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탈, 사랑의 궤도이탈을 꿈꾸는 ‘구혼 부부’의 불륜을 코믹하게 그렸다.불륜에 대한 환상과 현실에 대한 집착 사이에서 관념적인 방황을 하고 있는 30대 남녀의 결혼 이야기란 점에서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와 영화의 도입부가 닮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서술 구조와 결말이 판이하다. 박헌수 감독의 ‘주노명 베이커리’에서는 불륜을 빵처럼 살짝 구워 로맨스로 귀결시키고 있다.
기혼남녀들의 통상적인 불륜에서 ‘맹목적인 집착’을 배제했기 때문일까. 잠시 바람을 피우다 가정으로 돌아가 더 나은 행복을 누린다는 이야기를 그린 ‘해피엔드’적인 영화다.
이런 점에서 끝내 현실로 회귀하지 못하고 욕망과 분노로 일관, 가정해체로 이어지는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와는 180도 다르다.
결혼 10년째인 빵집주인 주노명(최민수)이 어느날 갑자기 한숨을 쉬기 시작하는 아내(황신혜) 가 빵집을 자주 찾는 3류 소설가 박무석(여균동)에게 빠져들고 있음을 알고 아내의 한숨을 멎게 할 방도를 찾는다.
소설가의 아내인 생활설계사 해숙(이미연)을 찾아가 남편에게 내린 ’빵집 금족령’을 해제해 달라고 부탁하던 주노명이 이번에는 해숙에게 마음을 홀딱 빼앗겨 갖가지 빵 조각품으로 구애작전을 펴 성공한다.
아내의 삶의 생기를 되찾게 하려고 외간 남자와 만나는 것을 인정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아내의 외도를 도와주는 어찌보면 ‘엉터리’같은 이야기다.
빵집 부부와 소설가 부부의 ’스와핑’(swapping.부부교환)을 소재로 한 것 같지만 유희적인 섹스가 중심이 되는 스와핑물은 아니다. 잠깐의 방황을 끝내고 사랑을 지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정한 아량과 이해로 참된 가족의 가치를 되새겨보게 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불륜이 불륜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틀에 박힌 ‘쳇바퀴 도는 듯한’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자극제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는 것이다.
섹스신을 빵이 구워지는 장면으로 처리한 것은 독특하다. 부부간 신뢰에 금이 가게 할 수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경쾌한 기타리듬과 코믹한 대사로 수월하게 넘기는 것도 관객들에겐 또다른 재미다.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것과 같다’는 주노명의 내레이션에서 알수 있듯 유머와 불륜을 반죽해 긍정적으로 인생과 사랑에 접근하려는 것이 영화의 출발이자 끝은 아닐는지.
이 영화는 삼부 파이낸스 사태로 한때 제작중단 위기설이 나돌았으나, 시네마서비스가 인수해 무난히 제작을 마쳤다. ‘구미호’, ‘진짜사나이’의 박헌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도 맡았다.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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