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제대로 못치우는 행정

고작 1.4㎝의 눈에 교통대란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난 14일 오후부터 수원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린 1.4∼3㎝의 눈에 교통이 마비되고 다음날 아침에도 출근길의 시민들은 전철과 버스정류장에서 교통대란에 허둥거려야 했다.

비록 이날 기상청 예보가 ‘차차 흐려져 한때 비가 올 것’이라는 것이어서 예보없는 눈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오후 8시부터 눈이 내린 곳곳의 도로에는 제설차량이 보이지 않아 시민들은 한결같이 ‘한심스런 행정’을 질타했다. 눈내린 다음날 아침에도 제설관계 직원들이 아예 출동하지 않았거나 늑장을 부려 대부분의 도로와 고갯길이 빙판을 이뤄 출근길 시민들의 지각사태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눈내린 14일 오후부터 15일 오전까지 구리 안성 평택 등 도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2백여건으로 11명이 숨지고 2백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란을 겪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일선 시군 등 지자체들이 제설담당 부서에서 나름대로 ‘제설대책’을 발표하는 등 호들갑을 떨지만 막상 1.4㎝의 강설에 이처럼 속수무책의 무능을 드러낸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날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수원(3㎝)의 경우 각 구청에서 제설제인 염화칼슘을 간선도로에만 뿌리는데 그쳐 제설작업을 하는 시늉만 보였을뿐 다음날 아침에도 시본청과 구청의 제설관계 직원과 작업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도로가 빙판을 이뤄 출근길 혼잡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눈내린지 이틀이 지난 16일까지도 이면도로는 물론 간선도로의 응달진 보도는 치우지 않은 눈이 그대로 있었다.

눈이 내리면 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이 제설작업에 비상 동원되어야 하거늘 시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시공무원이 눈이 와도 꼼짝않는 기강해이가 어떻게 가능한지 자문자책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시장과 지자체장들 중에는 제설작업을 게을리 하였다고 하여 다음 선거에서 낙선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지자체장들은 이런 일을 먼 나라의 일로만 생각말고 타산지석으로 삼고 명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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