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도 안전불량이라니…

우리가 대형안전사고를 당할 때마다 으레 강조해온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후에도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외치며 안전점검을 해왔고, 부천 가스충전소폭발사고와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를 겪은 후에도 그랬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엔 안전위험요소가 널려 있어 동인천 호프집화재참사와 같은 사고를 겪어야 했고, 또 언제 어디서 이같은 참사를 겪게 될지 모를 불안속에 살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경기도 안전점검기동반과 일선 시·군이 최근 실시한 도내 화학제품제조공장과 화약저장소에 대한 안전점검결과를 보더라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점검대상 450곳중 38%인 173곳에서 332건의 안전불량이 적발돼 화재사고시 대형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택의 삼우케미칼 등은 벽체균열로 안전사고는 물론 화학약품 누출시 폭발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연천의 화성공업사는 용해로의 내화벽돌 균열로 화기가 새고 있으며, 오산의 시너제조 업체인 효동화학은 제조소내에 시너를 보관해 놓고 LP가스를 사용 대형화재사고에 노출돼 있다.

그야말로 이들 업체의 방화 소방상태는 화재에 대한 무신경 무방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대형재난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화학제품공장과 화약저장소는 화기에 약하기 때문에 불이 나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고 화약이 폭발하면 의외의 인명피해 등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뻔한 이치를 알면서도 업주들이 화재의 무서움을 깨우치지 못하고 무신경상태에 빠져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당국의 안전점검업무도 그동안 허술한 점이 없지 않았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당국과 안전담당 관련 부서가 그동안 어떻게 점검 지도해왔길래 이처럼 많은 화학제품공장과 화약저장소가 안전불량상태에 있게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당국은 앞으로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업체들이 소방 및 각종 안전 기준에 맞게 개선보완했는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미비점이라도 눈감아 주거나 우물쭈물 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아울러 당국은 화기를 많이 다루는 겨울철을 맞아 화재취약 시설물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화 소방체제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