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국악당 광주군 건립에 문화계 반대표명

경기도가 광주군 실촌면 곤지암리 일대에 건립할 계획인 ‘경기국악당’에 대해 국악계는 물론 도내 문화계 전반에서 반대의사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도는 세계도자기엑스포가 열릴 광주군의 곤지암일대 종축장 부지 16만여평을 문화관광특구로 조성할 계획이고 그 안 5천여평의 부지에 2001년 말까지 경기국악당을 건립할 예정이다.

내년에 35억원, 2001년에 30억원 등 총 65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하는 경기국악당에는 공연장과 교육·강습 목적의 연수원, 국악자료관 등이 연건평 1천평 규모로 들어선다. 도는 현재 내년 예산으로 국비 15억원과 도비 15억원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며 국회와 도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초 설계를 거쳐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경기국악당 건립과 관련, 도에선 중부고속도로가 관통해 교통이 용이한데다 공기좋고 물좋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문화관광특구내 주변시설과 어우러져 문화예술을 향유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도내 국악계와 문화예술계에선 도의 이러한 발상에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외면한 주먹구구식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기좋고 물좋은 곳에 국악당이란 건물만 그럴듯하게 건립했다고 저절로 국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저변확대가 안돼 그렇잖아도 국악공연에 관객들이 많지않은데 곤지암으로 가면 국악인들은 ‘솥단지 걸어놓고 철렵이나 해야 될 것”이라며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공연장은 무릇 관객들이 편안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세워져야 한다. 편안하게 내집 드나들 듯 하며 공연도 보고 교육도 받고 해야하는데 곤지암은 그야말로 맘먹고 가야할만큼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대부분의 공연이 밤에 있고, 국악강습 등도 저녁 늦게까지 이루어지는데 그 밤에 누가 곤지암까지 가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경기국악당이 건립되면 경기도립국악단이 입주를 해서 활동할 것이란 예측인데 창단 3년의 도립국악단은 현재 수원에서 왕성한 연주활동과 국악강습, 토요상설무대 등을 통해 국악인구 저변확대와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간신히 터를 닦아놓고 활동하는데 이제와서 광주군으로 옮긴다면 이제까지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 곳에서 새롭게 뭔가 시도한다는 것이 절대 쉽지않다는 것이다.

국악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도의 경기국악당 건립은 국악당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에서의 출발이 아니라 곤지암 문화관광특구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졸속으로 마련되는 것으로 누구를 위한 국악당 건립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시기상조란 생각도 들지만 예산이 확보됐다면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장소 선정이 다시 이루어져 국악진흥에 큰 역할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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