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수원 팔달구에 사는 B씨는 동사무소에 가지않고 안방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주민등록등본 발급 신청을 한 후 전자서명을 했다. 그러자 곧바로 프린터에서 주민등록등본이 인쇄돼 나왔다.
용인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K씨 역시 집에 일이 있어 재택 혹은 원격근무를 한다고 통보하고 가정에서 업무를 보았다. 또 부처간 회의도 한자리에서 모일 필요 없이 영상회의시스템을 통해 참여하면 그만이었다.
대통령 선거날인 오늘 주부 C씨는 인터넷에 들어가 투표를 끝마친 후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며 물건을 구입했다. 그리고 전기료와 수도료를 납부한 후 인터넷 화상수업을 막 끝낸 딸아이의 학습 과제물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를 살펴보고 있다.
21세기 사이버월드시대는 바로 이러한 모든 일들이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日常)의 모습들이 된다.
불과 1∼2년만 해도 ‘사이버’는 현실이 아닌 가상 내지는 허구를 뜻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사이버는 이제 더 이상 우리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을 좌우하는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모두가 바로 전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은 인터넷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바로 인터넷이 가상 수준에만 머물렀던 사이버 스페이스를 인류의 중요한 터전으로 만든 것이다.
전자신문·웹진·디지털TV·위성방송·케이블TV·인터넷 등 ‘뉴 미디어’라고 불리던 말들이 이젠 별로 새롭지가 않을만큼 새로운 매체들이 발빠르고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으며 또 이들은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넓고 크게 파고 들고 있다.
어제의 뉴미디어가 오늘의 일상적인 매체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매체들이 사람들의 일상 생활 속에 퍼져나갈 수록, 그리고 그들 매체들간의 연결망이 보다 확장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수록 기존의 생활방식에 많은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는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생산기술의 변화가 산업혁명을 가져온 것에 비하면 디지털혁명의 파괴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엄청나다. 특히 단순히 경제분야를 넘어서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막대한 파급효과는 그간 우리가 살아온 삶의 양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온통 인터넷 세상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요즘 우리 주위를 보면 인터넷의 사각지대는 없는 듯하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가 마우스 하나로 숙제를 척척 해내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콩나물값을 깎던 주부가 사이버 몰에서 가격 비교를 통한 알뜰 쇼핑을 즐기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이버뱅킹과 증권이 신도시 주부들을 중심으로 유행병처럼 번져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는 노후설계 및 평생설계 재테크가 안방에서 클릭 한번으로 끝나는 시대가 도래될 것이다.
새천년 사이버사회에서 일반인이 가장 실감나게 겪게 될 변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이버 의료시대의 등장이다.
낙도에서 긴급한 환자가 발생했거나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환자에게 사이버 의료서비스의 활용성은 더욱 높아져 갈 것으로 보인다. 병원으로서도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된 서비스를 환자에게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의료전산화에 따른 병원경영 합리화를 보장받을 수 있어 좋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환자는 원격진료를 통해 지역에 상관없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교사와 학생이 학교와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만나지 않아도 사이버상에서 교육이 가능하고 심지어 다중의 실시간 예배를 위한 사이버 종교도 갈수록 확대될 것이며 정당과 정치인들, 시민단체와 개인의 단순한 정보의 교환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사이버 정치의 시대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인터넷을 모르면 정당이나 정치가는 앞으로 설땅이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지금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와 정당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사이버 민심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정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사이버 정치는 이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선거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력에 의해 좌우됐던 국방분야에도 인터넷의 위력은 발휘된다.
바로 현대전의 대명사로 일컫는 ‘정보전’의 첨병은 역시 인터넷이다. 이에 비하면 사이버 가수의 등장으로 시작된 문화·예술분야의 인터넷 충격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다.
기업은 이보다 더하다. ‘인터넷을 모르는 CEO는 물러나라’는 해외 선진 IT업체총수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5대그룹이 연일 앞다퉈 인터넷사업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은 혁명이라는 말에 걸맞게 21세기 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재빠르게 확대될 것이다.
전문가들조차 인터넷혁명의 끝을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는 그들의 지식이나 상상력이 빈곤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보다는 인터넷의 잠재력이 너무나 크고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인터넷은 이미 시간과 공간 그리고 속도의 개념을 바꾸며 인류의 존재양식 그 자체를 변화시켰다. 이런 상황은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들에 글로벌 환경에서 무한한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과 예측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잠재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기회는 또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도태라는 위협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제 인터넷 비즈니스는 우리 모두에게 이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 새로운 패러다임의 유일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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