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分權化 왜 미적거리나

지방자치의 본령(本領)은 지방행정을 주민들의 책임과 부담아래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지방자치가 정착단계에 들어가야할 시기에 아직도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분권화가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지방자치제가 미숙상태임을 뜻한다.

사실 중앙정부가 이제까지 갖고 있는 권한과 행정업무의 이관작업은 지난 91년 지방의회 구성을 계기로 2∼3년안에 이미 끝냈어야 했다. 그러나 중앙부처들이 업무의 성격상 각 시·도에서 관장해야할 상당수에 달하는 행정업무중 9년간 경기도 등에 이관한 것은 1천100여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그것도 인원과 재정지원없이 이양, 업무가중과 행정혼란의 부담만 더해 주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위해 지난해 7월 인력과 재정지원의 병행을 골자로 한 시행령이 제정됐지만 이 또한 사문화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방이양추진위가 이양할 사무 9천400여건을 발굴해 놓고도 법령시행 5개월이 지났는데도 단 한건도 이양하지 않은 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갖가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중앙부처가 이관을 꺼리는 업무들이 거의 이권과 관련된 인허가업무와 지도감독권에 이어서 중앙부처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혹시 중앙부처의 권한이관 지연이유가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지자제 정착을 위해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자체들의 미숙성을 구실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라면

이 역시 우리가 단연코 경계해야할 일이다.

지자제는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지난달의 권위주의적 획일주의행정은 지자제의 바람직한 정착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중앙집권체제에서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권한과 업무를 대폭 지방에 이양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중앙정부가 갖는 권한이란 전국적 통일을 기해야 하는 행정기능으로 종합적인 기획 및 조정업무와 예산배정을 통한 견제기능에 그쳐야 할 것이다. 참된

지자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의 권한분담 및 이관을 지방자치의 본령에 맞게 하루속히 실행하는 것이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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