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중고교 교실에 가 보면 이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조용하게 공부하여야 할 수업시간이 어수선하다. 여기저기 듬성듬성 비어있는 자리는 한마디로 정돈안된 교실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제자리를 못 찾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현상은 내신성적의 불리 때문에 자퇴생이 많은 특수목적고 뿐만 아니다. 인문계, 실업계는 물론 초중고 모두 비슷한 현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선생님들이 교실에 대한 애정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년단축, 구조조정, 연금삭감, 노조결성, 무원칙하게 변하는 교육정책 등 여러가지 잡다한 사건들은 이미 선생님들로 하여금 단순한 봉급생활자로 전락시켰다. 학교내에서는 물론 사회에서도 선생님들의 권위는 이미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으니 무슨 애정이 있어 교실에 애착을 갖겠는가.
학부모도 교실 붕괴에 책임을 져야 된다. 일단 학교만 보내면 모든 것을 학교 당국에 미루고 있으며, 동시에 학부모 스스로가 선생님들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있다. 자기 자식만 최고라는 이기주의적 발상을 가지고 학교 교육을 무시하고 고액 과외에 의존하고 있는가 하면, 자녀들에 대한 올바른 가정교육에 신경쓰기 보다는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자녀들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한 교실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교실붕괴에 가장 큰 책임은 교육당국에 있다.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당국은 선생님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권위를 높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깎아 내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교육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선생님들을 부도덕한 반개혁적인 존재로 타락시킨 교육부의 정책은 오늘의 교실 붕괴의 주요 원인이다. 교육 현장의 현실을 무시하고 단순화된 경영마인드만을 주장하면서 교육개혁을 주창한 교육당국은 책임을 져야 된다.
교실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에 더욱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재정 및 행정지원 이외엔 학교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운영권, 인사권 등을 학교에 주어 학교 스스로 자율성을 갖고 교실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된다.
*고침 6일자 ‘검찰, 이젠 정신차려야’ 제하의 사설 본문 가운데 ‘검사통일체의 원칙’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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