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자 경찰관

“교통사고를 당한 청각장애인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5일 오후 2시 경기경찰청 5층 대회의실.

2백여명의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경찰대개혁 100일작전 수범사례 발표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광명경찰서 수사2계 하삼종경장이 농아자처럼 수화로 인사말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경장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농아인과 경찰관의 대화’(http://members.tripod.co.kr/ha3ball)를 마련, ‘농아자 지킴이’로 작은 개혁을 실천하는 주인공.

하경장이 청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96년. 민원상담은 물론 범죄신고 접수를 위해 마련한 전용팩스를 설치하면서 부터다.

그러던 어느날 한 청각장애인으로부터 ‘환자를 도와달라’는 SOS를 접수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를 직접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진단결과 이미 3일전 난소가 파열돼 복막염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그러나 병원에는 수화를 할줄 아는 직원이 없었다.

이에따라 하경장은 수술과정에서 의사에게 수화통역을 자청, 환자의 생명을 무사히 구했다. 이 병원간호사 2명은 현재 환자를 위해 수화를 배우고 있다는 것.

얼마전에는 뺑소니 사고를 당한 농아자가 화난 표정으로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을 방문,손짓 발짓하며 경찰의 사건처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확인결과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빚어진 오해에서 비롯됐다.

하경장으로부터 수화로 자초지종을 설명들은 농아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경장은 “앞으로 사랑의 수화교실운영은 물론 경찰기본수화교본을 만들어 친근한 경찰상 정립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음지에서 소리없이 작은 개혁을 실천하는 하경장의 모습속에서 경찰의 친절 바로바로티터가 어느정도 수준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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