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갈비축제

수원시 영화동에 살고있는 김모노인(71)은 갈비축제가 열린 장안공원을 배회하며 축제기간 내내 인생의 또다른 회한을 느껴야 했다. 또 평소 어울리며 장기를 두던 노인들도 축제기간 동안 무거운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만 살펴야 했다.

노인들의 산책로와 공간마다 갈비점들이 들어서 먹고마시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매일처럼 장안공원을 지켜온 노인들이 갈 곳은 없었다.

출근하는 자녀들에게 매일 4천원의 용돈을 타쓰는 김노인의 주머니사정으로는 1인분에 1만5천원하는 갈비는 그져 냄새만 맡아야 하는 그림의 떡이었다. 누구도 행사에 푸념을 늘어놓치는 않았지만 노인들은 소주한잔을 나눠 마시면서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갈비냄새가 성벽을 타고 넘어가고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물이나 사람들의 발길로 훼손되는 잔디는 그 자체로 울화가 치미기에 충분했다.더욱이 축제기간 내내 선조들이 남긴문화유산인‘화성’의 의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아무런 생각없는‘흥청거림’이었다는 사실은 불쾌함을 넘어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장안공원에서 매일 휴식을 취하던 50여명의 노인 모두는 8일부터 12일까지 5일동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속앓이를 해야했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애꿎은 손자들에게 역정을 내야했다.

실제 이번 축제는 축제기간만이라도 외지인들에게 질좋고 값싼 수원갈비를 홍보하겠다는 기본의미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서비스는 사라지고 가격도 비싼 그저 업소의 판매경쟁의 장으로 전락한 것.

특히 갈비축제위원회는 노인들의 휴식공간을‘점령’해 갈비축제를 개최하면서도 이들에게 단한번만이라도 대접하는 인정을 보여주지 않아‘효의 성곽도시 수원’이라는 긍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김노인은“효심이 높은 정조대왕이 ‘화성’에서 벌어진 이번 갈비축제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실까?”라며 긴 담배연기의 꼬리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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