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말 부익부 빈익빈 극명

20세기 마지막 연말을 맞는 사람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도내 스키장이나 여행사, 호텔, 골프장 등은 ‘세기말’을 기념하려는 부유층의 예약이 잇따르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고아원이나 양로원, 노숙자 쉼터 등 소외된 사람들의 연말은 우울하기만 하다.

부천 N여행사는 연말 50만원대의 ‘3박4일 동남아 골프여행’을 마련하고 지난달부터 예약을 받고 있는데 하루평균 10여명의 예약신청이 몰리면서 이달초 일치감치 마감됐다.

수원 K호텔이 연말특수를 노리고 준비한 ‘새천년 맞이 스페셜 객실’은 하루 이용료가 50만원의 고가임에도 불구, 예약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달초부터 개장한 도내 스키장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 야간에도 때이른 스키를 즐기려는 스키어들로 붐비고 있다.

지난 4일 개장한 용인 양지리조트 스키장의 경우 주말에만 3천여명의 스키족들이 몰렸으며 평일에도 야간스키를 즐기려는 스키어들이 500여명씩 몰려들고있다.

수원 인계동이나 안양 일번가 등의 룸싸롱과 단란주점에는 각종 연말모임을 즐기려는 손님들이 쇄도, 예약을 하지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흥청거리고 있다.

그러나 고아원이나 양로원의 ‘세기말 연말’은 오히려 우울하기만 하다.

수원 노인복지시설 감천장에는 연말을 맞이해 찾아오는 온정의 손길이 경제난에 허덕이던 지난해보다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별 다를바가 없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11년째 계신다는 김명심할머니(72)는 “예전에는 연말이 되면 그래도 다른때보다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많았는데 다들 어려워서 지난해부터 발길이 뜸하다”면서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마음이 더욱 쓸쓸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부터 찾아오는 발길이 뜸해진 파주 평화천 아이들이 맞는 올 연말도 외롭기 그지 없다.

겨울이 무서운 노숙자들의 연말은 더욱 쓸쓸하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노숙자 쉼터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이미 다른 노숙자로 꽉 차있는 쉼터로 들어서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매년 연말이면 거리의 온정을 기다리는 구세군 자선남비도 최근 수원역전 앞과 남문에 등장했지만 시민들의 무관심속에서 아직은 찬바람만이 남아있다. /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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