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장, 화성군수의 재·보선은 심각한 민심이반 현상을 나타냈다.
올들어 가진 기초단체장 재·보선에서 이같은 현상이 일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양·고양·용인시장 선거에서 국민회의는 용인시장만 간신히 당선자를 냈을 뿐 안양·고양시장은 모두 한나라당에게 돌아갔다.
이번 또한 안성시장, 화성군수 모두 여권의 연합공천 후보들이 완패, 한나라당이 두곳 다 차지했다. 투표율이 안성 44.4%, 화성 39.4%로 지난 9월의 고양 23.2%, 용인 30.9%보다 월등히 높은 투표율 속에 큰 표차이로 압승한 것은 특히 눈여겨 볼만 하다. 그만큼 많은 유권자들이 각별한 관심속에 투표에 참여, 정부가 드러내온 총체적 난맥상을 주권행사로 응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수도권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올 마지막 선거인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는 더욱 지역축제행사가 돼야 한다고 보아 평소엔 되도록이면 정치색이 배제되기를 원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번 안성, 화성 재·보선은 그 어느때보다 유권자들의 정당선호도가 높았던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한데도 국민회의지도부는 패인을 연합공천 잘못으로 돌리는등 자민련과 자중지난을 일삼고 있다. 자민련과 합당하거나 신당이 창당되면 민심이 반전될 것으로 여기는 지도부의 생각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자만이다. 아무리 합당을 하고 신당보다 더한 것을 만들어도 어차피 국민회의 당으로 인식하는 것이 국민들 정서다.
정부와 국민회의는 이번 재·보선 완패가 보여준 민심이반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통치자를 비롯한 집권층부터 잘못을 용기있게 고해할 줄 아는 정직성, 그리고 국민과 진정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솔선된 모범을 보이는 도덕적 결단이 무엇보다 앞서 요구된다.
대다수의 중산층은 IMF터널을 지나오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이들은 생존까지 위협받는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동안 집권층은 부도덕한 권모술수에 도취했다. 개혁은 막상 개혁을 말하는 자신들부터 먼저 해보여야만이 참다운 개혁이 가능하다.
한나라당에도 할말은 있다. 정권을 떠난 민심이 야당이라고 기대할만 해서 표를 몰아준 것은 아니다. 반사이익을 두려운 마음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안성, 화성 재·보선이 비교적 큰 과오없이 끝난 것은 평가할만 하다. 이동희 안성시장, 우호태 화성군수 등 당선자들에게 지역사회를 위한 비상한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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