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회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21세기 문화예술회관은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한 문화예술의 생활화’가 최대 관건이다.

지역주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공연장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생산성 높은 정책이 된다는 견해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문예회관 건물은 그럴듯하게 세워놓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므로 문예회관도 시대 흐름에 걸맞게 변화돼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있다.

문예회관 운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관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예술의 생활화다.

한동안 많은 국·공립예술단체에서 ‘찾아가는 OOO’ ‘움직이는 OOO’이라는 이름으로 공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 공연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같은 시도는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지만 문화예술의 생활화란 측면에서 보면 이제 소극적이 되어버렸다.

요즘의 관객들은 예술작품이나 행위를 그저 감상하는 단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춤도 직접 추고 악기도 직접 연주하는 미적체험을 하고싶어 한다. 이제 예술은 일부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서울 문예회관 기획위원인 장광열씨는 “21세기의 예술이란 예술의 생활화를 통해 국민들의 창의력 개발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으므로 문예회관 역시 이같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문예회관 운영의 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나 자료의 질, 공연이나 전시 내용의 질, 그리고 조직체계 등 운영전반에 걸쳐 총체적으로 그 질의 향상을 절실히 필요로 하며, 회관 운영 주체자들의 사고의 질도 높아져야 한다.

일본 신국립극장에는 무료로 인터넷과 최신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일본에서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스파게티 체인점, 서점 등이 건물안에 들어서있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연문화를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기 위한 것으로, 극장 공간을 특별한 곳이 아니라 일상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주변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중앙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이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최근 로비를 개방, 관객들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추운날, 비오는 날 바깥에 서있지 않고도 로비에서 좌석 배정을 받을 수 있고 공연 프로그램들로 수시로 살펴볼 수 있게했다. 그러나 경기도내 문예회관의 문은 아직도 굳게 잠겨있다.

외국의 경우 객석의 문은 잠겼더라도 극장 로비는 항상 개방돼 있어 수시로 드나들며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교류를 갖고 관객들도 필요한 정보를 얻도록 하고있다. 문예회관의 공연·전시가 있을 때만 주민들이 들르는 공간이 된다면 이는 죽은 공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맞은 문예회관은 관객위주의 철저한 서비스를 실시해야 하고, 이와함께 지역주민들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고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주민들이 관객을 위한 안내기능을 맡는 자원봉사자가 되든, 소속 예술단체의 관람회원이 되든, 강습회의 수강생이 되든 해당 문예회관과 연계돼 자신이 거주하는 극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애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문예회관은 또 문화원·문화의 집·대학·사회단체 등의 인접기관이나 국·공립단체 등과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극장운영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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