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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공무원 특채만 준비했는데…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된 학생들
사회 사회일반

소방공무원 특채만 준비했는데… 낙동강 오리알 신세 된 학생들

관련 학과 특채 올해부터 필요한 시·도 본부만 시행 변경
18곳 중 7곳만 진행… “과목 달라 합격 사실상 불가능

“대학생활 내내 특채 응시 하나만 보고 달려왔는데…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버렸네요”

소방이나 응급구조 관련 학과 특채가 중앙소방학교와 지역 소방본부 모두에게 외면을 받으면서 해당 특채를 준비했던 소방공무원 준비생들의 수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다.

14일 소방청과 중앙소방학교 등에 따르면 소방청과 18개 시ㆍ도 소방본부는 각각 2019년도 상반기 국가소방공무원, 지방소방공무원 채용시험 계획 공고를 내고 2월 중으로 원서접수에 나서고 있다. 이번 채용을 통해 전국적으로 3천900여 명에 달하는 소방공무원이 임용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5년부터 중앙소방학교에서 매년 시행하던 ‘지방소방공무원 경력경쟁채용(소방관련학과, 응급구조학과, 의무소방원 출신)’이 올해부터 각 시ㆍ도 소방본부가 임의적으로 실시하도록 변경됐다.

해당 채용시험은 ‘관련 학과 특채’로 불리며 ▲2년제 이상 대학의 소방 관련 학과 졸업자 ▲4년제 대학의 소방 관련 학과 재학생 또는 소방 관련 과목 45학점 이상 이수자 ▲1급 응급구조사자격증을 소지한 응급구조학과 졸업자 ▲의무소방원 만기 전역자 등만 응시할 수 있다. 관련 학과 특채는 거주지 제한이 없고 채용시험 과목 중 영어와 한국사가 없어 대학 내 소방 관련 학과 학생들은 해당 특채를 통해 소방공무원으로 임관하는 방법을 선호, 대다수 학생이 이 특채 준비에 매진한다.

그러나 중앙소방학교가 전국적으로 일괄 진행하던 관련 학과 특채를 올해부터 필요한 시ㆍ도 소방본부만 자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자, 전국 18개 시ㆍ도 소방본부 가운데 7곳(세종ㆍ충남ㆍ경북ㆍ경남ㆍ창원ㆍ강원ㆍ제주)만 해당 특채를 진행키로 했다. 이에 올해 908명의 신규 소방공무원을 채용하는 경기도 역시 관련 학과 특채가 없어 도내 대학의 소방공무원 준비생들도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2년째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A씨(33)는 “4년 동안 대학에서 소방 교육을 받으면서 관련 학과 특채를 집중적으로 준비했는데 갑자기 특채가 사라져 막막하다”며 “공개경쟁채용에 나서고자 해도 그동안 준비해온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합격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토로했다.

유민식 용인송담대학교 건축소방설비과 교수는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 돼 있는 소방조직의 특성 탓에 서로 업무를 떠넘기면서 불거진 문제”라며 “또 최근 소방 채용의 분위기가 이론 중심이 아닌 현장대응능력에 집중돼 있는 만큼 대학과 학생 등도 특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여러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소방학교 관계자는 “올해는 관련 학과 특채를 각 시ㆍ도 소방본부가 필요할 경우 자체적으로 추진하도록 해 결정권은 시ㆍ도에 있다”며 “소방의 경우 현장대응능력이 강조되면서 경력직 채용이 중요시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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