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백신 접종 후 쓰러진 삼남매 엄마…보건 당국 "역학 조사 중"

“여보, 나 죽을 것 같아. 응급실 가자”

지난 9일 슬하에 삼남매를 둔 A씨(45)는 힘 없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아내 B씨(47)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흘 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고 이틀간 타이레놀에 의지하던 아내가 오한과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며 “이러다 죽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A씨는 생각할 겨를 없이 곧바로 용인 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아내를 옮겼고, B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급성 심근염은 심장 근육(심근)의 일부 또는 넓은 범위에 염증이 일어나서 심근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급성 심부전에 의한 쇼크부터 가벼운 심부전 증상까지 다양하며 일부 심각한 경우 급성 순환성 쇼크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A씨는 평소 필라테스와 등산 등을 즐기며 건강 체질을 자랑했던 아내가 백신 접종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백신 접종 당일 ‘손이 차갑다. 이상하다’고 말한 뒤 아픈 몸을 이끌고 에버랜드로 놀러 간 막둥이를 데리러 간 아내를 말리지 않은 게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호전될 것만 같았던 아내의 병세는 지난 16일 더욱 나빠졌다. B씨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지 며칠 만에 쓰러졌고 ‘뇌 손상이 의심된다’는 의료진 소견에 또다시 병상을 옮겨야 했다.

A씨는 이 같은 아내의 상태를 보고 질병관리청에 백신 부작용 의심 신고를 했다. 병원 측도 용인 기흥구보건소에 백신 부작용 의심 보고를 했고, 현재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아내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데도 정부에선 ‘역학조사 중이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며 “백신 후유증이 아니면 아내가 왜 중환자실에 있는지 설명해주는 이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백신 맞고 잘못되는 게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면서 “아내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보건 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경기도감염병관리지원단 관계자는 “현재 A씨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역학조사가 끝나면 보고서 작성 후 도 신속대응팀이 1ㆍ2차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질병관리청에 보낸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경북 상주시보건소 직원이 AZ 백신을 맞은 후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고 접종 60여일 만에 숨졌다.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과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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