냈다. 게다가 저녁도 못 먹고 야간근무에 투입돼 밥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꼬르륵 소리가 뱃속에서 쉬지 않고 들렸다. 봄밤 야간근무가 이리 추운줄 몰랐던 터라 살짝 감기기운까지 돌았다. 배고프고, 졸립고, 추웠다.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 경사와 김 경장은 관할 지역 구석구석을 순찰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대충대충이 통하지 않았다. 새벽 1시40분, 술취한 손님이 난동을 피운다는 순대국집 사장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두 사람은 취객의 소지품까지 챙겨 안전귀가를 안내하고 새벽까지 장사하는 가게 주인의 안전을 살폈다. 늦게까지 고생이 많다는 한 손님의 감사인사에 환하게 웃는 김용민 경장의 미소가 백만불짜리였다. 그때 고 경사가 편의점에 가서 따뜻한 커피라도 마시자고 했다. 이제 살았구나 싶었다. 두 경찰은 커피를 마시고 기자는 샌드위치와 바나나우유로 배를 채우고 새벽 1시 50분 지구대로 복귀했다. 4번째 순찰은 2시 22분, 1조 김희용 경사와 김기태 순경과 함께 했다. 출발하자마자 출동신고가 떨어졌다. 술취한 노숙자 3명이 싸우고 행패를 부린다는 편의점 주인의 신고였다. 현장에 가보니 소리를 지르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노숙자들의 행각은 천태만상이었다. 심지어 경찰관에게 쓰레기를 던지기도 했다. 인근 순찰차 2대가 출동해 상황정리를 하니 새벽 3시9분이었다. 순찰을 마치고 녹초가 돼 지구대에 도착해보니 무면허 운전자가 술에 취해 조사를 받고 있었다. 마지막 순찰은 3조 백대현 경위와 박용희 경장과 함께 새벽 4시부터 6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2팀이 야간근무에 처리한 112신고는 31건으로, 직원들은 평소보다 조용하고, 평온한 밤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성호지구대 경찰들은 기막힌 사람들이었다. 우선, 운전솜씨가 기가 막혔다. 좁은 골목길도, 가파른 언덕배기도 문제 없었다. 방어운전도 잘했다. 골목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헤집으며 달리는 운전솜씨가 예술이었다. 또 유연성 뛰어난 기가 막힌 조직이었다. 경찰은 공권력을 가진 힘이 센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하룻밤을 같이 생활해 보니 지구대 경찰관에겐 유연성이 비밀병기였다. 그들은 시민, 주취자, 약자를 힘으로 상대하지 않았다. 단, 자신의 힘을 그르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힘을 알맞게 조율해서 사용할 수 있게 단호하게 대처할뿐이었다. 지구대 사람들은 그들의 자존심과 힘, 주먹 등은 가족이 있는 집에 놓고와 오로지 자긍심과 시민을 위한 마음만 가지고 긴 밤을 보내고 있었다. 당초 1일 체험을 통해 배우고자 했던 경찰의 강인함과 깡 보다는 오히려 유연성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구대에서 하룻밤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가 삶이 되고, 그 삶이 우리의 역사가 되는 것을 체험한 12시간은 성호지구대 2팀 경찰관들의 고되지만 의미있는 삶의 단면이기도 했다. 성남=강현숙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 알려주는 ‘숲 해설사’

우연히 모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엄마가 줄 수 있는, 아기에게 가장 완전하고 안전한 식품 모유. 그 보편화된 믿음으로 기자 역시 열심히 모유수유를 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한 편에 눈물을 떨궜다. 내용인 즉슨, 수유 중인 한국 여성의 모유를 분석한 결과 다량의 환경 호르몬과 중금속 등이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아기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어서 많은 것을 참아왔던 엄마들에게 도대체 왜라는 의문만이 남았다. 답은 분명했다. 환경오염이다. 구조적으로 환경유해물질에 취약한 여성의 가슴이 지구의 환경오염에 영향받은 것이다. 모유는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식품으로 상당량의 유해화학물질이 아기들에게 전달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분유가 대안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숲 해설사 체험은 그 답을 제시하는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수원 광교호수공원. 전날 내린 봄비에 뿌연 먼지는 씻겨 가고, 따사로운 햇살에 자연의 빛깔은 유난히 진했다. 그 속에서 초록색 조끼를 입은 박은선(54)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는 우리가 흔히 숲 해설사로 부르는, 산림 교육 전문가다. 지난 2008년 YMCA에서 숲 해설사 양성과정을 들으며 매료돼 전문가의 길을 선택했다. 이어 산림청의 9개월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후 전문 강사로 유아부터 초등학생, 성인 등을 대상으로 한 숲 생태 해설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은 1999년부터 국립수목원, 국립자연휴양림 등에서 숲해설사 제도를 운영했고 2009년에는 330명의 숲해설사를 선발했다. 이처럼 숲 해설사가 되려면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림청장 인증 숲해설사 교육과정 운영기관이나 기타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운영하는 숲해설사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날 기자가 도전한 일일체험은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이 최소 1년 여 동안 공부해 쌓은 지식도, 현장에서 활동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도 전무했으니 말이다. 박 선생님에게 작정하고 민폐를 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할 일은 있었다. 이날 참여자는 초등학교 1~2학년 10명인데, 숲 해설사 단 1명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수원 YMCA를 통해 활동하는 숲 해설사는 8명인데, 예산 부족으로 학생 수가 많아도 선생님을 추가 지원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덕분(?)에 기자는 보조 교사격으로 아이들을 인솔키로 했다. 역할 분담을 끝낸 후 아이들을 광교호수공원 제2주차장 옆 놀이터에서 만났다. 이날 교육은 한 달간 4회에 걸쳐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3주차로 박 선생님과 참여 학생 및 학부모들이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자연을 접할 기회를 주고 싶었던 엄마 덕분에 자매가 나란히 참여한 김혜민(8)과 김혜원(9)양, 아이가 진달래꽃을 먹고 자연에 관심을 갖게 돼 기쁜 엄마 손을 잡고 나타난 김민준(8)군, 벌레를 무서워했지만 이젠 흙을 만지고 곤충이랑도 친해진 김시은(8)양 등 모든 아이들이 들떠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인 숲 해설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육 장소는 아이들에게는 숨을 헐떡거리며 넘어야 할 만큼 높은 고개를 지나야 나오는 공원 속 작은 숲이었다. 하지만 이 장소로 이동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두 명씩 짝지어, 기자는 짝꿍이 아직 오지 않은 박채연(9)양과 맨 뒤에서 걸어가는데 5m를 가기 힘들었다. 바닥에 기어가는 딱정벌레를 본 아이들이 모두 멈춰 선 것. 이게 뭐예요라는 이구동성 질문에 박 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앉아 아이들 눈높이로 벌레를 잡아 올렸다. 이건 딱정벌레야. 다리가 몇 개지? 여섯 개네. 그럼 거미는 아니겠구나. 거미는 다리가 8개이니까. 다같이 일어서 걷는 도중 또 멈춘다. 이번엔 나비다. 팔랑거리는 날개짓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향해 박 선생님은 저렇게 예쁜 나비가 되기 전에는 애벌레였어요. 이제 애벌레를 징그럽다고 밟고 죽이면 저렇게 예쁜 나비를 볼 수 없겠지? 또 허공에서 끽~하는 새소리가 들리면 저건 직박구리야, 똑같은 끽~ 소리인 것 같은데 저 소리는 수꿩이란다라며 박 선생님은 쉴 새 없이 지식을 쏟아냈다. 기가 팍 죽고, 혹여나 아이들이 기자에게 질문할까 두려워 뒤에서 처지는 아이들을 챙기며 귀동냥을 했다. 보조교사를 자처했지만 어린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못한 수강생 처지였다. 그렇게 자괴감을 느끼며 도착한 교육 프로그램 장소, 일명 들놀이터. 이날의 주제는 새였다. 박 선생님은 뻐꾸기와 뱁새(오목눈이새)의 사진을 보여줬다. 뻐꾸기는 오목눈이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오목눈이새가 먹이를 물어 뻐꾸기 새끼를 키운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들로 새집을 만들기로 했다. 어린이들은 땅을 쳐다봤다. 문제는 아이들은 움직이는 모든 것에 초집중해 수업을 제대로 진행못하는 경우가 허다 하다며 웃었던 박 선생의 말대로, 나뭇가지가 아닌 움직이는 모든 것에 집중했다. 이날 아이들의 인기를 얻은 것은 거미. 그것이 내게 첫 경험을 선사할 줄이야. 옹기종기 모여 앉아 거미 찾기에 열을 올리던 아이들은 보조 교사인 내게 손으로 잡아 보여주기를 요구했다. 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무서웠다. 그 때 박 선생님이 다가와 이렇게 빠른 거미는 거미줄을 짓지 않기 때문에 빨라요. 그리고 좀 더 크고 느린 거미는 거미줄을 짓기 때문에 빨리 도망가지 않아요. 모르기 때문에 겁 먹는 거에요. 거미는 인간을 해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향한 말이지만, 속내는 기자를 독려하는 것이었다. 용기를 냈다. 이게 무슨 큰 일이라고.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그렇게 내 손 위에 난생 처음 거미를 올려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소감을 물었다. 이 때부터 제법 자신감이 붙어 아이들의 활동을 적극 독려하며 돕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풀뿌리를 가져와 냉이 맞죠?라고 물으면 박 선생님의 확인 과정을 거쳐 아이들에게 뿌리 향을 맡게 했다. 땅을 파가며 아이들이 새집에 알을 상징하는 돌과 나뭇가지 등을 찾는 일을 도왔다. 뻐꾸기와 뱁새가 되어 알을 바꿔놓고 찾는 게임이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통솔하고, 아기새에게 먹이를 갖다주는 놀이에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졌다. 이같은 게임은 일명 생태계놀이인데, 아이들은 놀면서 자연스럽게 식물과 동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게 된다. 연령대에 맞게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숲 해설사의 주요업무다. 이와 관련 박 선생님은 아이들은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성인은 예쁜 꽃과 나무를 자신의 인생에 비유해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러나 숲 해설사는 지식보다 울림이 있는 깨달음과 감동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풀, 나무, 곤충, 새 등 자연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가르쳐주지만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바른 생태철학과 가치관을 기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설명이다. 그 의미를 수업 마지막 즈음에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얘들아! 곤충이나 애벌레를 죽이면 아기새가 먹이가 없어서 빨리 둥지를 나올 수 없겠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그래 예쁜 새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 자, 애벌레는 커서 나비가 되고 나방이 되지. 나비덕분에 꽃이 피고 과일도 먹을 수 있는데, 애벌레가 징그럽다고 밟아 죽이면 어떻게 되지? 아이들은 답했다. 이제 새를 보면 안 쫓고 예쁘다고 해줄거예요. 애벌레는 안 밟을 거예요. 고마워 고마워 해야죠 등 작은 입에서 예쁜 답이 쏟아졌다. 징그러워했던 자연물에 집중하면서 생명을 느끼고 소중하게 다루는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던 박 선생님의 얼굴에 또 웃음꽃이 핀다. 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숲 해설사를 통해 자연을 느끼며 더불어 사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그것은 충격적인 모유에 대처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숲 해설사가 알려준, 그리고 아이들이 보여준 정답이었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부터 돌보며 함께 해야 하는 것이었다. 수업을 마친 후 돌아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내게 던진 박 선생님의 마지막 이야기가 떠오른다. 70년대 매가 전 세계적으로 줄었는데 부화하기 전에 알이 깨져버리는 것이 문제였대요. 그 원인을 알아보니 당시 DDT를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었죠. 상위 포식자인 매가 DDT에 노출된 쥐를 먹고 결국 그렇게 된 거죠. 이후 DDT 사용을 줄이게 됐어요. 숲 해설사의 역할이 그런 것 같아요. 인간이 아닌 자연의 시각에서, 새로운 창을 열고 세계를 보는 거죠. 생태에 대한 철학을 갖고 그 가치를 알려주며 보존하는 후속 작업을 하는 거죠. 그래야 진짜 우리가 다함께 잘 살 수 있죠. 류설아기자 사진=김시범기자

[1일 현장체험] 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지사 재해예방기술지원

어린 시절 공장견학을 가면 남들은 시끄럽다고 귀를 틀어막을 때, 그 소리가 왜 그렇게 좋았는지 어른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집처럼 뛰어다닌 기억이 있다. 공장 아저씨는 위험하다며 타일렀지만, 철없는 꼬마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였다. 시간이 지나 운전병으로 복무하던 군 시절, 부대 내 정비공장에서 일명 타이어 도리까이(타이어 교체) 작업을 하다 휠을 고정한 볼트가 갑자기 튀어 올라 옆에 있던 전우의 다리가 크게 다친 것(그는 6개월 가까이 국군 통합병원에 누워 있었다)을 보게 된 이후에야 깨달았다. 조금만 방심해도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는 장소가 공장이라는 것을. 그러나 산업의 핵심인 공장이 멈춰서는 안 된다. 공장은 안전하고 행복한 사업장이 돼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경기남부지역 사업장 안전과 근로자 보건을 불철주야 챙긴 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지사의 안전지도원으로 나섰다. 단 하루의 경험이었지만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안전은 모두가 함께해야 지킬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 화성시 정남면에 소재한 선영정공사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자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무언가를 내리찍는 듯 쿵쿵거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11t 트럭이 주차장에서 물품을 내렸고, 이를 옮기는 지게차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오늘 하루 사수를 맡은 강현수 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지사 교육문화팀장을 만난 것은 이 공장 안 사무실이었다. 30년 가까이 각종 사업장의 안전을 책임져 온 강 팀장은 베테랑답게 기자의 신발을 보며 문제점을 바로 지적했다. 사업장 안전 점검을 할 때는 안전화를 신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 지 얼마 안 돼 때 빼고 광낸 구두가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준비된 재킷과 안전모를 착용하자 그럴싸한 안전지도원으로 변신했다. 색다른 마음으로 공장에 바로 들어서려는 찰나, 강 팀장은 다시 한번 초짜 지도원을 말린다. 현장 점검에 앞서 중요한 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작업장에 대한 이해와 사업주 안전 교육이다. 작업장마다 쓰는 장비와 기계도 다르고, 점검해야 할 점이 당연히 다를 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27년째 선영정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문곤 대표와 합석해 기본적인 제반 사항을 들었다. 프레스 금형 제작ㆍ가공 등을 하는 업체로 근로자 47명, 15대 정도의 프레스 기계가 있다는 소개가 이어졌다. 계속된 사업주 교육. 사업주 교육은 현장에 나가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기본적인 점검 사항뿐 아니라 올해부터 바뀐 제도 등 사업장이 알아두어야 할 사항에 대한 소개도 필수다. 강 팀장과 김 대표 옆에 앉아 각종 자료를 통해 안내를 시작했다. 이날 소개의 핵심은 바로 산재보험요율 감면. 선영정공사는 50인 미만의 제조업체로 매년 3천여만원의 적지 않은 산재보험료를 납부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규모 사업장은 위험성평가 사업주 교육을 받으면 1년에 10%,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인정되면 3년 동안 20%가 감면된다. 이를 알리고 더욱 안전한 사업장이 되도록 돕는 것이 지도원의 우선적인 역할. 마지막으로 프레스가 많고 서서 일하는 작업이 많은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공장 내부에 붙일 수 있도록 손 조심을 안내하는 스티커와 굳은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요령이 나온 포스터 등을 김 대표에게 건넸다. 30여분간 이어진 안내 이후, 본격적으로 현장 안전을 점검할 차례. 안전모 턱 끈도 꽉 조이고, 양손에는 장갑을 단단히 착용한 채 점검을 위한 수첩과 펜을 들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눈에 띈 멈춰선 지게차. 올해부터 지게차 운전 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운전자에게 1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차에 걸리면 30만원으로 늘어난다. 당장 운행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소소한 점 하나까지 지도원은 놓쳐서는 안 된다. 이윽고 공장 작업의 핵심인 프레스 기계 안전장치 점검이 시작됐다. 프레스기는 작업 중 자칫하다가는 손을 심하게 다칠 수 있어 항상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장비다. 그래서 손이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멈추는 광전센서가 설치돼 있다. 크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15대에 이르는 프레스기 모두 이 같은 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이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포인트다. 한창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는 사이 실례를 무릅쓰고 손을 센서 앞으로 댔다. 철판을 쾅쾅 찍어 누르던 프레스기가 일순간 멈췄다.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일일이 기계마다 손을 대보고 머리를 대보며 작동 사항을 확인했다. 모든 장비가 제대로 멈춰 섰다.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다음은 천장에 매달린 크레인을 점검할 차례. 공장 내부에서 무거운 물품을 옮기는 데 사용하는 만큼 적정한 고정장치와 일정 무게 이상 옮길 수 없도록 하는 과부하 방지 장치의 작동은 필수다. 다행히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크레인후크에는 물건을 걸었을 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는 스프링 장치가 올바르게 설치돼 있었고, 과부하 방지 장치에도 정상을 나타내는 파란 램프가 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강 팀장은 크레인후크에 고정장치를 빼놓으면 자칫 물건이 빠져 추락하는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곳도 더러 있어 세심히 체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2년마다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안전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는가도 확인 사항이다. 기계마다 붙여놓은 안전점검표를 확인했다. 지난해 2월에 점검을 받았다는 확인표가 붙어 있었다. 이 기계들은 내년 2월에 다시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번엔 자리를 옆 작업장으로 옮겼다. 여러 금형 제작품이 진열된 사이에 두 대의 수동 프레스기가 있었다. 앞서 본 기계식은 설정해 두면 자동으로 작동돼 근로자의 손을 직접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만, 수동은 일일이 작업자가 금형을 넣고 작동해야 해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게 강 팀장의 설명이다. 언제나 안전을 염두에 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안전지도원은 세세한 사항도 점검해야 한다. 주변의 사소한 하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 탱크의 압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서서 장시간 근무하는 직원들이 몸은 제대로 풀고 있는지, 직원들의 안전장비 활용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한 뒤에야 지도원의 일이 끝났다. 덥지 않은 날씨였음에도 안전모를 쓴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안전한 사업장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더구나 안전은 누구 한 명의 노력으로는 얻을 수 없다. 이번에 찾은 선영정공사는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져 있고 사업주, 직원들의 안전인식이 소규모임에도 수준 높은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 다른 어디에서는 안전사고로 다치는 근로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형사고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이런 불상사는 없지 않았을까. 끝으로 건설현장과 제조사업장 등 각종 현장 안전과 직원 건강을 챙기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 안전보건공단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관주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경기도 中企 호흡기케어 전문 ‘㈜드림에어’ 제조현장 직원

지난해 본 많은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인 인터스텔라. 영화진흥위원회의 관객 집계결과 지난달까지 1천20만명 이상이 이 영화를 관람해 관객 동원 역대 12위를 차지한 영화다. 이 영화는 머지않은 미래 지구가 환경오염, 특히 사막화에 따른 황사가 심각해져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함에 따라 주인공 일행이 인류가 이전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우주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내가 이 영화를 특히 재미있게 본 것은 다름 아닌 황사라는 소재 때문이다. 지진이나 해일, 화산 폭발 같은 여타 재난 영화는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재난인데 반해 황사는 매년 봄마다 겪고 있는, 정말 현실로 일어날 것만 같은 재난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에서 보여지는 황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러한 수준을 넘어서 모래 폭풍이지만. 아무튼 올해도 어김 없이 봄이 왔다. 봄이 오면 온 동네에 개나리꽃이 활짝 펴 노란색 세상이 그려지지만, 반갑지 않은 노란색인 황사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최근 해외 뉴스 소식을 보면 신장, 간쑤 등 중국 서북부 지역에 최악의 황사가 덮쳐 5m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대낮에도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켠 채 달리고 있고, 관광지는 폐쇄됐다고 하니 정말 어느 정도인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정말 큰 문제는 이 중국의 슈퍼 황사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국내에서는 황사 및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번 1일 직업 체험은 황사 마스크를 만드는 기업에서 해보겠노라고. ■ 독특한 아이디어 세계가 주목 정진구대표 필요 느끼니 사업 아이템 번쩍 유한킴벌리와 3M 등 황사 마스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도 있지만 이왕 직업 체험을 하는 것이라면 경기도내 중소기업에서 체험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드림에어라는 곳에서 1일 직업 체험을 하기로 했다. ㈜드림에어는 지난 2013년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개최한 G-FAIR KOREA에서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코 마스크인 노스크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나 역시 당시 이 기업을 취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상품을 취재했던 기업을 2년 만에 직원 체험을 하기 위해 찾으니 뭐랄까 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면서도 기대감이 생겼다. 지난 1일 오전 9시께 ㈜드림에어를 방문, 정진구 대표이사에게 간단한 회사 소개를 듣고 작업장으로 나섰다. 하루동안 일을 하게 된 ㈜드림에어는 호흡기 케어 전문 회사로 세계 최초로 코 전용 마스크인 노스크를 개발한 기업이다. 코에 직접 끼워 미세먼지 등이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스크는 세계발명대회협회훈장을 받은 것은 물론 미국 FDA와 유럽CE 인증 등을 획득하는 등 세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제품이다. 특히 3중 구조 필터로 구성된 노스크는 초미세먼지를 96.3%까지 필터링 할 수 있다고 한다. 정 대표에게 회사 소개를 받으면서 직접 노스크를 착용해 보았는데, 정말 감쪽같이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이물감이 느껴졌다. 정 대표는 조금 답답해하는 나에게 동양인들이 상대적으로 서양인들보다 코가 예민한 편이라며 이물감을 더욱 줄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에어는 노스크 이외에도 입 전용 마스크인 립스크와 창문의 방충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우리 집 창문 필터라는 2가지 제품을 더 생산하고 있다. 2년 전 G-FAIR에서 처음 이 기업을 보았을 때만 해도 노스크만 출시한 상황이었는데, 벌써 다른 제품들이 이렇게 출시된 것을 보니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부지런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립스크는 직접 착용해 보니 너무 편안함을 느껴 한동안 립스크를 착용한 채 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가 립스크를 착용한 지도 잊을 정도였다. 창문 필터는 드림에어에서 개발한 필터를 방충망에 붙이는 형식으로 미세먼지 등을 차단하지 못하는 방충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정 대표와 이야기 도중 왜 이런 제품을 개발하게 됐는지 물었다. 정 대표는 해외에서도 공장을 운영하는 등 정말 열심히 사업을 하던 중 지난 2000년대 초 천식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내가 필요로 함을 느껴 병원에 누워서 생각한 아이디어가 노스크였다며 우리가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 언젠가 공기를 사서 마시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니 벌써 그러한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 인재는 지역中企가 책임진다열린 채용경영철학 회사소개를 듣고 난 후 노용석 공장장과 함께 직접 작업반에 투입돼 일을 체험해 봤다. 내가 배치받은 곳은 노스크를 생산하는 노스크팀이었다. 오전에는 생산라인을 체험하고 오후에는 검수작업을 체험하기로 했다. 평소 스마트폰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기계치여서 혹시 작업 도중 사고를 치진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이곳은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 처리되고 있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노스크라고 불리는 드림에어만의 특화장비 3대가 쉴새 없이 가동되고 있는 생산라인에는 2명의 직원이 노스크 기계에 클립과 필터가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었다. 실제 노스크를 다룰 줄 모르는 나는 기계앞에 서서 클립이 떨어져 가거나 필터가 부족해지면 옆의 동료직원에게 알리는, 아주 간단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3대의 노스크는 하루에 총 3만6천여개의 노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3만6천여개의 노스크는 검수작업을 거쳐 시민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오전 생산라인에서의 일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 함께 일을 한 동료 직원 이진열(19)군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이곳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저녁 회식이 없다고 한다. 해외에서 사업을 한 정 대표의 철학이 반영된 것인데 저녁 시간은 철저하게 가족과 개인을 위해 활용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이곳은 타중소기업과는 달리 오후 6시 정시 퇴근이 철칙이라고 한다. 정말, 진심으로 부러운 회사 분위기다. 얼핏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이 군은 이곳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입사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지역에서 사업하기 때문에 지역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성남방송고등학교와 협의해 성남방송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주고 있는데, 이 군의 담임 선생님이 회사를 먼저 방문해 둘러본 후 이 군에게 추천해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이 군을 통해 기업의 규모를 떠나 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하며 사회적 역할을 충실하게 하려는 드림에어 정 대표의 속 깊은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오후 시간은 검수작업에 투입됐다. 검수작업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노스크를 하나하나 직접 눈으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인데, 고객에게 상품이 전해지기 전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검수팀은 본래 2명이 일을 하는데, 오늘은 1명이 연차를 가서 내가 일선을 돕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검수팀은 이물질(이물질이 묻어있는 노스크)ㆍ필터불량(필터가 벌어졌거나 바르게 절단되지 않은 노스크)ㆍ외발이(필터가 한쪽만 부착된 노스크) 등 이상이 있는 상품을 분류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외발이만 구분이 될뿐 이물질과 필터불량은 도저히 정상 상품과 이상 상품을 구분하지 못하겠는 것이다. 검수작업을 담당하는 이미영 주임은 나에게 딱 보면 필터가 삐뚤 빼뚤 하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내가 보았을 때는 모두 다 깔끔하게 절단된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뚫어지게 봐도 구분이 안 되는데, 이 주임은 하루에 3만8천개 가량의 노스크를 검수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매의 눈을 가진 생활의 달인이다. 결국 검수작업은 포기, 수출하기 위해 포장한 노스크 박스를 옮기는 것을 거드는 것으로 직업체험을 마쳤다. 올 봄, 최악의 황사가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개인위생도 철저히 하고 마스크 등 보조용품 등도 잘 챙겨서 건강한 봄을 보냈으면 좋겠다. 아울러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힘을 내길 바란다. 이호준기자 사진=추상철기자

[1일 현장체험] 고양 원마운트 워터파크 라이프가드(lifeguard)

여름 휴가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곳. 가족ㆍ연인ㆍ친구들의 여름 최고의 피서지. 한번 입장하면 해가 질 때까지 나오기 싫은 곳. 놀이와 먹거리가 한 곳에서 해결되는 장소.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 바로 워터파크다. 일반인이 워터파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장면은 아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슬라이드. 물 폭탄, 튜브, 파도풀 등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고객들의 생명을 구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뛰는 사람들이 있다. 라이프가드(lifeguard-인명 구조원)이다. 고객들이 신나게 놀 때, 묵묵히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근무하는 라이프가드는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아무리 직업이라도 인지상정이란 게 있는데, 혹시 자신도 놀고 싶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26일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공원 옆 원마운트 워터파크를 찾아 일일 라이프가드가 되어보았다. 결론은 고객은 고객, 라이프가드는 라이프가드였다. ■ 고객 몰려오기 전 청소정리 바쁘다 바빠! 워터파크 고객 입장 시간은 오전 10시다. 하지만 오픈 출근조 라이프가드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한다. 전날 퇴근하면서 미리 세팅해 놓은 워터파크 내 풀 청소를 위해서다. 허겁지겁 출근 시간에 맞춰 도착한 나는 바로 옷을 갈아입고 워터파크로 향했다. 초등학교 이하 아이들을 위한 시설인 판타스틱 플래스에 들어가 청소 도구로 바닥 이곳, 저곳을 밀었다.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매일 라이프가드들이 청소를 한다. 10여분 지나자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청소도 청소지만 실내 워터파크라 평균 30도를 유지하는 기온이 덥게 만들었다. 또한 물이 있는 공간이라 습도 또한 심해 피부로 느끼는 더위는 30도가 넘는 것 같았다. 이곳 청소를 끝내고 바로 옆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했다. 호스를 이용해 물을 채웠는데 호스에서 나오는 수압이 생각보다 컸다. 손에 힘을 주지 않으면 수압 때문에 호스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후 선베드, 텐트 정리 및 주변을 돌며 혹시 떨어져 있을지 모르는 쓰레기 탐색에 나선 지 몇 분 후, 오픈 출근조가 아닌 이날 근무할 라이프가드들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 눈 코 뜰새 없는 라이프가드 원마운트 라이프가드는 30분-30분-30분-대기 식으로 근무한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30분씩 3번 근무를 하고, 30분 휴식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정태균(30) 라이프가드 캡틴의 지시로 근무 장소에 배치됐다. 첫 번째 근무지는 카니발 비치(파도풀)였다. 이곳은 수심이 2m가량 되고, 인공적으로 파도를 만들기 때문에 수상인명구조 자격증 소지자 위주로 근무한다. 자격증이 없는 나는 다른 라이프가드와 함께 근무 위치를 지켰다. 라이프가드는 레스큐 튜브(일명 구명튜브-빨간색)는 들고, 호루라기는 입에 물고 30분간 집중해서 파도풀을 주시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10시 10분께 중국인 단체 관광객 25여 명이 입장했다. 이 가운데 2명이 구명조끼와 수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파도풀에 들어서자, 초보 라이프가드인 나는 힘주어 호루라기를 불었다. 손짓, 몸짓을 써가며 구명조끼와 수모 착용을 알렸고 관광객도 수긍하고 파도풀에서 나갔다. 5분 뒤 이들은 구명조끼와 수모를 착용하고 파도풀에 몸을 던졌다. 워터파크에서 일하는 라이프가드는 항상 호루라기를 메고 다닌다. 이들은 한 번 불면 고객, 두 번은 동료, 세 번은 응급상황 등으로 신호를 정해 놓았다. 수시로 호루라기가 울리기 때문에 항상 귀를 쫑긋해야 한다고 정 캡틴은 설명했다. 파도풀에서 30분 근무를 마치고 투겔라이트(2명이 타는 슬라이드) 상단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고객이 슬라이드를 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이 근무지에서 기억해야 할 점으로 모니터 주시를 정 캡틴이 강조했다. 슬라이드 도착지점이 나오는 모니터를 주시한 뒤, 먼저 내려간 고객이 빠져나간 다음에 출발시켜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하단에서 30분 근무하다 드디어 휴식시간인 대기 시간을 맞았다. ■ 항상 물에 대한 경각심 체력보다 정신력! 라이프가드 대기실에 들어서자 벽에 붙은 물은 사람을 죽인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휴식을 취하는 라이프가드들이 이 글을 보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자는 의미로 붙여 놨다고 정 캡틴은 말했다. 정 캡틴은 놀이동산은 안전벨트란 안전장치가 있지만 워터파크는 구명조끼밖에 없어 고객들이 위험에 노출되기가 더 쉽다며 라이프가드 근무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고 설명했다. 이곳 뿐만 아니라 라이프가드는 물과 관련된 직업이라, 물과 관련된 병을 안고 산다고 한다. 성인 남성이 군대에서 걸리는 무좀보다도 아프고, 한번 걸리면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물무좀이다. 살을 파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고통이 심한 데 경력이 쌓이면 물무좀 극복 방안도 터득하게 된다고 한다. ■ 고객이 있어야 행복하다 라이프가드 체험을 위해 찾은 26일 원마운트 워터파크는 다소 한산했다. 평일 오전이고, 학기가 시작된 3월 탓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가족 단위 고객들이 드문드문 찾았지만, 오후가 돼서도 아! 많구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궁금했다. 고객이 많을 때가 좋은지, 적을 때가 좋은지. 라이프가드가 아닌 일반인인 나는 고객이 적으면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라이프가드들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오션월드에서 근무하다 이곳으로 이적한 지 5일째인 신재승(26)씨는 (라이프가드들은) 고객이 많든 적든 사고 예방을 위해 항상 긴장하고 근무한다며 고객이 많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시간이 빨리 가는데, 적으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늦게 간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의 생명을 지키는 직업이라는 자긍심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마운트 워터파크에는 고객 생명을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는, 직업정신으로 똘똘 뭉친 라이프가드들이 일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오셔서 즐겁게 놀다 가시면 된다고 말했다. 라이프가드는 자신의 목숨 보다 고객의 목숨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직업이었다.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없는 직업처럼 보이기도 했다. 올여름 워터파크를 간다면 그곳에서 만난 라이프가드에게 고생한다는 인사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바다 위 나는 구급차… 해경 ‘대형 공기부양정’ 항로 숙달 훈련

얼마 전 중국어선 서해 5도 불법조업 토론회에서 발언을 마친 윤병두 인천해양경비안전서장은 꼭 할 말이 있다는 듯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많은 분이 잘못 알고 있는데 해양경찰은 폐지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이름이 바뀌었지만, 바다를 지키는 일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윤 서장의 발언을 들은 후 문득 해경을 한 번 체험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4월이 다가오면서 해경을 접할 때마다 동정심, 원망, 아니면 호기심일지도 모르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다행히도 (하루 동안) 해경이 되고 싶다는 요청은 일사천리로 받아들여졌다. 어쩌면 그들 역시 해경의 겉모습이 아닌 속살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현장에 답이 있다는 대명제 하나만 바라보고 지난 13일 오후 1시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 사고 현장 어디든 출동한다! 위풍당당 보는 이 압도 을왕리해수욕장 한복판에서 기자를 기다리던 건 대형 공기부양정 H-09정. 지난해 12월 취역한 따끈따끈한 신상품이자 군용을 제외하면 세계에 단 3대, 국내 단 1대뿐인 초대형 공기부양정으로 웬만한 배보다 두 배 이상(최대 107㎞/h)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일반 배와는 달리 수면 1.2m 위에 선체를 띄워 프로펠러 회전력으로 이동하는 탓에 갯벌, 바다, 육지, 빙판 가리지 않고 운행할 수 있다. 따로 선착장이 필요 없어 이처럼 항로숙달훈련을 할 때면 해변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국내 최고의 공기부양정 베테랑이라는 박형규 정장과 승조원(10명)의 환영을 받으며 공기부양정에 올라서니 구경할 생각 말고 얼른 옷부터 갈아입어라는 재촉이 뒤를 이었다. 준비해 준 옷으로 허겁지겁 갈아입고 나니 그제야 놀러 온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이제 배를 탔으니 훈련을 하기 위해 공기부양정을 출발할 차례. 급하게 박대중 경위에게 공기부양정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 램프 작동법을 배운 후 정장의 지시에 맞춰 안전핀, 스토퍼 등의 장비를 차례로 작동했다. 생각보다 램프가 무거워 시작부터 팔이 후들거려 다른 승조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이윽고 램프가 닫힌 후 공기를 저장해 선체를 지탱하는 역할의 스커트가 부풀어 오르자 이제는 갑판 위로 올라가 좌회전, 우회전, 전진, 후진 등의 수신호로 공기부양정을 바다 위로 옮겼다. 불과 몇 분 걸리지 않는 일이지만, 왜 이리 신경 쓸 것이 많은지 진땀을 흘렸다. 객실 안으로 들어오자 공기부양정처럼 기자 몸도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 낚시꾼관광객 고립조난 빈번을왕리 바다서 실전 훈련 왜 처음에 만난 곳이 을왕리해수욕장이었는지 그때야 알았다. 을왕리해수욕장은 피서객은 물론 낚시꾼이 즐겨 찾으면서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갯벌이나 바위 등에서 고립되는 조난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공기부양정이 갯바위 인근에 멈추자 승조원이 능숙하게 인명구조용 보트를 내리기 위해 각자 맡은 역할대로 움직였다. 평소 운항 때는 와이어, 로프 등으로 단단하게 고정한 인명구조용 보트가 순식간에 밖으로 내려졌고, 기자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승조원이 보트에 탑승했다. 암초 등으로 공기부양정의 접근이 힘든 지역에는 소형으로 기동성까지 갖춘 인명구조용 보트가 활약한다. 다행히 실제 조난자가 없어 막내인 전효진 경장이 조난자 역할을 맡아 해상 들것을 이용해 공기부양정으로 옮겨졌다. 곧바로 심폐소생술이 이어졌다. 기자가 직접 전 경장의 겉옷을 벗기고 기도 유지, 물기 제거, 인공호흡 등을 해보니 갑자기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미 웬만한 응급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올해 안에 첨단 영상 시스템을 갖추면 시내의 대형 병원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 보다 전문적인 구조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옆에서 요령을 알려주던 박대중 경위는 해상 구조 때는 심장이 멈추는 것도 위험하지만, 저체온증도 주의해야 한다며 심정지나 저체온증만 막아도 조난자의 80~90%는 산다고 조언했다. 공기부양정이 도입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서해 5도나 인천공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대형 재난사고 시 대처하기 위해서다. 갯벌 위 기동이 가능하고 많은 인원이 탑승할 수 있는 공기부양정만 있으면 비행기 불시착, 제2의 연평도 포격 사태 등이 일어나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 공기부양정의 두뇌 조타실좌현 30도, 1㎞ 지점에 선박 인명 구조 훈련 후 조타실로 올라가 공기부양정의 운항요령과 견시법을 배웠다. 정장 옆 부장 자리에 앉으니 위아래로 복잡한 버튼과 손잡이가 수십 개 놓여 있고, 왼쪽엔 레이더, 오른쪽엔 해도가 실시간으로 움직였다. 해도 상에 나와 있는 현 위치는 북위 37도 26분, 동경 126도 20분, 을왕리 서방 1마일 해상을 30노트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쌍안경을 이용해 사방을 견시하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조난자 등의 방향, 거리, 물체의 종류를 정장에게 보고했다. 좌현 30도, 1㎞ 지점에서 선박이 우현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런 식이다. 조타실의 전체적인 느낌은 헬기 조타실을 보는 것 같았다. 외국에서는 공기부양정을 선박이 아닌 비행기로 분류해 정장이 아닌 기장(Pilot)으로 부르기도 한다. 앞서 80인승 중형 공기부양 정장을 7년간 맡아 630명을 구조한 박형규 정장과 검증받은 대원들은 이와 같은 항로숙달훈련을 매일 하며 비상 출동에 대비하고 있다. 이어 공기부양정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함정일지 작성법을 배웠다. 함정일지에 각종 인원, 물품, 유류, 정비 등의 변동사항을 적는 것을 기사(記事)라고 하는데, 기자가 쓰는 기사와 철자는 같지만, 공문서 성격을 띤다는 점이 달랐다. 공기부양정은 1시간 넘게 용유도와 실미도 인근을 운항한 후 출발점인 을왕리해수욕장으로 돌아왔다. 이제 다 끝난 줄 알고 옷을 벗으려 했더니 박대중 경위가 다가와 손전등을 내게 안겼다. 공기부양정에 탔으면 스커트 정비는 해봐야죠라는 말과 함께 끌려간 곳은 공기를 저장하는 스커트(Skirt) 내부. 스커트는 특수고무재질로 만들어져 말 그대로 치마처럼 부풀어 선체를 들어 올리는 역할로 공기부양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운행 도중 돌이나 쇠 같은 것에 긁히거나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박 경위와 기자 둘이서 컴컴한 내부를 돌아다니며 손전등으로 하나하나 비추면서 살폈다. 고개를 꺾고 무릎 꿇은 채 1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다 보니 몸은 다 젖고 팔다리에 힘이 빠져 스커트 외부로 나올 때는 다른 승조원의 도움을 받을 지경이었다. 운행 정비까지 마치고 나니 드디어 항로숙달훈련도 모두 끝났다. 승조원들은 딱딱하게 말없이 일에만 몰두할 것 같았지만, 기자가 겪은 10명의 승조원 모두 환한 미소와 친절한 말투로 업무에 임했다. 공기부양정을 만나기 전 복잡했던 감정은 바닷바람과 함께 말끔히 씻겨나가고, 그 자리엔 해경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 잡았다. 다시 사복으로 갈아입고 인사를 건네는 기자에게 박 정장이 말을 건넸다. 이렇게 큰 공기부양정은 해경에서도 처음이고, 시민들도 아직 낯설 거예요. 그래도 승조원 모두 열심히 훈련하면서 인명 구조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니 인천 앞바다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알려주세요. 박용준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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