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속 희생자 영혼결혼식 올려

“아이들이 살아 생전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혼례로 인연을 맺어줘 저승에서나마 외롭지 않게 함께 살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영혼결혼식을 치러줬습니다”

4일 가천의대부속 길병원 영앙실 11호실에서는 인천 라이브Ⅱ 호프집 참사에서 희생된 한동근군(17·동인천고 2년)과 이아나양(16·학익여고 1년)의 영혼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영혼결혼식은 양가 친지들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흐느낌이 울음으로 바뀌고 참석자들의 눈마다 이슬이 맺히는 동안 한군과 이양의 부모는 서로 사주단지와 장미꽃을 교환한뒤 나란히 세워진 영정들 앞에 꽃을 놓아줬다.

한군과 이양의 영혼결혼에 중매를 섰던 정명환(鄭明煥) 인천 남구청장은 아이들의 프로필을 간결하게 알린뒤 주례사 대신 사회가 빼앗아 가버린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에 대한 개탄과 저승에서의 행복을 비는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들의 결혼식은 현역 영관급 장교인 한군의 아버지가 정 구청장의 소개로 가정환경이 비슷한 인천시청 공무원인 이양의 아버지를 만나 성사됐다.

양가 부모는 혼자 보내는 것보다 손잡고 함께 보내는 것이 어린 영혼들을 달래는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해 하루만에 자녀들의 영혼결혼식을 결정했다.

한군은 결혼식을 마친뒤 경기도 시흥시의 선산에 매장됐으며, 이양도 5일 장례를 치른뒤 한군 옆에서 영원히 쉬게 된다.

이양의 아버지 이모(43)씨는 “사돈의 외아들인 한군의 영정사진을 보니 믿음직스러워보여 딸이 하늘나라에서나마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토록 슬프고도 기가막힐 일이 다시는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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